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 세일 (Solar Sail), 해가 떴다. 돛을 펼쳐라~!



 
얼마 전 국내에선 저 하늘의 별이 되기를 바랬던 나로호가 바다로 추락하며 값비싼 고기밥이 되어버린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그 나로호 대부분의 기술들이 러시아에서 사온 거라 잔해수거마저도 러시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옆동네 일본에선 일본을 넘어 과학계에 의미 있는 로켓 H-2A가 5월 22일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발사되었다.


일본. 축하한다~!



 


이름부터 로켓스러운 H-2A라는 로켓이 과학계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냐고? 이 로켓에는 2년동안 금성 주위를 선회하며 조사할 금성탐사선 ‘아카츠키’와 솔라세일(solar-sail)실험선 ‘이카로스’가 탑재되어 있다. 그 중 금성의 비밀을 밝혀줄 ‘아카츠키’의 활약도 중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카로스’라는 실험선이다.



솔라세일에 관해선 예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빠삐용에 관한 포스팅 ‘빠삐용을 통해 본 과학’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간단히 말해 바다 위 돛단배가 바람의 압력으로 나아간다면 우주돛단배는 빛의 압력을 이용해 나아가게 만들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다. 얼핏 허무맹랑한 이 아이디어가 머리 밖으로 나와 실현된 것이 ‘이카로스’인 것이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한
이카로스IKAROS(Interplanetary Kite-craft Accelerated by Radiation Of the Sun)


빛이 물체를 미는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그 압력은 너무나 약하기 때문에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저항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빛의 지속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면 결과적으로 무거운 물체도 움직이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해 태양빛을 받아 나아가는 돛을 ‘솔라세일(solar-sail)’이라 부른다.



이런 솔라세일 계획에 필요한 것은 가볍고 튼튼한 돛이다. 빛의 압력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돛은 되도록 가벼워야만 한다. 하지만 돛이 가벼워질수록 강도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우주란 곳이 풀 뜯는 소만 없다 뿐이지 굉장히 평화로운 곳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매우 험악한 곳이다. 우주 공간에는 강렬한 자외선과 높은 에너지의 입자들이 날아다니며 특히 태양빛에 노출될 돛은 빛을 받는 부분과 받지 않는 부분의 급격한 온도변화도 견뎌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을 견딜 가볍고 튼튼한 소재를 큰 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돛의 소재가 절실했다.



최근 폴리이미드(Polyimide)라는 소재를 이용함으로서 이러한 돛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 소재는 휘는 성질이 있으며 영하 260도부터 영상 550도까지의 극한 온도변화에서도 성질이 잘 변하지 않는다. 전기적 절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돼도 형태나 기계적 물성의 거의 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당 1만 7000㎏의 하중을 견딜 만큼 강도도 세다.


팔방미인 폴리이미드란 놈은 일찍이 1965년 탄생하여 우주항공 및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찍었던 닐 암스트롱의 우주복과 달착륙선에도 이 폴리이미드를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 그 사용범위가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컴퓨터 CPU를 비롯 자동차 엔진 주변 부품의 소재로도 쓰이며 최근엔 휴대폰 및 LCD패널 안에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런 폴리이미드를 이용해 만든 이카로스의 돛의 두께는 7.5마이크로미터다. 머리털 굵기의10분의 1 정도밖에 안되는 두께로 그 덕택에 200㎡의 넓이에 달하는 돛의 무게는 15kg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큰데 무게는 15kg밖에 나가질 않는다. 물론 가운데 깡통(?)은 제외한 무게다.



하지만 솔라세일을 실현하기 위해선 또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돛이 펴진 상태에서 우주로 쏠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꾸겨서 로켓에 실어야 하는데 이렇게 접힌 돛을 우주공간에서 어떻게 펼치는가였다.

누가 우주에서 로켓을 받아 손으로 고이 펴서 깔끔이 다림질 해서 날려주면야 좋겠지만 인건비가 만만치 않을거고, 그냥 우산 펴듯 팍팍팍 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또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가볍게 만들려고 그 비싼 폴리이미드로 머리카락 두께보다도 얇게 만들었는데 우산처럼 펴지게 만들려면 뼈대가 굵어져 무거워지기 때문에 도루묵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얇게 만들면 휙 구부러져 버리고……

그래서 마침내 제시된 해결책이 원심력이다. 이번 ‘이카로스’ 실험의 최대의 목적은 원심력을 이용해서 돛이 제대로 펼쳐질 수 있는가에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영상. 2006년 8월에 공기 저항이 적은 37km 상공에서
돛의 전개 실험을 실시하였으며 성공하였다.



이렇게 돛이 펼쳐지면 이카루스는 분당 2회전을 하며 움직이게 된다. 그러다보니 방향전환이 좀 복잡해지게 되었는데 돛을 4등분하여 각각 특수 필름을 붙이고 빛을 반사, 난반사시킴으로서 방향전환을 제어하게 된다.




앞으로 일본은 2010년 후반 지름 50m급의 솔라 세일과 박막 태양전지, 이온 엔진을 조합해 화성 바깥쪽의 소행성대나 목성을 향해 탐사선을 보내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솔라세일로 움직이고 이온 엔진으로 가속하며 이온 엔진에 필요한 전기는 태양전지를 이용해 만드는 시스템을 시험할 것이다.




2010년 말에는 미국 행성협회가 솔라 세일 실험선
 ‘라이트 세일 1’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린 우리 기술도 아닌 러시아의 기술을 사와서 쏘았음에도 이마저도 실패를 한 마당에 일본은 착착 미래를 향해 준비해가는 모습을 보면 속이 매우 쓰리지만 그래도 그들의 시도가 좋은 결과를 맺기를 기대한다.

솔라세일이 완성된다면 계외행성으로의 여행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며 인류는 지금보다 더 넓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영진공 self_fish


 

“언 애듀케이션”, 꿈이라면 부디 깨지 말길 바랬건만


줄거리는 단순하다. 대학 입학을 앞둔 여고생이 중년의 남자와 사랑에 빠져 진학을 포기하고 결혼할 마음까지 먹지만 그것이 자신이 가야할 길이 아님을 크게 깨닫고 원래의 가던 길로 돌아왔더라는 얘기.

흔한 성장 스토리인 동시에 뼈아픈 첫사랑의 실패담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 <언 에듀케이션>은 눈물이 날 정도로 매혹적이다. 나중에 그 매혹적인 순간들이 얼마나 아픈 기억으로 남게 되었는지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했던 만큼 매혹적이다.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은 주인공 제니(캐리 멀리건)의 대사는 어쩐지 재미가 없다. “인생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얘기는 고리타분한 잔소리에 가깝다. 하지만 제니가 거쳐온 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은 그 한 마디에 실린 무게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사실 진작부터 불안하기는 했다. 그러면서도 그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강했다. 그래서 아무런 암시도 없이 진실이 드러나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이 꺼꾸로 뒤집혀 버리는 이런 방식을 순순히 수긍하고 만다.

에밀리 왓슨과 케이티 홈즈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듯한 캐리 멀리건은 너무 당연하게도 <언 에듀케이션>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열쇠다 – 가끔 주인공 배우에 대한 호불호 때문에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가 좌우되는 경우를 봐서 하는 얘기다.

만약 여고생처럼 보이기만 하던 제니가 햅번 스타일로 차려입었을 때에도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이 여배우가 끝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고 따라서 영화 자체도 영 신통찮은 작품으로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된다.

상대역으로 출연한 피터 사스가드는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표현보다는 선악의 개념 자체를 흐리게 만드는 부류다. 그래서 데이빗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 배우 어디서 봤었나 결국 생각해내지 못했었는데 전부 미국인으로 출연한 영화들이었고 실제로 피터 사스가드는 <언 에듀케이션>에 출연한 유일한 미국인 배우다.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영국인 사업가로 변신해 제니와 관객 모두를 홀딱 넘어가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언 에듀케이션>의 이야기를 데이빗의 입장에서 다시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데이빗의 직업은 결국 제니와의 관계를 설명하는 힌트가 된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의 가치를 잘 모르는 사이에 그것을 빼앗아 가는 일이 데이빗의 직업이었다.
 
어찌보면 남다른 심미안을 가진 타고난 감식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데이빗의 삶은 본인과 가족,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남겨주곤 하는 것이다 – 어찌보면 영화 속에서 더 자주 다뤄지곤 하는 쪽은 제니 보다 데이빗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 에듀케이션>은 영국의 여성 저널리스트 린 바버가 문학잡지 <그랜타>에 기고한 글을 기초로 닉 혼비가 시나리오로 완성한 작품이다.

린 바버 자신도 동명의 책을 써서 2009년 6월에 출간했다고 하는데 닉 혼비는 린 바버의 책을 참고하지 않고 오직 최초의 짧은 글에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서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 그래서 데이빗의 캐릭터와 직업은 아마도 온전하게 닉 혼비 자신의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언 에듀케이션>은 덴마크 출신의 여성 감독 론 쉐르픽의 섬세한 연출과 함께 아름다운 프러덕션 디자인 담당자의 이름까지 찾아보게 만든다. 앤드류 맥알파인이다.

영진공 신어지





영화로 수다떨기 (3), 초능력에 대하여



 



Q. 오늘, 주제는 ‘환상의 초능력’이에요. 박사님은 어렸을 때, 슈퍼맨 흉내내다가, 옥상에서 뛰거나 뭐 그런 적 없으세요? 어린시절 그런 사람들 꽤 많더라구요.

– 저는 스스로 수퍼맨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어서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와 현실은 다른 세계라는 걸 알고 있었던 듯해요. 하지만 유리겔라가 TV에서 숟가락 구부리는 쇼를 할 때는 따라했었죠. 물론 숟가락은 전혀 구부러지지 않더군요.

Q. 왜 인간이 고통스러운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신이 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말이 있는데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은 욕망. 그건 어떤 심리일까요?

– 상상력 덕분이죠. 우리는 지금 현재에만 구속되지 않고 다양한 미래와 가능성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은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생각을 해볼 수 있어요. 여기서 “어쩌면 이렇게 할 수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은 “왜 지금 나는 그렇게 못하지?” 라는 의문으로 연결이 되는 거죠.

아마 이런 의문이 없었다면 인류 발전도 없었을 겁니다. 날수 있다면.. 뭐도 뭣도 할 수 있을텐데 라는 상상이 비행기를 만들었고, 지구 밖으로 나가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텐데.. 라는 상상이 우주선을 만들어 내듯이요. 아서 클라크라는 유명한 SF작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충분히 진보한 과학기술은 마술과 다르지 않다”.
과학기술이 결국 초능력에 대한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는 거죠.

Q. 뭐 초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번 숭례문 화재 때도 잽싸게 불을 끈다든지, 시간을 되돌려서 정말 엄청나게 실수했던 일을 만회한다던지, 그런 거요.

– 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죠. 문제는 시간을 되돌리기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점이지만요. 이런 것들은 과거에 대한 상상인데 아무 노력도 없이 이런 상상만 하는 건 후회로 연결이 되요. 하지만 과거에 대한 상상을 좀더 구체적인 실천으로 변환시키면 역사가 되죠.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결국 과거를 통해 미래에 대비하려는 노력이니까요.


아오…

Q. 영화 <왓 위민 원트>에서는 여자의 속마음을 읽는 한 남자가 나와요. 이심전심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남자와 여자, 너무 다른 거라는 걸, 이 남자는 알아가죠?

– 그렇죠. 근데 사실 이 남자가 그 전에는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몰랐느냐 하면 그건 아닐 거예요. 우리가 평소에 생활하면서 가장 많이 머리를 쓰는 게 바로 상대방의 생각을 읽는 것이거든요. 대화를 할 때도 얘가 왜 이런 얘기를 하지? 나는 뭐라고 대답해줘야지? 등등을 끊임없이 생각하는데 바로 그게 이 영화에서 다루는 초능력인 독심술이죠.

이 남자의 경우도 그래요. 이 사람은 바람둥이였쟎아요. 여자의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바람둥이는 거의 없습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지 아는 것 자체가 독심술이니까요. 원래는 잘 나가던 이 남자가 곤경에 빠진 이유는 여자들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사람의 마음은 환경에 따라 달라져요. 여자들의 사회적 지위도 높아지고 권한이 늘어나면서 여자들은 계속 바뀌었던 거죠. 근데 멜 깁슨은 구시대 여자들의 마음은 잘 읽었지만, 바뀐 새로운 세상의 여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전혀 몰랐던 거고요.


참고로 What women want? 라는 제목은 원래 프로이트가 자기 책에 한탄하듯 쓴 글

Q. 그런데요, 이게 또 너무 속마음을 다 알아차려도 문제가 안될까..싶을 정도로 초능력이란 게 좀 무서울 때가 있어요.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 안되는 것처럼 영원히 타인의 마음 한 켠은 모르는 것도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 사실 우리의 뇌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첫째,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일, 그리고 남들은 내 맘을 맘대로 읽지 못하게 하는 일입니다. 말씀처럼 원활한 사회생활과 사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마음 한 켠에 남들이 몰라도 되는 것들 숨겨놓을 필요가 있거든요.
남이 내 마음을 읽는 경우를 걱정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는 자기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겁니다. 남들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경우도 있죠. 그러니 남들이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읽는다면 정말 무섭지 않겠어요?


내향적 일본문화에서 독심술을 거꾸로 해석한 영화, <사토라레>

Q. 영화 속 초능력 중에서 아주 많이 등장한 소재는 시간을 뛰어 넘는 것일거에요. 얼마 전 개봉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빽 튜 더 퓨처>, <네스트>, 또는 다른 선택의 결과를 보여줬던 <패밀리 맨>, 한 순간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소망이지 않나..하는데요?

– 사람들의 소망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시간을 되돌린다는 상상은 최근에 특히 더 많아졌는데, 아마도 되감기가 가능한 매체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현대미술의 대가인 백남준씨가 예전에 한 말입니다. 그 분은 1970년대에 벌써 비디오 플레이어 때문에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아예 바뀌어버릴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래서 비디오 아트를 시작했죠.

옛날 사람들이 가장 원초적으로 가진 소망이 뭔지를 보려면 그 시대 사람들이 말하는 극락 혹은 천국이 어떤 곳인지를 보면 됩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 극락에는 질병이 없고, 죽음도 없고, 일하지 않아도 평생 굶을 걱정이 없으며, 전쟁이나 다툼이 없죠. 그것들이 아마 당시 사람들을 가장 많이 괴롭히던 것들일 거예요.

Q. 그리고 또, 많은 맨..시리즈들이 초능력을 다루고 있어요. <슈퍼맨 리턴즈>, 그리고 <스파이더맨>, 초능력자들의 종합세트 등. 그들은 때론 그때, 사람들이 원하는 영웅의 초상을 가지고도 있는데요?

– 그래서 계속 새로운 초능력 영웅들이 등장하는 것일 겁니다. 예를 들어, 수퍼맨은 그야 말로 모든 면에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거의 기독교의 구세주같은 존재죠. 수퍼맨은 시간도 되돌리쟎아요. 못하는게 없죠. 이건 가장 원초적인 소망의 현신이지만, 그만큼 미숙한 소망이기도 해요. 무조건 최고! 이런 생각은 너무 단순하쟎아요.

수퍼맨은 이런 초능력 영웅의 원형이지만 그 덕분에 인기도 적죠.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능력은 제한된 반면 그 제한된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좀 더 우리 삶과 닮아있어요. 게다가 능력이 부족하니 머리를 많이 써야 하고 그러면 영화가 더 재미있죠. 그런 면에서 수퍼맨보다는 스파이더맨이 좀 더 현대적인 영웅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개인적으로 스파이더맨은 2편이 최고. 그 중에서도 저 지하철 장면 마지막 부분, 시민들이 얘를 감쌀때. 엉엉…

Q. 그래서 그런가요. 영화 <점퍼>에서 점퍼들을 없애려는 ‘팔라딘’들이 있듯이, 이들을 늘 소탕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 그것도 일종의 제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안그러면 너무 불공평하쟎아요. 한쪽은 펑펑 순간이동 하는데 나머지는 그걸 그냥 구경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불공평한 게임은 재미없어서 안봐요.


난 정말, 지금 데쓰노트만 쓸 수 있다면 여생이 절반으로 줄어도 무관함.

Q. 소탕하려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초능력자들의 능력. 별로 달갑지 않죠. 그런데, 초능력자들이 마음만 잘 못 먹으면요, 사회적으로 정말 물의를 일으킬만한 능력들도 꽤 많이 나와요. 가령 영화 <데스노트> 같은 경우, 노트에 이름을 적기만 하면, 사람이 죽어요.

– 물론이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쟎아요. 사람은 자기가 살아가는 사회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거든요. 근데 이 사회가 사람들 개개인에게 기대하는 능력에는 범위가 있어요. 그걸 넘어선다면 언제나 문제가 되죠. 너무 똑똑하거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일종의 초능력자들인데 그들 역시 대부분 사회생활 하기가 쉽지 않아요. 게다가 <데스노트> 쯤 되면 아주 무시무시하죠.

근데 사실 초능력자가 되면 머리는 아주 나빠질 것 같기도 해요. 우리들은 모두 초능력자라고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우리에겐 지능이라는 정신능력이 있거든요. 이 능력 다른 동물에게는 거의 없습니다. 다른 동물들이 보기에 인간은 초능력자처럼 보이겠죠. 몸은 비리비리한 것들이 어떻게 저런 괴상한 도구를 만들어서 우리를 이기지? 하면서… 우리는 지능을 키워서 살아남은 초능력자들이죠.

하지만 다른 초능력에 너무 의존하면 지능을 쓸 일이 없어지고, 결국 바보가 되겠죠. 데스노트의 라이토가 가면 갈수록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도 아마 초능력에 너무 의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사실, 따지고보면 덕 라이만 이나 스필버그, 카메론 같은 사람들이 진짜 초능력자…

Q. <데스 노트L:새로운 시작>에서는, ‘전인류 말살프로젝트’를 저지하려는 L의 모험이 시작되어요. 지금의 인간은 악이기 때문에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는 ‘사신’의 불신과, 이를 막기 위해선 세상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L의 믿음.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는 줄거리였는데요….

– 데스노트에서 라이토 같은 경우는 철없이 초능력에만 의지하려는 미성숙한 우리 모습을 대표한다면, L의 입장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을 대표하는 역할이예요. 초능력으로 한방에 뭘 해결하는건 애초에 불가능하니까 이성적으로, 노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거죠.

Q. 오늘 영화 속 초능력으로 말을 나눠서 그렇지 초능력, 초자연, 심령으로 많은 사람들이 유혹 당하기도 하는 게 현실 속의 이야기에요. 어떤 심리 테스트에는 1. 투시, 2. 예지 3. 순간이동 4. 염력 5. 투명인간이 될 수 있는 능력, 6.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 중 어느 것을 가지고 싶은가? 뭐 이런 걸로 심리 테스트도 있던데…영화 속 초능력, 박사님은 어떤 능력이 부럽던가요?

– 저도 성격검사 도구를 개발할 때 비슷한 질문을 넣은 적이 있어요. 투명인간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평소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격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염력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게으르거나 남들을 놀래키는 힘을 원하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물론 예지능력이 제일 부러워요. 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소망에서 시작한 거거든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것이 과학인데 이건 결국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과정 이예요. 지금도 그런 예지능력을 가진 도구를 개발하려고 연구하고 있고요.


수퍼맨이 좋아요, 스파이더맨이 좋아요?

Q. 네, 오늘 이런저런 영화 속 심리학,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많이 되었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구요, 다음 주 어떤 내용으로 만나볼까요?

– 글쎄요. <유주얼 서스펙트> 이후로 우리나라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늘 염두에 두는 요소 중에 하나가 반전이거든요. 반전 강박증이라고 할 만큼.. 반전이 없으면 재미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 영화 속 반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영진공 짱가

아이패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아이패드, 그걸 손에 넣기까지 필설로 형용하기 힘든 오만방정을 떨어댔다.

미국에 여행가는 사람에게 부탁했지만, 애플스토어에 재고가 없다고 해서 실패했다.

미국 유학가 있는 사람에게 부탁했지만, 역시 애플스토어에 재고가 없다고 해서 실패했다.


그러다 결국 미국에 지사를 둔 회사에 이사로 재직 중인 지인이 아이패드를 산다기에 같이 얹혀서 성공했다. 결국 손에 넣기까지 한 달 이상 걸렸다. 빌어먹을 애플 같으니라고, 재고 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아, 하긴, 그렇게 불티나게 팔리니 별 수 없겠지. 부러워 죽겠다, 젠장.


일전에 [애플 타블렛, 전망이 아닌 잡상]이란 포스트에서 아무리 애플이라도 타블렛 시장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내가 지적한 타블렛의 약점은 1) 키보드의 부재 2) 필기인식의 부정확성이었다.



MS의 타블렛 PC는 윈도우 PC 플랫폼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와컴 전자기유도식 펜으로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윈도우 PC와 동일한 물건이었다.



“내 이름은 타블렛, 별종 중의 별종이로다, 나의 위엄을 보라, 너희 얼빵한 유저들아, 그리고 절망할지어다!” (BGM : 베토벤 교향곡 운명 제 1악장)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절망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좋건, 싫건, 많은 사람들은 PC를 업무용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키보드가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마우스가 없으면 일하기가 무척 불편하다. 펜으로 찍찍 글씨를 써갈기는 건 보험회사 아줌마들한테나 어울려 보인다. 아, 물론 실제로도 많은 보험회사 외판원들에게 타블렛 PC가 지급되었다(덤으로 제약회사 영업 사원들에게도).



그러나 아이패드는 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그야….. 이건 업무용이 아니니까…..



애플의 아이패드는 그냥 가지고 노는 기계다. 이걸로 뭔가 창의적인 작업을 하겠다고? 그러지 마세요.

이건 그냥 사진 보고, 동영상 보고, 이북 보고, 만화책 보면서 노는 데 딱 좋은 물건이에요. 보세요, 쓱쓱 벗기고, 쭉쭉 벌리고, 얼마나 좋아요? (어머, 왠지 야하네요) 아무튼 괜한 뻘짓 하겠다고 깝치지 마시라고요, 손님.



그래도 아이웍스 같은 게 있지 않냐고? 아, 물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걸로 문서 작업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당장은 한글 입력도 안 되니까. 설령 한글 입력이 된다 할지라도, 24인치 모니터를 피봇시켜 놓고 리얼포스 키보드로 글을 입력하는 것보다 감동적인 경험이 될 리는 없고, 그보다 편리할 리도 없다.




그러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쓰기엔 최고다.

홈 버튼이나 전원 버튼을 누르면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화면이 켜진다. 로딩 시간 같은 거 없다. 말 그대로 즉석 컴퓨팅(Instant computing) 환경이다. 지하철에선 아이북스로 epub 파일을 읽고, 집에 와서 코믹글라스(ComicGlass)로 만화책을 읽고, 침대에 누워 굿리더(GoodReader)로 최근에 스캔한 PDF 파일을 보고, 에어비디오(AirVideo)로 엊그제 다운받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팍팍 지나가 버린다.

야구 좋아해?! iPad로 해!!


일전에 잡스가 PC를 트럭에 비교한 적이 있다. MS의 스티브 발머는 그 발언에 발끈했다. 많은 사람들도 거기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PC가 예전의 웍스테이션처럼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값이 비싼만큼 성능도 훌륭하지만, 이걸 집에다 갖다놓긴 어쩐지 부담스러운 물건 말이다. 그런 걸 계륵이라고 하던가, 아니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라고 하던가 …


그렇다면 승용차의 역할은 뭐가 차지할까? 타블렛? 아니, 그럴리 없다. 앞으로 개인 컴퓨팅 환경의 중심은 스마트폰이 될 게 뻔하다.



넓고 미려한 디스플레이, 상당히 쾌적한 CPU 성능, 게임을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GPU 등, 아이패드는 순전히 콘텐츠를 편하게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다.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부족하고, 휴대성도 딸린다. 스마트폰에 비하면 범용성이 떨어지고, PC에 비하면 기능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잘 봐줘도 중대형 승용차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자전거? 아니면 퀵보드? 롤러 스케이트? 글쎄, 최소한도 경차 정도는 될 것 같다.



어려운 조작은 싫다, 최신 콘텐츠를 넓은 화면으로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휴대성도 담보했으면 좋겠다 – 는 요구는 꽤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이제야 그걸 현실화시킬 수 있을만큼 기술이 성숙된 것이고, 아이패드는 그 결과물 중의 하나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으로 팔려나갔다.


처음에는 아이패드를 보면서 뻥튀기한 아이폰 아니냐면서 비웃던 사람들은 표정이 싹 바뀌고 말았다(애플 타블렛에 비관적 전망을 내 놓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종류의 시장 – Nerd도, Geek도, 오타쿠도, 오덕도 아닌 평범한 게으름뱅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졸라 단순하면서도 졸라 시크한 타블렛” 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업체들은 서둘러 “졸라 캐단순한데 애플보단 조금 덜 시크한 타블렛”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 …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애플보다 시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B&O 정도밖에 없을 텐데, 거긴 타블렛을 안 만들잖냐.



문제는 그 시장이 과연 1년에 1천만대 수준일지, 1억대 수준일지, 아니면 5백만대 수준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후발주자들은 – 삼성을 포함해 – 애플의 성공에 자극받아
종업원들을 다그치며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의 속도전을 방불케하는 속도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별 거 있냐, 대충 안드로이드 OS 얹고, 최신 CPU 넣고, 새끈하게 AMOLED 박아넣고, 이러면 애플보다 좀 더 잘 팔리지 않겠어? 잠깐만 … 근데 그거 아이폰을 상대로 맞짱 떴을 때의 전술을 되풀이하는 거 같은데?


아무튼 시장이 크다면 별 문제 없다. 대충대충 만들어진 제품이라도 팔릴 테니까. 하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작다면? 타블렛 업체들은 일찌감치 공멸의 길로 접어들고, “타블렛은 MS가 하든 애플이 하든, 똑 같이 대책없는 제품”이란 개념이 굳어지게 될 것이다.



과연 앞으로의 세상에서 타블렛은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 아무래도 단정짓긴 어렵다. 좀 더 두고 볼 수밖에.


분명한 건, 지금 당장은 애플이 장사를 정말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이랄까. 아아, 그래 … 아이패드, 이놈이야말로 내가 꿈꾸던 지상 최강의 야만화 뷰어렸다!



영진공 DJ Han


 

포르노의 진짜 폐해


[편집자 註]
이 기사에는 글의 전개를 위해 불가피하게 미성년자의 성인영화 시청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만, “영진공”은 미성년자의 성인영화 시청과 불법영상물 전반의 유통 및 시청행위를 강력히 반대합니다.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 포르노를 향한 기나긴 순간의 여정이여”

1985년 뽈노를 처음 보다

신대방 사거리에 있었던 한 만화가게(가게명 없음…그냥 만화책, 무협 대본소였음)는 세 명이 400원 네 명이 300원을 주인아저씨에게 헌납하면 책받침에 색연필(그래야 리스트 업이 될 때마다 지울 수 있다)로 적어 놓은 수종의 삐끕 비디오를 보여주던 곳이었다. 물론 근처의 다른 만화가게에서도 비디오를 볼 수는 있었으나 다른 만화가게의 경우 무조건 선불에 정해진 비디오를 정해진 시간에 상영하는 이른바 순번제 형태였기 때문에 나의 날카로운 안목과 분초를 나누어 생활하는 칼 같은 시간관념 상 별 메리트가 없었다.

나의 단골이 된 이 만화가게의 더욱 큰 매력은 50원 내고 만화를 볼 제, 재수만 좋으면 딴넘들이 보는 비디오를 꼽사리로 볼 요행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난 “성룡”, “홍금보”, “원표” 트리오가 종횡무진하는 복성(『오복성』, 『칠복성』, 『복성고조』, 『복성고조 2』 등)시리즈와 『취권』, 『용쟁호투』, 『소림사』시리즈 등을 섭렵해가는 13살이었다.

그런 어느날 친구와 나, 둘은 뜻한바 있어 500원을 들고 새로운 성룡시리즈를 탐닉하러 잡입 했는데 … (당시용돈 500원) 이미 그곳에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하나가 가게 주인과 흥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자씨 : 아이, 씨바…..그건 봤다니까요….다른 것 좀 없어요?
주인 : (우리를 보곤) 어…어여와, 둘이야? 둘은 500원씩이야….
(아저씨를 보고) 그래요? 그럼 진작 말하지….30분이나 지나서 말씀하시면..
아자씨 : 그게 다 거기서 거기 같아서 헷갈리잖아요….
주인 : 아니 그래도…..
아자씨 : 아무튼…바꿔주세요…
주인 : 에잇….(우리를 보며) 근데 니늘 영화 볼라구?
아자씨 : 어…얘네들도 같이 보면 되겠네…
나 : 아저씨, 성룡꺼예요?
아자씨 : 아냐, 죽이는 거야….
주인 : 얘들 아직 어린데…
아자씨 : 니들 몇 학년이냐?
(눈치 졸라 빠른)나 : 중학생 되요…..(씨바…이 놀라운 순발력에서 나오는 미래형 가정법을 보라)
아자씨 : 에잇~ 그럼 어른 다 됐네….알 껀 다 아는 나인데요. 뭐…
주인 : 그래도…..아직은….
친구 : 뭔데요?
아자씨 : 너 뽀르노가 뭔지 아냐?
(딱 감잡은)나 : 에이, 그거 집에도 몇 번 봤어요….
아자씨 : 그럼 봐도 되겠네?
(졸라 흐뭇한)나 : 그럼 400원 드리면 되요? (당시 하루용돈 100원 내외) (속으로) 졸라 계산 중…
주인 : 아냐….이건 구하기 힘든 거야…..500원씩 내야 돼…
나, 친구 : (2초간 고민 후 동시에)에잇, 여기요


– 그리하여 나의 첫 뽈노 감상이 시작되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한 집에 미스테리한 사건이 벌어진다.
일단,
여자 둘이서 한판 뜬다.
남자가 들어오고
여자 하나가 죽는다.
블루스크린에 합성한 차에서 죽은 여자를 버린 남녀가 도망친다.
여자가 죽은 집에 남녀가 들어온다.
한판 뜬다.
여자 잠든다.
죽은 여자 나타난다.
남자 깨운다.
한판 뜬다.
남자 전후사정 듣는다.
자던 여자 깬다.
셋이 한판 뜬다.
유령과 뜬 둘이 빙의 된다.
도망친 남녀 찾는다.
넷이 한판 뜬다.
빙의된 남녀 죽인 남녀 죽인다.
유령 나타난다.
보은의 한판 뜬다.
유령 셋이 모인다.
한판 뜬다.


나는 뇌리에 영원히 기억될 본 뽈로 덕분에 한동안 정신 못 차리게 된다. 그리고 첫 사정은 3년 뒤에 일어났다.

두 번째 뽈로는 중학교 2학년 때 감상되어진다.
정확하게 감상되어졌다.
뽈로의 정확한 용법을 모른 채 감상하였던 뽈로는 나에게 궁금함 이상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털이 곤두서기 시작한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뽈로의 강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이다.

신길동 삼성아파트에 거주하던 모군의 손에 이끌려 감상되어진 뽈로는 다음날 첫 몽정의 결과를 도출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작위적 사정에 의한 정자배출법을 터득한 나는 작위적 정자배출을 위한 소도구로서 뽈로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성된 카프(kapf)

고등학교 국어시간.
나와 고등학교 벗들은 조선 예술가 프롤레타리아 동맹의 활약에 감동받아 1990년 새로운 의미의 카프결성을 모색한다. 이른바 Neo kapf(Korean American Porno Family)의 탄생이었다. 자료의 공유와 토론의 장을 열었던 우리 카프 회원들은 학교 내에서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방식의 뽈노배급및 회수사업에 뛰어들게 되었고 이에 학생들은 자진해서 우리 조직에게 자신의 컬렉션들을 대여 및 임대하게 되었다. 비영리 기관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자금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본 조직은 2반 체육부장이었던 내가자금관리를 하였고 종로, 청량리 일대의 거래선과 안면을 텄다.

포르노 배우 론 제레미

배급 후 관람이 어려운 시청집단을 위해서는 친히 장소선택임무도 진행하였는데 고등학교 1년 재수한 나의 친구(엄밀히 말해선 선배급)의 친구집이 주로 사용되었다. 말하자면 그곳은 일종의 사설극장이었던 셈인데 부모님이 정육점을 하는 관계로 저녁시간까지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하였고, 부식이 풍부했으며 자유로운 토론이 용이했다. 다만 문제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소니의 비디오 플레이어가 위에서 아래로 넣는 방식이어서 자주 씹히는 단점과 돌발상황 발생시 대처가 느리다는 점. 그리고 집에 계신 할머니의 돌발 점거농성이었다.(훗날 이러한 위에서 삽입하는 플레이어의 단점을 극복하며 나온게 프론트 로딩 방식의 금성 비디오 데크였다)

할머니는 약간 노인성 치매가 계신 관계로 우리가 안방을 점거 시청중일 경우 자신만 빼놓고 우리만 라면을 끓여 먹는 중이라고 판단, 문 열고 확인시켜 드릴 때까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셨다. 물론 1분여의 테입 제거 작업이 끝나고 안방문을 열고 보여드릴 때도 그분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셨다.(참고로 나는 이집에서 처음으로 쇠고기가 들어간 쇠고기 라면을 시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우리의 불같은 문화사업은 졸업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그리곤 나의 불같은 뽈로사랑도 식었다.
요컨대 성인이 되었단 소리다.
성인!!!!

포르노의 폐해를 알게되다

나, 변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쓰레기 인생이냐?
그것도 아니다.
그럼, 만화가게 주인이냐?
그것도 아니다.
평범한 직장에서 범부의 일을 하며
융자 갚아나가기 바쁜 직장인이다.

어릴 때, 중엄한 칼날을 들고 범국민 도덕교과서화를 외치시던 수많은 어르신들의 너 나쁜 영화 보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병에 걸린다며 핏대 높여 말씀하신 그런 병….걸려본 적 없다. 정말 죄송하다.

어쩌면 이러한 뽈로의 진상을 솔직 담백하게 담론화 했다면 나의 뽈로 체험기는 카프의 결성까지 안갔을지 모른다. 그때 뽈로는 나에게 신비한 세계로의 초대라기보다는 스릴 있는 작당쯤 이었으니까

그러나, 난 아직도 그들이 그렇게 부르짓던 죄악보다 더 큰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내가 걸린 진짜 병은 암암리에 나에게 전이된 여성비하와 하대였다. 그들이 머리에 핏대 올려 말했던 병이 아니었다. 뼛속까지 각인된 잘못된 인간에 대한 평가가 문제였던 거다.

어차피 너도 좋아질 거야,
봐, 너도 흥분하잖아,
어쭈, 당하면서 흥분하기는… 여자는 어쩔 수 없다니까…
성을 강제하고 강제된 성을 매매하는 것을 당연한 필요악쯤으로 인식하는 사회.
여자는 참을 수 있지만 남자의 성욕은 참을 수 없는 그 무언가로 비화하는 그릇된 상식.
그리고 그게 성의 착취 버릇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이라는 걸 절대 이해 안하는 사람들….

포르노의 진짜 무서움은 유사범죄의 가능성에 있는 게 아니라 포르노에 내포된 은밀한 여성비하와 착취, 그리고 정당화된 성폭력에 있었다. 내가 훗날 머리 굵어지면서도 노력하고 노력하고 아직도 그 잔재를 씻기 위해 노력해도 힘든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영진공 그럴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