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무진>, 전율을 전해주는 문장과 디테일

 

김훈의 <강산무진>을 읽고 전율한다. 

이야기는 한가하지만 그의 문장은 웅숭깊고 치열하다. 그래서 이야기도 웅숭깊고 치열해진다. 비루하고 낙담한 인물들은 문장 덕분에 굳건하다. 그 한가한 이야기에 전율하는 것은 온전히 김훈의 문장 덕분이다.

몽상가 같은 소설가들을 김훈은 비웃는다. 그는 발로 글을 쓴다. 김훈은 소설 속에서 놀라운 디테일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발의 공로다. 그리고 발이 쫓아 포착한 현장을 그의 눈은 좀더 깊게 볼 줄 안다. 방 안에서 글을 쓰는 몽상가 같은 소설가들은 자신의 머릿속을 꺼내 놓으면 될 일이기에 발과 눈이 필요없을 테지만 김훈은 그 현장을 발로 쫓아 눈으로 보기에 그에게는 눈과 발이 펜이다. 하릴없는 불도저질을 하는 인물의 지난 회사가 어떻게 분식회계를 했으며, 어떻게 자산을 빼돌렸으며, 어떻게 파산신청을 했으며, 어떻게 체불임금을 정리했는지까지 들여다 보는 시선은 일반적인 소설가의 눈이 아니다. 그것은 기자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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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자의 눈이 전달하는 디테일은 묘사의 리얼리티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주로 직업 묘사에 디테일을 퍼붓는데, 생계를 위한 노동에 쏟아지는 디테일은 그래서 삶의 구체성이 된다. <강산무진>에 나오는 인물들은 단 한 명도 놀지 않는다. 모두 단단한 생계의 연쇄에 잡혀있다. 그 단단하고 무참한 생계의 연쇄야말로 인물들이 존재하는 본질이다. 생계에 붙들린 채 벌어지는 죽음과 욕정과 인연과 유실 등은 그것이 아무리 아프더라도 생계 때문에 견뎌야 하는 것이다. 가족이 죽고, 젊은 여인에게 맘이 동하고, 길을 잃어 헤매고, 삶이 뜻하지 않은 다른 곳에 가 있어도 먹고는 살아야 한다. 살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

산다는 것은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 산다는 것의 간편한 본질. 김훈의 인물들은 그의 탁월한 디테일로, 이 산다는 것의 간편한 본질을 보여준다.

<남한산성> 또한 ‘산다는 것’의 문제였다. 살아야 한다는 주화파와 죽어야 산다는 주전파의 부딪힘 속에서 김훈은 참담하다. 역사는 살아야 한다를 택했지만 김훈은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없었던 듯 보인다. 살기 위해 강요받은 두 가지 선택지는 그래서 김훈에게는 어떤 참담함이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강요받아야 하는 이 참담함을 ‘치욕’이라는 단어를 선택해 내놓는다. 삶의 치욕.  김훈 역시 어떤 면에서 이 치욕을 감내해야 했던 인물이다.

‘한국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시사저널’ 편집장에 이른다. 2000년이었나? 당시 ‘한겨레21’이 연재하던 코너인 ‘쾌도난담’에서 그를 인터뷰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여자들한테는 가부장적인 것이 가장 편안한 거야. 여자를 사랑하고 편하게 해주고. (웃음) 어려운 일이 벌어지면 남자가 다 책임지고. 그게 가부장의 자존심이거든.”

“이걸 알아야 돼. 칼이 펜보다 강한 거야.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기를 평생 해가지고 이 모양이 된 거지. 세상에 펜이 어떻게 칼보다 강할 수 있어. 칼 쥔 놈들은 칼이 강하다고 말 안 해. 왜냐면 본래 강하니까.”

“(신군부에 대한 용비어천가 작성에 대해) 내가 안 썼으면 딴 놈들이 썼을 테고… 난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때 나를 감독하던 보안사 놈한테 이런 얘기를 했지. 내가 이걸 쓸 테니까 끌려간 내 동료만 때리지 말아달라. 걔들이 맞고 있는 걸 생각하면 잠이 안 왔어. 진짜 치가 떨리고….”

“나는 <조선일보>를 아주 좋아해서 평생을 보는데, 가장 우수한 신문이더만. <조선일보> 사설 같은 걸 보면 얼마나 글을 잘 쓰는지 소름이 쪽쪽 끼친다고. 우리 기자들보고 이것 좀 보고 배우라고 하지. 근래 들어 정권에 대해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게 <조선일보> 아니야?”

권력 앞에 비겁한 꼴마초 김훈이 드러나 버린 것이다. 이 인터뷰를 계기로 시사저널에는 항의가 잇달았다. 편집장이 권력에 비겁한 꼴마초였다고 당시 ‘시사저널’ 또한 권력에 비겁한 꼴마초였던 것은 아니다. ‘시사저널’은 당시에도 전통있는 정론 주간지로 평가받고 있었고, 김훈의 그런 사적인 생각이 ‘시사저널’이라는 공적인 매체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김훈은 이 일을 계기로 ‘시사저널’을 나오게 된다. 그 몇 주 후 ‘한겨레21’의 ‘만리재에서’에는 김훈을 위로하러 갔다가 오히려 위무받고 왔다는 김종구 편집장의 글이 실린다.

그는 신군부 등장 시절 ‘용비어천가’를 쓴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은 데 대해 “나의 잘못을 제대로 질타할 수 없는 도덕적 권위 부재를 이야기하려는 것”, ‘반통일 의혹’에 대해서는 “반통일적이던 사람들이 통일세력으로 바뀌는 시대 속에서 진정으로 통일을 원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선과 악이 혼돈되고 전도되는 시대를 살아오면서 나로서는 거대담론을 도저히 말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그를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기에 쾌도난담의 말 뒤에 숨어 있는 그의 진심이 어렴풋이 이해가 됐지만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선천적 남녀불평등론’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건 나의 어쩔 수 없는 어떤 심정적 무의식이야. 그것을 전달했을 뿐이지. 우월한 자의 도덕이라는 게 있어. 여성을 힘들게 하지 않고 고생시키지 않고…. 사실은 열등하고 싶어. 그런데 문명이 그렇게 강요해. 그러나 공인으로서 나는 잡지를 만들 때 여성문제나 페미니즘 기사 등에 대해 결코 그런 무의식을 따르지는 않았어.”

‘쾌도난마’에 말 그대로 난마했던 그의 얘기들은 어쩌면 ‘위악’일지도 모르겠다. 그 위악은 ‘선’을 말할 수 없는 자의 자기보호일 수도 있었다. 시대로부터 마초로 길러졌고, 살아남기 위해 독재에 부역했던 기자 김훈은 그 죄과 때문에 ‘선’을 얘기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삶에 새겨진 치욕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 사건 이후 곧장 장편소설을 낸다. 그 이름도 유명한 ‘칼의 노래’다. 이 소설 속의 이순신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순신과 살짝 다르다. 후세가 기억하는 이순신은 영예롭고 찬란한 삶을 살다간 인물이지만, 당대의 이순신의 내면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김훈의 시선이다. 전쟁과 권력은 이순신의 의로운 뜻을 자꾸만 꺽으려 한다. 그에게 치욕을 강요한다. 그러나 이순신은 그 치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살아남지 않는다.

치욕을 받아들이고 살아남은 자가 쓴 소설이 치욕을 거부하고 살아남지 않은 자의 얘기다. 그렇게 살아남지 못한 이순신은 후세의 기억 속에 살아남았다. 김훈이 ‘칼의 노래’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그는 이순신과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고, 그랬다면 ‘선’을 말할 수 있었겠다고 후회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김훈은 쉰이 넘은 나이에 다시 ‘한겨레 신문’ 기자로 입사한다. 단지 기자로 입사한 게 아니라 ‘사스마리’까지 도는 바닥부터 새로 시작한다. 다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싶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그가 한겨레에 썼던 칼럼의 한 토막이다.

황사바람 부는 거리에서 전경들이 점심을 먹는다. 외국 대사관 담밑에서, 시위군중과 대치하고 있는 광장에서, 전경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밥을 먹는다. 닭장차 옆에 비닐로 포장을 치고 그 속에 들어가서 먹는다. 된장국과 깍두기와 졸인 생선 한 토막이 담긴 식판을 끼고 두 줄로 앉아서 밥을 먹는다. 다 먹으면 신병들이 식판을 챙겨서 차에 싣고 잔반통을 치운다.


[#M_더 보기 … |접어놓기 …|시위 군중들도 점심을 먹는다.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준비해 온 도시락이나 배달시킨 자장면을 먹는다. 전경들이 가방을 들고 온 배달원의 길을 열어준다. 밥을 먹고 있는 군중들의 둘레를 밥을 다 먹은 전경들과 밥을 아직 못 먹은 전경들이 교대로 둘러싼다.

시위대와 전경이 대치한 거리의 식당에서 기자도 짬뽕으로 점심을 먹는다. 다 먹고 나면 시위군중과 전경과 기자는 또 제가끔 일을 시작한다.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시위현장의 점심시간은 문득 고요하고 평화롭다.

황사바람 부는 거리에서 시위군중의 밥과 전경의 밥과 기자의 밥은 다르지 않았다. 그 거리에서, 밥의 개별성과 밥의 보편성은 같은 것이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밥이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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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새로운 기자 생활은 채 1년을 가지 않았다. 그가 한겨레를 떠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데스크에 앉아 있어도 될 충분한 나이와 경력을 가진 기자가 다시 현장을 돌며 마주 봐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이랬다. 한겨레 기자가 술회한 당시 김훈의 얘기다.

“나는 의문사규명위 사무실에 가는 게 너무 싫었다. 왜냐하면 장준하 등 70년대 의문사를 당한 사람들의 당시 사건기사를 내가 썼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이들의 의문사에 대해 제대로 규명조차 않은 채 쓴 것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중앙정보부 직원, 경찰 등이 조사를 받고 피의자 신분이 되었는데, 그 피의자 중에는 나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 그때처럼 역시 그들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의문사규명위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캡은 자꾸 나를 보고 의문사규명위에 가라고 한다. 그러니 꾸역꾸역 갈 수 밖에”

그는 한겨레를 마지막으로 27년 간 버텨온 기자라는 생계를 벗는다. 그리고 나온 소설이 ‘강산무진’이고 ‘남한산성’이다.

이 소설 속의 모든 사람들은 살기 위해 치욕 앞에 선 사람들이다. 대부분은, 그리고 남한산성의 인조 임금은 이순신처럼 치욕을 거부하고 살아 남지 않는 게 아니라, 치욕을 받아들이고 살아 남는다.

그의 본심은 얼마 전 ‘KBS 단박인터뷰’를 통해 송곳처럼 명료하게 들어났다. 김훈은 자신의 기자생활이 실패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KBS 역시 실패했다고, KBS가 더 거대한 언론사니 더 거대하게 실패했다고 덧붙인다. 그는 독재에 부역한 치욕으로 살아 남았다는 사실에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치욕을 치욕으로 여기고 그 때문에 수십년을 아파하고 있는 노작가. 그가 문학을 위해 또는 역사를 위해 어떤 공헌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치욕을 알고 있고 수치를 알고 있다. 시대가 치욕을 모르다 보니, 그의 이런 내면은 너무나 순진해 보인다. 글쟁이는 글을 팔고, 정치인은 몸을 파는 시대다.

거대한 실패를 겪었다는 KBS는 그 실패에 대해 내놓고 반성한 적이 없다. 그리고 지금 또 거대한 치욕 앞에 놓여 있지만, 그것이 치욕이라고 인식하는 사람 숫자는 KBS 사원행동이라는 고작 백명의 직원들 뿐이다.

아니다. 오로지 기자들만의 치욕이 아니다. 우리에게 치욕을 강요했던 전두환은 아직도 29만원으로 호의호식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치욕을 강요했던 박정희는 그 딸을 통해 영원히 살아가고 있다. 치욕을 모르는 시대다. 김훈은 지금 소설이라는 몸살로 치욕을 앓고 있다.


영진공 철구

STOP! 잘살게 피쳐링!!


아유 난 몰라요. 그냥 잘 먹고 잘살게만 해주세요.
자꾸 싸우고, 촛불 들고, 자기만 잘났다고 소리치는데 진짜 어려운 서민은 그런 거 안해요.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그럴 틈이 어딨어요.


미쳤냐? 가만히 냅두면 정치인들이 알아서 니 밥그릇 챙겨주게?
가만히 냅둬봐라.  관심 뚝 끊은 서울시 의회.  3천만원 주고 시의장직 사더라.  니 세금으로 저 짓거리 하고 있으니까 좋냐?

심지어는 십몇억 주고 국회의원직도 산다. 걔 재판 끝나면 한나라당 들어간댄다.

엊그제 이석연 법제처장이 어떤 강연에서 이런 소리 하더라.

“현행 헌법 규정 중에는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의 기본원리를 제약하는 규정이 많이 산재해 있다”
“개헌 과정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관여를 규정한 조항을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손질하는 게 필요하다.”

뭔 소리냐?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손질하겠다는 소리다.
그럼 그건 또 뭔 소리냐?

경제민주화 조항이란 게 이렇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수 있다’


이 조항을 없애거나 고친다는 얘기다.  더 풀어 보자.  예전에 너 대통령 투표권 있었어, 없었어?  없었지?  체육관에 모여 몇 놈만 투표했잖아.  그 투표권을 일정한 나이의 전국민이 갖게 된 걸 뭐라 그래? 민주화라 그러지.


너 지금 돈 있어, 없어?  없잖아.  그래서 그 돈이 적절하게 재분배되도록 국가가 조정할 수 있다는 게 경제민주화야.  이거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너 혼자 시장에 나가서 돈 번다고 생각해봐.  너 돈 없고 담보 없다고 은행에서 대출도 안해주잖아.  너 학벌 낮다고 취직도 안 시켜주잖아.  너 겨우겨우 돈 마련해서 구멍가게 차렸어.  근데 옆에 E-마트 오픈해.  그럼 너 망해, 안 망해?  그래서 이처럼 가진 자들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게 경제민주화야.  시장에서 힘 센 놈한텐 나쁜 거고, 우리처럼 지지리도 순진하고 가난한 넘들한텐 좋은 거지.

너 세금 조작해서 몰래 삥땅 쳐봐.  세무서에 걸리믄 어떻게 돼?  아이구 어려운 살림에 이해합니다, 하고 세무서에서 봐줄 것 같애 안 봐줄 것 같애?  콩밥 먹을 거 같지?

근데 400억 삥땅친 사람은 콩밥 안 먹는다.  이건희.  걔는 왜 콩밥 안 먹어?  시장에서 힘이 세니깐 안 먹지.  이거 공평해 안 공평해?  안 공평하지?  이렇게 안 공평한데도 니가 관심 끊으니깐 경제민주화 조항 손댄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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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유와 경제 성장의 상관관계>

니가 하는 코딱지만한 동네 삼겹살집.  거기 주된 손님이 누구야. 영식이 아빠, 춘섭이 엄마, 재팔이와 봉선이 커플 아냐.  영식이 아빠 뭐해?  중소기업 부장.  춘섭이 엄마는 뭐해? 동네 슈퍼 사장.  재팔이 봉선이는 뭐해? 컴퓨터 부품 공장 생산직.

근데 명박이가 고환율 유지했어.  그러니까 대기업이 수출이 잘돼.  그런데 영식이 아빠네 회사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회사야.  원자재는 외국에서 수입해 와.  하지만 환율이 오르니까 수입원자재 가격은 더 올랐어.  대기업이 납품단가는 안 올려줘.  당연히 중소기업 망할 판이야.  그러니까 영식이 아빠, 재팔이, 봉선이 다 지갑을 닫아.  너네 가게도 안 와.  너네 가게도 손님 없어.  너 장사 안돼. 이해되니?


이명박 정부가 환율 올려서 대기업 수출 잘되면 국가 경제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영식이 아빠, 재팔이, 봉선이, 그리고 니네 가게 피똥싸게 파리 날리고 있는 거야.  그럼 돈은 누가 벌었어?  이건희만 벌었지.  이건희 돈 버니깐 니네 가게도 잘돼, 안 돼?  안 되지.

게다가 엊그제는 또 환율을 내린다고 외환보유고를 꼬라박았어.  그랬더니 어떻게 돼? 주식시장이 무쟈게 불안하잖아.  당연하지.  그랬더니 주식투자하던 춘섭이 엄마 쫄딱 망해.  그래서 니네 가게 안 와.  너 장사 안돼.  파리 날려.  이해되니?

정부가 폐지한다는 출자총액제한제.  회사 자산의 25% 이상을 계열사에 투자할 수 없다는 조항.  너하고 아무 상관없을 거 같지?  근데 상관 있어.  들어봐.  옆집 문방구 사장 춘자가 돈 벌어서 새 장사를 시작할라고 해.  쫄면집, 라면집, 김밥집.  그래서 춘자는 백원을 투자해서 쫄면집을 개업했어.  그런데 그 쫄면집이 다시 그 백원을 고스란히 투자해서 라면집을 만들어.  또 라면집은 고스란히 그 백원을 투자해서 김밥집을 개업해.

본래대로라면 삼백원을 투자해야 될 일을 백원 투자해서 다 해버렸어.  하지만 장사가 안돼서 김밥집이 망했어.  김밥집에 자기 자본금 다 꼴아박아 투자했던 라면집도 같이 망해.  역시 마찬가지로 쫄면집도 연달아 망해.  삼백원으로 해야 할 일 백원으로 해놨더니, 백원만 손해보면 가게 3개가 동시에 망하는 거야.  그랬더니 이 가게에 돈 빌려준 동네 은행도 망해.  그랬더니 그 은행에 적금 붓던 너도 망해.  너 뿐만이 아니라 니네 동네 주민들 전부 망할 판이야.  그래서 어떡해?  어쩔 수 없이 공적 자금 들여서 나라가 은행 살려줘.  이 공적 자금이 뭐다? 바로 니 세금이다.

이처럼 정부가 하는 일이 너하고는 별 관계 없을 거 같지만, 모든 거 하나하나가 니 먹고사는 데 다 관계있는 일이야.

엊그제는 또 YTN에 낙하산 사장을 임명했어. 주주가 주주총회 참석하는 것까지 막으면서 날치기로.  그랬더니 어떻게 돼?  전씨 시절 땡전뉴스 기억나지?  KBS가 땡전땡전 하는 동안 전씨는 뭐하고 있었어?  비자금 수천억 만들었지?  그 비자금 수천억 누구 돈이었어?  니 돈이었지.  IMF 터지기 전에 조선일보가 뭐라고 했어?  IMF 따위는 없다고 했지?  그거 믿고 있던 니네 삼촌 어떻게 됐어?  쫄딱 망했지?  YTN이 또 그 짓거리 하면 너 손해 봐, 안 봐?  보겠지.  YTN 사장 낙하산 임명이 너하고 상관 있어, 없어? 있지.

상황이 이런 데도 넌 그저 앵무새처럼 ‘잘살게만 해주세요X100’를 허구헌날 피쳐링 하고 있으니.  넌 저기 여의도에 있는 쟤네들이 천사라고 생각해?  너무나도 맑고 착해서 알아서 너한테 신경쓰고, 너한테 잘해줄 거라고 생각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  안 그러면 허구헌날 그 모냥 그 꼴이야.  니 코만 베가면 좋지.  가만있으면 간도 쓸개도 십이지장도 췌장도 다 빼갈 거야.


다시 강조하지만 니가 정치에 신경쓰지 않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판단하지 않고, 투표하지 않고 혹은 아무렇게나 투표하고, 허구헌날 무의미한 ‘잘살게 피쳐링’만 해댄다면 넌 결코 행복해질 수 없어. 결코.


영진공 철구

“보랏이 따로 없다.”, 합천군수와 손석희 인터뷰 <영진공 69호>

구국의 소리
2007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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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기사에서 퍼온 사진 추가.
4개 보기의 설명이 참으로 ㅆㅂ 스럽다.
☎ 손석희 / 진행 :
오늘 미니인터뷰 진행하겠습니다. 요즘 경남 합천군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합천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입니다.
최근에 합천군에 있는 공원 이름을 전두환씨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바꾸는 문제가 얘기가 되면서 찬반 입장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는데요. 일해공원 개명을 추진하고 있는 심의조 합천군수를 잠시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네.

☎ 손석희 / 진행 :
안녕하십니까?

☎ 심의조 / 합천군수 :
예, 수고하십니다.

☎ 손석희 / 진행 :
언제 이게 결정이 되나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결정은 군민의 뜻이니까 거의 결정된 거죠.

☎ 손석희 / 진행 :
군민의 뜻이라고 하신 근거는 어디 있으신가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아니, 이게 지금 일해공원을 군민들에게 공모를 해 가지고 일해공원으로 한 게 아니고 만든다는 공원에 이름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공모를 해서 인터넷으로 전 군민에게 그래 가지고 네 가지가 들어왔어요. 그 중에 일해공원이 끼어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다시 1천 4백 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해 가지고 4개를 물었는데 56%가 일해공원으로 찬성을 했기 때문에 군민의 뜻 아닙니까?
군수가 하는 것도 아니고 의회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또 의회나 군 집행부에서 군민의 뜻을 져버릴 수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 나중에 보면 위의 수치는 모두 조금씩 사실과 다르다. 1천 4백여명이 아니라 1천
3백여명, 56% 찬성이 아니라 절반이 안되는 응답자 중에서도 51%가 이걸 선택. 공모된 이름 중에 왜 4개만 골랐는지 나머지
이름들은 뭐였는지 그것도 모호…)

☎ 손석희 / 진행 :
제가 듣기로는요. 조만간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서 공원이름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원칙적으로는 군정조정위원회를
거쳐야 되는데 지금 말씀은 이미 다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라고 하시면 공식적 과정은 안 거쳐도 그냥 그렇게 할 수 있다, 이런
말씀으로…

☎ 심의조 / 합천군수 :
그런 건 아니고 거칠 겁니다. 그건 빠른 시일 내에 지금 의회가 지금 11명 의원님 중에서 2명이 그렇고 9명은 절대적으로 지지를 하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의회나 우리 집행부에서 군민의 뜻을 져버리지 못하죠.

☎ 손석희 / 진행 :
설문조사를 인터넷을 통해서 하셨다고 말씀하셨나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설문조사를 공원이름 공모를 인터넷으로 하고 설문조사는 전부 카드를 가지고 그렇게 했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설문조사를 마을이장하고 새마을 지도자들을 상대로 했더군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그렇게 한 게 아니고 물론 마을의 대표자는 이장, 새마을 지도자고 또 우리 군단위 전 기관사회단체장, 여성, 청년 할 것 없이,
그리고 면단위 전 기관사회단체장, 또 표를 얻어서 당선된 도의원, 군의원, 농협장, 축협장 전원 그래 가지고 한 겁니다. 면단위
회장단, 군단위 회장단 전부 다…

☎ 손석희 / 진행 :
1,364명이 대부분 뭔가 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네요, 그러니까. 일반 주민들은…

☎ 심의조 / 합천군수 :
대표성이 있는 사람이죠. 전부 그 마을이고 지역에서 대표성 있는 사람.
(이래서 이장도 잘 뽑아야 하는 거란..)

☎ 손석희 / 진행 :
1,364명 가운데 591명이 응답을 했고요. 이게 절반이 안 되는 사람들이 응답을 한 셈이고 그 중에 51.1%가 일해공원을 지지했다고 해 가지고요.
( 결국 설문조사 대상자 중에서는 1/4이 지지했다는 얘기. 물론, 그만큼이나 된다는 것도
참으로 놀라운 일이긴 하다… 이 파쇼들… 어쨌든, 표집이라는게 원래 전체의 일부 만을 가지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긴 하지만
이런 경우 “전부의 뜻”이라고 말하기는 무리. )

☎ 심의조 / 합천군수 :
아니, 그러니까…

☎ 손석희 / 진행 :
잠깐만요.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설문조사가 공정하지 못하다, 또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결과로 보기에는 너무 대표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 이런 반론이 있더군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그런데 그건 반대를, 무슨 일을 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대를 하기 위한 극소수의 이야기고 우리 군민의 절대 다수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없습니다.

☎ 손석희 / 진행 :
반대단체에서는 군민의 80%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인적도 있던데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그건 전부 거짓말입니다. 빨간 거짓말입니다.
(사실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하신 멘트. 사실은 아마 빨갱이들 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테지만…)

☎ 손석희 / 진행 :
빨간 거짓말이라고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예, 예.

☎ 손석희 / 진행 :
(웃음)

☎ 심의조 / 합천군수 :
지금도 우리 군의 모든 이장단, 새마을 지도자, 노인회, 심지어 재향군인회, 전체 난리입니다. 지금. 의회 쳐들어 와 가지고 반대하는 직원 그만두라고. 지금 어제도 왔고… 오늘도 올 것 같은데,
(의회가 위험에 처했는데 경찰 안부르고 뭐하나? 외부인들이 난입해 직원을 협박하는 헌정유린을 그냥 지켜보고 있단 말인가? 이 나라가 어찌 되려고…)

☎ 손석희 / 진행 :
어차피 그렇다면 설문조사를 다시 해보시죠. 일반 군민들까지 다 합쳐 가지고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아니, 그럴 필요 없습니다. 지금 그런 거 하나 가지고 우리 군민들이 원해서 필요해서 공원 이름 하나…

☎ 손석희 / 진행 :
같은 사안을 놓고 지금 군수께서는 군민들이 다 찬성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또 반대하시는 분들은…

☎ 심의조 / 합천군수 :
반대하는 사람이 있죠. 있을 수 있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을 따라야 되지 그 소수의 의견이 우리 따라오라고 하는 그런 민주주의가 어디 있습니까?

☎ 손석희 / 진행 :
그러니까 이 설문조사 자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니까 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닌데 다시 한번 하셔 가지고 이른바 정당성을 확보하시면 더 편하실 것 아니겠습니까? 이거 이렇게 해놓으면 계속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 심의조 / 합천군수 :
계속 반대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볼 때는. 숫자가 워낙 몇 사람 안 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전국에 방송국, 언론사에서 그
사람들이 계속 불러들이고 전화하고 이러기 때문에 지금 말썽이 있는 것 같지 실제 여기 들어오면 우리 군에 오면 절대 지지입니다.
압도적으로 군민들이 해야 된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 손석희 / 진행 :
그런가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예.

☎ 손석희 / 진행 :
그러면 저희는 가능하면 반대하시는 분들 입장도 들어봐야 되겠군요.

☎ 심의조 / 합천군수 :
들어보세요.

☎ 손석희 / 진행 :
화가 나셨습니까? 왜 그러십니까?

☎ 심의조 / 합천군수 :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목이 쉬어서 그렇습니다. 감기 걸려 가지고.

☎ 손석희 / 진행 :
그렇습니까?

☎ 심의조 / 합천군수 :
예.

☎ 손석희 / 진행 :
알겠습니다. 심의조 합천군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심의조 / 합천군수 :
예.

새해에도 자주 구국의 소리로 마실 나오는
국립과학연구소장
짱가(jjanga@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