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2006년 7월 4일
공연윤리위원회

본지 10호(2005.6.15)에 기사로 올린 바 있는, 단행본 만화 “바람의 나라”를 현재 제작 중인 드라마 “태왕사신기”가 표절하였다는 논란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판결문을 요약하자면, “태왕사신기”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어서 표절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 패소 판결한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137839.html )

이에 <영진공>은 1년여가 넘게 진행 된 이 사건의 발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당시의 기사를 다시 올리는 바입니다. 참고로, “태왕사신기” 제작 관계자 측의 반론은 접수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10호 (2005. 6. 15)

“바람의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http://0jin0.cafe24.com/179

바람의 나라 패소 특별대책위
위원장 이규훈

“바람의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005년 6월 11일
공연윤리위원회

김종학 프로덕션의 새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가 만화가 김진의 작품 “바람의 나라”와 지나치게 많이 닮아있다는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 측의 제보가 본지에 접수되었습니다. 제보의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나름대로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게재하는 바입니다. 이후 “태왕사신기” 제작 관계자 측의 반론이 있다면 역시 동일한 비중으로 게재할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 Kim Jin All rights reserved

2004년 9월 14일, 김종학 PD·송지나 작가의 신작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당시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막 제작에 돌입한 새 드라마의 주연배우가 병역비리에 휘말려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와중에 치러진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는 김종학 PD·송지나 작가의 기자회견 및 인터뷰, 그리고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와 함께 인터넷에 바로 소개되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관련 배우들이 직접 병역비리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갑자기 열린 새 드라마의 제작발표회, 이때 발표된 시놉시스가 바로 만화가 김진의 “바람의 나라”와 지나칠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누리꾼들이 작년 9월 발표된 ‘태왕사신기’의 16쪽에 달하는 시놉시스(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 기본 자료실 23번 게시물에 시놉시스가 있으며, 송지나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다에도 게시된 바 있다)와 “바람의 나라”의 유사성을 지적하였으나, 여기서 그 유사한 점을 몇 가지만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참고로 “바람의 나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도 있다; 때문에 일부분은 글자를 흰색으로 숨겨두었으므로 스포일러를 감수하고 보실 분은 마우스로 긁어보시길 바란다).
유사점 옆에는 각각의 유사점이 겹칠 확률을 수학과를 졸업한 지인에게 부탁하여 구해보았다.









































구분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겹칠확률
청룡 처로
스스로 눈을 닫아 시력을 잃는다.
하안사녀
현무의 독으로 인해 눈이 먼다.
사신 중 하나에 장애가 있을 때 청룡일 확률 1/4
시력을 잃을 확률 1/2
주작 수지니
여성이다.
궁궐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며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간다.
세류
여성이다.
궁궐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며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간다.
사신 중 하나가 여성일 확률 1/16
(사신 각각의 경우의 수 1/2씩)
백호 모두루
현명하고 용감한 과부와 결혼한다.
괴유
현명하고 용감한 과부(주작-세류)와 결혼한다.
과부와 결혼할 확률 1/2
전생에 자신이 아끼던 돌고(서천왕의 둘째 아들)가 역적으로 몰려 죽자 인간에게 염증을 느끼고
깊은 잠에 든다.
그 이후 스스로 자각을 봉해버렸으나 그가 깨어나야 청룡을 찾을 수 있다.
백호(괴유)는 그가 믿고 따르던 해명태자가 죽고 가족이 역모로 몰려 몰살당한 이후 숨을 멎었다 깨어난다.
후에 무휼을 찾아온 때에 그의 신수 하안사녀는 승천하여 청룡으로 거듭남으로써 왕이 될 준비를 완전히 갖추게 된다.
백호는 그 후에도 한번 숨을 멎었다 깨어나 무휼의 충복으로 대부여전에 나간다.
신수가 자각을 봉하고 잠들었다가 깨어날 확률 1/2
현무 주안
천년 동안 환생하였으며, 적국 왕(백제 아신왕-수)의 스승이다.
사구
천년의 세월을 살며 적국 왕(부여 금와왕)을 보필한다.
현무가 사신 중 가장 나이가 많을 확률 1/4
왕의 스승일 확률 1/2
담덕/무휼 담덕(광개토대왕)은 시조 주몽과 닮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시놉시스 : 주안은 첫눈에 담덕에게 정을 느낀다. 그는 4백년전 하늘을 향해 활을 쏘아 올리던 주몽과 같은 미소를 가졌다.)
무휼(대무신왕) 역시 주몽과 닮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대부여전에서 무휼과 맞닥뜨린 대소왕은 그를 보고 주몽을 연상한다. -7권 16쪽
우리 무휼왕은 주몽과 꼭 같다. 마치 그 주몽이 저 하늘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듯 싶구나. -8권 199쪽)
하고 많은 고구려 왕중 (직계선조가 아닌) 주몽을 닮을 확률 1/18
주제 주몽과 그를 따른 사신수가 환생한 담덕과 사신수는 신시(부도)에 깃발을 꽂는 것이 목표이다.
즉, 부도(신시)를 향한 열망이 ‘깃발을 꽂는다’라고 표현된다.
(시놉시스 : 진정한 주군을 찾아 그 주군와 함께 오래 전에 떠났던 고향땅 신시를 다시 찾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땅에 배달의 기를 꼽을 수 있다면 비로소 고단하게 수천년을 거듭해온 환생의 고리를 끊고 환국으로 올라 갈 수 있으리라.)

*저 ‘꼽을 수’는 필자의
오타가 아니라 작년에 공개된 태왕사신기 기획안에서 그대로 옮겼음을 밝힌다.

주몽을 꼭 닮은 무휼은 신시(부도)에 고구려(삼족오)의 깃발을 꽂고자 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무휼의
유지는 후대 광개토대왕이 이어받는다
는 것이 결말이다.
(깃발은 아주 먼 곳-즉, 부도-에 꽂아야 한다.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곳에. -18권 93쪽.
그 날이 오면, 나는 깃발 하나만 가지고 떠날 거다. 저 부도로. -18권 124쪽.)
부도(신시)로의 회귀가 영토 회복 등이 아닌 ‘깃발을
꽂는다’라는 창작적 표현이 일치할 확률은 측정 불가-_-; 따라서 확률계산에서는 제외.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 유사점이 겹칠 확률은 1/73728

이쯤 되면 『바람의 나라』 팬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게 결코 억지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 유사한 점이 나올 만한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필자는 고교 시절 수학 성적이 전교 하위 3%에 늘 머물러 있었지만 저 정도 겹치는 확률이 결코 쉬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각각의 확률은 위에서 명시되어 있으며,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 유사점이 겹칠 확률은 1/73728다. 참으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김종학 프로덕션 측은 이에 대한 그 어떠한 해명도 없었으며 송지나 작가는 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와 같이 연상할 수 있는 것이고 ② 설정의 유사함은 우연에 불과하며 ③ 메일로 보낸 시놉시스를 잊었다고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다(http://dramada.com)’를 통해 밝혔다. 또한 “바람의 나라”를 읽어본 적도 있고 동명의 온라인 게임도 한 적이 있으나 만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게 힘들어서 읽다가 포기했으므로 ‘무의식에서라도 만화의 설정을 차용할 리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연히, “바람의 나라” 팬들이 납득할 리가 없다. 더불어 내용의 유사성과 함께 팬들의 의혹을 더욱 부풀게 한 몇 가지 사실, 즉

① 김종학 프로덕션 측에서 이미 2004년 5월에 “바람의 나라” 드라마화를 위해 김진 작가를 찾아와 “바람의 나라”의 내용과 결말(즉, 주몽의 유지가 무휼로 이어지고, 무휼이 이루지 못한 꿈을 광개토대왕이 이룬다는 것)을 듣고 갔다는 점
(특히 드라마다 회원 깡양 님이 대응본부에 올린 송지나 작가의 서면자료에는 ‘2004년 5월 김종학 감독으로부터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 사극의 집필을 정식으로 의뢰받았고 2004년 9월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를 열게 되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② 이후 다시 프로덕션 측에서 김진 작가에게 연락하여 ‘고구려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 것이나 “바람의 나라” 내용은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화상으로 약속했다는 점
③ 2004년 9월에 KBS와 김진 작가 간에 “바람의 나라” 드라마화에 대한 논의가 거의 성립단계에 있었고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 직전인 9월 12일에도 KBS 측 관계자들이 김진 작가의 화실로 찾아와 드라마화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점
④ 이어 9월 14일에 주연배우의 캐스팅도 확정되지 않은, 홍보영상도 없는 상태에서 ‘1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이야기이며 오히려 고구려 붐을 탄 기회주의자로 보일까 전전긍긍’, ‘너무 일찍 발표하게 되어 민망하다’라는 상반된 내용을 말하며’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를 열었다는 점
기사링크 : http://star.moneytoday.co.kr/view/star_view.php?type=1&gisano=2004091414180849794

등이 함께 맞물리면서 팬들의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팬들의 이런 의혹은 결국 다음넷에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http://cafe.daum.net/savebaram) 개설로 이어져 “바람의 나라” 팬들 이외에도 고구려 및 역사에 관심을 가진 누리꾼과 나아가 우리 만화의 저작권을 걱정하는 이들까지 함께 모여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벌이게 되었다. 한편 개인 홈이나 블로그를 꾸리고 있는 누리꾼들 역시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는 한편 꾸준한 트랙백과 댓글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김종학 프로덕션에는 일언반구의 대답도 하지 않았으며 송지나 작가가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다(http://dramada.com)를 통해 밝힌 의견 역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약 8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후(물론 팬들의 의혹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이 2005년 4월 1일 드라마다 및 바람의 나라 대응본부 자유게시판 416번에 게시되었다. ‘표절논란에 대한 송지나 선생님과 드라마다의 공식입장‘에서 송지나 작가는 ‘태왕사신기’가 바람의 나라를 표절 및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인터넷상에 뿌린 각종 홍보물과 관련 글들을 자진 삭제할 것, 반성의 뜻을 나타내는 사과문을 드라마다·대응본부에 게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소송이 시작될 것임을 경고하며 송지나 작가가 조정위원회에 제출했던 서면자료를 대응본부에 게시하였다.

그러나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 및 서면자료는 오히려 누리꾼들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서면자료에서 송지나 작가는 “바람의 나라”의 신수를 요괴로 인식하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시를 강원도 영월에 있는 태백산으로 간주하는 한편, 무휼의 전쟁을 두고 ‘김진씨의 창작을 위해 희생되는 대무신왕 무휼처럼 개인적인 야욕을 위한 전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류를 “베르사유의 장미”의 오스칼과 비교하고 천녀 가희와 세류, 백호의 삼각관계는 역시 “베르사유의 장미”에서의 오스칼과 마리 앙투아네트, 페르젠의 관계에 빗대는 등(이 대목에서 필자는 그야말로 할말을 잃고 한동안 넋을 잃었다) “바람의 나라”에 대한 전반적인(그리고 아주 심각한) 이해부족을 드러내었다. 게다가 의혹을 해명해달라는 독자들의 의견제시를 두고 ‘어린 팬들이 김진 작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 ‘조정위 심의 신청시 청구한 2억원은 팬들에게 줄 사례금으로 필요한 것이냐.’는 등의 내용을 언급함으로써 “바람의 나라” 팬들을 비롯한 많은 만화 독자들을 분노케 하였다.

송지나 작가가 서면자료를 공개함에 따라 김진 작가도 WE6(http://we6.co.kr)의 개인 페이지에 “바람의 나라”의 향후 내용이 포함된 서면자료를 게시하는 것으로 대응하였으나, 서면자료가 오히려 송지나 작가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대응본부 회원의 충고에 따라 서면자료는 자진삭제되었고 김진 작가 역시 자신이 올린 자료를 삭제하였다. 그러나 이미 대응본부에 업로드되었던 서면자료는 삭제 전 이미 200여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였고, 만화에 대한 편견 및 “바람의 나라”를 오독한 부분을 서면자료에서 그대로 발췌한 일명 ‘송지나 어록’이 블로그를 통해(특히 이글루스) 급격히 퍼지면서 그간 ‘태왕사신기’ 사태를 주시해오던 누리꾼들이 대거 대응본부에 동참하게 되었다.

또한 대응본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에서 작년 9월에 발표되었던 기존의 시놉시스는 회원들이 제시한 문제 가운데 일부는 이미 반영되었으며 현재는 줄거리가 거의 완성되었는데, 기존의 시놉시스와는 내용 면에서 상당히 달라진 부분이 많으므로 회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의 내용들은 수정되거나 사라지거나 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간 대응본부 회원들이 게시한 분석자료 및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자료들의 양이 상당하고, 송지나 작가 측에서 그동안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존 시놉시스의 변경은 또 다른 문제점―즉 변경과정에서 표절 및 도용의혹을 피해가기 위한 의도적인 변경이 아니었는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 발표 및 서면자료 공개에 이어 4월 18일 “배용준” 씨가 ‘태왕사신기’의 담덕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8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드·디·어 4월 20일,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이 문서 캡처파일로 드라마다와 대응본부에 게시되었다.


위 이미지 파일에서 보다시피, ‘인터넷 이용자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이 공식입장은 ① 태왕사신기는 대본이 나오지 않은 채 제작 중일뿐이므로 네티즌이 제기하는 표절 여부에 논의할 필요가 없음 ② 현재까지의 자료로 표절과 무관하다는 변호사의 의견을 받았음 ③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행위가 계속될 경우 행위자를 추적 수사기관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나아가 재산압류 등의 조치를 밟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 공식입장은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의견개진마저 원천봉쇄하는 입장을 취하는 한편 손해배상 청구 및 재산압류 등의 강경한 문구로 네티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게다가 이 공식입장은 또 다른 두 가지 의문점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위의 이미지 파일이 프로덕션에서 내놓은 ‘공식입장’이라면 대표의 직인도, 이름도 없이 직함만 덩그러니 쓰여져 있는 것만으로 한 회사의 공식입장(그것도 국내 굴지의 대형 드라마제작 프로덕션임에도 불구하고)이란 것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인가?
둘째,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이 어째서 김종학 프로덕션 공식 홈페이지(http://www.kjhpro.com)에는 공지사항으로 게시되지 않고 송지나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것인가?
(필자의 이 소박한 의문은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늘 그러했듯, 이 공식입장에 대한 의문 역시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4월 22일에 김종학 프로덕션 홈페이지에 다시 “‘태왕사신기’ 표절논란에 대한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이 공지사항을 통해 재발표되었다. 22일 발표된 공식입장은 ‘태왕사신기’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익과 명예가 달린 중차대한 사업이라는 내용이 추가되고, 재산압류 문구가 빠지는 대신 ‘태왕사신기’의 제작 및 영업에 초래된 악영향으로 인한 피해보상 청구 등의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으로, 20일의 공식입장에 비해 약간 완화된 내용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공식입장은 만 하루도 안 되어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어 또 한번 누리꾼들의 어이를 납치해버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마저 삭제된 이 비운의 공식입장은 네이버에서 ‘태왕사신기’로 검색, ‘[와우이티, 4월 22일]-[태왕사신기] 표절논란에 대한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 밝혀‘라는 기사에 전문이 실려있다.

(여기서 필자는 송지나 작가의 서면자료 공개 및 공식입장 발표, 그리고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혹은, 경고문 내지는 협박문)에 대해 ‘혹시 도용의혹을 제기해온 누리꾼들을 감정적으로 자극하여 태왕사신기 제작진 측이 누차 언급한 명예훼손에 이르는 과격한 행동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일종의 낚시성 이벤트는 아닌가.’라는―실로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해보았으나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명 드라마 작가와 프로덕션이 자기 이미지만을 깎아먹을 뿐 하등 도움이 안 될 일을 일부러 벌일 리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연히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에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을 달고 김종학 프로덕션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프로덕션의 공식입장 아닌 공식입장에 의문을 표명하는 글로 넘쳐났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번 일이 터졌으니 바로 ‘태왕사신기’ 관련기사에 달린 500여건의 댓글이 하룻밤 사이에 몽땅 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자신이 달았던 댓글이 삭제되고 하룻밤이 지난 후 댓글 수가 확 줄어있는 것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급기야 현재 달린 댓글 수를 적어가며 다시 댓글을 다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필자는 세 번에 걸쳐 네이버 측에 댓글 삭제에 관한 이유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결국 얻어낸 답변이란 것은 바로 이러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이런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중립적 입장에서의 표절 관련 기사는 22일의 조선일보 기사(“욘사마 주연 드라마 ‘태왕사신기’ 표절 논란”)가 유일할 뿐, 22일 오후에는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즉, 표절이 아님)을 밝힌 기사들과 함께 24일에는 “배용준” 씨의 상대역으로 김태희 씨가 물망에 올랐다는 기사들을 비롯하여 여주인공 오디션, ‘태왕사신기’의 일본 제작발표회 등의 기사만이 제철 물 만난 고기들 마냥 연이어 등록되고 있다. 즉,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 포털사이트의 의견란 및 각종 연예뉴스 게시판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배용준 씨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마저 표절 및 도용의혹에 관한 의견들이 조심스레 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네티즌들의 의견을 반영한 기사는 거의 나오지 않고 배용준 씨 및 여주인공 캐스팅에 관한 내용으로 일관하는 기사들, 그리고 ‘절대 표절 아님’이라는 김종학 프로덕션 측의 입장만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진 작가 역시 4월 28일 WE6의 금순이 게시판을 통해 ‘기나긴 조정기간이 끝났고 이제는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김진 작가의 입장을 다룬 기사는 그루넷 한 곳뿐이었다.

이에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4월 19일 ‘태왕사신기, 정직한 제작을 바란다‘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되고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서도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간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도용의혹에 대한 ‘태왕사신기’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하는 주제의 글이 여럿 게시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문제가 터졌으니 서명운동의 경우 만 24시간 동안 서명이 막혔다는 제보와 함께 다음 아고라의 추천수와 조회수가 모두 줄어들었다는 제보가 잇따른 것이다.


다음아고라 서명-태왕사신기, 정직한 창작을 바란다

아래 이미지는 추천수/조회수가 삭제된 다음 아고라 토론방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네이버에 이은 다음의 서명운동 오류 및 추천수/조회수 삭제에 또 다시 비명 아닌 비명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필자는 다시 한번 다음 아고라 측(media3master@hanmail.net)에 5월 3일과 9일 두 번에 걸쳐 문의하였으나 5월 2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한 상태이다. 한편 연이은 삭제 사태에 의문을 품은 대응본부의 kentmild 님이 직접 다음 아고라 토론방 담당자와 몇 번이나 전화통화를 시도한 끝에 들은 답변은 시스템 에러에 의한 결과이며 관련 게시물을 알려주었으니 고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아고라 담당자가 대응본부의 한 줄 게시판에 남긴 글을 캡처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에 필자가 5월 10일 경에 이미 추천한 글(태왕사신기의 주인공이 과연 광개토대왕인가?)에서 다시 ‘추천’을 눌러보았다


추천이 되었다!! 예전에 추천한 글을 다시 추천하는 것이므로 원래대로라면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나와야만 한다.


다음 아고라의 숱한 추천수/조회수 삭제로 위의 글을 필자가 추천한 것만도 4번이 넘는다(가장 최근에 추천한 것은 5월 10일이다).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한 누리꾼들의 댓글도 보인다.


즉, 네이버나 다음 모두 댓글/추천수/조회수 삭제에 대해서 누리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답변은 전혀 없으며, 5월 10일에 추천/조회 에러를 고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삭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태왕사신기’ 측은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으며, 언론은 늘 그러했듯 ‘태왕사신기’ 측의 입장만을 실은 기사를 내보내고, “바람의 나라” 팬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점점 커져만 가는 의혹을 끌어안고 있다.

혹자는 시놉시스만으로는 표절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한다. 혹자는 드라마가 나와본 이후라야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의 경우 두 작품의 전개에 있어서 결코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주인공과 신수의 성격, 그리고 주제까지 유사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구려를 알고,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방위신을 알고, 고구려 고분벽화에 사신수가 묘사되어 있음을 안다. 그러나 사신수 하나 하나에 부여된 성격과 인물묘사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것은 엄연히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재창조된 창작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의 유사점은 바로 이 ‘창작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특히 ‘태왕사신기’는 담덕과 사신수의 목표가 ‘부도(신시)에 깃발을 꽂는 것’이라고 시놉시스에 쓰여져 있고 “바람의 나라”의 무휼, 괴유, 호동, 마로 등이 줄곧 ‘부도(신시)에 고구려의 깃발을 꽂는 것’이라 말하며 북방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단순히 잃었던 영토를 회복하는 것만 겹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토 수복의 의지가 ‘깃발을 꽂는다’라고 표현된다면 이것도 과연 우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태왕사신기’의 담덕과 사신수가 그 옛날 주몽과 그를 따랐던 사신수의 환생이라는 것과, 주몽에서 무휼로, 그리고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바람의 나라”의 결말. 이 사실 앞에서 “바람의 나라”를 읽은 많은 이들이 과연 두 작품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게 가능한 것인가? 대사 하나하나가 일치해야만 표절이라 확정지을 수 있다는 생각은 과거의 논리다. 주요 모티프와 설정이 빠지면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 모티프와 설정도 엄연한 개인의 창작에 들어가며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copyright.or.kr)의 공보조회 게시판에도 ‘시놉시스라 할지라도 저작자의 사상과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된 것이라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저작권등록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찾을 수 있다.

내용의 유사점에서 비롯되는 의혹은 물론이거니와 ‘태왕사신기’ 측의 공식입장 및 기사에 보도된 내용들과 포털사이트의 이해할 수 없는 삭제 사건은 실로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김종학 프로덕션 측에서 이미 “바람의 나라” 드라마화를 위해 김진 작가와 접촉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5월 2일 마이데일리 ‘김종학 대표, 태왕사신기 표절의혹에 법적대응 고려’라는 기사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으로 이 드라마를 기획했고 기획당시 “바람의 나라”의 존재사실도 몰랐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을 대응본부에 올린 드라마다의 깡양 님은 같은 글(대응본부 자유게시판 416번)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바람의 나라’ 저자 김진 선생님은 저작권 심의조정 위원회에 2회에 걸쳐 저작권 분쟁조정을 신청하였으며, 이 중 1차 신청은 자료의 문제로 취소되었으며, 2005년 2월 21일 2차로 신청된 심의조정 신청에 의하여 그동안 3회의 조정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3월 29일 ‘양쪽의 주장이 서로 대립하니 조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조정불성립’ 선언이 내려졌습니다.

(중략)

저작권 심의조정 위원회에서조차도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에 대하여 바람의 나라 작가와 태왕사신기의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의 사전 판권구매 접촉에 따른 자료 접근 개연성과 의거성만 인정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는 ‘바람의 나라’와 김종학 프로덕션의 문제로, 송지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이래도 “바람의 나라”를 모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의혹을 사실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바람의 나라”가 어떤 작품인가. 만화에서 세계 최초 그래픽 머드게임으로, 뮤지컬로, 트레이딩 카드게임으로, 소설로, 그리고 우표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 매체를 통틀어 이 정도로 원소스 멀티유즈화 된 사례는 더 이상 찾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다름아닌 고구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신화의 시대에서 역사의 시대로 넘어오는, 자욱한 안개 속에 싸여만 있던 그 미지의 세계를. 설령 기획 당시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으로 인해 “바람의 나라”를 알게 되고, 설령 우연이라 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만큼의 유사점이 발견된다면 응당 그 의혹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태왕사신기’ 측은 이러한 상식과는 동떨어진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창작물은 소중하다. 모든 창작물에는 그것을 만든 이의 피와 땀과 웃음과 눈물이 어려있다. 그 창작물을 접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느낌으로 그것을 소중히 품에 보듬어 안는다. 필자는, 그리고 이번 일에 의혹을 제기하는 수많은 이들은 바로 그러한 창작물―”바람의 나라”―을 오랜 시간동안 사랑해 온 사람들이며,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온 작품과 너무나 유사한 또 다른 작품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 의문을 무시하지 말아달라. 그 의문을 한낱 어린아이들의 멋모르는 치기로 몰아붙이지 말아달라. 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든,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해 온 작품의 힘을 가벼이 보지 말아달라. 나의 이런 바람이 부디 헛된 결말로 맺어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05. 5. 25. misha

뱀꼬리> 확률 계산 도움주신 해명태자 님께 감사드립니다.

공연윤리위원회 임시 간사장
misha(http://mishaa.org, http://mishaa.egloos.com)

아도니스의 견문발검 – 엿이나 먹으세요!!

2004년 12월 14일
언론중재위원회

언젠가 견문발검에다도 쓴 것 같은데, 지금껏 내가 만든 영화들은 단 한 번도 텔레비젼에 나간 적이 없다. 국내 방송 채널로는 KBS ‘독립영화관’이 가장 규모가 크다. 방송국이라서 그런지 상영료가 만만치 않다. 한 번 상영에 기백 만원을 주는 모양이다(-.-). 인디스토리 대표가 내게 자주 하는, ‘제발 좀 되는 영화 좀 만들어라’는 우스개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문제인 건지 요 빌어먹을 방송용 도덕 관념이 문제인 건지 헷갈려 하다가 슬몃 웃음과 함께 가벼운 욕찌기가. 엿 먹으세요.

단언하건대, 한 번도 내가 도덕을 파괴하거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상상을 ‘일부러’ 한 적도 없지만 아직 그런 재밌는 일탈을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외려 난 소심한 편이다. 아마도 한국 방송의 도덕적 센서는 말초신경에 가까운 감각을 지니고 있어 아주 짧고, 예민한가 보다. 일종의 오르가즘 신경다발체인 걸까?

어제 얼핏 들으니 『동백꽃 프로젝트』도 또 KBS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모양이다. 야한 장면도 있고, 호모들에 관한 이야기여서 그런가 보다. 예전에 『슈가힐』은 아예 몇 장면을 삭제하길 요구받았는데, 엿 맛있게 드세요, 라는 말을 되돌려 줄 수밖에는. 감독의 자존심도 없는가? 상업영화도 아니고 독립영화를 찍었다는 것들이 몇 장면 삭제해 텔레비젼에 올리는 일은 용서되지 않는 짓거리다. 일테면 나쁜 버릇은 잡들여야 하는 법.

가장 엽기적인 경우가 『굿 로맨스』 때였다. 당시 그 프로그램 피디는 이 영화에 대해 꽤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어 1년 동안 심의 데스크와 싸웠지만 결국 상영되지 못했었다. 그 심의 데스크의 도덕 센서에 걸린 것은 ‘교복’과 ‘원조교제’였다. 웃기는 이야기다. 성인 남성과 여자 고등학생에 관한 원조교제 영화들은 버젓이 상영했던 것. 존만한 마초 새끼들이 시민의 도덕을 들먹이며 가위질 하는 버르장미는 꼭 저기 의회 안에서 국민들이… 하고 어버버거리는 좀비들하고 닮아 있다.

나는 여자가 남편을 죽이고, 교복 입은 머슴애가 성인 여성과 사랑을 나누고, 호모들이 벌거벗고 남우새스럽게 나뒹구는 영화들을 계속 찍게 될 것이다. 아마 상업영화를 찍어도 저기 방송국 녀석들은 상영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엿 먹으세요.

습관

‘습관’은 이 세상의 그릇 안에 태어난 어느 주체가 ‘주체됨’을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에 하나일 것이다. 습관과 이의 제도적 구성물인 ‘관습’과의 관계맺는 방식의 변화에 따라 주체는 늘 변화하기 마련.

예를 들어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제각기 주관에 따라 견해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136개의 눈이 있으면 136개의 영화가 소비되는 과정에서 다시 재창조된다. 136개의 우주가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미도』와 『태극기를 휘날리며』를 천 만명이나 몰려 가서 보는 일련의 행위와 저예산 예술 영화를 보러 가는 극소수 행위의 차이는 136개의 우주의 불꽃놀이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정한 지형도가 쉽게 그려지며, 136개의 우주가 실은 그렇게 큰 차이도 없이 이미 구획된 경로를 통해 몇 개의 집합으로 나뉘어지는 것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당신은 왜 저 영화를 보러 가서 싸구려 감동을 매입하는 걸까? 당신의 자유의지? 너무도 뻔하고 상투적인 조립형 감동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보면 난 가끔씩 공포를 느끼곤 한다. 습관의 힘, 습관적 감동, 습관의 눈, 습관의 우주에 대한 공포 말이다. 해서 사람들은 저예산 예술영화의 활성화, 독립영화관 등의 이야기를 떠벌리며 ‘다른 감동’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이쪽에서 저쪽으로 사람들의 습관을 움직이게끔 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 화려하다는 136개의 우주들은 기껏 제도의 산물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당신의 우주는, 당신의 습관은, 당신의 삶은, 그리고 당신의 눈과 귀의 감각은 기껏 제도의 힘에 따라 이곳으로 저곳으로 끌려다니는 객체의 몸짓이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공포다. 당신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이미 영화사 기획실에서 계산되고 측정된 대로 당신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의 인공. 때론 자신의 권능을 되찾기 위해선 눈깔을 파내고 귓속을 후벼파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공화국 언론중재위 차관보
아도니스(gondola21@gondola21.com)

『뉴 폴리스 스토리』 김형곤 개그의 표절?

2004.10.20.목요일
그럴껄의 뉴스서비스 ‘진상은’

“성룡”은 추석의 키워드였다.
설날처럼 세뱃돈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성룡”이 있었기에 만족했던 시절이 있었다. 진짜 아파하고 진짜 웃기고 진짜 멋지고 진짜 날라다녔던 “성룡”이었다. 요컨대 13살의 입에서 나온 ‘진짜’는 최상급 형용사였고 성룡의 연기는 여타 다른 잡다한 형용사 따위가 나불거릴 수 없는 영역에 속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헐리웃은 『턱시도』, 『80일간의 세계일주』, 『메달리온』을 통해 우리에게서 “성룡”을 앗아갔다. 우리가 원하던 “성룡”은 거기 없었다. “성룡”은 “장끌로드 반담”이나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아니었음에도 헐리웃은 성룡이라는 전무후무할 재료를 CG와 아크로바트를 통해 망쳐버렸다. 참, 깔끔하게도 말아먹었다.

이젠 더이상 “성룡”을 기대하지도 않고 추석을 지낸다. 그냥, 돈 버는 자 티 내느라고 선물 사고 그냥, 먹고 사는거 추하게 안보일라고 인사하러 다니고 그런다. 사이사이 추석 특별영화 틈바구니에 “성룡”이 간간히 보이지만 고스톱 판뒤에서 무성의하게 들리는 포커스 아웃된 외경일 뿐이다.

중국반환 이후 홍콩은 “성룡”에게 미안했을 거다. “성룡”은 헐리웃에서 일군 자신의 성공이 반만 원조팬(사실 그야말로 “이소룡”이후의 범 아시아 스타 아닌가?)을 위했다는 것에 미안했을 거다. 자신을 키운 홍콩에 어쨌건 원죄처럼 미안한건 오래 남아 있을거다. “성룡” 착하잖냐.


『뉴 폴리스 스토리』의 진국영은 마치 홍콩에게 미안했던 “성룡”의 페르소나 같다. 1985년부터 시작된 『폴리스 스토리』의 미학인 아니 “성룡”이 지금까지 성장한 원동력이었던 건강하고 육체적인 웃음이 사라졌다. 비통하고 슬프기만한 이 이야기는 『중안조』 때보다 원숙하고 늙은 “성룡”의 비애가 더 짙다.

그러나,
너무나도 슬프게도
이 영화는 신파의 굴레를 결국 벗어나지 못한다.
철없는 10대들의 우발적인 범행, 그리고 게임을 하듯 벌이는 범행의 동기는 김형곤 유행어처럼 화면이 나가기도 전에 입속에서 중얼거리고 있다. 김학래가 “저는 회장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딸랑딸랑”거리자마자 양종철이 일어나 “밥먹고 합시다”를 외치는 순간 회장이 일어나며 “이러니 잘 될 턱이 없지”하면서 “그나저나 잘 되야 할텐데~”를 외치던 대사의 8할이 유행어로 채워진 회장님회장님 우리회장님이 이런식으로 오마쥬 될 수도 있다니…. (나는 안봐도 비디오 수준의 줄거리를 갖고 있는 영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착한 성룡을 봐서 이렇게 둘러서 이야기하고 있다.)

어쨌든 나이를 먹은 “성룡”은 이제 그 화려했던 몸놀림과 재기가 짐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에게 아직도 스턴트와 아크로바트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픔은 성룡이 풀어내야 할 숙제이긴 하다.

우리도 “성룡”을 액션배우가 아닌 나이를 젊잖게 먹은 또다른 성룡으로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좀 쿨하게 그가 젊잖고 멋진 또다른 역으로 변신해 보는 걸 기다리는 거 말이다.

그는 20여년의 추석을 즐겁게 해준 공로도 있잖냐.

그럴껄의 뉴스서비스 ‘진상은’ 앵커
그럴껄(titop@naver.com)

Box Office 09. 24 ~ 26, 2004

2004년 09월 30일
수출입공사

예상대로 『포가튼』이 1위에 올랐습니다. 소니 라인이 배급한 『포가튼』은 이전 포스트에서 말씀드렸듯 『적과의 동침』, 『머니 트레인』, 『리턴 투 파라다이스』 등을 연출한 “조셉 루벤” 감독의 신작이고, “줄리안 무어”가 주연을 맡은 SF 스릴러입니다. 평론가들의 평점은 그리 좋지 않지만, 약 3,100개가 넘는 극장에서 개봉해 스크린 애버리지 6천 8백불에 달하는 성적으로 총 2천만불을 넘김으로써 비교적 선전했습니다.

『베니와 준』이라는, 좋아하는 사람은 최고로 추켜세우고 싫어하는 사람은 유치뽕이라고 펄쩍 뛰는 컬트영화(저는 어느 편이냐하면, 매우 좋아하는 쪽입니다. ^^)를 보았던 10년 전부터 “줄리안 무어”를 좋아했습니다. 전통적인 미인은 아님에도 그녀는 언제나 제 눈을 끌었고,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폴 토머스 앤더슨” 영화에선 특히나 영롱한 빛을 보여주었죠. 그런 그녀가 비수기이긴 해도 박스오피스 1위 영화의 주인공이라니, 아무리 『한니발』의 전적이 있었다곤 하지만 역시나 기분이 이상합니다. 제게 그녀는 여전히 ‘스타’와는 거리가 멀며, 자신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추호도 못 하고(아직도 ‘못생긴 소녀 컴플렉스’를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했을 걸요.), 연기와 아이 키우기에 열중하는 전문직업인이거든요.

이전 포스트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최근 MGM을 사실상 인수하기로 한 소니는 올해 『스파이더맨 2』의 대성공(『슈렉 2』 바로 다음으로 역대 미국영화사상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습니다)과 자회사 중 하나인 스크린젬을 통해 배급한 영화들의 계속된 성공으로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워낙 투입되는 자본의 양이 막강하고, 새로운 소니 브랜드의 이미지 향상 효과(기존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워너나 폭스에 밀리는 느낌이었죠)가 있다보니 영화판의 힘겨루기 양상이 또다시 사알짝 바뀐 듯한 느낌입니다. 어쨌건 평이 좋지 않은 만큼 다음 주 낙폭은 꽤 클 걸로 예상됩니다만, 그래도 『월드 오브 투모로우』나 『Mr.3000』보다도 뚝 떨어지는 일은 없지 싶어요. 일단, 출발은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11월 26일 개봉예정입니다.

2위와 3위에는 지난 주 1, 2위였던 『월드 오브 투모로우』와 『Mr.3000』이 나란히 올랐습니다. 낙폭은 각각 57.3%와 41.3%.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평이 좋은 것에 비하면 낙폭이 그리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PG 등급이라 꽤 유리한데도 그러네요. 4위에는 지난 주 3위였던 『레지던트 이블2』이 그대로 올랐습니다. 극장 수가 약 500개 가까이 줄어든 가운데 낙폭은 53%. 그래도 개봉 3주만에 4천만불을 넘겼으니 선전한 셈이네요.

5위에는 새 개봉작 『First Daughter』가 올랐습니다. “포레스트 휘태커”가 감독한 이 영화는 지난 주 제가 예상한 2천~2천 5백 개의 딱 절반이라 할 수 있는 2,260개의 극장에서 개봉해 총 4백만불의 수입을 올렸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2천불이 안 되는 고만고만한 성적. 규모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영화인 만큼 나쁜 성적이라고 할 순 없겠습니다. 5위에는 『Cellular』가 올랐고, 지난 주 예상한 대로 『윔블던』은 무려 8위로 떨어졌네요. 두 영화 순위가 서로 바뀔 거라고만 예상했는데, 『윔블던』이 『Cellular』는 물론이고 새로 개봉한 초저예산 영국영화 『Shaun of the Dead』보다도 순위가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5천불이 넘는 『Shaun of the Dead』는 역시 평도 좋고, 유니버설 산하의 탄탄한 중소규모 배급사인 포커스 피쳐즈(Focus Features) 라인으로 607개 극장에서 개봉했습니다. 영화 규모상 극장 수가 천 개 이상으로 늘어나긴 힘들겠지만 꽤 탄탄한 수익을 거둘 것이 분명합니다. 607개 스크린을 가지고 7위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사건이죠. 올해는 『새벽의 저주』도 그렇고, 새로운 좀비영화가 관객들의 시선을 확 끄는군요. 저도 무지 보고 싶습니다, 『Shaun of the Dead』. 한국에 소개되긴 좀 힘들겠지요…?

8위의 『윔블던』은 53%의 하락세를 보이며 총 수익 천 2백만불을 올렸고, 9위에는 여전히 페이스를 잃지 않고 있는 『Without a Paddle』이 올랐네요. 극장을 조금씩 빼고 있는 추세입니다만 하락세도 35%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미 총수익은 5천만불을 넘어섰지요. 10위에는 역시 단 20%만의 낙폭을 보이고 있는 『영웅』이 올랐습니다. 극장이 200개 넘게 빠졌습니다만, 스크린 애버리지로만 보면 6위의 『Cellular』와 비슷합니다.

11위부터 15위까지는 모두 안정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들이 나란히 순위에 올랐습니다. 『Napoleon Dynamite 』(11위), 『콜래트럴』(12위), 『본 슈프리머시』(13위), 『Garden State』(14위). 모두 20%~35% 내외의 낙폭을 보이고 있는데, 역시 눈에 띄는 건 식을 줄 모르는 『본 슈프리머시』의 뒷심이네요. 『배니티 페어』나 『아나콘다 2』 등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이 영화들은 지난 주와 비슷한 순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프린세스 다이어리2 』는 극장수를 빼기 시작하면서 순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데, 영화사 측으로선 이미 빼먹을 건 다 빼먹었기 때문에 버린다 해도 아깝지 않을 영화입니다.

눈에 띄는 영화는 역시나, 지난 주 단 한 개 극장에서 개봉해 67위에 오른 뒤 133개 극장을 추가해 19위로 오른 “존 워터스” 감독의 신작, 『A Dirty Shame』입니다. 주말 수익은 5십만불이 채 되지 않지만, 스크린 애버리지는 3천불이 넘었어요. 황당하고 엽기적인 존 워터스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랬듯 소수의 팬들이 열광할 만한 영화. 전 아무리 해도 “존 워터스” 감독의 영화를 그저 즐겁게 보긴 좀 힘듭니다.

20위 바깥 영화들을 보죠. 『중앙역』으로 잘 알려진 “월터 살레스” 감독의 신작, 『모터사이틀 다이어리』가 믹구에서 단 세 개 그장에서 개봉해 무려 십 6만불의 수익을 거두며 35위에 올랐습니다. 스크린 애버리지가 무려 5만불이 넘는 거죠. 다음 주부터 확대개봉할 듯한데, 배급은 역시 포커스입니다. 메이저 헐리우드 산하 아트영화 브랜치 중 포커스의 활약이 올해 아주 대단합니다. 한국에는 UIP를 통해 11월 12일 개봉예정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미 포스터도 나왔는데, 개봉규모는 매우 적을 것 같죠? 벌써부터 홍보가 들어갔어야 하는데 잠잠한 걸 보면요. 저는 요즘 한국영화들보다 이런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영화들이 훨씬 좋습니다. 오랜만에 통화한 한 친구와도 얘기했지만 요즘 한국영화들 정말 재미없어요. 극장가도 재미없고, 심지어 한국 박스오피스도 재미없습니다. –;; 고만고만한 기성품 찍어내는 한국영화계. 솔직히 미래가 암담합니다. 내년만 돼도 벌써 시장이 확 줄 겁니다, 이런 식이라면. 올해 초부터 벌써 징조가 보였는데, 솔직히 걱정됩니다. 스크린쿼터는 당연히 유지돼야 하지만, 다양한 영화들이 함께 생존하는 방식, 영화의 퀄리티가 한 단계 높아지는 방식도 좀 함께 생각했으면 합니다.

미국에서 『무간도』가 드디어 개봉될 거라고 제가 예고해 드렸는데, 미라맥스가 일단 5개 극장에서 『무간도』를 풀었습니다. 68위에 올랐고, 총수익은 2만 5천불. 극장수가 늘어남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미라맥스가 『영웅』에 역량을 너무 집중한 나머지 『무간도』는 홍보도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에효.

이 번 주 미국의 새로운 개봉작엔 일단 드림웍스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샤크 테일』이 있습니다. “윌 스미스”, “르네 젤웨거”, “잭 블랙” 등의 스타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는데, Rotten Tomatoes에 집계된 16개의 리뷰에는, 드림웍스 산 애니메이션으로선 너무나 혹평입니다. “와킨 피닉스”와 “존 트래볼타”가 주연한 『래더 49』도 평이 안 좋긴 마찬가지. 그래도 배급 규모는 꽤 클 듯한데, 모르죠. 다음 주 1위는 이 두 영화 중 하나가 차지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외에도 주목할 영화는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신작 『I Heart Huckabees』입니다. 『쓰리 킹즈』의 열혈 팬인지라 저는 매우 기대를 하고 있는데, “더스틴 호프만”에서부터 “주드 로”, “나오미 와츠”, “이자벨 위페르”, “마크 월버그” 등이 출연합니다. 뉴욕, 엘에이 한정개봉이군요.

우 리나라에는 이번 주 개봉작으로 이제까진 『스텝포드 와이프』 한 편만이 올라와 있습니다. 『꽃피는 봄이오면』, 『귀신이 산다』, 『연인』, 『수퍼스타 감사용』의 경쟁이 여전히 만만치 않을 테니까요. 아직 박스오피스가 집계되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과연 『빌리지>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지도 궁금하네요.

어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러 씨네큐브 광화문에 갔더니, 아 글쎄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대기중이더군요. 물론 씨네큐브 광화문 정도에서만 개봉할 확률이 높은데, 더 반가운 소식은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특별전을 한다는 겁니다. 감독도 직접 내한한다더군요. 아, 이 소식 듣고 어찌나 반갑던지… 안그래도 올해 토론토영화제 상영작 정리하는 와중에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Eternity and a Day) 상영하는 걸 보고, 한국에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영화 상영한지도 꽤 됐는데, 『안개 속의 풍경』과 『율리시즈의 시선』 빼곤 개봉한 게 없었는데, 더이상 그의 영화를 한국에서 보는 건 힘들겠지…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었거든요. 물론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화, 다소 길고 지루하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안개 속의 풍경』이 제게 주었던 그 충격과 슬픈 아름다움을 잊을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드니 이런 느린 영화들에도 충분히 관심이 가구요. (그만큼 체력이 떨어져선 중간에 곯아떨어지는 경우도 많아지긴 했습니다만.)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특별전 자료는 곧 정리해서 이곳에 올리겠습니다.

추석 연휴, 잘 쉬셨나요? 저는 내내 잠만 잤습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극장 가서 『빌리지』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DVD도 세 편이나 빌려보고(『허니』, 『싸인』, 『콜드 마운틴』), TV에서 해주는 『와호장룡』을 보며 역시나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쏟았답니다. 저도 늙었나 봅니다. 극장서 봤을 때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이모백(“주윤발”)과 유수련(“양자경”)에게 잔뜩 감정이입을 해서 봤으니까요. 강호 최고의 고수로 해탈 경지에도 비슷하게 도달하였으나 평생 이루지 못한, 차마 말 한 마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손 한 번 마음놓고 잡아보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큰 인생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아립니까. 역시, 사랑할 수 있을 때 실컷 사랑하는 게 후회도 여한도 없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모백과 유수련이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자기 감정을 참고, 또 눈물을 억지로 삼키는 것은, 그럼에도 지극히 아름답더군요… 요즘의 제 상태에 번민을 더해주었습니다. 휴…

연휴가 가고, 이제 설까진 휴일도 없는 빡빡한 레이스입니다. 여름도 다 가고, 남은 건 겨울이지요. 하지만 모두들 힘내시길.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 않겠습니까.

수출입공사 대외 협력부장
노바리(invinoveritas@hanm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