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 꼴인가?

2008년 8월 27일

* “종교차별반대” 범불교도 대회 봉행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827223603075&p=imbc

* KBS 사장, 철문으로 취임행사장 막고 취임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053

* 7월 초에 검거한 간첩 오늘 발표
http://www.ytn.co.kr/_ln/0103_200808272243482147

* 지하철에 가족 투신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921015722&cp=du

* 달러 환율 상승에 외환 당국 또 개입
http://media.daum.net/economic/view.html?cateid=100014&newsid=20080827180510015&p=khan

* 서울시청 본관 철거에 따른 논란
http://media.daum.net/society/nation/seoul/view.html?cateid=100004&newsid=20080827173309465&p=yonhap&RIGHT_COMM=R3

* 국제중, 졸속추진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80827223610086&p=imbc&RIGHT_COMM=R2

* 인권위원 임명 논란
http://media.daum.net/society/welfare/view.html?cateid=1066&newsid=20080827221104918&p=hani&RIGHT_COMM=R9

* 방송사유화 시동 논란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view.html?cateid=1020&newsid=20080827184519457&p=ytni&RIGHT_COMM=R7

* 사노련, 국보법 위반으로 체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69568&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9&NEW_GB=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단 하루 사이에 생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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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이규훈

“생물과 무생물 사이”

저자_후쿠오카 신이치

역자_김소연


펴냄_은행나무




영양을 섭취하지 않는다. 호흡도 하지 않는다. 일체의 대사를 하지 않는다. 정제시킨 후 농축하면 결정으로 만들 수도 있다.




만약 누군가와 스무고개를 한다면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서 생물에 관해 떠올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 이야기들은 바이러스의 특징이다. 그럼 바이러스는 무생물일까?  하지만 바이러스는 생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가증식을 한다.
 




세균보다 더 작은 병원체인 바이러스.
사진은 인류에게 가장 처음 보고된 바이러스인
담배 모자이크병 바이러스다.




마치 기계같은 박테리아의 모습. 생물보단 무생물에 가까워 보인다.


 


우리는 무엇으로 생물과 무생물을 판단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생물의 정의를 찾기 위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DNA, 단백질, 원자 등 미시 세계 깊숙이 우리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이야기의 종착역으로 쉰하이머의 이론과 저자가 연구를 하며 맞닥뜨린 사실을 통해 생명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생명에 관해 강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강의에서 ‘원자는 왜 그렇게 작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우는데 기여했으며
고양이(?)로 유명한 에르빈 슈뢰딩거

 


슈뢰딩거가 제기한 질문은 다시 말해 ‘우리 몸은 원자에 비해 왜 이렇게 커야만 하는가?’다. 슈뢰딩거는 브라운 운동과 확산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우리가 규칙적이라 생각하는 물리적 현상들(예를 들어 진한 농도에서 옅은 농도로의 확산 혹은 따스한 공기확산 등) 은 불규칙한 원자들의 움직임의 평균일 뿐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불규칙 운동을 하고 있는 원자들의 오차율을 줄이기 위해 인간의 몸은 원자에 비해 거대해질 수 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정말 기발하면서 물리학스러운 답이 아닐 수 없다.




쇤하이머의 이론을 저자가 임의로 이름붙인 ‘동적평형’은 슈뢰딩거의 이야기를 다른 측면에서 보강, 반박한다. 쥐의 실험에서 단백질을 구성하는 A라는 요소를 먹였더니 쥐의 단백질에 A요소로 구성된 단백질이 만들어졌고 그 만들어진 단백질 만큼 기존의 단백질은 몸 밖으로 배출된 실험결과를 제시했다. 즉 엔트로피 법칙에 항거하는 방법은 슈뢰딩거의 이론처럼 시스템의 내구성과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시스템 자체를 흐름에 맏겨 내부에 발생하는 엔트로피를 배출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저자를 이를 ‘동적평형’이라 이름붙였고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이다’라고 정의하였다.




생명공학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먹고 살만해 지면서 인류의 관심은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으로 옮겨갔다. 우리나라에선 황우석 박사 문제로 큰 홍역을 치뤘고 일본에선 iPS세포로 나라가 들썩인다. 또 한편에서는 로봇공학 연구가 한창이다. 2족 보행 로봇 연구가 한창이고 컴퓨터의 발전에 맞추어 인공지능 역시 향상되고 있다.




아마 이 집념으로 인류는 수명을 지배하고 신체를 부품 바꾸듯 조립할 수 있는 날을 맞이할 것이며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인공자궁을 통해 임신하는 로봇도 만들 것이다.  그러면 다시 우리는 이 오래된 질문을 던질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영진공 self_fish

그대들의 양아치 자본주의

 

경쟁해야 된다며? 자유 경쟁해서 경쟁력을 키워야 된다며?

하다못해 초등학생들도 경쟁시켜야 된다고 애들 성적 만천하에 까고, 학교 등급 만천하에 나발부는 생지랄을 떤 게 누구니? 니들 아니니?

그런데 21일날 발표한 부동산 정책 보니깐 건설사는 예외더라? 전매제한 완화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가능케 하고, 분양가 상한제 흔들고, 아파트 후분양제 사실상 없애고, 미분양 아파트는 정부가 매입해 주고. 왜 건설사는 경쟁 안 시키니?

지들이 존나게 만들어서 존나게 비싸게 내놓은 아파트 안 팔린 게 국민 탓이니? 그걸 왜 국민이 책임지니? 건설사는 경쟁 안 해도 경쟁력이 자동빵으로 생기니? 니들이 공구리 노가다 출신이라고 팔이 안으로 굽는 거니? 아니면 니들이 정치인이 아니라 한국 다주택자 협의회라서 집값 떨어지면 골프장 회원권 줄여야 될 거 같아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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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주인인 국민은 쎄빠지게 경쟁시켜서, 사교육비 팍팍 부어, 존나게 비싼 등록금 쳐내가며, 어렵사리 대학 졸업해도, 안정된 정규직 일자리 하나 잡을까 말까인데 니들은 니들끼리 빨아주고 핥아주면서 배따지 두드리니? 국민들은 존나게 경쟁시켜 뒤쳐진 놈은 60일을 단식해도 돌아봐 주지도 않으면서, 농가 부채로 자살하는 농민들은 ‘지못미’ 한 번 달아주지 않으면서, 니들끼린 자빠지면 세워주고, 넘어지면 아까징끼 발라주고, 밥 굶으면 목구멍 안으로 밥숟가락 들이밀어 주니?
 
그래서 니들은 탈세하고, 뇌물 받아먹고, 위장전입해도 괜찮고, ‘니들 정책 싫어’라고 소리치는 국민은 ‘법과 원칙’이라고 다 잡아가니? 그 놈의 ‘법과 원칙’은 왜 니들만 비켜가니? 법원이랑 검찰이 니들 똘마니다 이거니?

그리고 니들 양아치니? 자유로운 자본주의 경제가 니들 원칙 아니었니? 재벌들 사면까지 해줬는데 투자 안 한다고 삐졌다며? 그런데 사면해주면 투자해야 하니? 법에 그렇게 나와 있니? 왜 재벌한테 시발시발거리니?

재벌이야 돈 될 일이 없으니까 투자 안 하겠지. 돈이 된다면 투자 안 할 바보가 어딨니? 니들의 임무는 자본한테 투자 안한다고 협박질하는 게 아니라 자본이 투자할 좋은 환경을 만드는 거 아니니? 그런데 니들이 경제 다 망가뜨려 놓고 투자 안 한다고 지랄대면 이게 자본주의니? 사면해주면 투자해야 된다는 법 조항이라도 있니?

법에도 없는 의무를 왜 재벌들한테 씌우니? 정부가 나서서 투자계획, 경제계획 다 세우고 관리감독하는 건 니들이 그렇게 미워하는 공산당 빨갱이들 수법 아니니? 니들 공산당이니? 니들 빨갱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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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입 돌아간다는 처서에 옵하 야마 확 돌아갈 일이 또 있드라?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대변인, 방송통신 위원장이 KBS 이사장이랑 KBS 후임 사장 유력 후보랑 시내 호텔에서 만났다며? 청와대는 KBS 사장 인선에 아무런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게 엊그제 아니니? 전혀 믿을 수 없는 소리를 그렇게 뻔뻔히 씨부렸으면 들키지는 말아야지? 사람 꼭지 돌아가게 이 무슨 개지랄이니? KBS 사장에 관한 얘긴 없었다고? 그럼 왜 만났니? 그것도 호텔에서? 옛날 니네 당 대변인 말마따나 그냥 불륜으로 만난 거니? 남자들끼리? 유 스핀 미 롸잇 나우?

박지원 의원이 얘기하드라. 니들이 잃어버렸다는 10년. 그 10년 전 니들이 청와대에 앉아 있을 때는 KBS 보도국장이 청와대 공보수석실에 나와 근무했다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미치겠니? KBS가 9시 뉴스 시그널 땡 치자마자 정권 애널 서킹해주던 시절, 맨날 오르가즘에 질질 싸고 좋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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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니들도 대통령 기록물 압수수색한다드라? 비밀로 지정돼 있는 대통령 기록들 몰래 열어본 뒤 청와대에 달려가 보고하고 뼈다귀 하나 얻어 먹을 생각하니 좋니?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기록물을 열람했을 때 불어올 파장 따윈 꼬리 살살 흔들고 뼈다귀 받아 먹는 재미에 빠져 요단강 저 너머 바이바이니? 아유 귀여워 디지겄네. 정권의 강아지들.

그런데 니들이 하나 등한시한 게 있는 건 아니? 니들 집권하던 시기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거? 바로 인터넷.

인터넷에는 모든 기록이 DB화돼 쌓여 있걸랑. 니들의 찬란한 과거 꼴통짓 찾는 일을 10년 전에는 관련 정보에 접근이 용이한 전문가들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초딩들도 할 수 있다는 얘기야.

더이상 예전처럼 쉽게 속일 순 없을 거라는 거 짐작은 하니? 내 장담하마. 4년 안에 니들을 이 나라에서 왕따 못시키면 내가 이 나라를 뜰란다. Zot 같아서 못살겠다. 정치인 때문에 국민이 Zot 같아서 못 살겠단 말이다.


영진공 철구

**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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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를 타고”, 고전 뮤지컬이자 멋진 메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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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비 차림의 세 남녀, 신나게 춤을 추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무성영화 시대에서 유성영화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해프닝을 배우인 세 남녀의 갈등과 사랑을 통해 보여주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고전 뮤지컬이다. 또한 한편으로, 그 전환기에 있어 이전 영화에서는 결코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사운드’가 어떻게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하는가, 그럼에도 그 ‘사운드’ 역시 영화의 다른 요소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기만적인가(즉 트릭으로 관객을 속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아주 훌륭한 메타-영화, 즉 영화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시작은 당대 최고의 스타 커플인 돈 록우드(진 켈리)와 리나 라먼(진 헤이건) 주연의 새로운 영화 시사회장이다. 돈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최고급 교육을 받았고 언제나 품위를 잃지 않는 공연을 해왔으며, 덕분에 어딜 가나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고 급기야 영화사에서도 그를 ‘모셔갔다’고 소회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때 스크린에 흐르는 화면은 돈의 발언과는 정반대되는 광경들이다. 그는 단짝친구이자 피아노 연주자인 코스모(도널드 오코너)와 어른들의 담배연기가 뿌옇게 날리는 당구장에서 공연을 시작해 그리고 각종 시골의 가난한 무대를 떠돌았던 싸구려 댄서였고, 그가 스타가 된 기회를 잡은 것 역시 기절해서 실려나간 스턴트맨 대신 땜빵 스턴트맨 역할을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미지와 사운드의 충돌은 일차적으로 관객들에게 아이러니에 기반한 웃음을 안겨주기 위한 코믹한 장치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앞으로 다루게 될 내용, 즉 이미지 중심이었던 무성영화에서 사운드가 결합하는 유성영화로 넘어가면서 영화란 것이 어떤 의미를 새로이 갖게 되는가, 아울러 영화 안에서 이미지와 사운드가 어떤 관계를 갖게 되는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식의 이미지와 사운드 간 모순은 이후 다시 한번 반복된다. 새 (무성)영화를 촬영하는 촬영장에서 돈 록우드는 캐시(데비 레이놀즈)가 해고당하게 만든 사람이 바로 리나 라먼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데, 이 장면에서 돈 록우드와 리나 라먼은 카메라 앞에서 다정한 연인 연기를 펼치면서 실제로는 격렬한 말다툼을 벌인다.

바야흐로 워너사의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개봉돼 큰 성공을 거두고, 돈 록우드와 리나 라먼의 새 영화도 급작스럽게 유성영화로 방향을 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목소리가 워낙 깨는 하이톤인 데다 발음도 후지고 상스러운 리나 라먼의 목소리 연기가 문제가 된다. 강력하게 스타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데다 안하무인 공주병인 리나 라먼은 돈 록우드와 사랑하는 사이게 된 캐시를 구박하고 쫓아내는 한편, 형편없고 성의없는 목소리 연기로 스튜디오에 막대한 고민을 안겨주면서도 그 해결에 있어서는 별다른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완성된 영화의 첫 시사회에서 영화가 그토록 혹평을 받았던 것은 리나 라먼의 형편없는 목소리와 영화 전체의 어설픈 사운드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영화의 스타일이 유성영화에 걸맞지 않은, 사운드만 있을 뿐 무성영화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즉 사운드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었을 때 그에 걸맞는 새로운 영화문법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이미지와 사운드 간 어마어마한 괴리를 관객들에게 그대로 노출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사운드 사고가 나면서 영화는 더욱 엉망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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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기막힌 아이디어를 내게 되는 세 사람.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들은 이미 찍어놓은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하는 한편 리나 라먼의 목소리 대역으로 캐시를 투입하는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사실, 그러니까 무수한 영화의 장르에 있어 코미디든 드라마든 액션 어드벤처든 호러든 시대극이든, 모든 장르들이 무성영화 시절에도 만들어질 수 있었지만, 춤과 함께 음악을 기본으로 하는 이 뮤지컬이란 장르만큼은 유성영화의 발명에 힘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사실 영화사상 첫 유성영화라 일컬어지는 <재즈싱어>가 음악영화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구석이 있다. 무성영화 시절에 음악은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스크린 바깥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부수적 도구에 불과했지만, 유성영화가 도래하면서야 음악은 비로소 스크린 안으로 들어가게 되며, 사운드의 일부로서 비로소 영화의 스토리와 플롯 및 캐릭터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으며 영화의 주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캐시가 리나의 목소리를 대신하게 되는 과정에서 또 한 가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사운드의 제작의 기술 중 ‘동시녹음’, ‘더빙’과 ‘후시녹음’ 기술의 발전상이다. 지금이야 많은 영화들이 커다란 붐마이크를 대동한 붐맨의 활약과 함께 동시녹음으로 영화를 촬영하기 마련이고, 한국의 영화인들은 대체로 동시녹음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제대로 만드는 것이란 편견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헐리웃에서는 (의외로) 지금도 후시녹음이 적지 않은 비율로 채택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뮤지컬을 기본으로 하는 인도의 발리우드 영화들은 연기하는 배우와 노래 더빙을 해주는 가수-배우의 분리가 매우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한국은 물론 헐리웃에서도 다른 가수에 의한 노래 더빙은 그렇게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배우가 직접 노래를 부른 것이 여전히 뉴스거리가 되기도 하고.) 무성영화 시절, 카메라가 이동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자마자 카메라 이동과 동선에 관한 무수한 영화기술들이 단기간에 쏟아졌듯, 사운드 역시 일단 유성영화라는 게 가능하다라는 사실이 발견되자마자 다양한 사운드 제작 기술이 우후죽순 발명되며 영화에 적용되었던 것. <사랑은 비를 타고>는 이것을 영화에서 내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마침내 완성된 영화의 시사회 파티날 리나의 목소리가 실은 다른 배우에 의해 더빙된 것이라는 사실이 대중 앞에서 폭로될 때, 이 장면은 파렴치한 리나의 악행을 고발하는 장면일 뿐만 아니라, 제작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을 관객 대중에게 영화 사운드의 기술 트릭이 공개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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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 및 후시녹음의 기술이 대중에게 소개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첫 유성영화가 나온지 25년만에 만들어진 <사랑은 비를 타고>는 그 25년간 영화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 존재 스스로가 증명하며 사운드의 도래를 예찬하는 영화다. 사실 유성영화의 도래는 수많은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를 실업자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의 본질을 해친다는 측면에서 일부 영화감독들의 격렬한 저항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버스터 키튼 역시 유성영화의 도래와 함께 완전히 퇴출돼버린 감독 중 하나다.) 그러나 <사랑은 비를 타고>가 보여주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뮤지컬의 세계는, 마치 “거봐, 유성영화는 이런 즐거움을 주잖아.”라며 으시대는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사운드와 영화의 힘을 최대한 살리며 아주 아름답게 연출된 이 영화는, 실제로는 노래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노래에 맞춰 스토리가 만들어졌을 만큼 음악과 춤이 먼저였던 영화다. 유성영화 시대에 기득권을 잃고 밀려날 수밖에 없는 목소리 나쁜 스타의 비애가 아주 조금은 드러날 법도 하건만, 리나가 그저 제멋대로의 성격으로 악당 노릇을 하며 희화화만 되는 것도 이 영화가 ‘유성영화 예찬’의 입장을 강하게 견지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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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史상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즉 비가 오는 거리에서 진 켈리가 우산을 든 채 춤을 추는 장면은 단 4컷으로 씬이 구성되는 동안 유려하고 완숙한 카메라 동선과 앵글을 선보이며 더없이 아름다운 비주얼을 선사한다. 블리치바이패스 같은 기술이 발명되기 훨씬 전인 이 시절, 빗물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스탠리 도넌이 사용한 방법은 (imdb의 trivia 페이지(새 창으로 열기)에 의하면) 무려 물에 우유를 섞는 것이었다고도 하고. 그러니까 이 영화는 영화에 새로 추가된 사운드라는 기술을 예찬하고는 있지만, 그 유성영화라는 것이 그저 사운드가 이미지와 병치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변증법적 투쟁을 통해 합으로 나아감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나온 이미지와 사운드 사이의 모순 장면도 실은 이 ‘합’의 힘을 강조하는 장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영진공 노바리

ps. 탭댄스 배우고 싶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