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전쟁”, 세상의 단순한 이야기를 블록버스터에 담아낸 영화


기억이 정확한지는 장담할 수 없는데 ‘1’자를 날카롭게 간 샤프심으로 ‘7’자로 고쳤던 것만은 확실하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보충수업료 통지서를 새벽 5시 30분에 엄마의 눈앞에 디밀었던 건 분명히 잠결에 별 생각 없이 안경도 끼지 않고 그냥 주시리라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엄마의 “지우개 가져와봐라”라고 나직이 읊조리는 한마디는 재앙이었다.


아노미, 인샬라,

알고도 모른척하는 사람은 무섭다.
그게 사람이 아닐 땐 더욱 그렇다.

정체뿐만 아니라 그 근원마저 불확실한 다른 생명체가 지구를 덮치는 우주전쟁은 그 제목의 진부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래, 제목 따위야 후지면 어떠냐? 스티븐 형아에, 톰 형아에, 당시 10세 전후 최고미녀 다코타양까지 최고의 진용을 갖추지 않았더냔 말이다. 이 셋의 진용만으로도 비슷한 타 영화에게는 그야말로 ‘트라이포드’같은 놈들이었던 것을 ……

“꿈과 용기와 희망을”이라는 ‘5共’ 풍의 1980년대적 카피의 우리나라 포스터와는 상관없이 스필버그의 영화들은 영화 자체의 힘이 넘쳤다. 녹조낀 서해안 바닷가에 폐타이어 끼고 놀던 우리가 플로리다 광활한 푸른 해변에 15미터짜리 죠스의 꿈이 있을리 없었고 국민소득 3만불짜리 미국 중산층 가정사를 배경으로 한 아이들의 스펙타클 모험 이야기가 우리에게 줄 용기는 없었다.

뿐이랴? 수 천번을 침략당하고도 “그래도 살아는 있었네”라는 자조적인 국사교과서 멘트를 끈질긴 민족의 저력으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우리에게 당당히 문화침략자로서 영웅시되는 헤리슨 형이 어떤 희망을 줄 지 알지 못했다. “꿈과 용기와 희망을”은 미국시민권자이며 중산층 정도에 살며 최소한 백인쯤은 되어줘야 가능한 케치프레이즈였지 최류탄을 머리에 맞고 국가 기관 지하에서 탁치니 억하고 죽어나갔던 군부독재하의 암울한 우리에게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는 그저 두 시간짜리 뽕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스필버그는 영화를 잘 만들고서도 권력의 소외자들에게는 뻥쟁이, 뽕쟁이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겠는가?

“우주전쟁”(2005)은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솔직해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역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며 실제로 정의는 대단치 않고 살거나 죽는 건 가오다시 잡을 틈이 없다는 세상의 아주 단순한 이야기들을 블록버스터라는 공룡의 아가리에 집어 넣는 담대함에 역시 스티븐 형은 대가다란 생각이 든다.

“아미스타드”에서부터 변화를 꾀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우주전쟁”을 통해서 확실히 자신의 나와바리를 넘겨 버렸고 이후로도 계속되고 있다. 난 아직도 밤 10시 미팅 시간 잡아놓고 2시간 뒤에 술이 떡이 되어서 나타난 클라이언트의 홍보성 광고 제안서 단가로 고민하는 중이다. 그래도 “우주전쟁”에서 보여준 스티븐 형아의 화법대로라면 난 아직 살만하다.

난 비루하고 비겁하고 비리비리한 소시민이지만 쳇, 수 억년 벼르고 벼르다가도 어이없이 당하는 바보들도 있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란 말인가?

영진공 그럴껄

“에일리언”, 소통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내 주변에 조류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몇 명 있다.

어떤 사람은 어릴 적에 집에서 닭 잡던 기억, 그 중에서도 목이 반쯤 잘린 닭이 뛰어다니던 모습에 대한 기억 때문에 새를 무서워하게 되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히치콕의 영화 ‘새’를 본 이후로 새 한 마리는 무섭지 않은데 떼로 나오면 무서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조류공포증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설명은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한 친구의 이야기였다.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그녀는 비둘기의 눈을 들여다보았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때 그녀가 비둘기의 눈동자를 보며 “비둘기에게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다” 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갑자기 비둘기가 무서워졌다는 것이다 ……



사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게 두려움의 이유라면 그녀는 진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존재인 자동차나 컴퓨터를 더 두려워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런 생각이 없다.” 는 말은 실제로 생각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비둘기라고 왜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심리학자들은 ‘생각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어나는 뇌의 활동’ 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날고 걸어다니고 모이를 주워먹고 하는 비둘기의 행동은 결국 그 새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느낌은 왜 생기는 걸까? 그건 새의 사고방식이 우리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당연하다. 새는 파충류에서 진화한 존재고, 우리는 포유류의 자손이다. 새의 조상은 공룡이나 뱀이고 우리의 조상은 원숭이인 것이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영악한 괴물 벨로시랩터와 새는 동족이다. 실제로 벨로시랩터의 동작을 표현하기 위해서 CG 애니매이터들은 타조나 독수리 같은 조류의 행동방식을 주로 참고했다.

상대방이 정말 아무 생각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건 그가 실제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때를 말한다. 상대의 속을 알 수 없는 이유는 그와 나의 사고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고, 이렇게 자기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에 대해서 인간은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어있다. 앞서 얘기한 새에 대한 두려움의 근원도 결국 그 종족이 우리와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다.

영화 『에일리언』에서 그 에일리언들이 겁나게 무서운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에일리언이 무서운 이유는 그놈들의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기 때문만도 아니고, 그놈들의 피가 황산이기 때문만도 아니며, 입이 이중 삼중이어서도 아니다. 그놈들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생긴 것부터 우리와 전혀 다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것은 그놈들에게는 악의가 없다는 점이다.



에일리언은 애초부터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숙주를 찾아 기어 들어가게 되어 있고, 변태를 마치고는 숙주를 죽이고 튀어나오게 되어 있고, 튀어나온 다음에는 주변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잡아죽이게 되어있다. 그들은 특별히 악의가 있어서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다. 그냥 살육이 원래 그들의 삶의 방식일 뿐이다. 유전적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다. 고로 그들과 우리는 정말 아무런 소통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행동에 따라서 그들의 행동이 바뀐다면 뭔가 대화나 관계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런 건 전혀 없다. 고로 남은 건 죽느냐 죽이느냐의 문제뿐이다.



『프레데터』도 그렇지 않느냐고? 프레데터도 에일리언과 같은 외계인이고, 인간을 사냥감으로 여긴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사냥감 중에서도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진 대상은 나름대로 존중해주며 사냥한다. 그리고 무기가 없는 사람이나 여자는 건드리지 않는다. 그들은 문명도 있고 나름대로 규범도 있고 도덕도 있는, 우리와 비슷한 존재이다. 사실 프레데터는 인간에 대한 은유라고 보면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무지막지한 프레데터, 즉 지구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포식자는 바로 인간이니까 말이다.

『13일의 금요일』시리즈의 제이슨은? 그놈도 앞뒤 가리지 않는 살인마이긴 하다만, 제이슨이 그렇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단 그놈은 인간 아닌가.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는? 그놈은 우리의 꿈속에 존재하며, 우리의 생각을 가지고 노는 존재다. 따라서 프레디가 무서운 이유는 에일리언이 무서운 이유와는 정 반대이다. 그가 우리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무서운 게 아니라, 우리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다.

드라큘라들은? 사실 이들은 우리보다 한 수준 높은 존재, 즉 일종의 초월자라는 점에서 다른 괴물들과는 다르다. 드라큘라는 악마의 다른 모습인데, 악마는 땅에 저주 받은 천사이고 천사는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이다.

어떨 때는 인간보다 더 인간답고, 인간에 대해서 훤히 꿰고 있다는 점에서 프레디와 비슷한 이유로 두려운 존재이다. 하지만 블레이드에서처럼 꽤 멋있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불멸 불사의 몸으로 모든 인간의 문명을 경험해왔으니 그 어떤 인간보다도 지적이고 고상할수도 있는 거다.



http://www.fred-katrin.de
에일리언 디자인의 원형을 제시한 H.R.Gigger의 갤러리.
거기에서 가져온 이미지 두 개
 

같은 인간이라도 그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때, 소통을 통해 상대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느낄때, 우리는 그를 에일리언처럼 대하게 된다. 히틀러 치하의 나치가 유태인들에게 저지른 행태도 결국 그런 신념(유태인은 악함을 타고난 존재이고 따라서 이에 대한 최종적 해결은 말살밖에 없다는)의 결과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이런 종류의 적대감과 분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게 아닐까.

영진공 짱가

 

“배틀 LA”와 현실의 전쟁, 그 묘한 연관성



2011년에 개봉할 영화 <배틀 LA>의 티저 예고편이 나왔다.

들리기로는 최근에 개봉했던 대형 떡밥영화 <스카이라인> 제작진이 사실 원래 위 영화 특수효과담당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배틀LA>측에서는 <스카이라인>제작진이 특수효과 하면서 슬쩍한 아이디어로 미리 짝퉁을 만든 것으로 간주해서 좀 시끄럽다고 ……


이 예고편에는 우리나라 서울도 등장한다. 물론 사진을 아무리 봐도 서울같지는 않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외계인 침공장면이 익숙하다는 거.

최근 <트랜스포머>나 <우주전쟁> 기타 등등 외계인 영화를 많이 봐서 익숙한게 아니라, 실제 전쟁장면 특히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아라비아 반도 근처에서 벌이곤 하는 포격이나 공습장면을 연상케 한다.

아마 그 동네 주민들이 딱 저런 심정이었을거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구 포격장면. <배틀 가자> 라고나 할까…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미국과 미국 주민들이 바로 이런 식으로 공습을 당한다.
왜 헐리웃에선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몇가지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을 공습할 수 있는 나라는 외계인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아무리 미국이 지금 좀 빌빌거려도 나머지 국가는 감히 덤빌 생각말라는 거.
미국의 군사비가 나머지 전세계 국가의 군사비와 삐까삐까한 건 사실이니 ……

둘째 가설은,
미국이 원하는 적을 상상한 결과라는 거.
미군의 장비와 체계가 상정한 적은 원래 미군과 비슷하게 강한 장갑과 무장을 갖춘 정규군이었다. 세계최강의 탱크, 세게 최강의 전투기, 스텔스 폭격기가 그래서 필요했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고 있는 항공모함의 모습

하지만 실제 세상에서는 그런 적은 없고 어이없게도 급조폭발물 터트리고 저격하는 게릴라들을 상대하며 소진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상상속에서라도 한판 크게 맞짱뜨고 싶은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고 할수 있는 거다.

마지막 가설은,
영화제작자들의 양심 한구석에 또아리 튼 죄책감이다.

우리가 전세계에서 맨날 이런 짓 하고 있으니 언젠가 우리도 그렇게 당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상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거다.

어쨌거나 전쟁은 영화 속에서 볼 때나 그럴듯하다.
현실로 다가오면 그건 비극이고 재앙일 뿐이다.
우리 모두의 삶을 파괴할 ……

연평도 포사격 훈련날 아침 출근길에 일렬주차된 차를 낑낑거리며 밀다가
아파트 앞에서 주부 둘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아이들을 어떤 캠프에 보내기로 했던 모양인데 어느 집에서 안보내기로 했단다.
왜냐면 언제 전쟁날지 몰라서. 애를 멀리 보낼 수 없다고 ……

10년도 지나지 않았다.
남북한의 대표자가 나란히 앉아서 건배를 하던게 …
그런데 이제는 곧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더 속편한 모양이더라.
오히려 그 당시가 빨갱이 세상이었다고 …
평화는 빨갱이가 가져오고 전쟁은 파랭이가 가져온다면
백번천번 빨갱이가 낫다는게  내 입장이지만,
이 나라 사람들이 죄다 전쟁을 해서라도 빨갱이(그게 누군지는 몰라도)
싹 없애야 하겠다면, 결국 그렇게 가게 될거다.
그게 민주주의니까.

어쩌다가 이꼴이 되었을까….

참, 그 사이에 한명숙 전 총리 공판에서 벌어진 일은,
TV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공판장에서 누가 쓰러져 119에 실려가는 일은 드라마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articleid=2010122017314745009&linkid=4&newssetid=1352 ]

올해는 참 더디게 간다.
모든 일이 질질 끌면서 …

내년도 더디게 가겠지.
무슨 5년이 한 50년 가는 것 같다.
끝나고 나면 다 늙어있을 것 처럼 …

후우 ……

영진공 짱가

가위눌림과 외계인 납치의 관계: 나는 자고 싶다.

미국에는 자신이 외계인을 만났거나 외계인에게 납치된 적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들이 주장하는 외계인들의 납치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혹은 과학 실험을 위해서, 혹은 지구 침공을 위한 사전조사를 위해서, 단지 지구인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등등 … 그런데, 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보면 이들은 외계인에게 납치된 순간을 설명할 때 스트레스와 긴장이 가득한 반응을 보인다. 그건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반응과는 전혀 다르며, 끔찍했던 과거사건을 기억할 때 보이는 반응과 일치한다. 즉, 이들은 정말 자기가 납치된 적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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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그 외계인 납치설 중에서도 중요 사례들을 정리한 사이트인데, 여기에 나온 것은 나름 이슈화된 것 뿐이고 그냥 혼자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최소 백만을 넘고, 거의 천만에 달한다는 말도 있다.


비록 실제 인물은 아니지만, <엑스 파일>의 멀더도 바로 그런 외계인 납치설 주창자 중의 하나다. 그는 동생이 외계인에 납치되는 장면을 직접 보았고, 그래서 그 이후에 외계인의 비밀을 찾기 위해 FBI에 들어가 엑스파일 담당부서에서 일한다. 늘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주절거리며 … 우리에게야 멀더가 그저 살짝 맛이 간 괴짜이거나 황당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풀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로 보이겠지만, 미국 사람들에게는 이게 완전히 남의 일만은 아니다. 정말로 주변에서 외계인을 만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을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 빵상아줌마 같은 사람 빼고 …


스컬리, 누가 내 얘기 하는 것 같아요. 귀가 …


빵상 … 빵상 …

왜 그럴까? 외계인들도 역학구도라는 걸 따져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애들에게만 관심이 있고, 우리나라 같은 주변국가 국민들은 뭐 그닥 땡기지 않는 걸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실은 다른 이유가 있다.

외계인 납치설, 혹은 외계인에 납치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연구해본 과학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외계인에게 납치된 경험은 ‘수면마비’ 라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한다. 잠에 대한 연구결과를 들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가 자는 잠에는 몇 단계가 있다.

어떤 단계냐에 따라서 몸은 자고 의식은 깨어있기도 하고, 의식과 몸이 같이 자기도 한다. 의식과 몸이 같이 푹 자는 상태는 보통 비-렘(non-REM) 수면단계라고 한다. 신체가 낮의 피로를 푸는 상태다. 하지만 의식의 일부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꿈을 꾸며 눈동자가 마구 움직인다. 즉 렘(Rapid-eye-movement) 수면단계다. 하지만 이때 정상적인 사람들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꿈을 꾸면서 몸까지 움직이면 아주 위험하거든.

불륜애인과 대화하는 꿈은 결혼생활에 위기를, 오줌누는 꿈이나 똥싸는 꿈은 깔끔한 당신의 명성에 대 참사를 가져올 것이고, 운전하는 꿈이나 뛰는 꿈이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꿈꿀 때 몸도 같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가 몽유병이다. 이거 꽤 위험한 병이다. 보통은 잠에서 깨기 전에 꿈꾸는 수면이 끝나고 정리가 완료된다. 그래서 우리는 깨어난 다음에 꿈을 기억 못한다. 하지만 꿈꾸던 도중에 깨면 꿈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수면의 단계들


동물도 REM수면이 있다. 즉 꿈을 꾼다.
사람은 하루에 1시간에서 3시간 사이의 꿈을 꾸는데 비해,

쥐나 원숭이, 말은 1시간 이하,
고양이과 동물이나 유대류, 박쥐 등은 3시간 이상 꿈을 꾼다능 …

어쨌든 꿈을 꾸면서 우리는 낮에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서 뇌 속에 집어넣는다. 컴퓨터에 비유하자면 하드디스크를 최적화(optimize)하는 과정이다. 만약 우리가 꿈을 꾸지 못하게 되면 뇌가 점점 과부하를 받는다. 그래서 빨리 꿈을 꿔서 부하를 줄이려고 한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자는 사람들의 뇌파를 측정하면서 꿈을 꾸는 잠에 들어섰을 때 자꾸 잠을 방해해서 꿈을 못 꾸게 해봤다. 그랬더니 나중에 잠잘 때 꿈꾸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밀린 꿈을 벌충한 것이다. 하지만 만약 계속 꿈을 못 꾸는 잠을 자게 되면 나중에는 낮에 몸은 깨어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게 된다. 즉, 환각을 보는 것이다.

꿈을 꾸지 않는 잠은 과학자들이 방해하지 않아도 가능하다. 술이나 수면제를 먹고 자면 꿈을 덜 꾸거나 안 꾸게 된다. 힘든 일을 했거나 한동안 잠을 못자서 몸이 너무 피곤하면 역시 꿈꾸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결국 꿈을 빚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잠의 흐름이 뒤흔들리고, 꿈꾸는 수면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가끔은 잠에서 깨는 순간에 꿈을 꾸고 있게 된다.

앞서 우리가 꿈을 꿀 때는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 정상이라고 했다. 바로 이런 상태를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고 부른다. 가끔 이런 경험을 해본 분들도 있을 것이다. 꿈을 꾸다가 깼는데, 아직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지 깬 건지 구분이 잘 안 되는 상태. 이런 상태를 우리는 ‘가위눌렸다’ 고 한다. 바로 수면마비 상태다.

그런데 가위눌림은 그냥 몸이 마비된 것같은 느낌만 오는 게 아니다. 이상한 목소리가 들린다거나, 공중에 떠있는 어스름한 사람 형체가 눈에 보인다거나, 누가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라거나, 심지어 매우 또렷하게 기괴한 형상의 사람 표정을 보는 경우도 있다. 수면마비라서 몸은 천근만근 무거운데 이런 무서운 것을 보게 되면 사람들은 거의 넋이 나간다. 온 몸은 당연히 식은땀으로 흥건해지고. 사실은 REM 수면단계와 각성 단계가 겹쳐진 결과 나타나는 환각이다.

그리고 보통 이럴 때 우리는 귀신을 봤다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애들은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한다.

 외계인 중에는 홈리스(Homeless)도 있다.

이런 기괴한 경험을 했을 때 그걸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그럼 그 설명을 어디서 찾느냐? 바로 주변에서 찾는다. 비슷한 상황에 대해서 남들이 뭐라고 하는지를 들어보는 것이다. 그게 그럴듯하면 우리는 그 설명을 내 것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험을 ‘가위눌림’ 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제로 귀신을 만난 것으로 믿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 나도 그렇게 설명하고 이해한다. 미국 사람들은? 비슷한 경험에 대해서 외계인 납치로 설명한다. 그러니까 자기도 그랬던 것이라고 믿는 거다.
 


내가 헛것을 본게 아니라, 진짜루 외계인이었다니까!!!

생각해보라. 가위눌린 사람들, 외계인에 납치되었다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잠을 잘 못 잔 사람들이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시고 잤거나, 밤샘작업으로 몸이 피곤하거나 큰 병에서 회복되는 중이라 몸이 약한 사람들, 이런 저런 이유로 꿈꾸는 잠을 빚진 사람들이 외계인도 만나고 가위에도 눌린다.

연예인들이 귀신을 자주 보는 것도 당연하다. 그 사람들 전국 밤무대 뛰어 댕기느라 이동하는 차에서 조각 잠밖에 못자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그런 그렇게 잠이 쪼개지면 꿈꿀 여유가 없다. 83시간동안 쉬지 않고 1300마일을 자전거로 달리던 마이클 셔머라는 미국횡단경주 참가자도 외계인을 만났다. 잠이 부족한데다 몸은 피곤에 쩔었을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운영진과 의료진이 외계인으로 보였던 것이다.


탁재훈이 만났다는 자유로 귀신,


미국인들이 만났다는 외계인의 대표적 형상.
둘이 비슷하지 않나?

그러니 이제 멀더에게도 해줄 말이 생겼다.

멀더,
니가 밤새 인터넷 뒤지고 외계인 찾느라 잠 안자니까 자꾸 이상한 거를 보는 거다.
잠 좀 제대로 자란 말이다.
수면제 먹지 말고 그냥 자연스러운 잠을 푹 자라.
빵상 아줌마도 마찬가지. 잠 좀 자셈.
 


나는 자고 싶다능 …

그리고 새벽까지 잠 안자고
나라와 서민 걱정하느라,
주소지 따위는 제대로 안 챙기는 이들도 … 
제발 쳐자셈!!!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