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의 감상

회사에 청소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가끔 아주머니가 일하시는 뒷모습을 볼 때면 눈시울이 붉어지곤한다.

죽을 때까지 죽지 못해 따라오는 노동의 굴레. 더군다나 생산수단에서 철저히 소외된 도시인의 노동 굴레.

현재 나는 내 수입의 25%를 부모님께 드리고, 15%는 내 서울에서의 필수 생활비(식사와 교통 정도), 10% 정도는 문화생활비(지인을 만나는 일부터 시작해서 모든 소셜 생활비)로 쓰며 25%정도가 집세와 보험료, 인터넷 공과금 등으로 나간다.

25% 정도가 저축 가능한 금액이나 이 또한 빚 이자에 몇 달마다 한 번씩 터지는 예상치 못한 지출에 써버리면 돈을 모으기가 여간 쉽지 않다.

언론에서 4년제 대졸 – 그것도 in 서울 – 정규직이 받는 ‘평균 연봉’에 대해서 씨부릴 때마다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내 어머니에게 한 달에 몇 만원을 더 보낸다고 내 부모님의 삶이 나아질까?

회사에서 청소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의 뒷 모습에서 내 어머니를 느낀다.

과연 내 어머니는 내가 보내드리는 그 얼토당토 안 되는. 내 서울 거주 및 생활비의 절반을 가지고 부모님 두 분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문화생활을 포기하고 10%를 더 드릴까? 그만큼 이 복잡하고 괴물 같은 도시에서 뒤쳐지면 결국 더 수입이 줄어들어 나 뿐만 아니라 다시 부모님까지 옥죄지는 않을까?

돈이 행복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지만.

나는 이제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시기를 지나 매월 조금씩 모을 수 있는 시기에 들어왔지만,

아직도 우리 부모님의 생활 걱정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아마, 이런 비극은 내 세대에서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회사 아주머니의 뒷모습에 내 어머니를 투영하는 것이고, 내 노년을 투영하는 것이고, 그리하여 슬픈 것이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악착같이 살지도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앉아 세상에 당하지도 말아야겠다.

영진공 함장

<88만원 세대>를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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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맡은 연구 주제 중에 하나가 미래전략이라서 계속 이런 주제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이 아니라 오늘 낮)에 읽은 책이 이 <88만원 세대>.
노바리 님의 블로그에서 한번 언급한 걸 읽었고
http://vedder.tistory.com/104
그 이후 어디선가 책의 내용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소개기사를 읽으면서 이 책은 꼭 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구도는 개혁-보수, 민주-반민주 구도가 아니라
세대간 격차 라고 말한다. 정확히는 386세대와 그 이전, 이후 세대의 갈등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이명박 대 박근혜를 나누려는 386세대 의원의 뻘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이념이 아니라 세대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그럴듯하게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현재 20대와 10대가 처한 현실에 대한 분석은 정말 뼈저리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몰고 온 주범이 386세대와 이 참여정부의 소위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사실도…

생각해보면 다 맞는 말이다.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가 된 이후부터
구멍가게보다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할인마트에서 물건을 대량소비하기 시작했고
원정출산에 사교육열풍의 대중화가 시작되었고
대기업만 잘 살고 중소기업은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죽어가기 시작했으며
비정규직의 영속화가 관행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는 80년대 학번에서 비교적 끝물쪽에 속하지만
나도 고등학교 시절 과외 한번 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했으며
대학에서도 1-2학년때는 거의 수업 반 휴강 반(87년!), 학점 너무 잘 받으면 이상한 놈이던 시대를 보냈다.
그러고도 졸업한 친구들 대부분 한 자리씩 하고 먹고사는데 지장없다, 주식으로 대쪽박을 찬 경우 제외하고는 여유도 좀 있고…

물론 나보다 더 윗 세대는 (정치적으로는 더 험악했지만) 경제적 사회적으로는 더 편한 시절을 보냈다.
대학교는 더 공부와 상관없이 움직였으며, 취직하기도 우리 때보다 더 쉬웠다.

여기에 현재의 10대, 20대가 처한 상황을 비교하자면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것이 맞는 말이다.

교육비와 교육기간은 가면 갈수록 더 많이 들어가며,
대학에서 조차 무한경쟁에 시달려야 하고,
그렇게 교육받고 졸업해도 괜찮은 직업은 하늘에 별따기로 적다.
인생에서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성 넘치는 20대를 학원과 알바로 소진하고나면
결국 공무원 시험이나 꿈꾸는 야망도 에너지도 없는 미래 세대가 탄생한다.

물론 그 원인이나 해법에는 이해 못할 부분도 있고 빼먹은 것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서 뭘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은 새롭고 정확하다.

얼마 전에 읽은 유시민의 <대한민국개조론> 보다 한 3배쯤 더 좋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문국현을 지지할 이유가 한 두개 더 늘었다.
적어도 참여정부의 현 노선의 문제가 뭔지 조금은..

아 참, 이 책은 책을 출판할 때 겪을 수 있는 사고란 사고는 다 겪은 저주받은 책이다.
천기누설을 했기 때문일까… (자세한 사고내역은 아래 글 참조, 역시
노바리님 블로그에서 링크 찾았다)
http://fryingpan.tistory.com/entry/88%EB%A7%8C%EC%9B%90-%EC%84%B8%EB%8C%80-%EC%B6%9C%EA%B0%84%EC%97%90-%EB%8C%80%ED%95%9C-%EC%A3%BC%EC%9A%94-%EC%82%AC%EA%B3%A0-%EC%A0%95%EB%A6%AC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