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직전 그들 (Just Before They Died)”, 고백의 힘을 믿기에 …

캄캄한 밤.
흉측한 모습으로 뒤집어진 자동차 내에 두 남녀가 보인다.
안전벨트에 간신히 의지한 여자는 거꾸로 매달려 있고
제대로 앉아있는 남자는 예리한 어떤 것에 가슴팍이 찔렸다.

큰 소리로 살려달라 외치면
여자의 얼굴은 터져버릴 듯 피가 쏠리고
남자의 가슴팍에선 꾸덕꾸덕한 피가 콸콸 쏟아진다.

살고 죽는 경계에 선 둘.

 


여자: 너 나 좋아한다며.
남자: 누가 그래?
여자: 수정이가.
남자: 아닌데.
여자: 아니야? 그럼말고…
여자: 나중에…사람들이 왜 너랑나랑 같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겠다
…..
……

여자: 내가 너 좋아해.

죽기직전… 뜻밖의 고백.

순간,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 두 다리로
자동차 문을 쾅, 내리 찬다.
커다란 쇠덩어리가 거짓말처럼 떨어져 나가고
남자는 여자를 꺼내 들쳐 업고 걷는다.
이게 바로 김영관 감독이 연출의도에 밝힌
힘 나는 순간!.

<죽기직전 그들> 은
처참함과 유머러스함을 뒤범벅한
감독의 재기가 빛나는 단편영화다.
미장센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
상영, 관객과도 만났다.

영화이기에 현실보다 희화된 면이 없지 않지만
이게 바로 단편영화의 묘미가 아닐까.

고백의 힘! 힘나는 순간! 을 부정하기 않기에.
별 네개.

영진공 애플

이북(e-book) 리더기의 미래는 과연 밝기만 한 것일까?

이북(e-book).
물 건너 바다 건너 아마존에서 대박 친 이후로 왕창 떴다. 그리고 요즘 IT 제조업 분야에선 이북 리더기가
최대의 화두다.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인터파크 같은 대형 서점에서도 이북 리더기를 만들겠다고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 바닥의 사람들조차 정말 궁금해 하는 건 이거다. 정말 이북 리더기에 밝은 미래가 약속된 걸까?
분명히 이북 전용 리더기에는 장점이 있다.  아마존 킨들의 서비스를 보면,
1) 수백 권의 서적을 단 하나의 단말기로 통합시킬 수
있고
,
2)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미국 어디서나 즉시 이북을 구입할 수도 있다.
얼핏 보기엔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아마존은 이미 아이폰용 킨들 앱도 내놓은 상태다. 요컨대 현재 시점에서조차 꼭 킨들 하드웨어를 구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킨들 하드웨어의 판매 대수도 MP3나 휴대폰 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아마존이 킨들을 팔아서 올리는 수익이 스티븐 킹 인세
수익보다 적다는 얘기가 있는데, 아주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다. 물론 아마존은 유통업체이니만큼 킨들 하드웨어로 수익을 올리지
못해도 일반 서적이나 온라인 서적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하드웨어 업체엔 불가능한 얘기다.
이북 리더기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살아남으려면 특징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걸 꼭 사야만 할 이유가. 그래서 그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바로 전자종이다.오늘날, 아마존 킨들을 비롯한 많은 이북 리더기는 디스플레이 패널로 e-ink의 전자 종이를 탑재하고 있다. e-ink는 크기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종이와 흡사한 느낌 때문에 이북에 적합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전력 소모량이 적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거다.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일단 전자종이는,
1) 컬러도 안 되고
2) 동영상도 안 돌아가고
3) 화면을 갱신하려면 2초 가까이 걸리는 데다가
4) 백라이트도
없어서 어두운 곳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당연히 전자종이를 탑재한 이북 리더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응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건 대체 뭐에 쓰는 거야?”
그리고,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게 대략 30만원 정도 한다는 얘길 들려주면, 사람들의 반응은 시큰둥한 수준을 넘어서 냉소적인 수준으로 가버린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라고? 너 미쳤냐?”
평범한 소비자들에게는 기술적인 장점을 입이 닳도록 설명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30만원대를 넘는 이북 리더기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해야 흑백으로 된 책을 읽는 게 전부라는 걸 말하는 순간, 이미 장사는 볼장 다 본 셈이다.

그 돈 주고 이북 리더기를 살
바에야 1) 온라인 서점을 이용하거나 2) 도서대여점에 가거나 3) 아니면 넷북을 한 대 사서 거기서 디지털 북을 보는 편이
낫다.
특히 요즘처럼 컴퓨터 하드웨어 가격이 떨어진 때라면 3)번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넷북 배터리도 어쨌든 2시간 정도는
버티는 데다가, 요즘은 왠만한 카페에서도 노트북 충전용 콘센트를 비치해 놓고 있으니까.

이북 리더기의 가격이 떨어지려면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전자종이 부품의 가격이 떨어져야만 한다. 그런데 현재 e-ink 패널을 제조하는 업체는 e-ink 본사를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한 대만 PVI와 한국의 LG
디스플레이 둘뿐이다. 그나마 LG 조차 대만 PVI에서 핵심 모듈을 받아다가 조립하고 있을 뿐, 사실상 시장은 PVI가
독점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돌 빠따, PVI는 지금의 이북 리더기 열풍을 타고 한 몫 챙기는 데 여념이 없다. 경쟁?
기술 개발? 가격 인하? 그런 거 다 뒷전이다. 어떻게든 한푼이라도 더 긁어가려고 혈안이 됐다. 그래도 뭐가 어쨌든 기술은 발전하고 부품 단가는 떨어질 게 분명하다. 언젠가는 전자종이에서 1) 컬러도 되고 2) 동영상을 보여줄 정도로 화면 갱신 속도도 빨라지고 3) 백라이트 같은 것도 들어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 그렇게 되면 – 전력 소모도 비약적으로 늘어날 거다. 반면에 LCD는 AMOLED 등이 발전하면서 전력 소모량이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그리고 그 시점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대체 왜 전자종이를 써야 하는 거지? 그 다음에 이어질 질문은 뻔하다. 이북 전용 리더기가 정말 필요한 걸까?
글쎄, 정말 모르겠다. 나도 알고 싶다.
불행히도 애서가를 자처하는 나조차도 이북 리더기 구입은 주저하는 편이다. 젠장, 기술적인 한계는 나도 이 바닥 사람이라 아주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하잖아?

하지만 한창 루머가 무성한 애플제 타블렛엔 주저하지 않고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그건 이북도 볼 수 있고, 컬러 동영상도 씽씽 돌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 누가 뭐래도 역시 –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니까!
영진공 DJ Han

“노팅힐”, 10년 전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그대로일까

Anna: Rita Hayworth used to say, ‘They go to bed with Gilda, they wake up with me.’ 리타 헤이워스가 말하곤 했어요. ‘그들은 길다와 함께 침대에 가고, 나와 함께 잠에서 깬다’고.
 
William: Who wa was Gilda?
길다가 누구죠?
(* 리타 헤이워스는 90년대 초반 유명 여배우. 그녀가 맡은 여 주인공 이름이 ‘길다’ )

Anna:
Her most famous part. Men went to bed with the dream and they didn’t
like it when they woke up with the reality. Do you feel that way?
그녀의 가장 유명한 부분이요. 남자들은 꿈과 함께 침대로 갔고, 현실과 함께 잠에서 깼을 땐 싫어했어요. 당신도 그렇게 느껴요?

William: You’re lovelier this morning than you have ever been. 당신은 그 어떤 때보다 이 아침 더 사랑스러워요.

안나와 윌리엄의 첫 섹스, 그 다음 날 아침 안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윌리엄, 당신의 환상이 깨지진 않았나요. 혹시 지금 이 현실이 싫진 않나요.  

‘지금 당신이 더욱 사랑스럽다’고 고백하는 윌리엄은 리타 헤이워스의 남자들이 그랬듯 ‘월드스타’ 와 ‘안나’ 사이의
현실을 언제쯤 바로 느낄까. 어쩌면 윌리엄도 안나의 벗은 몸을 두 눈으로 확인 수 있는 게 꼭 꿈만 같아서 잠시 혼동하는 게
아닐까.

William: It dose strike me as , well, surreal, that I’m allowed to see you naked.

영국의 포토벨로 마켓 풍경이 너무나 평화롭고 로맨틱하게 담긴 영화 ‘노팅힐(1999)’.
하지만  다시 읽은 영화 는 백
년해로 할 것 같았던 둘의 해피엔드가 어색하게 느껴져 마음에 잘 닿지 않았다.  스타와 일반인의 사랑이라는 영화적 상상력때문은
아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사랑이란게 깨지거나 혹은 다시 만들어져야하는 반복의 연속이란 걸 알아 버려서일 가능성이 크다.

안나와 윌리엄처럼 한눈에 반한 사랑은 단숨에 식을 수 있다는 걸. 헤어진 그들은 또 각자 다른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날
거라는 걸. 어쩌면 오랜 연인이 됐대도 자꾸만 닳아 없어지는 감정의 불씨를 잡아 두려고 애쓰며 살아갈 거라는 걸 이젠 조금 알
것 같아서 말이다.

영원히 평범치 못할 안나와 지극히 일상에 묻혀 사는 영국의 ‘허당’ 윌리엄의 저 찰나는 그저 인생의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감정의 절정쯤이 아닐까 싶다. 하긴 어떤 최고조의 순간을 경험했다는 자체만으로 인생은 아름답기 충분하다.

나에게도 찬란한 찰나의
순간이 올까. 혹시 지금은 아닐까. 

영진공 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