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를 내쳐야 하나, 끌어 안아야 하나 …

 

 


 


 


그러니까 7년 전.


반쯤 취한 나를 태운 택시기사는 넌지시 누굴 찍을 건지 물어봤다.


“뭐, 또 비판적 지지로 정동영으로 가던지, 권영길로 가겠죠.”


 


택시기사는 반문했다.


“아니, 젊은 사람이 왜 여당을 찍어요?”


그렇다. 그 때 한나라당은 야당이었다.


10년. 우리가 인정할 수 없다고 해도. 10년.


 


우골탑.


우리의 형님세대. 386이라 불리던 그 세대만 하더라도 소 한마리 팔면 아들놈 대학은 보낼 수 있었다. 90년대 초반 학번만 하더라도 두달 아르바이트 하면 한학기 등록금을 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두 번정도의 과외면 얼마간의 생활비도 보탤 수 있었고 학교내 도서관 사서, 구내 식당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맞추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투쟁은 ‘촌스러운’ 행위가 되었다.


사학법은 유명무실해졌고 등록금은 치솟았다. 학비 천만원, 생활비 천만원, 한 가정에서 한 아이에게만 매년 2천만원이 드는 세상이 되었다. 국가는 지켜주지 못했다. 10%대 고리로 학비를 융자해주고 졸업과 동시에 빚쟁이가 되는 세상, 취업마저 안되면 바로 신불자가 되는 세상.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에 벌어진 일이다. 애비는 7~80년대 대학에서 투쟁해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로 세상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돌아오는 건 내 노후를 자식의 미래에 담보로기는 현실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민주화’는 지금의 20대에게 전혀 민주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독재가 어땠고, 민주화운동이 어땠고, 5.18이, 이한열이, 박종철이, 김진숙이 어땠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에게는 졸업후 빚진 등록금 고리빚 4천만원이, 취업도 안되는 이 현실이 지옥이다.


 


 


 




 



일베: “일베저장소는 대한민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약자로, 유머 중심의 인터넷 포럼이다. 줄여서 일베라고 칭하기도 한다 … (중략) … 일베저장소에 반감을 품은 사람들은 일베 유저들을 ‘일베충’이라 낮춰 부른다 … (하략)”


[인용: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C%9D%BC%EB%B2%A0%EC%A0%80%EC%9E%A5%EC%86%8C) ]



 


 


 


기득권이었던 적도 없던 그들에게 기득권이라고 외치는 여가부가 밉고, 4대강이, 디도스가, 민자계획이 아무리 나빠도 자신들 통장에 10% 고리의 대출보다 미울 수는 없다. 세상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그들이 본 정권은 여수 엑스포, 광양F1, 시골 시외버스 대합실만도 못한 무안공항 같은 지역편향의 대규모 공사와 이해찬 세대의 줏대없는 입시변화, 나 먹을 것도 없는 데 북한퍼주는 햇볕정책이었을 것이다. 뿐이랴, 집값은 왜 또 그리 뛰게 만드는지. 결혼해 살 집마저 요원해졌다.


 


적의 적은 내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저사람은 집값 올려주겠지, 저 사람은 그래도 좀 살게 해주겠지, 사기도 잘치니 재주도 좋고, 그럼 나 살기 좀 편해지겠지.


 


그러다보니 일베충, 우꼴, 버러지, 쓰레기, 고인능욕하고 강간이나 모의하는 X새끼들로 정의하기에는 우리가 한 잘못이 너무 많다.


 


사람 희화화를 진보가 안했나? 장원 팔베개 우리는 안했나? 전직 대통령 쥐그림 안그렸나? 수첩공주, 그네, 목사불륜, 독재자의 딸, 우리는 그렇게 안불렀나?


일베 까기전에 먼저 해야할 것은 반성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집권시켰던 정권의 폐해를 반성하고, 최소한 사과는 하고 시작해야 20대에게 면목이 생긴다. 팩트, 팩트를 외치며 80년대 국가 선전자료 들고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지키는 노력만큼도 안하는 우리, 반성해야 한다.


 


친노, 반노, 비노 이런게 왜 생기나? 결국 다음 총선 지자리 챙겨먹는 놈들의 이기심 때문에 생기지. 그런 이기심이 또다른 일베를 만든다.


 


일베를 벌레취급하는 순간, 쓰레기 취급하는 순간. 우리는 반성과 설득의 기회를 모두 놓친다. 그들도 사람이다. 내 옆 동료일 수도 있고 자식일 수도 있고 동생이거나 통장님일 수도 있다. 이승만 독재가 4.19를 박정희 폭압이 부마항쟁과 10.26을 전두환이 5.18과 87년을 만들었듯이 김대중과 노무현 10년이 일베를 만들었다.


 


그들은 계몽과 선도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품고 이해해야 하는 상처다.


누가 싼 똥이 아니라 우리가 싼 똥이다.


 


 


 


영진공 그럴껄


 


 


 


 


 


 


 


 


 


 


 


 


 


 


 


 


 


 


 


 


 


 


 


 


 


 


 


 


 


 


 


 


 


 

희망을 구걸하는 시대



희망은 근원적인 거였다.

국민학교 입학 전 내 희망은 산타의 흰수염을 잡아채면서 실재하는 신화를 구경하는 것이었고 입학후 내 희망은 5층짜리 건물에 1층 만화가게를 세 주어 공짜로 실컷 만화를 보는 것이었고 중학교부터는 온통 프리섹스의 희망이 마음 가득 했었다.

고등학교 들어 대학생만 되면 중학교의 그 꿈이 이루어질 줄 알았지. 사실 희망은 될 턱이 없는 거잖아. 근데 왠걸? 그게 반쯤은 되더라고. 고마워 오렌지족. 주는 게 쿨하다고 생각한 20세기 마지막 유흥의 끝을 붙잡고 세상이 영원할 줄 알았어.

그리고 사회에 버려져서는 조금 더 많은 돈, 조금 더 넓은 집, 조금 더 안락한 일, 조금 더 재밌는 삶이 희망인 거 같았어.

그렇게 30대를 보내고 나니 이제 30대가 몇일 뒤면 끝나는 나이가 되었네.

나이를, 먹으니 희망은 나에게서 자식에게로 넘어가더라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 희망이 내 의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곳에서 웅크리고 있더란 거지.

아이의 학업 아이의 행복 아이의 재능 아이의 가치관 아이의 능력 그리고 미래.

문제는 미래,

공부야 팔자고, 행복이야 내가 열심히 살면 되고 배울 것이고, 재능이야 타고난 것이니 지 알아서 할 것이고, 가치관이야 부모인성이 그리 나쁘지 않으니 안심되고, 능력이야 내가 뒷바라지는 할 정도는 될 것 같은데

미래는 내가 담보가 안된다.

이명박, FTA 이런 거 아니더라도 세상이 이젠 20세기만큼 기회가 안주어질 것 같아.

자본이 이념을 삼키고, 정의를 묵살하고, 주권을 통제하고, 권리를 목조르며 오직 더 큰 자본에게만 종속되는 세상.

독재의 시대만 해도, 군사정권 시절만 해도, 20세기만해도,

정권을 바꾸면, 군부를 타도하면, 21세기가 되면 바뀔줄 알았는데

이젠 희망이 없어 보인다.

나라가 아니라 세계가 자본에 종속되는 보니 희망 같은 게 보일턱이 있나.

살아남아 악착같이 기득권이 되려고 누구 못베고 살듯한데

내 애한테 잔인한 자본의 속성과 비굴함을 알려줘야 하는데

이제 40줄에 들어서면 애비 이빨빠진 늙은이 눈치 챌텐데

뭐라 희망을 말할 게 없다.



영진공 그럴껄



시계추는 멈추지 않는다.



故 노무현 전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방송을 보던 한 여대생이 자살을 한 것과 관련하여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유명인의 자살이 무슨 결과를 가져오느냐’라는 물음이다.


유명인은 기본적으로 감정이입이 잘 되는 대상들이다. 우리가 희노애락을 같이 하는 사람이 바로 유명인들이다.  그럼 그가 자살하면?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감정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일단 동정심. ‘얼마나 힘들었으면, 오죽했으면 자살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인간은 감정이입을 하는 동물이다. 공감과 감정이입은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다. 이게 있다고 욕하지 말라. 그것이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끈이다.


두 번째로 죄책감. 내 탓은 아닐까? 나는 무관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죄책감 역시 사회화된 인간의 기본 특성이다. 양심의 증상이 죄책감이니까. 자살이라는 자연스럽지 않은 죽음 혹은 사고에 대해서는 그것이 누구 잘못인지를 따지기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놓는 것은 양심을 가진 이의 기본적인 행동이다.


최진실, 정다빈의 자살과 함께 네티즌들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자기 양심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노무현 욕 한번 안한 사람 있을까? 별로 없을거다. 그러니 다들 뜨끔하지. 노제에 나와 울던 사람들의 감정 중 절반 정도는 그 미안함이었을거라고 장담한다. 나도 그러니까…


물론 그 결론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지나친 죄책감도, 지나친 당당함도 어떤 면에서는 반대편 감정의 표현이다.


세 번째 분노. 어떤 이는 누군가를 그 책임자로 돌리고 분노한다. 역시 당연하다. 인간은 자기편을 들게 되어 있고,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공격성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안 그랬으면 역시 진작에 다 죽었다.


특히 이번 사안에서는 열받게 하는 일들을 참 많이도 벌려주더구만 …


분향소 부수고 영정 패대기친 거는 말할 나위도 없고,
경찰이 운구차 따르는 사람들 막는 거는 솔직히 … 그때 참으로 아슬아슬 했다.

”]

마지막은 자살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형성. 김남주가 들고나온 핸드백이 매진된다거나 하는 것도 비슷한 과정이다. 하지만 자살은 핸드백이 아니다. 자살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수는 있어도 멀쩡한 사람이 자살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앞으로 “자살” 하면 “그 누구의 자살”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 연상의 문제다.


어떤 이들은 최근 며칠 이 나라의 모습이 매우 당혹스럽거나, 황당한 모양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특히나 그가 죽기 전의 분위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이건 뭐 …


최근 읽은 가장 엽기적인 기사
,자그마치 중앙일보다. 그래 니들이 수고가 많다.


그가 그렇게 추앙될 존재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특별히 대단한 개혁을 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기득권세력의 대행인 역할도 했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그의 재임시절 양극화는 더 무서워졌고,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거품도 커졌으며 주요 대기업의 경상이익도 최고치를 계속 갱신했다.반면에 노동자와 농민은 탄압당했다. 그는 기득권 세력에게 좋은 것을 많이 가져다주었다. 그가 재임하는 동안이 항상 “사람사는 세상” 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대신 변명하자면, 그가 따른 것은 사실 계급이 아니라 공화주의라는 원칙이었다.
그는 합의를 따랐고 당시의 규정을 준수했다. 그가 한 선택들은 거의 대부분이 야당과의 합의, 혹은 여러 집단과의 타협의 결과였다. 그는 독단적으로 뭔가를 하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불장군이라 불렸지만…)


대연정 제안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공화주의 원칙의 최정점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엇박자로 놀고 한나라당은 맨날 깽판치니 차라리 한나라당에게 자리를 떼어주면 뭐든 잘 되지 않겠느냐는 지독하게도 원칙적인 생각의 결과였다. 물론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하고 더 극심한 대여투쟁의 길을 갔다.


맨날 이런 식이었다.
그의 실체와 그에게 붙여지는 명칭은 대부분 어긋났다. 문제는 말이다. 바로 그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기득권에게 충실하였지만 그들에 의해 처절하게 버려졌다.
그는 기득권자들에게 진심으로 대했지만 언제나 돌아온 건 경멸과 비난과 조롱이었다.


퇴임 후의 그에게 가해진 것이 기득권 세력의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해보자. 그가 무슨 보복당할 짓을 했던가?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오히려 진보세력이나 노동자 농민들이 그에게 공과를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득권세력은 그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고향 마을에서 농사나 짓겠다는, 아무런 권력도 남지 않은 그를…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저 그가 밉다는 것 말고는 뚜렷하지가 않다.


명시적인 죄명은 6백만불. 우리나라 돈으로 (그의 재임기간 환율로 따지면) 50억 정도 되는 돈,
그것도 오랜 후원자에게 특별한 댓가성도 없이 그중 500만불은 투자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받아서 증거도 없는 돈 … 그게 유일하게 밝혀진 죄명인데

그것도 1년 반에 걸친 초고강도 수사를 통해 얻어낸 거다.


하지만 기득권세력이 뒷다마로 그에게 지운 죄상은 더 간사하고 추잡하다.


북한과의 야합(군비증강에 매달린 그가? 맙소사…), 좌파정책(양극화를 공고히 했던 그가? 아이고…),
비싼 시계를 논두렁에 버린 죄(사실이 아니다), 심지어는 불륜(인터넷 뒤져봐라 찌질한 찌라시 몇개가 떠든다) …


생각해보면 여대생 불러놓고 시바스리갈 마시다가 부하 총맞아 죽은 누군가를 숭상하는 이들이 하는 짓이라는게 특히 웃기다.
여튼 그들은 미우니까 죄를 만든거지 죄가 있어서 미워한게 아니다.


솔직히 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뭐가 그렇게 미웠던가?


그가 고졸이라서? 그가 이너서클 구성원이 아니어서?
그가 거침없이 촌스러워서? 언행이 천박해서? … 탄핵사유도 그거였긴 하더라만 …


이 끝없는 미움은 더 갈데가 없는 극단이었다.
그리고 그 극단은 자기들의 근거가 얼마나 박약하고 비현실적이며 심지어 이념적인지를 드러내었을 뿐이다.


그를 내치고 짓밟고 싶어서 안달이 났던 그들이 마침내 정권을 잡았으나,
안그래도 우파정책만 추진하던 그를 좌파라 비난하던 이들이었으니 이제 나라는 그냥 우가 아니라 점점 극우로 치달았다. 그를 천박하다 비난하던 그들의 언행은 … 차라리 말을 말자…-_-;;;


결국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준 이들은
바로 그동안 그를 씹고 씹고 또 씹어 넋이라도 있고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준 그들이다. 그의 지금 모습이 실제 그의 행적에 비하면 부당해보이지만, 그가 지금까지 당한 부당함이 그것을 모두 상쇄시키고 남는다.


이제 누가 그를 욕하겠나.


이제 누가 그를 더 죽일 수 있겠나.


그래서 나는 그냥 그에게 부여된 자리를 인정하고 동의한다.
그럴만 한 자리다. 앞으로 당분간, 아마도 수십년간은 아무도 그 자리에 설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뭘 그리 새삼스럽게시리 …


우리들은 예전부터 미쳐있었다. 현 정부를 선택한게 우리들 아닌가.


예전에는 미친 사람들을, 돌아버린 인간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왕 돈 김에 더 돌게 하는 것도 신의 섭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80도 돈 인간은 180도만 더 돌리면 정상 아닌가.


덧. 굽시니스트의 분석에 동의한다.
역사를 좀 배워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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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