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네이쳐”, 문명과 야만의 차이가 있긴 한걸까?

불의의 재해로 소중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티인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 감독: 미쉘 공드리

* 출연: 팀 로빈스, 패트리샤 아퀘트, 리스 이판, 미란다 오토

아프리카 원시부족을 찍은 프로를 볼때면 마음을 쓸어내린다. 아…졸라 저런 야만스런 곳에서 태어나지 않아 정말 다행이얌. 안도감에 맥주를 한모금 꿀꺽 삼킨다. 하지만 뱃속에 차오르는 탄산가스처럼 생각들이 머릿속에 차 오른다. 우린 분명 저들보다 백만배는 문명화 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어째서 주변엔 아프리카 깡촌 부족도 기겁하고 도망갈 야만스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대체 문명과 야만이란 무엇일까.


영화는 온몸에 털이 자라는 여자 라일라, 어려서부터 절제와 통제된 생활을 통해 예의바른 과학자로 자란 나단, 그의 여자 조수인 가브리엘, 야생에서 자란 원시인 퍼프. 이 네 명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문명과 야만, 본능과 통제와 같은 화두를 냅다 던지고 있다. 이야기의 가장 큰 뼈다귀는 과학자 나단이 원시인 퍼프에게 문명을 주입시켜 예의바른 문명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 요거요거 어디서 많이 보던 캐릭터 아닌가. 자신은 본능에 충실하면서 국민들은 통제하려는 위정자들의 모습. 호랭이가 담배피던 시절부터 설치류가 대통령 해먹고 있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들 말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퍼프가 나단에게 소리를 지르며 이렇게 얘기한다.

“말은 내가 해!”



맞다. 말(문명)은 권력이다. 힘이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다. 동시인지능력이란 단어를 모르면 찌그러져 있어야 하며, 영어를 못하면 찌그러져 있어야 하며, 손으로 음식을 먹는 문화는 포크질 하는 문화 앞에서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 문명은 힘 있는 자에게서 힘 없는 자에게로 흘렀으며 법과 제도는 힘 없는 다수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쓰였다. 언제 어느 시대나 힘 있는 자는 문명을 다스리고 강제했다. 정작 자신은 호르몬에 취한 짐승처럼 마음껏 날뛰면서 말이다.



어째 다루는 소재가 본고사 논술문제스럽긴 하지만 영화는 소화불량 없이 재밌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감독은 미쉘 공드리요 각본은 찰리 카우프만이다. 자기 분야에서 천재 소리를 듣는 두 사람이 만나 만들었던 영화가 바로 재기발랄한 영상과 이야기로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뜨렸던 이터널 션샤인이 아니던가. 그러니 재미없을것 같다는 걱정일랑 고이접어 나빌레라~ 보고나면 머릿속에 포만감도 느낄 수 있는 일석이조 영화 되시겠다.


덧붙여 당 영화는 <이터널 선샤인>을 찍기 전에 만들었던 미쉘 공드리의 장편 데뷔작이자 찰리 카우프만과는 처음 입을 맞춘 영화다.


영진공 self_fish

<이터널 선샤인>, 나를 기억해 줘

“발렌타인데이는 카드회사가 만든 날로 사람들 기분을 엿같이 만든다. ” –조엘-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조엘은 회사를 땡땡이 치고. 몬타우크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는 서로의 존재 자체를 잊게 되지만 한때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던 클레멘타인과 조엘이 등장한다.  이들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에서 둘만의 속삭임을 영원히 삭제하는 것으로 사랑, 그 끝의 뼈아픔을 달래려 한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기억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기억을 삭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조엘은 슬픔에 휩싸인다. 그리고 자신도 역시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한다.

조엘은 마지막으로 그녀와 함께 한 시간들을 회상하고, 영화는 이야기의 그곳부터 시간을 거꾸로 거스르며 그들의 숨막힐 듯한 사랑의 순간을 보여준다.

오늘 밤이 지나면 넌 내 기억에서 사라져.
어떻게 나를 먼저 지울 수 있니.

그렇게 조엘은 기억 속의 클레멘타인과 재회하게 된다.  수 많은 추억들은 삭제되고, 그녀와 달콤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이 그에게 와 닿는다. 그리고…

“제발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주세요.”
“취소할래요. 내 말 들려요!!”
소리쳐 보지만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

조엘은 발렌타인데이날 몬타우크로 향한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그리 기분파도 아니면서 그저 아침에 눈을 뜰때 찝찝했을 뿐인데..라고 주절이며 클레멘타인을 처음 만난 그 곳으로 걸음하게 되는 조엘.

그는 몬타우크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바로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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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일지 모른다는, 잊었던 순수와의 만남이 황홀하다.

그러나, 현실은 …


영진공 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