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 (2)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 나머지 5편을 추천해드립니다. 개인적으로 1부의 5편 보다 아주 살짝 연령대가 높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같은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들입니다. 오히려 이 가운데 한 편은 연소자관람가 영화더군요. 어떤 영화가 연소자관람가인지 한번 맞춰보세요. 정답은 마지막에 살짝 접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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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테넌바움>은 최근에 국내 개봉한 <다즐링 주식회사>(2006)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 찍은 2001년 작품입니다. 테넌바움 집안의 콩가루 분위기가 어떻게 화해의 길로 접어들어가는지,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는 독특함을 만끽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로 코미디물이기 때문에 심오한 의미를 찾느라 너무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코미디 영화라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는 말도 맞는 말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중고비디오 테입을 적정 가격에 사려고 몇 달을 기다렸던 바 있습니다. 다시 안볼지라도 무조건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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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 소피아 코폴라의 두번째 장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는 원래 제목이 Lost In Translation이죠. 한글 제목이 영화 내용을 왜곡하는 건 아닌데 왜 이리 낯선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히 야한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영화를 이해하려면 약간 어덜트한 마인드가 있어야 도움이 됩니다. 20대의 불안과 중년의 권태가 만났다고나 할까요. 이제는 톱 스타의 대열에서 앞장 서고 있는 스칼렛 요한슨과 ‘권태의 아이콘’ 빌 머레이의 케미스트리가 아주 제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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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2002년작 <펀치 드렁크 러브>는 아담 샌들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무슨 멜러를 하겠느냐는 주변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켜준 작품이었죠.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이 영화로 깐느에서 감독상을 받았었죠 아마. 아담 샌들러는 아담 샌들러 대로 잘 살아났고 그 와중에도 아주 근사한 코믹 멜러를 완성해낸 작품입니다. 아 그래, 사랑이란 건 바로 저런 거지. 뭐 그런 생각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영국 출신의 명배우 에밀리 왓슨이 공연했고 제가 좋아라 하는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도 출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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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긴 제목의 이 영화는 일종의 코믹 SF 영화인데요, 영화 초반에 지구가 뻥하고 터져버립니다. 그리하여 주인공이 은하수를 여행하게 되는 거죠. 즐겁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원래 유명한 라디오 방송 대본이었는데 2005년에야 마침내 영화화가 된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단관 개봉했었는데 소위 컬트 영화와 같은 관객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었죠. 노래도 막 따라부르고… 아무튼 기왕에 여러 사람이 같이 보면 훨씬 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귀여운 로봇, 마빈의 우울증을 빨리 위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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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독특한 형식의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 마칠까 합니다. <나인 라이브즈>는 콜롬비아 출신인 로드리고 가르시아 감독의 2005년 작품인데 국내에서는 2006년 8월에 개봉했었습니다. 여러 등장 인물들의 에피소드 9편이 12분씩, 노컷으로 펼쳐집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내러티브가 없기 때문에 약간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만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보면 9개의 에피소드가 퀼트 조각처럼 가슴 한 구석에 자리를 잡습니다. 작년에 제가 본 영화들 가운데 베스트 10 중에 하나였고 언제든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상 가정의 달 5월,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 10편을 모두 소개해드렸습니다. 행복한 5월 되시기 바랍니다.

영진공 신어지

[#M_위 다섯편 가운데 연소자관람가 영화는?|아하 그렇구나, 믿거나 말거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연소자관람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4편 만큼이나 살짝 어덜트한 영화였는데 말이죠.

_M#]

쇠고기 말고 염치나 수입해라


내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어느 분이 이런 글을 퍼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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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안 하면 오년 후에,
내가 청와대로 소 백육십 마릴 다 끌고 들어가서 가만 안 둬.”



– 한나라당은 12월 3일 찬조연설 제 2탄으로 충북 음성에서 60세를 넘긴 할머니의 몸으로 한우 160여 마리를 키우며 일명 ‘소 할머니’로 불리는 김창현(63)씨 특유의 걸쭉한 입담과 유머, 살아온 생생한 이야기를 빌려 유권자의 시선과 호기심을 사로잡을 계획.

– 두 번째 찬조연설에 나서는 김창현 할머니는 충북 음성에서 ‘일월성 목장’을 일구면서 ‘음성청결한우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서울(상계동)에서 소규모 비닐하우스 재배를 하다가 30여 년 전 홀몸으로 낙향, 남자도 하기 힘든 ‘소(한우) 키우기’에 나서 지금은 한우를 160여 마리나 사육하는 영농사업가로 성공한 ‘여장부 할머니.’.

– 무학임에도 성균관대학교에서 한우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할 정도로 소, 특히 한우 육영에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보여줌으로써 ‘소 할머니’, 또는 ‘소 박사’로 불리고 있음.

– 김창현 할머니는 12월 3일 월요일 밤 11시 40분 KBS1-TV <뉴스라인> 직후 20여분 동안 방영될 연설에서 “지금은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번지르르한 말로만 먹고 살 것도 아니고 소처럼 우직하게 일 잘해서 대한민국 살릴 사람 뽑아야 한다”며 축산업을 하고 있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 ‘정권교체’의 필요성과 ‘이명박 후보에 대한 당부’를 역설할 예정.

– 김창현 할머니는 또 “(여당사람들) 살림할 재주 없다는 거 만천하에 다 까발려졌는데 더 볼게 뭐 있다구 찍기를 찍어”라고 반문하면서 “개를 따라가면 측간을 가고, 범을 따라가면 숲을 얻게 된다. 다 같이 측간가기 싫으면 (우리 국민 모두를) 숲으로 끌고 갈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런 사람 누가 있나? 이명박 밖에 없다”는 등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와 다소 투박하고 거친 듯 보이지만 생동감 있는 언어(말)로 유권자의 속을 시원히 씻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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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이거다. 삼십년간 소를 키워온 저 할머니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찬조연설을 했다. 일반 기사 같지 않아 검색해보니 한나라당 방송전략실에서 작성한 보도자료인 모양이다.

할머니의 바람대로 이명박은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척척척, 순발력 있게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개방하기로 했다. 발표가 나자마자 한우는 거래량도 가격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한우 농가 농민 일만명은 ‘쇠고기 협상 무효’를 외치는 궐기대회를 가졌다.

이대통령은 어쩔 수 없이 미국 쇠고기 시장을 개방한 게 아니다.
“손해 볼 낙농업자는 소수지만, 도시민은 좋은 고기를 먹게 된다” 
(기사 보기)
이런 게 그의 철학-철학이란 말도 붙이기 아깝다-이라서
애초부터, 저 위에 찬조연설한 할머니 같은 축산 농민 편이 아니었다. 그런 대통령 후보였고, 당이었다.

아 정말 진짜
미국산 쇠고기 개방이 옳은가, 그른가, 안전한가, 아닌가, 부자 편인가, 빈자 편인가, 보수인가, 진보인가, 이런 걸 다 떠나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어떻게 자기들 정책으로 희생될 것이 뻔한 사람을 섭외해 찬조 연설자로 내세우나?
어떻게 자기가 목을 죌 사람이, 자기를 지지하는 모습을 천연덕스레 보고 있나?
보면서 무슨 생각했냐, 참 쉽다는 생각?

그랬을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할머니가 연설 좀 하게 해달라고 먼저 연락해 사정했대도,
염치라거나 양심이란 게 있었다면 차마 저 분을 내세우진 못했을 거다.

무학에 평생 소만 키워오다가 지금 가슴 두드리고 있을 저 할머닐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한참 더 배우고 똑똑하단 인간들이 다 알면서 그러면 안 되는 거다.

이런 건 가치관의 차이라거나, 다른 입장이랄 수도 없다.
이건 그냥 나쁜 거다.

못돼쳐먹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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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어날 일의 일부일 뿐이란 거.


영진공 도대체

<이터널 선샤인>, 나를 기억해 줘

“발렌타인데이는 카드회사가 만든 날로 사람들 기분을 엿같이 만든다. ” –조엘-
오늘은 발렌타인데이, 조엘은 회사를 땡땡이 치고. 몬타우크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는 서로의 존재 자체를 잊게 되지만 한때는 서로를 열렬히 사랑했던 클레멘타인과 조엘이 등장한다.  이들은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에서 둘만의 속삭임을 영원히 삭제하는 것으로 사랑, 그 끝의 뼈아픔을 달래려 한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기억을 삭제하였습니다.
그녀가 자신의 기억을 삭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조엘은 슬픔에 휩싸인다. 그리고 자신도 역시 클레멘타인과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한다.

조엘은 마지막으로 그녀와 함께 한 시간들을 회상하고, 영화는 이야기의 그곳부터 시간을 거꾸로 거스르며 그들의 숨막힐 듯한 사랑의 순간을 보여준다.

오늘 밤이 지나면 넌 내 기억에서 사라져.
어떻게 나를 먼저 지울 수 있니.

그렇게 조엘은 기억 속의 클레멘타인과 재회하게 된다.  수 많은 추억들은 삭제되고, 그녀와 달콤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이 그에게 와 닿는다. 그리고…

“제발 제발 이 기억만은 남겨주세요.”
“취소할래요. 내 말 들려요!!”
소리쳐 보지만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

조엘은 발렌타인데이날 몬타우크로 향한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그리 기분파도 아니면서 그저 아침에 눈을 뜰때 찝찝했을 뿐인데..라고 주절이며 클레멘타인을 처음 만난 그 곳으로 걸음하게 되는 조엘.

그는 몬타우크에서 한 여자를 만나고,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바로 잊혀졌지만 잊혀지지 않은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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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저항할 수 없는 운명일지 모른다는, 잊었던 순수와의 만남이 황홀하다.

그러나, 현실은 …


영진공 애플

[영진공 추천] 가정의 달 5월,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 (1)

 

작년 12월 “크리스마스에 다시 보고싶은 영화 10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며 엄선했던 영화 10편을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로 우려먹는 글입니다. 그것도 2부로 나누어 우려먹습니다. 대부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들이고 연소자관람가 1편과 12세 이상 관람가가 1편 있습니다. 연령대에 상관없이 온가족이 함께 보아도 남사스러울 일이 없고 오직 감동과 훈훈함만 안겨주는 영화들을 5편씩 소개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때마침 월요일 휴일을 낀 연휴가 2주 연속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적어두셨다가 잘 한번 써먹어 보세요. 단, 비디오/DVD 가게에서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작품들도 있으니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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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팀 버튼 감독의 1990년작 <가위손>입니다.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로도 전혀 손색이 없죠. 포스터가 다소 썰렁합니다만 저 못생긴 총각이 바로 젊은 시절의 조니 뎁입니다. 지금도 엄청나게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지만 저는 지금도 조니 뎁 하면 <가위손>의 에드워드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겨울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애틋한 사연을 알 수 있게 되죠. 눈만 내리면 <가위손>이 생각난다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겨울 영화 No. 1, 저에게는 크리스마스 영화로도 No. 1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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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의 조니 뎁 주연작이네요. 보신 분들은 다들 최고의 완소 영화로 꼽아주시는 <베니와 준>(1993)입니다. 가족애만 강조하는 작품이 아니라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니 뎁의 귀여운 괴짜 연기는 거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구요 여주인공 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그녀의 오빠로 출연한 에이단 퀸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가 스스로를 먼저 자유롭게 하는 법을 배우는 순간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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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비장의 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크리스챤 슬레이터와 마리사 토메이가 주연한 <언테임드>(1993)라는 영화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심장, 가슴, 마음… 원 제목부터 참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절대 액션 영화는 아니구요, 아주 자그마한 멜러물입니다. 작은 식당에서 같이 일하게된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데 결말이 조금 슬프긴 합니다. 크리스챤 슬레이터 주연의 멜러 영화로 <미스터 플라워>(1996)가 좀 더 알려지지 않았나 싶은데요 여러모로 이 영화가 더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멜러로까지 꼽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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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교적 최근 영화이기 때문에 구해보시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이 영화도 안갖다 놓은 비디오/DVD 가게라면 당장 거래를 끊으시고요. 작년 이맘때 국내 개봉했던 <미스 리틀 선샤인>(2006)입니다. 어느 콩가루 집안이 어린 막내 딸의 미녀 선발대회 출전을 돕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그렉 키니어, 토니 콜레트, 스티브 카렐 정도가 알려진 배우들이고 나머지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만 금방 친숙해지더군요. 아들로 출연했던 폴 다노가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연기 대결을 펼쳤죠. 작품 자체가 베스트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 영화로는 딱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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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드라마의 거의 끝장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애들이 이 영화의 깊은 뜻을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국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2) 입니다. 개인적으로 제 인생의 영화 세번째 작품이기도 하고요. 80년대 대처 시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과 그의 가족들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면의 감동은 10만 볼트 감전이고 그 앞에 펼쳐지는 가족애는 정말 오래토록 기억에 남습니다. 가족이 세상에서 젤 중요하다고 해서가 아니라 기왕 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 영화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이상 5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럼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 (2)”에서 나머지 5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영진공 신어지

근데, 밥은 먹었니?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 형사(송강호)가 유력한 용의자(박해일)에게 묻는다. ‘근데,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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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대사인지는 모르겠다. 저 장면을 보면서 난,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가끔 나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늘어 놓으신다. 그저 딸이니까 몇마디 늘어놓고 싶으실 때가 있으실 것이다. 그럴때 난 그냥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하면 간단한 것인데, 왜 그렇게 성격이 꼬였는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엄마의 말을 가로 막곤 한다. 엄마의 의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가끔은 딸이라는 이유로만으로도 아무말 없이 받아줄 수 있는 착한마음이 필요한 법. 잘 알면서도 늘 마음만 그럴 뿐, 늘 여지없이 엄마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밖에 나가서는 사람들 얘기를 잘 듣고, 싫은 소리도 어지간하면 안하고, 마음에 없는 말도 곧 잘 하는 내가, 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알면서도 바꾸지 않고 있기에 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겠지만, 솔직히 앞으로 어찌어찌하겠다는 자신이 서진 않는다.

이런 못된 딸이 저녁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하소연을 하려다 더 속상해지는 우리 엄마는 물었던 말을 또 묻는다. “근데, 저녁은 먹었니?”

새벽 3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가도 엄마의 첫 질문은 항상 똑같다. 정말 밥을 먹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겠지만, 딸과의 대화가 또한 그립다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떨어져 살고있는 요즘도 우리 엄마는 가끔 만날 때도, 전화를 통해서도 여전히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신다. 어디 우리 엄마만 그러겠는가.

영진공 슈테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