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추는 멈추지 않는다.



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방송을 보던 한 여대생이 자살을 한 것과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유명인의 자살이 무슨 결과를 가져오느냐’라는 물음이다.


유명인은 기본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대상들이다. 우리가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사람이 바로 유명인들이다.  그럼 그가 자살하면?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감정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일단 동정심. ‘얼마나 힘들었으면, 오죽했으면 자살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간은 감정이입을 하는 동물이다. 공감과 감정이입은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다. 이게 있다고 욕하지 말라. 그것이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끈이다.


두 번째로 죄책감. 내 탓은 아닐까? 나는 무관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죄책감 역시 사회화된 인간의 기본 특성이다. 양심의 증상이 죄책감이니까. 자살이라는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 혹은 사고에 대해서는 그것이 누구 잘못인지를 따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놓는 것은 양심을 가진 이의 기본적인 행동이다.


최진실, 정다빈의 자살과 함께 네티즌들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기 양심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노무현 욕 한번 안한 사람 있을까? 별로 없을거다. 그러니 다들 뜨끔하지. 노제에 나와 울던 사람들의 감정 중 절반 정도는 그 미안함이었을거라고 장담한다. 나도 그러니까…


물론 그 결론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지나친 죄책감도, 지나친 당당함도 어떤 면에서는 반대편 감정의 표현이다.


세 번째 분노. 어떤 이는 누군가를 그 책임자로 돌리고 분노한다. 역시 당연하다. 인간은 자기편을 들게 되어 있고,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공격성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안 그랬으면 역시 진작에 다 죽었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는 열받게 하는 일들을 참 많이도 벌려주더구만 …


분향소 부수고 영정 패대기친 거는 말할 나위도 없고,
경찰이 운구차 따르는 사람들 막는 거는 솔직히 … 그때 참으로 아슬아슬 했다.

”]

마지막은 자살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형성. 김남주가 들고나온 핸드백이 매진된다거나 하는 것도 비슷한 과정이다. 하지만 자살은 핸드백이 아니다. 자살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멀쩡한 사람이 자살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앞으로 “자살” 하면 “그 누구의 자살”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연상의 문제다.


어떤 이들은 최근 며칠 이 나라의 모습이 매우 당혹스럽거나, 황당한 모양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나 그가 죽기 전의 분위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건 뭐 …


최근 읽은 가장 엽기적인 기사
,자그마치 중앙일보다. 그래 니들이 수고가 많다.


그가 그렇게 추앙될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특별히 대단한 개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기득권세력의 대행인 역할도 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그의 재임시절 양극화는 더 무서워졌고,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도 커졌으며 주요 대기업의 경상이익도 최고치를 계속 갱신했다.반면에 노동자와 농민은 탄압당했다. 그는 기득권 세력에게 좋은 것을 많이 가져다주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이 항상 “사람사는 세상” 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신 변명하자면, 그가 따른 것은 사실 계급이 아니라 공화주의라는 원칙이었다.
그는 합의를 따랐고 당시의 규정을 준수했다. 그가 한 선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야당과의 합의, 혹은 여러 집단과의 타협의 결과였다. 그는 독단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불장군이라 불렸지만…)


대연정 제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공화주의 원칙의 최정점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엇박자로 놀고 한나라당은 맨날 깽판치니 차라리 한나라당에게 자리를 떼어주면 뭐든 잘 되지 않겠느냐는 지독하게도 원칙적인 생각의 결과였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하고 더 극심한 대여투쟁의 길을 갔다.


맨날 이런 식이었다.
그의 실체와 그에게 붙여지는 명칭은 대부분 어긋났다. 문제는 말이다. 바로 그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득권에게 충실하였지만 그들에 의해 처절하게 버려졌다.
그는 기득권자들에게 진심으로 대했지만 언제나 돌아온 건 경멸과 비난과 조롱이었다.


퇴임 후의 그에게 가해진 것이 기득권 세력의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해보자. 그가 무슨 보복당할 짓을 했던가?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오히려 진보세력이나 노동자 농민들이 그에게 공과를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득권세력은 그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고향 마을에서 농사나 짓겠다는, 아무런 권력도 남지 않은 그를…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저 그가 밉다는 것 말고는 뚜렷하지가 않다.


명시적인 죄명은 6백만불. 우리나라 돈으로 (그의 재임기간 환율로 따지면) 50억 정도 되는 돈,
그것도 오랜 후원자에게 특별한 댓가성도 없이 그중 500만불은 투자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받아서 증거도 없는 돈 … 그게 유일하게 밝혀진 죄명인데

그것도 1년 반에 걸친 초고강도 수사를 통해 얻어낸 거다.


하지만 기득권세력이 뒷다마로 그에게 지운 죄상은 더 간사하고 추잡하다.


북한과의 야합(군비증강에 매달린 그가? 맙소사…), 좌파정책(양극화를 공고히 했던 그가? 아이고…),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죄(사실이 아니다), 심지어는 불륜(인터넷 뒤져봐라 찌질한 찌라시 몇개가 떠든다) …


생각해보면 여대생 불러놓고 시바스리갈 마시다가 부하 총맞아 죽은 누군가를 숭상하는 이들이 하는 짓이라는게 특히 웃기다.
여튼 그들은 미우니까 죄를 만든거지 죄가 있어서 미워한게 아니다.


솔직히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미웠던가?


그가 고졸이라서? 그가 이너서클 구성원이 아니어서?
그가 거침없이 촌스러워서? 언행이 천박해서? … 탄핵사유도 그거였긴 하더라만 …


이 끝없는 미움은 더 갈데가 없는 극단이었다.
그리고 그 극단은 자기들의 근거가 얼마나 박약하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이념적인지를 드러내었을 뿐이다.


그를 내치고 짓밟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그들이 마침내 정권을 잡았으나,
안그래도 우파정책만 추진하던 그를 좌파라 비난하던 이들이었으니 이제 나라는 그냥 우가 아니라 점점 극우로 치달았다. 그를 천박하다 비난하던 그들의 언행은 … 차라리 말을 말자…-_-;;;


결국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이들은
바로 그동안 그를 씹고 씹고 또 씹어 넋이라도 있고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준 그들이다. 그의 지금 모습이 실제 그의 행적에 비하면 부당해보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당한 부당함이 그것을 모두 상쇄시키고 남는다.


이제 누가 그를 욕하겠나.


이제 누가 그를 더 죽일 수 있겠나.


그래서 나는 그냥 그에게 부여된 자리를 인정하고 동의한다.
그럴만 한 자리다. 앞으로 당분간, 아마도 수십년간은 아무도 그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뭘 그리 새삼스럽게시리 …


우리들은 예전부터 미쳐있었다. 현 정부를 선택한게 우리들 아닌가.


예전에는 미친 사람들을, 돌아버린 인간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왕 돈 김에 더 돌게 하는 것도 신의 섭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80도 돈 인간은 180도만 더 돌리면 정상 아닌가.


덧. 굽시니스트의 분석에 동의한다.
역사를 좀 배워야 할까보다.
http://gall.dcinside.com/hit/7394

영진공 짱가

“시계추는 멈추지 않는다.”의 2개의 생각

  1. 잘 읽었습니다.
    한국을 보자면 선진국병에 걸렸죠..
    선진국이 아닌 어떤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길 희망할 겁니다.
    헌데..우리가 말하는 선진국이란건 경제..경제..경제..

    잘사는것외엔 없는것 같습니다.

    과연 선진국이란게 경제만 잘되고 먹고사기 편한 나라가 선진국일까요?

    글쓴님의 글에 언급되었듯..

    누군 친일에 남로당 빨갱이짓에 총으로 정권잡고 정권에 반하면 죄다 잡아 족치고 또 그 대통령의 사생활은 여대생 끼고 양주 쳐마시다 최측근에 총에 죽어도..

    민족의 영웅이라는..

    과연 선진국을 꿈꾸는 국민의 보편 타당한 생각이 맞을까요?

    일본의 식민지지배에 치를 떨면서 일본군 장교출신의 대통령을 존경하는 나라와 국민..

    일본 우익의 헛소리에 분노하면서 정작 일본우익들이 이런 한국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황당할지..

    한마디로 먹고살면 다 된다는 논리

    절대 선진국의 국민의 자격이 될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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