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서피스, 제품 포지셔닝의 애매함

 

 


 


 


 


 



 


 


10여년 전, 빌 게이츠가 야심차게 내놓은 타블렛 PC의 실패 요인은 대충 다음과 같다.


 


 



1) 스타일러스 펜은 키보드와 마우스에 비해 느리고 불편했고,


 


2) 스타일러스 펜의 (단점을 희석시키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OS도 없고 앱도 없었다. MS가 내놓은 윈도 타블렛 에디션은 기존의 윈도 OS에 필기인식 기능만 추가했을 뿐이었다.


 


써드파티 개발사들을 위한 지원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하다못해 타블렛 PC용 UI/GUI 가이드라인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3) 게다가 와콤 디지타이저 또는 감압식 필름 사용으로 인해 단가가 뛸 수밖에 없었고,


 


4) 펜 입력방식의 한계로 인해 제조사들이 어쩔 수 없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번들시키면서 단가가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5) 오피스를 비롯한 기존 MS의 업무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쓸 수 있긴 했지만, 펜 입력만으로 오피스를 쓴다는 건 그저 악몽 같은 경험일 따름이었다.


 


 


제품 기획을 할 때 신제품을 만들겠다며 이것저것 기능을 잡다하게 모아놓다가 결과적으로 아무런 특징도 없이 값만 비싼 어정쩡한 물건을 만드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당시 MS에서 추진했던 타블렛 PC 플랫폼은 딱 그런 종류의 제품이었다.


 


값만 비싼 어정쩡한 물건 – 결과적으로 타블렛 PC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틈새 시장에서나 약간의 판매량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리고 “5년 내로 대부분의 PC는 타블렛 PC가 될 것이다”라는 빌 게이츠의 호언장담은 철지난 개그 취급 당하면서 잊혀져 버렸다.


 


그렇다면 최근 MS가 발표한 서피스 타블렛은 어떨까?


 


1) ARM CPU 기반의 RT 버전은 멀티 터치 입력방식만 지원하지만, 인텔 CPU 기반의 프로 버전은 터치 입력과 스타일러스 펜 입력을 동시에 지원한다.

 


2) 서피스를 지원하기로 예정된 윈도 8부터는 아예 터치에 최적화된 메트로 UI가 윈도 8의 기본 UI로 탑재되었다. 타블렛 버전은 물론이고 데스크탑용 윈도 8에서도 메트로 UI를 써야 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3) 프로 버전은 와콤 디지타이저를 탑재했기 때문에 당연히 단가가 올라갈 것이다.


 


4) RT/프로 버전 모두 키보드가 내장된 커버를 가지고 있다. 다만 이게 번들이 될 지 옵션으로 판매될 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5) RT/프로 버전 모두 오피스가 번들될 예정이다.


 


 


 



 



10여년 전에 비하면 좀 나아졌다곤 해도 총체적으로 따져보면 여전히 어정쩡하다. 특히 5)번의 오피스 번들이 그렇다.


 


여기서 잠시 아이패드의 경우를 돌이켜 보도록 하자. 초창기 언론에 흘러나온 아이패드의 사양과 가격은 노트북도 아니고 PDA도 아닌, 굉장히 어정쩡한 제품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 소파에 앉아 웹브라우징을 하고 이북을 읽고 사진과 동영상을 보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면서 아이패드를 “컨텐츠 소비형 기기”로 포지셔닝 시켰다.


 


그 결과,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냈다. 그리고 다른 경쟁자들은 애플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을 모방한 타블렛을 만들기 급급했다.


MS에서 타블렛이 컨텐츠 소비형 기기가 아닌 생산성 향상 제품이 될 거라고 여기고 과감하게 오피스를 넣기로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타블렛을 압도할 비장의 무기로 오피스 카드를 꺼낸 것인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오피스 번들은 서피스가 다른 타블렛들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특장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글쎄,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서피스 프로는 단가 상승 요인이 추가된만큼 가격대 성능비에서 울트라북을 앞설 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디지타이저와 터치 조합은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 조합에 뒤질 것이다. 키보드 커버? 그걸 쓰느니 기계식 키보드를 사는 게 낫겠지.


 


서피스 RT는 더 심각하다. 현재의 윈도 앱은 모두 인텔 바이너리다. 초창기에 내세울만한 생산성 앱이라곤 오피스밖에 없을 테고, 메트로 UI를 지원하는 ARM 바이너리 앱이 활성화되려면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평균 이상의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그냥 노트북을 구입하고 말리라.


 


아무리 뜯어봐도 MS 서피스의 제품 포지셔닝 전략은 모호하기 그지없다.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컨텐츠 소비형 기기로써의 타블렛 시장에 뛰어들려는 건지, 견고하게 형성된 노트북 시장을 대체하려는 건지, 이도저도 아닌 제 3의 길을 가려는 건지, 확실하게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시제품 발표로부터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별다른 홍보 활동이 없는 걸 보면 MS 마케팅 팀에서조차 서피스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음, 아니, 어쩌면 서피스는 빌 게이츠의 타블렛 PC를 현대적으로 재포장해서 소생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일지도 모르겠다. CEO나 대주주의 개인적인 야망이나 욕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니까.


 


뭐?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중시하는미국 회사에서 그런 일이 있을 리 없다고? 천만의 말씀, 애플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거 왜 있잖냐, 스티브 잡스가 넥스트 큐브의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만들어낸 파워맥 큐브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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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DJ Han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조개화석 (1/2)


 


 


 


 










 


 


레오나르도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과 같은 세기의 걸작을 비롯하여 예술, 수학, 물리학, 해부학, 건축학, 공학, 광학, 천문학, 지질학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를 넘나들던 호기심 대마왕이자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천재였다.


 


레오나르도가 사후에 남긴 것은 비교적 적은 15점의 회화 작품과 방대한 양의 소묘와 메모다. 그러나 당시 그의 육필 문서들은 매우 가까운 지인 외에는 동시대인에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16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그의 유산을 상속한 프란체스코 멜치Francesco Melci가 회화에 관련된 문서를 선별해서 엮은 [회화론]을 내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1570년 멜치가 죽은 직후부터 다 빈치의 노트와 메모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서유럽 각지의 왕족, 귀족의 서고에 고이 쳐박히게 되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꼬추 아이콘이 된 레오나르도의 스케치


 


 


레오나르도의 문서들은 20세기가 되어서야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문서들에 담긴 내용이 호기심 닿는 대로 손댄 개별적 관찰이나 순간 떠오른 생각을 급히 휘갈겨 써 둔 메모에 불과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가 역학과 수학 분야에서 남긴 메모들 전부가 그의 독창적 사색의 결과가 아니었다는 사실도 현재 판명되었다. 예술적인 부분과 건축의 일부분을 제외하면 레오나르도의 기술연구에서는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학자들의 야박한 평가다. 그럼에도 탁월한 관찰력과 미대생도 부러워할 데생력 그리고 권위나 거창한 말 보다는 직접 손발로 실험해보는 솔선수범 장인 기질은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레오나르도가 남긴 문서들은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순간의 단편적인 아이디어들을 적어놓은 데다가 속어인 토스카나어를 좌우 반전시킨 독특한 문자를 사용해 오른쪽으로부터 왼쪽으로 쓰여 있으며 거울로 글자를 반사시켜야 읽을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자신만 아는 기호들을 사용하였기에 동시대의 이탈리아인이라 해도 간단히 읽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즉 레오나르도는 자신의 노트가 널리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는 관찰과 생각들을 수많은 메모로 남겼지만 그것들을 잘 정리해서 논문이나 책으로 완성시킨 적은 없다. 원래 레오나르도는 개개의 관찰력에선 무척 뛰어났지만, 이를 일반화하고 체계화하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학자들은 레오나르도의 연구가 자신을 위해서만 이뤄졌을 뿐, 널리 동시대인을 계몽시키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레오나르도는 유명하긴 했지만 그가 행했던 과학과 기술의 연구가 동시대에 미친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암호 같은 문서들은 후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특이한 기계 장치들과 멋들어진 스케치, 암호와도 같은 글들은 소설의 소재로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레오나르도의 종교적 성향도 눈길을 끈다. 그는 ‘최후의 만찬’을 그린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게도 예수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자신의 종교적 성향을 과감하게도 작품에 몰래 표현해 놓았다.


 


 





레오나르도가 여러 메세지들을 숨겨놓은 ‘최후의 만찬’.


그는 세례 요한의 자리를 빼앗은(?) 예수를 싫어했다. 


 


 


2000년대 등장했던 댄 브라운의 소설 [다 빈치 코드]는 이러한 레오나르도의 특징들을 잘 활용하여 만든 작품이다. 작가의 치밀한 연구와 작품의 개연성으로 인해 일부 고지식한 기독교도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인가에 대한 해설서가 책과 영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영화로도 대박을 친 다빈치 코드


 


 


이처럼 레오나르도는 그가 남긴 뛰어난 회화작품들과 데생들로 인해서 흔히 예술가나, 더 넓게는 독특한 기계장치 그림들을 그린 공학자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자연과학자이기도 하였다. 그는 지질학과 화석연구에 있어서도 많은 관찰과 연구를 하였다.


 


레오나르도가 쓴 것 중 가장 주요한 노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레스터 사본Codex Leicester]은 그가 1506년에서 1510년 사이에 밀라노에서 작성한 72쪽짜리 공책으로 바위, 물, 화석에 대한 스케치와 해부학에 관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1690년대에 세상에 알려졌으며 1717년에 레스터 경(卿)이 사면서 그의 이름을 따서 [레스터 사본]으로 이름이 불려지게 되었다.


 


1994년 경매에 등장했을 때 [레스터 사본]에 군침을 흘린 대여섯 개의 유럽 국가들이 가격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빌 게이츠가 3080만달러(418억원)의 거액을 제시하여 ‘대여섯 개의 유럽 국가들’을 제치고 그 원고를 사들이는 재벌의 위엄을 보였다. 빌 게이츠는 해마다 [레스터 사본]의 전시를 원하는 곳에 대여해 주지만 책의 훼손을 막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까다로운 전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대여를 신청했다가 조명시설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기도 하였다.


 


 





국가와 경매를 붙어도 절대 밀리지 않는 빌 형님


 


 


[레스터 사본]에서는 댄 브라운의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운 레오나르도의 지구순환 이론을 엿볼 수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레스터 사본]에서 드러나는 레오나르도의 지구이론을 그의 에세이에서 자세히 소개하였다.


 


 





이거슨 세상에서 제일 비싼 공책!


 


 


* 2부에서 계속 됩니다. *


 


 


 


영진공 self_fish 

 


 


 


 


 


 


 


 


 


 


 


 


 


 


 


 


 


 


 


 


 


 


 


 

1만 시간의 법칙과 과잉교육, “아웃라이어”

故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티핑포인트>와 <블링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쓴 새 책입니다.
저자가 쓴 앞의 두 책을 다 재미있게 읽었고, 이번에도 역시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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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우리나라가 꽤 많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대한항공의 괌 추락사고에 얽힌 이야기,
권위주의와 계급문화가 어떻게 사고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그리고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놀라운 학업성취도 이야기가 나중에 나옵니다.
물론 이것은 다른 어떤 지역의 농업보다 압도적으로 노동집약적일 수 밖에 없는 아시아의 쌀농사 문화가 근면성이라는 문화를 만들었고, 그 근면성이 학업성취도로 나타났다는 이야기의 일부입니다.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이 같이 나오죠. 근데 중국은 아마 중국 남부가 거기에 해당하겠죠. 북부는 글쎄 …

이제 본론입니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원칙은 (역시 다들 아시겠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무슨 일이든지 10,000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 마스터가 될 최소의 조건이라는 겁니다. 1만 시간을 투입해서 마스터가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만 시간을 투입하지 않고서 마스터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거죠.

1만 시간, 하루에 3시간씩 매일 연습을 한다고 쳤을 때 9년에서 10년에 해당하는 시간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하루에 3시간이 아니라 5시간이나 8시간씩 투입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마스터에 오르는데 걸리는 기간은 더 짧아지겠죠. 저자는 신동 모차르트 조차도, 이 1만 시간을 채운 다음부터 걸작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진짜 어렸을 때 쓴 곡들은 유치하거나 혹은 아버지가 대신 써준 것으로 의심받는 것들이라는군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1만 시간입니다. 이걸 채우는 자가 성공의 최소 조건을 채우는 것이죠.





1만 시간의 법칙이 있어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죠.

첫 번째,
매일 하루에 3시간씩 10년간 뭔가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개인의 의지로 될 일이 아닙니다. 주변 여건이 받쳐줘야 가능하죠. 10년은 발달단계의 한 두 단계에 해당합니다. 아동기에 시작하면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에 끝나고, 청소년기에 시작하면 성인 중기 쯤에 끝나는 거죠. 그런데 10년간 같은 일을 같은 의미로 계속할 수 있을까요?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내게 중요한 거더라 … 라는 식의 경우가 더 많게 되겠죠. 결국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가 억지로 시키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어야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러려면 문화가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앞서의 아시아의 노동집약적 문화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왜 흑인 아이들이 백인아이들보다 성적이 떨어지느냐. 저자가 지적한 거는 간단합니다. 흑인 아이들은 방학때 그냥 논다는 겁니다. 문화가 그러니까. 하지만 백인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은 방학 때 과외를 하죠. 네, 바로 그 과외. 방학 전에는 오히려 흑인아이들의 학업성적이 더 높지만, 방학을 끝내고 나면 백인아이들의 성적이 더 높아지는 비결이 그것이죠. 이것이 축적되어 결국 두 문화간의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두 번째,
차별화가 되어야 합니다.
남들도 1만 시간을 채우는 일을 똑같이 1만 시간 채워봤자 그건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제가 매일 3시간씩 최소 5년 이상 하는 게 뭔지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TV나 인터넷을 하는 거 정도더군요. 최근에는 출퇴근하는 데 평일에 한 2-3시간씩 쓰는 것이 추가되었고 … 다들 이런 거는 3시간씩 합니다. 거의 평생 동안 하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그건 소용이 없죠. 다들 하는 거니까. 즉, 1만 시간의 법칙이 성공으로 이어지려면 남들이 안할 때부터 시작하는 1만 시간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떤 경우에 그런 일이 생길까요? 일단 소수의 말 그대로 선택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빌 게이츠’가 그런 경우라고 설명합니다. 그가 다니던 고급 사립초등학교에는 자그마치 1968년(혹은 67년)에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연결된 컴퓨터 터미널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펀칭기계로 입력을 하는 기존 컴퓨터가 아니라 키보드로 입력하는 (당시로선)최신형 컴퓨터가! 빌 게이츠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 컴퓨터실에서 살다시피 했고, 나중에는 그 동네 컴퓨터 회사에서 알바를 뛰었습니다. 이런 생활은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계속 되었죠.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그는 1만 시간을 채웠습니다. 그런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빌게이츠 부모와 같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되는 학부모가 기부금을 내서 컴퓨터실을 지어주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그 아이들 중에서도 빌 게이츠처럼 컴퓨터 논리에 금방 매혹당하는 컴퓨터 천재 자질이 충분한 아이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죠.

정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한때는 그 가치가 별로 높이 평가받지 못하던 어떤 일을 억지로 해야 했던 사람들도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남들 안하는 1만 시간을 채울 수 있죠. 책에서는 유태인들을 예로 듭니다.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유태인들은 농지 소유를 금지당하고 유태인 거주구역(게토)에 격리되어 살아야 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의 주류 산업인 농업이나 목축업에 참여할 수 없었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시계 수리, 야금술, 혹은 고리대금업에 종사하게 되었죠. (여담이지만, 판타지에 등장하는 드워프들이 아마 유태인의 은유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그들의 직업이 딱 저런 것들이죠)

당시에는 천대받는 일이었습니다만, 지금도 그렇던가요. 이런 유태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을 때, 그 가능성은 제대로 빛을 발휘합니다. 고리대금업은 금융이 되었고, 시계 제조기술이나 야금술은 정밀가공기술의 기초가 되었죠. 이렇게 성공한 유태인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법률공부를 시켰습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되었지만, 이들에게도 역시 주변부에 해당하는 일들만이 주어졌죠. 1960년대 까지만 해도 기업의 인수합병 따위는 비신사적이고 지저분한 변호사업무였습니다. 잘나가는 로펌들은 아예 손도 대지 않던 일이었죠. 그 잘나가는 로펌들은 동시에 유태인을 동료로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태인 변호사들은 천시받던 기업 인수합병일을 해야 했고, 그 분야에서 1만 시간을 채울 시점에 천시 받던 인수합병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버렸죠. 미운오리새끼가 따로 없더구만요. 결국 이들은 주변부로 밀려난 덕분에, 주변부에서 마스터가 되었고 그들이 마스터한 기술이 주류가 되면서 성공한 부류가 되어 버린 것이죠.

여기에 든 것들은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예들 중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캐나다 프로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출생월이 대부분 1,2,3월에 몰려있는 이유도 설명하고
미국의 남부와 북부의 명예문화의 차이, 아시아의 완곡어법 문화의 특성, 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어떤 마을 사람들은 심장병이 그리도 적은지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그리고 왜 아시아 아이들이 PISA 같은 수학능력 시험 점수가 높은지도 같이 설명하죠. 답을 간단히 하자면, 아시아 아이들은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도 계속 붙잡고 매달립니다. 풀릴 때까지. 미국 아이들은 그 도중에 포기하고요. 그저 그 차이 뿐이랍니다.

덧붙여, 미국 교육정책의 초기 입안자들은 ‘과잉교육’을 우려했다더군요. 즉, 지나치게 많은 교육을 받으면 사람이 맛이 간다는 거였습니다. 그런 속담도 있었죠.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멍청이가 된다. 근데 그 사람들이 한 말들을 읽어보니 그냥 멍청이가 아니라 ‘또라이’ 가 된다는 투더군요. 영화 <샤이닝>에서 잭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긴 여름방학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 과잉교육을 우려해온 전통 때문이라는군요. 읽을 때는 “참 그 양반들 별 (기특한) 걱정 다했네…” 싶었는데, 최근에 어떤 기사를 읽고 그들이 정말 지혜로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군가가 그랬다죠? 일주일에 뭔 책을 2-3권 읽고 신문은 매일 3시간씩 읽고 어쩌고 정부에서 내놓는 보고서도 … 주저리 주저리 …

이제 이해가 가는 거죠. 결국 그 동안의 그것들이 다 과잉교육의 폐해 였다는 사실이 …
그러니까, 아무리 좋은 교육도 자기 그릇에 맞게 받아야 한다 이겁니다.
안 그러면 그렇게 됩니다.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