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티드],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

 

‘핸콕’을 보고 싶었지만
아내가 ‘원티드’를 보잔다.
힘은 미모에서 나오는지라 원티드를 봤다.

난 비쥬얼보다 서사를 중시한다.
‘스피드 레이서’나 ‘300’을 재미없게 본 것도 그 영화들엔 서사가 없기 때문이었는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서사는 ‘디 워’ 정도로,
사람들이 거품을 문 것과는 달리 난 ‘디 워’를 그럭저럭 재미있게 본 편이다.
근데 이놈의 원티드는 뭔가 자극적인 것만 보여주려는 데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줄거리의 아귀가 전혀 맞지 않는다.
처음 나오는 자동차 추격 씬은 충분히 멋졌지만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이미 원티드에서 떠나 버렸다.
영화가 끝났다 해도 의문점은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고
“그래서 누가 나쁜놈인데?’라는 질문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 영화의 장점을 한가지 꼽으라면
안젤리나 졸리가 나왔다는 것.
‘오리지날 신’이 세상에서 가장 야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툼 레이더를 에로영화로 기억하는 것처럼
졸리만 나오면 아무리 싸우는 씬이 많다해도 보고나면 에로영화를 본듯한 느낌이 든다.
원티드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인지라
졸리가 화면에 나오기만 하면 기냥 숨이 턱 막힌다.
거기에 더해 묘하게 웃거나 약간의 미소만 지어도
와, 진짜 야하다는 생각에 집중이 안된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 서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의 30%쯤은 안젤리나 졸리 탓일지 모른다.
참고로 영화에선 친절하게도 졸리의 등 누드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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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화들은 하나같이 여자를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들끼리 대결하는 구도의 영화가 판을 치고 있어
여자들은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는 거다.
그나마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는 조디 포스터나 줄리아 로버츠 정도?
그러니, 스스로의 힘으로 영화를 띄울 수 있는 안젤리나 졸리는
참으로 대단한 헐리우드 여전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난 졸리를 좋아하는데
나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문제다.
헐리우드에서 최고로 섹시한 배우를 물으면 늘 1등하잖아!
다들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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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서민

<원티드>와 <언더월드>: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전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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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티드>는 적어도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최근에 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물론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영상도 있었고, 더 박진감이 넘치거나 참신한 영상도 있었습니다만, 영화속의 상상력을 한 차원 높였다는 점에서 저는 <원티드>가 <매트릭스> 만큼이나 대단하다고 봅니다.

핵심은 오우삼이 <영웅본색>에서 시작한 총격발레를 진정한 발레의 경지로 승화시킨 그 총격 액션입니다. 총알을 멈추게 만드는 <매트릭스>의 네오조차도 손대지 못했던 총알의 궤적을 변형시키는 경지를 보여주죠.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떠올린 다른 영화는 바로 <언더월드>입니다.
케이트 베킨세일 여사가 전신 고무옷을 입고 눈 돌아가게 해주시던 바로 그 영화.
<매트릭스>를 비교적 충실하게 계승한 와이어 액션과 슬로모션 액션을 보여준 그 영화.
하지만 <원티드>를 보고 나니 뭐가 부족했는지 확실하게 보이는 바로 그 영화죠.


아, 언더월드…

<언더월드>는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수백 년간 계속되어온 전쟁이야기입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모르고 있지만 지하에서는 이 두 괴물 종족들간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었던 거죠.

문제는 이겁니다. 애초에 힘만 쎈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늑대인간들이야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야만적이라고 치죠. 그 우아하고 빠르고 힘도 세고 머리까지 좋은 뱀파이어들은 그동안 뭐 했답니까. 죽지도 않는 이 뱀파이어들은 수백년간 늑대인간들에게 총질을 해왔습니다. 특수부대원들이라 할지라도 몇 년 이상 경험하기 힘든 실전사격의 경험이 이들에게는 수백년 어치가 축적된 것이죠. 수백년의 사격 수련과 인간보다 수십배 강한 근력과 스피드까지 겸비했으니 이들은 적어도 사격에 있어서 신의 경지에 올라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렇던가요.

이 영화의 처음을 장식하는 지하철 액션을 생각해보세요. 그 높은 성당 첨탑에서 시크하게 뛰어내릴 때만 해도 폭풍처럼 뿜어내던 베킨세일양의 간지는 지하철에 들어가 다 망가집니다. 어떻게 수십 발을 난사하면서 한 놈도 못 맞출 수가 있답니까. 총기역사의 초창기부터 총질을 해온 이들이라면 안보고 쏴도 맞출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로보캅도 그 정도는 할 줄 압니다. 몇 발은 맞았는데 워낙 상대가 강해서 멀쩡한 거라구요? 그럼 뭐 하러 총을 쏜대요? 이 영화에서는 그 이후에도 이런 총기 난사가 계속됩니다. 베트남 전쟁터의 미군도 아니고, 이게 뭔 짓입니까. 창피하지도 않습니까?


이때만 해도 폭풍간지…


쌍권총 쏘면 뭐하나효. 하나도 안 맞는데…뭐 몸매는 참 보기 좋으십니다만 …

게다가 이들이 다루는 총들은 과연 이들이 그 우아하고 고상한 뱀파이어인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수백년간 총을 쏴온 전문가들이라면 자기만의 역사가 담긴 총 하나쯤은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여기선 어떻게 된 게 역사와 전통을 단 한 점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죄다 신형 총들만 쓰거든요. 그래도 약간 보는 눈은 있어서 HK나 발터 같은 유럽제 총을 쓰긴 씁니다만, 뭐 모르는 촌시러운 애들이야 이런 신형 총들에 뻑가죠.


삶의 다른 부분은 이렇게 고풍스러운데…


어째서 총은 플라스틱제 G36이나


역시 플라스틱제 월터 P99인가요

옛날 총이라고 나 후진 게 아니고, 신형 총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요즘 총기회사들이 총을 설계할 때 고심하는 부분은 비용과 성능의 균형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질 수 있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면 포기해요. 너무 생산단가가 높은 총을 만들면 이윤이 적어지고, 그러면 망하거나 주주들에게 사장이 쫒겨나거든요. 칼 발터 사에서 양산 총 중에서는 극한의 성능이라는 P88을 만들고 망한 이유가 그겁니다. 마우저 C96 같은 총이 퇴출된 가장 큰 이유도 성능의 부족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단가였습니다. 발터 P88이 과연 P99보다 못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P99는 싸게 만든 중급품에 해당합니다(물론 독일제답게 잘 맞기는 하지만 최고. 지그P210 같은 권총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마우저 C96, 성능은 괜찮은데 너무 크고 무겁고 복잡한게 문제였던 총…


지금까지 나온 중 가장 비싼 양산형 권총중의 하나, 발터 P88.. 이거 안팔려서 발터사가 한번 망했다는…

현대 총기의 또 다른 제약은 그 총을 쏘는 인간의 능력입니다.
미군이 강력한 사거리와 위력을 자랑하는 자동소총 M14를 포기하고 적당한 사거리와 위력을 가진 돌격소총 M16을 채용한 이유도 그겁니다. 인간의 근력으로는 M14 같이 위력 센 총은 연발로 사격할 때 반동을 제대로 제어하기 힘들거든요. 아무리 위력이 강하면 뭐합니까. 어차피 인간의 시력으로 교전가능 한 거리는 3-400미터 내외이고, 그 정도의 거리에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되 연발로 사격이 가능한 총(M16)이 6-700미터의 유효사정거리를 가졌으나 연발사격이 어려운 총(M14)보다는 훨씬 더 나은 걸요.


M16이 좋은 이유는 인간의 체력과 근력에 적당하기 때문이죠


도대체 뱀파이어의 밤눈을 가지고서도 왜 이렇게 플래시를 켜대는 거임?

물론 M14로 연발사격을 하면 총 자체에도 무리가 많이 갑니다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역시 인간의 능력 때문입니다. 사람이 들고 다니려면 어느 정도 무게의 한계가 있고, 그 한계에 맞추려다 보니 총을 충분하게 튼튼히 만들 수 없었던 거죠. 2차 대전 때의 브라우닝 BAR 같은 총은 M14보다 약간 더 쎈 탄환을 연발로 쏴대도 멀쩡한 총인데 무게가 자그마치 8.8kg 입니다. M16이 4kg이 채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나실 겁니다. M14도 이 정도 무게로 만들었더라면 연발사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죠.


총 무게가 9kg라도 상관없었다면 아마 이런 BAR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결국 이런 모든 제약은 인간에 대해서만 유효한 겁니다. 그 총의 주인이 인간보다 체력과 감각 모두 뛰어난 뱀파이어에겐 아무 의미 없는 문제죠. 총의 무게가 10kg면 어떻습니까? 반동이 강하다 한들 그 억센 근육으로 잡아주면 삼각대에 얹은 것만큼 정확하게 쏠 수 있겠고요. 그러니 이 뱀파이어 분들은 나약한 인간들이 들고 댕기는 플라스틱 돌격소총이 아니라 금속으로 만든 M14 단축형이던가, 칼이 달린 권총 같은 걸 들고댕겨도 큰 문제가 없겠죠.


요즘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많이 쓴다는 트로이제 M14 변형. 길이는 짧고 무게는 무겁고 위력은 M16보다 훨씬 센…


뱀파이어의 근력과 스피드와 감각이라면 이런 아예 유탄발사기를 쓰는 것도…


육박전 용으로는 이런 권총+단도 스타일도 나쁘지 않죠. 물론 이건 장식용이지만


실제로 최근엔 이런 모델도 나오긴 합니다.

어쨌든, 뱀파이어들이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주제넘게도 인간 주제에 신의 경지에 도달한 놈들이 등장해버렸습니다. <원티드>의 킬러들이 바로 그들이죠. 물론 이들은 분당 맥박수가 400에 도달해야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뱀파이어들이 했어야 하는 것이 뭐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총알 스핀먹이기는 그 중의 하나일 뿐이죠.
(사족이지만, 어떤 생물학자는 모든 생명체의 수명은 시간이 아니라 심장의 박동수에 의해 한정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즉 우리의 심장이 평생 뛸 수 있는 횟수가 이미 정해져있다는 거죠. 느릿느릿 흥분하지 않고 살면 그만큼 심장이 천천히 뛸 것이니 오래 살고, 흥분해가며 급하게 살면 그만큼 빨리 죽는다는 겁니다. 만약 그렇다면 뭔 일 있을때마다 분당 맥박수 4백을 끊는 이들의 신조는 아마도 “짧고 굵게 살기”가 되겠지요)

게다가 이들은 총알도 평범한 것을 쓰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문장이 있고 메시지까지 담죠. 게다가 총 자체에 대한 조예도 깊어서 수도파이프 같아 보이는 자작총으로 초장거리 저격을 합니다. 물론 총기역사의 초창기를 장식한 휠록식 총을 자그마치 연발형태로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고요. 물론 오랫동안 총질한 인간들답게 각자의 애총은 고유한 문양이 새겨진 독특한 물건들입니다.


졸리 누님의 문양 가득한 콜트45


이게 휠록식 총…


휠록식 총의 작동구조… 그래봤자 옛날 부싯돌식 화승총이라는 …

이 얼마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뼈대있는 고상함입니까.
그러니 <언더월드>의 뱀파이어들, <원티드>를 보며 열심히 반성하기 바랍니다.


액션의 끝은 <원티드>가 봤다는…

아참, <원티드>의 킬러들도 가끔은 최신형 장비를 쓰는데, 대표적인 것이 졸리 여사가 쇼핑센터에서 난장칠 때 사용한 “코너샷”이죠. 이스라엘의 한 발명가가 개발한 물건으로 “나는 몸을 숨긴 채로 상대방을 쏘고 싶다” 는 인간의 오랜 숙원을 전자기술을 이용해 달성한 제품입니다. 말 그대로 총을 꺾어서 쏠 수 있게 해줍니다. 총 앞에 비디오카메라를 달아서 사수는 엄폐물 뒤에 숨어 모니터로 적을 보며 겨냥할 수 있죠. 지금 생각해보면 졸리 누님의 실력 정도라면 굳이 그런 물건을 쓸 필요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만… 뭐 감독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겠죠. 이 코너샷이 생각만큼 장사가 안돼서 고생한다더니 마케팅을 이렇게 하는군요.


쇼핑센터에서의 총격전


여기 등장하는 장비는 바로 이 코너샷


앞에 권총을 꽂아서 쓰면 됩니다.


유탄발사기가 달린 것도 있죠.

영진공 짱가

“원티드 (Wanted)”, 당신은 요즘 얼마나 처량한 놈이었나?

 

그래, 이 맛이야!!!!!!

벅찬 감동, 폐부를 찌르는 리얼리티, 관조적 시선, 숨이 멎을듯한 전율 …
이런 거 음~따.

출생의 비밀, 부모를 죽인 원수, 천골지체, 사악한 마두, 어설픈 반전, 몹쓸 도덕론 …
이런 거 다 있다.

그냥 즐겨라.  차가운 지성 같은 거 어울리지 않는다.
줄거리 따위에 몰입하지 마라.  재밌자고 보는 영화다.
인물과 갈등에 신경 꺼라.  휙휙 날라다니는 것들에 탄성 날려주시면 된다.

무협지에서 “협”이 빠지니 좋더라는 라이 님의 포스트가 있었다만( http://0jin0.com/1389 ),
무협의 세상에서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자들에게 “협”이 없다면,
잠깐 한 눈 파는 새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총질과 칼쌈 속에서 그들이 느낄 심리적 공황과 생명경시에 따른 갈등을 무엇으로 해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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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밀라 원작, J.G. 존스 그림의 6부작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 “원티드 (Wanted)”.  제임스 매커보이, 안젤리나 졸리, 모건 프리먼 등이 출동해 주신다.

지키자고 정해놓은 윤리와 도덕에 충실하려는 안젤리나 언니의 모습이나,
분명 미국산임이 분명한 쇠고기 스테이크를 맛있게 썰어 먹는 모건 형아의 모습은,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을 연상시키는 듯도 하지만 … 아무런 과학적 상관 관계 없다 …

그대,
나날이 짜증만 쌓여가는 일상을 잊어보고 싶거나,
두 시간 남짓 아무 생각 없이 즐기는 걸로 내일의 전투력 증강에 보태고자 한다면,
이 영화 강추다!

즐기라 그리고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당신이 본 모든 걸 잊어버리라.
두고두고 머리에 담아놓고 곱씹을 무언가 따위는 없으니.

단, 이후 당신이 세상을 즐기며 살아갈지  아니면 그저 평소처럼 조*튼 삶에서 허우적 거릴지는 전적으로 그대의 선택이다.

What the f**k have you been lately?
(당신은 요즘 얼마나 *까튼 놈이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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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