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 곳에>: “수애에 의한, 수애를 위한, 수애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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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꽤 좋았습니다.

최근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전통적인, 희노애락을 고루 담은 영화였는데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더군요. (남은 쥐를 마저 잡자…까지 ㅎㅎ)

수애(순이)가 왜 그 곳까지 기어코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이 많던데
순이의 동기는 적어도 <놈놈놈>에서 왜 걔네들이 그 지도 가지고 난리를 치는지 이해하는 것보다는 쉽습니다.

아마 제가 순이였다고 해도 그랬을 것 같으니까요.
순이는 남편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심지어 친아버지에게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합니다. 자기 책임도 아니고 잘못도 아닌 일로 비난만 당했죠.
그렇지만 베트남에 가서 순이는 모든 것을 얻습니다.
주변 사람들로 부터의 인정, 도덕적인 정당성, 심지어 어느 정도의 권력까지…

쿠르트 레빈K.Lewin 이 이 상황을 봤어도 순이의 선택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평가했을겁니다. 순이에게 주어진 심리학적 장(field)에서 순이가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냥 도망가는 길도 있지 않았느냐고요?
아마 그건 순이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왜 그 미군장교는? 글쎄요. 전 그게 일종의 자기 능력 실험처럼 보였습니다.
순이의 마지막 무대공연 때부터 계산하는게 보이거든요.
결국 그녀는 자기의 힘으로 거기까지 간겁니다.

덧붙여,
이준익 감독 영화가 계속 변화한다고는 하지만 제가 보기엔 늘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준익 감독 영화의 변치않는 테마는 “공연” 입니다. (이 “공연”은 허접한 코미디 영화에 늘 등장하는 노래방 공연과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황산벌>에서 양측 병사들이 벌이는 욕 공연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엔 아예 대놓고 광대 주인공들만 내세우고 있죠.
그리고 이준익 감독은 이 공연을 묘사하는데 있어 꽤 능숙합니다.
덕분에 공연자들이 겪는 미묘한 순간들이 이 정도로 잘 묘사되는 영화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듭니다. 무대에서 느껴지는 공연자와 관객사이의 긴장감, 그리고 어떤 지점에서 그게 다른 감정으로 변화되는지… 이 영화에서도 그런 묘사가 가끔 나오는데 꽤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수애 간지…d-_-b
<놈놈놈>의 정우성 간지만큼이나 확실합니다.

남자 배우들이 꼭 한번 해보고 싶었을 역할이 그 영화에서 정우성 역할인 것 처럼,
여자 배우라면 아마 이 역할 꼭 해보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남자배우라고 아무나 정우성처럼 총을 돌리지 못하듯,
수애가 없는 <님은 먼곳에>도 상상하기 힘들죠.


영진공 짱가

*추가1: 덧붙여 정우성 간지

* 추가2: 크레딧을 보니 엄태웅은 자그마치 “특별출연” 이더군요.
원래 그거, 출연료 안받(거나 최소한도만 받)고 나오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봐도 엄태웅의 비중이 특별출연 수준은 아니던데…
이준익, 참 무서운 감독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