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10분을 빼앗지 마라!!!

벌써 세 번째다. 10분씩 세 번이니까 총 30분이나 된다. 30분이면, 회사 출근시간으로 3,000원의 지각 벌금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집에서 빈둥거릴 때조차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자두로 입가심 하고도 곤히 낮잠에 들 수 있는 소중한 1,800초란 말이다.

거창하지만 진심으로 윤리적인 영화 보기의 실천을 위해서라도 멀티플렉스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CGV는 입장 수익의 60% 이상을, 2주 이상 장기 상영 시 그 이상을 가진다.) 하지만 어제처럼 엄마를 모시고 극장에 가는 날이면,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멀티플렉스를 선택하게 된다.  이 땅에 사는 불행 중 하나다.

CGV 일산에 5시 50분 영화를 예매 했다. CGV에 도착한 시간이 45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언제나처럼 상품 광고가 쉼 없이 이어졌다. 좀 있자니 개봉 예정 영화의 예고편이 나왔다. ‘아, 이제 시작하는구나.’ 싶어 시계를 보니 50분. 관람 티켓에 버젓이 찍힌 영화 시작 시간이다. 광고는 다시 나왔다. 손목시계를 탁탁 쳤다. ‘이건 아니잖아! ‘.

곧이어 비상시 탈출 방법과 영화관람 에티켓이 길게 이어졌다. 더는 안된다며 이를 앙, 물었다. 다시 광고다. 시계는 6시를 가리켰다. 애니*과 S*텔레콤 광고가 마지막을 요란하게 장식했다. (아마 가장 비싼 값에 수주한 광고들일 거다.) 엎친 데 덮치게 디지털 파일 사고로 1-2분이 더 지체된 후 영화는 시작됐다.




 

CGV 홈페이지http://www.cgv.co.kr/ 에 문제를 제기해논 상태다.


교활하게 머리를 굴려 이룬 10분+ 다. 광고와 예고편 그리고 관람 시 주의사항을 비상하게 뒤섞은 건 지루해 할 지 모를 관람객의 심리를 움쳐 잡고자  했음이리라. 극장에 모인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는 굉음에 가까운 광고는 폭력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고 자체 수주한 광고에 순진한 관객의 시간을 잡아먹는 건 사기라고 느껴진다.

 

대개는 이렇지 않나. 영화 시작 최소 10분 전에는 좌석에 앉아 예고편도 감상하고 리플렛도 읽으며 마음을 정돈하고, 어쩌다 오픈 크레딧 후 입장했다면 뒤쪽 빈자리에 겨우 앉거나 스크린이 밝아지기를 기다려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자리를 찾는. 이건 약속한 시간을 엄수하는 극장의 원칙에 대한 관객의 예의이면서 나 외의 관객을 위한 보통의 배려다.

이렇게 극장과 관객의 의무가 조화를 이룰 때 극장 나들이는 감탄의 느낌표로 마칠 수 있다. 지금의 멀티플렉스 업체들은 절대 다수의 스크린을 앞세운 권력으로 애꿎은 관객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다.


덧붙여 …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상영 지연도 문제지만 시작 시간 한참이 지나서야 팝콘과 콜라를 잔뜩 안고 떳떳이 입장하거나 상영중에 들락 날락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우리의 잃어버린 10분을 당당히 요구하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극장에서 보이는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는게 어떨까 한다.


영진공 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