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세일 (Solar Sail), 해가 떴다. 돛을 펼쳐라~!



 
얼마 전 국내에선 저 하늘의 별이 되기를 바랬던 나로호가 바다로 추락하며 값비싼 고기밥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그 나로호 대부분의 기술들이 러시아에서 사온 거라 잔해수거마저도 러시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옆동네 일본에선 일본을 넘어 과학계에 의미 있는 로켓 H-2A가 5월 22일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발사되었다.


일본. 축하한다~!



 


이름부터 로켓스러운 H-2A라는 로켓이 과학계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냐고? 이 로켓에는 2년동안 금성 주위를 선회하며 조사할 금성탐사선 ‘아카츠키’와 솔라세일(solar-sail)실험선 ‘이카로스’가 탑재되어 있다. 그 중 금성의 비밀을 밝혀줄 ‘아카츠키’의 활약도 중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카로스’라는 실험선이다.



솔라세일에 관해선 예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빠삐용에 관한 포스팅 ‘빠삐용을 통해 본 과학’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간단히 말해 바다 위 돛단배가 바람의 압력으로 나아간다면 우주돛단배는 빛의 압력을 이용해 나아가게 만들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다. 얼핏 허무맹랑한 이 아이디어가 머리 밖으로 나와 실현된 것이 ‘이카로스’인 것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한
이카로스IKAROS(Interplanetary Kite-craft Accelerated by Radiation Of the Sun)


빛이 물체를 미는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 압력은 너무나 약하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저항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빛의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면 결과적으로 무거운 물체도 움직이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 태양빛을 받아 나아가는 돛을 ‘솔라세일(solar-sail)’이라 부른다.



이런 솔라세일 계획에 필요한 것은 가볍고 튼튼한 돛이다. 빛의 압력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돛은 되도록 가벼워야만 한다. 하지만 돛이 가벼워질수록 강도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우주란 곳이 풀 뜯는 소만 없다 뿐이지 굉장히 평화로운 곳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매우 험악한 곳이다. 우주 공간에는 강렬한 자외선과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이 날아다니며 특히 태양빛에 노출될 돛은 빛을 받는 부분과 받지 않는 부분의 급격한 온도변화도 견뎌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을 견딜 가볍고 튼튼한 소재를 큰 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돛의 소재가 절실했다.



최근 폴리이미드(Polyimide)라는 소재를 이용함으로서 이러한 돛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 소재는 휘는 성질이 있으며 영하 260도부터 영상 550도까지의 극한 온도변화에서도 성질이 잘 변하지 않는다. 전기적 절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돼도 형태나 기계적 물성의 거의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당 1만 7000㎏의 하중을 견딜 만큼 강도도 세다.


팔방미인 폴리이미드란 놈은 일찍이 1965년 탄생하여 우주항공 및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찍었던 닐 암스트롱의 우주복과 달착륙선에도 이 폴리이미드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 그 사용범위가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컴퓨터 CPU를 비롯 자동차 엔진 주변 부품의 소재로도 쓰이며 최근엔 휴대폰 및 LCD패널 안에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폴리이미드를 이용해 만든 이카로스의 돛의 두께는 7.5마이크로미터다. 머리털 굵기의10분의 1 정도밖에 안되는 두께로 그 덕택에 200㎡의 넓이에 달하는 돛의 무게는 15kg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큰데 무게는 15kg밖에 나가질 않는다. 물론 가운데 깡통(?)은 제외한 무게다.



하지만 솔라세일을 실현하기 위해선 또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돛이 펴진 상태에서 우주로 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꾸겨서 로켓에 실어야 하는데 이렇게 접힌 돛을 우주공간에서 어떻게 펼치는가였다.

누가 우주에서 로켓을 받아 손으로 고이 펴서 깔끔이 다림질 해서 날려주면야 좋겠지만 인건비가 만만치 않을거고, 그냥 우산 펴듯 팍팍팍 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또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가볍게 만들려고 그 비싼 폴리이미드로 머리카락 두께보다도 얇게 만들었는데 우산처럼 펴지게 만들려면 뼈대가 굵어져 무거워지기 때문에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얇게 만들면 휙 구부러져 버리고……

그래서 마침내 제시된 해결책이 원심력이다. 이번 ‘이카로스’ 실험의 최대의 목적은 원심력을 이용해서 돛이 제대로 펼쳐질 수 있는가에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영상. 2006년 8월에 공기 저항이 적은 37km 상공에서
돛의 전개 실험을 실시하였으며 성공하였다.



이렇게 돛이 펼쳐지면 이카루스는 분당 2회전을 하며 움직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방향전환이 좀 복잡해지게 되었는데 돛을 4등분하여 각각 특수 필름을 붙이고 빛을 반사, 난반사시킴으로서 방향전환을 제어하게 된다.




앞으로 일본은 2010년 후반 지름 50m급의 솔라 세일과 박막 태양전지, 이온 엔진을 조합해 화성 바깥쪽의 소행성대나 목성을 향해 탐사선을 보내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솔라세일로 움직이고 이온 엔진으로 가속하며 이온 엔진에 필요한 전기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만드는 시스템을 시험할 것이다.




2010년 말에는 미국 행성협회가 솔라 세일 실험선
 ‘라이트 세일 1’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린 우리 기술도 아닌 러시아의 기술을 사와서 쏘았음에도 이마저도 실패를 한 마당에 일본은 착착 미래를 향해 준비해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매우 쓰리지만 그래도 그들의 시도가 좋은 결과를 맺기를 기대한다.

솔라세일이 완성된다면 계외행성으로의 여행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인류는 지금보다 더 넓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