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 마테바 리볼버를 포함한 여러 총기들


 

 


 


 



 


 


영화 <루퍼>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SF 답지않게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야기도 운명의 갈림길과 삶의 순환, 자기성찰 같은 전통적인 주제이고요.


물론 과학적인 소재를 가지고 원초적이고 정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은 SF 들의 특징이긴 합니다.


 


이런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총들도 고색창연한 것에서부터 새로운 것 까지 고루 섞여 있습니다.


 


우선 젊은 조(조셉고든레빗)과 다른 루퍼들의 활동 무대인 2074년에 루퍼들이 쓰는 주요 화기는 딱 두 가지,


 


하나는 조 같은 짠돌이 루퍼들이 쓰는 블런더부스blunderbuss


 



 


 



 


 


이 총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무기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고작 사정거리가 15m 안팎이지만 15m 이내에서는 매우 강한 위력을 가진 산탄총의 일종이며 이 총이 사정거리 15m 밖에 안된다는 설정은 영화 후반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블런더부스 라는 총 자체는 실총 족보에 없는 물건이지만 1800년대 초기 플린트락 식 총 시절에 같은 이름으로 불리던 총들이 있었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영화에서 나오던 총입니다.


아래 사진 같은 … 용도도 거의 같습니다. 단거리 전용으로 산탄을 넣어서 쓰던 거죠.


 


 



 


 


 


그래도 돈 좀 쓰는 루퍼들은 리볼버를 씁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고색창연하게도 매그넘 리서치사의 BFR 이라는 리볼버인데, 30구경 윈체스터 탄에서부터 500 매그넘 탄까지 다양한 탄을 쓰는 모델들 중에서 45-70 거버먼트 탄을 쓰는 모델을 …


 


 


 



 


Magnum Research BFR – .45-70 Govt’


 


 


 



보통 루퍼들은 검은색 모델을 쓰고


 


 


 



허파에 바람 든 얘는 니켈코팅 된 모델을 쓰고 …


 


 


 


이 45-70 거버먼트 탄이라는 게 자그마치 1873년부터 사용되어온 골동품 중의 골동품탄이죠. 간단히 말해서 서부시대 총에 쓰던 탄약이라는 …


 


흑색화약 시절의 탄이므로 탄피는 무지 크고, 탄두는 굵고 짧습니다. 


 


 


 



가운데가 45-70 거버먼트,


왼쪽이 M-1(소위 에무왕) 개런드에 쓰는 30-06 탄,


맨 오른쪽은 50-90 샤프스 라는데 난 모르는 탄


 


 


 




이 탄을 처음 쓴 총, 스프링필드 모델 1873




 





 장전을 이렇게 하는 …


저 격발장치는 뭐 이게 얼마나 오래된 물건인지를 잘 보여주는 …


 




그런데 그 와중에 잠깐 등장하는 리볼버 권총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마테바 모델 6, 357 매그넘탄 사용, 장탄수 6발


 


 


 



상해에서 막나가던 시절의 조. 머리도 벗겨지기 시작하고 …


그의 손에 들려진 마테바 모델6


 


 


이 총은 아주 특이한 미래적인 총입니다. 리볼버 주제에 반자동 사격이 되는 물건이죠. 


<공각기동대>에서도 잠깐 등장합니다. 반자동 사격이 될 뿐만 아니라 총신이 아래 쪽에 붙어있어서 반동 통제에도 유리하다고 하는데,


 


뭐… 그만큼 비싸고 복잡하고 무거워서 실용성은 별로..


 


 


 



마테바 모델 6의 내부구조


 


 


 


마테바 모델 6의 발사장면, 보시면 발사 후에 해머가 뒤로 코킹되어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리볼버의 상단부가 마치 자동권총처럼 뒤로 후퇴하면서 해머를 코킹해주게 되어있거든요.


 


 



 


 


 


또한 젊은 조와 늙은 조가 한바탕 격돌할 때는 HK 사에서 특수부대를 위해 특별제작한 총, SOCCOM 피스톨이 등장합니다.


 


HK Mk 23 이라고 불리고, 45구경탄 12발이 장전되는 매우 튼튼하고 정밀한 총인데, 그만큼 비싸고 무거워서 특수부대 조차도 잘 안쓰는 총이기도 하죠.


 


 


 


 



HK Mk 23. .45 ACP 탄 사용, 12발 장전


 


 


 



늙은 조의 손에 들린 HK Mk 23


 


 


그 외에 또 비교적 미래적인 총으로는 늙은 조가 루퍼 아지트를 쓸어버릴때 쓰던 P90 이 있습니다. FN 사에서 냉전시대에 후방지원요원들에게 쥐어줄 개인방어무기(PDW) 개념으로 만들었던 총.


 


5.7mm 소구경 고속탄을 써서 관통력은 높으나 반동은 낮고, 장탄수는 50발이나 되서 웬만한 상황에서는 재장전 없이 끝낼 수 있는 총.




 







FN P90, 5.7mm 고속탄, 장탄수 50발



 





이걸 한손에 들고 난사


 


 


 



나중엔 양손에 들고 아킴보 시전 …





 


물론 SMG 계의 대표작인 HK MP5 도 막판에 등장합니다.


 그것도 RAIL 이 장착된 버젼으로.


 


 


 



바로 이거 MP5 Railed 


 


 


그 외에 레인메이커의 엄마 사라(에밀리 블런트)가 농장을 지키기 위해서 쓰는 산탄총은 레밍턴 870, 산탄총 중 가장 흔한 모델의 하나로 장전도 매우 간단하고 흔한 펌프액션 방식입니다.


 


 





 


 






Remington 870, 12게이지 산탄총


 


 


 


 



여기에 사용된 정보와 이미지는 주로 아래 싸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www.imfdb.org/wiki/Looper




 


 


 


영진공 짱가


 


 


 


 


 


 


 


 


 


 


 


 


 


 


 


 


 


 


 


 


 


 


 



 


 


 


 


 

“007 스카이폴”, 밀덕 눈에 비친 007의 무기들



 

 


 


 



 


 


이번에 개봉한 23(+1+1)번째 007 영화, 007 영화 50주년 기념작이기도 <스카이폴>은 고전의 재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20세기에 탄생한 스파이 영화 007 시리즈를 21세기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면서도 이전 007 영화의 전통을 되살린다는 목적에 충실하죠.


 


영화에서 본드가 “내 취미는 부활이여” 라고 웅얼거리는 장면이나, M이 데니슨의 율리시즈를 읊는 장면은 모두 이러한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제임스본드 리부트 3부작의 최종편으로서 적절한 마무리를 짓습니다.


 


“고전의 현대적 재구성”이라는 모토는 영화에 등장하는 장비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악당에 맞서는 본드의 마지막 무기가 고전적인 수평쌍대 라이플과 2차대전 전에 만들어진 PPk 라는 것도, 그가 선택한 차가 65년작 007 영화 <썬더볼>에 등장했던 바로 그 애스턴 마틴 DB5 (번호판도 같음) 라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죠.


 


 


 



숀 코너리와 애스턴 마틴 DB5 번호판 BMT 216A


 


 



바로 그 번호판의 애스턴 마틴 DB 5


 


 



 


 


퀀텀 오브 솔러스 까지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는 애스턴 마틴 DB9 을 타고 다녔죠. 하지만 사실 DB5 가 슬쩍 등장하긴 했습니다. <카지노 로얄>에서 초반 악당에게 카드게임으로 딴 자동차가 DB5 였죠.


 


 


 



요거 번호판은 다르지만… 한바퀴 돌고 제자리에 오자 벙찐 악당 애인


 


 


 


그런 의미에서 <스카이폴>에 등장한 총기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임스본드의 주무장은 고색창연한 PPk/s 2차 대전 전에 월터 사에서 개발한 현대권총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총입니다. 제임스본드 영화에서는 62년작 <닥터 노> 에서부터 007의 무장으로 채용되어왔죠.


 


사용탄은 .380 ACP (9밀리 쇼트, 혹은 9mm kurz라고도 하는) 탄창에는 9발이 장전됩니다. 제임스 본드는 <어나더 데이>에서부터 월터 P99로 무장을 바꾸었으나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부터 다시 PPk 로 회귀했습니다. 전에는 마크 포스터 감독이 그렇게 선택한 거라 생각했는데, 스카이폴을 보니 아마도 이온 프로덕션에서 애초에 이렇게 나갈 계획이었던 듯 …


 


 


 



Walther PPk/s


 


 



21세기에 요런 쪼만한 권총으로 적에게 맞서라니.. 너무한 거 아님?


 


 


 


그래도 그냥 PPk/s 를 주는 건 뭐 좀 심했다 싶었는지 제임스 본드의 손금을 읽어서 안전장치 해제를 하는 첨단(?) PPk/s 를 줍니다.


 


 



애계 … 이게 다여?


 


 



덕분에 본드는 추운 겨울에도 맨손으로 총을 쏴야 하는…ㅋㅋ


물론 영화에서는 이 안전장치가 딱 한번은 제 구실을 하죠.


 


 


 


그리고 이에 맞서는 상대 킬러 패트리스는 완전자동 버젼의 글록을 씁니다. 본드가 쪼마난 PPk 로 따콩 따콩 하는 동안 글록에 드럼탄창을 장전하고 시원하게 쏴 갈기죠.


 


 



이건 한참 도망가다 기차 지붕 위에서. 이때는 30발 짜리 다연발탄창 …


 


 



요것이 완전자동 버젼 글록에 C-mag 드럼탄창을 장착한 모습.


요것은 아마 80연발쯤 될 듯.


 


 


 


근데 영화에서는 드럼이 하나짜리였는지 둘이였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는.. 드럼 하나짜리 다연발 탄창도 있습니다. 아래는 콜트 45 용이지만 9mm 글록 용도 있을 듯.


 


 



드럼탄창을 다 갈긴 다음에는 30연발짜리 다연발 탄창을 쓰고


 


 



 


그 다음에는 일반 탄창을 쓰더군요.


 


 


 


당연하죠. 드럼탄창은 장탄수는 많아도 하나 이상 들고 다니긴 거추장스럽고 기민하게 움직이려면 30연발 탄창을 쓰는게 적절. 그러니까 차로 다닐 때는 드럼탄창을 휴대하고 오토바이 타거나 맨 몸으로 뛰어 다녀야 하는 시점에는 다연발 탄창을 휴대하는 거죠.


 


그 외에도 글록은 여기저기서 사용됩니다.


 


 


 



 


Glock 17, 9mm Para, 17발 장전


 


 



실바(하비에르 바르뎀)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할 때도


 


 



말로리(랄프 파인즈)가 반격하는 총도 글록.


 


 


이유는 뭐, 요즘 가장 많이 보급된 가장 무난한 총이니까요.


 


그리고 이브(나오미 해리스)는 부무장은 역시 본드와 같은 PPk/s를 소총은 올림픽 암스 사에서 M-16을 아주 짧게 변형한 모델인 K23B를 씁니다.


 


 


 


 



 


아마 이 총의 총신 길이가 10인치가 안될텐데. 그럼 이건 뭐 그냥 난사용 무기…


 


 


 



근데 거기에 광학조준기를 장착해서


 


 



이 거리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향해 저격을…


애초에 누구 하나라도 맞춘게 대단한 거임


 


 


그리고 마지막 악당들과의 대 결전을 벌일 때 본드가 손에 쥔 것은 ‘앤더슨 휠러’ 라는 영국 수제 사냥총 회사에서 만든 수평쌍대 라이플로 사용탄은 자그마치 .500 니트로 익스프레스.


 


이런 수제 사냥총은 가격이 어마어마 합니다. 기본이 수백만원, 비싼 거는 수천만원이 넘죠. 이런 총을 보유한 집은 보통 집이 아닙니다. 지방 토호, 유지 쯤은 되어야 한다는 … 그리고 사용탄도 흑색화약 시절에 기원을 둔 전통있는 탄으로(어쨌든 이 영화는 전통 빼면 시체) 탄 위력 자체는 2차 대전 중 M1 소총에 사용된 30-06 탄과 비슷하다는군요.


 


하지만 탄두가 12.7 밀리로 굵기 때문에(참고로 M-2 중기관총에 쓰는 50구경탄이 12.7mm) 근거리에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듯 … (처음에는 니트로 익스프레스라고 해서 .600 이나 .700 을 떠올리고 엄청난 위력이라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님)


 


 


 



 


 


 


어쨌든 이 총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는 제임스본드가 <카지노 로열>에서 베스퍼가 추정했던 것 처럼 노동자 계층 출신 고아가 아니라 더 귀한 집 자식임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뭐 관객들은 이 총 아니더라도 충분히 제임스본드의 집안 내력을 추정할 수 있을테지만요.


 


 


 



Anderson Wheeler Double Rifle chambered in .500 Nitro Express.


 


 


 



시원하게 두방!!


 


 


 


그리고 나중에는 악당들이 들고 온 HK 416을 들고 싸웁니다. 독일의 총기회사 Heckler & Koch 사에서 M-16을 가스피스톤 작동식으로 변형한 모델이죠. 요즘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는…


 


 


 


 



 


HK 416, 5.56 NATO, 30발 장전


 


 



 


 


 


그 외에 상하이 장면에서 등장한 저격소총은 실총 족보에는 없는 물건이라고 합니다. 뭐 자칼의 날에 등장하는 총처럼 휴대성과 총이라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수제작한 모델이라고 보면 될 듯 …


 


 



 


 



모양은 AI 사의 저격총 변형 같은데,


탄창으로 보이는 부품이 두개라는 게 이상함.


하나는 소총탄창, 다른 하나는 SMG 탄창처럼 보임 …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물과 무관한 물건


 


 


 


아, 영화에서는 본드에게 월터 P99 를 쥐어줄 생각도 했던 모양입니다.


본드가 P99 를 쓰는 장면도 있긴 하다더군요. 아마 실바의 아지트에서 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 영화에는 이런 장면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니 중간에 싹 편집한 듯.


 


 




 


끝.


 


 


스카이폴 등장 총에 관한 사진은 모두 IMFDB 에서 참고했습니다. http://www.imfdb.org/wiki/Skyfall

 


 


영진공 짱가


 


 


 


 


 


 


 


 


 


 


 


 


 


 


 


 


 


 


 


 


 


 


 


 


 


 


 


 


 

“아저씨”, 글록과 USP 그리고 VP70









 


 



 


 



이야기 전체는 마약과 장기매매, 아동매매로 구성 된데다, 장면들은 잔인무도한 칼부림과 피튀기는 총질로 점철된, 악랄함의 끝을 향해 달리는 영화라 해도 …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여성관객들이 뿅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 <아저씨>.




이 영화는 총기 액션만으로 따져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그 총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느냐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영화에서 총을 소품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잘 다듬어져있다. 이 영화 전체가 과장하지 않고 관객보다 먼저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연출을 지향하는데, 총기 액션 역시 그렇다. 필요한 순간에 아주 짧게 총이 등장하며 등장할 때마다 총은 새로운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 각각의 연출 효과는 매우 좋다.




이 영화에서 총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보자.


주인공과 맞선 킬러가 느닷없이 뽑아든 권총은 주인공이 아닌 의외의 인물을 향해 발사된다. 그것을 통해 적이 노리는 것은 겉보기보다 더 복잡할 것임을 암시한다. 게다가 그 총에는 소음기까지 장착되어 있다. 이들은 생각없이 총질하는 놈들이 아닌 거다. 즉,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주인공이 속을 알 수 없는 강력한 놈들과 대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장면이 없어서 나중에 나이트 화장실 장면을 … 




 


두 번째는 주인공의 목표 추구를 1차로 좌절시키는 소도구로 등장한다. 역시 앞서와 마찬가지로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이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사용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언제나 주인공에게 단번에 목표달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한번은 실패해야 한다. 그 실패를 통해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주인공이 극복할 장애물을 제공한다.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주인공은 주인공의 자격을 인정받는다.






 



권총을 들고 싸우다니 반칙이야! … 넌 얼굴이 반칙이야!






 



또 보자. 쉐리야 … 인사를 건네는 람로완. 






세 번째는 주인공이 손에 넣은 권총이다. 총은 야구글러브에 무심하게 꽂혀있고, 여러 개의 예비탄창까지 곁에 놓여있다. 주인공은 이 총을 들어서 의외의 방식으로 점검을 한다. 소품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주인공의 개성과, 그 개성이 형성될 만큼의 과거사를 암시하는 거다. 역시 이 친구도 총을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는 친구고, 이제 본격적인 2차 시기를 시작할 것이라는 암시다. (그 방식이 얼마나 쓸만한 지는 논외다. 일반 관객이 그걸 어찌 알겠나. 그냥 너무 말 안되지 않는 선에서 뭔가 남들과는 다르다 싶으면 되는거다)




 





낯선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조합.


글러브와 권총. 그리고 탄창 … 자그마치 5개.

좋은 친구를 두었어 …







낯선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행동. 난 총을 간 볼 때도 남들과는 다르게! 








네 번째는 드디어 주인공이 총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총은 3단계를 거쳐 등장한다. 1단계, 총성이 울린다. 어? 여기서 왜 총소리가 들리지? 싶은 표정으로 기어나온 악당들을 향해, 폐건물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다시 섬광이 번쩍인다. 2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허겁지겁 도망치는 악당을 향해 총과 사수가 전체 모습을 드러내며 거침없이 접근한다. 단 한발의 총알도 낭비되지 않는다.




 



틀렸으어 … 너는 이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으어 …






다섯번째는 지금까지 긴장을 쌓아온 두 총의 대결이다. 자기들이 주인공을 처단할 사냥꾼이라고 착각하며 여유를 부리던 악당들, 자기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들에게 주인공이 차분하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거의 정확히 표적들을 쓰러트리는 동안, 킬러의 총이 응사를 하고, 둘의 교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총격전은 곧 단도를 사용하는 백병전으로 바뀐다. 그리고 킬러와 주인공의 결전이 이어진다.




 



내 총은 졸라 자비심 없음






그리고 마지막은 악당 최종보스 사냥이다. 방탄유리 설정이 만든 상황전환과 다시 그 방탄유리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복수를 끝내고 텅빈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주인공의 관자놀이에 권총이 접촉한 이후, 총은 퇴장하고 이야기는 멜로로 돌아간다. 간단히 말해,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범이다.


 






이 장면을 보며 총덕들은 글록19는 장탄수 15발인데,


차태식이는 17발을 쐈다고 딴지를 검,


사실 진짜 딴지 걸 거는 저렇게 가까이 들이대고 쏘면 잼 나기 딱 좋다는 거.


그리고 아무리 방탄차라도 저 정도 방탄이라면,


같은 곳에 한 3발 정도만 쏘면 충분히 뚫린다는 거.













 

 


 








 




글록은 구경만 같으면 풀사이즈 권총이나 컴팩트 모델이나 다 탄창이 호환됨.


물론 긴 총에 짧은 탄창은 안됨.


고로 글록19에 (17발 장전되는) 글록17 탄창을 넣고 쐇다고 할 수도 있음. 


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감독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고 봐도 됨. 




 


이 영화에서 등장한 권총은 두 종류다. 하나는 킬러 람로완이 사용하는 USP SD(소음기 장착형), 다른 하나는 차태식(원빈)이 사용하는 글록19. 영화에서 둘의 인연만큼이나 이 두 권총의 인연도 복잡하다.




 


 



요놈이 USP. 영화에 나온 거는 소음기가 장착되어 있었으니,


이렇게 총구 부분이 삐죽 튀어나와있는 SD 형이어야 하나






 



정작 영화에서는 소음기 없을 때 저렇게 밋밋하다는 …


뭐 소음기 있을때와 없을 때에 따라 총열도 바꾸나부지…


근데 총구가 뭐 저리 찌그러졌어?








 



그리고 이것이 차태식(원빈)이 주문한, 10핀(발) 넘게 들어가는 반자동, 글록 19.


탄창에 15발 장전됨. 






다른 포스트 에서도 썼듯, 글록은 권총업계에 플라스틱 바람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총과는 전혀 무관한 플라스틱 소재 공구를 만들던 회사에서 어느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낸 권총. 등장하자마자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스트리아 제식권총 자리를 꿰어찬 강자. 그 이후 미국에 상륙해서는 사법기관용 권총시장의 60% 이상을 잠식해버린 괴물. 




초소형 컴팩트 모델에서부터 글록19가 포함된 서브컴팩트 모델, 그리고 풀사이즈와 롱사이즈, 심지어는 완전자동 모델까지. 권총으로 가능한 모든 모델을 오로지 단일한 구조만으로 커버한 완벽한 녀석. 당시에는 보기드문 작동방식과 구조로 최고의 생산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권총업계의 가격파괴까지 앞장선 무서운 놈. 고장안나고, 가볍고, 튼튼하고, 안전하며, 조작과 분해도 엄청 쉽고 단순한, 권총의 상식을 깬 완전체.




HK의 USP는 어떤 면에서 글록의 플라스틱 바람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물건이다. 글록처럼 플라스틱 프레임을 썼지만, 작동방식은 전통적인 더블/싱글액션 해머 방식을 사용했다. USP는 프레임에 악세사리 장착을 위한 홈을 파 놓은 최초의 권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홈이 좀 애매하다는 게 문제. 글록이 또 이 부분에 영향을 받아 2세대 제품 부터는 아예 프레임에 피카티니 레일 규격의 홈을 파게 된다. 실제 총의 세계에서도 영화 <아저씨>에서 처럼 둘의 인연이 깊은 셈이다.


 


그런데 사실 글록과 USP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록의 혁명적 컨셉인 플라스틱 프레임이 사실은 HK 집안의 잊혀진 존재, VP70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요놈이 VP70






이 총은 원래 소련연합군(바르샤바조약군)이 유럽을 침공할 경우를 대비해, 레지스탕스들이 쓸 수 있도록 전 유럽 비밀창고들에 저장해둘 목적으로 주문받은 물건이다. 2차 대전때 제작했으나 (너무 후져서) 쓰지는 못했던 권총, 리버레이터(Liberator) 나 단순한 구조로 싸게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했던 스텐(Sten)에 상응하는 프로젝트였다. 












 




 





 





리버레이터. 공장에서 만드는데 한 정당 6.6초가 걸렸다는 초간단 권총.

강선도, 탄창도, 해머도 없는 총.









 



한발 쏘고 재장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총 한자루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긴 유일한 권총




 



 


 



요놈은 스텐. 2차 대전 중 무기부족에 시달리던 영국을 구한 SMG






그 목적에 걸맞게 요구사항은 이런 것들이었다. 전투용 9밀리를 쓸 수 있되 아주 단순해서 절대 고장날 일이 없을 것. 장탄수는 최대한도로, 완전자동도 가능해서 SMG 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그리고 대량생산이 아니면서도 값싸게 제작해 보급할 수 있을 것. 이 목적에 맞는 구조의 권총을 만들기 위해서 HK는 단순블로우백 구조를 사용하고, 개머리판을 장착하면 3점사가 가능할 수 있게 만들어 SMG 대용으로서의 기능도 확보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VP70.




 




 



엄청 단순한 구조. 딱총이나 다를 바 없음.






 



총 본체보다 개머리판이 더 복잡한 총.


개머리판을 붙이면 3점사 되는 기관단총으로 변신.


저 개머리판은 홀스터(총집) 역할도 함






문제는 너무 단순하다보니 조작하기가 열라 불편했다는 점. 슬라이드를 뒤로 당겨 장전하기도 빡세고, 방아쇠 압력이 너무 높아서 정밀한 조준사격에도 안어울리고, 오로지 당시 권총 중에서 가장 장탄수가 많다는 점(18발)과 무지막지하게 튼튼하다는 점만 인정할 수 있는 총.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VP가 플라스틱 프레임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HK 입장에선 제조비 절감, 무게 절감 때문이었다. 최초의 플라스틱 권총은 그러니까 글록이 아니라 이 VP70이며, 글록도 같은 이유로 플라스틱 프레임을 채용한 것이다. 실제로 글록은 플라스틱 프레임을 설계할 때 VP70의 구조를 많이 참고했다. 당연하다. 그 이전까지 플라스틱 프레임 권총은 오로지 VP70 뿐이었으니.


 


결국 HK는 VP70을 만들었고, 이걸 참고해서 글록이 만들어졌으며, 그걸 참고해서 다시 HK가 USP를 만들었다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이어진 것이다. 









VP70은 영화 <에일리언2>에 등장했음. 








HK USP (9mm 버전)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748 g (빈총)


③ 길이: 19.4 cm


④ 총열: 10.8 cm


⑤ 장탄수: 15발 + 1


⑥ 방식: 반자동


⑦ 출현영화: 미션임파시블 시리즈, 콜레트럴(45구경 버젼), 그외 웬만한 영화


 


Glock 19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595 g (빈총)


③ 길이: 17.4 cm


④ 총열: 10.2 cm


⑤ 장탄수: 15발 + 1


⑥ 방식: 반자동


⑦ 출현영화: 아메리칸사이코, 하드타겟, 미스터미세스스미스, 신시티, 본아이덴티티 등 웬만한 영화


 


HK VP70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820 g (빈총)


③ 길이: 20.4 cm


④ 총열: 11.6 cm


⑤ 장탄수: 18발 + 1


⑥ 방식: 반자동/3점사(개머리판 부착시 선택가능)


⑦ 출현영화: 에일리언2, 레니게이드, 페이백 등




영진공 짱가






































































“더 락(The Rock)”, 소품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




영화에는 여러 가지 소품이 등장합니다. 소품은 영화 전체의 맥락과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눈 좋은 관객들도 그걸 알아차립니다. 사실 소품으로 분위기를 내는 건 영화만의 일은 아닙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면 이 양반은 주인공이 뭘 입고 뭘 신고 뭘 만들어먹는지를 꼼꼼히 서술해 놓고 있죠. 입는 옷이나 가방의 브랜드까지도 써놓습니다. 저 같이 그런 거에 무딘 사람도 그걸 읽으면 이 사람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기술방식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 놓습니다.

헐리웃 영화에서 뉴욕이나 LA도 하나의 거대한 소품이죠.(다이하드3 에서)

그러니까 영화에 뭐가 등장하는지, 주인공이 뭘 입고 어디서 뭘 먹고 무슨 차를 타는지는 매우 중요한 연출 요소입니다. 액션 영화에서는 총도 바로 그런 중요한 소품 중에 하나죠.

『미션임파서블3』에서도 총이 한 시퀀스에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간신히 오웬 데비언을 붙잡아서 호송하던 이단 헌트 일행은 체서피크만의 긴 다리 위에서 데비언 일파가 조종하는 무인기(UAV)의 습격을 받습니다. 무인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차는 뒤집어지고 아수라장이 벌어진 와중에 오웬데비언은 호송차에서 빠져나와 유유히 헬기에 올라타려 하지요.

그걸 본 이단 헌트는 뒤집어진 자동차에서 총(독일군 제식소총인 G36이죠)이 담긴 가방을 간신히 꺼내는데 열어보니 이 총이 분해된 상태네요 …

이런 무인기 '글로벌 호크' 쯤 되면 그 정도 공습도 가능하겠죠 ...

사실 정밀 저격총도 아니고 G36같은 일반적인 소총을 분해해서 넣고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PSG1 같은 2만불 짜리 저격총도 전용 가방에 통짜 그대로 들어갑니다. 게다가 이 G36 소총은 개머리판까지 접어지기 때문에 공간절약을 위해서라는 핑계도 안먹히죠.

근데 뭐하러 IMF 애들은 총을 분해해서 넣고 다닌 걸까요? 오로지 아찔아찔함을 연출하기 위해서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습니다. 안 그래도 일 초가 급박한 상황에 총까지 세 토막 나 있으니 관객들은 더 조마조마합니다. 빨리 조립해야 하는 주인공의 입장에 감정이입 하는 거죠.

갈길이 바쁜데 별게 다 걸리적 거리네 ...

조립 다 했다!!!


영화 『더 록』(The Rock)을 살펴보자면,
저는 이 영화의 매력은 거의 소품 덕이라고 봅니다. 광고감독 출신인 “마이클 베이”의 현란하고 속도감있는 연출도 나쁘진 않았지만, “숀 코너리”와 “에드 해리스”라는 두 중량급 배우가 만드는 무게감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참 어설픈 본색을 드러내고 말았을 겁니다.

이 영화, 스토리도 빈틈이 많고, 중간에 액션도 적고(의외로 이 영화에 액션장면이 적어요), 감옥 내부 묘사도 상당히 엉성하거든요.


숀 코네리와 에드 해리스, 이 둘은 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소품 입니다.마이클 베이는 이런 배우 소품이 없으면 참 얄팍해지더라는....

여튼 이 영화에서 허멜 장군 역의 “에드 해리스”는 미국을 위해 죽어간 자기 부하들이 미국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책임감을 느끼고, 군상층부의 반성을 요구하기 위해 신경가스를 탈취해서 미국에 테러위협을 가합니다. 그는 알카트래즈 섬을 점령하고 관광객들을 인질로 삼은 뒤, 전사한 부하들의 명예회복과 응분의 보상금을 주지 않으면 인구밀집지역에 신경가스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협박하죠.

그래서 감옥에서 수십년 썩은 노친네 “숀 코너리”와 화학자 FBI요원 “니콜라스 케이지”가 특파되고 …… 결국 이들의 활약으로 미사일은 하나하나 제거되는 와중에 허멜은 자신의 협박 앞에 묵묵부답인 미국방성의 반응에 당황하지만, 미사일을 정말 쏴야 한다는 부하들의 요구를 거절합니다.

그래서 결국 부하들은 하극상을 일으키는데, 부하들의 반란을 예감한 허멜은 미리 Colt .45를 허리춤 뒤에 감춥니다. 그리고 돈에 눈이 먼 부하들이 허멜에게 신경가스 미사일을 발사하라고 베레타 M92FS 를 겨눌 때, 그들의 미간에다 콜트 .45를 겨누죠.

니들이 감히 하극상을 일으켜?

왜 해리스는 남들이 다 새 권총으로 바꿀 때 여전히 구닥다리 콜트를 계속 가지고 있었을까요? 그냥 구닥다리도 아닙니다. 빤질빤질한게 예전 지급품을 계속 쓴다기 보다는 새로 하나 따로 장만한 모양새죠.

그 당시에는 이미 군의 제식권총은 베레타 M92F 로 바뀐 다음입니다. 그럼 그는 신형제식 권총이 지급된 다음에 일부러 예전에 쓰던 콜트45를 다시 구입해서 들고다녔다는 얘깁니다. 총알보급도 받기 귀찮은(베레타는 9mm 탄을 쓰고 콜트는 .45 구경탄을 씁니다. 권총이 바뀐 이후 군대 내에서 45구경탄은 사실상 쓸데가 없어졌으니 그만큼 보급도 희귀해지겠죠) 총을 계속 쓰고 있다는 거죠. 뭐 총알보급이야 부관이 좀 고생하면 되고, 하니까 그저 장군의 사치심이 발현된걸까요? 왜 그랬을까요?

이 장면은 총기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그냥 “어, 둘이 쓰는 권총이 다르네?” 혹은 “역시 멋진 주인공은 권총도 뭔가 다르군~” 정도로 넘어갔을 문제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장면은 총기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스토리와 이미지를 결정짓는 역할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영화에 등장하는 사소한 총기류에 대해서도 “많이 알수록 많이 보게 된다”는 경험의 규칙은 예외 없이 들어맞는 것이죠.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많이 앎으로서 영화를 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고, 엉터리와 진짜를 구분함으로써 뭐가 진품인지 감별할 수 있는 기준을 하나 더 제공하고 싶거든요. 관객들의 눈이 높아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 영화의 총기 고증은 맨날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요.

베레타 ...



베레타는 15연발 탄창과, 각종 안전장치를 장비한데다, 우아한 곡선미까지 가지고 있어 멋과 기능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칭찬받던 총입니다. 적어도 80년대 당시에는 이 총 참 멋졌습니다. 하지만, 이 총은 미국제가 아닙니다. 이탈리아제죠. 더구나 베레타가 사용하는 9mm탄이 뭡니까. 바로 미국의 적이었던 독일군이 루거 권총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던 파라블럼탄이 아니겠습니까.

반면에 콜트 .45는 비록 7발밖에 장전할 수 없고, 안전장치도 부실해서 잘못 다루면 위험한 구닥다리죠. 그러나 이 콜트는 1911년부터 미군제식 권총으로 채용된 이후,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터에서 변함없이 60여년간 미군과 동고동락을 함께 해온, 미군의 역사와 전통을 의미하는 총이죠.

콜트 45

그러니까 이 장면에서 해리스가 든 콜트와 부하들이 든 베레타는 단순한 권총이 아니라 두 집단이 가진 철학을 반영하는 상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멜 장군은 비록 인질범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그 바탕에는 미군 본연의 정신에서 벗어나버린 미군에게 반성을 촉구하려는 충성심이 있었다는 거죠. 즉, 허멜은 여전히 미국 군인입니다.

반면에 그의 부하들은 허멜이 내세운 막대한 보상금 때문에 그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미군의 정신 따위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단지 돈을 벌수 있으니까 뭐든 하는 것이죠.

장군님 돈 줘여 ....


이런 배치를 하려면 소품 담당자가 총기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총기와 군장 관련 고증 수준이 이전의 영화들과 비교할 수 없이 좋습니다. 영화를 보면 초반부에는 주인공들의 군복 색이 제각각입니다. 누런 옷, 국방색 옷 … 철모도 없는 자가 부지기수고 말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군인들의 복장이 통일되고 제대로 갖추어집니다. 이건 전쟁 초반에 보급품도 제대로 받지 못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미군과 유엔의 지원을 받아 제모습을 갖춰가던 남한군의 상황을 적절히 반영한 소품 배치죠. 물론 총들도 거의 무리없이 사용되었구요.


군복 뿐만 아니라 자세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숙련도 차이가 보입니다

이렇게 소품활용의 수준이 높아진 배후에는 “김세랑”이라는 군장전문가가 영화의 고증을 담당했던 덕이 큽니다. 처음에는 ‘6.25때 군복이 다 거기서 거기지 …’ 라는 태도를 보이던 영화스탭들에게 당시의 군복이 시기별로 어떻게 달랐는지를 직접 보여주며(그는 온갖 진품 군복을 소장하고 있죠) 설득해서 그런 차이를 만들어냈던 것이죠.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영화에 제작비 투입할때, 스크립트 닥터와 고증 전문가에게 돈 좀 더 쓰시라는 겁니다. 그래야 오랫동안 먹히는 영화가 만들어지니까요.

영진공 짱가

“니키타”와 데저트이글



세익스피어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궤를 같이하는 영화(혹은 소설)로는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마이페어레이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남자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행태를 하던 여자를 조련(?)해서 각광받는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게 만든다는 이야기 골격을 공유하지요.

이런 이야기는 지극히 남성우위적인 이야기이면서 또한 수많은 남자들의 판타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됩니다. 그 중에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같은 영화는 히스레져의 유작이기 때문에라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죠.

이번에 다룰 영화 <니키타>도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아주 괴상한 변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괄량이를 양가집 규수로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형 판결난 경찰살해범 소녀를 인간병기로 길들인다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 골격은 결국 ‘조련하기’ 니까요.



조련 전: 막나가는 범죄녀


조련 후: 고뇌하는 살인녀

1990년에 뤽 베송이 만든 이 영화 <니키타>는 당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에서 캐릭터의 변화는 일종의 반전거울상 같은 경로를 따라갑니다. 범죄소녀 시절의 니키타는 여성미도 없고 그저 동물적인 본능에만 의존하는 괴물이죠. 하지만 그녀가 혹독한 훈련을 거쳐 킬러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성적인 자각도 같이 생겨납니다.

그 전에는 아무 자각 없이 사람을 죽이던 여자가 아예 킬러로 훈련받으면서 오히려 고뇌하고 사랑에 흔들리는 여자가 되어가는 거죠. 킬러 훈련소의 냉혹하고 비정한 논리 속에서 니키타의 인간성이 깨어나다니 … 참으로 아이러니한 전개인데, 그게 또 나름 설득력이 있더란 말이죠.

그 미묘한 부조화가 이 영화의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대 성공을 거두어 니키타 역을 맡았던 안느 빠릴로(당시 뤽 베송의 마눌이기도 했던)를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줬으며, 조련사 역을 맡은 체키 카리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죠.

그러나 <니키타>에 이런 것들만 있다면 이 총과 영화 코너에서 특별히 다룰 필요가 없겠죠. 이 영화의 명장면인 다음 클립에서 이 포스트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기본 훈련을 훌륭하게 이수한 니키타를 훈련담당관 밥(체키 카리오)가 졸업축하를 하자며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것도 꽤나 멋진 드레스를 입히고 예쁘게 단장을 해서 말이죠. 범죄소녀 시절에 구경도 하지 못했던 고급레스토랑의 분위기와 밥의 친절한 서빙에 철없이 들뜬 니키타. 그녀에게 밥은 선물이라며 큼직한 박스를 건넵니다. 아니 선물까지!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감싸쥐고 기뻐하며 선물을 열어보니 … 아, 거기에는 탄창이 결합된 데저트이글 한자루와 예비탄창이 들어있네요.

니키타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여기서는 모든 것이 훈련이고 작전이며 조직의 계획의 일환임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죠. 킬러 훈련소의 졸업식은 암살임무의 수행이었던 것입니다. 오늘 레스토랑에 온 목적은 자신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 위함이며, 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 해야 자신이 죽지않고 살아서 킬러요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예비탄창은 가슴골에 집어넣고 권총을 들고 타겟에게 다가갑니다.

지시대로 타겟에게 2발을 쏜 그녀는 밥이 알려준 대로 남자화장실에 있는 탈출구를 찾았으나 젠장. 거기는 탈출구는 커녕 꽉 막힌 벽만 있군요.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대피해서 들이닥친 경호원들과 한바탕 총격전을 치릅니다. 여기서 데저트 이글의 강력한 위력을 묘사하기 위해서 니키타가 쏜 데저트이글의 탄환의 시점으로 찍은 타격 장면. 탄이 날아가서 벽을 관통해서 경호원을 쓰러트리는 그 장면은 이후 여러 영화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데저트이글 한 방 먹어랏!!!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이것이 데저트 이글



내부에는 M16 처럼 가스압작동식 회전노리쇠가 …

실제로 1982년에 이스라엘의 IMI 사에서 만든 이 가스압 작동식 자동권총, 데저트 이글은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가장 강력한 자동권총입니다.

크게 3가지 기본형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위력이 약한 것이 .357 매그넘탄을 사용하는 버전이고 그 다음으로 강력한 것이 (더티해리가 애용하는) .44 구경 매그넘탄 버전, 그리고 .44 매그넘 보다도 한 30% 쯤 더 위력이 강한(.357 매그넘에 비하면 2배 쎈) .50 액션익스프레스 탄을 사용하는 버전이 있습니다.

탄창 용량은 .357 매그넘이 9발, .44 매그넘이 8발, .50 액션익스프레스가 7발입니다. 탄이 굵고 셀수록 탄창에 장전가능한 양은 줄어드는 거죠. 참고로, 니키타에서 사용한 데저트이글은 탄창용량으로 봐서는 아마도 .357 매그넘 버젼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권총은 리볼버용 매그넘탄을 사용하면서도 탄창 설계를 잘해서 송탄불량이 적고(오토매그는 이 송탄불량 부분에서 망했죠), 작동방식도 M16 처럼 가스압으로 작동하는 회전노리쇠 방식을 사용해서 강력한 탄약의 위력을 적절히 통제해주며, 총열이 튼튼히 고정된 방식이라 명중률도 매우 높으니 여러모로 최강의 자동권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해방법도 단순하고, 분해하면 총열과 노리쇠를 쉽게 교체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최근 모델은 총 한자루에 3가지 버전의 총열과 노리쇠, 탄창을 같이 제공해서 위의 세 가지 탄 중에 아무거나 맞춰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가지 총열과 노리쇠 구성으로 여러분을 찾아뵙습니다. 이런 구성! 전무후무하죠?



장총신 총열에 스코프를 붙이면 장거리 사격이나 사냥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총열도 장거리 사격경기용의 긴 총열로 쉽게 교체할 수도 있고요.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해주시는 덕분에 인지도도 높은데다가, 이렇게 실용성도 겸비해주신 덕분에 민간 총기시장에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꽤 인기가 있습니다. 민간 사격경기에서도 데저트이글은 특유의 정밀도와 장거리 사격능력으로 꽤나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 군용으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값비싼데다 무겁고(2kg), 장탄수는 적고, 반동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죠.

영화 이야기를 계속 하자면, 데저트 이글이 처음 소개된 영화는 미키 루크가 주연한 <이어 오브 더 드래곤>이라는 영화라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관객들에게 데저트 이글의 이미지를 깊게 남긴 영화는 바로 이 <니키타> 였습니다. 하늘하늘한 미니 드레스를 입은 가냘픈 여자가 거대한 자동권총인 데저트이글을 들고 주방 싱크대 뒤에 웅크리고 앉은 모습은 니키타를 대표하는 이미지였고, 동시에 많은 총덕 영화관객들에게 데저트이글의 인상을 깊이 남기는 장면이 되었던 것이죠.

그 이후 데저트 이글은 액션영화라면 개나 소나 등장시키는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총격액션물 <쉬리>에서 뜬금없이 북한 공작원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것도 아마 <니키타>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최근에 <아이리스>에서 탑 군이 데저트 이글을 들고 나온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니키타> 덕분이겠죠.


바로 이 이미지.


요 장면 구도는 이후 터미네이터2 에서 사라코너가 재현.

참고로 1993년에 헐리웃에서 이 <니키타>를 브리짓 폰다 주연으로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암호명 니나>라는 영화였는데, 결과는 시망 … 뭐 후진 연출 탓도 있었겠지만 리메이크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데저트 이글을 안쓰고 이상한 소구경 스포츠권총을 쥐어줬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코드네임 니나, 어쌔신, 혹은 포인트 오브 노 리턴 이라는 제목도 있지만 다 망했어요 …

그렇게 망하고도 아쉬움이 남았는지, 한참 후인 1997년에는 TV 시리즈로도 나왔습니다. 페타 윌슨이라는 모델 출신 여주인공이 니키타 역할을 맡았죠. 나름 원작의 분위기를 잘 유지한 작품이긴 했는데, 스타일이 좀 약했다고나 할까요.


 



페타 윌슨 버젼의 니키타

덧붙여, <니키타> 이전에 데저트 이글이 등장한 흥미로운 영화 중에는 1988년에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주연한 <레드 히트>가 있습니다. 소련에서 미국으로 탈주한 범죄자를 쫒아 미국까지 달려온 군 수사관 당코 대령역의 아놀드 슈왈제네거. 그가 소련에서 만든 세계 최강의 자동권총이라며 들고 온 표드비린 이라는 권총이 사실은 독일/소련 풍으로 살짝 화장을 바꾼 데저트 이글이었죠.

사진을 보면 그립은 월터 P38 과 비슷한 분위기로 바꾸고 방아쇠 그립을 둥글게 하고, 총열을 조금 늘린 버전으로 교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총은 실제 총을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뭔가 소련 군인의 강력함을 어필할 소품을 필요로 하던 헐리웃 영화제작진이 만들어낸 가상의 권총 되겠습니다.

실제 당시 소련군은 탄의 위력만 따지면 서방의 9밀리 자동권총에도 못미치는 마카로프 권총을 제식으로 사용하고 있었죠. 이렇듯 데저트 이글을 데저트 이글이라 부르지 못하던 서러운 시절도 있었는데, 그후로 단 2년 만에 스타가 되다니, 총의 명성도 운을 따르는 모양입니다.


“레드히트” 포스터 속의 아놀드가 들고 있는 권총은 …



바로 요놈 … 데저트 이글을 요상하게 개조한 놈



이스라엘 국적의 데저트 이글이 어쩌다가 소련 국적이 되었는지 …



쌈마이스러운 다른 포스터도 서비스. 포스터 속의 여자는 바로 지나 거숀!!!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보려면 클릭하세요
니키타 비디오 패키지인 듯 …


 



<니키타>에서 클리너로 나온 장 르노는,

이후 <레옹>에서 비슷한 역할을 다시 맡습니다.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