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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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은 기술을 과학과 의약품에 낭비할 셈인가?!


확실히, 21세기에 기성세대가 보는 대중문화의 주적은 컴퓨터 게임이다. 거의 모든 청소년문제, 사회문제의 원흉으로 게임이 지목되더니 마침내 정부에서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 규제법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다중사용자온라인게임(MMOG)에 국한된 조치라지만 만약 이 법이 시행된다면 또 하나의 세계 최초를 달성하게 된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는 과정엔 학부모 단체의 압력이나 게임업계의 막연한 대응도 한 몫을 했고, 실제 사회 현상도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많은 사건들에 게임이 이래저래 엮여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죄다 게임 탓이라고 하는 건 부당하다. 컴퓨터게임에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오락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가치들이 담겨있다. 그게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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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갈켜줄께 …

첫째,
컴퓨터 게임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짜릿하고 경제적인 놀이다.

컴퓨터 게임처럼 안전한 놀이가 또 있던가? 물론 게임을 너무 오래하면 혈전이 혈관을 막아서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약간 높아진다. 하지만 그래봤자 여객기의 비즈니스좌석에 오래 앉아 있다가 같은 증상으로 죽을 확률보다 높지 않다.

컴퓨터 게임과 다른 놀이들을 비교해보라. 축구나 농구 같은 구기종목은 공에 맞아서 안경이 부러지거나(내가 두 번 그랬다), 팔꿈치에 맞아 입술을 꿰매거나(버락 오바마가 최근에 그랬다), 발이나 손 부상을 입거나(축구하다 다친 엄지발톱은 두 달째 퍼렇다), 심지어 밖으로 튀어나간 공으로 인해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몇번 그런 사례가 보도된 적이 있다).

게다가 격렬한 운동 중에 심장이 멎는 경우도 가끔 있다. 자전거나 킥보드 같은 탈것들은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거나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꽤 높다. 등산은? 2007년에만 등산 중 사망자가 112명, 부상자는 2923명 이었다. 10대와 20대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사고사인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개의 사고는 집 밖으로 기어나갔을 때 터진다.


사람잡는 스포츠, 등산 / 애들 잡는 도구, 킥보드


(컴퓨터 게임을 안하고) 농구를 하다가 입술이 찢어져 병원 가는 오바마

하지만 컴퓨터게임은 방안에 틀어박혀서 키보드나 게임패드만 두들긴다. 다칠 일이 없다. 그렇게 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게임은 무지무지 짜릿하다. 컴퓨터 게임이 아니라면 당신이 언제 루프기동을 하며 적 전투기와 공중전을 펼칠 기회가 있겠나? 브라질 빈민가를 뛰어다니며 총격전을 펼칠 일은? 던전을 탐험하며 거대한 몬스터와 혈투를 벌일 가능성은? 빈사상태에 빠진 동료를 구하고 장엄하게 목숨을 잃을 기회는? (그리고는 언제든 다시 부활할 기회는?) 모두 컴퓨터 게임에서 가능한 일이다.

이런 일은 인류 역사상 최초다. 원래 짜릿함과 위험함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짜릿한 놀이는 그만큼 위험해야 했고, 위험하지 않으면 짜릿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게임은 좋은 것만 쏙 빼다가 당신 앞에 대령한다. 게다가 비용도 가장 적게 든다. 컴퓨터게임에는 축구화도, 공도, 운동복도 필요 없다. 그저 듀얼코어 이상의 PC와 키보드와 마우스와 고속통신망 만 있으면 된다.





현실? 바보들이나 거기서 놀라고 그래!!

둘째,
컴퓨터 게임은 지혜를 알려준다.

게임을 하면 바보가 된다고? 바보가 하면 더 바보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놀이를 통해서 학습을 시켜왔다. 학습의 기본은 반복 숙달이고 시행착오다.

“Practice makes perfect!” 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게임 속에서는 그 두 가지가 일상이다. <갤러그>를 생각해보라. 당신은 똥파리들의 이동경로와 그것들이 뿌리는 폭탄의 궤적을 습득하기 위해서 수십, 수백번을 반복 플레이했을 것이다. 지루한 반복 끝에 마침내 당신 머릿속에는 <갤러그>의 구조가 그대로 들어서고 당신은 그 게임을 마스터한다.

사실 노인들의 지혜도 반복에서 나왔다. 농경시대에는 단지 춘하추동의 순환을 한번 더 경험했다는 것이 바로 지혜의 근원이었다. 그런데 실생활에서는 반복 경험의 기회에 한계가 있다. 춘하추동의 반복경험도 많아봤자 100회 이내다. 일부 카사노바를 제외하고는 연애 경험이 100회를 넘기진 않는다. 하지만 컴퓨터게임은 거의 무제한으로 반복이 가능하다. 그것도 안전하게.





가상역사게임, 문명

미군은 요즘 컴퓨터 게임을 신병훈련에 활용한다. 가장 싸고 안전하게 실전에 필요한 훈련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나 첨단장비 개발업체에서는 게임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장비의 설계를 보완한다. 교육학자들은 인간이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실험해볼 기회가 많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제 게임 속에서는 가능하다. 게다가 게임 속 세계는 갈수록 세상의 진리를 담아간다.

폭력성으로 유명한 ‘GTA (Grand Theft Auto)’를 해본 나는 그 속에 담긴 범죄사회학적 고찰의 깊이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게임은 한 인간이 어떻게 범죄자가 되어갈 수밖에 없는지를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나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겠더라.

최근 타임머신 게임으로 유명한 <문명>은 인류 문명 발전의 기본 원리를 담고 있다. 왜 독재로는 어느 수준이상 발전할 수 없는지, 왜 교육을 제대로 시키면 시민들이 반항적이 되는지를 깨닫는데 이만한 교보재가 더 있을까.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어릴 적에 <심시티>나 <문명>을 좀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마, 가지고 있다.


미군의 모병게임, 아메리카’s 아미



범죄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GTA 시리즈

셋째,
컴퓨터 게임은 사회생활의 훈련장이다.

온라인 게임들을 생각해보라. <스타크래프트>를 잘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마우스 클릭과 단축키를 쓰는 기술 뿐일까? 아니다. 모든 멀티플레이 게임의 기본은 전략적 사고, 상대방의 수 읽기다.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하고 그보다 한발 앞서는 것이다. 예측과 대응이 정확할수록 당신이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수 읽기를 하려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망수용(perspective taking)’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리고 이 입장 바꿔 생각하기는 모든 사회생활의 근간이다. 매너나 규칙의 가치도 멀티플레이 게임을 해봐야 이해한다. 한 놈이 반칙을 하면 게임 전체가 어그러지니까. 스포츠맨쉽이 그래서 나오는 거다. “일만 하고 놀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속담도 그렇다. 여기서 말하는 ‘일’은 혼자서 하는 공부다. 그리고 ‘놀이’는 여럿이 같이 노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디지털 세대의 바둑이자 체스, 스타크래프트

고문관이 왜 탄생하나? 멀티플레이 게임을 안했기 때문이다. 그걸 안했으니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눈치가 없고, 앞뒤가 꽉 막히게 되는 거다. 예전에는 동네 골목이나 공터에서 멀티플레이 게임을 했지만 지금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그것을 배운다. 그러면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원칙들을 배운다.

사실 애들이 보고 배울까 무서운 세상은 게임이 아니라 게임 밖의 우리 사회다. 나는 국회에서 이종격투기를 벌이는 국회의원이나, 수 조 원을 탈세하고 사면받아 나온 주제에 국민들에게 뭘 고쳐야 한다고 주절대는 인간을 보느니 차라리 게임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컴퓨터 게임 속에서는 최소한 모두에게 공평하게 규칙이 적용되니까.

넷째,
컴퓨터 게임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최첨단 IT 기술이다.

컴퓨터의 발전은 이미 불필요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글을 쓰는 워드프로세서는 셀러론 컴퓨터에서도 충분히 작동한다. 파워포인트도 웹서핑도 그 정도로 충분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듀얼코어나 쿼드코어 PC를 원한다. 최첨단 게임을 하기 위해서이다. 컴퓨터 게임이야말로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상용화된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다.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컴퓨터 게임을 잘 할 수 있다면, 그보다 수준 낮은 다른 기술은 더 쉽게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니까. 초딩이나 중딩들이 어떻게 컴퓨터를 그리도 잘 쓰는지 아직도 모르시겠나? 걔네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배우고, 게임을 통해서 IT를 마스터한다. 시키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배우는 거의 유일한 기술이 바로 컴퓨터와 인터넷이다.

사실 이 사이버 공간의 근본 정신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 구현된다. 반면에 어른들은 게임을 모르니 컴퓨터와 인터넷이 어렵기만 한거다. 기껏해야 XX양 비디오를 보기 위해서 인터넷에 달려드는 수준의 인간들이 게임을 어찌 이해하겠나.


다시 한번, 첨단기술을 게임에 쓰지않으면 어디에 쓰겠나?

마지막으로,
세상은 점점 컴퓨터 게임과 구분할 수 없게 되어간다.

스마트폰의 증강현실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어디까지가 사이버공간이고 어디까지가 현실공간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게임도 마찬가지다. 임요환을 보라. 게임속의 황제는 실제로도 영웅이 된다. 게임을 통해서 배운 원리는 실제로도 적용가능하다. 그러니 게임만 하다가 실생활에 적응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갈수록 무의미해진다.

영화 <소셜네트워크>를 보라. 주인공은 실생활에서는 젬병이다. 이 친구는 자기 애인을 마치 게임의 스탯찍듯 대하다가 찌질이 취급만 당한다. 그런데 그 찌질이가 세계최대의 SNS를 만들어서 억만장자가 된다. 그가 성공한 비결은 실제 세상을 게임처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은 수량화할 수 있으며 몇몇 조건을 바꿔서 조작이 가능하다. 이런 게임의 논리를 대인관계에 적용하기, SNS의 기본이 그것 아닌가.


현실세계는 게임과 다르다고? 그럼 난 뭐야?

요약하면,
컴퓨터 게임은 지금 현재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술과 예술과 지식의 종합체이다.

장담하건대, 앞으로 5년 내에 자기 자녀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걱정이 아니라 게임을 하지 않아서 걱정인 부모가 등장할 거다. 게임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것이고, 세상은 점점 게임을 닮아가게 될 테니까. 게임을 안한다는 건 미래에 적응하기를 포기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만 잘하면 된다는 건 아니다. 게임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들에겐 게임 말고는 다른 중요한 것이 없다는 점이다. 삶의 균형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중요할 것이고,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진리도 변함없을 것이다.

올해에는 새 컴퓨터를 구입해서 <문명>과 <콜옵: 블랙옵스>를 최고해상도로 즐길 꿈에 부푼 인간이 하는 말이니 분명히 편파적인 해석이 담겨있겠으나, 적어도 모든 주장이 사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영진공 짱가

 

2008 미국 대선 간단 정리


* 확보 선거인단
오바마 349 : 163 매케인 (과반수: 270)

* 득표수
오바마 63,896,968 (53%) : 56,405,897 (46%) 매케인


참고로,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직접선출방식이 아니다.  각 주에 사전 배정된 선거인단이 수도 워싱톤에 모여서 선출을 한다.

그럼 뭐하러 국민투표를 하냐고?  각 주의 투표결과는 해당 선거인단에게 주민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승리한 후보에게 투표하기 위한 선거인단이 선출장에 나가게 되는 것이다.  헌데, 미국의 24개 주에서는 선거인단에게 투표결과에 대한 어떤 법적인 의무도 지우지 않거나 처벌을 규정하지 않고있다.  즉 대통령 선출일에 선거인단이 해당 주의 투표결과와 다르게 의사표시를 하여도 무방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일 …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 (수정) 미국의 대통령 선거 역사에서 선거인단이 주민투표의 결과와 다르게 의사를 표시한 경우는 158번 있었다.  주로 1912년 이전에 발생하였으며, 최근의 경우로는 2004년에 1명, 2000년에 1명, 1988년에 1명이 있었다.  사유로는 사망이나 사고 등에 의한 선거인단 교체, 기표실수, 개인의 신념 등이 있다.  어떤 경우든 전체 선거의 결과가 뒤집힌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참고: 위키피디아, Fairvote)    

* 득표현황 (오바마 : 매케인)


  • 남성   49 : 48
  • 여성   56 : 43



  • 18~29세   66 : 32
  • 30~44세   52 : 46
  • 45~64세   50 : 49
  • 65+          45 : 53

   여성과 청년층의 지지가 오바마의 당선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역시나 거기도 45세가 넘어가면 … 흠냐리 –;;;

* 주별 득표 현황





  • 캘리포니아   61 : 37
  • 뉴욕   62 : 37
  • 일리노이즈(오바마의 정치적 기반인 시카고가 있는 주)   62 : 37

    미국의 3대 도시인 뉴욕, LA, 시카고가 있는 위 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성향.

    2004년 대선 때는 케리 : 부시가 90 : 10 이 나오기도 했었다

  • 아리조나 (매케인 출신 주)   45 : 54
  • 텍사스 (미국 보수의 대표격인 주)   44 : 55
  • 알래스카 (페일린 출신 주)   36 : 62

    위 주들을 비롯한 중남부에서는 매케인 측이 많이 이겼지만 역부족이라능 …

  • 플로리다 (2000년 대선에서 생난리 났던 주)   51 : 49
  • 오하이오 (2004년 대선에서 승패를 결정지었던 주)   51 : 47
  • 메인 (아버지 부시 출생 주)   58 : 40

    위 주들은 여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던 곳이다.
    플로리다는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고, 오하이오는 지난 선거에서 보수성향이 되었고, 그런데 요번에 여기에서 오바마가 다 이겼다.

* 상, 하원 선거



  • 상원   민주당 56 : 40 공화당   (4석 미정, 과반수 51석)
  • 하원   민주당 254 : 173 공화당   (8석 미정, 과반수 218석)


요약하자면,
1. 여성분들과 젊은이들의 승리 ^.^
2. 적어도 2년 동안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상, 하원을 장악한 독재체제라능~






미국의 젊은이들은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오바마의 승리를 반기고 감격해하고 있는듯하다.  그래서인지, Youtube에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자축의 영상을 계속 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타임즈스퀘어


텍사스주 오스틴

영진공 이규훈


 

페일린(Sarah Palin)을 똑 닮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

 

사라 페일린 (Sarah Palin),
이번 미국 대선전에서 그야말로 깜짝 등장하여 예상치 못했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자이다.

사실 매케인 진영에서 그녀를 부통령 후보로 발표하였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는 드디어 매케인이 노망이 났다고 전망할 정도였다.  그런데 웬걸, 전당대회 당일 그녀는 대박을 쳤다.

골수 공화당원들(그러니까 한국으로 치면 한나라당 열성 지지자들)은 그녀의 외골수 보수 논리에 열광하였고, 여성유권자들은 시장에 이어 알라스카 주지사의 중책을 수행하며 다섯 자녀를 훌륭히 키우는 그녀의 모습에 즐거워하였다.  아, 물론 그녀의 외모도 한 몫 단단히 거들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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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페일린>
   
그러나 나중에 하나씩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녀의 이미지는 선거참모들이 공화당 지지자들과 여성표를 겨냥하여 포장하고 연출한 것이 많고 사실 대통령 후보인 매케인 조차도 공적이나 사적으로 그녀와 그녀의 능력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력한 보수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일부의 정서와 힐러리의 공백에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여성유권자들, 그리고 New Face에 대한 호기심의 틈새를 파고들고자 선택한 선거전략이 뜻밖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여러 신문기사와 TV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모습은 많은 미국민들에게 그녀의 실상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ABC를 통해 방송 된 챨리 깁슨 (Charlie Gibson)과의 인터뷰는 일부의 표현에 따르면 ‘충격적’일 정도였다.  거기에서의 페일린은 정치, 외교, 행정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던 것이다.(http://www.huffingtonpost.com/2008/09/11/sarah-palins-charlie-gibs_n_125772.html)

그래서인지 매케인 진영은 그녀가 언론과 접촉하는 걸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녀와 너무도 닮은 미국 연예인이 있어서 또한 화제다.  그녀의 이름은 티나 페이(Tina F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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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페이>

미국의 TV방송을 접해보신 분들은 <Saturday Night Live>에서 활약했던 그녀의 모습을 기억하실테고, 미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30 Rock>의 리즈 레몬양을 떠올리시면 된다.  아, 영화에도 나왔는데 2004년 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에서 각색과 함께 노버리 선생님으로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런 호재를 놓칠 미국애들이 아니잖은가?

그래서 지난 9월 15일 SNL에서는 티나 페이가 페일린을 연기하는 코너를 방송하였다.  그리고 이 코너는 예상대로 대박이 나서 지난 6 년간에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였다.


<티나 페이가 페일린을 연기한 SNL 코너>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런 페일린을 닮은 사람이 한국에도 있다.
정말이다.  인종과 성별을 초월하여 너무도 닮은 사람이 있다.

누구냐고?
그 사람이 누군지 밝히기 전에 일단 닮은 점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 주농무부장관 자리에 고등학교 동창을 앉히다전직 부동산 중개업자이던 그 동창은 단지 어린 시절에 워낙 젖소를 좋아했기에 농무부장관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 의회에서 올린 예산안의 특정분야 예산을 멋대로 삭감하다그녀는 의회를 거치지 않는다.  다만 예산감독관(바로 그녀의 남편)에게 찾아가 도장을 찍게 한다.

* 비밀을 좋아하는 그녀소환이나 제출명령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참모들과 개인 메일로 공무를 처리한다.

* 전도사 그녀목사를 공직에 앉히고 이라크전이 신의 뜻이라고 일갈하다.

*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녀
   – 자기가 해고한 인물을 다른 이가 고용하자 전화를 걸어 자르라고 종용하다.
   – 그녀에게 비판적인 블로거에게 비서가 전화를 걸어 협박을 하다.

* 직계와 가신을 좋아라 하는 그녀
   – 개혁과 변화라는 명분 하에 고참 공무원과 기관장을 무리하게 해고하고 그 자리에 동창이나 교회인사들을 앉혔다.
   – 진보적이었던 시립 박물관장을 해고하고 보수적인 인사로 대체했다.
   – 자신의 후원자인 인사가 건축 중인 건물에 건설중지 명령을 내린 시검찰장의 해임을 유도하고 그 자리에 공화당원을 앉혔다.

* 이분법을 좋아하는 그녀한 때의 동지나 후원자도 그녀에게 밉보이면 당장 “불평분자”로 낙인찍히고 관리된다.

* 소통을 싫어라하는 그녀
  
– 주공무원들에게 언론과의 접촉을 금하도록 하고, 친지나 친구들에게 언론과의 대화를 일일이 보고하게 한다.
   – 각 시의 시장이나 관리들 중 주지사인 그녀와 담화를 나눠 본 이가 몇 되지 않는다.

뉴욕타임즈 9월 14일 기사를 참고.
“Once Elected, Palin Hired Friends and Lashed Foes”
http://www.nytimes.com/2008/09/14/us/politics/14palin.html?em

자, 이정도면 그녀가 누구와 닮았는지 다들 눈치 채셨을 것이다.
그래서 굳이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는다.

***

남의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우리가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은 우리, 아니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좋든 싫든 미국은 현재 군사력으로 최강이고 경제에 있어서도 기축통화국으로 대우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인물인 사라 페일린에 대해서 가볍게 건드려보았다.
올 미국 대선을 이해 또는 관전하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영진공® 이규훈©

“다크 나이트”, 슈퍼 히어로는 필요한 것일까?

 


슈퍼히어로를 보면 나는 언제나 미국을 떠올린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자본주의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빨갱이 베트콩이여,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라 일갈하며 그들과 전쟁에 나선 미국.
이런 미국의 영화 속 분신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슈퍼맨이었다.

당시에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당시가 아니라 아직도 많다. 광복절날 시청 앞에서 성조기 흔드는 영감들은 여전히 지구를 지키는 슈퍼 미국을 신념으로 받들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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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말 미국이 슈퍼맨처럼 순수하게 의로운 목적만을 가지고 그 많은 전쟁을 벌였던 것일까? 단지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베트콩들은 정말 지구의 평화를 파괴하는 악의 무리고, 종교 근본주의자들과 아프가니스탄, 후세인과 이라크는 정말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우주 몬스터일까?

그러나 미국이 물리치지 못한 베트남은 여지껏 지구를 정복하려는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악의 무리 이라크는 지구 평화를 파괴한다는 대량살상무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라크는 배럴당 석유생산비용이 가장 적다는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슈퍼맨으로 상징되는 슈퍼히어로 미국은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는 순수한 의도 따윈 없었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신의 슈퍼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우주 악당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우주 악당들은 사라졌지만 지구에 평화가 찾아왔다는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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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 정도까지 와버렸다. 부시 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바닥을 치고 있고 사람들은 의심하고 있다. 과연 슈퍼한 히어로라는 존재가 정녕 우리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필요한 것일까?

그래서 <스파이더맨2>가 나온다. 슈퍼 파워를 지니고 있는 피터는 집세도 못 내고 있다. 슈퍼 파워를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공립학교 지원금은 줄어들고, 복지예산은 삭감되고, 각종 보조금은 폐지되고, 길거리엔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피터는 그래서 슈퍼 히어로 미국의 내부를 돌아보는 최초의 히어로였다. <스파이더맨3>에 기대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슈퍼 파워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드러나려나? 하지만 피터는 역시 슈퍼 미국의 피를 물려받은 히어로답게 성조기를 휘날리며 악의 무리 샌드맨을 두드려 팼다.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젊은 시절 잠깐 방황이야말로 슈퍼한 인간의 매력이지’라는 뉘앙스로 포장하며 끝내 히어로 본연의 모습으로 리턴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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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우리의 질문도 바뀌지 않았다. 과연 슈퍼 히어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이때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줄 흑기사를 자처하며 브루스 웨인이 홀연히 나타났다. <다크 나이트>.

어쩌면 고담시와 배트맨으로 상징되는 미국이야말로 현실의 미국과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시민들은 의료보험이 없어서 손가락이 날아가고 있는데, 정부는 최신 무기로 돈지랄 중이다. 그리고 이 시민들을 지켜야 하는 법은 투페이스 번트처럼 자본에 좌지우지되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존 배트맨의 만화 같은 영상을 벗고 고담의 리얼리티를 살려놨다. 현실 같은 고담은 미국의 현실이다.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면 물론, 지구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도 있어야 한다. 처음 등장하는 악당은 갱들. 이들의 무기는 돈줄, 바로 현금이다. 배트맨과 경찰은 이 대량살상무기 현금을 찾아내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량살상무기 현금을 찾아내 없애버리는 사람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슈퍼 악당 ‘조커’다.

그렇게 조커는 말한다.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악당을 찾아 없애면 지구의 평화가 올 거라고 생각해? 후세인이 사라졌지만 지구에 평화는 오지 않았어. 그루지아와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했고, 중국은 티베트를 유혈 진압했으며,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아닌 소수민족이 중국에서 테러를 일으켰어. 끊임없이 우주 악당을 만들어내 자신의 슈퍼함을 과시하는 것으로 지구의 권력을 장악한 네가 까먹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지. 우주 악당이 없다 해도 지구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야. 혼란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 바로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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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구는 평화로운 동네가 아니다. 슈퍼 악당이 있건 없건 간에 혼란은 있기 마련이다. 조커는 지구 정복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에게는 아무런 목적이 없다. 슬프지만 혼란이란 그런 거고 우리 사는 삶이 그런 거다. 그런데도 슈퍼 히어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슈퍼 악당을 찾아내 평화를 지키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혼란을 슈퍼 악당이라고 부추기며 전세계에 전쟁을 일으키는 미국. 그리고 덤으로 배럴당 생산비용이 가장 싼 석유까지 챙겨가는 미국. 그렇다면 과연 누가 슈퍼 히어로고, 누가 슈퍼 악당일까? 과연 슈퍼 히어로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커는 그래서 배트맨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너의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고담시는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다. 미국이 슈퍼 히어로라는 가면 속 정체를 밝히지 않고 슈퍼 악당을 찾는 전쟁을 계속하는 한 지구촌 역시 혼란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리고 배트맨은 이제 고민해야 한다. 정체를 밝힐 것인가, 말 것인가.

배트맨은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상식적인 답을 한다. 이제 혼란을 바로잡는 일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 법을 지키는 검사 하비 덴트가 맡아야 된다는 답. 비록 그 법이라는 것이 고담시에서는, 그리고 고담 같은 미국에서는 ‘투페이스 던트’처럼 두 얼굴의 법이지만 그래도 혼란을 바로잡는 일은 슈퍼 파워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법이 맡아야 한다는 상식적인 답. 자신의 슈퍼 파워는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게 도울 뿐, 진정한 슈퍼 히어로는 배트맨이 아니라 ‘법’이여야 한다는 답. 상식을 뛰어넘는 슈퍼한 놈들만 판치는 히어로의 세상에서 만나는 상식적인 답이란 그래서 놀라운 것이다.

“슈퍼 히어로는 과연 필요한 것일까?”

결국 우리의 질문에 대한 배트맨의 답은 이런 것이다.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배트맨, 스파이더맨, 슈퍼맨처럼 슈퍼 파워를 가진 히어로가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과 일반인의 정서를 담은 이 시대의 법이 바로 슈퍼 히어로가 돼야 한다.”

그래서 <다크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미국을 부정하는 가장 진보한 슈퍼 히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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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처럼 영화가 정치를 앞서간다. 이라크 전이 한창일 때는 남의 집구석 걱정하지 말고 우리 집구석이나 잘 챙기라며 집세를 걱정하는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2>가 나오더니, 맥케인과 오바마의 대선을 앞두고는 미국은 슈퍼 히어로가 되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질문을 던지는 <다크나이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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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라는 게 있다면 그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이런 것 아닐까? 시대를 앞서 먼저 상상하고 창조하는 이정표의 역할. 게다가 이 영화는 진지하게 각잡고 사색하는 영화가 아니라 남녀노소 단체관람에 무리없는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앞서는 영화를 만나기 어렵다. 밤 12시까지 보습학원 보내고 입시학원 보낸다고 인간의 창의력이 늘어나진 않는다. 놀란 감독은 7살 때부터 영화를 찍었고, 문학을 전공했다.


영진공 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