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 이 노래가 그 … 그 노래라니!

 

 


 


 


“글리(Glee)”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다.


2009년에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미국내 특히 10대 시청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며 현재 4시즌이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이다.


 


고등학교 합창 동아리 이야기인 이 드라마는 국내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데,


4시즌 에피소드 11, “Sadie Hawkins”편에는 다음 노래가 삽입되어 있다.


 


일단 들어보자.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 한 노랫말인데 멜로디가 많이 다르다.


 


사실 이 노래의 오리지널은 바로 Sir Mix-A-Lot의 …


국내에서는 예전 “유남생” 드립으로 인기를 끌었던 “나몰라 패밀리”의 테마송으로 쓰여져 더 큰 인기를 끌었던 …


“Baby Got Back” 되시겠다.


 


 


 





 


 


 


제목을 번역하자면 “엉덩이가 예쁜 여자” 쯤 되겠고 내용은 그냥 그대로 “난 궁뎅이가 대빵 큰 여자가 좋아” 정도 되시겠다.


 


멜로디와 편곡이 전혀 달라서 같은 노래라고 생각하기 힘들지만, 원곡의 노랫말을 그대로 살렸고 제목도 그대로 같다 썼기 때문에 Glee 버전은 “커버”가 맞다.


 


그리고 오리지널에서는 흑형들이 나와 흥겨운 랩으로 “궁뎅이”를 외쳐대서 많은 인기를 끌었지만, Glee 버전에서는 주로 얌전하게 생긴 백인들이 나와서 포크풍으로 노래를 불러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Glee 버전이 실은 2005년도에 이미 누군가가 만들었던 멜로디와 편곡을 아무 동의없이 그대로 갖다 썼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를 보시려면 여길 누르세요. ]


 


 


 




 


 


 


그 누군가는 Jonathan Coulton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출신 뮤지션인데,


이 친구가 2005년에 만들어서 위 그림에 나오는 앨범에 실었던 그 곡을 Glee 측에서 그냥 가져다가 쓴 것이다.


 


그닥 인기도 없는 뮤지션의 곡을 슬쩍 가져다 쓴 Glee 측은 정작 방송 이후에 죠나단이 항의를 하자, 변호사를 통해 입장을 전달했는데 …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니가 만든 노래를 출연자들로 하여금 다시 부르게 한 건 아무런 법적 위배 사항이 아님 … 그러므로 너님은 너님 버전의 노래가 인기 드라마에 나왔다는 걸로 만족하면 될 거임. 끝.”


이었다.


 


사실 Glee의 이런 슬쩍 갖다 쓰기는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는데,


R. Kelly의 “I believe I can fly”, DJ Earworm 편곡 버전을 그대로 썼다든가,


Cyndi Lauper의 “Girls just want to have fun”, Greg Larswell 편곡 버전을 그대로 갖다 쓴 등의 전례가 있었다.  


 


그러자 이에 뿔이 난 죠나단은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는데,


그러니까 오리지널을 커버한 자기 곡을 베낀 Glee 버전을 다시 커버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곡을 다시 자신이 커버한 꼴인데,


어쨌든 그렇게 해서 그걸 싱글로 발매하여 현재 iTunes 등에서 판매 중에 있다.


그리고 2013년 2월까지의 이 곡 판매 수익금을 Glee와 연관된 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둘 사이에 별다른 일이 없는 듯 한데,


 


최근에 우리도 크라잉넛과 관련한 립싱크 건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표절, 베끼기, 슬쩍 끼워넣기, 훔치기 등 저작권과 관련한 여러 꼼수와 침해행위는 사실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행해지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걸 가르는 경계와 기준이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고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해서, 남의 노력의 산물을 마구 가져다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 법이나 제도 이전에 스스로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노래방이 그렇듯 저작물을 사용하고 싶으면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면 될 터인데 왜 자꾸 그걸 굳이 자기 것이라고 우기고 뻗대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영진공 이규훈


 


 


 


 


 


 


 


 


 


  


 


 


 


 


 


 


 


 


 


 


 


 


 


 


 


 


 


 


 


 


 


 


 


표절이든 애매하든 아무튼 하지마라!

표절(剽竊)
남의 창작물(創作物)(문학(文學)ㆍ음악(音樂)ㆍ미술(美術)ㆍ논문(論文) 등)을 그 내용(內容)의 일부(一部)를 취(取)하여 자기(自己) 창작물(創作物)에 제 것으로 삼아 이용(利用)하는 것  [다음 한자사전에서 인용]

표절의 정의는 확실하다. 그래서 이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대부분의 경우에 범죄가 되는 것이다. 물론 모방이나 오마쥬 또는 패로디 등 여러 형태의 유사행위가 있지만 표절과는 달리 이런 행위는 직간접적으로 원작자를 인정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권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이 놈의 표절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소위 지도층입네 대표자입네 학자입네 하는 이들이 앞다퉈 다른 이의 글과 말과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살짝 변형하여 원래 제 것이라 하고 있고, 설령 들통이 나도 그렇지 않다는 궤변을 지나 뭐 어쩌라는 말이냐며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우리의 대중음악계에서도 이런 사정은 다를 바가 없어서, 표절에 관한 논란은 쉬지 않고 터져나오고 그러다가는 이내 사그라든다. 물론 유독 거기만 그러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이 그 모양이나 자꾸 얘기해서 뭐하겠냐만 그래도 한 번 씩 짚어는 봐야 할 터이다.

1. 아가씨

90년대 후반에 유럽에서 커다란 인기를 얻은 노래 ‘엘렝의 춤 (La danse d’Hélène by Méli-Mélo feat. Miss Hélène)’ … 일단 들어보자.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노래일텐데, 요즘도 노래방 등에서 흥겹게 불리고는 하는 ’97년도에 나온 ‘아가씨’의 원곡이다. 노래를 들어보나 악보를 보나 두 노래는 같은 노래다.

헌데 이것도 처음에는 국내 작곡자의 작사, 작곡으로 등록이 되어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내 표절 논란이 벌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작사는 장본인이 작곡은 외국곡, 즉 번안곡으로 수정을 하였다. 그랬음에도 웹을 뒤져보면 여전히 이 곡의 작곡자는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 분의 이름으로 명기되어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는 표절을 넘어서서 아예 통째로 베꼈는데도 그냥 버젓이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였다. 사실 냉정히 말해 원곡이 희대의 명곡도 아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곡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을까.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냥 처음부터 번안곡, 요즘 말로 리메이크라고 했으면 누구 하나 뭐라 안 하고 즐겨 들었을 터인데.

2. 조영남

Tom Jones의 대표곡 ‘Delilah’ [작사곡: Barry Mason, Les Reed] (딜라일라, 삼손과 데릴라의 그 데릴라) … 로 당시 그야말로 충격적인 데뷰를 한 가수 조영남.

그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기 이전에 대표곡으로는 ‘제비’와 ‘고향의 푸른 잔디’ 그리고 좀 지나서 ‘내 고향 충청도’가 있다. 그는 이 곡들로 장장 십 년이 넘는 세월을 버텼다. 헌데 ‘제비’는 멕시코 민요 ‘La Golondrina’가 원곡이고 ‘고향의 푸른 잔디’는 ‘Green Green Grass Of Home’, 그리고 ‘내 고향 충청도’는 미국 민요 ‘Banks Of The Ohio’가 원곡이다.

그는 처음부터 모두 번안곡이라 밝혔고 이에 누구도 그걸 문제 삼지 않았으며 모두 즐겨 그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다. 만약 그가 이 중 한 곡이라도 자기 작품이라고 했다면 안 그래도 곡절 많고 안티 많은 그의 가수생활은 진작에 끝났을 것이다.

3. 슬퍼지려 하기 전에 …

노래 한 곡 더 들어보자.


 
  
굳이 설명 할 필요가 없겠지만, 이 노래는 쿨의 ‘슬퍼지려 하기 전에’의 원곡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곡이 좋으면 원작자에게 곡을 받아서 당당하게 불러라.
요새는 친분이 없다고 해도 원작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작권협회에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거의 모든 곡을 사용할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이렇게 같은 곡으로도 얼마든지 색다르고 좋은 느낌을 전해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하니까 대박나고 좋잖냐 …

4. Creep

’90년대 팝계를 대표하는 명곡 중의 명곡, Radiohead의 ‘Creep’.
이 노래도 ‘The Air That I
Breathe’와 코드 전개와 멜로디가 유사한 부분이 일부 있어서 처음에는 표절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실은 Radiohead가 앨범 노트에 이 곡의 작사곡자인 Albert Hammond와 Mike Hazlewood에 대해 언급을 해 놓았었다. 그리고 표절 논란이 나온 이후에는 위 두 사람이 공동 작곡자로 등록이 되었다.

처음부터 저작권에 등록을 안 한게 그냥 영감을 받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약간 비슷하다고 느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후에라도 그걸 바로 잡았기에 이 노래는 명곡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5. 찜찜하기만 해도 하지마라! 

표절 논란이 있을 때마다 대부분의 해당 작곡자는 변명하기에 바쁘다.

‘그런 노래가 있는 줄도 몰랐다’
‘우연의 일치다’
‘스타일이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노래다’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거다’
‘일부 소절이 닮았지만 표절은 아니다’ 등등 …

그러나 대중음악은 어떤 경우에는 스타일이나 느낌이 전부일 경우가 있다. 그럴때 몰랐다느니, 반음이 낮고 높다느니, 전개가 차이가 난다느니 등의 과학적(?) 해명은 별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

혹시라도 정말 우연의 일치로 매우 닮은 곡이 이전에 있었다는 게 밝혀진다면 그냥 쿨하게 인정해라. 몰랐지만 이제 알았으니 원작자의 양해를 구하겠다고. 영감을 얻은 거라면 그랬다고 표시하고 오마쥬라면 오마쥬라고 얘기하고 패로디라면 확실히 비틀고 그랬게 해라. 그래도 원작자는 언제나 밝히고 인정하고 말이다.

어떤 경우든 남의 곡에서 몇 구절을 슬쩍 가져오거나 아예 통째로 베낀 거는 사실 그냥 범죄다. 그러나 이 범죄는 고개 숙여 사과하고 권리를 포기하면 그닥 큰 처벌 없이 용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걸리기 전에 애초부터 하지를 말고 어리석은 마음에 일을 저질렀다가 걸렸으면 머리 조아려 사과해라.

대중은 느낌으로 음악을 듣는다. 그런 대중들을 향해 자신의 치부를 가리려 작곡기법을 강의하려들고, 당신들이 음악을 잘 몰라서 그런다고 따져드는 이들은 이제 좀 그만 보았으면 하는게 작은 소망이다.

영진공 이규훈

“바람의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2005년 6월 11일
공연윤리위원회

김종학 프로덕션의 새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가 만화가 김진의 작품 “바람의 나라”와 지나치게 많이 닮아있다는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 측의 제보가 본지에 접수되었습니다. 제보의 내용을 검토해 본 결과 나름대로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게재하는 바입니다. 이후 “태왕사신기” 제작 관계자 측의 반론이 있다면 역시 동일한 비중으로 게재할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Copyright ⓒ Kim Jin All rights reserved

2004년 9월 14일, 김종학 PD·송지나 작가의 신작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당시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막 제작에 돌입한 새 드라마의 주연배우가 병역비리에 휘말려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던 와중에 치러진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는 김종학 PD·송지나 작가의 기자회견 및 인터뷰, 그리고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와 함께 인터넷에 바로 소개되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관련 배우들이 직접 병역비리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갑자기 열린 새 드라마의 제작발표회, 이때 발표된 시놉시스가 바로 만화가 김진의 “바람의 나라”와 지나칠 정도로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누리꾼들이 작년 9월 발표된 ‘태왕사신기’의 16쪽에 달하는 시놉시스(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 기본 자료실 23번 게시물에 시놉시스가 있으며, 송지나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다에도 게시된 바 있다)와 “바람의 나라”의 유사성을 지적하였으나, 여기서 그 유사한 점을 몇 가지만 간단히 짚어보고자 한다(참고로 “바람의 나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도 있다; 때문에 일부분은 글자를 흰색으로 숨겨두었으므로 스포일러를 감수하고 보실 분은 마우스로 긁어보시길 바란다).
유사점 옆에는 각각의 유사점이 겹칠 확률을 수학과를 졸업한 지인에게 부탁하여 구해보았다.









































구분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겹칠확률
청룡 처로
스스로 눈을 닫아 시력을 잃는다.
하안사녀
현무의 독으로 인해 눈이 먼다.
사신 중 하나에 장애가 있을 때 청룡일 확률 1/4
시력을 잃을 확률 1/2
주작 수지니
여성이다.
궁궐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며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간다.
세류
여성이다.
궁궐의 법도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떠돌아다니며 자신에게 솔직한 삶을 살아간다.
사신 중 하나가 여성일 확률 1/16
(사신 각각의 경우의 수 1/2씩)
백호 모두루
현명하고 용감한 과부와 결혼한다.
괴유
현명하고 용감한 과부(주작-세류)와 결혼한다.
과부와 결혼할 확률 1/2
전생에 자신이 아끼던 돌고(서천왕의 둘째 아들)가 역적으로 몰려 죽자 인간에게 염증을 느끼고
깊은 잠에 든다.
그 이후 스스로 자각을 봉해버렸으나 그가 깨어나야 청룡을 찾을 수 있다.
백호(괴유)는 그가 믿고 따르던 해명태자가 죽고 가족이 역모로 몰려 몰살당한 이후 숨을 멎었다 깨어난다.
후에 무휼을 찾아온 때에 그의 신수 하안사녀는 승천하여 청룡으로 거듭남으로써 왕이 될 준비를 완전히 갖추게 된다.
백호는 그 후에도 한번 숨을 멎었다 깨어나 무휼의 충복으로 대부여전에 나간다.
신수가 자각을 봉하고 잠들었다가 깨어날 확률 1/2
현무 주안
천년 동안 환생하였으며, 적국 왕(백제 아신왕-수)의 스승이다.
사구
천년의 세월을 살며 적국 왕(부여 금와왕)을 보필한다.
현무가 사신 중 가장 나이가 많을 확률 1/4
왕의 스승일 확률 1/2
담덕/무휼 담덕(광개토대왕)은 시조 주몽과 닮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시놉시스 : 주안은 첫눈에 담덕에게 정을 느낀다. 그는 4백년전 하늘을 향해 활을 쏘아 올리던 주몽과 같은 미소를 가졌다.)
무휼(대무신왕) 역시 주몽과 닮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대부여전에서 무휼과 맞닥뜨린 대소왕은 그를 보고 주몽을 연상한다. -7권 16쪽
우리 무휼왕은 주몽과 꼭 같다. 마치 그 주몽이 저 하늘서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듯 싶구나. -8권 199쪽)
하고 많은 고구려 왕중 (직계선조가 아닌) 주몽을 닮을 확률 1/18
주제 주몽과 그를 따른 사신수가 환생한 담덕과 사신수는 신시(부도)에 깃발을 꽂는 것이 목표이다.
즉, 부도(신시)를 향한 열망이 ‘깃발을 꽂는다’라고 표현된다.
(시놉시스 : 진정한 주군을 찾아 그 주군와 함께 오래 전에 떠났던 고향땅 신시를 다시 찾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그 땅에 배달의 기를 꼽을 수 있다면 비로소 고단하게 수천년을 거듭해온 환생의 고리를 끊고 환국으로 올라 갈 수 있으리라.)

*저 ‘꼽을 수’는 필자의
오타가 아니라 작년에 공개된 태왕사신기 기획안에서 그대로 옮겼음을 밝힌다.

주몽을 꼭 닮은 무휼은 신시(부도)에 고구려(삼족오)의 깃발을 꽂고자 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무휼의
유지는 후대 광개토대왕이 이어받는다
는 것이 결말이다.
(깃발은 아주 먼 곳-즉, 부도-에 꽂아야 한다. 보이지 않을 만큼 먼 곳에. -18권 93쪽.
그 날이 오면, 나는 깃발 하나만 가지고 떠날 거다. 저 부도로. -18권 124쪽.)
부도(신시)로의 회귀가 영토 회복 등이 아닌 ‘깃발을
꽂는다’라는 창작적 표현이 일치할 확률은 측정 불가-_-; 따라서 확률계산에서는 제외.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 유사점이 겹칠 확률은 1/73728

이쯤 되면 『바람의 나라』 팬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게 결코 억지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 유사한 점이 나올 만한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필자는 고교 시절 수학 성적이 전교 하위 3%에 늘 머물러 있었지만 저 정도 겹치는 확률이 결코 쉬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각각의 확률은 위에서 명시되어 있으며, 주제를 제외한 나머지 유사점이 겹칠 확률은 1/73728다. 참으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김종학 프로덕션 측은 이에 대한 그 어떠한 해명도 없었으며 송지나 작가는 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위와 같이 연상할 수 있는 것이고 ② 설정의 유사함은 우연에 불과하며 ③ 메일로 보낸 시놉시스를 잊었다고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다(http://dramada.com)’를 통해 밝혔다. 또한 “바람의 나라”를 읽어본 적도 있고 동명의 온라인 게임도 한 적이 있으나 만화의 내용을 이해하는 게 힘들어서 읽다가 포기했으므로 ‘무의식에서라도 만화의 설정을 차용할 리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연히, “바람의 나라” 팬들이 납득할 리가 없다. 더불어 내용의 유사성과 함께 팬들의 의혹을 더욱 부풀게 한 몇 가지 사실, 즉

① 김종학 프로덕션 측에서 이미 2004년 5월에 “바람의 나라” 드라마화를 위해 김진 작가를 찾아와 “바람의 나라”의 내용과 결말(즉, 주몽의 유지가 무휼로 이어지고, 무휼이 이루지 못한 꿈을 광개토대왕이 이룬다는 것)을 듣고 갔다는 점
(특히 드라마다 회원 깡양 님이 대응본부에 올린 송지나 작가의 서면자료에는 ‘2004년 5월 김종학 감독으로부터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 사극의 집필을 정식으로 의뢰받았고 2004년 9월 1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를 열게 되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② 이후 다시 프로덕션 측에서 김진 작가에게 연락하여 ‘고구려를 소재로 드라마를 만들 것이나 “바람의 나라” 내용은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화상으로 약속했다는 점
③ 2004년 9월에 KBS와 김진 작가 간에 “바람의 나라” 드라마화에 대한 논의가 거의 성립단계에 있었고 ‘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 직전인 9월 12일에도 KBS 측 관계자들이 김진 작가의 화실로 찾아와 드라마화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점
④ 이어 9월 14일에 주연배우의 캐스팅도 확정되지 않은, 홍보영상도 없는 상태에서 ‘1년 전부터 준비해 온 이야기이며 오히려 고구려 붐을 탄 기회주의자로 보일까 전전긍긍’, ‘너무 일찍 발표하게 되어 민망하다’라는 상반된 내용을 말하며’태왕사신기’의 제작발표회를 열었다는 점
기사링크 : http://star.moneytoday.co.kr/view/star_view.php?type=1&gisano=2004091414180849794

등이 함께 맞물리면서 팬들의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했다. 팬들의 이런 의혹은 결국 다음넷에 ‘바람의 나라 무단도용대응본부(http://cafe.daum.net/savebaram) 개설로 이어져 “바람의 나라” 팬들 이외에도 고구려 및 역사에 관심을 가진 누리꾼과 나아가 우리 만화의 저작권을 걱정하는 이들까지 함께 모여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벌이게 되었다. 한편 개인 홈이나 블로그를 꾸리고 있는 누리꾼들 역시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는 한편 꾸준한 트랙백과 댓글로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였다. 물론, 그 와중에도 김종학 프로덕션에는 일언반구의 대답도 하지 않았으며 송지나 작가가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다(http://dramada.com)를 통해 밝힌 의견 역시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약 8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후(물론 팬들의 의혹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이 2005년 4월 1일 드라마다 및 바람의 나라 대응본부 자유게시판 416번에 게시되었다. ‘표절논란에 대한 송지나 선생님과 드라마다의 공식입장‘에서 송지나 작가는 ‘태왕사신기’가 바람의 나라를 표절 및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인터넷상에 뿌린 각종 홍보물과 관련 글들을 자진 삭제할 것, 반성의 뜻을 나타내는 사과문을 드라마다·대응본부에 게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와 같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명예훼손 소송이 시작될 것임을 경고하며 송지나 작가가 조정위원회에 제출했던 서면자료를 대응본부에 게시하였다.

그러나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 및 서면자료는 오히려 누리꾼들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서면자료에서 송지나 작가는 “바람의 나라”의 신수를 요괴로 인식하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시를 강원도 영월에 있는 태백산으로 간주하는 한편, 무휼의 전쟁을 두고 ‘김진씨의 창작을 위해 희생되는 대무신왕 무휼처럼 개인적인 야욕을 위한 전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류를 “베르사유의 장미”의 오스칼과 비교하고 천녀 가희와 세류, 백호의 삼각관계는 역시 “베르사유의 장미”에서의 오스칼과 마리 앙투아네트, 페르젠의 관계에 빗대는 등(이 대목에서 필자는 그야말로 할말을 잃고 한동안 넋을 잃었다) “바람의 나라”에 대한 전반적인(그리고 아주 심각한) 이해부족을 드러내었다. 게다가 의혹을 해명해달라는 독자들의 의견제시를 두고 ‘어린 팬들이 김진 작가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 ‘조정위 심의 신청시 청구한 2억원은 팬들에게 줄 사례금으로 필요한 것이냐.’는 등의 내용을 언급함으로써 “바람의 나라” 팬들을 비롯한 많은 만화 독자들을 분노케 하였다.

송지나 작가가 서면자료를 공개함에 따라 김진 작가도 WE6(http://we6.co.kr)의 개인 페이지에 “바람의 나라”의 향후 내용이 포함된 서면자료를 게시하는 것으로 대응하였으나, 서면자료가 오히려 송지나 작가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대응본부 회원의 충고에 따라 서면자료는 자진삭제되었고 김진 작가 역시 자신이 올린 자료를 삭제하였다. 그러나 이미 대응본부에 업로드되었던 서면자료는 삭제 전 이미 200여건이 넘는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였고, 만화에 대한 편견 및 “바람의 나라”를 오독한 부분을 서면자료에서 그대로 발췌한 일명 ‘송지나 어록’이 블로그를 통해(특히 이글루스) 급격히 퍼지면서 그간 ‘태왕사신기’ 사태를 주시해오던 누리꾼들이 대거 대응본부에 동참하게 되었다.

또한 대응본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에서 작년 9월에 발표되었던 기존의 시놉시스는 회원들이 제시한 문제 가운데 일부는 이미 반영되었으며 현재는 줄거리가 거의 완성되었는데, 기존의 시놉시스와는 내용 면에서 상당히 달라진 부분이 많으므로 회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의 내용들은 수정되거나 사라지거나 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간 대응본부 회원들이 게시한 분석자료 및 역사왜곡을 지적하는 자료들의 양이 상당하고, 송지나 작가 측에서 그동안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의 기존 시놉시스의 변경은 또 다른 문제점―즉 변경과정에서 표절 및 도용의혹을 피해가기 위한 의도적인 변경이 아니었는가를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 발표 및 서면자료 공개에 이어 4월 18일 “배용준” 씨가 ‘태왕사신기’의 담덕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마치 이를 기다렸다는 듯 8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드·디·어 4월 20일,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이 문서 캡처파일로 드라마다와 대응본부에 게시되었다.


위 이미지 파일에서 보다시피, ‘인터넷 이용자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이 공식입장은 ① 태왕사신기는 대본이 나오지 않은 채 제작 중일뿐이므로 네티즌이 제기하는 표절 여부에 논의할 필요가 없음 ② 현재까지의 자료로 표절과 무관하다는 변호사의 의견을 받았음 ③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 행위가 계속될 경우 행위자를 추적 수사기관 고소 및 손해배상 청구, 나아가 재산압류 등의 조치를 밟을 수도 있음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 공식입장은 인터넷상의 자유로운 의견개진마저 원천봉쇄하는 입장을 취하는 한편 손해배상 청구 및 재산압류 등의 강경한 문구로 네티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게다가 이 공식입장은 또 다른 두 가지 의문점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위의 이미지 파일이 프로덕션에서 내놓은 ‘공식입장’이라면 대표의 직인도, 이름도 없이 직함만 덩그러니 쓰여져 있는 것만으로 한 회사의 공식입장(그것도 국내 굴지의 대형 드라마제작 프로덕션임에도 불구하고)이란 것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인가?
둘째,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이 어째서 김종학 프로덕션 공식 홈페이지(http://www.kjhpro.com)에는 공지사항으로 게시되지 않고 송지나 작가의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것인가?
(필자의 이 소박한 의문은 아직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늘 그러했듯, 이 공식입장에 대한 의문 역시 전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4월 22일에 김종학 프로덕션 홈페이지에 다시 “‘태왕사신기’ 표절논란에 대한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이 공지사항을 통해 재발표되었다. 22일 발표된 공식입장은 ‘태왕사신기’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로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익과 명예가 달린 중차대한 사업이라는 내용이 추가되고, 재산압류 문구가 빠지는 대신 ‘태왕사신기’의 제작 및 영업에 초래된 악영향으로 인한 피해보상 청구 등의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내용으로, 20일의 공식입장에 비해 약간 완화된 내용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공식입장은 만 하루도 안 되어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어 또 한번 누리꾼들의 어이를 납치해버렸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마저 삭제된 이 비운의 공식입장은 네이버에서 ‘태왕사신기’로 검색, ‘[와우이티, 4월 22일]-[태왕사신기] 표절논란에 대한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 밝혀‘라는 기사에 전문이 실려있다.

(여기서 필자는 송지나 작가의 서면자료 공개 및 공식입장 발표, 그리고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혹은, 경고문 내지는 협박문)에 대해 ‘혹시 도용의혹을 제기해온 누리꾼들을 감정적으로 자극하여 태왕사신기 제작진 측이 누차 언급한 명예훼손에 이르는 과격한 행동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일종의 낚시성 이벤트는 아닌가.’라는―실로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해보았으나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유명 드라마 작가와 프로덕션이 자기 이미지만을 깎아먹을 뿐 하등 도움이 안 될 일을 일부러 벌일 리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연히 누리꾼들은 해당 기사에 도용 의혹을 제기하는 댓글을 달고 김종학 프로덕션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은 프로덕션의 공식입장 아닌 공식입장에 의문을 표명하는 글로 넘쳐났다. 그러나 여기서 또 한번 일이 터졌으니 바로 ‘태왕사신기’ 관련기사에 달린 500여건의 댓글이 하룻밤 사이에 몽땅 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자신이 달았던 댓글이 삭제되고 하룻밤이 지난 후 댓글 수가 확 줄어있는 것을 확인한 누리꾼들은 급기야 현재 달린 댓글 수를 적어가며 다시 댓글을 다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필자는 세 번에 걸쳐 네이버 측에 댓글 삭제에 관한 이유를 설명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결국 얻어낸 답변이란 것은 바로 이러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이런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중립적 입장에서의 표절 관련 기사는 22일의 조선일보 기사(“욘사마 주연 드라마 ‘태왕사신기’ 표절 논란”)가 유일할 뿐, 22일 오후에는 김종학 프로덕션의 공식입장(즉, 표절이 아님)을 밝힌 기사들과 함께 24일에는 “배용준” 씨의 상대역으로 김태희 씨가 물망에 올랐다는 기사들을 비롯하여 여주인공 오디션, ‘태왕사신기’의 일본 제작발표회 등의 기사만이 제철 물 만난 고기들 마냥 연이어 등록되고 있다. 즉,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 포털사이트의 의견란 및 각종 연예뉴스 게시판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배용준 씨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마저 표절 및 도용의혹에 관한 의견들이 조심스레 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네티즌들의 의견을 반영한 기사는 거의 나오지 않고 배용준 씨 및 여주인공 캐스팅에 관한 내용으로 일관하는 기사들, 그리고 ‘절대 표절 아님’이라는 김종학 프로덕션 측의 입장만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김진 작가 역시 4월 28일 WE6의 금순이 게시판을 통해 ‘기나긴 조정기간이 끝났고 이제는 법적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김진 작가의 입장을 다룬 기사는 그루넷 한 곳뿐이었다.

이에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는 4월 19일 ‘태왕사신기, 정직한 제작을 바란다‘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되고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서도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간의 유사성을 지적하고 도용의혹에 대한 ‘태왕사신기’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하는 주제의 글이 여럿 게시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번 문제가 터졌으니 서명운동의 경우 만 24시간 동안 서명이 막혔다는 제보와 함께 다음 아고라의 추천수와 조회수가 모두 줄어들었다는 제보가 잇따른 것이다.


다음아고라 서명-태왕사신기, 정직한 창작을 바란다

아래 이미지는 추천수/조회수가 삭제된 다음 아고라 토론방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네이버에 이은 다음의 서명운동 오류 및 추천수/조회수 삭제에 또 다시 비명 아닌 비명을 외칠 수밖에 없었던 필자는 다시 한번 다음 아고라 측(media3master@hanmail.net)에 5월 3일과 9일 두 번에 걸쳐 문의하였으나 5월 25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한 상태이다. 한편 연이은 삭제 사태에 의문을 품은 대응본부의 kentmild 님이 직접 다음 아고라 토론방 담당자와 몇 번이나 전화통화를 시도한 끝에 들은 답변은 시스템 에러에 의한 결과이며 관련 게시물을 알려주었으니 고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다음은 아고라 담당자가 대응본부의 한 줄 게시판에 남긴 글을 캡처한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괜찮을 줄 알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전에 필자가 5월 10일 경에 이미 추천한 글(태왕사신기의 주인공이 과연 광개토대왕인가?)에서 다시 ‘추천’을 눌러보았다


추천이 되었다!! 예전에 추천한 글을 다시 추천하는 것이므로 원래대로라면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나와야만 한다.


다음 아고라의 숱한 추천수/조회수 삭제로 위의 글을 필자가 추천한 것만도 4번이 넘는다(가장 최근에 추천한 것은 5월 10일이다). 필자와 같은 경험을 한 누리꾼들의 댓글도 보인다.


즉, 네이버나 다음 모두 댓글/추천수/조회수 삭제에 대해서 누리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인 답변은 전혀 없으며, 5월 10일에 추천/조회 에러를 고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삭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태왕사신기’ 측은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으며, 언론은 늘 그러했듯 ‘태왕사신기’ 측의 입장만을 실은 기사를 내보내고, “바람의 나라” 팬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점점 커져만 가는 의혹을 끌어안고 있다.

혹자는 시놉시스만으로는 표절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한다. 혹자는 드라마가 나와본 이후라야 표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의 경우 두 작품의 전개에 있어서 결코 빠질래야 빠질 수 없는 주인공과 신수의 성격, 그리고 주제까지 유사하다는 것이 문제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구려를 알고,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방위신을 알고, 고구려 고분벽화에 사신수가 묘사되어 있음을 안다. 그러나 사신수 하나 하나에 부여된 성격과 인물묘사에 이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것은 엄연히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재창조된 창작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의 유사점은 바로 이 ‘창작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특히 ‘태왕사신기’는 담덕과 사신수의 목표가 ‘부도(신시)에 깃발을 꽂는 것’이라고 시놉시스에 쓰여져 있고 “바람의 나라”의 무휼, 괴유, 호동, 마로 등이 줄곧 ‘부도(신시)에 고구려의 깃발을 꽂는 것’이라 말하며 북방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단순히 잃었던 영토를 회복하는 것만 겹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토 수복의 의지가 ‘깃발을 꽂는다’라고 표현된다면 이것도 과연 우연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태왕사신기’의 담덕과 사신수가 그 옛날 주몽과 그를 따랐던 사신수의 환생이라는 것과, 주몽에서 무휼로, 그리고 광개토대왕으로 이어지는 “바람의 나라”의 결말. 이 사실 앞에서 “바람의 나라”를 읽은 많은 이들이 과연 두 작품을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게 가능한 것인가? 대사 하나하나가 일치해야만 표절이라 확정지을 수 있다는 생각은 과거의 논리다. 주요 모티프와 설정이 빠지면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 모티프와 설정도 엄연한 개인의 창작에 들어가며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copyright.or.kr)의 공보조회 게시판에도 ‘시놉시스라 할지라도 저작자의 사상과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된 것이라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저작권등록도 가능하다.’는 답변을 찾을 수 있다.

내용의 유사점에서 비롯되는 의혹은 물론이거니와 ‘태왕사신기’ 측의 공식입장 및 기사에 보도된 내용들과 포털사이트의 이해할 수 없는 삭제 사건은 실로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김종학 프로덕션 측에서 이미 “바람의 나라” 드라마화를 위해 김진 작가와 접촉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5월 2일 마이데일리 ‘김종학 대표, 태왕사신기 표절의혹에 법적대응 고려’라는 기사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으로 이 드라마를 기획했고 기획당시 “바람의 나라”의 존재사실도 몰랐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송지나 작가의 공식입장을 대응본부에 올린 드라마다의 깡양 님은 같은 글(대응본부 자유게시판 416번)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바람의 나라’ 저자 김진 선생님은 저작권 심의조정 위원회에 2회에 걸쳐 저작권 분쟁조정을 신청하였으며, 이 중 1차 신청은 자료의 문제로 취소되었으며, 2005년 2월 21일 2차로 신청된 심의조정 신청에 의하여 그동안 3회의 조정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 3월 29일 ‘양쪽의 주장이 서로 대립하니 조정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조정불성립’ 선언이 내려졌습니다.

(중략)

저작권 심의조정 위원회에서조차도 ‘태왕사신기’와 ‘바람의 나라’에 대하여 바람의 나라 작가와 태왕사신기의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의 사전 판권구매 접촉에 따른 자료 접근 개연성과 의거성만 인정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는 ‘바람의 나라’와 김종학 프로덕션의 문제로, 송지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이래도 “바람의 나라”를 모른다고 한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의혹을 사실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바람의 나라”가 어떤 작품인가. 만화에서 세계 최초 그래픽 머드게임으로, 뮤지컬로, 트레이딩 카드게임으로, 소설로, 그리고 우표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 매체를 통틀어 이 정도로 원소스 멀티유즈화 된 사례는 더 이상 찾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다름아닌 고구려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신화의 시대에서 역사의 시대로 넘어오는, 자욱한 안개 속에 싸여만 있던 그 미지의 세계를. 설령 기획 당시에는 몰랐다 하더라도 누리꾼들이 제기한 의혹으로 인해 “바람의 나라”를 알게 되고, 설령 우연이라 하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것만큼의 유사점이 발견된다면 응당 그 의혹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태왕사신기’ 측은 이러한 상식과는 동떨어진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창작물은 소중하다. 모든 창작물에는 그것을 만든 이의 피와 땀과 웃음과 눈물이 어려있다. 그 창작물을 접하는 이들은 저마다의 느낌으로 그것을 소중히 품에 보듬어 안는다. 필자는, 그리고 이번 일에 의혹을 제기하는 수많은 이들은 바로 그러한 창작물―”바람의 나라”―을 오랜 시간동안 사랑해 온 사람들이며, 지금까지 가슴에 담아온 작품과 너무나 유사한 또 다른 작품에 의문을 품고 있다. 그 의문을 무시하지 말아달라. 그 의문을 한낱 어린아이들의 멋모르는 치기로 몰아붙이지 말아달라. 그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든,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해 온 작품의 힘을 가벼이 보지 말아달라. 나의 이런 바람이 부디 헛된 결말로 맺어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05. 5. 25. misha

뱀꼬리> 확률 계산 도움주신 해명태자 님께 감사드립니다.

공연윤리위원회 임시 간사장
misha(http://mishaa.org, http://mishaa.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