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국민을 금붕어로 보고 있는가

금붕어가 좁은 어항에서도 불편없이 지내는 이유는 기억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기억력이 의외로 길다는 학설이 나오고는 있지만, 붕어는 어항의 한쪽 면에 다다라 돌아서고는 금세 좁아서 돌아섰다는 사실을 까먹는다고 한다.

2003년 말 최병렬 대표 시절에 한나라당은 당시 열린우리당과 같이 수도이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몇몇 의원이 단식 투쟁까지 하며 반대했지만 한나라당은 무시했다. 선거가 눈 앞이었던 시절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시간이 좀 흐른 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통과시켰던 수도이전 특별법을 수도분할이라며 반대했다. 급기야 위헌 소송을 냈다. 자신들이 국회에서 한 일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얘기였는데 그들은 창피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 위헌 판결을 받아냈다. 당분간 선거가 없는 시절이었다.  

출처: 중앙일보 2004년 6월 18일

그 위헌 판결 때문에 수도이전 특별법은 축소되어 세종시 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후보는 대선 전 이 법에 따라 세종시 이전을 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선거가 끝나고 이명박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다시 세종시 이전을 지키지 않겠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은 수도이전 특별법을 선거 전에 찬성했다 선거 후에 반대해 세종시로 바꾸고, 선거 전에 세종시 이전을 지키겠다고 했다가 선거 후에 세종시를 못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국민을 금붕어로 알고 있는듯하다. 선거가 끝나면 모든 걸 다 까먹는 그런 존재로 말이다. 

부시 재임 말기 금융위기가 터지자 부시는 공적자금 투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의회에서 반대했는데, 그걸 주도한 건 부시의 소속당인 공화당이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시장 자유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입장에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보수당이라면 못해도 이런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에겐 그런게 없다. 한나라당은 사실 모든 것이 집중된 금싸리기 서울을 조금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게다. 한나라당의 이해관계는 금싸라기 서울을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공익을 위하는 정당이 가져서는 안되는 천박한 욕망이라 대놓고 얘기했다가는 표가 떨어질터이니 선거 때마다 말을 바꾼다. 그렇게 사기 비스무리하게 하여도 우리 국민은 금붕어 기억력이라 금방 까먹는다고 믿고 있기 때문인걸까.

그러나 슬프게도 어쩌면 한나라당은 국민을 정확히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금붕어 취급하는데도 우리 국민은 한나라당을 가장 많이 지지하니 말이다.

영진공 철구

 

시계추는 멈추지 않는다.



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방송을 보던 한 여대생이 자살을 한 것과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유명인의 자살이 무슨 결과를 가져오느냐’라는 물음이다.


유명인은 기본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대상들이다. 우리가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사람이 바로 유명인들이다.  그럼 그가 자살하면?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감정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일단 동정심. ‘얼마나 힘들었으면, 오죽했으면 자살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간은 감정이입을 하는 동물이다. 공감과 감정이입은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다. 이게 있다고 욕하지 말라. 그것이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끈이다.


두 번째로 죄책감. 내 탓은 아닐까? 나는 무관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죄책감 역시 사회화된 인간의 기본 특성이다. 양심의 증상이 죄책감이니까. 자살이라는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 혹은 사고에 대해서는 그것이 누구 잘못인지를 따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놓는 것은 양심을 가진 이의 기본적인 행동이다.


최진실, 정다빈의 자살과 함께 네티즌들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기 양심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노무현 욕 한번 안한 사람 있을까? 별로 없을거다. 그러니 다들 뜨끔하지. 노제에 나와 울던 사람들의 감정 중 절반 정도는 그 미안함이었을거라고 장담한다. 나도 그러니까…


물론 그 결론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지나친 죄책감도, 지나친 당당함도 어떤 면에서는 반대편 감정의 표현이다.


세 번째 분노. 어떤 이는 누군가를 그 책임자로 돌리고 분노한다. 역시 당연하다. 인간은 자기편을 들게 되어 있고,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공격성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안 그랬으면 역시 진작에 다 죽었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는 열받게 하는 일들을 참 많이도 벌려주더구만 …


분향소 부수고 영정 패대기친 거는 말할 나위도 없고,
경찰이 운구차 따르는 사람들 막는 거는 솔직히 … 그때 참으로 아슬아슬 했다.

”]

마지막은 자살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형성. 김남주가 들고나온 핸드백이 매진된다거나 하는 것도 비슷한 과정이다. 하지만 자살은 핸드백이 아니다. 자살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멀쩡한 사람이 자살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앞으로 “자살” 하면 “그 누구의 자살”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연상의 문제다.


어떤 이들은 최근 며칠 이 나라의 모습이 매우 당혹스럽거나, 황당한 모양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나 그가 죽기 전의 분위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건 뭐 …


최근 읽은 가장 엽기적인 기사
,자그마치 중앙일보다. 그래 니들이 수고가 많다.


그가 그렇게 추앙될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특별히 대단한 개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기득권세력의 대행인 역할도 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그의 재임시절 양극화는 더 무서워졌고,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도 커졌으며 주요 대기업의 경상이익도 최고치를 계속 갱신했다.반면에 노동자와 농민은 탄압당했다. 그는 기득권 세력에게 좋은 것을 많이 가져다주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이 항상 “사람사는 세상” 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신 변명하자면, 그가 따른 것은 사실 계급이 아니라 공화주의라는 원칙이었다.
그는 합의를 따랐고 당시의 규정을 준수했다. 그가 한 선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야당과의 합의, 혹은 여러 집단과의 타협의 결과였다. 그는 독단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불장군이라 불렸지만…)


대연정 제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공화주의 원칙의 최정점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엇박자로 놀고 한나라당은 맨날 깽판치니 차라리 한나라당에게 자리를 떼어주면 뭐든 잘 되지 않겠느냐는 지독하게도 원칙적인 생각의 결과였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하고 더 극심한 대여투쟁의 길을 갔다.


맨날 이런 식이었다.
그의 실체와 그에게 붙여지는 명칭은 대부분 어긋났다. 문제는 말이다. 바로 그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득권에게 충실하였지만 그들에 의해 처절하게 버려졌다.
그는 기득권자들에게 진심으로 대했지만 언제나 돌아온 건 경멸과 비난과 조롱이었다.


퇴임 후의 그에게 가해진 것이 기득권 세력의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해보자. 그가 무슨 보복당할 짓을 했던가?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오히려 진보세력이나 노동자 농민들이 그에게 공과를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득권세력은 그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고향 마을에서 농사나 짓겠다는, 아무런 권력도 남지 않은 그를…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저 그가 밉다는 것 말고는 뚜렷하지가 않다.


명시적인 죄명은 6백만불. 우리나라 돈으로 (그의 재임기간 환율로 따지면) 50억 정도 되는 돈,
그것도 오랜 후원자에게 특별한 댓가성도 없이 그중 500만불은 투자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받아서 증거도 없는 돈 … 그게 유일하게 밝혀진 죄명인데

그것도 1년 반에 걸친 초고강도 수사를 통해 얻어낸 거다.


하지만 기득권세력이 뒷다마로 그에게 지운 죄상은 더 간사하고 추잡하다.


북한과의 야합(군비증강에 매달린 그가? 맙소사…), 좌파정책(양극화를 공고히 했던 그가? 아이고…),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죄(사실이 아니다), 심지어는 불륜(인터넷 뒤져봐라 찌질한 찌라시 몇개가 떠든다) …


생각해보면 여대생 불러놓고 시바스리갈 마시다가 부하 총맞아 죽은 누군가를 숭상하는 이들이 하는 짓이라는게 특히 웃기다.
여튼 그들은 미우니까 죄를 만든거지 죄가 있어서 미워한게 아니다.


솔직히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미웠던가?


그가 고졸이라서? 그가 이너서클 구성원이 아니어서?
그가 거침없이 촌스러워서? 언행이 천박해서? … 탄핵사유도 그거였긴 하더라만 …


이 끝없는 미움은 더 갈데가 없는 극단이었다.
그리고 그 극단은 자기들의 근거가 얼마나 박약하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이념적인지를 드러내었을 뿐이다.


그를 내치고 짓밟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그들이 마침내 정권을 잡았으나,
안그래도 우파정책만 추진하던 그를 좌파라 비난하던 이들이었으니 이제 나라는 그냥 우가 아니라 점점 극우로 치달았다. 그를 천박하다 비난하던 그들의 언행은 … 차라리 말을 말자…-_-;;;


결국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이들은
바로 그동안 그를 씹고 씹고 또 씹어 넋이라도 있고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준 그들이다. 그의 지금 모습이 실제 그의 행적에 비하면 부당해보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당한 부당함이 그것을 모두 상쇄시키고 남는다.


이제 누가 그를 욕하겠나.


이제 누가 그를 더 죽일 수 있겠나.


그래서 나는 그냥 그에게 부여된 자리를 인정하고 동의한다.
그럴만 한 자리다. 앞으로 당분간, 아마도 수십년간은 아무도 그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뭘 그리 새삼스럽게시리 …


우리들은 예전부터 미쳐있었다. 현 정부를 선택한게 우리들 아닌가.


예전에는 미친 사람들을, 돌아버린 인간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왕 돈 김에 더 돌게 하는 것도 신의 섭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80도 돈 인간은 180도만 더 돌리면 정상 아닌가.


덧. 굽시니스트의 분석에 동의한다.
역사를 좀 배워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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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짱가

정동영 혹시 트라우마?

트라우마라고 하지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그러니까 큰 사고를 당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 질병이라는데 정동영이 아마도 이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네요. 사고를 당했지요, 정동영도. 지난 대선후보 경선 때 선거인단 박스떼기라는 창의력을 발휘했으나 이명박 가카께 500만표로 지고 말았지요. 충격 좀 받았겠죠. 몇 개월 후 총선 때는 정몽준한테도 발리고 말았지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국회의원도 못 된 겁니다. 그러니 선거만 생각하면 얼마나 손발이 오그라들겠어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죠. 무섭고 두렵겠죠. 이번에 또 떨어지면 어떻게 얼굴 들고 다니나 잠도 안 오고 밥도 안 넘어가겠죠. 하지만 해결책을 마련한 것 같네요. 이번엔 최대한 안전빵으로 자기 집 안마당에서 출마한답니다. 전주 덕진을.



모양새도 재밌습니다. 지난 대선, 총선 끝나고 정동영, 창피해서인지 아니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해서인지 그냥 해외로 나갔습니다. 나가서 민주당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는 찾아볼 수 없네요. 비슷하게 물 먹었던 김근태는 작년 촛불 정국 때 길바닥에서 초라도 들었지요. 대체 어디서 뭐하는지도 모르게 지내더니 보궐선거 기간에 딱 나타나서 한 마디 합니다. “나 전주 덕진을에 나갈래.” 정당이라면 선거구에 후보를 내놓을 때 누구를 내놓을지 논의를 하기 마련인데 그런 논의과정도 없이 다짜고짜 “나 국회의원 배지 줘”라고 한 거죠.  


듣자하니 민주당이 공천을 안 주려고 했던 것도 아닌 것 같아요. 대신 땅 짚고 헤엄치며 텔미 출 수 있는 전주 말고 부평 같은 데 나가라는 것이죠.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고, 당의 대선후보였던 사람입니다. 체급에 맞게 노는 게 맞지요. 게다가 지금 한나라당이 아무리 삽질한다고 해도 민주당 지지율 오르지 않고 있거든요.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고, 대선후보였던 정동영에게 그 책임이 없을까요? 그리고 그 책임이 1 년 해외에 나가 있으면 사라지나요? 희생이나 양보하는 모습도 보여줘야죠. 그리고 그것이 자기 정치경력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정동영은 사실 컨텐츠가 없어 보입니다. 지난 대선 때도 실용이니 거시기니 한참 떠들었죠. 이명박이 선점한 단어였던 ‘실용’. 이명박 당선되고 그 맛을 보니 알맹이가 있던가요? 알맹이도 없는 실용을 정동영도 떠들었던 이유는 그렇습니다. ‘좌도 우도, 진보도 보수도 다 나한테 표 주세요. 우걱우걱’이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이죠. 그러니 알맹이가 있을 리 있나. 대신 대통령 혹은 금배지와 같이 ‘권력자’가 되는 데에는 집중력을 발휘하네요.
 


예측컨대 앞으로 정동영이 컨텐츠를 채우지 않는 이상 정동영의 봄날은 오지 않을 겁니다. 컨텐츠 없는 이명박도 가카가 됐는데 나라고 못 될쏘냐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다르거든요. 한나라당이야 공허한 컨텐츠를 포장할 포장지와 데코레이션이 여기저기 널려있지만 민주당은 있는 컨텐츠도 빨간 칠 당하잖아요. 그러니 민주당에서 정치 계속하려면 권력을 놓고 이전투구하기보다는 컨텐츠 개발해야 해요.

또 하나. 한국 정치, 엄청나게 드라마틱합니다. 유시민 보세요. 지금 드라마 제작하고 있잖아요. 시나리오도 괜찮고 연기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정동영은 드라마가 없어요. 양지만 좇았으니 드라마가 있을 리 없죠. 어쩌면 지금이 부족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는 너무 커다란 요구같지만 말이죠.

”]

민주당은 그래서 전주 덕진을에 전략공천 방침을 정했습니다. 정동영을 배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인데 상향식 공천을 포기하고 전략공천을 하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를 배반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있네요. 옳은 말씀입니다. 그동안 민주당이 얼마나 철저히 상향식 공천을 지켜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진공 철구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는 지금의 한국과 싱크로율이 99.9%



경제학자가 쓴데다가 제목이 “미래를 말하다”여서 경제 관련 내용일 줄 알았건만 오히려 미국 정치 분석에 가깝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그의 연구는 이 책의 내용과는 거의 무관하다.)

크루그먼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의문은 바로 이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에게 아무 도움이 안되는 세금 감면과 복지 혜택 축소를 주장하는 공화당. 그들은 왜 매번 선거에서 이기는가?”  여기서 공화당을 한나라당으로 대체하면 이 질문은 우리에게 싱크로율 99.9%다.

이 의문에 답을 제시하기 위해 크루그먼은 대공황 이전 시절부터 얘기를 시작한다.

대공황 시절 이전 미국은 소득 불균형이 심각했다. 대공황이 발생하고 뉴딜을 실시한 이후 미국 경제의 황금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레이건 출현 이후부터 소득 불균형이 점점 심각해지더니 현재는 아주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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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시절의 미국

뉴딜정책 이후 소득의 재분배가 골고루 이어지는 중산층의 황금기이자 미국 경제의 황금기가 찾아왔었다는 얘긴데, 그 이유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책적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 연합이 그랬고 과도기적 대통령인 공화당 닉슨조차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을 정도로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책에서 좌우 스펙트럼이 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알다시피 전국민 의료보험은 후에 클린턴이 관철시키고자 했으나 당시 공화당 하원의장인 깅리치에 의해 좌절된다.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이만큼 벌어진 것이다.

이처럼 두 정당의 노선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70년대 들어서면서 공화당이 다시 세금감면과 복지 축소와 자유 시장을 내세우며 극우화됐기 때문이다. 크루그먼은 그 이유를 미국의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이 공화당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여기도 우리와 싱크로율 99.9%다. 우리도 있다. 뉴라이트.

이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은 사실 민주주의자들인지도 의심스럽다는 게 크루그먼의 얘기다. 그들은 프랑코 정권을 존경한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댔다. 또한 그들은 정부 규제가 없는 자유 시장과 세금 감면을 원하는 기업의 든든한 후원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또한 공화당은 기독교 민족주의자들, 그러니까 공화당 당대회에서 “정교일치를 하면 왜 안되느냐”고 연설하는 자들의 지지까지 얻는다. 이 역시 우리와 싱크로율이 높다.

게다가 미국은 원초적인 인종 문제가 결부돼 있다. 복지 혜택을 늘렸을 때 그 이득이 유색인종에게 돌아가는 것을 질색하는 남부 여러 주의 인종적 혐오를 공화당은 교묘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는 거다. 이 또한 우리와 싱크한다. 우리도 있다. ‘흑인’ 대신 ‘빨갱이’. 민주당이 싫은 이유는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북한에 퍼주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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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뉴라이트라 할 수 있는 "Compassionate Conservatism(인정 많은 보수)"를 비꼰 카툰 - 뉴올리언즈의 재해복구에는 예산배정을 안 하고 이스라엘의 군비지원에는 3백억달러를 책정했다는 내용.

이들의 지지를 얻은 골드워터는 하지만 패배한다. 그러나 똑같이 이들의 지지를 받는 레이건은 정권 획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레이건이 이같은 ‘새로운 보수주의의 정서’를 포장해서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레이건은 유세 중 “복지의 여왕”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니까 복지 혜택만으로 여왕처럼 사는 어떤 여성, 그것도 유색 인종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어떤 여성이 있다는 얘기다. 결국 “복지의 여왕”이라는 단어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세금을 악용하는 것에 반감을 갖게 만드고, 더불어 높은 세금과 큰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었으며 결국 레이건이 약속하는 세금 감면과 작은 정부에 동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주의 어떤 여성이 ‘복지의 여왕’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사실 ‘복지의 여왕’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레이건은 증명할 수도 없는 사실을 가지고 정서적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이런 언어는 이명박 대통령도 사용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톨게이트. 대체 어떤 톨게이트가 하루 200대가 통과하는데 직원이 20명인지 정부조차 찾지 못했다. 그도 그저 큰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게 하는 데 존재하지 않는 톨게이트를 갖다 붙였을 뿐이다.

이명박의 출현은 레이건의 출현과 비견된다. 그는 뉴라이트의 지지를 받았고 세금 감면과 민영화를 통한 작은 정부, 자유 시장을 내걸고 있으며 기독교 장로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아직도 ‘빨갱이’를 대신해 ‘좌파’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사용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좌파’라는 단어는 ‘좌파 정책’, ‘좌파 코드’와 같이 대상이 굉장히 모호할 때가 대부분이다. 이성적인 단어가 아니라 감성적인 단어라는 증명이고, 논리가 아닌 감정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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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뉴라이트는 미국의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을 벤치마킹했음이 분명하다. 레이건처럼 이명박이 집권했으니 그들은 장기 집권을 꿈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노령화로 자신들의 지지층이 많아진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어린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이다. 그들에게 투표권이 생기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고쳐야 한다. 무엇을? 교과서를.

역사 교과서 개정 논란은 그래서 나오는 것일 게다.

젊은 대학생들도 문제다. 미국의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이 대학 공화당 연합회를 조직했듯이 뉴라이트 또한 대학 학생회를 조직해 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방송. 아마도 방송, 그것도 예능/오락 쪽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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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 뉴라이트의 시각

레이건이 집권한 게 1980년. 거의 30년이 지나서야 미국은 오바마를 당선시키며 레이거노믹스를 걷어치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야 이명박을 갖게 됐다. 이것을 걷어치우려면 우리에게도 30년이 필요한 것일까?

끝으로 폴 크루그먼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되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때 한 가지 커다란 전제를 깔고 있다. 그것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에게 속았다’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는 공화당은 어떻게 해서 유권자들을 속일 수 있었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다면 좀 더 원초적인 의문을 가져보자. 유권자는 왜 속을까?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내놓을 뿐 아니라, 국정원을 과거 안기부로 되돌리려고 하고, 언론장악을 획책하고, 검찰과 감사원 심지어 ‘헌재까지 접촉’하고 다니는 정권에게 왜 속으며, 아직도 모든 당 중에 압도적 1등으로 왜 지지할까?

김근태 씨야 정치인이니까 이 말 해놓고 무지 욕먹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정답같다.
국민이 노망났다. 그것도 단단히 노망났다.


영진공 철구

한나라당의 영문 논평을 한글로 번역해 보니 …


얼마 전에 한나라당에서 한국의 경제 위기에 대한 외국 언론의 일부 보도에 대해서 반박을 하는 논평을 영어로 냈다는 소식을 듣긴 했으나 … … 뭐,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고재열의 독설닷컴>에 포스팅 된 “한나라당 영문 논평, 알고 보니 오류투성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그 영문 논평이 발표된 사실(fact)의 실체(truth)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포스팅에서 제안한 내용도 있고 하여,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그 영문 논평을 한글로 번역해 보았다.

참고로, 번역문은 원문의 단어와 어휘, 어조, 주어의 선택 등을 최대한 살려보고자 노력하였음을 밝힌다. ^^

 


원문


  The majority of foreign press are very friendly to Korea.  They are very helpful in letting the international community know about the good aspects of Korea.

  I feel thankful to them.  But then there are the exceedingly few foreign press which are not like that.  They sometimes do malicious or irresponsible reporting that distorts the facts completely.

  As the financial crisis is engulfing the world so fast and so strong, we cannot say Korea is the only country which remains safe.  But our situation is not critical enough to be the target of irresponsible ridicule.

  Compared to other countries, Korea has a relatively solid financial system and sufficient foreign reserves.  The nation’s leader and the people are standing together to overcome these obstacles.  Criticism based on facts we can accept and think of them as constructive.

  But I hope that you will refrain from reporting baseless allegations.  Those kind of reports will not make the Korean economy collapse, and I rather am worried that one or two of those irresponsible reports may create mistrust of the entire foreign press.

You know the saying that one rotten apple can spoil the whole barrel.


외국 언론의 다수는 한국에 대해 무척이나 친근하다.  그들은 국제 사회가 한국의 좋은 면을 알도록 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

나는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게다가 그 수가 너무나 적어 세기도 힘든 그런 언론들이 있다.  그들은 가끔씩 사실들을 완전히 왜곡하는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보도를 할 때도 있다.

지금의 금융위기가 너무도 빠르고 너무도 세게 세계를 뒤덮고 있는데, 우리는 한국만이 무사하게 남아있는 나라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책임한 조롱의 표적이 될만큼 우리의 상황이 아직 충분히 위태롭지는 않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자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금융시스템과 충분한 외국 저장고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해 이 나라의 지도자와 백성들은 함께 굳건히 서있는 것이다.  사실에 기반한 비판, 그거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을 건설적인 뭐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근거 없는 주장을 보도하는 것을 삼가길 희망한다.  저런 류의 보도는 한국식 경제를 몰락시키지 않을 것이며, 그리고 나는 저러한 무책임한 보도들 중 한 두 개가 전체 외국 언론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걱정이 되고 있다.

너 그거 알지, 썩은 사과 한 알이 전체 바구니를 망칠 수 있다는 속담말이야.

이상이다.
감상평이나 첨삭 요구사항이 있다면 가열차게 댓글 쏘아주시기 바란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