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TV, 과연???

남이 만든 걸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처럼 추해 보이고, 쓸데 없는 짓거리도 없다. 맞으면 본전이고, 틀리면 바보 되는 거니까. 평론가란 직업의 대부분은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도 평론가란 직업은 사라지지 않는다. 왜? 추해 보이고, 쓸데 없는 짓거리도 때로는 필요한 거니까.

어쨌든, 오늘 나는 구글 TV에 관해서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이다.
구글이 ‘구글 TV’를 발표할 거란 예상은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사실 별로 신기한 아이디어도 아니다. 적당히 VOD를 보고, 적당히 웹질 하고, 적당히 게임 하고, 적당히 이거저거 다 할 수 있는 셋탑 박스와 TV를 결합시키자는 아이디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진화시켜 그런 자리를 차지하려 했었고, MS는 엑스박스를 들이밀었다. 애플은 iTV로 살짝 간을 봤고.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다. 거실의 거대한 테레비 화면으로 웹 서핑을 하고 싶은 사람은 분명히 있을 거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구글이 원하는대로 웹 앱 스토어에서 SNS나 게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즐기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여기엔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TV가 수동적인 디바이스라는 사실이다.
통근전철 안에서 휴대폰을 만지작대는 사람들을 보면 게임을 하는 사람이 반, DMB를 보는 사람이 반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앱 스토어에서 게임을 찾아 다운받고 하는 건 나름대로 귀찮은 일이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득세를 부려도, 그 기능의 반의 반도 쓰지 않은 채, 멍하니 DMB 화면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게 앱 스토어에서 삽질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니까.
거실 TV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소파에 길게 누워 하품을 하며 미친 듯이 채널을 돌리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행동 패턴일 것이다. 케이블 셋탑 박스에 VOD 기능이 있어도, 그걸 써서 영화를 찾아보거나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해야 하지? 채널만 돌려도 충분한데 말이야.
최근에 나는 거실 TV에 베어본 PC를 조립해 연결했다. 그리고 HTPC로 활용하기 위해서 XBMC로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놨다. 그러나 한 달 정도 지난 현재, 그 컴퓨터는 홈 서버 겸 야동 FTP 서버로 전락해 버렸다. 컴퓨터라는 건, 아무리 편해졌다고 해도, 사용자의 끊임없는 주의와 간섭을 필요로 하는 능동적인 디바이스다. 요컨대 TV 리모콘을 누르는 것보다 훠어어어얼씬 불편하다는 얘기다.

TV 와 연결하는 능동적인 디바이스 중에서 성공을 거둔 건 게임기 정도다. 소니나 MS가 게임기를 중심으로 거실 점령 전략을 세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게임기에서 원하는 건 게임일 뿐, 다른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소니의 블루레이 올인 전략도, MS의 엔터테인먼트 확장 전략도,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 컨셉을 내세운 닌텐도 wii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구글 TV를 다시 돌아보자. 아마 구글 TV의 형태는 안드로이드 OS 셋탑 박스나 또는 이걸 내장한 TV 본체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웹 서핑을 할 수 있고, 웹 앱 스토어에서 이거저거 다운받아 볼 수 있고, 유튜브도 볼 수 있고, 당연히 폰튜브(porntube)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와, 이거 정말 스마트한데? 근데 … 이걸 왜 TV에서 해야 하지?
그렇다. 이미 컴퓨터가 몇 대씩이나 굴러다니는 세상이다. 통근 중엔 휴대폰으로 웹질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멀쩡한 컴퓨터를 놔 두고 TV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다. 거실 TV로는 두산이 엘쥐를 박살내는 야구 중계를 본다거나, 아니면 한국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발라버리는 축구 중계를 본다거나 해야지! 아니, 그게 아니지….. 마눌님께서 드라마를 보셔야 하니 그쪽에 양보해 드려야지. 가끔은 친오빠와 연애질을 하는 계집애가 나오는 막장 드라마도 괜찮겠지, 뭐. 마침 그 계집애도 내 취향이었고 하니 …
아무튼 그렇다. 소니가 구글에 줄을 서는 이유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기대했던 PS3 매출도 시원찮고, 가전 시장에서도 연신 삼성과 LG에 두들겨맞는 작금의 상황에선, 뭐든 하나 건져야 하니까.
하지만 어쨌건 의문은 남는다. 과연 이게 성공할 것인가?
글쎄, 마눌님께서 TV 리모콘을 포기하신다면 성공할지도 모르지!

영진공 DJ Han

텔레비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집 텔레비전은 Goldstar였다. 텔레비전을 처음 집에 들이던 당시로는 비디오 데크가 장착돼 있고, 덩치가 큰 나름 고급형이었다. 그건 우리 돈으로 산 것이랄 수도 있고, 아니랄 수도 있었다. 엄마가 누군가에게 빌려준 돈 대신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LG 가전제품 팬인 엄마의 영향을 받아, 나 역시 LG 제품을 좋아한다. 엄마의 애정이 오랜 경험에서 얻은 신뢰라면, 내 애정은 어딘지 막연한 애정일 뿐이지만은. 여하간 나는 우리집 텔레비전도 좋았다. 화면 아래 박힌 Goldstar 마크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그 텔레비전을 오랜 시간 사용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고,  그 사실이 좋았으며, 무엇보다 모두가 Goldstar 제품을 쓰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일어났던 거라. 심지어 Goldstar가 LG로 바뀌고, 그러면서 지금의 빨간 심볼-사람 얼굴을 닮은-을 알리는 신문 전면광고를 흥미롭게 살펴보던 순간까지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제 그 텔레비전을 떠나보냈다. 온가족이 휴일이라 모처럼 다함께 집에 있던 오후, 새 TV를 들고 온 기사님이 가져가셨다.

“리모컨도 드릴까요?”
“아뇨, 어차피 폐기처분 하니까요.”

알고야 있었지만 막상 ‘폐기처분’이란 말을 실제로 들으니 그렇게 서운할 수가. 보내면 안 될 곳으로 떠나보내는 심정이여.

이윽고 기사님이 낑낑거리며 덩치 큰 텔레비전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이건 추억의 리모컨이 됐구나.”

아쉬운 건 마찬가지인 엄마가, 리모컨을 버리지 않고 서랍장에 넣어두셨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새 디지털 TV 앞에 모여 “으악, 모공이 보여”, “으악, 편성표가 나와”, “으악, 이걸로 보니까 저 남자 꽃미남이었어!” 하며 법석을 떠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갑자기 지출하게 된 TV 값에 대해 아쉬워 하셨는데, 마침내 묘안을 떠올리고 흡족해하며 말씀하셨다.

“너희들,  이제부터 시청료를 내거라.”
컥.

이 글을 쓰고 있자니 훗날 언젠가- 저 새 TV를 교체할 때엔 어제같은 서운함은 없을 것이다, 덩치부터 든든하던 예전 놈과 달리 저 새낀 얍실해서 정이 갈 것 같지도 않아, 게다가 그만큼의 추억을 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라던 생각이 흔들리네. 그때는 또 어제 우리 가족의 모습부터 떠올리게 되려나.

여하간 아, 어제 보낸 것들에게 잠시 인사해야겠다. 안녕 텔레비전, 안녕 아날로그 시절, 안녕 Goldstar…!
 


영진공 도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