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타”와 데저트이글



세익스피어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궤를 같이하는 영화(혹은 소설)로는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마이페어레이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남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행태를 하던 여자를 조련(?)해서 각광받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만든다는 이야기 골격을 공유하지요.

이런 이야기는 지극히 남성우위적인 이야기이면서 또한 수많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됩니다. 그 중에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같은 영화는 히스레져의 유작이기 때문에라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죠.

이번에 다룰 영화 <니키타>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아주 괴상한 변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괄량이를 양가집 규수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형 판결난 경찰살해범 소녀를 인간병기로 길들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 골격은 결국 ‘조련하기’ 니까요.



조련 전: 막나가는 범죄녀


조련 후: 고뇌하는 살인녀

1990년에 뤽 베송이 만든 이 영화 <니키타>는 당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의 변화는 일종의 반전거울상 같은 경로를 따라갑니다. 범죄소녀 시절의 니키타는 여성미도 없고 그저 동물적인 본능에만 의존하는 괴물이죠. 하지만 그녀가 혹독한 훈련을 거쳐 킬러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성적인 자각도 같이 생겨납니다.

그 전에는 아무 자각 없이 사람을 죽이던 여자가 아예 킬러로 훈련받으면서 오히려 고뇌하고 사랑에 흔들리는 여자가 되어가는 거죠. 킬러 훈련소의 냉혹하고 비정한 논리 속에서 니키타의 인간성이 깨어나다니 … 참으로 아이러니한 전개인데, 그게 또 나름 설득력이 있더란 말이죠.

그 미묘한 부조화가 이 영화의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대 성공을 거두어 니키타 역을 맡았던 안느 빠릴로(당시 뤽 베송의 마눌이기도 했던)를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줬으며, 조련사 역을 맡은 체키 카리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죠.

그러나 <니키타>에 이런 것들만 있다면 이 총과 영화 코너에서 특별히 다룰 필요가 없겠죠. 이 영화의 명장면인 다음 클립에서 이 포스트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기본 훈련을 훌륭하게 이수한 니키타를 훈련담당관 밥(체키 카리오)가 졸업축하를 하자며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것도 꽤나 멋진 드레스를 입히고 예쁘게 단장을 해서 말이죠. 범죄소녀 시절에 구경도 하지 못했던 고급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밥의 친절한 서빙에 철없이 들뜬 니키타. 그녀에게 밥은 선물이라며 큼직한 박스를 건넵니다. 아니 선물까지!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감싸쥐고 기뻐하며 선물을 열어보니 … 아, 거기에는 탄창이 결합된 데저트이글 한자루와 예비탄창이 들어있네요.

니키타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여기서는 모든 것이 훈련이고 작전이며 조직의 계획의 일환임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죠. 킬러 훈련소의 졸업식은 암살임무의 수행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레스토랑에 온 목적은 자신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 위함이며,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 해야 자신이 죽지않고 살아서 킬러요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예비탄창은 가슴골에 집어넣고 권총을 들고 타겟에게 다가갑니다.

지시대로 타겟에게 2발을 쏜 그녀는 밥이 알려준 대로 남자화장실에 있는 탈출구를 찾았으나 젠장. 거기는 탈출구는 커녕 꽉 막힌 벽만 있군요.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대피해서 들이닥친 경호원들과 한바탕 총격전을 치릅니다. 여기서 데저트 이글의 강력한 위력을 묘사하기 위해서 니키타가 쏜 데저트이글의 탄환의 시점으로 찍은 타격 장면. 탄이 날아가서 벽을 관통해서 경호원을 쓰러트리는 그 장면은 이후 여러 영화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데저트이글 한 방 먹어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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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데저트 이글



내부에는 M16 처럼 가스압작동식 회전노리쇠가 …

실제로 1982년에 이스라엘의 IMI 사에서 만든 이 가스압 작동식 자동권총, 데저트 이글은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가장 강력한 자동권총입니다.

크게 3가지 기본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위력이 약한 것이 .357 매그넘탄을 사용하는 버전이고 그 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더티해리가 애용하는) .44 구경 매그넘탄 버전, 그리고 .44 매그넘 보다도 한 30% 쯤 더 위력이 강한(.357 매그넘에 비하면 2배 쎈) .50 액션익스프레스 탄을 사용하는 버전이 있습니다.

탄창 용량은 .357 매그넘이 9발, .44 매그넘이 8발, .50 액션익스프레스가 7발입니다. 탄이 굵고 셀수록 탄창에 장전가능한 양은 줄어드는 거죠. 참고로, 니키타에서 사용한 데저트이글은 탄창용량으로 봐서는 아마도 .357 매그넘 버젼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권총은 리볼버용 매그넘탄을 사용하면서도 탄창 설계를 잘해서 송탄불량이 적고(오토매그는 이 송탄불량 부분에서 망했죠), 작동방식도 M16 처럼 가스압으로 작동하는 회전노리쇠 방식을 사용해서 강력한 탄약의 위력을 적절히 통제해주며, 총열이 튼튼히 고정된 방식이라 명중률도 매우 높으니 여러모로 최강의 자동권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해방법도 단순하고, 분해하면 총열과 노리쇠를 쉽게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최근 모델은 총 한자루에 3가지 버전의 총열과 노리쇠, 탄창을 같이 제공해서 위의 세 가지 탄 중에 아무거나 맞춰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가지 총열과 노리쇠 구성으로 여러분을 찾아뵙습니다. 이런 구성! 전무후무하죠?



장총신 총열에 스코프를 붙이면 장거리 사격이나 사냥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열도 장거리 사격경기용의 긴 총열로 쉽게 교체할 수도 있고요.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해주시는 덕분에 인지도도 높은데다가, 이렇게 실용성도 겸비해주신 덕분에 민간 총기시장에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가 있습니다. 민간 사격경기에서도 데저트이글은 특유의 정밀도와 장거리 사격능력으로 꽤나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 군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값비싼데다 무겁고(2kg), 장탄수는 적고, 반동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죠.

영화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데저트 이글이 처음 소개된 영화는 미키 루크가 주연한 <이어 오브 더 드래곤>이라는 영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데저트 이글의 이미지를 깊게 남긴 영화는 바로 이 <니키타> 였습니다. 하늘하늘한 미니 드레스를 입은 가냘픈 여자가 거대한 자동권총인 데저트이글을 들고 주방 싱크대 뒤에 웅크리고 앉은 모습은 니키타를 대표하는 이미지였고, 동시에 많은 총덕 영화관객들에게 데저트이글의 인상을 깊이 남기는 장면이 되었던 것이죠.

그 이후 데저트 이글은 액션영화라면 개나 소나 등장시키는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총격액션물 <쉬리>에서 뜬금없이 북한 공작원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것도 아마 <니키타>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최근에 <아이리스>에서 탑 군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니키타> 덕분이겠죠.


바로 이 이미지.


요 장면 구도는 이후 터미네이터2 에서 사라코너가 재현.

참고로 1993년에 헐리웃에서 이 <니키타>를 브리짓 폰다 주연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암호명 니나>라는 영화였는데, 결과는 시망 … 뭐 후진 연출 탓도 있었겠지만 리메이크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데저트 이글을 안쓰고 이상한 소구경 스포츠권총을 쥐어줬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드네임 니나, 어쌔신, 혹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 이라는 제목도 있지만 다 망했어요 …

그렇게 망하고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한참 후인 1997년에는 TV 시리즈로도 나왔습니다. 페타 윌슨이라는 모델 출신 여주인공이 니키타 역할을 맡았죠. 나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유지한 작품이긴 했는데, 스타일이 좀 약했다고나 할까요.


 



페타 윌슨 버젼의 니키타

덧붙여, <니키타> 이전에 데저트 이글이 등장한 흥미로운 영화 중에는 1988년에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한 <레드 히트>가 있습니다. 소련에서 미국으로 탈주한 범죄자를 쫒아 미국까지 달려온 군 수사관 당코 대령역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그가 소련에서 만든 세계 최강의 자동권총이라며 들고 온 표드비린 이라는 권총이 사실은 독일/소련 풍으로 살짝 화장을 바꾼 데저트 이글이었죠.

사진을 보면 그립은 월터 P38 과 비슷한 분위기로 바꾸고 방아쇠 그립을 둥글게 하고, 총열을 조금 늘린 버전으로 교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총은 실제 총을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뭔가 소련 군인의 강력함을 어필할 소품을 필요로 하던 헐리웃 영화제작진이 만들어낸 가상의 권총 되겠습니다.

실제 당시 소련군은 탄의 위력만 따지면 서방의 9밀리 자동권총에도 못미치는 마카로프 권총을 제식으로 사용하고 있었죠. 이렇듯 데저트 이글을 데저트 이글이라 부르지 못하던 서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그후로 단 2년 만에 스타가 되다니, 총의 명성도 운을 따르는 모양입니다.


“레드히트” 포스터 속의 아놀드가 들고 있는 권총은 …



바로 요놈 … 데저트 이글을 요상하게 개조한 놈



이스라엘 국적의 데저트 이글이 어쩌다가 소련 국적이 되었는지 …



쌈마이스러운 다른 포스터도 서비스. 포스터 속의 여자는 바로 지나 거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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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 비디오 패키지인 듯 …


 



<니키타>에서 클리너로 나온 장 르노는,

이후 <레옹>에서 비슷한 역할을 다시 맡습니다.

영진공 짱가

 

반동 제로에 도전한다, 크리스 수퍼 V 시스템

군에서 사격을 해본 분이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총은 발사할 때 위로 튀어오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발일때는 물론이고 연발로 쏘면 총구가 아예 하늘로 향하는 일도 생깁니다.


왜 총은 사격할 때 위로 튀려고 할까요
? 이유는 간단합니다. 총알이 발사될 때 생기는 반작용의 힘의 축과 그 총을 지지하는 힘의 축이 어긋나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글록 사진을 가지고 재현해본 두 힘이 작동하는 모습입니다.

초록색 화살표의 길이가 길수록, 빨간색 화살표의 힘들이 셀수록,
회전력(파란원)은 커지죠

보통 총구는 총의 맨 윗부분에 있고 그 총을 쥔 손의 손목은 그보다는 아래에 있습니다. 어떤 물체에 서로 반대가 되는 두 힘이 어긋나게 가해지면 중간에 낀 그 물체에는 회전력이 생기게 되죠. 그 회전력이 바로 총을 위로 튀게 만드는 힘의 주원인입니다.

이 회전력을 최소화 시킬수록 첫 번째 탄을 쏜 다음에 2번째 탄을 표적에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걸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걸 줄일수 있을까요?


첫째, 두 힘이 작을 수록 회전력은 약해집니다
.
위력이 약한 탄을 쏘는 총은 당연히 위로 튀는 힘도 약해집니다. 반대로 위력이 강한 탄을 쓸수록 위로 튀는 경향은 커지죠. 그래서 무조건 강한 총탄을 쏘는 총이 장땡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근데
<아이리스>에서 킬러로 나오는 탑 군은 자그마치 .50구경 매그넘 데저트이글을 쓰더군요…-_-;;;

이 탄약은 지금까지 나온 양산형 자동권총탄 중에서 가장 강력한 탄 중의 하나인데 … 총알도 비싸고 총도 비싸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렇게 강력한 탄을 쓰는 권총은 반동도 그만큼 커서 전투용으로는 젬병입니다.

사실 하는 짓 전부 킬러라기 보다는 양아치에 가까운 듯

어차피 일반적인 군용 권총탄인 9밀리 파라블럼탄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얻을 수 있는데 뭐하러 50구경을 쓰냐고요 실제로 저 데저트 이글은 사격장에서 반동 자체를 즐기려는 사격애호가나 큰 총으로 폼 재고 싶어하는 찌질이들이나 쓰는 물건입니다. 결코 프로의 선택은 될 수가 없죠. 진짜 잘 훈련된 프로라면 .22구경 권총으로도 할 거 다 합니다.

둘째, 두 축의 거리가 짧을수록 회전력은 약해집니다.

그래서 권총을 잡을 때 위로 올려잡으라고 하는 겁니다. 똑같은 글록권총이라도 아래로 엉거주춤하게 잡고 쏘면 더 많이 튀겠죠. 아이리스 포스터의 소연씨가 그렇게 잡고 있었습니다. 보통 불량한 그립(bad grip)이라고 하죠.

헐리웃 영화에도 이런 불량한 그립은 종종 나옵니다
.
예를 들어, <맨 온 파이어>의 덴젤 워싱턴도 이렇게 불량하게 글록을 쥐었던 적이 있군요.

알콜중독에서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라는 설정에 맞춰서인지,
불량 그립을 보여주는 크리시
(덴젤 워싱턴)




아래로 잡아서 두 축간의 거리(연두색 화살표)가 더 길어진 상태

<페이스오프>의 존트라볼타도 마찬가지. 손과 총의 뒷부분 사이에 틈이 저렇게 보이면 안됩니다. 물론 급하게 총을 쥐거나 하면 저렇게 되기 쉽고, 초보자일수록 저런 실수를 하기 쉽죠.


총 잘못 쥐었네. 트라볼타 군!


이렇게 빈틈이 있으면 안된다규!


실제로 사격경기용 권총들은 총구와 손목의 축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아래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안 그래도 사격경기용 총은 탄약의 위력도 약한데, 저렇게 잘 설계되어 있으면 당연히 위로 튀려는 반동은 더 약해지고 그러면 사격의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손목의 축과 총열의 축이 거의 근접한 사격경기용 총과 자세


그러면 경기용 총만 아니라 전투용 권총도 저렇게 설계하면 좋지 않겠냐고요?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 전투용 권총은 탄 자체가 크고 세기 때문에 저 간격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슬라이드(노리쇠)가 후퇴할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손잡이는 그보다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죠.

물론 같은 자동권총이라도 설계에 따라서 간격이 넓은 경우도 있고 좁은 경우도 있습니다
. 글록이나 콜트45 같은 권총은 두 축간 간격이 좁은 권총의 대표격입니다. 당연히 반동을 통제하기도 더 쉽죠. 반면에 스미스웨슨의 전통적인 자동권총이나 지그(SIG)의 권총들은 좀 간격이 넓습니다. 그래서 반동이 더 크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 베레타나 CZ 같은 총은 그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도 어떤 설계자들은 총을 좀 ‘잘’ 설계해서 이 간격을 최대로 줄여보려 했습니다.


핀랜드의 발명가 얄리 티마리
(Jali Timari) 라는 사람이 만든 야티매틱 이라는 기관단총이 그 중 하나죠.


이 총은 노리쇠가 총구와 일직선으로 후퇴하는게 아니라 비스듬하게 위로 후퇴합니다.
그래서 총 전체가 총구와는 삐딱하게 어긋나 있습니다. 뭔가 잘못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죠. 어쨌든 이렇게 하니 총구의 축이 거의 손목의 축과 비슷한 높이까지 내려갈 수 있었죠.그래서 2킬로그램을 좀 넘는, 가벼운 총임에도 불구하고 반동은 상당히 낮은 총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총은 핀랜드의 무기수출법의 규제도 있고 구조가 특이해서 고장날 가능성도 높지 않겠냐는 우려도 벗어나지 못해서 결국 어영부영하다 사라지고 맙니다
. 그리고 동영상을 보시면 반동도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야티 매틱(Jati-matic),

동영상은 여기로  http://www.youtube.com/watch?v=w_fOJ9rYx-8


그래도 이 야티매틱은 그냥 사라지지는 않고 몇몇 영화와 만화에 등장했습니다
.
무엇보다 실베스터스탤론이 주연한 엣날 영화 <코브라>에 등장했죠. 위에는 거대한 레이저 포인터를 장착하고선 마치 첨단 무기인 것처럼 등장하는데 사실 그냥 가볍고 (크기에 비해서는) 위로 튀려는 반동이 약한 SMG일 뿐.





스탤론이 들고 있는 야티매틱.

영화 자체는 정말 짜증날 정도로 단순무식한 세계관
(그래도 스탤론이 이 영화로 브리짓 닐슨과 만났다능 …)

그 외에 <크라잉프리맨> 이라는 19금 일본 만화에도 등장했고 (사실 이 총을 처음 본게 이 만화였음. 음란폭력만화의 새 기준을 세운…)  허영만 님의 <망치>에도 등장하는 활약을 보여주었죠.



, 크라잉프리맨… <대남>이라는 해적판으로 접했던



이후에도 몇몇 발명가들은 이 두 축선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최근에 마침내 이 두 축간의 거리를 완전히 없애버리는데 성공한 설계가 나왔거든요. 바로 이 글의 주인공 크리스 수퍼 V 시스템입니다.


이 방식은 손목의 축과 총알이 나가는 총구의 축이 일직선입니다
.



총 같지 않은 총. 크리스 수퍼 V 시스템의 첫번째 시제품


그럼 슬라이드는 어디로 후퇴하냐고요
?
이 총의 슬라이드는 뒤가 아니라 아래로 후퇴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총의 반동은 위가 아니라 오히려 아래쪽을 향하게 되죠
.
조금이라도 남았을 위로 튀는 힘을 아예 상쇄시켜버리려는 설계입니다. 이러면 연발로 쏴도 총구가 위로 튀려는 반동은 거의 0가 되겠죠.

그 덕분에 총의 모양은 도저히 총이라고 할 수 없는 모양이 되었지만
모양이 이러면 아무리 반동이 0라고 해도 실전에서 써먹기가 힘들어집니다. 원래 총의 모양이 그냥 나온게 아니라 그런 모양이 가장 쓰기 좋기 때문이죠. 저런 모양의 총은 조준하기부터 아주 애매하잖아요.




이렇게 쏘는 수 밖에



그래서 크리스 수퍼
V 는 껍데기를 좀더 총 모양 스럽게 고쳐봅니다.바로 아래 사진처럼.

이름하여
TDI 벡터(Vector)가 나온 것이죠. 명칭을 정리하자면, 크리스 수퍼 V는 이 작동시스템의 이름이고 이 시스템을 사용한 총의 이름이 TDI 벡터입니다. 앞의 TDI는 이 총을 만드는 회사 이름.




TDI 벡터



내부 작동 구조를 설명한 그림



묘한 구조치고는비교적 단순한 분해조립

동영상은 여기    http://www.youtube.com/watch?v=pnKd6iXHTQg


사진을 보시면 총구의 축과 총을 잡을 손목의 축이 일치함을 알 수 있죠.
이러면 앞서와 마찬가지로 총이 위로 튀려는 반동은 거의 0가 되면서도 총을 조작하거나 조준하기도 쉽습니다.

이 총은
.45구경 탄을 쓰는 기관단총(SMG)입니다. 45구경은 권총탄 중에서는 센 축에 드는데, 이런 설계는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 사격을 해본 사람들의 말로는 .45구경탄을 쓰는 이 정도 크기의 SMG 중에서는 가장 안정된 사격이 가능하다고들 하더군요.
(여기서 반동 제로라는 말은 과장입니다. 아무래도 총알이 발사될때의 반작용에 따른 반동은 없을 수가 없죠. 단지 총의 반동 중에서 위로 튀려는 반동 만을 0에 가깝게 줄인다는 뜻입니다)




한손으로도 잘 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저렇게 들고 있는게 더 힘들 듯


그러나 문제는 과연
.45구경탄 정도의 위력을 위해서 이렇게 엄청난 설계변경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겠죠.

지금도 .45구경탄을 쓰는 수많은 SMG 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UMP 같은 총이라면 굳이 저런 모양을 하지 않아도 훈련만 잘 받으면 적절히 반동을 통제하면서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고요(사실 동영상을 보시면 이 벡터도 반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럼 뭐 …)
 


UMP가 더 단순하고, 조작하기 편하고,

그렇다고 크게 반동이 센 것도 아니고



결국 개발자의 거창한 의도와는 달리 이 크리스 수퍼
V는 실전에서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사에서는 어떻게든 총좀 팔아보려고 홍보에 열심입니다.

총덕들을 위한 다큐 <퓨쳐웨폰>에도 등장하고(위의 동영상이 그거임), 잡지 표지로도 나오고, 게임이나 영화에도 등장시키려 노력중이죠. 최근에 장안의 화제가 된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2>에도 이 총이 나옵니다.

뜬금없이 미국을 침공한 러시아군 중에 이 총을 가진 애들이 있다는아니 어쩌다가. 이건 데저트이글을 든 북한 킬러만큼이나 황당하지만, 뭐 게임회사에 로비를 많이 했던가, 아니면 게임 개발자들이 이 총을 좋아해서겠죠.


buzz kill!!


어쨌든 반동
0에 도전한 정신은 높이 살만 합니다만, 뭐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죠.



그래서
, 실전보다는 앞으로도 영화나 게임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총. 크리스 수퍼 V (혹은 TDI 벡터) 였습니다.

영진공 짱가

속편의 권총, 글록(Glock)

1990년 영화 <다이하드2> 에서 공항을 점거한 테러범들과 한판 붙은 브루스 윌리스는 곁에서 덜덜 떨고 있던 관제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놈들이 들고 있는 총이 뭔지 알아? 저 건 플라스틱하고 세라믹으로 만들어져서 X레이에도 안 걸리는 졸라 신형이라고. 아마 당신 한달치 월급을 줘도 못살껄?”



이게 바로 그 대단한 권총이라고?
T-1000으로 뜨기 전의 로버트 패트릭이 테러범이네요.

1995년 영화 <언더씨즈2>에서 주인공 케이시 라이백(스티븐 시걸)이 테러범들에게 점령당한 기차에서 숨어있다 만난 객실종업원에게 권총을 쥐어주며 이렇게 말하죠.
“필요할 때는 손잡이를 이렇게 단단히 잡고 무조건 방아쇠만 당기면 되,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문제의 <언더씨즈2>, 물론 ‘정상적’인 독자들은 그 따위 오덕 대사 보다는
캐서린 헤이글을 더 잘 기억하시겠지만 …

1998년도 영화 <도망자2>에서 연방보안관 제라드(토미 리 존스)는 SIG 스텐레스 모델을 갖고 있던 CIA 파견관 로이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 장난감은 버리고 이 총으로 바꿔”


그 총 회사에서 돈 얼마 받았수? 제라드 반장

이 세 주인공이 말하는 권총은 모두 같은 권총입니다. 바로 글록 Glock이죠.
공교롭게도 모두 속편 액션영화에 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군요.

단, 브루스 윌리스의 대사는 완전히 뻥이고, 스티븐 시걸의 대사는 바로 사실 그대로이고, 토미 리 존스의 대사는 좀 과장이 섞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92년에 서태지와 아이들 이란 댄스그룹이 등장했더랬죠. 음악성에 대해서야 이견이 있을지 몰라도 문화적으로는 발라드 음악중심의 가요계를 랩댄스라는 새로운 장르로 뒤바꾸어버린 엄청난 그룹이었습니다. 사실 그전에도 랩은 존재했습니다. 현진영이라는 힙합댄스 전문 가수도 있었지만, 서태지는 노래와 그들의 출신성분과 가사와 그들의 행동 모든 것이 바로 청소년들이 원하는 바로 그 모습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죠.

권총업계에서도 이처럼 서태지에 비견될만한 세대개편을 이룬 존재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글록입니다.

우리가 뭘 어쨌다고 …

그럼 어째서 글록이 신세대 권총일까요?

1911년에 브라우닝이 Colt .45를 개발한 이후, 자동권총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거의 완벽하게 완성되었습니다. 안전장치들(특히 공이차단장치)과 복열탄창과, 쇼트리코일 등의 반동흡수장치들 … 그래서 모두들 자동권총은 이제 더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들 생각했죠.

하지만, 198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플라스틱(정확히는 기능성 폴리머)으로 공구나 칼집 등을 만들던 사업가 ‘가스통’ 글록은 총의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볼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스통 글록은 원래 화학자였고, 폴리머 계열의 소재들을 개발하는 게 전공이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총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 총에 대한 기존의 틀에 구애받지 않았던 것이겠죠. 그는 자기가 개발한 폴리머(쉽게 말해 플라스틱) 중의 한 종류가 내구성이 아주 강하면서도 유연성이 있어서 권총 같은데 써먹을 수 있을 거라 보았습니다. 그래서 일단의 총기설계자들을 불러 모아서 플라스틱 권총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그 결과 글록이라는 권총이 나온 겁니다.


총기업계의 이단아, 아웃사이더, 가스통 글록 회장

사실 글록 이전에도 플라스틱으로 만든 권총은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독일의 HK(헤클러 운트 코흐)사에서 만든 VP70 이라는 권총이 그것이죠.

이 총은 특수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총이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냉전시대의 ‘리버레이터’ 권총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에라도 소련군이 서유럽을 침공했을 때, 서유럽 시민들이 무장저항을 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총인거죠. 그래서 구조는 지독하게 간단해서 고장날 곳이 없되, 장탄수는 많고(20발), 개머리판도 장착해서 사용하면 3점사(3발이 연속으로 발사되는 것)까지 되는 특이한 총으로 개발되었습니다.

NATO는 이 총을 엄청 많이 사다가 서유럽 곳곳의 비밀아지트에다 보관해놓았다는데 … 문제는 이 총은 너무 간단함만을 추구하는 바람에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했고, 뭐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냉전이 끝날 때 쯤에 거의 폐기처분 되었다죠.
 


최초의 플라스틱 프레임 권총 V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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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수납하는 통이 개머리판이 되고, 그 개머리판을 총에 붙이면 3점사가 가능해지는 총


구조는 거의 딱총 수준으로 단순하지만, 그 덕분에 장전하기도 힘들고

방아쇠도 열라 무거워서 쓰기는 힘든, 진짜 리버레이터 같은 총

* 리버레이터 권총이 뭔지 궁금하신 분은 여기로.. http://kr.blog.yahoo.com/funnyblog/1275581

그런데 이 VP70을 개발할 때 HK사에서는 좀 더 싸게 만들기 위해서 과감하게 플라스틱을 썼습니다. 슬라이드는 강철이지만 손잡이 부분(즉 프레임)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최초의 권총이 된거죠.

당연히 글록의 연구개발팀도 이 총을 알고 있었고, VP70의 구조를 분석해서 플라스틱으로 총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사례로 삼았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글록은 VP70 처럼 총의 윗부분(슬라이드, 총열, 스프링, 공이 등등)은 모두 강철로, 총의 아랫부분 중에서 손잡이와 방아쇠, 탄창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권총으로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손잡이의 스프링, 나사, 레일 등등은 당연히 강철입니다).

글록은 참신한 컨셉에 비해서는 개발 시간도 짧게 걸려서 1980년대 초반에 시제품이 나왔죠.
 


처음 나온 글록, 탄창도 겉은 플라스틱, 내피하고 스프링은 강철

이 총은 먼저 1982년에 P80 이라는 이름으로 오스트리아 군의 제식 권총으로 채용되었고, 그 다음에 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을 조금씩 두드리기 시작했죠.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했습니다.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보는 플라스틱제 권총이니 대중적인 관심을 끌긴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권총을 사서 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죠.

사람은 근본적으로 보수적인 존재입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지식을 바꾸기 보다는 자기의 생각에 어울리는 것만 받아들이고 경험하려 하는게 사람이죠. 게다가 총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렇죠. 총은 무기입니다. 무기는 유사시에 자신의 목숨을 맏겨야 하는 물건이죠. 총이 제대로 발사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내 목숨이 걸려있습니다.

그래서 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위력이나 디자인 따위가 아니라 신뢰성입니다. 최후의 순간에 내 목숨을 걸고 믿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총이죠. 그러니 당연히 오랫동안 사용해봐서 검증된 물건을 쓰려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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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이라서 색깔도 이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슬라이드는 페인트칠 했지만. 진짜 장난감 분위기.

그런데 장난감도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진짜 권총이라니.. 이걸 어떻게 믿습니까?
신뢰성은 둘째 치고 내 손안에서 터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겠습니까?

오스트리아군이 제식 채용했다는 것을 보면 좀 믿어볼 수도 있겠으나, 오스트리아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사실 그런거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겼겠죠.

게다가 글록은 생긴 것도 참 못생겼습니다. 보통 생각하는 ‘권총의 멋’과는 거리가 멀죠. 밋밋하게 네모진 슬라이드에 그냥 손에 맞게 만들어진 손잡이가 전부거든요. 베레타처럼 우아한 곡선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콜트처럼 고전적인 굴곡이 있지도 않죠. 만화가들이 권총을 간략하게 묘사할 때 사용하는 모양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이 글록은 생긴 것도 정말 장난감 권총같습니다.

물론 이렇게 단순한 디자인은 최대의 실용성과 최대의 생산성을 고려한 결과죠. 하지만 총의 멋은 무조건 블루스틸(blue steel)이야! 라고 외치는 보수파들은 글록을 총으로 치지도 않았습니다.
 


억지로 S라인이라 우기는 안타까운 모습의 글록

그리하여 글록은 세계최대의 민간총기 시장인 미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구원의 여신이 나타났으니, 바로 헛소문들이었죠.

글록이 출시된지 얼마 후에 이 총이 X레이 투시기나 금속감지기에 걸리지 않는 특수권총이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국내일간지의 해외토픽란에도 소개가 될 정도로 화젯거리였죠. 유럽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권총을 만들었는데, 이게 플라스틱이라 금속감지기에 걸리지 않아 치안당국이 고심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로 말입니다.

물론 이건 기본적으로 사실과 다릅니다. 앞서 말했듯, 글록은 프레임(손잡이부분)만 플라스틱이고 총알이나, 총열, 슬라이드, 그리고 내부 장치들은 거의가 금속입니다. 그러니 금속탐지기에 안걸릴리가 없죠. 하지만 이 헛소문은 글록이란 권총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사실 처음 모델은 엑스레이로 찍으면 형태가 잘 안보인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금속부품들만 보이죠


가방에 들어간 글록, 찾으실 수 있나요?


이것도 억지로 윤곽선을 넣어서 잘 보이지만, 어쩌면 좀 헷갈릴 수도 …

이 소문은 처음에 글록 미국지사의 부사장이 퍼트리기 시작했다는데, 소문의 확산에는 위의 <다이하드2> 같은 영화들이 한 몫을 했을 겁니다. 나중에는 미 연방정부에서 글록을 판매금지시킬 것이라는 헛소문까지 돌아서 갑자기 많이 팔리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언제나 마감세일에 약하니까요.

하지만 정작 총이 쓸만하지 못했다면 저런 식의 헛소문에 기댄 인기는 거품에 불과했을 겁니다. 진짜 임팩트는 그 다음에 왔습니다. 바로 미국 경찰들이 이 글록의 “진가” 를 발견한거죠.


그럼 글록은 다른 총에 비해 뭐가 더 우수할까요?

첫째, 엄청 튼튼하고 고장이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총이라고 신뢰성을 걱정했는데, 알고보니 정말 신뢰할만한 총이었다는 거죠. 고장안나는 물건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단순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품들 자체의 품질이 좋아야죠. 마지막으로 전체 구조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잘 작동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부품이 적은데 제대로 만들어졌고, 설계도 제대로 되어 있으면 당연히 고장이 안납니다. 글록이 바로 그런 원칙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글록은 해머도 없고 해머스프링도 없으며, 방아쇠를 제외하면 외부 안전장치도 없습니다. 그 덕분에 부품숫자도 매우 적죠. 그리고 그 적은 부품들은 모두 최고의 품질기준에 맞춰서 생산되었습니다. 특히 강철제 총열과 슬라이드는 “테니퍼’ 코팅이라는,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하다는 고강도 피막을 입혀서 내구성을 최대한 강화시켰습니다. 플라스틱 부품들도 그냥 플라스틱이 아니라 가스통 글록이 개발한 최고의 폴리머로 만들어졌죠.

당연히 고장 안나고 튼튼한 총이 되었습니다.



VP70 만큼은 아니지만 엄청 간단한 구성


겉으로 보이는 안전장치는 바로 이것, 방아쇠 내부의 걸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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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겨야먄 해제가 되는 방식,

한눈에 봐도 원리를 알 수 있는 엄청 단순한 구조.

물론 최근에는 글록도 터지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만, 그건 총을 정말 험하게 다룬 경우 + 총이 무척 낡은 경우가 겹쳐서 생긴 것들이라고 하더군요.



글록에는 완전자동 모델이 있습니다. 터미네이터3 에도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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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막굴리며 규정보다 강력한 탄을 넣어 쏘다 보면 이렇게 터지는 수도 …

둘째, 플라스틱 소재의 장점도 큰 몫을 했습니다.

일단 플라스틱은 가볍죠. 게다가 제작비도 적게 듭니다. 그리고 열전도율이 낮아서 쉽게 뜨거워지지도 않고, 겨울에 손이 얼어붙을 염려도 없죠. 게다가 유연성이 있어서 총 자체가 반동을 어느 정도(고무와는 달라서 그리 대단하지는 않겠지만) 흡수하기도 합니다. 울라!

글록은 이런 장점을 모두 살렸습니다. 당시 경찰들이 많이 쓰던 베레타92 권총이 총알없이 총만 950그램 정도이고, 콜트45 는 1킬로가 좀 넘는 무게인 반면에 글록은 620그램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하루 죙일 허리에 권총차고 다녀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300그램 가벼운 것만 해도 엄청 대단한 거였죠.

게다가 글록은 존 맥클레인의 말과는 전혀 달리 값도 쌌습니다. 베레타가 800불이 넘고, 지그는 1000불이 넘던 시절에 글록은 600불 정도면 살 수 있었죠. 원래 시장에는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은 없습니다. 싼게 비지떡이죠. 요즘 보니 이런 원칙도 모르는 인간도 있긴 있더군요.

하지만 권총업계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그런 물건이 나온 적이 있었으니 바로 글록이 그랬죠. 그 혁신적인 가격과 품질은 모두 소재의 혁명, 즉 플라스틱 덕분이었습니다.



플라스틱이라 색깔도 다양하게 넣을 수 있습니다. 이건 글록2세대 버젼.

앞서의 1세대 초기형과 차이점이 뭘까요?


글록의 2세대 버젼은 프레임에 홈을 파놨습니다.

그 홈에다가 라이트나 레이져 등을 쉽게 장착할 수 있죠.


원래 이렇게 홈파놓기는 HK가 시작했으나 좀 아쉬운 점이 있었고,


제대로 파기 시작한 거는 글록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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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총이 인기 있으면 부가장치 업체들도 늘어납니다.

총열아래 스프링가이드를 레이저 포인터로 바꾸는 옵션

셋째, 조작이 간단합니다.

앞서 말했듯 글록은 공이도 따로 없는 스트라이커 방식입니다. 외부 안전장치도 없죠. 하지만 내부에는 3중의 안전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한 오발은 없죠. 결국 일단 장전만 해놓으면 그냥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발사되고, 방아쇠를 당기지만 않으면 절대 발사되지 않는 총이 된 겁니다.

게다가 방아쇠는 당기는 거리가 길어서 손가락 잘못 움직여서 오발될 가능성도 많이 줄였죠. 사실, 글록은 더블액션 리볼버 권총들의 특성과 비슷합니다. 미국 경찰들이 제일 선호하는 것이 바로 간단한 조작 + 확실한 작동인데, 바로 그것을 충족시킨 거죠.

덧붙여, 스트라이커 방식은 총신의 높이를 낮출 수 있어서 반동의 통제에도 유리합니다. 권총 쏠때 반동을 잘 통제하려면 총을 높이 잡아야 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 아이리스를 보면 여자 요원들은 죄다 권총쏘다가 총 놓칠 것 같은 포즈더군요.

총 그렇게 잡으면 안됩니다. 이 파지법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기회가 되면… 저 말고도 이 문제를 설명해줄 진짜 전문가들이 많은 주제라서.
 


소연씨, 총 그렇게 잡으면 쏘다가 놓치는 수가 생겨요

글록의 이런 성장은 처음 언급한 영화들에서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글록이 미국시장을 두드리던 초기에 해당하는 영화 <다이하드2>는 글록에 대한 헛소문으로 점철되어 있죠. 글록의 실체를 모르던 시절입니다. 그러다가 군과 경찰의 전문가들에게 글록의 진가가 확인된 시점에 나온 <언더씨즈2>에서는 글록의 장점들이 간단히 언급됩니다. 간단한 총. 바로 그것이죠. 마지막으로 <도망자2>에서는 아예 주인공이 글록 빠돌이로 나오죠. 왜냐면 대부분의 미국경찰들이 바로 그런 상태였거든요.

지금도 글록은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권총 시장에서 최강자의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제는 다른 업체들에서도 다양한 플라스틱 권총을 만들면서 글록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으니, 조만간 이 판도도 바뀌겠지요.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