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영상촬영시대가 열리다 (2)





D90은 제대로된 영상을 찍기위해 필수적인 수동조절기능이 전무한데다 스틸이미지용 CMOS 센서의 느린 속도로 심각한 울렁거임 (jello effect)을 보여줬습니다. 그후에 나온 캐논 5DmkII 역시 수동기능전무에, 영화같은 24p가 아닌 30p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역시 갖고 있었습니다. 니콘이나 캐논으로서 DSLR의 비디오 기능은 순전히 보너스 개념이었습니다.

라이브뷰모드로 거울을 젖히고 바로 센서로 모니터링하는게 가능하다면 그걸 기록하게 하는것쯤이야 쉬운 일이니까요. 세심한 컨트롤이 핵심인 고가의 전문 DSLR이면서 영상은 자동으로만 제어되고 기록포맷또한 RAW가 아닌 고압축의 h264 라는 점에서 캐논이나 니콘 모두 비디오 기능을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보너스장난감 같은 기능으로 만들어진 빼어난 영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조금만 보완되면 꿈의 영상카메라가 될수 있을 DSLR에 대한 아쉬움은 동시에 더 커져갔습니다.



Reverie from Vincent Laforet on Vimeo.  This was the first 1080p video widely released that was shot with the Canon 5D MKII.


스틸사진가인 Vincent Laforet가 5DmkII의 비디오 기능을 테스트해보고자 만든 단편 Reverie. 비디오 기능이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큰 센서와 고급렌즈, 전문모델과 전문사진가의 손길이 더해져 엄청나게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24fps의 부재로 인해 영화적이기보단 비디오 같아 보이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5DmkII의 부족한 기능 (수동조절, 24fps)를 지원하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내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캐논을 조르는 목소리가 높아질무렵 EOS 7D가 발매됩니다. 7D는 스틸카메라 관점에서는 5D의 풀센서보다 작은 APS-C센서 카메라이지만 위의 챠트에서 보듯 영화촬영용 수퍼35mm 의 크기에 오히려 더 가깝고 5D와 달리 부족했던 기능 (동영상촬영시 셔터스피드, 조리개 등의 수동조절, 다양한 프레임속도 24, 25, 30, 50, 60 지원 등)을 전격적으로 탑재하여 DSLR 영화촬영을 꿈꾸는 사람들의 꿈의 카메라에 가장 근접한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이후 경악할만한 저조도 촬영기능을 보여주는 1Dmk4가 나오고, 그리고 청원운동끝에 올해 2월 5DmkII 역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부족했던 대부분의 기능이 추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캐논 펌웨어업그레이드가 버그소탕이 아닌 기능추가가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달에 7D와 같은 비디오 기능을 가지되 가격이 절반 이하인 550D가 나온것이죠. 




센서사이즈 챠트를 다시 보시면, 단순히 비교했을때 수퍼35미리 센서 카메라의 가격대는 25만달러(파나비젼 제네시스) ->만8천달러(레드원)->$1900(7D)->$800(550D)로 떨어진 셈입니다.  물론 이것은 부가기능의 큰 차이점을 무시한 심하게 단순화된 도식이지만 센서사이즈라는, 전자회로기능으로는 어쩔수 없는 물리적 한계의 극복은 그만큼이나 유의미한 것입니다. 2만달러 카메라도 힘겨워하는 저예산업계뿐 아니라 25만달러 카메라를 기본으로 쓸수있는 대규모 프로덕션에서도 DSLR촬영을 심각하게 여기며 수용하고 있다는것이 그 증거입니다.
 







빼어난 영상미의 드라마 추노에 사용되어 화제가 된 Red One카메라. 25만달러 카메라를 대체하는 만8천달러의 카메라가 혁명적이었음을 부인할수 없습니다만 이후 혁명은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향으로도 막 튀고 있습니다. 


프로들의 호들갑

인기 드라마인 [H]ouse의 시즌6 마지막회가 필름카메라가 아닌 5DmkII로 촬영되었음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우스는 원래 레드원이나 제네시스도 아닌 35mm 필름으로 촬영되는 순수 필름쇼(?)입니다. 그리고 씬시티, 스파이키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7D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DSLR 영상촬영의 전문가로 알려진 Philip Bloom이 루카스필름의 영화 Red Tails 촬영에 DSLR 도입을 테스트 하기위해 고용되었고, 캐논DSLR로 찍은 영상이 소니의 F35카메라가 촬영한 영상과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미방송협회의 트레이드쇼인 NAB는 비디오카메라와 방송장비중심이었지만 올해에는 DSLR과 그 관련 부가장비업체들의 참여가 대단히 늘었고 화제성에서는 주인공인 비디오카메라분야를 단연 압도했으며  ARRI, Panasonic, Sony 모두 가격대가 훨씬 떨어지고 컴팩트한 시네마용 카메라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5DmkII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달라던 염원이 거꾸로 올라가 초고가 시네마 카메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듯 보입니다. 진짜 혁명은 레드사가 아닌 소뒷걸음치다 쥐잡은 캐논이 이어나가고 있는것이죠. 캐논은 아직 정확히 다음단계에서 뭘 해야할지 잘 모르는듯 보입니다만.
  






 

일반 시청자야 드라마가 폰카로 촬영된들 관심이 없겠지만 메이져 드라마가 DSLR로 촬영된다는것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대단한 화제거리입니다. 







 

스파이키드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캐논7D로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모습.
하나는 그냥 카메라만으로, 또 하나는 온갖 부가장비를 덧붙힌 7D릭을 쓰는 모습. 레드원을 쓸수도 있을텐데 굳이 7D를 쓰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주목할만한 광경입니다. 바닥에 누워 맨 카메라로 찍는 모습이 그 힌트중 하나가 되겠지요. 저만한 센서의 카메라가 저토록 작은 사이즈의 바디에 담긴적이 없기때문에, 촬영시 융통성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The Last 3 Minutes” From Shane Hurlbut, ASC from Shane Hurlbut, ASC on Vimeo.


터미네이터 샐베이션의 촬영감독인 섀인 허버트는 헐리우드의 1급 촬영감독이면서 DSLR 영상제작 전도사 역할을 크게 하고 있습니다. (아, 참고로 전에 터미네이터 촬영장에서 크리스쳔 베일 욕설 음성파일의 피해자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불쌍..) 그가 특별히 DSLR 영상제작의 장점을 홍보하기위해 만든 단편영화 ‘마지막 3분’ 


 


비디오DSLR과 다시 배우는 홈비디오

편당 몇백만달러 제작비가 오가는 프로페셔널 영상제작계에서 다시 제 캠코더 얘기로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영화적 영상 제작을 위한 24fps와 큰 센서를 지닌 카메라의 가격대가 25만불에서 2천불대로 떨어지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지만 $1800는 여전히 개인에겐 부담스런 액수이고 제 캠코더구입비용으로는 예산초과입니다.

그런면에서 550D는 다시한번 혁명적인 카메라입니다. 스틸연사촬영속도, 각종버튼의 위치와 편리함, 방수처리등 정도를 제외하고는 영상과 스틸 모두 7D와 거의 똑같은 퀄리티이면서 가격은 절반인 550D는 분명히 저와같이 DSLR영상촬영에 관심있으나 선뜻 지를 생각을 안하던 관심군의 최하단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임이 틀림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출시된지 1달동안 아마존이나 BH포토 등 주요 판매처에는 계속 주문이 밀려있었습니다.


 





DLSR구입도 처음이고 제대로 써보는게 거의 처음인 상황에서 숙지해야할것이 상당히 많더군요. 게다가 DSLR로의 영상촬영은 캠코더에 익숙해진 사람에겐 상당히 불편한 일입니다. LCD는 캠코더처럼 편리한 각도로 회전하지 않고 캠코더에서는 당연한 연속자동포커스도 없습니다. 줌도 버튼이 아니라 렌즈를 잡고 돌려야하는 수동이다보니 캠코더처럼 한손만으로 여유있게 쓰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위의 로드리게즈 감독이 쓰는 거대한 릭의 역할이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전문적 노력의 또 한가지 예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돌 지난 아기와 유치원생 초등학교생 아이들을 둔 제 상황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순발력있게 찍는역할은 애초에 HV20도 아닌 아이폰이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HV20의 자리를 차지한 550D는 쓰기는 더 불편함에도 HV20보다 더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똑딱이로 사진을 찍다가 DSLR로 업그레이드 했을때 얻어지는  퀄리티의 차이와 새로 눈뜨게 되는 사진미학의 세계에 재미를 느끼는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돌발영상을 순발력있게 잡는것 보다는 한번찍을때 더 신경써서 좀더 멋진 장면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것이지요.

카메라를  움직이며  줌을 뺐다 당겼다가 하는 영상이 아니라 되도록 움직임이 적은 정적인 영상을 더 찍게 되는것은 DSLR로 찍는 것이 정적인 동영상인지 혹은 동적인 정지영상인지 모호한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영상이 바로 그러한 모호함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초당 24프레임의 분절적인 동세, 카메라의 부피와 무게때문에 육중한 카메라워크가 기본적이며 빠르고 거친 장면은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수단으로 절제되어 사용되는등 영화 영상은 바로 스틸이미지적인 동영상이자 동적인 스틸이미지이기에 그 독특한 매력이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영진공 플라팬

애플 TV의 현재, 스마트 TV의 미래


지금, 스마트폰의 뒤를 이은 화두는 스마트 TV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건 구글이다. 크롬 OS를 기반으로 한 구글 TV 플랫폼을 앞세워 많은 제조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소니는 필사적이다. 삼성이나 LG에게 두들겨맞아서 만신창이가 된 TV 사업의 부활을 구글 스마트 TV에 걸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은 자사의 바다 OS를 내세워 스마트 TV 플랫폼을 구축하겠노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한때 노키아의 심비안이 그랬듯이, 물량으로 밀어붙이면 다른 데서 당해낼 도리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 애플의 행보는 어떠한가.
애플은 이미 3년 전에 애플 TV라는 제품을 발표해 스마트 TV 사업에서도 앞서나갈 거란 관측이 유력했다. 더군다나 올해 초부터 신형 애플 TV가 나올 거란 소문이 떠도는 바람에 많은 TV 제조사들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에 발표된 신형 애플 TV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었다.

기존 제품은 인텔 CPU에 MacOS 플랫폼이었지만, 신형은 ARM CPU에 iOS 플랫폼으로 바뀌었다. 가격은99달러로 떨어지고, 동영상을 구매하는 대신 99센트에 빌려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됐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딜 어떻게 뜯어봐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케이블 TV 셋톱박스보다 나은 점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건 애플이 아니라 하이얼도 만들 수 있겠네!

하다못해 자사 제품이라면 당장 혀로 쪽쪽 핥아먹을 것처럼 칭찬 일색으로 도배하는 잡스조차도 신형 애플 TV는 “취미(Hobby)”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는 듯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뭐야, 이거?

요컨대, 현재 애플 TV는 대단히 비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쓴 맛을 본 제조사들이 또다시 애플에게 당하지 않을 거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예약 판매 실적도 별 기대가 안 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툭 까놓고 말해 “넌 이미 망해있다!”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스마트 TV의 정의는 비교적 간결하다. 스마트폰처럼 똑똑한 TV, 그게 스마트 TV다. OS는 iOS가 될 수도 있고 바다 OS가 될 수도 있고 크롬 OS가 될 수도 있다. 핵심 부분만 따로 셋톱 박스로 팔 수도 있고, TV에 내장시킬 수도 있다. 웹브라우징도 할 수 있고 날씨도 확인할 수 있고 게임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거저거 다 되는 꿈의 TV다.

하지만 내가 문제시삼고 싶은 건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물리적인 형태다.

스마트 TV에 관한 대부분의 예상과 전망은, 그 모양새나 생김새가 기존 TV와 대동소이할 거란 전제 하에 이뤄지고 있다. 화면? 크면 클수록 좋겠지. 그래야 거실에 갖다놨을 때 뽀대나니까. 두께? 당연히 얇으면 얇을수록 아름답겠지. 리모콘? 멀리 떨어져서 조작해야 하니까 혁신적이면서 편리한 UI를 탑재한 리모콘은 필수겠지!

실제로 LG나 소니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각종 전시회에서 내놓은 스마트 TV의 프로토타입은 대화면 TV와 셋톱 박스, 무지막지한 키보드가 달린 리모콘이 결합된 형태로 이뤄져 있다.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

그러나 조금 삐딱하게, 조금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실에 모셔놓는 대화면의 스마트 TV는 얼핏 생각하기엔 이상적인 아이디어처럼 보인다. TV를 보다가 지루해지면 웹브라우징을 할 수도 있고, VOD를 받아볼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서 TV를 볼 때나 가능하다. ‘온가족’이 봐야 하는 거실 TV에서 느긋하게 웹브라우징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막장 드라마 방영 시간이 다가오면 마누라가 당장 리모콘을 뺏아들고 채널을 돌릴 테니까.

그렇다면 방마다 스마트 TV를 놔 두면 어떨까? 아니 …… 요즘은 방마다 컴퓨터가 있는데 그게 무슨 필요야? 차라리 컴퓨터에서 웹브라우징하면서 실시간 TV를 보는 게 낫지. 아예 이번 기회에 노트북으로 바꿀까? 침대에 누워서 갖고 놀게.

여기서 스마트 TV의 물리적인 진화 형태가 쉽게 떠오를 것이다. 그건 바로 타블렛이다.
온가족이 집적대는 40인치대 거실 TV는 아무리 스마트해진들 개인화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그보다는 7인치나 9인치의 화면에서 언제 어디서든 TV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다른 사람에게 시청권을 빼앗기지 않고 혼자 즐길 수 있다는 강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역으로 혼자만 즐길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TV란 여러 사람이 모여서 웃고 떠들며 보는 게 중요하잖아? 안 그래?

그래서 애플에서 airplay 를 만든 거 아니겠냐. 필요할 땐 타블렛의 콘텐츠를 거실 TV에서도 볼 수 있도록.

아마 애플 TV 하드웨어 자체는 잡스의 말마따나 ‘취미’일 것이다. 진짜배기는 거기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서비스다. 만일 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아이패드와 결합하게 된다면, 그 순간 아이패드는 휴대성과 앱, 콘텐츠를 두루 갖춘 스마트 TV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또는 지하철에서, 또는 버스 안에서 맹렬하게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리라.

스마트 TV 플랫폼의 개념을 흡수한 타블렛,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스마트 TV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애플TV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패드와 사실상 동일한 하드웨어와 OS를 갖췄다는 것은, 애플 TV용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언제든지 아이패드용으로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만 먹으면 몇 달은커녕 몇 주 걸리지도 않을 거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지금 당장 형편없다고 애플 TV를 비웃고만 있을 게 아니다. 철저하게 고민하고,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나중에 크게 한 방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아이폰으로 당한 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허나 어쩌랴, 우리나라 제조업체는 비웃느라 바쁜 것을. 천하에 둘도 없는 멍텅구리들 같으니라고, 된장!

영진공 DJ Han

 

DSLR 영상촬영시대가 열리다 (1)




 






 

니콘 S90 D90, 캐논 5DmkII와 7D, 1DmkIV를 거쳐 캐논의 보급형 저가 DSLR인 550D (미국출시이름 T2i) 역시 HD 영상촬영기능을 가지고 출시되었습니다.

위의 영상은 2월말 구입한 550D로 그동안 틈틈히 촬영한 영상들중 맘에 드는것들을 iMovie에서 별뜻없이 이어붙인 일종의 테스트모음입니다. 







동영상 촬영이 어느때보다 흔해진 요즘입니다.  고가의 고급전자기기였던 캠코더도 이제는 집안에 고장난 구형이 하나쯤은 굴러다니는 흔한 가정용품이 되었고 그나마도 스틸카메라나 휴대폰에 흡수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8mm 무비카메라로 홈무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오던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비교적 최근 (90년대?)에야 본격적인 홈비디오의 보급이 시작된 우리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빠른 변화이죠.  


쉽게 영상을 찍을수 있게 되었지만, 반드시 미적으로도 뛰어나고 아름다운 영상을 많이 찍게 되는건 아닙니다. 음악감상이 CD음질을 희생하고라도 간편함과 휴대성을 따라 mp3로 옮겨갔듯이, 부피가 크고 사용이 복잡한 캠코더 보다 그냥 자동기능의 간편한 포켓캠코더나 영상기능의 휴대폰은 항상 가지고 다니며 의외의 순간을 더 잘 잡아주기때문에 실제로 더 유용하기도 하고 뭔가 작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일상의 스냅샷처럼 기록하는 목적성이 더 강하니까요. 캠코더로 재밌는 순간을 찍으며 영상미학을 생각하는건 언뜻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비디오카메라가 다른 기기의 부가기능으로 흡수되어가는 상황에서 스틸카메라 미학의 정점인 DSLR에도 이 보너스 기능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폰카나 똑딱이 디카때와 다르게 전문적인 영상제작업 전반에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무엇이 달라서인지에 대해 두서없이 조금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 합니다.






* 초당 24 프레임 *




 







DV와 HDV 캠코더의 기록매체인 miniDV 테입과 수퍼8mm 필름롤. 홈무비의 구세대들. 





저는 영화계에서 일하지만 실제촬영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영상을 디자인하는 일이 주 업무입니다. (Previsualziatio, 사전시각화 라고 불리는 일을 합니다. 언젠가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특별히 단편영화같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해본다든지 할 생각(혹은 여유)이 없고, 캠코더라는것은 제게도 일상을 기록하는 가정용 기기이지 영화제작과 맏닿은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장난감에 가깝죠.
 

결혼하면서 장만했던 첫 홈캠코더는 소니PC120 미니DV캠코더였습니다. 작은 카메라로 저의 결혼식과 첫아이 둘째아이 출생등을 기록하며 잘 쓰다가 5년후쯤 서서히 작동이 멈추는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즈음에 등장했던 카메라가 캐논의 HV20입니다.




HV20는 여러모로 특이한 카메라였는데, 바로 가정용 캠코더로는 최초로 – 아니, 쌩뚱맞게도 – 영화와 같이초당 24프레임으로 촬영하는것이 가능했다는겁니다.
 


24fps는  영상이 ‘영화적’인 느낌을 갖게하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 특징입니다. 비디오카메라로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영화적 영상을 만들기 불가능한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 24fps 이고, 제가 캠코더를 영화제작과 무관한 장난감같이 여겼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비디오는 NTSC의 경우 간략하게 설명하면 일초 당 60번의 샘플링으로 움직임을 기록하는것이 기본이기때문에 영화보다 물흐르듯 부드러운 동세를 보여주고, 영화는 일초당 24번에 불과하기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거친 동세- 동작이 분절적으로 끊어져서 보이는 – 을 보여줍니다. 얼핏 들으면 자연스런 60Hz가 훨씬 좋을것 같으나 여러가지 복합적인 심리적,관습적인 요인들로 인해 ’60fps 비디오->뭔가 저렴해 보이는 영상’과 ’24fps 영화->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영상’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적어도 현재 우리의 눈과 뇌는 그쪽으로 익숙해져있구요. 그래서 일단 저장장치의 기록방식이 초당24프레임를 지원하지 않을때는 영화적 느낌을 주기가 상당히 어려워져버립니다. 그리고 비디오카메라 제작사들은 왜 초당 60번의 풍부한 모션샘플링 대신 고작 24번의 부족한 모션샘플링을 사람들이 원할지 전혀 생각조차 않았을것이 당연합니다. HV20 이전까지는요.

…… 분명 저 카메라 개발팀내에 괴짜 필름덕후가 있었으리라 상상해봅니다. HV20이후 사실상 모든 캐논 캠코더(프로 & 가정용)들이 24fps를 지원합니다 …… 




그래서 HV20가 등장했을때 많은 저예산 / 무예산 독립영화인들부터 그저 막연하게 영화적 영상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던 취미가들(저를 포함)까지 상당히 흥분을 했습니다. 그전까지 24fps영상을 기록할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도 $5,000가 넘어가는 준 프로페셔널 캠코더 이상뿐인 상황에서 $1,000도 안되는 이 깡통사이즈의 작은 카메라의 존재는 특별했습니다.




HV20로 만든 단편영화 White Red Panic.
아이디어가 있어도 장비가 열악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던 시대는 거의 지나가버린듯 합니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영화적느낌의 영상에 관심있는 필름덕후들이 꽤 많아서인지, HV20는 상당한 히트상품이었고 특히 적은 예산으로 그럴싸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노력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활발하게 타올랐습니다. 각종 팁들과 DIY(자작) 정보들과 상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저는 그저 관심을두고 보는정도였고 그냥 HV20만 구입해서 썼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도 조금은 영화적인 느낌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항상 24p와 씨네모드로 놓고 사용하는 정도였지요. 




제 HV20는 생각보다 일찍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좀 많이 쓰다보니 그랬는지 LCD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고치는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새 기종을 사는 것 절반정도의 돈이 들겠고, 어찌해야하나 하던차에 또 마침 나와 준 카메라가 Canon EOS 550D입니다.






* 피사계심도 *






550D를 이야기하기전에 잠시 피사계심도에 대해 업급하려 합니다. 영화적 영상를 위한 카메라의 중요특징이 24fps라고 했는데 그 만큼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영화는 35mm 필름으로 촬영되기때문에 1/3, 1/4인치의 손톱만한 캠코더의 센서가 아닌 1.5크롭정도의 DSLR센서의 크기에 가깝고 그에 맞는 광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가장 큰 시각적인 차이는 역시 얕은 피사계심도입니다. 


작은 센서의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쓰다가 DSLR 카메라를 사용했을때 배경이 확 날아가서 피사체가 돋보이는 사진의 아름다움에 깊은 인상을 받은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 차이점을 이해하실겁니다. 영화 화면이 항상 배경이 뿌옇게 포커스아웃되는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집중하고자하는 사물에 촛점이 맞춰지고 배경과 전경은 약간은 흐릿한 상태가 기본적이며 영화적 문법과 느낌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감독이 ‘지금 이 사람(혹은 사물)이 이 장면의 주요요소이니 집중해주세요’라고 말하는것과 같지요. 그리고 그 문법은 35mm 필름사이즈의 광학적 특성이라는 기술적 기반위에서 자라난 것이므로 센서사이즈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각종 센서 사이즈의 비교.
Super35mm가 영화필름기준의 풀프레임입니다. 일반적인 비디오카메라의 경우 가장 큰 센서가 고가의 프로용 카메라에 쓰이는 2/3인치이고 가정용캠코더는 대개 1/3이나 1/4인치 이하의 사이즈이므로 상당히 작은 사이즈임을 알수 있죠.
 


그래서 위에서 말한 HV20(1/2.7 인치센서)를 필두로한 24fps 캠코더들에게는 없는 얕은 피사계심도를 부여하기위한 꼼수가 35mm 어댑터, 혹은 DOF어댑터라 불리는 물건들입니다. 






35mm 어댑터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35mm 스틸카메라의 렌즈를 원통에 붙이고 원통내에 반투명한 막을  설치해서 렌즈의 상이 그 막에 맺히게 한 다음 캠코더가 그 상을 접사로 촬영하는것이죠. 위의 이미지에 보이는 대로입니다.

Ground glass라 불리는 막을 상이 잘 맺히되 투광량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만드는것이 관건이고 작은 ground glass의 거친입자가 눈에 띄기 쉬우므로 진동시키거나 회전시키는 등 최대한 깔끔한 영상을 얻어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적인 요소들이 더해지지만 기본 원리는 아주 원시적이고 간단합니다.

위쪽의 사진은,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컴팩트한 형태의 35mm어댑터입니다만 벌써 카메라자체 크기만큼의 부피가 더해지고, 캠코더의 자동포커싱이나 줌 같은 편의기능을 완전히 포기해야합니다. 더구나 상맺힘은 상하가 반전이 되기때문에 LCD 모니터로 보이는 영상도 반전이되어 촬영이 아주 힘들어집니다.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어댑터 내에 다시 반전 프리즘을 넣은 고급형 어댑터 제품도 있고, 또는 카메라에 외부 모니터를 거꾸로 달아 쓰기도 합니다) 안그래도 어두운곳에서의 촬영에 태생적으로 불리한 캠코더인데 35mm어댑터는 투광량의 절반정도(1스탑)를 손해보기때문에 저조도 촬영은 훨씬 더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장애를 감수하고서라도 얕은 심도를 얻는것이 영화적 영상을 만드는데는 중요한 것이기에 이렇게 온갖 오바를 통해 영화느낌의 영상을 얻으려는 필름덕후들의 풀뿌리적 노력이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HV20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한 노력의한 예.
얕은 심도를 위한 35mm 어댑터, 렌즈의 수동포커싱을 위한 follow focus와 필터장착및 빛오염을 줄이기 위한 매트박스, 어댑터사용때문에 화면이 상하로 반전되는 문제를 보정하기위해 거꾸로 매달린 HD모니터와 이 모든것을 지탱하기위한 레일시스템 등,
갈때까지 간 HV20릭. 사실 저것보다 더한것도 많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 (구글이미지로 
HV20 rig 검색)










* DSLR의 혁명 *





큰 센서사이즈의 효과를 얻기위한 수고를 생각하면 큰센서가 기본인 DSLR카메라에 영상기능이 추가되는것 만큼 허탈할정도로 간단하면서 필름덕후들의 염원이 되는 일이 없었고, 제가 구입한 550D훨씬 이전에 HD 영상 기록을 지원하는 최초의 HD – DSLR인 니콘의 D90가 처음 발표되었을때 다시 HV20때 만큼의 흥분이 있었을것이라는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흥분은 곧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







 






영진공 플라팬





 

DSLR 촬영의 새 역사 2편, Then Why?

* 1편에서 계속 * 


Then Why?
그런데 대체 왜, 전문촬영장비로는 수많은 단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하우스 제작진은 5DmkII를 사용했을까요.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큰 사이즈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듯 5DmkII는 영화필름기준으로는 오버사이즈의 거대한 센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두가지 특징을 가져다 주는데 훨씬 얕은 피사계심도와 빛에 대한 뛰어난 감응성입니다. 저조도 촬영능력은 사실 1DmkIV가 더 뛰어나지만 더 큰 센서의 5DmkII가 제공하는 심도의 잇점이 하우스의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어두운밤,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좁은공간은 자연스런 조명이 거의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하우스가 처음 생존자를 찾으러 플래시라이트 하나만 가지고 잔해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DSLR의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장면은 실제로 플래시라이트의 간접조명이외에 약간의 전체조명만을 더해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촬영에서도 DSLR의 향상된 감광력은 같은 화면을 위해 동원되어야할 조명의 양을 훨씬 줄일수 있습니다. 


5DmkII의 대형센서가 제공하는 얕은 심도가 도드라지는 장면이 많은 에피소드였습니다.
하우스 에피소드를 몇개 못봤지만 대부분 캐릭터들과 객관적이고 쿨한 거리를 두는듯한 접근이 많았던데 반해 이번화는 인물의 감정에 깊게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도 평소보다 더 인물에 밀착된 심도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번 화의 주요공간은 아니었지만 하우스의 배경이 되는 병원씬들도,
 전혀 이질감없이 잘 묘사되었습니다.
 

2. 작은 사이즈

영화필름 사이즈의 이미지 센서를 가진 카메라들이 DSLR뿐만은 아니지만 그들중 DSLR이 가장 작은 사이즈입니다. 사이즈가 작다는것은 휴대가 간편하다는 의미뿐 아니라 촬영에 동원되는 모든 부가장비와 인원도 줄일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사이즈가 작아진 촬영 및 조명팀의 기동력과 적응력이 대단히 증가하게 되지요.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배경으로 한 하우스의 이번 에피소드에는 작은 카메라와 장비의 기동력이 대단히 유효했습니다.
 


어차피 제작비용은 별 문제가 안되는 프라임타임 유명드라마인데 충분히 어떤 카메라로도 촬영가능한 상황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 물론 그럴수도 있습니다만 제임스 카메론이라 하더라도 제작비용을 무한대로 쓸수는 없는 법이고 누구든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작아진 촬영장비로 얻어질수 있는 유연성과 비용절감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히 크고, 이번 경우에 특히 유효했습니다. 영화제작 스토리중 이와 비슷한 유명한 경우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 죽음의 사원(Temple of Doom) 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던 제 손에 땀을 쥐게하고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들었던 ,
탄광차 추격장면.  대놓고 롤러코스터 액션을 선보인 명시퀀스이죠.
 

오스카 시각효과상 8개(9 개인가?)를 받은 시각효과계의 전설 데니스 뮤런옹 입니다.
 (오리지널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거쳐 어비스의 CG 물 생명체, T2의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쥬라기공원의 CG공룡까지 영화역사상 시각효과의 이정표가 되는 영화는 거의 모조리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2편 죽음의 사원의 메이킹영상을 보다 보면 데니스 뮤런이 탄광차 추격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첫 말이 ‘우리는 예산이 빡빡했어요’ 입니다. -_-;

’80년대 최고 블럭버스터 프랜차이즈중 하나인 인디아나 존스도 빠듯한 예산내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는것이죠. 가장 비싼 시퀀스가 될 탄광차추격신은 배우들이 탄 실물 탄광차와 미니어쳐 시각효과가 함께 쓰여져야했는데 (CG 시대 한참 전이라서) 시각효과의 방법론을 정해야하는 뮤런은 결국 카메라의 크기가 전체 비용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의 크기에 따라 미니어쳐 터널의 크기가 맞춰져야하고, 미니어쳐 제작비용이 그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변할수 있다는걸 간파한 것이죠. 

 
그래서 그는 거대한 기존 영화필름 카메라 대신 니콘 필름카메라를 개조해서 사용하기로 합니다. 카메라의 뒷면을 뜯어내서 영화필름의 셔터와 필름메커니즘을 장착한 미니 영화카메라를 만들어낸 것이죠.

스틸 카메라 사이즈로 작아진 덕분에 미니어쳐 터널의 크기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수 있었고, 같은 비용으로 훨씬 길고 다양한 터널과 열차 트랙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필름 사이즈는 그대로인데 미니어쳐는 실물크기에서 많이 줄었기때문에 같이 얕아진 피사계심도를 보상하기 위해 조리개를 최대한 닫고, 다시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셔터스티드를 아주 늘려야 했기 때문에 실제 탄광차는 아주 천천히 와이어로 움직이며 촬영되었습니다.

완성장면의 속도감은 완전히 구라인것이죠.

이 제작기의 압권은 터널의 제작 방법입니다. 크기가 줄었기 때문에 스치로폼같은 재료로 암석터널을 조각해서 만드는 대신 알루미눔 포일을 구긴뒤 적당히 색칠해서 터널을 만들수 있었답니다.

뮤런은 $1.98 어치 호일을 구입해서 썼다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작아진 카메라 – 작아진 미니어쳐 의 사이즈가 제작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소비용으로 낸 최대효과라 할수 있죠. 

 

미니어쳐 쇼트, 윌리, 인디아나 인형.
탄광차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좀비가 되어버렸네요.
스톱모션으로 조금씩 움직임을 줬습니다.


완성된 장면의 하나.
용암강 위로 지나가는 탄광차 궤도는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지만 ,
정말 스릴 넘치는 액션이었습니다.
ILM과 데니스 뮤런은 이 영화로 오스카 시각효과상을 탔습니다. 

삼천포로 빠진 감이 있는데 인디아나존스의 예는 카메라 사이즈 이야기 뿐 아니라 제한된 리소스만을 가지고 원하는 영상을 얻어내기 위해 시각효과디자이너들이 가져야하는 창의성의 좋은 예이며, 이러한 창의성과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벗어난 참신한 시도는 비단 시각효과뿐 아니라 제한된 리소스로 가장 그럴싸한 영상을 얻어내야하는 영상제작자들 모두에게 요구되는 자질이기도 합니다.

5DmkII의 사용은 바로 그러한 참신한 시도의 좋은 예입니다.  스토리와 장소가 요구하는 최적의 솔루션에 마침 캐논의 프로 스틸카메라가 조건을 만족해 준것입니다. 


촬영에 사용된 5DmkII A카메라.
B와 C까지 모두 세대가 사용되었으며,
A와 B는 포커싱을 위한 부가장비와 모니터등이 갖춰진 형태,
그리고 ‘닌자캠’이라고 불렸다는 C카메라는 뷰파인더외의 부가장비 거의 없이,
 손으로 들고 찍는 카메라였다고 합니다.
 

 
임팩트 있는 시즌 마지막화를 위해 거대한 세트와 대단한 물량이 동원된 에피소드 촬영에 ,
저예산 프로덕션에나 어울릴법한 DSLR만 사용되었다는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촬영감독 Gale Tattersall의 인터뷰에 따르면 5D의 선택은 이번 화의 스토리와 배경에 가장 적합했기때문이며 지금으로는 또 다른 에피소드를 5D로만 촬영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작은 사이즈의 카메라가 유용한 촬영에는 계속 사용할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한 레드카메라 유저의 불평

[ http://reduser.net/forum/showthread.php?t=43987 ]


RED카메라의 유저포럼에 위와같은 글타래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하우스가 5D로 촬영된다는 소식에 짜증난다며 올린 글이죠.

그의 요지는 ‘DSLR 영상촬영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 흥분해서 생긴 인터넷의 유행일뿐이고 하우스의 촬영감독은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 무식한 짓을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처음 열거한 DSLR의 단점을 생각하면 프로페셔널한 상황에서 사용한다는건 아주 용감무식한 일일뿐이라는 것이죠. 게다가 하우스가 방영되어 캐논카메라 사용이 화제가 되면 DSLR로 그 어떤것도 촬영가능하다는 미신이 더 퍼질 것이라는 걱정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2만불을 주고 구입한 레드카메라로 영상촬영일을 하는 그 유저는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2500짜리 캐논 DSLR로도 충분히 훌륭한 영상을 찍을수 있다는데 그걸로 쓰지그래?’하며 사정 모르는 소리를 하는 통에 이미 신경질이 나있는 참이었습니다. 예상가능하듯 그후 글타래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와 반대의견이 치고 박다가 모더레이터에 의해 잠겨져버렸습니다.

5D의 사용을 불평하는 의견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제가 열거한 단점들은 상황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하자가 될수 있는 심각한 제약들이고, 그런 디테일을 잘 모른체 제작비용절감만 관심있는 투자자나 프로듀서들이 Red 대신 5D로 촬영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버리는것도 창작자들에겐 아주 골치아픈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우스를 보고난 후 ‘하우스도 5D를 쓰는데 고작 우리 회사 홍보영상에 왠 RED카메라냐’며 회사벽돌건물배경으로 인터뷰영상 찍자고 우기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가능성이 커질테니까요.

그러나 이번 하우스 에피소드의 사용이 유행에 편승한다는 유치한 이유로 무리수를 둔것이라는 비난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특히 시청한 후의 감상은 촬영감독의 말대로 아주 적절하고 뛰어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작은 바디에 큰 센서라는 새로운 영상카메라의 패러다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지금 DSLR이 독보적인 존재이지만 시장의 반응을 본 이상 좀더 비디오제작에 최적화된 새로운 카메라들이 속속 등장할테고 DSLR의 사용은 금방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세에 뒤질세라 아직 한창 개발중인 컨셉을 급공개한 소니. APS-C센서와 소니 E마운트렌즈를 사용하는 캠코더입니다. 아마도 DSLR의 단점을 대부분 커버할테구요.

캐논과 니콘 등 각 렌즈 마운트에 맞춘 캠코더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영상촬영에는 DSLR을 금방 대체할테고 특히 5D의 대형센서를 가진 캠코더가 나오면 정말 대히트 할겁니다.

그러나 그 잠깐의 틈새기간에는 DSLR로 제작된 프로페셔널 영상들이 계속 화제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봅니다. 

 
5DmkII로 촬영되어 칸느에서 공개된 장편영화 ‘Road to Nowhere’.
그 레드카메라 사용자 더 신경질 나게 생겼습니다. 

심심한데 하우스나 한 편 찍어볼까나 …

당연한 소리지만 아쉽게도 5DmkII가 있다고 하우스 시즌피날레를 만들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각본과 연출, 연기와 세트디자인, 조명 등 모든 요소들이 일단 훌륭하게 갖춰진다면 정말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도 어느 이상의 퀄리티는 나올만큼 이들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 기반위에 능숙한 촬영팀의 손으로 다뤄진 5DmkII는 DSLR의 동영상 기능이 가진  단점을 부드럽게 우회하여 평소 사용하는 몇십배, 몇백배 가격대의 촬영장비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하우스 시즌피날레는 DSLR 영상촬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만큼 좋은 스토리를 비롯한 영상제작의 기본요소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영진공 노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