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그걸 손에 넣기까지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오만방정을 떨어댔다. 이건 그냥 사진 보고, 동영상 보고, 이북 보고, 만화책 보면서 노는 데 딱 좋은 물건이에요. 보세요, 쓱쓱 벗기고, 쭉쭉 벌리고, 얼마나 좋아요? (어머, 왠지 야하네요) 아무튼 괜한 뻘짓 하겠다고 깝치지 마시라고요, 손님.
그러다 결국 미국에 지사를 둔 회사에 이사로 재직 중인 지인이 아이패드를 산다기에 같이 얹혀서 성공했다. 결국 손에 넣기까지 한 달 이상 걸렸다. 빌어먹을 애플 같으니라고, 재고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아, 하긴, 그렇게 불티나게 팔리니 별 수 없겠지. 부러워 죽겠다, 젠장.
그야….. 이건 업무용이 아니니까…..
그래도 아이웍스 같은 게 있지 않냐고? 아, 물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걸로 문서 작업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당장은 한글 입력도 안 되니까. 설령 한글 입력이 된다 할지라도, 24인치 모니터를 피봇시켜 놓고 리얼포스 키보드로 글을 입력하는 것보다 감동적인 경험이 될 리는 없고, 그보다 편리할 리도 없다.
그렇다면 승용차의 역할은 뭐가 차지할까? 타블렛? 아니, 그럴리 없다. 앞으로 개인 컴퓨팅 환경의 중심은 스마트폰이 될 게 뻔하다.
아무리 잘 봐줘도 중대형 승용차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자전거? 아니면 퀵보드? 롤러 스케이트? 글쎄, 최소한도 경차 정도는 될 것 같다.
처음에는 아이패드를 보면서 뻥튀기한 아이폰 아니냐면서 비웃던 사람들은 표정이 싹 바뀌고 말았다(애플 타블렛에 비관적 전망을 내 놓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종류의 시장 – Nerd도, Geek도, 오타쿠도, 오덕도 아닌 평범한 게으름뱅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졸라 단순하면서도 졸라 시크한 타블렛”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업체들은 서둘러 “졸라 캐단순한데 애플보단 조금 덜 시크한 타블렛”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 …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애플보다 시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B&O 정도밖에 없을 텐데, 거긴 타블렛을 안 만들잖냐.
후발주자들은 – 삼성을 포함해 – 애플의 성공에 자극받아 종업원들을 다그치며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속도전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별 거 있냐, 대충 안드로이드 OS 얹고, 최신 CPU 넣고, 새끈하게 AMOLED 박아넣고, 이러면 애플보다 좀 더 잘 팔리지 않겠어? 잠깐만 … 근데 그거 아이폰을 상대로 맞짱 떴을 때의 전술을 되풀이하는 거 같은데?
아무튼 시장이 크다면 별 문제 없다. 대충대충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팔릴 테니까. 하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작다면? 타블렛 업체들은 일찌감치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타블렛은 MS가 하든 애플이 하든, 똑 같이 대책없는 제품”이란 개념이 굳어지게 될 것이다.
분명한 건, 지금 당장은 애플이 장사를 정말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이랄까. 아아, 그래 … 아이패드, 이놈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지상 최강의 야만화 뷰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