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무협영화, 그 화려했던 역사의 겉을 핥아보자 [2부]

 

 


 


 


* 1부에서 이어집니다 *


 


 


 



 


 


 


80년도에 하나 챙겨볼 만한 작품은 홍금보의 “인자무적”이다. 성룡에겐 대사형급 선배이고 영화계에도 더 오래 몸 담고 있었지만 좀 늦게야 빛을 보게된 그인데 이 작품 역시 취권스타일의 영화로 여기에서 홍금보는  그 나름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그래도 어쨌든 성룡의 역사는 계속된다. 매년 대표작들이 나오고 더불어 홍콩영화도 번성해 간다. 82년에 “용소야” 83년에 “프로젝트 A”가 나오는데 이 작품은 홍콩 액션영화의 역량이 모두 합쳐진 영화로 성룡, 홍금보, 원표 트리오가 나오고, 그 규모가 당시까지 최대 최고 수준이라고 하겠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고, 한장면 한장면 버릴게 없다.



사실 저 트리오가 합으로 맞춘 복성시리즈가 있지만 거기서는 비중이 대사형 홍금보가 중심이었다면 “프로젝트 A”나 이어지는 “쾌찬차”는 성룡이 중심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여기서 챙겨볼 배우는 역시 해적대장 롤을 맡았던 적위다. 액션 그자체로만 본다면 견자단이란 배우가 나오기전까지는 당연히 적위가 최고였다. 이 영화에서는 트리오를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여유있게 제압하기도 한다.


 


 





 


이 배우가 확실히 각인된 건 2년 뒤에 나오는 양자경의 “예스마담”에서 악당사장의 보디가드로 나와서 멋진 발차기를 보여줄 때이다. 검은 교복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내지르던 그 발차기. 냉혹한 인상으로 악역으로만 다수의 배역을 맡지만 그 존재감은 대단했다.


 


82년에는 최강의 콤비라는 뜻의 영화 “최가박당”도 나오는데, 미스터부 시리즈 허관문의 동생인 허관걸이 나오고 영화 자체는 전형적인 홍콩 액션 모험인데,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다 좋아한다. 물론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데이비드 주커나 웨이언스 형제들의 영화보다 이 시리즈에서 보여주는 패러디의 당혹스러움과 여유있는 비꼼이 훨씬 더 매력있다. 또 82년에는 이연걸의 “소림사”가 나오고, 83년에는 저주받은 걸작인 무협환타지 “서극의 촉산”이 탄생한다.


 


좋은 액션 배우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사람 더 이야기하자면 84년작 “쾌찬차”의 베니 유키테즈가 있다. 킥복싱 챔피온이였던 배우 베니 유키테즈는 이 영화와 “비룡맹장”에서 성룡의 카운터파트로 나오는데 격투장면만 따지고 본다면 성룡과 가장 합이 잘 어울리고 파이팅으로 화려한 상대역이였고 본다.


 


85년으로 넘어가면 성룡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폴리스 스토리”가 나온다. 성룡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고 성룡의 개성이랄수도 있는 건 바로 ‘올바름과 책임감’인데 영화 속의 성룡은 언제나 선하고 착하고 남에게 최선을 다해 배려한다. 악당조차 쉽게 용서하고 끝까지 참고 인내하고 다른이들에게 민폐없이 혼자 해결하려고 한다. 그야말로 고군분투 스타일이다.



그리더가 배신이 끝에 닿을 때가 되어서야 더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한다. 바로 그런 성격에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경찰이겠다. 물론 올바른 의미에서의 경찰인지라 그는 승진이나 권력이나 재물에 관심이 없다. 가족을 사랑하고 여자친구나 동료들을 위해 목숨을 건다. 가난한 서민이나 어린이, 여성들에게 더 없이 친절하다.


 


 




 



그런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 “폴리스 스토리”이고 작품자체의 품위도 높다. 또한 다대일 격투씬의 정수를 보여준 쇼핑몰 장면이나, 폴리스 스토리2에서 어린이 놀이터 장면은 성룡의 열정과 투쟁심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최고의 격투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세번째 걸작으로 추천한다.


 


86년에는 성룡의 행보를 주춤하게 만든 무협걸작이 또 하나 나오는데, 바로 하늘도 총애한다는 주윤발의 “영웅본색”이다. 흘러간 스타 적룡 그리고 차세대 스타 장국영과 함께 주윤발이 타이틀롤을 맡은 “영웅본색”은 다시 설명이 필요없는 20세기 신무협의 총아다.



칼과 창 대신 권총과 기관총을 들고 나타난 이 영웅은, 무협 영웅들이 가진 가치관과 세계관을 그리고 협객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설명한다. 오우삼의 연출테크닉은 홍콩 영화의 연출제작 스타일을 일거에 변혁시켰고, 총격신들의 장면은 이전 영화들이 사람의 몸동작을 넓게 그대로 담아낸 것과는 달리 카메라 앵글과 방향, 움직임에서 무협적 박진감과 극적 긴장감이 현대적 무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어떻게 어우러 지는가를 결정지어 버렸다.



사실 물량과 화력이 아닌 총격장면의 구성 그 자체만으로는 난 아직도 서구영화들이 홍콩영화들을 못 따라가고 있다고 본다. 바바리코트와 권총, 그리고 성냥개비로 기억하는 이 영화의 잔영은 80년 후반을 살던 남성들의 혼을 흔들어 버렸다.



이 영화는 우정과 의리라는, 박물관에나 있을 것같은 인간의 죽어버린 감성에 다시한번 성냥불을 붙혔다. 그리고 그 작은 불은 진정 멋졌다. 그런 의미에서 “영웅본색”을 네번째 걸작으로 추천한다.


 


 



19금 폭력장면 주의

 


 


그러면 우리 성룡은 놀고 있었나? 당연히 아니다.


그해 성룡은 “용형호제”를 내놓는다. 그야말로 글로벌 프로젝트 “용형호제”는 대규모 로케이션과 지나칠 정도의 위험한 스턴트 장면들로 가득한데, 성룡이 이 영화에서 죽을뻔 했던 사고 내용은 유명한 일화이고 “프로젝트 A”에서의 부상과 이 영화의 부상 충격으로 이후 성룡의 영화 제작현장에서는 큰소리로 떠들거나 소음을 내지 않는다고 한다. 옆에서 큰소리로 떠들어도 성룡이 심한 두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세계의 보물을 Get하러 다니는 모험가라는 영화 소재가 매우 좋아서 이후 수많은 시리즈 프로젝트 계획안들이 나왔는데 천하의 성룡도 용형호제 시리즈 연작에는 대단히 조심스러워 했다고 한다. 그래서 2편은 한참 뒤인 90년에야 제작이 됐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역시나 성룡은 시작 전에는 조심스러워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미쳐버리는 구나
라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해 또 재밌는 영화 한 편이 나오는데 홍금보의 “부귀열차”다. 내용은 부자들을 태운 기차를, 자기 고향의 발전을 위해 철로를 폭발시켜 멈추게 하고 그 부자들이 며칠동안 고향마을에 머물게 하려는 홍금보와 마을사람, 기차승객 그리고 그 열차의 부자들의 재물을 노리는 떼강도들이 어우러져 버리는 해프닝인데,


 


재미도 재미지만, 성룡과 성가반을 제외한 당대의 기라성같은 액션배우들과 코믹배우들이 거의 모두 다 나온다. 홍금보, 원표는 물론이고 전설의 스타 왕우가 황비홍의 아버지 황기영으로 나오는 걸 비롯해,


 


 




 


 


적위나 “강시선생”의 임정영, “천녀유혼”의 우마, 한국 출신의 황정리씨, 쿠라타 야스아키 (창천보소), 오오시마 유카리 (대도유가리) , 신시아 로즈록 (나부락), 수많은 악역 고수를 맡았던 종발, 원화 (용쟁호투 격투디자인), 고비, 양사, 맹해 등이 나오고 증지위나 오요한같은 한가락 하는 코미디 배우도 쏟아져 나온다.


 


이 영화 한편으로 홍금보의 영향력과 역량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도 하다.


 


 




 


 


* 3부에서 계속됩니다 *


 


 


영진공 버디


 


 


 


 


 


 


 


 


 


 


 


 


 


 


 


 


 


 


 


 


 


 


 


 


 


 


 


 


 


 

홍콩무협영화, 그 화려했던 역사의 겉을 핥아보자 [1부]


 

 


 


 



 


 



70년대를 기점으로 90년대를 가로지르면서 한국은 경제적 대격변기였고 폭발적 성장기였다. 88올릭픽과 OECD 가입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성장은 소위 “경이로운”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뒤안길에는 누구나 인정하는 저임금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구조속에서 우리 아버지,어머니, 형님, 언니들에게 필요했던건 실현 불가능한 커다란 보상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위로가 되는 즐길거리가 아니었을까.




명절을 맞아 어렵사리 마련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시골집에 가면 어린 조카들이 삼촌과 이모에게 들러 붙었고, 명절 차례 후에는 그놈들을 몰고 읍내 영화관을 찾곤 하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알현할 수 있었던 짜짱면 한 그릇과 식후의 사이다 한 잔은 어찌나 맛이 있던지.


 


먹고 살기 바빠 이번에는 못 내려간다고 전화통에 대고 울먹이던 작은 형들도 명절 오후에는 삼삼오오 모여 단성사 대한극장을 향하곤 했다. 대지나 화양극장도 좋았고, 부산의 태화극장도 좋았다.



 


그 시절의 명절에는 특히나 홍콩영화가 대세 중 대세였다. 그리고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의 명절을 관통한 홍콩영화의 역사에서 정수리에 우뚝 선 영화는 역시 “취권”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취권”을 통한 성룡의 출현은 이소룡이라는 전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이소룡 역시 50 ~ 60년대 쇼브라더스의 무협영웅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외팔이”시리즈의 왕우, “금영자”의 정패패, “돌아온 외팔이”와 “13인의 무사”의 적룡 등의 역사를 이야기 하자면 몇날 몇밤이 지나도 모자랄터이니 언젠가 기회가 되면 시간을 내어 그들의 진면목을 찬찬히 한번 살펴보기로 하겠다.



 


이 시간에는 그저 그 시절의 작품들을 한 번 훑어, 아니 핥아보도록 하자.  그리고 나름 핵심이랄 수 있는 무협무비를 골라보도록 하자.


 


 


 



 



 


 



70-90년대를 관통하는 대명사는 역시 성룡이다. “성룡이영화”라는 말로 대별되는 홍콩 영화의 최대 번성기는 그 이전 쇼브라더스시대의 왕우,정패패,강대위,적룡에서 시작되어 이소룡으로 이어진다.



이소룡의 역사적 출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광란과 흥분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고, 심지어 인종적 자부심마저 심어주기도 했다 -.-


 


1971년, 영국의 식민지 홍콩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아직 서양제국의 힘에 눌려 제대로 기도 못 펴고 살 때, 삼국지의 관우나 조자룡에 비유할 수 있을 진짜 영웅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이소룡”이었다.



용쟁호투의 첫장면에서 이소룡에 쥐어 터지는 대련 상대자로 나온 홍금보나 단역 엑스트라로 출연해 나가 떨어지던 성룡에게 이소룡은 거대한 영웅이었고 이상향이었다. 그는 패배를 몰랐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죽음조차도 그의 기세를 꺽을 수는 없었다.


 


촌동네의 허름한 공장을 배경으로 당산출신의 이 멋진 형님이 악당들을 모두 제압해 버리는 장면을 통해 그를 처음 만난 관객들에게 이소룡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인간의 몸에서 어떻게 저런 동작이 나오고 어찌 저리도 아름답게 힘과 에너지를 표현낼 수 있는지, 보는 이들 모두에게 그건 황홀경이였고 예술이었다.


 


단역이나 tv시리즈를 제외한다면 그가 남긴 단 4편의 전설적 작품 중에서 딱 한 작품만 뽑으라고 한다면 그건 단연 “정무문”이어야 할 것이다. 화면 땟깔 좋고, 스토리텔링의 완성도 높고, 액션 촬영이 튀지않고 안정적인 편이라 액션을 못 따라가는 분들에게도
보기좋을 뿐더러 무엇보다 그 비장미 …… 영화 말미의 그, 영화 역사상 최강의 비장미. 그래서 이 72년도 작품을 우선 강추하는 바이다.


 


73년 이소룡 사망후 홍콩영화계는 아노미와 패닉 그 자체를 보인다.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영화판은 이소룡의 후계자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서 거룡, 당룡,소룡, 대룡 등등 용용용브라더스를 쏟아낸다.


 


 


 



 


 


 


허나 무수히 나섰던 그의 후배들과 아류작들은 그의 그림자조차 흉내내지 못하고 맴돌기만 하였다. 그런 시절이 어언 지나고 70년대 말이 되었을 때 하나의 서광이 비추기 시작한다. 비어진채로 주인을 기다리던 왕좌에 다가섰던 건 바로 78년 “취권”과 “사형도수”의 성룡이었다.


 


79년 추석 서울바닥을 비롯한 전국은 코 큰 중국청년에게 홀랑 빠져든다. 영화 “취권”은 당시 아시아 전체 모든 흥행기록을 다 깼고 그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92만 명 정도의 흥행을 기록했는데 당시의 단일 개봉관 체제에서 한 극장에서만 90여만 명을 동원했던 것이니 이건 그냥 계산상으로봐도 6개월이 넘게 내리 매일 매진행진을 벌인 것이리라. 게다가 지방극장의 기록은 남아있지도 않으니 그 흥행의 역사만으로도 그냥 전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록상으로는 “사형도수” 또는 “사형조수”가 먼저 홍콩현지에서 개봉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어쨌든 78년에 제작된 두 영화는 상호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성장드라마란 점, 코믹한 설정과 액션을 감미했다는 점, 그리고 두 작품의 내용적 규모가 기존의 비장미 가득한 그런 대의명분보다는 작은 정의, 한사람으로서의 바른 삶 등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아마도 제작과정상 서로 보완하고 참고가 되었을 것이다.



특히 “사형도수”의 경우, 그 나름의 진지한 의미는 바로 강자의 영화가 아니라, 가난한 자, 약자, 서민의 영화라는 거다. 주인공 자체가 그런 배경과 계급을 가지고 수모도 받고 서러움도 받는데, 기존의 강인한 무협 주인공들에 비해 성룡은 그런 연기를 소화해 낼 수 있엇따. 따지고보면 취권에 비해서도 사형도수는 그런 의미에서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하여간 그래도 성룡 대역사의 시작은 취권으로 봐야하고, 그래서 이 작품을 두번째로 강추하는 바이다.


 



 





 


 



“성룡영화”가 새롭게 기초해내고 그래서 수많은 영화들이 다시 모방한 스토리 라인과 특징들은 철없지만 선량한 주인공, 그에게 무술을 전수하는 노숙자풍의 신비로운 사부, 그리고 그런 주인공이 실현해내는 작은 정의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룡의 작품들은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였다. 이전의 홍콩영화 작품들이 엄청난 대의명분과 역사적 승부, 부모님의 복수등 무거운 소재들을 다루었지만 성룡의 영화들은 다소 가벼웠고 내용도 코믹하고 액션도 전통적인 무술들이 아니라 변형되고 가볍고 코믹한 것들이다.


 


사실 무협 액션들은 당연하게도 폭력이 미화되고, 심지어 공공의 동의 없이 자력구제로 악당을 처단한다. 이건 모두 불법이고 이런 면에서 거의 모든 무협물들은 환타지다. 그래서 무협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은 이 환타지를 현실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룡의 무협과 액션은 전통적인 무협의 강하고 빠른 액션보다 기기묘묘하고 신기한 동작과 자세들을 선보였고, 혹자는 아크로바틱 쿵후라고도 부르는 그런 가볍고 경쾌한 무술들은 오히려 나름 신체단련과 자기방어라는 무술 본연의 의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도 성룡 본인이 그런 무술경향을 체계화할 욕심을 보이지는 않았는데 어쨌든 당시 이런 무술과 무술영화는 일대의 혁신이었는데 사실 성룡이란 불세출의 천재가 아니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룡은 이어서 79년에 “소권괴초”, 1980년에 “사제출마”들을 줄줄이 발표하며 계속 이전 기록들을 갈아치우는 대히트를 연속시킨다. 그리고 그 무렵 미국에서 “배틀 크리크”, “캐논볼”에 출연하였다.



특히 “배틀 크리크”는 미국식 제작시스템을 통해서도 상당히 완성도 높고 재밌는 작품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관객들에게 보이기 위해서 액션도 훨씬 쉽고 간단하지만 선이 분명하게 짜여져 세계를 무대로 하는 액션배우로서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여담이지만 “배틀 크리크”의 극 중 주인공은 1930년대 미국에 온 한국인으로 설정되어있기도 하다. 특히 종반부에 칼잽이 상대역과의 대결장면은 서양액션배우들과의 합을 어떻게 보여줄 지에 대한 완성된 답이라고 평가하고싶다.


 


 


 





배틀 크리크



* 2부에서 계속됩니다 *

 


 



영진공 버디


 


 


 


 


 


 


 


 


 


 


 


 


 


 


 


 


 


 


 


 


 


 


 


 


 


 


 


 


 


 


 

“프리실라”, 누구라도 드랙퀸이 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94년에 개봉한 호주 영화가 있다.


영화의 원제는 “The Adventures Of Priscilla, Queen Of The Dessert”.

긴 제목을 줄여 간단히 “프리실라”라고 불리는 이 영화는 세 Drag Queen(여장남자)가 공연을 위해 떠나는 전국 버스 여행을 그 소재로 삼고 있다.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영화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할 정도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긴 영화이다.

재밌는 건 드랙퀸으로 나온 세 주연 배우의 면면인데,


 


 



 


 


저 세 아가씨 혹은 청년 혹은 아줌마 혹은 아저씨 …… 그냥 언니라고 부르기로 하자.


암튼 저 세 언니들은 누굴까?


 


가운데 언니는 바로 이 분이시다.


 


 



 


그러하다. 바로 스미스 요원 되시겠다.


 


 



 


한 눈에 척봐도 스미스요원이지 않은가.


 


 


 


그리고 왼쪽 언니,


그 언니는 이 분이시다.


 


 



 


남장이 잘 어울리는 이 분은 바로 “LA 컨피덴셜”의 에드 엑슬리 형사님이시다.


 


 



 


불타는듯한 긴 빨간머리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녀.


 


 


 


그리고 오른쪽 언니.


실은 이 분은 좀 고위층 이시다.


 


 



 


짜잔, “스타워즈”에 나오시는 발로럼 의장님.


 


 



 


그 분의 고우신 자태를 보라.


 


 


 


그럼 이 시점에서 세 언니들의 활약상을 잠깐 살펴보도록 하자.


 


 





 


 


세 언니의 본명을 차례로 말씀 드리면,


휴고 위빙(Hugo Weaving),


가이 피어스(Guy Pearce),


테렌스 스탬프(Terence Stamp) 이다.


 


휴고 언니는,


“반지의 제왕”에서 리벤델의 영주 엘론드 였고 “브이 포 벤데타”에서는 가이 포크스 였으며 “해피 피트” 에서는 대장펭귄 노아, “트랜스포머”에서는 메가트론인 분이시다.


 


가이 언니는,


“메멘토”에서 레오나드 였으며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페르난도 였고 “허트로커”에서 매트 상사, “킹스 스피치”에서 에드워드 8세, “로크아웃”에서 마리온 이시다.


 


테렌스 언니는,


“콜렉터”에서 프레디로 나와 칸느 남우주연상 받아주시고, 원조 “슈퍼맨”에서부터 조드 장군이셨으며 “원티드”에서 페크와르스키 였고 “작전명 발키리”에서는 루드빅 벡 장군이셨다.


 


이러고보니, 영화 “인 앤 아웃”에서 조안 쿠삭의 명대사가 퍼뜩 떠오르고야 만다.


 


 



Is everybody gay?!


(게이 아닌 남자는 없는게냐?!)



 


 


어찌 보면 쌩”마초”의 대명사랄 수 있는 역할들이 너~무 잘 어울리는 이 세 배우가 영화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다른 역할도 아닌 드랙퀸으로 나온 이 영화를 통해서 였다는 게 어찌 아니 흥미로울 수 있겠는가 … 뭐 물론 테렌스 언니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후에 커밍아웃한 거겠지만 …


 


어쨌든 당 영화에서 많은 이들이 좋아라 하는 장면은 세 언니(?)들이 호주의 사막에서 원주민들과 어울려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에 맞춰 공연을 하는 장면인데, 그거 한 번 보도록 하자.


 


 


 






 


 


아 참, 프리실라는 이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의 이름 되시겠다.


 


 



이 녀석 말이다.



 


 


이 영화에 삽입(응?)되어있는 노래들은 꽤나 많은데, 그 중에 영화의 오프닝 신에 등장하는 “I’ve Never Been To Me”는 한때 드랙퀸들의 주제가로 널리 쓰여졌다.


 


그런데 이 노래, 많은 분들이 Charlene의 1982년 버전이 오리지널이라고 알고들 계신데 … 실은 1976년 Randy Crawford가 오리지널이고 Charlene 버전은 1977년에 처음 발매되었다가 Hot 100차트에 97위로 살짝 인사만 하고 사라지고 말았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1982년에 모타운 레코드 직원이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고 사장에게 재녹음을 건의하여 Charlene이 다시 불렀는데, 이게 그만 …… 대박을 치고 말았다는 그런 전설같은 레전드 사연이 있는 노래이다.


 


그냥 뭐 그렇다는 얘기고 이쯤에서 그 노래를 감상하며 이 글을 급정리하고자 한다.


 


I’ve Never Been To Me
By Charlene (1977, 1982)
영화 “프리실라” 중에서 …



 


 




Hey lady, you lady, cursing at your life
You’re a discontented mother and a regimented wife
I’ve no doubt you dream about the things you’ll never do
But, I wish someone had talked to me
Like I wanna talk to you ……


 


여인이여, 그래요 당신, 지금의 삶에 진저리 치시나요,


당신은 지금 엄마 역할이 싫증나고 아내라는 틀에 얽매어있는게 불만이죠,


분명 당신은 앞으로도 절대 못해 볼 일들을 해 보는 꿈을 꾸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내가 지금 당신에게 하려는 말을,


누군가 이전에 내게 해 줬기를 바라고 있어요,


 


 


Oh, I’ve been to Georgia and California and anywhere I could run
I took the hand of a preacher man and we made love in the sun
But I ran out of places and friendly faces because I had to be free
I’ve been to paradise but I’ve never been to me


 


그래요 난 조지아, 캘리포니아 그리고 갈 수 있는 곳 어디라도 가보았어요,


난 성직자의 손을 잡고 그와 함께 태양 아래서 사랑을 나눈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난 고향을 떠나야 했고 친한 이들을 멀리 했어요,


난 천국에 있었지만, 한 번도 원래의 나로 살아보지 못했죠,


 


 


Please lady, please lady, don’t just walk away
‘Cause I have this need to tell you why I’m all alone today
I can see so much of me still living in your eyes
Won’t you share a part of a weary heart that has lived million lies….


 


여인이여, 여인이여, 가지말고 내 말 마저 들어보아요,


내가 왜 지금 이렇게 외로운 처지가 되었는지 당신께 꼭 얘기하고 싶으니까요,


난 당신의 눈빛 속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백 만가지 거짓말에 지친 당신 마음의 일부만이라도 내게 털어놓지 않으실건가요,  


 



Oh, I’ve been to Niece and the Isle of Greece while I’ve sipped champagne on a yacht
I’ve moved like Harlow in Monte Carlo and showed ’em what I’ve got
I’ve been undressed by kings and I’ve seen some things that a woman ain’t supposed to see
I’ve been to paradise, but I’ve never been to me


 


그래요 난 니스에 가봤고 그리스의 섬에서 요트에 앉아 샴페인을 맛보기도 했죠,


난 몬테카를로에서 진 할로우처럼 행동하며 남정네들에게 내 몸매를 뽐냈죠,


난 왕의 손에 옷고름이 풀려보았고 여자에게 보여져선 안될 것들을 보기도 했죠,


난 천국에 있었지만, 한 번도 원래의 나로 살아보지 못했죠, 


Hey, you know what paradise is?
It’s a lie, a fantasy we create about people and places as we’d like them to be
But you know what truth is?
It’s that little baby you’re holding, it’s that man you fought with this morning
The same one you’re going to make love with tonight
That’s truth, that’s love ……


 


그대여, 천국이 뭔지 아시나요,


그건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가고 싶어하는 곳에 대한 환상을 섞어 만들어낸 거짓이예요,


그대여 진정한 천국을 알고 싶으세요,


그건 바로 지금 당신이 품에 안고있는 아기,


오늘 아침 다투었지만 밤이 오면 어김없이 사랑을 나눌 당신의 남편이예요,


그게 진실이고 그게 사랑이예요,


 



Sometimes I’ve been to crying for unborn children that might have made me complete
But I took the sweet life, I never knew I’d be bitter from the sweet
I’ve spent my life exploring the subtle whoring that costs too much to be free
Hey lady……
I’ve been to paradise, (I’ve been to paradise)
But I’ve never been to me


 


가끔 난 나를 완전하게 해주었을,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아이를 생각하며 울어요,


그 대신 선택한 달콤한 인생, 그게 이리도 쓸줄은 절대 알지 못했죠,


난 우아하지만 결국 웃음을 파는 인생을 사느라 너무 큰 댓가를 치렀죠,


여인이여,


난 천국에 있었지만, 한 번도 원래의 나로 살아보지 못했어요,



 


 



영진공 이규훈


 


 


 


 


 


 


 


 


 


 


 


 


 


 


 


 


 


 


 


 


 


 


 


 


 


 


 


 


 


 


 


 


 


 


 


 

“상하이 나이츠”, 허허실실 농담 속에 숨기고 있는 의외로 만만찮은 공력


『상하이 나이츠』가 『상하이 눈』과 눈에 띄게 다른 것은 일단 두 편의 장르가 다르다는 점(첫편이 액션이라면 속편은 코미디다)과 『러시 아워』 시리즈 때와 마찬가지로 “성룡”의 비중이 확연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상하이 나이츠』는 유치하고 불쾌한 수준의 오리엔털리즘과 백인우월주의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전편보다 뛰어난 속편은 없다는 통설이 이미 여러 차례 뒤집힌 바 있지만, 『상하이 나이츠』 역시 당당히 이 반열에 올려야 할 영화다.

사실 <상하이> 시리즈는 단순히 액션 혹은 코미디로 분류하기가 힘든데, 이 시리즈가 서부영화의 틀에 많이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시리즈 중 『상하이 눈』은 확실히 서부영화의 장르문법을 변형한 액션이었고, 『상하이 나이츠』는 서부영화의 특성을 거의 지워버리고 공간적 배경도 과감하게 옮겨버리긴 했지만, 전편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여전히 불려나오는 특성이 있는데다 몇몇 장면은 배경이 서부가 아님에도 서부영화의 장면을 새로이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나이츠』가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영화가 내지르는 뻔뻔스러운 패러디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지극히 유쾌한 유머감각 때문이다. 영화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성룡”의 연기에 잘 어울리게 패러디하면서도 독특한 재미를 주는 씬 구성하며, 스포일러가 될 것이기에 밝힐 수는 없지만 몇몇 영국 / 미국의 문화영웅의 기원을 제멋대로 설명해버린다.

우리의 두 친구가 만나게 되는 약간 꺼벙한 경사와 거리의 부랑아 소년이 영화 내내 애칭으로 혹은 퍼스트네임으로만 불리다가 마침내 풀 네임이 언급되는 영화 막판이 되면, 관객의 입장에선 순간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그 문화영웅들의 기원이 실은 작고 나이든 동양인(“샹하이 키드”)이라니. 게다가 이것이 이 영화가 자행해버린 각종 고전 걸작 씬들의 패러디와 결합해 버리면 세계 영화사가 조작돼 버린다. 헐리웃 영화의 모든 특성이 실은 “샹하이 키드”와 “뺀질이 블러퍼”가 겪은 모험에서 비롯한 것으로 말이다.

속편을 먼저 봐서인지 “오웬 윌슨”의 ‘뺀질뺀질한 블러핑의 대가’로서의 코믹한 캐릭터와 “성룡”의 ‘진중하고 현명한’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나며 대조되는 『상하이 나이츠』쪽이 내겐 더 익숙해서 『상하이 눈』은 다소 인물들이 흐리멍덩한 데다 “성룡”은 “오웬 윌슨”을 보조하는 듯한 느낌이다. ‘신기한 몸언어를 구사하는’ 구경거리 배경으로 존재한다는 느낌. 하지만 『상하이 나이츠』에서 “성룡”은 오롯이 씬 전체를 이끌고 가며 “오웬 윌슨”과 찰떡궁합을 과시한다. 액션도 훨씬 아기자기하고, 이것이 ‘걸작씬 패러디’와 만들어내는 상승효과는 더욱 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상하이 나이츠』의 모든 즐거운 유머는 실은 『상하이 눈』에서 이미 씨앗이 뿌려진 것들이다. 예컨대 (밝힐 수 없다고 했던 문화영웅 중 한 명을 밝히는 결과가 되겠지만) 영화 속에서 “성룡”이 맡은 캐릭터의 이름은 ‘천왕’인데, 중국어 발음이 낯선 미국인들은 그를 처음부터 ‘”존 웨인”‘이라고 부른다. 위기에 처한 두 남자를 번번이 멋지게 구해주는 건 “성룡”이 어쩌다 결혼하게 된 인디언 부족의 여성이다. 문제는 『상하이 눈』이 이러한 재치를 씨앗만 뿌린 채 싹도 제대로 내지 못한 반면, 『상하이 나이츠』는 싹뿐 아니라 줄기를 키우고 열매까지 맺게 했다는 점. 게다가 대거 응용까지 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 와중에 ‘백인’인 “오웬 윌슨”은 능글능글한 속물 약탈꾼에 사고뭉치의 자리로 확실히 이동하고, 전편에서 거의 바보 취급을 당했던 “성룡”의 캐릭터는 더없이 현명하면서도 깊은 문화적 유산을 가진 든든한 주인공의 자리를 꿰찬다.

강인한 여성이라는 설정을 그저 주인공들을 위기에서 빼내주는 기능적인 역할(그리고 시나리오의 난점 전담 해결사의 역할)로만 한정시켰던 『상하이 눈』과 달리, 『상하이 나이츠』는 맹활약을 펼치도록 든든한 무대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변화들에서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미국’이라는 나라의 태생적 한계와 그러한 땅의 백인 미국인이 가질 수밖에 없는 오만함에 대한 애교스러운 자조를 슬쩍 드러내면서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든다. 동양이 원래부터 갖고 있던 깊고 풍부한 전통들에 대한 열린마음의 존중도 살짝. 이것들을, 정치적 공정함에 강박을 느끼는 영화들이 의례 갖게 되는 구색맞추기적 어거지나 훈계적 경직성을 거의 갖지 않은 채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드러낸다.

그런데 『상하이 나이츠』가 정말로 칭찬받아야 할 부분은, 이것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이니까 가장 본래의 취지로 돌아가 보자면, 미장센을 구성하는 방식에 있다. 아다시피 “성룡” 액션의 주안점은 “주변 소품 이용하기”와 “아슬아슬 곡예”이다. 악당을 멋지게 제압해버리는 “이소룡”과 달리 “성룡”은 매번 아슬아슬하게 악당의 칼질이나 주먹을 피하며 애처로울 정도로 몸을 혹사한다.

『상하이 나이츠』의 액션씬은, “성룡” 액션의 핵심을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룡” 액션의 특징이 20년대 미국 무성영화, 특히 “버스터 키튼” 영화의 특징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훌륭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것을 최대한 드러내도록 구성하고 있다. 카메라는 “성룡” 액션의 장점을 최대한 드러내면서도 매끈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편집의 리듬 역시 적재적소에서 끊고 잇는 노련한 솜씨를 과시한다. 그런데 이것을, 그 무수한 고전들과 다른 유명한 영화들(심지어 <상하이> 시리즈와 비교하기 좋은 『러시 아워』 포함하여)에서 따온 씬들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 나이츠』가 인용하고 있는 영화들은 사실 imdb.com에도 30편 가량이 올라와 있는데, 영화광이 아닌 일반관객들이라도 이 영화가 <싱잉 인 더 레인(『사랑은 비를 타고』)>을 시침 뚝 떼고 패러디하는 장면 같은 걸 보다보면 그야말로 ‘뒤집어질’ 수밖에 없다. 노골적이건 은근하건 이러한 인용을 영화 전체 분위기에서 튀지 않고 매끈하게, 너무나 잘 어울리게 변형해가며 수행하고 있는 이 영화는, 『리쎌 웨폰』 시리즈 이후 사라진 것 같았던 버디영화의 낡은 공식, 즉 까불이 사고뭉치와 뒷수습 전담반 커플이라는 설정이 여전히 강력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까지 한다.

결국 이 영화는 종래의 영화들의 온갖 장르와 장르문법을 뒤섞고 패러디하는 하이브리드(‘잡종’이라고 쓰면 왠지 비하의 느낌이…;;)이면서도 가장 고전적인 영화전통들을 한 편의 영화속에서 아름답고 통일성있게 되살려내는 괴상한 미덕을 가지고 있다. 엔딩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웃겨주시는 섬세한 감독의 센스는, “성룡” 주연의 영화에 언제나 따라붙는 ‘NG모음 보너스’를 더욱 즐겁게 보도록 만들어주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며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평할 때, 우리는 이 잡종 패러디 코믹 액션 영화가 실은 대단히 흥미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앞에서도 얘기했듯 그 어느 미국 감독들보다도 “성룡” 액션의 핵심을 잘 꿰뚫고 있고, 게다가 수많은 ‘다른 영화 인용’을 통해 “성룡”액션과 고전영화의 유명한 씬들을 접합함으로써, 영화 내적으로는 모든 영화적 중요한 기법과 전통이 실은 ‘상하이 키드’의 모험과 활약에서 기원하였다고 구라를 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영화 바깥으로 오면 거꾸로 “성룡”액션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어떤 영화적 전통과 기법에서 유래하였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며 분석하는 아주 훌륭한 텍스트가 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영화로 쓴 장르분석이자 배우론이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의 의도가 ‘거짓말 한번 거하게 쳐보자’는 아주 단순한 것에 불과했을지라도, 그 결과는 그들이 의도했든 안 했든 이 영화는 또 한 편의 “성룡”액션 텍스트이자 한편의 매끈한 메타 텍스트가 되는 것이다.

영진공 노바리

 

“노팅힐”, 10년 전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그대로일까

Anna: Rita Hayworth used to say, ‘They go to bed with Gilda, they wake up with me.’ 리타 헤이워스가 말하곤 했어요. ‘그들은 길다와 함께 침대에 가고, 나와 함께 잠에서 깬다’고.
 
William: Who wa was Gilda?
길다가 누구죠?
(* 리타 헤이워스는 90년대 초반 유명 여배우. 그녀가 맡은 여 주인공 이름이 ‘길다’ )

Anna:
Her most famous part. Men went to bed with the dream and they didn’t
like it when they woke up with the reality. Do you feel that way?
그녀의 가장 유명한 부분이요. 남자들은 꿈과 함께 침대로 갔고, 현실과 함께 잠에서 깼을 땐 싫어했어요. 당신도 그렇게 느껴요?

William: You’re lovelier this morning than you have ever been. 당신은 그 어떤 때보다 이 아침 더 사랑스러워요.

안나와 윌리엄의 첫 섹스, 그 다음 날 아침 안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윌리엄, 당신의 환상이 깨지진 않았나요. 혹시 지금 이 현실이 싫진 않나요.  

‘지금 당신이 더욱 사랑스럽다’고 고백하는 윌리엄은 리타 헤이워스의 남자들이 그랬듯 ‘월드스타’ 와 ‘안나’ 사이의
현실을 언제쯤 바로 느낄까. 어쩌면 윌리엄도 안나의 벗은 몸을 두 눈으로 확인 수 있는 게 꼭 꿈만 같아서 잠시 혼동하는 게
아닐까.

William: It dose strike me as , well, surreal, that I’m allowed to see you naked.

영국의 포토벨로 마켓 풍경이 너무나 평화롭고 로맨틱하게 담긴 영화 ‘노팅힐(1999)’.
하지만  다시 읽은 영화 는 백
년해로 할 것 같았던 둘의 해피엔드가 어색하게 느껴져 마음에 잘 닿지 않았다.  스타와 일반인의 사랑이라는 영화적 상상력때문은
아니다.  지난 십 년 동안 사랑이란게 깨지거나 혹은 다시 만들어져야하는 반복의 연속이란 걸 알아 버려서일 가능성이 크다.

안나와 윌리엄처럼 한눈에 반한 사랑은 단숨에 식을 수 있다는 걸. 헤어진 그들은 또 각자 다른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날
거라는 걸. 어쩌면 오랜 연인이 됐대도 자꾸만 닳아 없어지는 감정의 불씨를 잡아 두려고 애쓰며 살아갈 거라는 걸 이젠 조금 알
것 같아서 말이다.

영원히 평범치 못할 안나와 지극히 일상에 묻혀 사는 영국의 ‘허당’ 윌리엄의 저 찰나는 그저 인생의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감정의 절정쯤이 아닐까 싶다. 하긴 어떤 최고조의 순간을 경험했다는 자체만으로 인생은 아름답기 충분하다.

나에게도 찬란한 찰나의
순간이 올까. 혹시 지금은 아닐까. 

영진공 애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