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공 추천] 가정의 달 5월,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 (1)

 

작년 12월 “크리스마스에 다시 보고싶은 영화 10편”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며 엄선했던 영화 10편을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로 우려먹는 글입니다. 그것도 2부로 나누어 우려먹습니다. 대부분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들이고 연소자관람가 1편과 12세 이상 관람가가 1편 있습니다. 연령대에 상관없이 온가족이 함께 보아도 남사스러울 일이 없고 오직 감동과 훈훈함만 안겨주는 영화들을 5편씩 소개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때마침 월요일 휴일을 낀 연휴가 2주 연속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적어두셨다가 잘 한번 써먹어 보세요. 단, 비디오/DVD 가게에서도 구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작품들도 있으니 너무 뭐라고 하지는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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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 팀 버튼 감독의 1990년작 <가위손>입니다.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로도 전혀 손색이 없죠. 포스터가 다소 썰렁합니다만 저 못생긴 총각이 바로 젊은 시절의 조니 뎁입니다. 지금도 엄청나게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지만 저는 지금도 조니 뎁 하면 <가위손>의 에드워드를 떠올리게 됩니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겨울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애틋한 사연을 알 수 있게 되죠. 눈만 내리면 <가위손>이 생각난다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튼 겨울 영화 No. 1, 저에게는 크리스마스 영화로도 No. 1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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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의 조니 뎁 주연작이네요. 보신 분들은 다들 최고의 완소 영화로 꼽아주시는 <베니와 준>(1993)입니다. 가족애만 강조하는 작품이 아니라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조니 뎁의 귀여운 괴짜 연기는 거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구요 여주인공 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그녀의 오빠로 출연한 에이단 퀸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가 스스로를 먼저 자유롭게 하는 법을 배우는 순간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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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비장의 무기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크리스챤 슬레이터와 마리사 토메이가 주연한 <언테임드>(1993)라는 영화입니다. 길들여지지 않은 심장, 가슴, 마음… 원 제목부터 참 근사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절대 액션 영화는 아니구요, 아주 자그마한 멜러물입니다. 작은 식당에서 같이 일하게된 두 젊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인데 결말이 조금 슬프긴 합니다. 크리스챤 슬레이터 주연의 멜러 영화로 <미스터 플라워>(1996)가 좀 더 알려지지 않았나 싶은데요 여러모로 이 영화가 더 낫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멜러로까지 꼽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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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교적 최근 영화이기 때문에 구해보시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이 영화도 안갖다 놓은 비디오/DVD 가게라면 당장 거래를 끊으시고요. 작년 이맘때 국내 개봉했던 <미스 리틀 선샤인>(2006)입니다. 어느 콩가루 집안이 어린 막내 딸의 미녀 선발대회 출전을 돕기 위해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그렉 키니어, 토니 콜레트, 스티브 카렐 정도가 알려진 배우들이고 나머지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습니다만 금방 친숙해지더군요. 아들로 출연했던 폴 다노가 <데어 윌 비 블러드>(2007)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연기 대결을 펼쳤죠. 작품 자체가 베스트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 영화로는 딱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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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드라마의 거의 끝장을 보여주는 작품이죠. 애들이 이 영화의 깊은 뜻을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국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2) 입니다. 개인적으로 제 인생의 영화 세번째 작품이기도 하고요. 80년대 대처 시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과 그의 가족들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면의 감동은 10만 볼트 감전이고 그 앞에 펼쳐지는 가족애는 정말 오래토록 기억에 남습니다. 가족이 세상에서 젤 중요하다고 해서가 아니라 기왕 가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 영화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이상 5편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럼 “온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들 (2)”에서 나머지 5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영진공 신어지

근데, 밥은 먹었니?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두만 형사(송강호)가 유력한 용의자(박해일)에게 묻는다. ‘근데, 밥은 먹고 다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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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대사인지는 모르겠다. 저 장면을 보면서 난,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는 가끔 나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늘어 놓으신다. 그저 딸이니까 몇마디 늘어놓고 싶으실 때가 있으실 것이다. 그럴때 난 그냥 아무말 없이 듣기만 하면 간단한 것인데, 왜 그렇게 성격이 꼬였는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엄마의 말을 가로 막곤 한다. 엄마의 의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가끔은 딸이라는 이유로만으로도 아무말 없이 받아줄 수 있는 착한마음이 필요한 법. 잘 알면서도 늘 마음만 그럴 뿐, 늘 여지없이 엄마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밖에 나가서는 사람들 얘기를 잘 듣고, 싫은 소리도 어지간하면 안하고, 마음에 없는 말도 곧 잘 하는 내가, 집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다. 알면서도 바꾸지 않고 있기에 더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겠지만, 솔직히 앞으로 어찌어찌하겠다는 자신이 서진 않는다.

이런 못된 딸이 저녁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는 뭐 그리 중요하다고! 하소연을 하려다 더 속상해지는 우리 엄마는 물었던 말을 또 묻는다. “근데, 저녁은 먹었니?”

새벽 3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가도 엄마의 첫 질문은 항상 똑같다. 정말 밥을 먹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겠지만, 딸과의 대화가 또한 그립다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떨어져 살고있는 요즘도 우리 엄마는 가끔 만날 때도, 전화를 통해서도 여전히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신다. 어디 우리 엄마만 그러겠는가.

영진공 슈테른

[데어 윌 비 블러드], 당신들을 위한 보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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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게 어디 미국만의 모습이겠습니까. 자본이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고 세속 종교가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해준다며 시커먼 탐욕의 불기둥을 쌍으로 뿜어 올리는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이기도 하지 않던가요.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가 없는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처럼 광기에 가까운 승부욕으로 성공을 일궈낸 수많은 인물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정권과 내각이 바뀌고 때마침 많은 회사들이 주주총회를 여는 시기에 영화를 본 탓도 있었겠고요. 미국이라는 국가 뿐만 아니라 다른 영화들을 통해, 그리고 실존 인물들을 통해 보아온 캐릭터의 기시감이 상당했습니다. 그런 면모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나 자신에게도 잠재되어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란 생각도 듭니다. 말 그대로 하나님의 아들이 영원한 속죄양이 되어 흘리셨다는 보혈(Blood)이 아니고서는 그 굴레를 잠시도 벗어날 수 없는 천상 죄인인 것이죠.

정치가 아닌 종교가 자본과의 대립각을 세운다는 점 외에는 전체적으로 그리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조율이 참 잘된 영화더군요. 엔딩 크리딧에서 영화를 로버트 알트만 감독에게 헌정하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시종일관 팍팍 느껴진다고 할까요. 미국 대자본의 탄생을 상징하는 유전탑의 모습과 굴착기의 신음하는 듯한 소리가 참 무시무시했습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더군요. 영화를 몇 년에 한 편씩 밖에 찍지 않는 배우이기 때문에 그의 연기를 새 영화에서 본다는 건 그 자체로 진기명기를 감상하는 일과 다름이 없지 싶습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2006) 에서 처음 봤을 때 저런 외모로 인기 배우가 되기는 어렵겠다 싶었던 폴 다노는 배우란 외모가 아니라 연기를 보여주는 직업이란 평범한 사실을 재삼 확인시키며 저를 부끄럽게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키애런 하인즈의 비중이 너무 적었전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플롯에서 거의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마는 안타까움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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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아닌 죽음으로서의 피는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대표 이미지가 됩니다. 은광에서, 그리고 유전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허락된 그 이상의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와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 에서와 마찬가지로 반복되는 메시지입니다. 미국이 피의 대가를 치르며 세워진 나라이고 부를 축적해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과감히 결탁하고 자신을 건드린 자에 대해 철저하게 응징하는 무자비함 역시 미국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9.11 테러를 기점으로 시작된 미국 내 신매카시즘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목 상의 이유와 달리 석유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이라크 전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광기라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던 그 과정에서도 수많은 이들의 피가 뿌려진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는 사실입니다. 이 땅에 대운하를 파는 과정에서도 누군가는 피를 흘려야할테지요. “I’m finished.”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나지만 피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그들을 위한 보혈이란 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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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신어지

[테이큰], 우리에겐 피터가 필요해….









찾기는 어렵지 않아. 바로 당신 옆에 있거든.

본 슈프리머시(제이슨 본 시리즈 2편)에서 본은 자신의 여친 마리가 저격당해 죽자
거의 축지법과도 같은 기술을 발휘합니다.

유럽에서 가장 널럴한 나라 중의 하나에 도착해 일부러 공항검색 카메라에 찍히고
이미 등록된 위조여권을 사용해서 허술한 장소에서 자신을 심문하게 만든 뒤,
전화를 복사해서 작전담당관의 이름과 도시를 알아내고,
해당 도시에 도착해 전화 몇통으로 그 담당관이 투숙한 호텔과 방번호까지 알아내고,
작전본부까지 미행을 해서는 저격총 스코프의 조준점에 그녀를 올려놓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그녀에게 전화를 겁니다.
그 사이에 트레드스톤 요원 한명과 격투까지 했지만, 그 지점까지 도착하는데 딱 이틀 걸리더군요. 인도에서 유럽까지 가는 비행기 시간은 빼고 말이죠.

네, 단 이틀 만에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복수의 대상자를 찾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복수를 끝낼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한 겁니다.

그 속도감과 효율성, 그리고 그 대담함을 즐긴 분이라면 영화 <테이큰>에 충분히 만족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들 이야기 하듯, 이 영화는 아빠가 된 제이슨 본 이야기거든요.
자동차 추격장면의 배경음악 조차도 제이슨 본 스럽죠.

물론 이 영화의 브라이언(리암 니슨)도 제이슨 본 만큼 대단한 사람입니다.
프랑스에 도착해 납치된 딸을 찾아내는데 한 사흘 걸린 것 같더군요.

단, 제이슨 본과는 달리 니슨 아저씨는 정말로 마구마구 무자비합니다.
딸을 찾기 위해서라면 친구 마누라 어깨쯤은 주저없이 쏴버리고요.
(그 친구, 조금 더 머뭇거렸으면 정말 새 장가 갈 수 있었을겁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며 양해(?)를 구하는 악당에게는
“나는 감정이 매우 많다”며 남은 총알을 다 먹여줍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영화의 악당들에겐 정말로 용서해줄 만한 여지가 없어요.
모두 죽어도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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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고? 그래 알겠어. 하지만 용서는 못해줘

결국, “여자 하나 잘못(-_-) 납치했다가 프랑스 파리의 인신매매 조직 하나와
그 범죄의 최종수요자에 이르는 유통경로 하나가 완전히 궤멸된다”

는 것이 이 영화의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니슨 아저씨는 현역 요원도 아니고 그 조직에서 은퇴한 노땅입니다.
물론 실력이 녹슬어 은퇴한 것이 아니라 딸네미 때문에 은퇴한 거지만 말이죠.

여튼 17살짜리 딸을 둔 노땅이 한 도시의 범죄조직 하나를 싹 쓸어버릴 정도라면
현역 요원 한 두셋만 투입하면 그 어떤 범죄조직이든 전부 쓸려나갈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지구 상에 아직도 이런 악독한 범죄자들이 날뛰고 있는 것을 보면
이게 좀 착잡하단 말이죠…

그 악당들이 날뛰는 건 이 슈퍼맨 요원들이 얌전히 그걸 묵과하고 있어서라는 얘기니까요.
아니라고요? 그 아저씨들은 지금 이라크에서 바쁘다고요?
혹은 중간에 니슨 아재가 중얼거린 것 처럼, 그 범죄자들을 쓸어버리긴 커녕 그들에게서 돈을 뜯어 정찰위성 유지비용을 대고 있는 걸까요?
아니, 어쩌면 그들이 무사한건 다행히도 (혹은 유감스럽게도)
그놈들이 이 무서운 아저씨들의 딸을 납치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다 보면, 이 모든 정의가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납치대상을 찍은 놈들 덕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 피터란 놈이 니슨 아재의 딸을 골라내지만 않았더라도
모두가 여전히 인신매매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었을테니 말이죠.

이 지점에서 저는 한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 도대체 왜, 우리가 사는 현실 세상에는 피터 같은 애가 없는 거랍니까…



잘 도망가다 트럭에 깔려죽은 피터..

참고로, 이 영화의 감독은 <13구역>을 만든 삐에르 모렐이고, 제작자는 뤽 베송입니다.
<13구역>보다 이 영화가 조금 더 긴데, 박진감은 여전히 만빵입니다.
아우 후련해…


영진공 짱가

샘플링(Sampling)이라고???

얼마 전에야 <원더걸즈>라는 소녀그룹의 “텔미”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전 국민 계층에 걸쳐 엄청나게 히트를 한 노래라는데, 이제야 일청한 난 뭐냐능 -_-;;;

그런데 이 노래가, 80년대에 반짝 히트했던 어느 디스코곡을 강하게 연상시키는지라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노래 혹시 그 노래 번안곡 아냐???”라고 …

역시나 이 곡의 작곡자가 그 곡을 샘플링했다고 그랬다는 대답이었다.
흐음 … 글쿤 …

아니, 가만 … 샘플링이라고???
어머, 그럴리가 … 이건 샘플링이 아닌데 …

일단 두 노래를 직접 들어보자.


원더걸즈 테,테,테,테,테, 텔미히~


Stacy Q “Two Of Hearts” (1986)

음악, 특히 대중음악에서 샘플링이란 어느 곡의 몇 소절을 따오거나 연주기법을 차용하거나 또는 특정하게 반복되는 패턴(리프, Riff)을 모사하는 기법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위의 두 곡에서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샘플링인가.
이건 샘플링이 아니라 원곡의 창조적 재구성이라 해야 한다.

원곡의 분위기를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들어도 신나는 작품을 만들어 놓으시고선,
작곡자 그 분은 왜 굳이 샘플링이라고 겸양의 덕을 발휘하신 걸까???

그럼 여기서 샘플링이 뭔지 알아 보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다.
아래의 두 노래를 들어보자.

첫 곡은 <America>의 “Ventura Highway”라는 1972년 발표작이고,
두 번째 곡은 <Janet Jackson>의 “Someone To Call My Lover” (2001) 이다.



America “Ventura Highway”



Janet Jackson “Someone To Call My Lover”

America의 노래에서 계속 반복되는 기타 리프를 모사하여 Janet Jackson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걸 확인하셨을 것이다.
이처럼 샘플링이란 원곡의 특징적인 일부분을 제한적으로 따올 때 그 효과가 크다 할 것이다.

실례와 비교해 보니, 원더걸즈의 노래에 Stacy Q의 노래가 “샘플링” 된 게 없다는 나의 주장에 한껏 힘이 실리는 듯한 느낌은 혹시 나만 …

암튼 샘플링은 아니고 그럼 혹시 리믹스???

리믹스란 말 그대로 노래의 믹싱을 다시 하는 걸 일컫는다.
믹싱이란 따로 녹음된 노래의 요소들을 함께 엮어서 완성된 노래를 만드는 작업인데,
리믹스는 원곡의 분위기나 템포 등을 바꿔 새롭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도된다.

그래서 리믹스를 할 때는 새로운 악기파트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악기파트를 뺀다든지, 특정부분을 늘리거나 줄이든지, 빠르기나 비트를 바꾼다든지 하게 된다.
그리고 아예 서로 다른 곡들을 함께 섞어서 하나의 노래로 만들기도 한다.  

그럼 이번에도 역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첫 곡은 Mariah Carey의 “Fantasy”(1995)이다.
이 곡의 중간 쯤에 Tom Tom Club의 노래를 샘플링한 부분이 있는데,
그 곡이 두 번째 동영상인 “Genius Of Love”(1981)이다.
그리고 이 두 곡은 합쳐져서 리믹스 버젼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곡이 세 번째 동영상인 “Fantasy (ODB Remix)”이다.

확인해 보자.



Mariah Carey   “Fantasy”


Tom Tom Club   “Genius Of Love”


Mariah Carey   “Fantasy (Ol’ Dirty Bastard Remix)”


들었는가, 보았는가,
리믹스도 그렇고 샘플링도 그렇고 잘 만들어진 작품은 원곡과 대상곡이 잘 어우러져 하나의 노래를 구성하면서도 각자의 특징이 잘 구분된다.

그런데 Stacy Q와 원더걸즈의 경우는 그런게 아니다.
원곡의 요소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각각 잘 분리하여 새로운 해석으로 터치한 작품인 것이다.

이처럼 원곡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섬세하게 입히고 특히 우리 정서에 맞게 제대로 향토화한 걸작을 두고,
그저 샘플링만 했다고 스스로 깎아내리다니 …

지나친 겸양은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하였거늘 어찌 그리하였단 말인가, 에혀 …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