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좋은 날”, 지극한 팬심에는 하늘도 감동하신다.


 

 


 


 





 


 


제목: 책읽기 좋은날


저자: 이다혜


펴냄: 책읽는 수요일


 


 


“이다혜”란 이름과 처음 마주친 것은 ‘판타스틱’이라는 장르문학 월간지에서였다. 북리뷰 기사를 읽다가 문득, 이 글을 쓴 기자는 자기가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부 읽고서 쓴 글이라는 것이 책을 쥔 손끝으로 느껴졌다.


 


대체 이 책괴물은 누군가 싶어 이름을 확인해 보았더니 거기엔 이. 다. 혜. 라는 이쁘장한 이름 석 자가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그녀의 이름이 머리 속에 아로새겨진 후부터 그녀가 쓴 기사는 유독 더 챙겨보고, 자세히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점점 그녀의 올리브유를 바른 듯한 유려한 글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던 것이다. 나중에는 기사를 읽다가 ‘아 … 왠지 이 글은 이다혜 기자가 쓴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면 어김없이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출판시장에서도 마이너인 장르문학 전문잡지를 표방하며 고군분투하던 ‘판타스틱’ 잡지는 결국 3년을 버티다가 폐간되었고 큰 아쉬움과 함께 오지랖넓게도 난 이다혜씨의 앞날을 걱정 하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는 기우였다.


 


우연히 본’씨네 21’에서 왠지 낯익은 향기를 폴폴 풍기고 있는 글과 마주쳤고 거기서 그녀의 이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역시 글을 잘쓰니까 자리도 쉽게 잡았군 하는 생각과 함께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처럼 우연한 인연을 통해 그녀의 글들을 눈여겨 보았던 나로서는 그녀의 책사랑과 글솜씨를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책을, 그것도 모듬안주 같은 독후감 모음집을 출간한 것을 보며 올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이다혜씨에 관해 알지 못했던 여러가지 것들도 말해주었다. 재밌게도 이다혜씨는 내가 그녀의 기사들을 읽으며 상상해온 ‘이다혜’와 많이 달랐다.


 


 




 




 


난 그녀의 이름을 갓 창간한 ‘판타스틱’ 잡지에서 처음 보았기 때문에 그녀 역시도 많아야 3년차 정도의 어린 기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걱정이 필요없는, 앞서 ‘씨네 21’에서 오래 몸담았던 베테랑 기자였고, 나보다 나이도 많았다. 내 예상이 맞은 것은 이 누님은 정말로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고, 책을 정말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책을 구매하고 며칠 뒤, 이 출판사에서 진행한 세상에서 오로지 단 한 명 만을 뽑는 출간 기념 이벤트에 덜커덕 당첨이 되었고 나는 상품으로 책꽂이를 받았다. 이다혜씨를 향한 내 팬심을 생각해보면 누가 보더라도 출판사와 모종의 검은 거래를 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참 기가막힌 우연이었다.


 


게다가 당시 난 자리가 없어 방안을 배회하고 있는 책들 때문에 책꽂이 구매를 심각하고 고민하고 있던 터라 그야말로 최고의 타이밍에 최고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나의 팬심을 이다혜 누님도, 출판사도 알았을리 없다. 그러니까 이건 … 어 … 그 … 어~그~ 그녀를 향한 올곧은 나의 팬심에 책의 신도 감동을 하여 내려주신 기적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진공 self_fish


 


 


 


 


 


 


 


 


 


 


 


 


 


 


 


 


 


 


 


 


 


 


 


 


 


 


 


 


 


 



 

늦더위를 잊어보자!, “계간 판타스틱 여름호- 호러 특급”


완전 소박한 문예지로 변신한 판타스틱. 화려했던 과거의 잡지포맷이 그립구나~

계간지로 바뀐 뒤 두 번째 판타스틱이 나왔다. 여름호답게 호러 익스프레스라는 특집을 마련해 뇌에 구멍이라도 난 것 마냥 머릿속에
한기가 느껴지게 만드는 호러블한 단편들과 나의 공포체험이라 하여 몇몇 유명인사(?)들의 체험기가 실렸다.


로버트 하워드의 ‘비둘기들은 지옥에서 온다’ 는 허름한 흉가에 얽힌 비극과 저주에 관한 이야기로 ‘코난’의 작가가 호러 작품을 썼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제목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이야기도 재밌다.


그렉 이건의 ‘야경꾼’은 부기맨을 이용해 마을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름 재밌게 읽었다.


김종일의 ‘개들의 묘지’는 자신이 기르던 개을 죽이고 사체를 묻기 위해 야밤에 산에 올라갔다가 살인범들과 마주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긴장감 있는 이야기와 깜짝 반전에서 김종일씨의 관록을 느낄 수 있다.


마츠다 신조의 ‘괴기사진작가’는 괴기스런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와 관련한 이야기로 나름 등골 서늘한 느낌을 준 작품. 


한유의 ‘버스정류장 소녀’ 는 버스정류장에 얽힌 괴담과 두 소녀의 이야기로 신인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더라도 작품자체가
인상적이지 못했다. 특히 여고생의 동성애 소재는 이미 여고괴담에서 지겹도록 써먹어 닳고닳아 넝마가 되지 않았던가. 작가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이야기가 너무 진부했다.


공포단편들도 좋았지만 이번 판타스틱의 대박은 테드 창의 신작이 실렸다는 것이다. 2008년도에 발표한 ‘숨결’이란 작품으로 이미
여러 상을 수상했고 2009년 휴고상 단편부분 후보작에도 이름을 올렸다. 작품을 읽어보면 정말 그의 내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앞서 발표했던 시간 여행에 관한 이야기인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 잘쓰긴 했지만 그래도 테드창 이라면 조금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면 이번 작품은 역시 테드창이구나란 말이 나온다. 어떻게 기압과 뇌란 소재를 엮어서 이렇게 기발한 스토리를 만들었는지
기가 막히고 마치 눈앞에 놓여있는 듯 치밀한 기계공학적 묘사에선 탄식마저 나온다.


테드창은 지난 번 부천환타스틱 영화제에서 주최한 SF강의를 위해 한국에 들렀다고 한다. 난 미리 예약하지 못해서 거기 다녀온
다른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보며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조금 기뻤던 것은 테드창이 그가 인상깊었던 작품으로 아이작 아시모프의
‘죽은 미래’를 언급했다고 한다. 예전 포스팅(테드창과 아시모프. 시간여행)에서 나도 테드창의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소개하며 아시모프의 ‘죽은 미래’를 소개했었는데 그와 내가 같은 생각을 했었다니 가슴이 뿌듯해져 온다.


마지막으로 판타스틱이 계간으로 바뀌면서 새로 마련된 코너인 기획 에세이에서 유럽의 장르문학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강윤영씨란 분이
있는데 매우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었을 소재를 가지고 배꼽 빠지도록 재밌게 써준 덕에 좋은 공부를 하고 있다. 솔직히 이번
판타스틱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유 중의 하나가 강윤영씨의 글이었다. 나 강윤영씨의 팬이 되버릴테다!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