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Napoleon Dynamite)

과거사진상규명위
2006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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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ected by Jared Hess
미국 평단에서 호평받았고 DVD 판매량도 상당하다는 소문을 줏어들어서 챙겨봤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로얄 테넌바움』이 떠올랐습니다. 『로얄 테넌바움』은 실패한 천재들의 이야기고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은 말하자면 바보들의 이야기지만, 캐릭터들이 다들 정상성을 살짝 벗어나있고, 지나치게 자신의 세계에 몰두한데다가 성격적 결함과 사회적 스킬이 부족으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 ‘아웃사이더’들이죠.

아웃사이더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보는 30대 반백수의 감정은 복잡합니다. 그런 영화들이 말하고 싶은 게 뭘까요? 『스쿨 오브 락』같은 영화에서 아웃사이더들은 순수한 열정을 갖고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지조있는 인간으로 묘사되기도 하죠. 실패자들일 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사회질서에 순응해서 밥벌이라도 해보려고 발버둥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들 아웃사이더들의 일탈적인 행동들은 어떤 통쾌함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래봐야 뭔 소용있나요? 그런 영화봤다고 영화속 주인공처럼 지 꼴리는대로 살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그런 영화들의 대미를 장식하는 ‘나름대로의 성공’도 영 찝찝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진실은 통한다, 혹은 너 꼴리는대로 살아도 입에 풀칠할 방법은 있다, 그런 헛된 희망을 얘기하려는 걸까요? 차라리 『빅 대디』처럼 사회질서에 순응하고 성실한 인간으로 살라고 충고하는 게 더 정직한 결말 아닐까요?

이 영화의 주인공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와 그의 주변 인물들도 하나같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쳐박혀 삽니다. 나폴레옹은 줄곧 기사와 마녀(?)같은 것들을 낙서해대지만 ‘페드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은 아무도 그의 그림세계를 인정해주지 않죠. 서른 두 살 먹은 나폴레옹의 형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와 채팅을 합니다. 그들의 할머니는 손자들에 대해선 관심끄고 샌드듄으로 오토바이같은 것을 타러다니구요. 뭘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삼촌은 이십여년전 고교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하던 시기의 환희에 젖어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자족하면서 살고 있고 자신의 삶이 타인과 다르다는 점에 대해 조바심내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은 학교에서 종종 ‘따’를 당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짜증만 낼뿐 이내 잊어버리지요. 어이없는 건 이들이 뜻하지 않은 성공을 얻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무런 성실함도 보여주지 않고 그저 꼴리는대로 살았을 뿐인데도요. 나폴레옹은 우연히 얻게 된 비디오 테입으로 댄스연습을 했는데 그 어설픈 춤이 ‘페드로’를 학생회장으로 당선시킵니다. 사랑(?)도 이루구요. 나폴레옹의 형은 ‘전신사진’도 보지 않고 몇 년 째 채팅만 했을 뿐이라고 걱정하지만, 채팅 상대였던 그녀는 쭉빵걸이었고 그녀와 함께 환골탈태 변신하여 다른 도시로 떠납니다. 나폴레옹의 친구인 멕시코 출신 이민자 ‘페드로’는 어영부영 학생회장에 당선되구요. 돈을 마련하려고 반쯤 사기행각을 벌이던 삼촌은 된통 혼쭐이나고나선 다시 예전처럼 미식축구공을 던지며 노는 생활로 돌아옵니다. 아웃사이더로서의 순수성을 되찾게 되는거죠.

이게 뭔가요? 저 아웃사이더들의 비정상적인 행동과 그들의 뜻하지 않은 성공은 통쾌한 맛도 있지만, 이 영화를 기만적이거나 한심하게 만듭니다. 『덤 앤 더머』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결국 이 영화도 바보들의 우연한 성공을 다룬 공허한 영화입니다. 현실감이 너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웃기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웃기기만 할 따름이라는거죠. 사실 웃음의 전략도 『덤 앤 더머』와 그닥 다르지 않습니다. 고정된 카메라가 느린 편집으로 잡아내는 장면들 속에서 그들은 엉뚱한 행동과 바보같은 몸짓으로 관객을 웃깁니다. 아웃사이더로서의 비정상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된 정상성에서 벗어나거나 – 가령 나폴레옹이 여자의 환심을 사려고 심혈을 기울여 그린 그림이 심각하게 못 그려진 그림이라거나 – 자신만의 세계에 심각하게 몰두하는 – Deb이 사진촬영의 뒷배경을 연출하면서 보이는 심각함 – 장면들은 무척 웃기지만, 그건 정상인이라면 하지 않을 별난 행동을 그들이 천역덕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비정상성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그들의 모습은 일견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장면이 주는 웃음의 본질은 ‘괴상한 사람의 괴상한 행동’에 어이없어하는 실소와 다르지 않습니다.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는 무척 재미있지만, 동시에 무척 공허한 코미디입니다. 화려한 수상경력과 호평에 기죽을 거 없습니다. 『덤 앤 더머』라니까요.

p.s. 이 영화의 배경은 아이다호의 어느 작은 도시입니다. 영화 중반쯤에 핸드폰이 등장하기 전까진 이 영화가 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고 착각했어요. 미국에도 저렇게 낙후한 도시가 있는가요? 전 미국 같은 데 가 본 적이 없어서…

과거사진상규명위 발굴1팀장
꼭도(http://cocteau.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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