[서평] 손톱, “손가락이 10개라서 다행이야”

 

손톱




저자_김종일


펴냄_랜덤하우스




악몽을 꿀 때마다 손톱이 하나씩 빠진다는 이 소설의 설정은 매력적이다. 신체에서 손톱은 기능적 의미 이외에도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밤에 손톱을 깍으면 쥐가 와서 그 손톱을 먹고 자신으로 변신한다는 이야기라던가 이 책에 나오는 라만고 이야기 처럼 손톱은 주술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고문할 때 손톱을 뺀다거나 손톱 밑을 날카로운 물건으로 쑤시는 등의 고통의 상징으로도 다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손톱이 빠진다는 설정은 왠지 오싹함을 주면서 동시에 끔찍한 고통(물론 겪어보지는 않았찌만)이 느껴지는 듯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악몽을 꿀 때마다 손가락에서 손톱이 하나씩 빠져나가며 과연 10개가 모두 뽑혀 나갔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궁금증으로 독자를 이끌고 있다. 마치 보이저 1호를 쏴올리기 전 카운터를 세는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쉽사리 책장에서 손을 놓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야기가 몇 년에 걸친 것이 아닌 몇 일 동안에 일어나는 일인 만큼 빠른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10개라는 손가락 개수는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적절하게 보이는데 아마 작가는 사람의 손가락이 10개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소설에서 악몽을 꾸면 손톱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빠지는 설정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영화로 비유하자면 전자가 일본판 ‘링’이라면 후자는 ‘13일의 금요일’의 느낌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이 소설은 영화화 되어 올 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영진공 self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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