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 다른 책을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책


 

맨 처음 읽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이 <책을 읽는 방법>이라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원래 이런 종류의 책은 좋아하는 소설가가 썼을 때 사지 않는가? 따지고보면 속독에 관한 책들을 제외한다면,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관한 책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보다 젊은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가, 나 자신은 책을 잘 읽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 다시 한권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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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 때의 마음은 이런 것이었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게 벌써 12년이 되었고, 그 동안 나름대로 읽는 방법이 정착이 되었다, 이제 와서 책읽는 방법을 바꾼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고, 소설가가 추천하는 책읽기는 어떤 것인지 그냥 참고만 하자. 이를테면 난 내 방법을 바꾸지 않겠다고 방어막을 친 거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저자가 일관되게 권하는 독서방법은 슬로우 리딩, 아주 늦게 읽는 건 아니지만 나 정도면 그래도 천천히 읽는 편이니 말이다. 게다가 난 이상한 강박관념이 있어서 책을 대충 읽는다든지 특정 부분을 건너뛰고 읽는 걸 아주 싫어하며, 책에 찍힌 글자를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학생 때 비싸게 산 원서를 다 읽는다고 줄만 벅벅 긋고 그러다 시험을 망친 것도 그런 습관에 기인하는데, 내가 갖고 다니던 병리학 책을 펼쳐본 친구가 “아니 네가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단 말야? 근데 성적은 왜 그 모냥..?”이라고 놀란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게 놀랄 건 아닌 것이, 답을 쓰려면 최소한 두번은 읽어야 하는데 노트만 읽기도 많은 양을 원서를 읽은데다, 공부한 시간이 남보다 많은 게 아니니 성적이 안좋은 건 당연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책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으며, 내게 슬로우 리딩을 하라는 건 번지수가 틀렸다는 거다.

그렇다고 이 책이 유익하지 않다, 이런 건 아니다. 유명 저자들이 쓴 예문을 가지고 공부를 하면서 국어시간으로 되돌아간 듯해 마음이 편안했고, 거기에 더해 미시마 유키오라든지 나쓰메 소세키, 야스나리 등의 작품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으니 말이다. 그냥 이른 나이에 자살했다는 것만 알 뿐 작품은 하나도 안읽었던 그 작가들의 작품은, 예문에서 읽어보니 하나도 어렵지 않았고, 게다가 재미까지 있었다. 책은 다른 책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법,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한가지 더. 이 책에 나온 말 중 내가 100% 공감하는 구절이 있다. “블로그에 독서 감상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난 지금 여기다 감상문을 쓰고 있다.


영진공 서민

““책을 읽는 방법”, 다른 책을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책”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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