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의 진짜 폐해


[편집자 註]
이 기사에는 글의 전개를 위해 불가피하게 미성년자의 성인영화 시청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만, “영진공”은 미성년자의 성인영화 시청과 불법영상물 전반의 유통 및 시청행위를 강력히 반대합니다.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 포르노를 향한 기나긴 순간의 여정이여”

1985년 뽈노를 처음 보다

신대방 사거리에 있었던 한 만화가게(가게명 없음…그냥 만화책, 무협 대본소였음)는 세 명이 400원 네 명이 300원을 주인아저씨에게 헌납하면 책받침에 색연필(그래야 리스트 업이 될 때마다 지울 수 있다)로 적어 놓은 수종의 삐끕 비디오를 보여주던 곳이었다. 물론 근처의 다른 만화가게에서도 비디오를 볼 수는 있었으나 다른 만화가게의 경우 무조건 선불에 정해진 비디오를 정해진 시간에 상영하는 이른바 순번제 형태였기 때문에 나의 날카로운 안목과 분초를 나누어 생활하는 칼 같은 시간관념 상 별 메리트가 없었다.

나의 단골이 된 이 만화가게의 더욱 큰 매력은 50원 내고 만화를 볼 제, 재수만 좋으면 딴넘들이 보는 비디오를 꼽사리로 볼 요행수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 난 “성룡”, “홍금보”, “원표” 트리오가 종횡무진하는 복성(『오복성』, 『칠복성』, 『복성고조』, 『복성고조 2』 등)시리즈와 『취권』, 『용쟁호투』, 『소림사』시리즈 등을 섭렵해가는 13살이었다.

그런 어느날 친구와 나, 둘은 뜻한바 있어 500원을 들고 새로운 성룡시리즈를 탐닉하러 잡입 했는데 … (당시용돈 500원) 이미 그곳에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하나가 가게 주인과 흥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자씨 : 아이, 씨바…..그건 봤다니까요….다른 것 좀 없어요?
주인 : (우리를 보곤) 어…어여와, 둘이야? 둘은 500원씩이야….
(아저씨를 보고) 그래요? 그럼 진작 말하지….30분이나 지나서 말씀하시면..
아자씨 : 그게 다 거기서 거기 같아서 헷갈리잖아요….
주인 : 아니 그래도…..
아자씨 : 아무튼…바꿔주세요…
주인 : 에잇….(우리를 보며) 근데 니늘 영화 볼라구?
아자씨 : 어…얘네들도 같이 보면 되겠네…
나 : 아저씨, 성룡꺼예요?
아자씨 : 아냐, 죽이는 거야….
주인 : 얘들 아직 어린데…
아자씨 : 니들 몇 학년이냐?
(눈치 졸라 빠른)나 : 중학생 되요…..(씨바…이 놀라운 순발력에서 나오는 미래형 가정법을 보라)
아자씨 : 에잇~ 그럼 어른 다 됐네….알 껀 다 아는 나인데요. 뭐…
주인 : 그래도…..아직은….
친구 : 뭔데요?
아자씨 : 너 뽀르노가 뭔지 아냐?
(딱 감잡은)나 : 에이, 그거 집에도 몇 번 봤어요….
아자씨 : 그럼 봐도 되겠네?
(졸라 흐뭇한)나 : 그럼 400원 드리면 되요? (당시 하루용돈 100원 내외) (속으로) 졸라 계산 중…
주인 : 아냐….이건 구하기 힘든 거야…..500원씩 내야 돼…
나, 친구 : (2초간 고민 후 동시에)에잇, 여기요


– 그리하여 나의 첫 뽈노 감상이 시작되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한 집에 미스테리한 사건이 벌어진다.
일단,
여자 둘이서 한판 뜬다.
남자가 들어오고
여자 하나가 죽는다.
블루스크린에 합성한 차에서 죽은 여자를 버린 남녀가 도망친다.
여자가 죽은 집에 남녀가 들어온다.
한판 뜬다.
여자 잠든다.
죽은 여자 나타난다.
남자 깨운다.
한판 뜬다.
남자 전후사정 듣는다.
자던 여자 깬다.
셋이 한판 뜬다.
유령과 뜬 둘이 빙의 된다.
도망친 남녀 찾는다.
넷이 한판 뜬다.
빙의된 남녀 죽인 남녀 죽인다.
유령 나타난다.
보은의 한판 뜬다.
유령 셋이 모인다.
한판 뜬다.


나는 뇌리에 영원히 기억될 본 뽈로 덕분에 한동안 정신 못 차리게 된다. 그리고 첫 사정은 3년 뒤에 일어났다.

두 번째 뽈로는 중학교 2학년 때 감상되어진다.
정확하게 감상되어졌다.
뽈로의 정확한 용법을 모른 채 감상하였던 뽈로는 나에게 궁금함 이상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털이 곤두서기 시작한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뽈로의 강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이다.

신길동 삼성아파트에 거주하던 모군의 손에 이끌려 감상되어진 뽈로는 다음날 첫 몽정의 결과를 도출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작위적 사정에 의한 정자배출법을 터득한 나는 작위적 정자배출을 위한 소도구로서 뽈로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성된 카프(kapf)

고등학교 국어시간.
나와 고등학교 벗들은 조선 예술가 프롤레타리아 동맹의 활약에 감동받아 1990년 새로운 의미의 카프결성을 모색한다. 이른바 Neo kapf(Korean American Porno Family)의 탄생이었다. 자료의 공유와 토론의 장을 열었던 우리 카프 회원들은 학교 내에서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방식의 뽈노배급및 회수사업에 뛰어들게 되었고 이에 학생들은 자진해서 우리 조직에게 자신의 컬렉션들을 대여 및 임대하게 되었다. 비영리 기관을 목적으로 하였기 때문에 자금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 본 조직은 2반 체육부장이었던 내가자금관리를 하였고 종로, 청량리 일대의 거래선과 안면을 텄다.

포르노 배우 론 제레미

배급 후 관람이 어려운 시청집단을 위해서는 친히 장소선택임무도 진행하였는데 고등학교 1년 재수한 나의 친구(엄밀히 말해선 선배급)의 친구집이 주로 사용되었다. 말하자면 그곳은 일종의 사설극장이었던 셈인데 부모님이 정육점을 하는 관계로 저녁시간까지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하였고, 부식이 풍부했으며 자유로운 토론이 용이했다. 다만 문제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소니의 비디오 플레이어가 위에서 아래로 넣는 방식이어서 자주 씹히는 단점과 돌발상황 발생시 대처가 느리다는 점. 그리고 집에 계신 할머니의 돌발 점거농성이었다.(훗날 이러한 위에서 삽입하는 플레이어의 단점을 극복하며 나온게 프론트 로딩 방식의 금성 비디오 데크였다)

할머니는 약간 노인성 치매가 계신 관계로 우리가 안방을 점거 시청중일 경우 자신만 빼놓고 우리만 라면을 끓여 먹는 중이라고 판단, 문 열고 확인시켜 드릴 때까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셨다. 물론 1분여의 테입 제거 작업이 끝나고 안방문을 열고 보여드릴 때도 그분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으셨다.(참고로 나는 이집에서 처음으로 쇠고기가 들어간 쇠고기 라면을 시식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우리의 불같은 문화사업은 졸업과 동시에 막을 내렸다.

그리곤 나의 불같은 뽈로사랑도 식었다.
요컨대 성인이 되었단 소리다.
성인!!!!

포르노의 폐해를 알게되다

나, 변태가 아니다.
그렇다고 쓰레기 인생이냐?
그것도 아니다.
그럼, 만화가게 주인이냐?
그것도 아니다.
평범한 직장에서 범부의 일을 하며
융자 갚아나가기 바쁜 직장인이다.

어릴 때, 중엄한 칼날을 들고 범국민 도덕교과서화를 외치시던 수많은 어르신들의 너 나쁜 영화 보면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병에 걸린다며 핏대 높여 말씀하신 그런 병….걸려본 적 없다. 정말 죄송하다.

어쩌면 이러한 뽈로의 진상을 솔직 담백하게 담론화 했다면 나의 뽈로 체험기는 카프의 결성까지 안갔을지 모른다. 그때 뽈로는 나에게 신비한 세계로의 초대라기보다는 스릴 있는 작당쯤 이었으니까

그러나, 난 아직도 그들이 그렇게 부르짓던 죄악보다 더 큰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내가 걸린 진짜 병은 암암리에 나에게 전이된 여성비하와 하대였다. 그들이 머리에 핏대 올려 말했던 병이 아니었다. 뼛속까지 각인된 잘못된 인간에 대한 평가가 문제였던 거다.

어차피 너도 좋아질 거야,
봐, 너도 흥분하잖아,
어쭈, 당하면서 흥분하기는… 여자는 어쩔 수 없다니까…
성을 강제하고 강제된 성을 매매하는 것을 당연한 필요악쯤으로 인식하는 사회.
여자는 참을 수 있지만 남자의 성욕은 참을 수 없는 그 무언가로 비화하는 그릇된 상식.
그리고 그게 성의 착취 버릇 때문에 그렇게 느낄 뿐이라는 걸 절대 이해 안하는 사람들….

포르노의 진짜 무서움은 유사범죄의 가능성에 있는 게 아니라 포르노에 내포된 은밀한 여성비하와 착취, 그리고 정당화된 성폭력에 있었다. 내가 훗날 머리 굵어지면서도 노력하고 노력하고 아직도 그 잔재를 씻기 위해 노력해도 힘든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리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영진공 그럴껄

“포르노의 진짜 폐해”의 7개의 생각

  1.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은 꼭 포르노가 아니라도 영화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소설같은 문학매체를 따지면 더 많을 지도 모르죠..

    글쎄요. 그게 꼭 포르노의 원죄일까요..??

    더 나아가서 과연 여성을 강간하거나 학대하는 장면의 비디오나? 혹은 문학작품등을 본다고 유사범죄로 나아가는게 맞는것일까요??

    성인들 같은 경우는 어떤가요..

    저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답을 못내겠더군요..

    그렇게 따지면 매일 매일 스트레스 풀려고 보는 액션?? 영화는 뭘까요.. 다른 사람 떄리고 총으로 쏴죽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하물며 애들 보는 만화에도 악당은 후드려 맞는데요.. 이것도 따지고 보면 폭력의 정당화죠..

    악당=맞아야 한다..

    글쎄 잘 모르겠네요..

    1. 글쎄요,
      포르노는 ‘시종일관 초지일관 주구장창 여지없이’ 라는 점에서 기타 문학작품이나 영화들에 비해 원죄가 적용된다고 봅니다.

    2. 시종일관 주구장창??이라..

      포르노도 종류가 많아서 꼭.. 강간만 잇는것도 아니고요..

      야설이라고 해야 되나.. 좀 야한 소설들은 주구장창.. 강간만 합니다.

      주구장창.. 살인만하는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는 아주 흔하고요..

      그게 포르노의 원죄라고 하기에는 앞뒤가 좀 안맞는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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