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파이어” (Foxfire), 영화 속 음악들의 의미


 

 


 


 



 


 


“폭스파이어” (2012, 원제: Foxfire, Confessions of a Girl Gang)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위대한 미국’의 시작점은 1950년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차 대전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국은 전세계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패권국가가 된 것이죠. 이 시대는 동시에 냉전의 개막기이기도 했습니다.


 


냉전 … 다들 잘 알고 계시는 매카시즘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경제적 풍요와 매카시즘의 결합된 오묘하게 풍요로운 시절의 어린 아이들은 공산주의와의 전쟁을 울부짖는 어른들에게 별반 흥미가 없었죠. 그 때 등장하는 게 록큰롤입니다.


 


많은 록큰롤 가수들이 젊은이들의 추앙 속에 “매카시즘? 몰라! 씨바 오늘밤은 여자랑 밤새 술 마시고 춤추고 침대서 구를 거야”를 외치죠. 그러다가 된통 얻어맞기도 하고요.


 


잘 알려진 록큰롤 스타들은 10대 여성 강간(근데 나중에 둘이 결혼해요), 10대 성매수 등등으로 감방 신세를 지게되죠. Little Richard, Chuck Berry 가 그렇죠. 물론 Elvis는 재빨리 어른들 눈치 보면서 자원입대 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로큰롤은 청년문화, 저항의 상징이 됩니다. 지금까지도 그 이미지는 계속되고 있죠. 록이 저항의 아이콘이 된 건 다 이 때 형들의 공입니다. 엘비스가 한국에선 로큰롤 스타지만, 미국에서는 초기에 분명 록큰롤이지만, 로큰롤보다 결국 팝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 형은 타협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누나팬들은 더 많아졌겠지만.


 


 



Timber Timbre, “Woman”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1950년대 여성이 얼마나 억압된 존재였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그런 틀을 깨고자 나선 아가씨들의 맹랑한 저항의 파국을 그린 이 영화에선 우리가 놓치고 있던 로큰롤의 남성성을 거칠게 들고 나옵니다. 물론 영화에 이런 내용이 직접 거론되진 않죠. 오히려 1950년대라는 시대상을 보여주기 위해 로큰롤이 쓰입니다. 그런데, 그게 영화의 내용과 겹쳐지면서 은근히 까입니다.


 


영화의 스코어는 Timber Timbre라는 프로젝트 팀이 맡았습니다. 캐나다의 포크 블루스 프로젝트죠. 중요한 장면들의 스코어와 스크롤과 함께 나오는 음울한, 새로 쓴 곡 같은데, 옛날노래 같은 “Where Are You Going, Where Have You Been?”이 이들의 노래에요. 관심있는 분들은 앨범도 몇 장 발매되어 있으니 유튜브 검색하시구요.


 


스코어보다 중요한 게 영화에 나오는 로큰롤과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에요. 시대에 맞게 라디오에선 로큰롤이 나옵니다. Johnny Carroll, Rosco Gordon, Angie & The Citations, Bobbie & Boobie 같은, 지금은 로큰롤의 원조로 불리는 형아들이죠.


 


스포주의: 보시려면 드랙하세요 –>  (중요한 장면이 있어요. 학교에서 백치로 통하는 리타가 껄렁한 남동생 놀러 가는데 따라갔다가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죠.) 리타 엄마도 리타의 옷을 보고 여자 행실이 이게 뭐냐는 식으로 힐난하죠. 그런 시대예요. 그리고 그 껄렁한 망할 놈들이 소위 야전에서 틀어놓고 있는 게, 이 형아들 노래죠.


 


 



Carmen Miranda, “ Mamãe Eu Quero”



 


물론 소녀들의 파티에도 Johnny Carroll의 ‘Wild Wild Women’이 나오긴 합니다. 근데, 좀 놀라운 건 그녀들끼리 놀 때 스스로 부르는 노래에요. 물랑루즈나 1930, 40년대 여성성을 마구 자랑하는, 혹은 관능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노래죠. 그것도 철저하게 남성적인 시각에서 섹시한 노래들이란 거에요.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를 오가며 섹시하고 귀여운 여성으로 당시 남성들에게 만만한 여성상으로 비쳐졌던 카르멘 미란다 누님의 노래를 부르는거죠. 이런 노래를 부르는 친구들을 바라보는 리더 레즈(Legs)의 시선이 묘하죠. 웃고 있는데, 어딘가 씁쓸한.


 


결국 풍요의 시대는 남성과 마초의 시대였다는 거죠. 남자 어른은 매카시즘으로, 어린 남자놈들은 로큰롤로 섹스 얘기할 때, 여성들은 부르주아건 워킹 클래스건, 나이 많건 적건 여전히 거기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레즈는 밖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나 봐요.


 


이 작품은 로랑 캉테 감독의 평타라고 하는데, 최소한 음악의 사용에 있어선 시니컬한 시선의 극치였다고 봅니다.


 


 


영진공 헤비죠


 


 


 


 


 


 


 


 


 


 


 


 


 


 


 


 


 


 


 


 


 


 


 


 


 


 


 


 


 


 


 


 


 


 


 

“프랭키와 자니”, 달빛을 들으며 카푸치노 한 잔 어때요


이 영화는 그 동네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구전가요 속의 인물과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리고 1936년과 1966년에 이미 동명 타이틀의 영화가 만들어 진 바 있다. 1966년에 만들어진 그 영화의 주연이 누구였냐고? 엘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y, Johnny Cash, Van Morrison, Duke Ellington 등 수 많은 가수와 연주자에 의해 불려졌던 그 구전가요는 그다지 아름다운 이야기도 아니고 가슴 시린 교훈을 남기는 노래도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구전 가요에 나오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발병이 나라든가 서방이 바람을 피워 부인이 목을 맸다는 등의 이야기와 비슷한,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죽인 여자의 이야기이다.

어쨌든 1936년과 1966년의 영화는 그 구전가요의 내용을 그대로 극화한 것이지만, 1991년의 영화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 노래가 아니라 테렌스 맥날리가 쓴 연극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을 영화화 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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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영화는 죽도록 사랑하다가 누군가의 배신으로 엄청난 비극을 맞는 내용이 아니라 영화 속 두 주인공이 참으로 고단한 삶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다가 원작 극본의 제목처럼 “달빛(Claire De Lune)”의 도움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달빛? 그렇다. 영화 『오션스 일레븐』에도 삽입됐던 드뷔시의 그 피아노 곡, “Claire De Lune”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되겠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 근데 로맨틱 코미디 영화 치고는 좀 독특하기는 하다. 우선 나이가 마흔 둘, 아니 마흔 다섯, 아니 실은 마흔 여섯의 사내와 그리고 나이가 서른 둘, 아니 서른 셋, 아니 실은 서른 여섯 먹은 여자의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사랑할 때 당신이 버려야 할 것”이나 “더 이상 좋을 순 없다” 등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도 나이 많이 드신 분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이 영화가 독특하다고 할 게 뭐 있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주인공 사내는 전과자이고 여자는 매맞고 살다 헤어진 이혼녀 되겠다. 로맨틱이나 코믹할 건덕지가 눈곱만치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헐리우드 특유의 솜씨로 엮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알 파치노”가 누구인가? 카리스마하면 국제 경기에서 챔피언 먹어도 될 만큼 빵빵한 우리의 대부(“God Father”)요, 우리의 상채기 얼굴(“Scarface”)이 아니던가. 또한 “미셸 파이퍼”가 누구인가? 온갖 미인대회는 다 말아먹고도 남을 소위 만인의 연인 아니시던가. 그런 두 사람이 망가지고 상처 받은 삶을 힘겹게 이어가다가 어렵사리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는 역할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그런데 “알 파치노”와 “미셸 파이퍼”가 공연을 한 건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실은 1983년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영화 『스카페이스』(Scarface)에서 “알 파치노”는 마약 조직 보스의 자리를 노리는 악바리 건달로, “미셸 파이퍼”는 그 보스의 쭉쭉빵빵 어린 애인으로 나와 결국엔 “알 파치노”의 품에 안기는 역할로 만났었던 것이다.

암튼간에 아침, 저녁으로 밖에 나서면 아직은 겨울의 기운이 코 끝에 느껴지는 요맘때, 가슴 한 켠을 슬며시 따뜻하게 해 주거나 자연스럽게 미소 한 자락 짓게 하는 드라마 땡기는 분들은 이 영화가 괜찮을 듯 하여 권하는 바이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