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링(Sampling)이라고???

얼마 전에야 <원더걸즈>라는 소녀그룹의 “텔미”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전 국민 계층에 걸쳐 엄청나게 히트를 한 노래라는데, 이제야 일청한 난 뭐냐능 -_-;;;

그런데 이 노래가, 80년대에 반짝 히트했던 어느 디스코곡을 강하게 연상시키는지라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이 노래 혹시 그 노래 번안곡 아냐???”라고 …

역시나 이 곡의 작곡자가 그 곡을 샘플링했다고 그랬다는 대답이었다.
흐음 … 글쿤 …

아니, 가만 … 샘플링이라고???
어머, 그럴리가 … 이건 샘플링이 아닌데 …

일단 두 노래를 직접 들어보자.


원더걸즈 테,테,테,테,테, 텔미히~


Stacy Q “Two Of Hearts” (1986)

음악, 특히 대중음악에서 샘플링이란 어느 곡의 몇 소절을 따오거나 연주기법을 차용하거나 또는 특정하게 반복되는 패턴(리프, Riff)을 모사하는 기법으로 알고있다.

그런데 위의 두 곡에서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샘플링인가.
이건 샘플링이 아니라 원곡의 창조적 재구성이라 해야 한다.

원곡의 분위기를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들어도 신나는 작품을 만들어 놓으시고선,
작곡자 그 분은 왜 굳이 샘플링이라고 겸양의 덕을 발휘하신 걸까???

그럼 여기서 샘플링이 뭔지 알아 보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다.
아래의 두 노래를 들어보자.

첫 곡은 <America>의 “Ventura Highway”라는 1972년 발표작이고,
두 번째 곡은 <Janet Jackson>의 “Someone To Call My Lover” (2001) 이다.



America “Ventura Highway”



Janet Jackson “Someone To Call My Lover”

America의 노래에서 계속 반복되는 기타 리프를 모사하여 Janet Jackson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걸 확인하셨을 것이다.
이처럼 샘플링이란 원곡의 특징적인 일부분을 제한적으로 따올 때 그 효과가 크다 할 것이다.

실례와 비교해 보니, 원더걸즈의 노래에 Stacy Q의 노래가 “샘플링” 된 게 없다는 나의 주장에 한껏 힘이 실리는 듯한 느낌은 혹시 나만 …

암튼 샘플링은 아니고 그럼 혹시 리믹스???

리믹스란 말 그대로 노래의 믹싱을 다시 하는 걸 일컫는다.
믹싱이란 따로 녹음된 노래의 요소들을 함께 엮어서 완성된 노래를 만드는 작업인데,
리믹스는 원곡의 분위기나 템포 등을 바꿔 새롭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도된다.

그래서 리믹스를 할 때는 새로운 악기파트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악기파트를 뺀다든지, 특정부분을 늘리거나 줄이든지, 빠르기나 비트를 바꾼다든지 하게 된다.
그리고 아예 서로 다른 곡들을 함께 섞어서 하나의 노래로 만들기도 한다.  

그럼 이번에도 역시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첫 곡은 Mariah Carey의 “Fantasy”(1995)이다.
이 곡의 중간 쯤에 Tom Tom Club의 노래를 샘플링한 부분이 있는데,
그 곡이 두 번째 동영상인 “Genius Of Love”(1981)이다.
그리고 이 두 곡은 합쳐져서 리믹스 버젼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곡이 세 번째 동영상인 “Fantasy (ODB Remix)”이다.

확인해 보자.



Mariah Carey   “Fantasy”


Tom Tom Club   “Genius Of Love”


Mariah Carey   “Fantasy (Ol’ Dirty Bastard Remix)”


들었는가, 보았는가,
리믹스도 그렇고 샘플링도 그렇고 잘 만들어진 작품은 원곡과 대상곡이 잘 어우러져 하나의 노래를 구성하면서도 각자의 특징이 잘 구분된다.

그런데 Stacy Q와 원더걸즈의 경우는 그런게 아니다.
원곡의 요소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각각 잘 분리하여 새로운 해석으로 터치한 작품인 것이다.

이처럼 원곡의 느낌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섬세하게 입히고 특히 우리 정서에 맞게 제대로 향토화한 걸작을 두고,
그저 샘플링만 했다고 스스로 깎아내리다니 …

지나친 겸양은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 하였거늘 어찌 그리하였단 말인가, 에혀 …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