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맨”이 돌아온다!!!

Iron Man 2

‘아이언맨 2’의 티저포스터

좀 안정됐나 하면 또 마약으로 잡혀 들어가고 하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일명 RDJ)가 완전히 정신을 차리더니만 이렇게 즐거운 눈요기거리를 계속 던져주고 있습니다. 전 이 사람의 출세작인 <채플린>(… 그 전에 출연했던 청춘물들은 잠시 제껴놉시다. 아직 ‘배우’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보여주진 못했으니까)은 아직까지도 못 봤지만, 안토니오니 감독의 <구름 저 편에>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렌느 야곱과 나왔을 때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우연히 처음 본 여자한테 작업을 거는 거리의 소매치기인 그는 너무나 맑은 눈에 순정과 진심을 가득 담고 있으면서 쉬이 상처받을 연약함을 내비치곤 했습니다.

하지만 경력을 좀 쌓아나간다 싶으면 마약, 나와서 좀 정신차리고 다시 경력 쌓나 하면 또 마약, 해서 어느새 관심 밖으로 밀쳐놨었지요. 지금 다시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이런, 전 RDJ와 헤더 그레이엄을 보겠다고 <인 드림즈>나 <투 가이즈 앤 어 걸> 같은 영화도 찾아본 주제에 <숏컷>이나 <사랑의 동반자>, <내츄럴 본 킬러>, <원 나잇 스탠드>, <진저브레드맨> 출연 때의 모습은 기억이 안 나는군요. 그나마 인상깊었다면 <원더보이스> 때 정도.

<회색도시>는 케이블서 방영할 때 녹화도 떠놓고는 안보고 테입도 잃어버린 듯해요. 그 안타까움이 극에 달했던 건 아마도 TV시리즈 <앨리 맥빌> 때였을 겁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시리즈 자체가 불안불안해진 가운데 갑자기 나타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 시리즈를 구원하는 듯했지만, 웬걸, 또 마약으로 들어가더군요. 이쯤되면 거의 포기하라는 거죠.

그런데 그는 기적적으로 회생합니다. 단편영화 주연이나 장편의 조연으로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고 <퍼>와 <조디악>, <찰리 바틀렛> 같은 영화에 출연을 하죠. 특히나 <찰리 바틀렛>에는 마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의 맥스처럼 어린애 주제에 어른처럼 굴려는 찰리 바틀렛을 보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본인은 알콜중독으로 몸을 휘청대는 교장선생님 역을 하면서, 마약으로 휘청대던 젊은날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실 그는 지금도 자신의 불행했던 시절을 소재로 멋진 유머로 소화해내는 재미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리고 <아이언맨>으로 ‘스타’의 자리를 찾습니다.

사실 <아이언맨>에서 RDJ의 모습을 제대로 처음 본 젊은 관객들에게야 RDJ가 ‘새로운 발견’으로 보였겠으나, 저같은 사람들에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기적의 한 장면’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더우기 폭풍같은 시기를 지내고 나이가 든 그는 여전히 선하고 순수한 눈에 ‘그윽한 깊이’를 함께 담고 있었지요. 혹자들은 <아이언맨>이 역시나 팍스아메리카나를 외친다며 고까와했지만, 저는 아이언맨을 연기하던 RDJ의 연기톤이 매우 특수한 ‘냉소’와 ‘자조’를 띄고 있던 걸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젊은 날을 스스로 개그의 소재로 삼듯, <아이언맨>에서의 RDJ는 자신의 캐릭터를 스스로 놀려먹는 듯한 뉘앙스를 띄면서도 그 캐릭터를 더없이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듦으로써, 진부한 팍스아메리카나 히어로에 미묘하게 다른 옷을 입히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트로픽 썬더>에서의 연기는, 아… 정말 말이 필요없지요.

올 4월에 RDJ는 아이언맨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지금은 한창 셜록홈즈로 활약 중인데, 주먹질을 일삼고 자기과시와 허영기가 있으며 실수를 연발하고 왓슨의 수습에 의존하는 셜록 홈즈라니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지만, 그걸 RDJ가 하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아마 셜록 홈즈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다수의 셜로키안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겠지만, RDJ라면 그런 셜로키안들조차 잠잠하게 만들 멋진 셜록 홈즈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쨌든 <아이언 맨 2>는 속편답게 규모나 물량도 커지겠지만, 스칼렛 요한슨이 등장해 귀네스 펠트로와 신경전을 벌인다니 그것도 무척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미국개봉은 5월 7일이라면서 국내개봉은 4월이라니, 전세계 혹은 한미 동시개봉은 봤어도 이런 대작을 국내에서 먼저 개봉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도 궁금하네요 …

영진공 노바리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동건보다 장진을 앞세우다.

장진의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3종의 티저포스터를 공개하며 본격 개봉 홍보에 돌입했다. 영화는 곧 개막할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홍보에 어드밴티지도 얻게 됐다. 슬쩍만 엿보아도 대통령으로 변신한 장동건의 더욱
핸섬한 모습과 장진의 ‘기발하고 유쾌한 상상력’이 한껏 기대된다.

티저 포스터 속에는 <러브액추얼리> 속 휴그랜트가 연상되는 장동건이 넥타이를 살짝 풀어낸 멋스러운 대통령으로
분해있고, 코믹스러운 포스의 이순재도 호감인데다가 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어 보이는 임하룡, 고두심 커플도 은근한 조화를
이룬다.

(배우) 얼굴빵을 전면에 내세우는 여느 상업영화 포스터와 큰 차별점은 없지만 나름 이야기가 충만해 보이는 이미지임엔
틀림없다.

그.런.데. 영화 ‘포스터’가 선택한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중심에는 장동건도 아니고 대통령도 아니고 다름 아닌 감독 장진이 들어서 있다. 바로,

장진의 유쾌한 상상 <굿모닝 프레지던트>

저 한 줄 태그를 보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휘릭 휘몰아치고 지난다.
혹시.. 영화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닐까.
물론 내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더 높겠지만.

당연히 장진의 영화들이란게 그의 상상력을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아
쓴웃음과 단웃음을 골고루 전파하는 매력에 있지 않나. 언제나 그의 영화들이 공개된 직후에는 이야기꾼 장진에게로 박수갈채가
쏟아지곤 했으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이렇게 뻔한 설명을 굳이 ‘한줄 태그‘에 새겨 넣었을까.
 

영화를 보기 전 관객에게 가장 먼저 사근사근하게 다가가는 게 바로 포스터고, 그 안에는 영화의 강점을 극대화 시켜주는
‘카피’가 있고, 타이틀과 콤비를 이루며 주거니 받거니 또는 밀고 당기고 또는 보태고 더하며 서로에게 맛깔난 의미부여를 해주는
‘한 줄 태그’가 있다.

영화가 사랑을 꿈꾸는 시간 <애프터 미드나잇>
영혼을 울리는 이 시대 최고의 러브스토리! <러브 액추얼리>
지울수록 특별해지는 사랑 <이터널 선샤인>
마음이 닿을 때까지 <걸어도 걸어도>
5년간 내 삶이었던 … <타인의 삶>

(장진 감독의 전작들 중에는)
예측불허 은행강도극 <바르게 살자>
아버지가 기대 울 수 있는 그 곳 <아들>
살인에 관한 화려한 수사 <박수칠때 떠나라>

이는 어쩌면 보통(?) 감독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한 영화들이 그렇듯 영화 자체에 자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홍보팀 내부에서
장동건보다도 감독 장진의 티켓파워가 더 뚜렷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어떠하건간에 위의 ‘태그’들을
대충 훑어봐도 ‘장진 감독의 유쾌한 상상’ 은 영화의 기대를 반감시키는 너무 쉽고도 단순한 ‘사실’일 뿐이다.

영진공 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