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유료 관객들이 원하는 미지의 영화들이란 도대체 무슨 얘길하고 싶은 것인지 도통 파악부터가 안되는 영화 역사 박물관 직행 영화가 아니라 조금은 색다른 스타일과 주제 의식을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관객들과 소통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바로 이런 정도의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러브 스토리를 가슴에 품은 미스테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의 실질적인 시작점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법부 검사보로 근무하던 벤자민(리카르도 다린)이 젊은 여성의 간강 살인 사건을 맡게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상관인 해외 유학파 검사 이렌느(솔레다드 빌라밀)을 짝사랑하던 와중에 사건을 맡게된 벤자민은 이 사건에 깊이 몰입하게 되는데 특히 죽은 여성의 남편 리카르도(파블로 라고)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게 되면서 결국 스스로의 사랑과 인생마저 위험해지는 처지가 되고 만다.
말로는 잊어야만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숨을 멈추는 그 순간까지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종신형과 같은 사랑을 부둥켜 안고 있는 영화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라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와 미국, 영화와 TV 시리즈를 오가며 역량을 발휘해온 후안 호세 캄파넬라 감독의 연출은 미스테리 자체나 스릴러의 창출 보다는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에 초점을 맞추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자신의 열정(Passion) 만큼은 바꿀 수 없다”는 대사가 작품을 통해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