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 (Stay, 2005)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먼 영화”



이완 맥그리거의 이전 출연작인 <아일랜드>나 방은진의 감독 데뷔작 <오로라 공주>가 비평적으로는 별로 칭찬받을 만한 구석이 없는 영화라고 할 지라도 일단 대다수의 관객들의 호응을 얻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는 영화들이었다고 한다면, <스테이>와 같은 영화는 꽤 준수한 스타 캐스팅과 기대 이상의 높은 완성도를 갖추었으면서도 관객들로부터는 철저하게 외면 당하는 정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는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 어렵다거나 내러티브의 구성이 혼란스럽기만 하고 정리도 제대로 안해주고 끝을 맺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영화 속의 혼란, 즉 주인공이 경험하는 혼란스러움의 진상이란 것이 최종 결말에서 마침내 밝혀졌을 때 ‘고작 그런 거였나’라는 반응 밖에 얻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다시 말하자면 <스테이>는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이야기의 출발점 자체가 다수 관객들의 동감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설정의 영화였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일부 관객들은 미스테리의 결론이 다소 허전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작품 전체를 쉽게 폄하하지는 않는다. <스테이>는 이야기의 최종 결말에 앞서 러닝타임 전체에 걸쳐 보여지는 밀도 높은 연출과 배우들의 성실한 연기, 거의 모든 컷과 씨퀀스에서 돋보이는 탁월한 비주얼, 그리고 이 영화가 끌어들이고 있는 다양한 이종 장르들과 메타포의 풍성한 배합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포만감을 선사해주는 영화다. 앞으로 이완 맥그리거에게는 <아이 오브 비홀더>, 나오미 왓츠에게는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21그램>과 함께 자주 언급될만한 이 영화는 그러나 영화가 끝나고 나면, 다름 아닌 젊은 캐나다 출신 배우 라이언 고슬링의 영화로 모든 내용이 다시 정리되고 기억될 작품이기도 하다. 실망스럽기만 한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사실은 죽음을 앞둔 한 인간의 간절하고도 슬픈 감정의 깊이를 전달하고자 했던 영화 <스테이>의 진짜 표정이 라이언 고슬링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진공 신어지

“놈놈놈”, 채 완성되지도 않은 영화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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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 어처구니가 없어여.

씬과 씬 사이에 있어야 하는 그림이 없는 경우가 수두룩이에여.

마지막 대추격전 바로 다음 장면. 송강호만 혼자 사막을 달리고 있죠. 대추격전 상황에서 송강호가 어떻게 벗어났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어여. 액숑 영화 원투번 보나? 뻔한 거, 그냥 관객이 알아서 생각하라는 건가요?

그런가 했더니 또 그 다음 씬에서 이병헌이 갑자기 누군가를 죽이면서
“붙었으면 끝까지 해얄 거 아냐? 어쩌구 저쩌구 불라불라”거려요.

아. 이건 뭥미? 대체 누구랑 왜 싸우는 겅미? 거기 보니깐 처음 보는 가방이 등장하던데 그거 때문에 싸운 겅미? 글고 병헌이는 어떻게 이긴 겅미? 이 역시 ‘아 거참 액숑무비 원투번 보나? 나쁜 놈들이랑 싸웠겠지’하고 관객이 알아서 유추해야 하는 겅미?

아니요. 전 오히려 편집자의 고뇌가 느껴지더군요.

붙지도 않은 그림, 도저히 살릴 수 없는 그림들만 잔뜩 있는데 그것 갖고 어떻게든 편집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편집자의 담배 세 갑 스트레이트 끽연 고뇌.

그러니 칸 공개 버전과 국내 버전 편집이 달라졌겠죠. 국내 버전이 더 높은 퀄리티라고 제작사 측에서 얘기한 것 같은데, 칸은 영화제 일정에 맞춰 시간에 쫓기며 편집했을 테고 국내 버전은 그보다 시간 여유가 있었을 테니 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이처럼 버전이 다르다는 사실은, 시나리오대로 혹은 최초 콘티대로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그럼 왜 콘티대로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요? 대규모 인원과 가축이 나오는 각종 폭파 액션씬을 해외에서 찍어야 했으니 생각만큼 그림을 얻질 못했을 거예요. 대충 짐작은 갑니다. 그리고 모든 영화가 꼭 콘티대로 가야 한다는 법칙도 없구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는 붙어야죠. 이 꺼끌하고 엉성한 편집은 대체 뭐란 말입니까. 오토바이에 애들 태우고 달리던 송강호가 별 설명 장면 없이 혼자 달리고 있는가 하면, A급 가죽 케이스에 보관돼 품에 잘 있을 거라고 생각됐던 지도가 마지막엔 너덜 세트가 돼있고, 송강호랑 병헌이네 패거리들이랑 싸우고 있는데 어느새 병춘이네 패거리가 끼어 들어 싸우고 있고. 기타등등등등등.

흔히 영화를 평할 때 완성도를 놓고 그걸 기준삼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따르자면 이 영화는 정말 ‘완성도가 없는 영화’예요. 당연하죠. 아직 덜 만들어졌는데 완성도가 있을 리가 있나요? 물론 마음이야 부족한 그림 다시 가서 찍고 싶었겠지만 여건상 그렇게는 안됐을 테고 말이죠. 그래도 결론은 그거예요. 이건 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럭저럭 졸지 않고 영화는 무난하게 봤어요. 하지만 이건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기본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중국집 가서 짱게를 시켰는데 바쁘다고 짜장에 양파 안 넣고 볶아내오는 경우란 말이죠.

요즘 영화 관람 생활을 많이 안해서 모르겠지만 예전 광시곡 이후로 그림 안 붙는 영화는 처음이네요. 물론 광시곡 만큼은 아닙니다. 광시곡은 전위영화였으니까요.

하지만 언니들 지갑 자동개봉 국내 최고 초호화 캐스팅으로 떡하니 내놓은 영화가 광시곡을 떠올리게 하다니.

솔직히 김지운 감독님 요즘 조낸 쪽팔려 하고 계시죠?


영진공 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