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슈퍼 히어로는 필요한 것일까?

 


슈퍼히어로를 보면 나는 언제나 미국을 떠올린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자본주의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빨갱이 베트콩이여,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라 일갈하며 그들과 전쟁에 나선 미국.
이런 미국의 영화 속 분신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슈퍼맨이었다.

당시에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당시가 아니라 아직도 많다. 광복절날 시청 앞에서 성조기 흔드는 영감들은 여전히 지구를 지키는 슈퍼 미국을 신념으로 받들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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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미국이 슈퍼맨처럼 순수하게 의로운 목적만을 가지고 그 많은 전쟁을 벌였던 것일까? 단지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베트콩들은 정말 지구의 평화를 파괴하는 악의 무리고, 종교 근본주의자들과 아프가니스탄, 후세인과 이라크는 정말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우주 몬스터일까?

그러나 미국이 물리치지 못한 베트남은 여지껏 지구를 정복하려는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악의 무리 이라크는 지구 평화를 파괴한다는 대량살상무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라크는 배럴당 석유생산비용이 가장 적다는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슈퍼맨으로 상징되는 슈퍼히어로 미국은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는 순수한 의도 따윈 없었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신의 슈퍼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우주 악당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우주 악당들은 사라졌지만 지구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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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 정도까지 와버렸다. 부시 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바닥을 치고 있고 사람들은 의심하고 있다. 과연 슈퍼한 히어로라는 존재가 정녕 우리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필요한 것일까?

그래서 <스파이더맨2>가 나온다. 슈퍼 파워를 지니고 있는 피터는 집세도 못 내고 있다.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공립학교 지원금은 줄어들고, 복지예산은 삭감되고, 각종 보조금은 폐지되고, 길거리엔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피터는 그래서 슈퍼 히어로 미국의 내부를 돌아보는 최초의 히어로였다. <스파이더맨3>에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슈퍼 파워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드러나려나? 하지만 피터는 역시 슈퍼 미국의 피를 물려받은 히어로답게 성조기를 휘날리며 악의 무리 샌드맨을 두드려 팼다.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젊은 시절 잠깐 방황이야말로 슈퍼한 인간의 매력이지’라는 뉘앙스로 포장하며 끝내 히어로 본연의 모습으로 리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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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우리의 질문도 바뀌지 않았다. 과연 슈퍼 히어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이때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줄 흑기사를 자처하며 브루스 웨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다크 나이트>.

어쩌면 고담시와 배트맨으로 상징되는 미국이야말로 현실의 미국과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시민들은 의료보험이 없어서 손가락이 날아가고 있는데, 정부는 최신 무기로 돈지랄 중이다. 그리고 이 시민들을 지켜야 하는 법은 투페이스 번트처럼 자본에 좌지우지되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존 배트맨의 만화 같은 영상을 벗고 고담의 리얼리티를 살려놨다. 현실 같은 고담은 미국의 현실이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면 물론,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도 있어야 한다. 처음 등장하는 악당은 갱들. 이들의 무기는 돈줄, 바로 현금이다. 배트맨과 경찰은 이 대량살상무기 현금을 찾아내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량살상무기 현금을 찾아내 없애버리는 사람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슈퍼 악당 ‘조커’다.

그렇게 조커는 말한다.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악당을 찾아 없애면 지구의 평화가 올 거라고 생각해? 후세인이 사라졌지만 지구에 평화는 오지 않았어. 그루지아와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했고, 중국은 티베트를 유혈 진압했으며,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아닌 소수민족이 중국에서 테러를 일으켰어. 끊임없이 우주 악당을 만들어내 자신의 슈퍼함을 과시하는 것으로 지구의 권력을 장악한 네가 까먹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지. 우주 악당이 없다 해도 지구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야. 혼란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 바로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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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구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다. 슈퍼 악당이 있건 없건 간에 혼란은 있기 마련이다. 조커는 지구 정복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에게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슬프지만 혼란이란 그런 거고 우리 사는 삶이 그런 거다. 그런데도 슈퍼 히어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슈퍼 악당을 찾아내 평화를 지키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혼란을 슈퍼 악당이라고 부추기며 전세계에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 그리고 덤으로 배럴당 생산비용이 가장 싼 석유까지 챙겨가는 미국. 그렇다면 과연 누가 슈퍼 히어로고, 누가 슈퍼 악당일까? 과연 슈퍼 히어로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커는 그래서 배트맨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너의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고담시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미국이 슈퍼 히어로라는 가면 속 정체를 밝히지 않고 슈퍼 악당을 찾는 전쟁을 계속하는 한 지구촌 역시 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리고 배트맨은 이제 고민해야 한다. 정체를 밝힐 것인가, 말 것인가.

배트맨은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상식적인 답을 한다. 이제 혼란을 바로잡는 일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법을 지키는 검사 하비 덴트가 맡아야 된다는 답. 비록 그 법이라는 것이 고담시에서는, 그리고 고담 같은 미국에서는 ‘투페이스 던트’처럼 두 얼굴의 법이지만 그래도 혼란을 바로잡는 일은 슈퍼 파워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법이 맡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답. 자신의 슈퍼 파워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게 도울 뿐, 진정한 슈퍼 히어로는 배트맨이 아니라 ‘법’이여야 한다는 답. 상식을 뛰어넘는 슈퍼한 놈들만 판치는 히어로의 세상에서 만나는 상식적인 답이란 그래서 놀라운 것이다.

“슈퍼 히어로는 과연 필요한 것일까?”

결국 우리의 질문에 대한 배트맨의 답은 이런 것이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배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처럼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가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과 일반인의 정서를 담은 이 시대의 법이 바로 슈퍼 히어로가 돼야 한다.”

그래서 <다크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미국을 부정하는 가장 진보한 슈퍼 히어로다.

*

미국은 이처럼 영화가 정치를 앞서간다. 이라크 전이 한창일 때는 남의 집구석 걱정하지 말고 우리 집구석이나 잘 챙기라며 집세를 걱정하는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2>가 나오더니, 맥케인과 오바마의 대선을 앞두고는 미국은 슈퍼 히어로가 되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질문을 던지는 <다크나이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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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게 있다면 그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이런 것 아닐까? 시대를 앞서 먼저 상상하고 창조하는 이정표의 역할. 게다가 이 영화는 진지하게 각잡고 사색하는 영화가 아니라 남녀노소 단체관람에 무리없는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앞서는 영화를 만나기 어렵다. 밤 12시까지 보습학원 보내고 입시학원 보낸다고 인간의 창의력이 늘어나진 않는다. 놀란 감독은 7살 때부터 영화를 찍었고, 문학을 전공했다.


영진공 철구

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ener, 2005), “정치 스릴러냐? 러브 스토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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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서 랄프 파인즈의 모습은 언듯 톰 클랜시 원작 영화에서의 해리슨 포드를 연상시키지만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그의 실제 캐릭터는 “성난 폭도들에게 머핀 한 조각씩을 권할 법한” 유순한 성격의 하급 외교관일 뿐이다. 화초 기르기가 취미인 그는 다국적 제약/유통 회사들의 반인륜적인 음모로부터 사실상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뿐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내가 여행 중 비참하게 살해 당한 이후부터 비로소 사건의 중심부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영국 외무부와 다국적 기업들 간의 결탁을 파헤치는 영웅심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죽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 때문이다. 이것이 <콘스탄트 가드너>를 정치 스릴러 액션이기 이전에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로 먼저 기억되게 만드는 이유다.

<시티 오브 갓>에서 입증된 페르난도 메이렐레스의 역동적인 연출 감각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가운데 전작에서부터 함께 해온 세자르 샬론의 카메라 역시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릴 만한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영화 속에 가득 담아냈다. 여기에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음악까지 더해지면서 <콘스탄트 가드너>는 시청각적인 풍요로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 배경음악을 자제하고 보다 건조한 영상이 어울릴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콘스탄트 가드너>와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감을 잃지 않는 잘 연출된 풍성함이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랄프 파인즈의 대표 캐릭터는 여전히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다혈질 러버보이지만 <쉰들러 리스트>의 독일군 장교나 <퀴즈쇼>의 대학교수도 있었고 <스파이더>의 정신분열증 환자와 <레드 드레곤>의 연쇄 살인마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춘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콘스탄트 가드너>에서는 좀 더 일상적인 인물로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손쉽게 하여 마침내 영화의 중심적인 정서를 성공적으로 전달한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레이첼 와이즈는 단독 주연작은 드물지만 <미아라>나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콘스탄틴>과 같은 액션물과 <어바웃 어 보이>와 <엔비> 같은 코미디까지 비중 높은 조역을 성공적으로 연기해온 배우인데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그녀의 헌신적인 연기는 이번 수상이 그저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콘스탄트 가드너>에는 빌 나이, 피트 포슬스웨이트, 제라드 맥솔비 등 낯익은 영국계 조연들이 함께 출연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름 없는 아프리카의 단역 배우들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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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다크 나이트”, 변두리 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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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람은 누구나 칭찬하고 저도 손가락 아프게 칭찬을 해서 더 덧붙일 게 없는 <다크나이트>, 그러나 이 영화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레이첼이 별로 예쁘지 않다’는 둥의 시비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약간 아슬아슬하다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전편부터 좀 지나치게 사실성을 추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전체에서 배트맨이라는 존재의 괴상함이 갈수록 눈에 띄게 되지요.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지극히 만화적인 주인공 배트맨과 전혀 만화 같지 않은 상황설정 사이의 긴장이 흐릅니다. 지금까지는 놀란 감독의 놀란 연출력으로 그 부조화가 적절히 통제되어 왔지만 앞으로 영화가 사실적이 되면 될수록 배트맨은 더욱 더 이 세계에 안 어울리게 될 겁니다.

요즘 웹에서는 배트맨의 그 낮게 깔아대는 목소리를 풍자한 동영상이 인기던데, 이것도 그 어색함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보시려면 여기로 http://dory.mncast.com/mncHMovie.swf?movieID=10088538620080812161322&skinNum=1)

이번 영화에서도 초반부 배트맨의 등장과 액션을 돌이켜보면 “도대체 쟤는 왜 사서 저런 고생을 한다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혼자서 그 잔챙이 마약범죄자들과 자경단까지 상대하면서 투닥거려야 할까요. 아무리 힘이 세고 무술을 잘 하고 돈과 기술로 처발랐을지라도 결국 개인에 불과한 배트맨이 그 넓디넓은 고담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잔챙이 악당들도 “고담에서 배트맨을 만날 확률은 로또 당첨확률 수준”이라지 않습니까. 하지만 웨인 군은 굴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들을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해결하려고 매달리죠. 홍콩에서의 액션은 그 백미입니다. 웨인 군은 자신의 놀라운 헹글라이딩 기술 + 최첨단 EMP 공격기술 + 냉전시대에 CIA가 개발했던 ‘스카이후크’ 까지 써가며 마피아의 돈세탁 업자를 홍콩에서 납치해 옵니다. 멋지긴 합니다만,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죠. 그 스카이후크 수송기 복원 및 운용비용이라면 아마 고담시의 마피아 조직 한 두개를 사 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부르스 웨인의 재력이라면 팔코니 조직 전체를 사 버릴 수도 있겠고, 사회보장제도와 인프라를 확충해서 그런 범죄자들의 이익을 빼앗을 수도 있을 겁니다. 아마 그런 식으로 마피아를 잡아먹는 것이 도시의 정의 구현에는 오히려 훨씬 효과적이겠죠. 하지만 배트맨은 늘 일인 자경단으로 나서는 고생을 사서 합니다. 왜? 그래야 하니까…


원래 내가 좀 그래…

게다가 이 배트맨의 돈지랄은 마음이 가난한 악당 조커의 등장으로 더욱 더 그 삽질스러움을 노출하고 맙니다. 배트맨과 조커는 말 그대로 대척점에 있습니다. 배트맨에게는 지킬 것만 잔뜩 있는데, 조커는 바로 그것을 모두 파괴하려고 하죠. 배트맨이 믿음에 매달린다면 조커는 불신을 키우려 헌신합니다. 그리고 배트맨이 결국은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 하이테크 무기로 전쟁을 벌일 때, 조커는 돈을 불태우며 지극히 로우테크 무기로 달려듭니다.


자~알 놀고 계십니다 …

이 하이테크 돈지랄 vs 로우테크 막장정신 대결의 대표적인 장면이 호송차량을 둘러싼 액션이죠. 배트맨의 수천만 달러짜리 배트모빌 텀블러에 대결하기 위해 조커가 내놓은 무기는 자그마치 RPG입니다. 2차 대전 막판에 막장까지 몰린 독일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대전차무기, ‘판저파우스트’에 크게 데었던 소련이 이걸 충실히 계승, 발전시켜 만든 로켓발사기죠. 막장무기의 후예답게 값도 싸고, 만들기도 쉽기 때문에 이 RPG는 베트남에서부터 아프리카와 중동의 거의 모든 전쟁터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늘 기대이상의 활약을 했습니다. 멀리는 1970년대 4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 전차부대를 괴멸시켰고, 근래 들어와서는 아프간에서 러시아 기갑부대를 괴롭혔고, 최근에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블랙호크 헬기를 2대나 격추시키는 전과를 올렸으며, 지금도 이라크 전쟁터에서 미국과 영국이 자랑하는 신형전차 M1A2 나 챌린저2 들에게 뜻밖의 일격을 가하고 있죠.


제 3세계 게릴라들의 2대 필수요소, RPG와 AK47


이것이 나의 무기라능 …

바로 그 RPG7과 텀블러, 이 대결의 승자는 누구였을까요? 최신형 복합장갑으로 무장한 전차에게도 타격을 입히는 RPG7인데 경장갑 장갑차에 불과한 텀블러가 뭐 어쩌겠습니까. 물론 텀블러 쪽이 좀 더 적극적인 공격을 했다면 승부는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만, 배트맨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는 지키는 쪽이고 조커는 공격하는 쪽이거든요.

변두리 산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플래툰이라는 잡지에서 읽은 건데 직접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싸구려 구식 라이플이나 구식 권총도 최신식 소총과 마찬가지로 당신을 확실히 쓰러뜨릴 수 있다.”
아무리 구식이고 낡은 총이라도 발사만 될 수 있다면 인명을 살상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 상대가 수백만원짜리 무기로 무장했다고 할지라도 결국 총에 맞으면 누구나 죽거든요.
로우테크면 어떻습니까? 장갑차를 부실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데요.


작동 불량인 리모컨이라도 결국 폭탄 터트리면 되는 거 아니냐능 …

이 영화에서 조커와 배트맨의 대결은 언제나 이런 식입니다.
변두리 산술 + 막장 정신으로 무장한 조커가 장비나 기술이나 정보력 모두 우위에 서 있는 배트맨을 계속 골탕 먹입니다. 조커는 더 이상 빼앗길 것도 망가질 것도 없는 존재이고 배트맨은 모든 것이 손실의 대상이거든요. 세상이 원래 그렇습니다. 많이 가진 자일수록 빼앗길 것이 많아 약점이 늘어나고, 가진 것이 없을수록 더 잃을 것도 없기에 오히려 약점이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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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패라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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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테면 쳐봐!!!


참고로 이때 들고 나온 총은 S&W에서 만든 M76이라는 싸구려 기관총인듯 …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일도 결국 조커와 배트맨의 대결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배트맨처럼)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미군들이 (조커의 드럼통 폭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원격조종폭발물에 끊임없이 죽거나 불구가 되고 있습니다. 침략자를 죽이기 위해 내가 죽는 것은 전혀 두렵지 않은(오히려 그렇게 죽으면 저승에 가서 신이 내리는 큰 상을 얻는다고 믿는) 그들 앞에 미군은 약점투성이의 배트맨일 뿐입니다. 작금의 사태를 유발한 911 테러부터 그렇지 않았습니까. 그 경악스런 테러를 실현하기 위해 테러범들에게 필요했던 장비는 커터칼 몇 자루 뿐이었죠. 나머지 테러 장비는 미국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로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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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와 원격조종급조폭발물에 당한 미군의 비싼 탱크와 장갑차들 …


이건 아무래도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

우석훈 박사의 <88만원 세대>를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럽의 그 선진적인 사회보장제도나 소수자를 배려한 정치제도가 완성된 시기가 대부분 우파 정부 시절이었다는 겁니다. 사실 우파정부는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원칙인데 그들이 왜 좌파 정부가 할 법한 일을 했을까요. 그게 바로 부자들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죠. 가진 것이 많을수록 약점이 늘어나고, 인생 막장에 몰린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자신들이 위험해지거든요. 그래서 부자들이, 권력자들이 가난한 자와 약한 자들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겁니다.


니 랑보르기니나, 내가 탈취해 타는 경찰차나 산쾌하기는 마찬가지고 …
속은 내가 더 편하다능 …


영진공 짱가

추신: 요즘 꼴을 보아하니 우리나라 부자들은 별로 그럴 생각이 없더군요.
자기들이 먼저 막장테크를 타거나 아예 우리나라를 떠버리는 쪽을 선택하데요.
참 잘 하는 짓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커 패러디 광고 … 근데 나는 버거킹이 더 좋다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