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조] 토니 스콧


 


 


 


 


토니 스콧


Tony Scott


(1944. 6. 21. ~ 2012. 8. 19.)


 


 


 


 




 


 


 


 


연출작품: “탑 건”, 트루 로맨스”,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맨 온 파이어”, “펠햄 123” 등 다수


[필모그라피 링크]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진공 일동


 


 


 


 


 


 


 


 


 


 


 


 


 


 


 


 


 


 


 


 


 


 


 


 


 


 

“락 오브 에이지”, 왜 매운탕에 설탕을 풀었을까?

 



 


 


 


 


 







요건 영화 포스터
이거슨 뮤지컬 포스터



 


 


 


최근 개봉한 영화 “락 오브 에이지 (Rock of Ages)”,


이 영화는 2006년 처음 무대에 올랐던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화 한 것이다. 그런데 제목과 주요 등장인물이 같기는 해도 극의 전개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달라도 너~어~무! 다르다.


 


이 뮤지컬은 지금도 미국의 브로드웨이와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 계속 성황리에 공연 중인데, 극 중 주요인물인 드류와 셰리, 그리고 스테이시의 행로는 영화와는 매우 다르게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는 꽤나 비중있는 패트리샤라는 인물도 원작에서는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뮤지컬과 영화에서 같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Journey의 명곡 “Don’t Stop Believin'”을 통해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도 영화와 뮤지컬이 매우 다른 데다가, 이미 미드 “글리(Glee)”에서 줄창 단물을 빼먹은지라 좀 김이 샌다고나 할까.


 


글리에서 어떻게 단물을 빼먹은 거냐고? …… 이렇게~!


 


 



영국 오디션 프로그램 X Factor에서의 초대 공연 영상

 



 


 


그건 그렇다치고, 이 영화 왜 이렇게 됐을까? 떡하니 Rock of Ages라고 마빡에 타이틀 붙여놓고서는 어찌하여 Sugar Pop의 낯간지러운 해피엔딩으로 갈무리 하여야 했을까? 마치 얼큰한 매운탕에 설탕을 대박으로 타 넣은 듯한 입맛을 선사하는 건 왜일까?


 


미국의 드라마 제작자 중에 아론 소킨이라는 사람은 우리에게도 제법 알려져있는 미드 “웨스트윙 (West Wing)”의 제작자이다. 그가 이전에 발표하였다가 대박으로 망한 드라마 – 허나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꽤나 호평을 받았던 –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2006~2007) 에는 아론 소킨이 생각하는, 그리고 미국 민주당 사람들의 생각이라 믿어지는 미국의 자존심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러니까 미국은 전쟁을 좋아하는 나라가 아니고, 가족을 걱정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 않는. 뭐 그런 나라라는 신념이 듬뿍 배어나오는 작품이다.


 


영국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는 휴 그랜트가 영국 수상으로서 자신의 나라가 미국 보다 훨씬 자긍심이 있는 나라라고 이야기하며 이런 대사를 친다.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세익스피어, 처칠, 비틀즈, 숀 코너리, 해리포터가 있고, 데이빗 베컴의 오른발도 있죠.”


 


미국은 유럽에 비해 대문호가 많은 것도 아니며 (물론 마크 트웨인이나 존 스타인벡, 펄 S. 벅 등 우리가 아는 많은 문호가 있지만), 전쟁 일으키기 좋아했지만 대놓고 전쟁 영웅을 시대적 자부심으로 가질 정도로 어리석진 않죠.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축구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가 최고지만, 미국인에게 최고는 ‘미식축구’. 그런데 미국 외에 이거 인기 있는 나라 거의 없다고 봐야 할듯.


 


 



Studio 60 … 의 에피소드 중에서

 


 


암튼 Studio 60 … 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유추해보자면 그러니까 … 미국의 정체성은 ‘자유’라는 것. 그래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 언론의 자유를 위해 매카시즘에 대항했던 블랙리스트 이야기도 다루었고,


 


그런데 극 중에서 이 스튜디오는 SNL로 유명한 뉴욕이 아니라 LA의 선셋 스트립에 있다. 그건 그러니까 헐리웃과 그걸 대표하는 정체성은 Sunset Strip에 있다라는, 그래서 이를 이용한 세트를 꾸며 가장 자기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Modern Comedy Show’의 정수를 보여주고자 한다 (위의 동영상이 그 선언이다).


 


헐리웃의 현대 TV, 영화 산업이야 말로 미국이 자랑하는 자부심일 테니 ……


 


영화 Rock of Ages의 배경 또한 헐리웃의 Sunset Strip 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곡이 80년대 글램 메탈(Glam Metal)넘버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 뮤지컬의 배경과 제작의도가 80년대의 헐리우드라는 키워드로 집약되니 말이다.


 


여기서 잠깐, Glam Metal은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헤어 메탈, 팝 메탈, 헐리우드 메탈 등. 왜 헤어 메탈이냐고? 아래를 보시라.


 


 


 


배배꼬인 언니들 (Twisted Sister)



 


 


 


60년대에 유행했던 글램록(대표적인 노래들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많이 나온다.)을 메탈의 영역으로 확장한 게 글램메탈인데,


 


사실 … 반짝이는, 화려한, 말랑말랑한, 섹시한 … 등의 단어가 메탈과 어울릴리가 없잖아! 게다가 노래는 온통 사랑타령! … 그런데 이들은 그런 음악을 했고, 그런 노래를 불렀다. 어디에서? 헐리우드 선셋 스트립에서!


 


그러다보니 아까도 말했듯, 매운탕에 설탕 푼, 홍어찜에 꿀 바른 그런 맛이 나는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뮤지컬과 영화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대부분 당시 어메리칸 락 밴드의 곡으로, Night Ranger, David Lee Roth, Poison, Foreigner, Pat Benatar, Extreme, Warrant, Bon Jovi, Twisted Sister, Quarterflash, REO Speedwagon, Starship, Journey, Guns N’ Roses 등 6~80년대를 호령한 락, 메탈, 헤비메탈 밴드 들의 주옥같은 곡들로 구성되어 즐거움을 선사하긴 하는데 …


 


이게 당장 먹을 땐 달아서 그럴 듯 한데 자꾸 씹고 뜯고 먹고 즐길 수록 그 맛이 그 맛이 아닌 거다 …


 


그럼 왜 이런 맛이 나게 되었을까?


 


 


 



80년대 미국의 TV에서는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시트콤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미국의 80년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카터, 레이건, 부시로 이어지는 이 시기에 미국은 어쨌거나 ‘호황’이었다. 월남전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표면적이나마 냉전이 종식되었으며 돈이 마구 뿌려졌다.


 


80년대 초반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택한 레이건의 재정팽창정책, 레이거노믹스는 한 마디로 지금의 MB 경제정책의 벤치마킹모델이다. 부자와 기업에게 돈을 몰아주고, 세금은 줄이고, 소비는 장려하고 … 말하자면, 부자와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라는 거다 …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나서 미국은 사상최악의 재정적자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그 유명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정치신인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게 된다.


 


어쨌든 80년대의 미국은 석유와 군수산업에 쏟아부어지는 국민의 세금과 찍어서 뿌려대는 화폐의 힘으로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 그리고 그런 돈 소나기를 음악 산업이 놓칠리 없었다.


 


 


 




CF나 스포츠 중계 시에 자주 나오는 노래, Van Halen의 “Jump”.


그걸 이렇게 불러버리면 우리보고 어쩌라고 … -.-;;; 




 


이제 고뇌하는 뮤지션은 돈이 되지 않았다. 쓸데없이 사회의 그늘을 읊조리고 고통을 토로하는 음악은 상품이 될 수 없었다. 락도 예외는 아니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큰 음량과 강한 드럼 비트, 가슴을 후비는 기타 리프, 절규하는 보컬리스트는 좋은 상품이었지만, 거기에 골치아픈 사회현상을 실어 올리는 건 영업상 매우 손해보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러니 락도 팔 수 있어야 노래를 부르게 해 주었다. 팔릴려면 고객의 입맛에 맞춰서 노래를 만들어야 했고 … 그래서 락이라는 의상을 입고 락 비트의 연주를 하면서 팝에서나 들었던 사랑노래가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즐기는 음악, 놀 수 있는 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댄스, 디스코, 보이밴드가 나오게 되었고 금세 음악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산업적 측면을 제껴 놓고 생각해보아도,


선셋 스트립, 사실 이 동네에서 록의 정신을 말하긴 좀 그렇다. 거기에 서면 절로 ”와~ 1년 내내 이렇게 날씨 좋고, 쭉빵 아가씨들이 오락가락하는 여기서 메탈 밴드들이 노래한단 말이지” 소리가 나온다.


 


시애틀이나 뉴욕, 심지어 오스틴에 가도 이렇게 조건 좋은 록클럽은 없다. 본능에 충실한 게 록이라면 … 본능에 충실해도 언니들이 줄 서는 동네와 본능에 충실하게 음악해도 음습한 반응의 동네에서 만들어진 음악은 뭔가 달라도 많이 달라지는 거다.


 





해질녘의 선셋 스트립의 클럽들에서 내려다본 L.A. 시내는 확실히 있어보인다. 괴롭거나 허탈하거나 음울하지 않는 그냥 멋진 동네가 거기 있는 거다. 그러니 거기에서 절규하고 저항하는 락이 나올 턱이 있나.


 


 




 



내게 설탕을 쏟아부어줘!

 


락은 하고 싶고, 세상은 흥청거리고, 돈을 가진 이들의 마음에 들어야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를 수 있고 … 그러니 삐딱선을 탄 거고 매운탕에 설탕을 확 부어버린 거다. 왜? 그렇게해도 맛있게들 먹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원작 뮤지컬에서는 나름 현실적인 마무리를 보여준다. 거기에서는, 화려함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살아온 젊은 시절, 그때가 지나고 돌아보니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Don’t Stop Believin’ 하자는 거다.


 


그런데 영화는 그러면 안 팔릴 것 같았나보다.


화려함에 둘러싸여 이리저리 살다보면 … 더 화려해진다 ~ 베이비!


이렇게 끝나버리니 말이다.


 


암튼 그렇게 락이라는 매운탕에 해피라는 설탕을 대박으로 붓고 또 부어서 설탕죽이 되어도 어쨌든 이건 시작이 락이니까 락이라고 불러도 됨, 님하. 라는 맛이 되었다는 그런 얘기라는 거다.


 


그러니까 앞으로 매운탕엔 설탕말고 고추기름을 넣자! OK?!  


 


 


 


 


영진공 헤비한 규훈이의 함장질

 


 


 


 


 


 


 


 


 


 


 


 


 


 


 


 


 


 


 


 


 


 


 


 


 


 


 


 


 


 


 


 


 


 


 

MS 서피스, 제품 포지셔닝의 애매함

 

 


 


 


 


 



 


 


10여년 전, 빌 게이츠가 야심차게 내놓은 타블렛 PC의 실패 요인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스타일러스 펜은 키보드와 마우스에 비해 느리고 불편했고,


 


2) 스타일러스 펜의 (단점을 희석시키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OS도 없고 앱도 없었다. MS가 내놓은 윈도 타블렛 에디션은 기존의 윈도 OS에 필기인식 기능만 추가했을 뿐이었다.


 


써드파티 개발사들을 위한 지원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하다못해 타블렛 PC용 UI/GUI 가이드라인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3) 게다가 와콤 디지타이저 또는 감압식 필름 사용으로 인해 단가가 뛸 수밖에 없었고,


 


4) 펜 입력방식의 한계로 인해 제조사들이 어쩔 수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번들시키면서 단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5) 오피스를 비롯한 기존 MS의 업무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긴 했지만, 펜 입력만으로 오피스를 쓴다는 건 그저 악몽 같은 경험일 따름이었다.


 


 


제품 기획을 할 때 신제품을 만들겠다며 이것저것 기능을 잡다하게 모아놓다가 결과적으로 아무런 특징도 없이 값만 비싼 어정쩡한 물건을 만드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당시 MS에서 추진했던 타블렛 PC 플랫폼은 딱 그런 종류의 제품이었다.


 


값만 비싼 어정쩡한 물건 – 결과적으로 타블렛 PC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 시장에서나 약간의 판매량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리고 “5년 내로 대부분의 PC는 타블렛 PC가 될 것이다”라는 빌 게이츠의 호언장담은 철지난 개그 취급 당하면서 잊혀져 버렸다.


 


그렇다면 최근 MS가 발표한 서피스 타블렛은 어떨까?


 


1) ARM CPU 기반의 RT 버전은 멀티 터치 입력방식만 지원하지만, 인텔 CPU 기반의 프로 버전은 터치 입력과 스타일러스 펜 입력을 동시에 지원한다.

 


2) 서피스를 지원하기로 예정된 윈도 8부터는 아예 터치에 최적화된 메트로 UI가 윈도 8의 기본 UI로 탑재되었다. 타블렛 버전은 물론이고 데스크탑용 윈도 8에서도 메트로 UI를 써야 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3) 프로 버전은 와콤 디지타이저를 탑재했기 때문에 당연히 단가가 올라갈 것이다.


 


4) RT/프로 버전 모두 키보드가 내장된 커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게 번들이 될 지 옵션으로 판매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5) RT/프로 버전 모두 오피스가 번들될 예정이다.


 


 


 



 



10여년 전에 비하면 좀 나아졌다곤 해도 총체적으로 따져보면 여전히 어정쩡하다. 특히 5)번의 오피스 번들이 그렇다.


 


여기서 잠시 아이패드의 경우를 돌이켜 보도록 하자. 초창기 언론에 흘러나온 아이패드의 사양과 가격은 노트북도 아니고 PDA도 아닌, 굉장히 어정쩡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 소파에 앉아 웹브라우징을 하고 이북을 읽고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아이패드를 “컨텐츠 소비형 기기”로 포지셔닝 시켰다.


 


그 결과,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냈다. 그리고 다른 경쟁자들은 애플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을 모방한 타블렛을 만들기 급급했다.


MS에서 타블렛이 컨텐츠 소비형 기기가 아닌 생산성 향상 제품이 될 거라고 여기고 과감하게 오피스를 넣기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타블렛을 압도할 비장의 무기로 오피스 카드를 꺼낸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오피스 번들은 서피스가 다른 타블렛들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특장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글쎄,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서피스 프로는 단가 상승 요인이 추가된만큼 가격대 성능비에서 울트라북을 앞설 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디지타이저와 터치 조합은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에 뒤질 것이다. 키보드 커버? 그걸 쓰느니 기계식 키보드를 사는 게 낫겠지.


 


서피스 RT는 더 심각하다. 현재의 윈도 앱은 모두 인텔 바이너리다. 초창기에 내세울만한 생산성 앱이라곤 오피스밖에 없을 테고, 메트로 UI를 지원하는 ARM 바이너리 앱이 활성화되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평균 이상의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그냥 노트북을 구입하고 말리라.


 


아무리 뜯어봐도 MS 서피스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은 모호하기 그지없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컨텐츠 소비형 기기로써의 타블렛 시장에 뛰어들려는 건지, 견고하게 형성된 노트북 시장을 대체하려는 건지, 이도저도 아닌 제 3의 길을 가려는 건지, 확실하게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시제품 발표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홍보 활동이 없는 걸 보면 MS 마케팅 팀에서조차 서피스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음, 아니, 어쩌면 서피스는 빌 게이츠의 타블렛 PC를 현대적으로 재포장해서 소생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일지도 모르겠다. CEO나 대주주의 개인적인 야망이나 욕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뭐?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중시하는미국 회사에서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천만의 말씀, 애플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거 왜 있잖냐, 스티브 잡스가 넥스트 큐브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만들어낸 파워맥 큐브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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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DJ Han




 


 


 


 


 


 


 


 


 


 


 


 


 


 


 


 


 


 


 


 


 


 


 


 


 


 


 


 


 


 



 

“브로크백 마운틴”, 이방인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앙리의 미국 문화 관찰

 


 

 


 


 


 




 



 


다소 거리를 두고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미국 문화를 훑는 ‘이방인’ “앙리” 감독의 시선은 너무나 놀랍다. 그는 외부자라는 것을 굳이 감추지도 않지만 굳이 강조하거나 드러내지도 않는다.


 


‘앙리’라는 이름을 듣기 전에, 그 감독의 커리어와 배경을 듣기 전에, 누가 『센스, 센서빌리티』를, 『헐크』를, 『아이스스톰』을,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고, ‘역시 외부자의 시선이군’ 같은 말을 내뱉을 수 있는가. 그러나 그만큼 드라이하고 냉정하면서도 훌륭한 테크닉으로 연출을 해간다. 그가 영화의 씬을 쌓아가는 솜씨는 마치 영화로 작업하는 인류학자의 방식처럼 느껴진다.


 


 


 



 


 



생각만큼 잭과 에니스의 사랑에 가슴이 아프다거나 절절하다거나 하진 않았다. 내겐 앨마와 로린, 그 웨이트리스 같은 여성들이 훨씬 더 크게 보였으니까. ‘도대체 저들 사이에 있던 저것의 정체는 무엇이었나’ 묻고 싶다.


 


저렇게 주위 사람을, 상대를, 자신을 할퀴고 또 할퀴면서 20년을 간 그 집착, 그 떨림, 그 욕망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원하는 걸 갖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다른 삶에 대신의 만족을 얻지도 못했던 저 기나긴 세월, 그걸 만든 저게 과연 무엇인가.


 


에니스가 아내 앨마에게 가졌던 것, 웨이트리스에게 가졌던 것, 잭이 ‘새 목장 관리감독’과 가졌던 관계에서 가졌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에니스가 아내와 섹스하다가 그녀를 뒤집을 때, ‘아이를 더 낳지 않을 거라면 더이상 잘 이유가 없지’라고 말했을 때 분노했고, 실소를 터뜨렸다.


 


 


 




 


 


 


저 바보같은 인간, 어리석은 인간, 잔인한 인간, 그럼에도 자신이 주체할 수도 극복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짐을 한껏 지고 아무렇지 않은 척 거만하게 걷는 저 남자, 음절의 종성을 흐물흐물하게 뭉쳐 발음하는 저 촌스러운 액센트의 거만한 말투가 입에 밴 저 남자가 가진 지옥이, 그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정말로 묻고 싶었다.


 


금지되었기에, 스스로 금지라 선언했기에, 이룰 수 없었기에 더욱 길게 간 건 아니었을까 … 그리고 자신을 돌아봤다. 더없이 이기적이고 서툰 어린 아이 하나가 보일 뿐이다.

“앙리” 감독, 『헐크』를 일컬어 “두 남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지독한 멜로”라고 한 적 있다. (나는 “그러면서 키스씬 하나 없더라!”라고 웃곤 했지.) 이 영화엔 “앙리” 답지 않게 베드씬이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냉정하다.


 


나는 그들의 사랑보다, 그들의 20년을 풀어내는 “앙리”의 방식이 더 지독하다 … 정말 지독한 인간. 『센스, 센서빌리티』를 찍을 때 윌리엄과 매리앤의 장면에서 우연히 끼어든 호수의 백조들을 휘휘 내쫓으며 “내 영화가 쓸데없이 낭만적이 되잖아!”를 외쳤다던 일화가 떠올랐다.


 


그는 그런 인간이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그의 영화에 매번 감탄하는지도 모른다.


 


 



 


영진공 노바리

 


 


 


 


 


 


 


 


 


 


 


 


 


 


 


 


 


 


 


 


 


 


 


 


 


 


 


 


 


 


 

기억의 궁전과 그래픽 인터페이스

 


 

 


 


 








 


 

흑사병과 전쟁이 휩쓸어버린 중세의 유럽은 쑥대밭이 되었다. 로마 제국은 골로 가고, 큰 도시들은 약탈과 흑사병의 공포로 인해 사람들은 모두 시골로 줄행랑을 쳤다. 그로써 중세의 마을들은 농경시대의 촌락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별다른 교통수단도 없고, 세상도 흉흉해서 여행이란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마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고립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취와 수탈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에 겨웠다. 학문은 고사하고 항문에 힘쓰기에도 밥이  아까웠기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은 문맹이었다. 상황이 요렇다 보니 정보는 입에서 귀로, 귀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one, for the money~

two, for the show~


 


 


음악가와 시인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인 방랑 연예인들은 마을을 돌며 실제 있었던 일을 시나 노래로 부르며 공연을 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이들로부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나 알 수 있었다. 공연은 운율로 이루어져 있었고 반복적이어서 공연자와 관객 모두 쉽게 기억할 수 있었다.


 


이들 음유시인들은 가끔씩 서로 만나 이야기꺼리도 교환하고 자신들의 놀라운 기억력을 과시하는 일종의 시 경연회 같은 것도 펼쳤다. 머리 좋은 이들은 서너 번만 듣고도 수백 줄이나 되는 시 전체를 머릿속에 넣을 수 있었다. 한술 더떠 대학의 교사들은 제자들이 큰소리로 말하는 백 줄의 텍스트를 단 한번만 듣고서 암송할 수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뭐 대충 이런 식이었다는 ……


 



 


이처럼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매우 드물었던 세계에서는 좋은 기억력이 필수였다. 왕의 전언을 직접 전해야 하는 조신들은 긴 전언을 말 그대로 암송하는 훈련을 받았다. 학자들 역시 값비싼 필기 재료들 때문에 기억 훈련이 필요했다. 그래서 당시의 문학 형태에는 쉽게 기억할 수 있게 압운의 형식을 띄고 있다. 14세기에 이르기까지, 법률적인 서류들을 빼놓고는 거의 모든 글에 압운이 쓰였다.


 


또한 학자들 사이에선 기억술이 수사학의 표제 아래 교육되었다. 그 교재로는 [헤레니우스에게 바치는 수사학]이라는 기억술 참고서가 쓰였다. 이 책은 ‘기억 극장’이란 테크닉을 이용해 엄청난 분량의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기술을 담고 있었다. ‘기억 극장’이란 간단히 말해 머릿속에 가상의 극장을 만들고 요소들을 기억해야할 것과 연결짓는 것이다. 이러한 각각의 이미지들은 기억의 ‘대리물’ 역할을 했다.


 


 


 




중세의 위대한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기억 극장을 이용한 이미지 기억법을 

종교적인 문제들을 기억한는 데 활용할 것을 추천하기도 하였다.


 


 


이런 기억술의 기원으로 기원전 6세기에 살았던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의 일화가 전해져온다. 시모니데스는 한 귀족이 베푼 파티에서 그 귀족을 찬양하는 시를 지어 낭송했다. 그러나 있는 놈이 더한다고 귀족은 시모니데스에게 원래 비용의 반만 준다. 시의 내용에 자신 뿐만 아니라 카스토르와 폴룩스라는 쌍둥이 신도 찬양했기 때문에 나머지 비용은 두 신에게 받으라는 핑계였다.


 


빈정상한 시모니데스는 파티장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파티장은 폭삭 무너지고 만다. 시모니데스 만큼 빈정상한 쌍둥이 신이 파티장을 뭉개버린 것이다. 나중에 달려온 유족들은 시신을 수습하고자 하지만 너무나 피떡이 되어서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짠 하고 나타난 시모니데스는 집안 구조부터 누가 어디에 앉아있었는지를 완벽하게 기억해내어 유족들이 시신을 수습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시모니데스가 파티장의 모든 것을 완벽히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술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야기 전개를 건축물로, 이야기 속의 추상적인 개념들을 널찍하고 치밀하게 장식된 상상의 집으로 생각했다. 시모니데스의 방법은 시각적 기억이 문자 기억보다 훨씬 오래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이런 ‘기억의 궁전’ 개념이 중세를 지나 현대에 다시 등장한 것은 컴퓨터 때문이었다.

 


 





The ENIAC computer and its coinventor, John W. Mauchly.

© Bettmann/Corbis




 

초기의 컴퓨터는 지금과 비교하면 전혀 세련되지 못한 물건이었다. 이진법 코드와 축약된 명령어, 펀치 카드에 어설프게 입력된 데이터, 타자기로 찍은 출력물 같은 것을 뱉아내는 깡통이었다. 요녀석으로 뭘 쫌 하기 위해선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했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이 깡통으로 돈을 벌기 위해선 누가 보아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문제는 1970년대에 제록스 팔로알토 연구소Xerox PARC에서 최초로 개발되어 애플사의 매킨토시 컴퓨터에 의해 대중화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가 대성공을 거두고 널리 채택됨으로써 해결되었다. GUI의 등장으로 사람과 컴퓨터가 상호작용하는 방법이 극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컴퓨터 사용 인구는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GUI도 중요해졌다.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는 쉽게 말해 윈도우을 떠올리면 된다. 윈도우의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머리를 싸매고 컴퓨터의 복잡한 명령어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콘을 클릭만 하면 누구나 컴퓨터를 쉽고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복잡한 명령어를 이미지로 형상화 시킨 것이다.

 

또한 데이터 공간을 이미지화 시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폴더를 만들어 비슷한 자료를 모아놓고, 화면상에 아이콘들을 필요에 맞게 배치시킴으로써 무형의 데이터 공간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그릴 수 있게 형상화 시킨 것이다. 특히 저장매체의 용량증가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가상공간은 등장은 오늘날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만들어 주었다.

 


컴퓨터가 차지하는 책상 위 물리적 공간은 기껏해야 1㎥지만 그 컴퓨터가 품고 있는 가상의 공간은 어마어마하다. 누구나 자기 방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만한 데이터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컴퓨터들이 인터넷에 연결됨에 따라 우리가 접하는 데이터 공간이나 복잡한 네트워크를 ‘상상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이런 시대에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는 현대판 ‘기억의 궁전’이다. 머릿속에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정보를 이미지화 시키듯이 GUI는 0과 1로 이루어진 사이버 공간을 이미지화 시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주었다. 우리는 인터페이스라는 연결 통로를 통해 이 가상 공간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시대를 앞서갔던 엥겔바트 할아버지



 


엥겔바트는 정보에 대한 안내를 해주는 가이드 역할이 꼭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그의 위대한 기술 혁신은 ‘직접 조작’을 원칙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1968년 그가 제시한 마우스는 현재 가장 중요한 인터페이스 도구가 되었다. 마우스 덕분에 우리는 정보 공간이라는 세계에 들어가서 그 안의 정보들을 조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런 의미에서 마우스는 단순한 지시 도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엥겔바트가 개발한 최초의 마우스


 


 


 




그래픽 인터페이스라는 비트맵으로 구성된 정보 공간, 즉 비트매핑*의 등장과 가상적인 공간과 물리적인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마우스의 등장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변화시켰으며 컴퓨터를 상상하는 우리의 방식 또한 바꾸었다.

 


공간의 개념이 기술에 의해 극적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기억의 궁전’은 이제 우리가 만질 수 있는 ‘현실의 궁전’이 되었다.


 


 


 



* 비트매핑bitmapping: 지도와 컴퓨터의 이진법 코드가 결합하여 정보라는 새로운 세계의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뜻.

 


컴퓨터 스크린의 각 픽셀에는 메모리가 조금씩 할당되어 있다. 단순한 흑백 스크린에서는 이 할당된 조그만 메모리 공간이 컴퓨터 내부에서 0 또는 1을 나타내는 한 개의 비트다. 픽셀에 불이 들어오면 이 1비트의 값은 1이고, 픽셀의 불이 꺼지면 0이다. 컴퓨터는 스크린을 이와 같은 픽셀들이 가로 세로로 꽉 차 있는 2차원적 공간으로 인식한다. 처음으로 데이터가 물리적 공간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자가 컴퓨터 프로세서를 통해 왔다갔다 하면서 시각적인 이미지가 스크린에 나타나는, 물리적인 ‘동시에’ 가상적인 공간이 생긴 것이다.



 


 



– 참고 및 발췌 –


제임스 버크 저, 장석봉 역, [우주가 바뀌던 날], 궁리, 2010

스티븐 존스 저, 유제성 역, [무한상상, 인터페이스], 현실문화연구, 2003

 


 




영진공 self_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