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그 노래] “레옹”, Shape of My Heart

요즘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1994년에 나는 무슨 일을 하곤 했었나 곱씹어보다가 문득 그때 개봉한 영화 한 편이 생각났다.

그 영화의 제목은 바로 “레옹”. 뤽 베송 감독, 장 르노, 게리 올드만, 그리고 어린 시절 나탈리 포트만이 열연한 영화로 똥기마이 가득한 낭만 킬러가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순정마초 킬러와 소녀 수제자(?)라는 마치 무협지와도 흡사한 이야기인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전 세계적으로 굉장한 인기를 얻었고 흥행성적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홍콩협객총격물의 묘한 향내가 함께 겹쳐있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했었다.

이후 레옹은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고, 수많은 아류작이 뒤를 이었고, 지난 4월에는 개봉 20주년을 맞아 디렉터스 컷이 HD로 다시 개봉되기도 하였다.

이 영화에 삽입되어 영화 못지않게 큰 히트를 한 곡이 바로 스팅(Sting)의 “Shape of My Heart”. 실은 그 이전에 발표되어 많은 인기를 모았던 곡이지만 영화에 삽입되면서 스팅을 모르던 이들에게 까지 스팅을 널리 알리기도 한 곡이다.

마음이 스산할 때 들으면 딱 좋은 이 노래. 마침 눈도 오고 날씨도 그러해서 준비해 보았으니 함께 감상해 보시죠.

공동 작곡자인 도미니크 밀러와 함께 …

He deals the cards as a meditation
And those he plays never suspect
He doesn’t play for the money he wins
He doesn’t play for the respect
He deals the cards to find the answer
The sacred geometry of chance
The hidden law of probable outcome
The numbers lead a dance

그는 명상을 위해 카드를 돌리지,
그는 상대방을 전혀 의심하지 않지,
그는 돈을 따기 위해 게임을 하지는 않아,
그는 명성을 얻기 위해 게임을 하지는 않아,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카드를 돌리지,
이길 수 있는 기회의 신성한 기하학,
나올 수 있는 결과의 숨겨진 법칙,
숫자들이 춤을 추네,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스페이드는 병사의 칼을 의미하지,
클로버는 전쟁 병기를 의미하지,
다이아몬드는 이 게임에서 돈을 의미하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마음(하트)의 모양은 아니야,

He may play the jack of diamonds
He may lay the queen of spades
He may conceal a king in his hand
While the memory of it fades

그는 다이아몬드 잭으로 플레이하기도 하지,
그는 스페이드 퀸을 내놓기도 하지,
그는 손 안에 킹을 들고있기도 한다네,
그 기억들이 점점 멀어져 가는 동안,

And if I told you that I loved you
You’d maybe think there’s something wrong
I’m not a man of too many faces
The mask I wear is one
Those who speak know nothing
And find out to their cost
Like those who curse their luck in too many places
And those who smile are lost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 말하면,
그대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겠지,
난 여러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난 단 하나의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떠드는 사람은,
반드시 댓가를 치르게되지,
너무 많은 곳에서 자신의 행운을 바라는 이들,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 이들,

I know that the spades are the swords of a soldier
I know that the clubs are weapons of war
I know that diamonds mean money for this art
Bu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That’s not the shape of my heart

스페이드는 병사의 칼을 의미하지,
클로버는 전쟁 병기를 의미하지,
다이아몬드는 이 게임에서 돈을 의미하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 마음(하트)의 모양은 아니야,
그건 내 마음의 모양이 아니야,

영화의 장면들과 함께 하는 좀 다른 버전

노래 하나로는 좀 섭섭할 듯 하여 준비한, Lute 연주가 곁들여진 “Fields of Gold”.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 삽입곡이다.

“22 블렛”, 좋은 건 혼자 다 해먹는 대부들의 속성





<22 블렛>은 22발의 총탄에 맞고도 살아나 ‘불사신'(L’immortel)라고 불리웠던 마르세이유 마피아의 대부, 찰리 마테이(장 르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를 전기 영화라고까지 보기 어려운 것은 찰리 마테이의 성장 과정를 포함하여 인생 전반에 관해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프란츠-올리비에 지스베르의 원작부터가 객관적인 전기물이 아닌 소설이었고 이것이 다시 영화화를 위해 각색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은퇴한 마피아 보스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이라는 기본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조무래기들을 해치우고 중간 보스를 꺾은 다음, 마지막에는 최종 보스와 대결을 하는 식인 거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거나 아예 무감한 편인 일부 관객을 제외하고는 국내용 제목인 <22 블렛>이 주인공의 몸에 박히게 될 총탄의 숫자를 의미한다는 것과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나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자들과 대결을 펼치게 되리라는 것을 사전에 인지를 하게 될 터인데, 그런 점에서도 이 영화는 장르 영화로서의 예상된 결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소 실망스러운 내러티브를 선보이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가족의 가치를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작품에 설득력을 가져다주기 보다는 대중적인 액션물로서 필요로 하는 꽃장식처럼 여겨지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애쓴 작품들에게서 기대해 봄직한 서늘한 감동은 얻기 힘들다는 얘기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생략이 많은 등장 인물들의 대사와 약간씩 건너뛰고 있는 듯한 씨퀀스 간의 편집이 과연 달라도 뭔가 다른 ‘유럽 영화’라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이 때문에 관객에 따라서는 영화 초반에 약간의 부적응을 경험할 수도 있겠으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 일단 복수극의 궤도에 올라탄 이후로는 찰리 마테이의 활약에 악당들이 하나씩 쓰러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물론 찰리 마테이의 복수란 약자가 절치부심 끝에 자신 보다 훨씬 강한 자들에게 재도전하는 고전적인 느낌의 그것이 아니라 전지전능한 신께서 감히 제 주제를 모르고 도전해온 조무래기들을 하나씩 응징해주는 그런 느낌이라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란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된다.




그나마 <22 블렛>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을 꼽으라면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철조망의 숲을 맨몸으로 뚫고 나가며 그 간절한 심정을 전달하려는 장면이라 하겠는데, 문제는 우리의 불사신께서 그 정도의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뛰어든 상황 그 자체에 납득이 잘 안되는 데다가 – 그러다 보니 철조망에 연이어 찢기는 모습이 안타깝기 보다는 어처구니가 없게 느껴질 따름 – 그로 인해 차 트렁크에 갖혀 있던 아들이 찰리 마테이의 피범벅이 된 얼굴을 보고 더 놀라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관객에 따라서는 그 수가 너무 뻔히 보이는 플롯 구성이 문제라는 얘기인데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아 의외로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는 여지는 있는 편이라 하겠다.




영화가 내세울 수 있는 주제라는 측면에서는 마지막 최종 보스 – 한번 우정은 영원한 우정이라며 함께 맹세했던 친구 자키아(카 므라) – 와의 대화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는데 이는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에 깔리는 찰리 마테이의 나레이션과 어우러져 한번 발을 들이면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의 세계를 묘사하게 된다.

그러나 이에 관한 메시지가 단지 피상적인 수준이 아닌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장 르노가 연기한 찰리 마테이라는 인물이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될 필요가 있었다.

<22 블렛>은 현역 시절 그 누구 보다 냉혹한 마피아 보스였던 찰리 마테이의 과거에 대한 묘사를 생략한 채 비교적 합리적이고 가정적이며 심지어 정의롭게 보이기까지 해서 관객들이 감정 이입을 하기에 좋은 모습만을 다루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인상적인 느와르 영화로서는 완전히 실패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크게 지루한 감은 없었던 영화다. 찰리 마테이의 딸 에바 역으로 출연한 조세핀 베리는 감독 리샤르 베리의 딸인데, 어린 시절의 샤를롯 갱스부르를 연상시키는 모습이 눈에 띄더라. 조만간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기를.



영진공 신어지







 

“니키타”와 데저트이글



세익스피어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궤를 같이하는 영화(혹은 소설)로는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마이페어레이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남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행태를 하던 여자를 조련(?)해서 각광받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만든다는 이야기 골격을 공유하지요.

이런 이야기는 지극히 남성우위적인 이야기이면서 또한 수많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됩니다. 그 중에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같은 영화는 히스레져의 유작이기 때문에라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죠.

이번에 다룰 영화 <니키타>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아주 괴상한 변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괄량이를 양가집 규수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형 판결난 경찰살해범 소녀를 인간병기로 길들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 골격은 결국 ‘조련하기’ 니까요.



조련 전: 막나가는 범죄녀


조련 후: 고뇌하는 살인녀

1990년에 뤽 베송이 만든 이 영화 <니키타>는 당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의 변화는 일종의 반전거울상 같은 경로를 따라갑니다. 범죄소녀 시절의 니키타는 여성미도 없고 그저 동물적인 본능에만 의존하는 괴물이죠. 하지만 그녀가 혹독한 훈련을 거쳐 킬러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성적인 자각도 같이 생겨납니다.

그 전에는 아무 자각 없이 사람을 죽이던 여자가 아예 킬러로 훈련받으면서 오히려 고뇌하고 사랑에 흔들리는 여자가 되어가는 거죠. 킬러 훈련소의 냉혹하고 비정한 논리 속에서 니키타의 인간성이 깨어나다니 … 참으로 아이러니한 전개인데, 그게 또 나름 설득력이 있더란 말이죠.

그 미묘한 부조화가 이 영화의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대 성공을 거두어 니키타 역을 맡았던 안느 빠릴로(당시 뤽 베송의 마눌이기도 했던)를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줬으며, 조련사 역을 맡은 체키 카리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죠.

그러나 <니키타>에 이런 것들만 있다면 이 총과 영화 코너에서 특별히 다룰 필요가 없겠죠. 이 영화의 명장면인 다음 클립에서 이 포스트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기본 훈련을 훌륭하게 이수한 니키타를 훈련담당관 밥(체키 카리오)가 졸업축하를 하자며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것도 꽤나 멋진 드레스를 입히고 예쁘게 단장을 해서 말이죠. 범죄소녀 시절에 구경도 하지 못했던 고급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밥의 친절한 서빙에 철없이 들뜬 니키타. 그녀에게 밥은 선물이라며 큼직한 박스를 건넵니다. 아니 선물까지!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감싸쥐고 기뻐하며 선물을 열어보니 … 아, 거기에는 탄창이 결합된 데저트이글 한자루와 예비탄창이 들어있네요.

니키타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여기서는 모든 것이 훈련이고 작전이며 조직의 계획의 일환임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죠. 킬러 훈련소의 졸업식은 암살임무의 수행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레스토랑에 온 목적은 자신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 위함이며,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 해야 자신이 죽지않고 살아서 킬러요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예비탄창은 가슴골에 집어넣고 권총을 들고 타겟에게 다가갑니다.

지시대로 타겟에게 2발을 쏜 그녀는 밥이 알려준 대로 남자화장실에 있는 탈출구를 찾았으나 젠장. 거기는 탈출구는 커녕 꽉 막힌 벽만 있군요.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대피해서 들이닥친 경호원들과 한바탕 총격전을 치릅니다. 여기서 데저트 이글의 강력한 위력을 묘사하기 위해서 니키타가 쏜 데저트이글의 탄환의 시점으로 찍은 타격 장면. 탄이 날아가서 벽을 관통해서 경호원을 쓰러트리는 그 장면은 이후 여러 영화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데저트이글 한 방 먹어랏!!!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이것이 데저트 이글



내부에는 M16 처럼 가스압작동식 회전노리쇠가 …

실제로 1982년에 이스라엘의 IMI 사에서 만든 이 가스압 작동식 자동권총, 데저트 이글은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가장 강력한 자동권총입니다.

크게 3가지 기본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위력이 약한 것이 .357 매그넘탄을 사용하는 버전이고 그 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더티해리가 애용하는) .44 구경 매그넘탄 버전, 그리고 .44 매그넘 보다도 한 30% 쯤 더 위력이 강한(.357 매그넘에 비하면 2배 쎈) .50 액션익스프레스 탄을 사용하는 버전이 있습니다.

탄창 용량은 .357 매그넘이 9발, .44 매그넘이 8발, .50 액션익스프레스가 7발입니다. 탄이 굵고 셀수록 탄창에 장전가능한 양은 줄어드는 거죠. 참고로, 니키타에서 사용한 데저트이글은 탄창용량으로 봐서는 아마도 .357 매그넘 버젼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권총은 리볼버용 매그넘탄을 사용하면서도 탄창 설계를 잘해서 송탄불량이 적고(오토매그는 이 송탄불량 부분에서 망했죠), 작동방식도 M16 처럼 가스압으로 작동하는 회전노리쇠 방식을 사용해서 강력한 탄약의 위력을 적절히 통제해주며, 총열이 튼튼히 고정된 방식이라 명중률도 매우 높으니 여러모로 최강의 자동권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해방법도 단순하고, 분해하면 총열과 노리쇠를 쉽게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최근 모델은 총 한자루에 3가지 버전의 총열과 노리쇠, 탄창을 같이 제공해서 위의 세 가지 탄 중에 아무거나 맞춰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가지 총열과 노리쇠 구성으로 여러분을 찾아뵙습니다. 이런 구성! 전무후무하죠?



장총신 총열에 스코프를 붙이면 장거리 사격이나 사냥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열도 장거리 사격경기용의 긴 총열로 쉽게 교체할 수도 있고요.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해주시는 덕분에 인지도도 높은데다가, 이렇게 실용성도 겸비해주신 덕분에 민간 총기시장에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가 있습니다. 민간 사격경기에서도 데저트이글은 특유의 정밀도와 장거리 사격능력으로 꽤나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 군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값비싼데다 무겁고(2kg), 장탄수는 적고, 반동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죠.

영화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데저트 이글이 처음 소개된 영화는 미키 루크가 주연한 <이어 오브 더 드래곤>이라는 영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데저트 이글의 이미지를 깊게 남긴 영화는 바로 이 <니키타> 였습니다. 하늘하늘한 미니 드레스를 입은 가냘픈 여자가 거대한 자동권총인 데저트이글을 들고 주방 싱크대 뒤에 웅크리고 앉은 모습은 니키타를 대표하는 이미지였고, 동시에 많은 총덕 영화관객들에게 데저트이글의 인상을 깊이 남기는 장면이 되었던 것이죠.

그 이후 데저트 이글은 액션영화라면 개나 소나 등장시키는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총격액션물 <쉬리>에서 뜬금없이 북한 공작원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것도 아마 <니키타>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최근에 <아이리스>에서 탑 군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니키타> 덕분이겠죠.


바로 이 이미지.


요 장면 구도는 이후 터미네이터2 에서 사라코너가 재현.

참고로 1993년에 헐리웃에서 이 <니키타>를 브리짓 폰다 주연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암호명 니나>라는 영화였는데, 결과는 시망 … 뭐 후진 연출 탓도 있었겠지만 리메이크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데저트 이글을 안쓰고 이상한 소구경 스포츠권총을 쥐어줬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드네임 니나, 어쌔신, 혹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 이라는 제목도 있지만 다 망했어요 …

그렇게 망하고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한참 후인 1997년에는 TV 시리즈로도 나왔습니다. 페타 윌슨이라는 모델 출신 여주인공이 니키타 역할을 맡았죠. 나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유지한 작품이긴 했는데, 스타일이 좀 약했다고나 할까요.


 



페타 윌슨 버젼의 니키타

덧붙여, <니키타> 이전에 데저트 이글이 등장한 흥미로운 영화 중에는 1988년에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한 <레드 히트>가 있습니다. 소련에서 미국으로 탈주한 범죄자를 쫒아 미국까지 달려온 군 수사관 당코 대령역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그가 소련에서 만든 세계 최강의 자동권총이라며 들고 온 표드비린 이라는 권총이 사실은 독일/소련 풍으로 살짝 화장을 바꾼 데저트 이글이었죠.

사진을 보면 그립은 월터 P38 과 비슷한 분위기로 바꾸고 방아쇠 그립을 둥글게 하고, 총열을 조금 늘린 버전으로 교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총은 실제 총을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뭔가 소련 군인의 강력함을 어필할 소품을 필요로 하던 헐리웃 영화제작진이 만들어낸 가상의 권총 되겠습니다.

실제 당시 소련군은 탄의 위력만 따지면 서방의 9밀리 자동권총에도 못미치는 마카로프 권총을 제식으로 사용하고 있었죠. 이렇듯 데저트 이글을 데저트 이글이라 부르지 못하던 서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그후로 단 2년 만에 스타가 되다니, 총의 명성도 운을 따르는 모양입니다.


“레드히트” 포스터 속의 아놀드가 들고 있는 권총은 …



바로 요놈 … 데저트 이글을 요상하게 개조한 놈



이스라엘 국적의 데저트 이글이 어쩌다가 소련 국적이 되었는지 …



쌈마이스러운 다른 포스터도 서비스. 포스터 속의 여자는 바로 지나 거숀!!!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니키타 비디오 패키지인 듯 …


 



<니키타>에서 클리너로 나온 장 르노는,

이후 <레옹>에서 비슷한 역할을 다시 맡습니다.

영진공 짱가

 

[테이큰], 우리에겐 피터가 필요해….









찾기는 어렵지 않아. 바로 당신 옆에 있거든.

본 슈프리머시(제이슨 본 시리즈 2편)에서 본은 자신의 여친 마리가 저격당해 죽자
거의 축지법과도 같은 기술을 발휘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널럴한 나라 중의 하나에 도착해 일부러 공항검색 카메라에 찍히고
이미 등록된 위조여권을 사용해서 허술한 장소에서 자신을 심문하게 만든 뒤,
전화를 복사해서 작전담당관의 이름과 도시를 알아내고,
해당 도시에 도착해 전화 몇통으로 그 담당관이 투숙한 호텔과 방번호까지 알아내고,
작전본부까지 미행을 해서는 저격총 스코프의 조준점에 그녀를 올려놓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그녀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 사이에 트레드스톤 요원 한명과 격투까지 했지만, 그 지점까지 도착하는데 딱 이틀 걸리더군요. 인도에서 유럽까지 가는 비행기 시간은 빼고 말이죠.

네, 단 이틀 만에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복수의 대상자를 찾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복수를 끝낼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한 겁니다.

그 속도감과 효율성, 그리고 그 대담함을 즐긴 분이라면 영화 <테이큰>에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들 이야기 하듯, 이 영화는 아빠가 된 제이슨 본 이야기거든요.
자동차 추격장면의 배경음악 조차도 제이슨 본 스럽죠.

물론 이 영화의 브라이언(리암 니슨)도 제이슨 본 만큼 대단한 사람입니다.
프랑스에 도착해 납치된 딸을 찾아내는데 한 사흘 걸린 것 같더군요.

단, 제이슨 본과는 달리 니슨 아저씨는 정말로 마구마구 무자비합니다.
딸을 찾기 위해서라면 친구 마누라 어깨쯤은 주저없이 쏴버리고요.
(그 친구, 조금 더 머뭇거렸으면 정말 새 장가 갈 수 있었을겁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며 양해(?)를 구하는 악당에게는
“나는 감정이 매우 많다”며 남은 총알을 다 먹여줍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영화의 악당들에겐 정말로 용서해줄 만한 여지가 없어요.
모두 죽어도 쌉니다.

-= IMAGE 1 =-


잘못했다고? 그래 알겠어. 하지만 용서는 못해줘

결국, “여자 하나 잘못(-_-) 납치했다가 프랑스 파리의 인신매매 조직 하나와
그 범죄의 최종수요자에 이르는 유통경로 하나가 완전히 궤멸된다”

는 것이 이 영화의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니슨 아저씨는 현역 요원도 아니고 그 조직에서 은퇴한 노땅입니다.
물론 실력이 녹슬어 은퇴한 것이 아니라 딸네미 때문에 은퇴한 거지만 말이죠.

여튼 17살짜리 딸을 둔 노땅이 한 도시의 범죄조직 하나를 싹 쓸어버릴 정도라면
현역 요원 한 두셋만 투입하면 그 어떤 범죄조직이든 전부 쓸려나갈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지구 상에 아직도 이런 악독한 범죄자들이 날뛰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게 좀 착잡하단 말이죠…

그 악당들이 날뛰는 건 이 슈퍼맨 요원들이 얌전히 그걸 묵과하고 있어서라는 얘기니까요.
아니라고요? 그 아저씨들은 지금 이라크에서 바쁘다고요?
혹은 중간에 니슨 아재가 중얼거린 것 처럼, 그 범죄자들을 쓸어버리긴 커녕 그들에게서 돈을 뜯어 정찰위성 유지비용을 대고 있는 걸까요?
아니, 어쩌면 그들이 무사한건 다행히도 (혹은 유감스럽게도)
그놈들이 이 무서운 아저씨들의 딸을 납치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다 보면, 이 모든 정의가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납치대상을 찍은 놈들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피터란 놈이 니슨 아재의 딸을 골라내지만 않았더라도
모두가 여전히 인신매매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을테니 말이죠.

이 지점에서 저는 한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 도대체 왜,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에는 피터 같은 애가 없는 거랍니까…



잘 도망가다 트럭에 깔려죽은 피터..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13구역>을 만든 삐에르 모렐이고, 제작자는 뤽 베송입니다.
<13구역>보다 이 영화가 조금 더 긴데, 박진감은 여전히 만빵입니다.
아우 후련해…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