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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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이하 <히치하이커>)는 78년에 라디오 방송용 대본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는데 처음 영화화가 기획된 것은 82년이었다. 원작자인 더글라스 아담스는 시나리오 작업 도중인 2001년에 사망했고 감독으로 물망에 오른 이는 <오스틴 파워> 시리즈의 제이 로치와 미셸 공드리, 스파이크 존즈 등이 있었지만 결국엔 영국의 젊은 뮤직비디오 감독 가스 제닝스의 장편 데뷔작으로 탄생하게 됐다… 라지만 뭐 이런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으랴 싶다.

영화 속 풍자와 농담의 내용이나 미묘한 뉘앙스로 빚어내는 의미들을 100% 이해하는 것은 영미권에서 태어나 그쪽 문화와 언어에 친숙하지 않은 이상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 재미있는 영화를 포기하는 건 지구가 철거되기 직전에 히치하이킹하여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포기하고 종이 봉지를 뒤집어 쓴 채 뒤로 자빠지는 일과 같다. 무슨 얘기인지 알아먹을 수 있는 것들만 따라 웃어도 “히치하이커”는 올해 가장 웃을 일이 많은 코미디물인데다가 <스타워즈>가 부럽지 않은 제법 스펙타클한 비주얼까지 선사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Don’t Panic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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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만과 관료주의를 꼬집거나 지구와 인간의 운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은 <히치하이커>가 처음인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그리 예리한 편도 아니다. <히치하이커>는 그런 주제를 너무 심각하게 다루기 보다는 최대한 가볍게, 때로는 터무니 없는 농담처럼 다루면서 오히려 광대한 우주 속에 그리 흔하지 않은 작은 별, 지구의 아름다움들을 찬미하는 경향이 좀 있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하게 ‘지구를 지켜라’식 결말이나 뻔한 계몽적 메시지로 고리타분하게 끝맺지 않는 것 또한 <히치하이커>의 미덕이다.

<히치하이커>는 영국의 워킹타이틀과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공동 제작한 필름팩토리(The Filmfactory)가 제작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 같은 솥단지에서 만들어진 그 밥이란 걸 알게 된다. 약간 얼빵한 중산층 영국 남자를 주인공으로 놓고 영국인 스스로에 대한 농담걸기에 스스럼이 없고 약간의 로맨스 또한 빼놓지 않고 곁들이는 모양새가 그렇다. <러브 액츄얼리> 이후 이제는 친숙한 얼굴이 되어 버린 빌 나이와 목소리만 들어도 특유의 나른한 표정이 떠오르는 앨런 릭먼을 비롯해서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낯익은 많은 영국 배우들이 목소리 출연을 하고 있고, 특히 샘 록웰의 닝글닝글한 원맨쇼와 오랜만에 보는 존 말코비치의 그로테스크한 등장 또한 <히치하이커>만이 줄 수 있는 값진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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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005)”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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