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행성”(The Last Colony, 2007), 인류의 존망을 건 은하 농촌대전의 흥미진진한 결말


 

⊙ 저자: 존 스컬지
역자: 이수현
펴냄: 샘터

올해 들어서야 뒤늦게 접하게 된 존 스컬지의 두 작품 [노인의 전쟁][유령여단]을 읽고서 아직 출간되지 않은 마지막 권을 춘향이의 마음으로 기다리기를 3개월. 드디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인 [마지막 행성]이 택배 아저씨의 손에서 내게로 건네지는 감격적인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3부 [마지막 행성]은 앞선 [유령여단]에서 뿌려놓은 떡밥에서 예상하듯 콘클라베라는 범우주적인 외계인 동맹집단과 우주개척연맹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상대의 규모가 규모이니 만큼 이야기는 그야말로 전 우주를 배경으로 한 폭풍같이 몰아치는 우주대전의 양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함께 그 정도의 스케일을 어떻게 한 권 분량으로 끝낼지에 대한 우려스러움이 있었다.

하지만 존 스컬지는 이런 나의 개밥에 도토리 같은 우려를 블랙홀로 던져버리고선 범우주적 스케일의 이야기를 작은 농촌행성의 전원일기스런 스케일로 축소시켜 놓는다.

이는 전 우주를 미친년 널뛰기 하듯 뛰어다니므로 해서 물을 너무 많이 탄 라면국물 마냥 싱거워졌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작은 개척행성에 알토란 같이 집중시킴으로 해서 진한 곰탕국물과 같은 구수한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덕분에 마지막 권은 그 거창한 이야기에도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한 권의 분량에 맞게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으면서 작가를 따라 우주 변두리까지 따라와준 독자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두 번째 권에서 잠깐 자제했던 작가의 유머 본능은 마지막을 앞두고 찬란히 폭발하는 초신성처럼 이번 작품 곳곳에서 뻥뻥 터트리고 있다. 특히 주인공 존 페리와 그의 수양딸 조이가 주고받는 냉소 섞인 만담은 [은하영웅전설]에서의 양 웬리와 양아들 율리안의 만담을 떠오르게 한다.

게다가 대체 암내 나는 행성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운명을 건 싸움이라니. 주인공들을 암내 지옥으로 던져놓은 존 스컬지의 악취미에 경의를~


신을 엔진삼아 우주선을 움직이는 독특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데 …


훌륭한 작품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 존 스컬지의 새로운 작품들을 이후에도 국내에서 보았으면 하는 기대와 함께 이야기의 외전 격인 [조이의 이야기Zoe’s Tale]와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2009년작 [신의 엔진The God Engines]을 출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제발~

영진공 self_fish

“유령 여단”(The Ghost Brigades, 2009), 애어른들의 군대 이야기




* 저자: 존 스컬지
* 역자: 이수현
* 펴냄: 샘터

1부 [노인의 전쟁]이 회춘한 노인들의 군대 이야기였다면, 2부 [유령여단]은 애어른들의 군대 이야기다. 1부 끝물에 등장했던 일당백의 살인기계들인 ‘유령여단’의 눈물겨운 활약상이 전작에서 주인공과 이런저런 관계였던 ‘유령여단’ 제인 세이건의 반가운 얼굴과 함께 펼쳐진다.

작가는 ‘유령여단’을 어느 부위인지도 모를 싸구려 대패 삼겹살처럼 여러 사람의 DNA를 모듬한 신체에 의식을 주입해서 만든 인간들로 그리고 있다. 이들의 이런 독특한 제조방법(?)은 그들의 주옥같은 활약과 함께 자연스레 ‘의식’이란 철학적 소재가 따라나오게 만든다.

이런 ‘유령여단’의 대척점에 서있는 존재로 ‘오빈’이란 종족이 등장한다. ‘콘수’라는 초지능종족이 의식을 제거한 체 지성만 주입하여 만든 종족으로 그려지는데 작가는 ‘지능’만 존재하는 종족을 자의식이 없는, 어떤 ‘욕구’가 없는 존재로 묘사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자의식(영혼)이란 ‘창조’며 ‘욕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오빈’종족은 똑똑하지만 그 지식을 이용해 다른 것을 창조하지 못하며 무엇에 대한 욕구가 없는 존재다. 즉 일종의 움직이는 컴퓨터 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 덕에 ‘오빈’종족은 작품의 주된 악당중 하나임에도 별다른 존재감이 없는 반면 돌맹이 주제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 ‘유령여단’ 소속의 한 군바리들은 짧은 등장에도 많은 대사빨과 함게 자신의 등장을 어필한다.


그러나 작가는 컴퓨터와도 같은 ‘오빈’종족이라 설정했음에도 정작 영혼을 ‘갈망’하고 있는 존재로 그리고 있으니 모순된 설정이 아닌가 싶다.

작품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인류를 외계인 나부랭이에게 팔아먹으려는 과학자 ‘샤를 부탱’으로 인해 좀 매우 많이 곤란해진 우주개척연맹의 처지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샤를 부탱’의 복제된 의식을 DNA모듬신체에 주입하여 만든 ‘재러드 디랙’이란 유령여단 군인을 이용해 ‘샤를 부탱’의 음모를 까발리고 황천길로 보낸다는 줄거리다.

‘샤를 부탱’의 음모가 밝혀지면서 덩달아 우주개척연맹의 존재와 음모도 조금씩 밝혀지는데 죽기 전에 알을 까는 바퀴벌레마냥 3부에 대한 떡밥을 대량 살포하며 끝을 맺는다. 덕분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밀려오는 것은 뿌듯함과 감동보다는 MBC뉴스의 폭력성 실험장면처럼 ‘앗, 씨발. 3권은 언제 나오는거야!’라며 아쉬움에 울부짓게 만든다.

다행히도 인터넷을 불꽃검색한 결과 번역가가 1월에 초고를 완성했다고 하니 올해 중순에는 3부[Last Colony]의 낯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얌전히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려보자.

출처:유령 여단(The Ghost Brigades, 2009) – 애어른들의 군대 이야기


영진공 self_fish


“노인의 전쟁”(Old Man’s War, 2007), 균형추 없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하다니 무서운 놈들이군!




저자: 존 스컬지

역자: 이수현
펴냄: 샘터

제목에 대한 편견은 참으로 뿌리가 깊었다. 하인라인도 울고 갈 작품이라는 찬사가 들려옴에도 전혀 흥미가 발기되지 않는 ‘노인의 전쟁’이라는 제목 때문에 오래도록 외면하고 있었다. 게다가 후속작 마저도 ‘유령여단’이라는 것을 알고 유치뽕짝 쌈마이스러운 제목에 내 흥미는 36차원 공간으로 상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어느 볕 좋던 마감 한때, 일은 안하고 인터넷 서점 따위를 방황하며 내가 놓쳤던 SF작품이 있었던가 뒤지던 중 다시 ‘노인의 전쟁’이 눈에 띄었다. 대체 무슨 이야기인데 제목이 요따위 인데도 재밌다고 난리인가 싶어 별 기대없이 책소개글을 읽었다가 곧바로 결재버튼을 누르고 택배 아저씨를 목 놓아 기다려야만 했다.

일흔다섯에 사망신고를 하고 난 후에야 입대할 수 있는 CDF(우주개척방위군). 아내를 병으로 떠나보낸 주인공 늙은이 존 페리가 CDF에 입대해 다시 젊어진 몸을 받아 들고 은하 저편의 전쟁터로 냅다 뛰어들어 앞길을 막는 외계인 무리들을 차근차근 인수분해 시켜버리는 배달의 기수 은하계 편스러운 이야기는 작가의 맛깔나는 글솜씨와 어우러져 책장에 참기름이라도 발라놓은 냥 술술 넘어간다. 특히 이야기 초반 독자의 호기심에 불을 지르는 CU(우주개척연맹)과 CDF란 조직의 미스테리한 설정은 책장 넘기는 속도에 가속도를 더하게 한다.

CU와 CDF는 지구의 통제권을 벗어나 있는 초월적인 단체로서 지구를 보호해주는 대신 우주 개척과 개척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외계인과의 전투를 담당하고 있다. 이 두 조직은 철저히 비밀에 쌓여있으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역시 지구의 과학기술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 기술의 세부사항을 알지 못한다는 설정이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CU가 엄청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음을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가늠할 수 있게 할 요량인지 ‘우주 엘리베이터’를 들고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양전하 입자포를 가졌느니 반물질 폭탄을 가졌느니 하며 밑도 끝도 없이 뻥 뛰기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현재 연구되고 있는 것에 약간의 허구적인 설정을 가함으로서 현실적으로 가늠할 수 있게 만들어 독자들의 아래턱을 더 크게 낮추는 효과를 발휘하였다고 생각한다.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ii,1857~1935)




SF팬들은 이미 알겠지만 우주 엘리베이터는 아서 클라크의 ‘낙원의 샘’에서 등장한 적이 있는 아이디어다. 그럼 아서 클라크 할아버지의 오리지널 아이디어일까? 아니다. 이 재기발랄한 구상은 1895년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Konstantin Tsiolkovskii가 지상에서부터 정지 궤도까지 탑을 세우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60년 러시아의 기술자인 유리 아르크타노프Yuri Artsutanov가 정지 위성에서 지구 표면으로 케이블을 늘어뜨리는 구상을 발표하였고 아서 클라크는 이것을 차용해 소설에 삽입한 것이다.


 


유리 아르크타노프(뒤)와 아서 클라크(앞).





우주로 나가는 데는 큰 비용이 든다. 그런데 그 비용의 대부분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는데 쓰이는 만큼 엘리베이터 같은 걸로 지구 중력권만 벗어나도 우주여행의 비용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그래서 현재 NASA를 비롯 미국과 일본, 유럽등 몇몇 나라와 과학자들이 우주 엘리베이터를 현실화하기 위해 회의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노인의 전쟁]에서도 군입대자와 개척민들을 태우기 위해 우주 엘리베이터의 정지궤도 정거장 주위에 우주선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를 가로막는 별처럼 많은 문제들 중 하나는 케이블의 소재이다. 철을 가지고서는 아무리 가늘게 만들어도 스스로의 무게 때문에 13~20km 정도의 길이에서 끊어진다. 즉 비중이 작고 강한 소재가 필요한데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탄소나노튜브다. 이론적으로 탄소나노튜브의 이상 강도가 정지궤도와 지상을 연결하는 데 충분하다고 하니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연구 중인 우주 엘리베이터.
[노인의 전쟁]에서는 균형추가 없는 우주 엘리베이터가 등장한다.


[노인의 전쟁]에서 작가는 CU의 엄청난 기술력을 나타내기 위해 CU가 우주 엘리베이터를 만들었다고 설정한다. 그리고 이 엘리베이터의 케이블 재료라던가 연료, 작동방식등은 비밀로 둠으로서 CU를 언빌리버블한 조직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 중 특이한 점은 우주 엘리베이터에 균형추가 달려있지 않다는 설정이다. 정지궤도에 위치하고 있는 정거장의 위쪽에 떠있는(?) 것이 균형추인데 중력이 아닌 원심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림 상으로는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균형추가 필요한 것은 정지궤도에 정거장이 위치해있어도 지상과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의 무게 때문에 지상으로 추락할 수 있다.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 우주를 향해 길게 균형추를 달아놓음으로서 원심력을 받아 위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함으로서 정거장이 추락하지 않게 하며 케이블을 탱탱하게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CU는 이 균형추가 없이 어떤 외계의 기술을 이용해 우주 엘리베이터를 지탱하게 만들었다고 하니, 소설 속 과학자 할아버지도 놀라고 책을 읽던 나도 놀라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메인스토리 만큼이나 베일에 쌓여있는 CU와 CDF 조직의 실체와 관한 이야기에도 흥미가 가지만 작가는 이야기 초반 이후로 이 조직들에 관한 이야기를 쥐똥만큼도 하지 않는다. 보아하니 다음 편 ‘유령여단’에서도 마찬가지 인 듯한데 3편에서는 말해줄까 기대해 보지만 2편이 국내에 출판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나온다 해도 올해 말이나 나올 듯하다. 그래도 1, 2편이 제법 팔렸으니 3편도 출판은 해주겠지?! 노심초사 기대해 본다.




영진공 self_fish


 


p.s 뒷표지에 스포일러를 써놓는 끔찍한 짓을 자행한 것은 대체 출판사 어느 인간의 대뇌피질에서 나온 몹쓸 아이디어란 말인가. 작가가 독자에게 주는 깜짝 선물을 이따위로 뭉개 놓다니 블랙홀로 던져 버릴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