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글록과 USP 그리고 VP70









 


 



 


 



이야기 전체는 마약과 장기매매, 아동매매로 구성 된데다, 장면들은 잔인무도한 칼부림과 피튀기는 총질로 점철된, 악랄함의 끝을 향해 달리는 영화라 해도 …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여성관객들이 뿅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 <아저씨>.




이 영화는 총기 액션만으로 따져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그 총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느냐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영화에서 총을 소품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잘 다듬어져있다. 이 영화 전체가 과장하지 않고 관객보다 먼저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연출을 지향하는데, 총기 액션 역시 그렇다. 필요한 순간에 아주 짧게 총이 등장하며 등장할 때마다 총은 새로운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 각각의 연출 효과는 매우 좋다.




이 영화에서 총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보자.


주인공과 맞선 킬러가 느닷없이 뽑아든 권총은 주인공이 아닌 의외의 인물을 향해 발사된다. 그것을 통해 적이 노리는 것은 겉보기보다 더 복잡할 것임을 암시한다. 게다가 그 총에는 소음기까지 장착되어 있다. 이들은 생각없이 총질하는 놈들이 아닌 거다. 즉,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주인공이 속을 알 수 없는 강력한 놈들과 대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장면이 없어서 나중에 나이트 화장실 장면을 … 




 


두 번째는 주인공의 목표 추구를 1차로 좌절시키는 소도구로 등장한다. 역시 앞서와 마찬가지로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이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사용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언제나 주인공에게 단번에 목표달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한번은 실패해야 한다. 그 실패를 통해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주인공이 극복할 장애물을 제공한다.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주인공은 주인공의 자격을 인정받는다.






 



권총을 들고 싸우다니 반칙이야! … 넌 얼굴이 반칙이야!






 



또 보자. 쉐리야 … 인사를 건네는 람로완. 






세 번째는 주인공이 손에 넣은 권총이다. 총은 야구글러브에 무심하게 꽂혀있고, 여러 개의 예비탄창까지 곁에 놓여있다. 주인공은 이 총을 들어서 의외의 방식으로 점검을 한다. 소품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주인공의 개성과, 그 개성이 형성될 만큼의 과거사를 암시하는 거다. 역시 이 친구도 총을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는 친구고, 이제 본격적인 2차 시기를 시작할 것이라는 암시다. (그 방식이 얼마나 쓸만한 지는 논외다. 일반 관객이 그걸 어찌 알겠나. 그냥 너무 말 안되지 않는 선에서 뭔가 남들과는 다르다 싶으면 되는거다)




 





낯선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조합.


글러브와 권총. 그리고 탄창 … 자그마치 5개.

좋은 친구를 두었어 …







낯선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행동. 난 총을 간 볼 때도 남들과는 다르게! 








네 번째는 드디어 주인공이 총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총은 3단계를 거쳐 등장한다. 1단계, 총성이 울린다. 어? 여기서 왜 총소리가 들리지? 싶은 표정으로 기어나온 악당들을 향해, 폐건물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다시 섬광이 번쩍인다. 2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허겁지겁 도망치는 악당을 향해 총과 사수가 전체 모습을 드러내며 거침없이 접근한다. 단 한발의 총알도 낭비되지 않는다.




 



틀렸으어 … 너는 이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으어 …






다섯번째는 지금까지 긴장을 쌓아온 두 총의 대결이다. 자기들이 주인공을 처단할 사냥꾼이라고 착각하며 여유를 부리던 악당들, 자기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들에게 주인공이 차분하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거의 정확히 표적들을 쓰러트리는 동안, 킬러의 총이 응사를 하고, 둘의 교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총격전은 곧 단도를 사용하는 백병전으로 바뀐다. 그리고 킬러와 주인공의 결전이 이어진다.




 



내 총은 졸라 자비심 없음






그리고 마지막은 악당 최종보스 사냥이다. 방탄유리 설정이 만든 상황전환과 다시 그 방탄유리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복수를 끝내고 텅빈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주인공의 관자놀이에 권총이 접촉한 이후, 총은 퇴장하고 이야기는 멜로로 돌아간다. 간단히 말해,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범이다.


 






이 장면을 보며 총덕들은 글록19는 장탄수 15발인데,


차태식이는 17발을 쐈다고 딴지를 검,


사실 진짜 딴지 걸 거는 저렇게 가까이 들이대고 쏘면 잼 나기 딱 좋다는 거.


그리고 아무리 방탄차라도 저 정도 방탄이라면,


같은 곳에 한 3발 정도만 쏘면 충분히 뚫린다는 거.













 

 


 








 




글록은 구경만 같으면 풀사이즈 권총이나 컴팩트 모델이나 다 탄창이 호환됨.


물론 긴 총에 짧은 탄창은 안됨.


고로 글록19에 (17발 장전되는) 글록17 탄창을 넣고 쐇다고 할 수도 있음. 


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감독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고 봐도 됨. 




 


이 영화에서 등장한 권총은 두 종류다. 하나는 킬러 람로완이 사용하는 USP SD(소음기 장착형), 다른 하나는 차태식(원빈)이 사용하는 글록19. 영화에서 둘의 인연만큼이나 이 두 권총의 인연도 복잡하다.




 


 



요놈이 USP. 영화에 나온 거는 소음기가 장착되어 있었으니,


이렇게 총구 부분이 삐죽 튀어나와있는 SD 형이어야 하나






 



정작 영화에서는 소음기 없을 때 저렇게 밋밋하다는 …


뭐 소음기 있을때와 없을 때에 따라 총열도 바꾸나부지…


근데 총구가 뭐 저리 찌그러졌어?








 



그리고 이것이 차태식(원빈)이 주문한, 10핀(발) 넘게 들어가는 반자동, 글록 19.


탄창에 15발 장전됨. 






다른 포스트 에서도 썼듯, 글록은 권총업계에 플라스틱 바람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총과는 전혀 무관한 플라스틱 소재 공구를 만들던 회사에서 어느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낸 권총. 등장하자마자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스트리아 제식권총 자리를 꿰어찬 강자. 그 이후 미국에 상륙해서는 사법기관용 권총시장의 60% 이상을 잠식해버린 괴물. 




초소형 컴팩트 모델에서부터 글록19가 포함된 서브컴팩트 모델, 그리고 풀사이즈와 롱사이즈, 심지어는 완전자동 모델까지. 권총으로 가능한 모든 모델을 오로지 단일한 구조만으로 커버한 완벽한 녀석. 당시에는 보기드문 작동방식과 구조로 최고의 생산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권총업계의 가격파괴까지 앞장선 무서운 놈. 고장안나고, 가볍고, 튼튼하고, 안전하며, 조작과 분해도 엄청 쉽고 단순한, 권총의 상식을 깬 완전체.




HK의 USP는 어떤 면에서 글록의 플라스틱 바람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물건이다. 글록처럼 플라스틱 프레임을 썼지만, 작동방식은 전통적인 더블/싱글액션 해머 방식을 사용했다. USP는 프레임에 악세사리 장착을 위한 홈을 파 놓은 최초의 권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홈이 좀 애매하다는 게 문제. 글록이 또 이 부분에 영향을 받아 2세대 제품 부터는 아예 프레임에 피카티니 레일 규격의 홈을 파게 된다. 실제 총의 세계에서도 영화 <아저씨>에서 처럼 둘의 인연이 깊은 셈이다.


 


그런데 사실 글록과 USP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록의 혁명적 컨셉인 플라스틱 프레임이 사실은 HK 집안의 잊혀진 존재, VP70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요놈이 VP70






이 총은 원래 소련연합군(바르샤바조약군)이 유럽을 침공할 경우를 대비해, 레지스탕스들이 쓸 수 있도록 전 유럽 비밀창고들에 저장해둘 목적으로 주문받은 물건이다. 2차 대전때 제작했으나 (너무 후져서) 쓰지는 못했던 권총, 리버레이터(Liberator) 나 단순한 구조로 싸게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했던 스텐(Sten)에 상응하는 프로젝트였다. 












 




 





 





리버레이터. 공장에서 만드는데 한 정당 6.6초가 걸렸다는 초간단 권총.

강선도, 탄창도, 해머도 없는 총.









 



한발 쏘고 재장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총 한자루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긴 유일한 권총




 



 


 



요놈은 스텐. 2차 대전 중 무기부족에 시달리던 영국을 구한 SMG






그 목적에 걸맞게 요구사항은 이런 것들이었다. 전투용 9밀리를 쓸 수 있되 아주 단순해서 절대 고장날 일이 없을 것. 장탄수는 최대한도로, 완전자동도 가능해서 SMG 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그리고 대량생산이 아니면서도 값싸게 제작해 보급할 수 있을 것. 이 목적에 맞는 구조의 권총을 만들기 위해서 HK는 단순블로우백 구조를 사용하고, 개머리판을 장착하면 3점사가 가능할 수 있게 만들어 SMG 대용으로서의 기능도 확보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VP70.




 




 



엄청 단순한 구조. 딱총이나 다를 바 없음.






 



총 본체보다 개머리판이 더 복잡한 총.


개머리판을 붙이면 3점사 되는 기관단총으로 변신.


저 개머리판은 홀스터(총집) 역할도 함






문제는 너무 단순하다보니 조작하기가 열라 불편했다는 점. 슬라이드를 뒤로 당겨 장전하기도 빡세고, 방아쇠 압력이 너무 높아서 정밀한 조준사격에도 안어울리고, 오로지 당시 권총 중에서 가장 장탄수가 많다는 점(18발)과 무지막지하게 튼튼하다는 점만 인정할 수 있는 총.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VP가 플라스틱 프레임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HK 입장에선 제조비 절감, 무게 절감 때문이었다. 최초의 플라스틱 권총은 그러니까 글록이 아니라 이 VP70이며, 글록도 같은 이유로 플라스틱 프레임을 채용한 것이다. 실제로 글록은 플라스틱 프레임을 설계할 때 VP70의 구조를 많이 참고했다. 당연하다. 그 이전까지 플라스틱 프레임 권총은 오로지 VP70 뿐이었으니.


 


결국 HK는 VP70을 만들었고, 이걸 참고해서 글록이 만들어졌으며, 그걸 참고해서 다시 HK가 USP를 만들었다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이어진 것이다. 









VP70은 영화 <에일리언2>에 등장했음. 








HK USP (9mm 버전)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748 g (빈총)


③ 길이: 19.4 cm


④ 총열: 10.8 cm


⑤ 장탄수: 15발 + 1


⑥ 방식: 반자동


⑦ 출현영화: 미션임파시블 시리즈, 콜레트럴(45구경 버젼), 그외 웬만한 영화


 


Glock 19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595 g (빈총)


③ 길이: 17.4 cm


④ 총열: 10.2 cm


⑤ 장탄수: 15발 + 1


⑥ 방식: 반자동


⑦ 출현영화: 아메리칸사이코, 하드타겟, 미스터미세스스미스, 신시티, 본아이덴티티 등 웬만한 영화


 


HK VP70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820 g (빈총)


③ 길이: 20.4 cm


④ 총열: 11.6 cm


⑤ 장탄수: 18발 + 1


⑥ 방식: 반자동/3점사(개머리판 부착시 선택가능)


⑦ 출현영화: 에일리언2, 레니게이드, 페이백 등




영진공 짱가






































































2010년 최고의 영화 (1): 벙찌는 대사 大賞


올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며 2010년의 영화를 정리하는 기분으로 몇몇 부문의 상을 정해보려고 한다. 그 첫 번째 부문은 바로 “최고의 벙찌는 대사” 상.

그 영예의 수상작은 <아저씨>, 물론 해당 대사를 읇은 이는 원빈 님하 되시겠다.
그럼 문제의 대사는 뭐시냐? 그걸 지금부터 설명드리고자 한다.
 

-= IMAGE 1 =-
뭐? 내가 무슨 상?

영화 <아저씨>는 일상적인 형사와 마약 범죄자들간의 쫒고 쫒기는 전쟁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누군가 마약을 빼돌리고, 그 마약이 범죄자들도, 형사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 인물, 차태식(원빈)에게 연결되면서 모든 것이 예상을 벗어나 굴러가기 시작한다.

그런 면에서 이 주인공은 애초부터 주변사람들을 벙찌게 하는 존재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Man from nowhere]인데, 번역하자면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놈> (줄여서 ‘갑툭튀’)라 하겠다. 실제로 이 영화의 설정은 전형적인 액션영화, 예를 들어 <다이하드>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데, 주인공이 원래 계획을 어그러지게 만드는 ‘의외의 요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어? 얘가 왜 여깄어 …

실제로 이 영화에서 차태식을 묘사하는 말들은 전부 ‘갑툭튀’를 내포한다. 태국 용병 ‘람로완’은 그를 “He looks different” 라고 한다. 처음 차태식을 조사한 형사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놈인데… 기록이 없어!” 라고 한다. 말 그대로 갑툭튀 되시겠다. 모두 그가 의외의 인물이라는 걸 알지만, 그 의외성이 어떤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깨닫는 사람은 아주 적다.

특히 그의 의외성에 희생되는 자들은 특히나 그걸 너무 뒤늦게 깨닫고, 그래서 이 갑툭튀의 파괴력이 빛을 발한다. 바로 이 갑툭튀스러움이 이 영화에서 ‘원빈의 휘황한 광채’ 를 제외해도 재미를 보장한다. 물론 그 외에도 이 영화가 초반부에는 차분하게 정서를 절제하다가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제대로 터트려주는, 온도조절에 성공했다는 점도 매우 큰 요소라 하겠다.


아, 람로완(타나용) …

차태식의 갑툭튀 스러움은 특히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이건 사실 감독의 절묘한 트릭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원빈의 대사처리가 부자연스러운건지 대사 자체가 부자연스러운건지, 혹은 설정상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건지 참으로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나는 세 번째로 봐도 좋다는 입장이다. 즉, 차태식은 원래 이상한 인간인 것이다(딴걸 다 떠나서 생긴 걸 봐라…). 그는 형사들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고, 악당들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둘 다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 이해하기 어려운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가진 ‘갑툭튀’ 그 자체이며 그 갑툭튀스러운 기운이 대사를 통해 스물스물 기어나오기에 아무리 원빈이 어색하게 대사를 읇어도 그럴듯해 보이는 거다.

도대체 어떤 대사가 그러하느냐고?

전당포에 찾아온 동생 악당에게 “전당포는 하루 지나도 한달 이자 받는다…” 를 읇는 것도 매우 갑툭튀 스럽고, 유명한 “너희는 내일만 보고 살지?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에게 죽는다 …” 도 갑툭튀스럽다.

하지만 차태식이 내뱉는 뜬금없는 갑툭튀스러운 대사의 압권이자 본 영화를 ‘올해 최고의 벙찌는 대사’ 수상작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 결정적인 대사는 그것이 아니다.



문제의 대사는 바로 2010년 한국영화, 아니 한국 영화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액션신이라고 해도 좋을 터키탕 액션 직전에 나온다.

형 악당이 차태식을 한껏 조롱한 다음, 무릎꿇고 질질짜고 있던 차태식이 일어나더니 조용히 이렇게 묻는 것이다.

“충치가 몇 개냐?”

아, 이 어찌 2010년 최고의 뜬금없는 대사가 아니라 하겠나!! 당연히 영화 속 악당들도 벙찌고, 관객들도 벙찐다. 다들 너무 벙쪄서 그 대사 다음에 오는 “금니빨 빼고, 모조리 씹어먹어줄게” 라는 어색한 문장도 그냥 넘어갈 정도로 … 나쁘게 보자면 빵꾸를 더 큰 빵꾸로 메꾸는 어느 나라 대통령 같기도 하다.

그러나 좋게 보자면 원래 차태식이 좀 그런 인간이라는 설정에도 잘 어울린다. 특히 차태식의 보직이 섬멸조이자 훈련교관이었다는 설정을 고려하면 이게 더 그럴듯하다. 딴 데는 몰라도 교관이라면 이런 성격이 딱이거든.


충치가 몇개냐고 …

군대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훈련소에서 저런 교관을 만났다고 상상해보시라. 이게 얼마나 살 떨리는 일인지 좀 감이 잡힐 것이다. 겁주고 욕하는 교관은 그래도 상식선에서 무섭고, 상식선에서 조심하면 되는 인간들이다. 하지만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고 맨날 어딘가 사차원 같은 소리만 하는 교관이 있다면, 그런데 그 인간의 손에 내 운명이 달려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공포다.

그가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그 인간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관들이 표정을 감추고, 모자로 눈빛도 감추는 이유는 훈련생들에게 바로 그런 의외성에서 오는 두려움을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방금 전에 충치 찾던 애가 이러고 있다 … 얼마나 무섭냐.

고로 이 대사 “충치가 몇 개냐?” 라는 짧은 문장에는 의외로 다양한 층위의 맥락과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것은 미시적으로는 차태식의 사차원스러움을 배경으로 깔고 있으며, 그 사차원 차태식의 사차원스러운 분노를 표현한다.

그리고 중시적으로는 영화 전체의 긴장감이 폭발직전에 이른 순간, 주인공과 악당이 서로의 빈틈을 노리는 바로 그 순간에 푸드득 날아가는 새가 지린 똥오줌처럼, 순간의 방심을 유도함으로써 모든 긴장을 폭발시켜버리는 방아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관객들에게 끝까지 사차원스러운 차태식이란 인물을 던져줌으로써 캐릭터의 일관성과 신비스러움을 최대화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이 대사야 말로,
2010년 최고의 벙찌는 대사상 수상작으로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김비서가 룸살롱에, 유인나는 어쩌고?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