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sleuth, 2008) “남자는 말이 아니라 주먹인거다.”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남자 2명.


평점: Jack Wilson  


*** 스포일러가 있으니 유의하세요!!! ***



두 남자가 대화를 한다. 부인과 이혼해 달라며 찾아온 부인의 애인 ‘틴들’에게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이자 남편인 ‘앤드류’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이혼은 해줄 수 없네. 대신 내 보석을 홈쳐가게. 그 보석은 보험을 들어 놨기 때문에 난 보험금을 받게 되고 너는 그 보석을 팔아 돈을 얻게 되지. 그 보석을 가지고 내 부인과 함께 사라져.”




영화는 초반 분위기와 대사만 보자면 굉장한 트릭과 반전을 술마시고 오바이트 하는 김부장 마냥 엄청 쏟아낼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이 주가 되는 맞짱 심리극 영화 되시겠다. 문제는 요거이 데이트용 영화도 아니거니와 헐리우드 영화에 심취해 있는 친구를 데려갔다가는 원수지간이 되어 극장 밖을 나올 수 있는 위험이 다분히 있는 영화라 하겠다.




당 영화의 원작은 1970년대 연극이다. 이후 1972년 영화로 리메이크 되고 다시 이번에 재 리메이크된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1972년도에 ‘틴들’을 연기했던 마이클 케인이 이번에는 ‘앤드류’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마이클 할아버지가 ‘틴들’을 연기했든 ‘앤드류’를 연기했던 우린 영화만 재미있으면 장땡인데 이 영화 썩 관객친화적(?)이지는 않다.




원작이 연극이었던 만큼 영화도 상당히 연극적이다. 이게 뭔 말이냐면 당 영화의 등장인물이 딱 2명 나온다.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 엑스트라고 뭐고 아무도 없다. 배경도 앤드류의 집 안이 전부다. 처음부터 끝까지 둘이서 계속 말쌈하고 좀 치고박고 총 몇 번 쏘고는 영화의 막을 내려버리니 아무런 정보없이 심심해서 영화 한편 볼까 하고 찾았던 관객이라면 “차라리 집에서 잘 껄!” 하는 소리가 절로 읊어 질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둘이서만 논다


게다가 원작이 1970년대 작품이어서인지 영화 내에서 상대방을 모욕하는 수단으로 ‘동성애’가 나온다. 지금은 그 당시와 달리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우리 문화에서 ‘이런 게이 새끼야~’라며 상대방의 성정체성을 소재로 말싸움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공감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불편하기만 하다.




왜? 날 보니까 콧꾸멍이 벌렁벌렁 하나?


우리 같으면 그냥 남자답게 화끈하게 주먹질 몇 번하고 끝내면 될 것을 말이나 베베 꼬아서 던지고 힘들게 머리 굴려가며 상대방을 모욕하는지 의아스럽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은 신사의 나라 영국인 것을!


영진공 self_fish

 


나도 레즈물이 보고 싶다!!!



쪽팔린 고백부터 해보자.
끓어넘치는 피를 감당하기 힘든 시절, 솔까말 나도 야동 엄청나게 봤다.  하루라도 안 보면 사타구니에 진정제를 맞아야 했으니까.

그 시절 야동은 나에게 단순한 욕구충족 + 대리만족 뿐 아니라 불필요한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흥분을 해 버리는(버스에서 살짝 여성과 몸이 스친 것만으로도 발기가 된다든지 하는) 나의 왕성한 성욕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화성의 수분만큼은 있었다(…라고 변명한다.) 물론… 므흣한 목적이 화성의 수분을 제외한 다른 것들만큼 많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 시절,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보는 야동의 장르는(-_-;;)다름아닌 레즈물이었다. 그렇다. 남성이 등장하지 않는, 여성끼리의 성행위를 주로 다루는 레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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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금도 싫어하진 않는다

호오… 사진 참으로 므흣하다.. 흠흠.

암튼, 당시 내가 위와 같은 이쁜 녀성들이 사랑을 나누는 레즈무비들을 즐겨보았던 가장 큰 이유는, 남자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포르노라는 장르적 특성상 최소한 두 사람이 홀랑 벗은 상태에서 영화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털이 수북한 남자 배우의 몸을 어쩔 수 없이(!) 보아야 하는 것이 좀,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배 나온 대머리 아저씨들이 천사같은 여성들의 몸을 유린하는 내용이 많은 메이드 인 저팬 필름들은 지금도 보기가 많이 괴롭다…그건 고문이지..) 물론 금기를 깨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보다 보면 여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것이 금기라는 생각 자체가 안 들어버리기 때문에 … (도대체 얼마나 본 거냐…)

암튼, 누구에게도 대 놓고 “제 이름은 없다구요. 취미생활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당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야동을 보는 것이구요. 그 중에서도 레즈물을 좋아라 합니다. 회사는 SOD를….”이라는 식으로 나의 이런 취향을 말함으로서 사회적 매장을 초래해 본 경험은 없지만,

내가 위와 같은 영상물을 보는 것을 즐기고, 므흣해하고, 심지어는 모으기(!)까지 한다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죄라거나, 죄가 될 수 있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불법 공유라는 것을 지적한다면, 죄가 맞지만 …(지금도 모으냐구요 …? 슬프지만 지금 저는 그때처럼 펄떡펄떡하지는 않는군요. 그래도 가끔은 봅니다. 추석맞이 행사 정도로.)

나를 즐겁게 하는 행위가 다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고, 머리가 미쳐 돌아가 길거리에서 손잡고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죄다 레즈비언으로 본다거나 하는 식의 행동을 한 적도 없으니까. 이 대목에서 다시한번 포르노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싶어지지만 … 일단 본론으로 돌아가자.

올해들어 유난히 남성 동성애, 그러니까 게이에 관한 문화컨텐츠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미 개봉해서 여성관객 점유율 86%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 [앤티크],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소년, 소년을 만나다.] [쌍화점]등 스크린을 채우는 영화들과 10월에 막을 내린 [쓰릴 미]와 같은 뮤지컬도 그렇다.
[바람의 화원]이나 [커피프린스]처럼 남장여자와 남자의 로맨스를 다룬 드라마들은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동성애 코드가 이미 일반 대중에게 별 거부감없이 먹혀들어갈 수 있다는 결론을, 단편적으로나마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 보아도 무리가 없겠다.

하지만 왜 남성 동성애 뿐인지.

세상은 넓고, 동성애자들은 많고, 그 중에 절반은 여성 동성애자일텐데. 왜 남성 동성애만 이렇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심지어는 환영받는지에 대해선 참으로 궁금하다.


만드는 쪽에선 이 질문에 대해 이미 준비된 대답이 있을 듯하다.
“돈이 되니까 그렇지.”

[앤티크]를 보러 온 수많은 여성관객들이 전부 동성애자로서 동성간의 사랑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얻었다거나, 동성애자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현상을 직접 만들어냄으로써 동성애자들의 사회적 인권 발현에의 참여의지를 보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은 “재미”와 “흥미”를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았고, 만족을 느꼈다.  그럼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기도 이미 대답은 나와 있는 듯 하다. 주변에서 [앤티크]를 보았다는 여성분 아무나 붙잡고 한번 물어보라. 대충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꽃미남에 몸 좋은 애들이 넷이나 나오니까.”

아 물론, 좋은 원작이 있고 좋은 이야기가 기본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고, 거기에 때마침 꽃돌이 네명이 질서있게 배치되어 있으니 금상첨화라는 이야기를 줄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잘생긴 남자들이 넷이나 나와서 지들끼리 알콩달콩 사랑도 하고, 사랑하다보니 뽀뽀도 하고, 지켜보는것이 므흣해서, 그래서 극장을 찾았다고 한들, 그것이 흠이 될까? 매력적인 이성을 지켜보는 것이 영화감상의 목적이 된다 한들, 그게 왜 잘못이란 말인가.
 

[앤티크]는 본격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영화는 아니다. 가볍게 거부감이 없는 정도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그 가벼운 동성애는 여성으로 하여금 여러 부분의 환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비된다. “꽃미남”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도구를 통해서 말이다.

누구도 이것을 남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남자끼리 키스하는 것을 보면 거북해지는 남자인 나 또한 보기 편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남성들이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휘바람을 불며 박수를 치는 여성들을 변태로 몰아붙이거나 야유를 날릴 생각은 전혀 없다.  나 또한 나의 환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레즈물을 보았지만, 난 전혀 변태가 아니니까.

그렇담 꾸물꾸물 솟아나는 생각. 나도 욕망을 충족시켜보고 싶다. 코딱지만한 컴퓨터 화면에서 이름도 모르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불러주기도 민망한 포르노는 더 보고싶지 않다. 나도 당당하게 극장에서 김혜수와 손예진이 연인으로 등장하는 (생각만으로도 환상적이다…흠냐…) 레즈영화를 보고 싶다. 여성 동성애에 대한 깊은 고찰이나 고민을 함께할 능력은 안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 환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의사는 있다.(그리고 DVD한정판을 사기위해 교보문고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다 새치기 하는 녀석이 있으면 허리를 반대로 접어버릴 용의도 있다.)

그러니까 좀, 만들어 줘!! 나도 당당하게 레즈영화 보고 싶단 말이다!!!

영진공 거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