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카이폴”, 밀덕 눈에 비친 007의 무기들



 

 


 


 



 


 


이번에 개봉한 23(+1+1)번째 007 영화, 007 영화 50주년 기념작이기도 <스카이폴>은 고전의 재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20세기에 탄생한 스파이 영화 007 시리즈를 21세기에 맞게 업그레이드 하면서도 이전 007 영화의 전통을 되살린다는 목적에 충실하죠.


 


영화에서 본드가 “내 취미는 부활이여” 라고 웅얼거리는 장면이나, M이 데니슨의 율리시즈를 읊는 장면은 모두 이러한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제임스본드 리부트 3부작의 최종편으로서 적절한 마무리를 짓습니다.


 


“고전의 현대적 재구성”이라는 모토는 영화에 등장하는 장비들에게서도 나타납니다.


 


악당에 맞서는 본드의 마지막 무기가 고전적인 수평쌍대 라이플과 2차대전 전에 만들어진 PPk 라는 것도, 그가 선택한 차가 65년작 007 영화 <썬더볼>에 등장했던 바로 그 애스턴 마틴 DB5 (번호판도 같음) 라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죠.


 


 


 



숀 코너리와 애스턴 마틴 DB5 번호판 BMT 216A


 


 



바로 그 번호판의 애스턴 마틴 DB 5


 


 



 


 


퀀텀 오브 솔러스 까지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는 애스턴 마틴 DB9 을 타고 다녔죠. 하지만 사실 DB5 가 슬쩍 등장하긴 했습니다. <카지노 로얄>에서 초반 악당에게 카드게임으로 딴 자동차가 DB5 였죠.


 


 


 



요거 번호판은 다르지만… 한바퀴 돌고 제자리에 오자 벙찐 악당 애인


 


 


 


그런 의미에서 <스카이폴>에 등장한 총기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임스본드의 주무장은 고색창연한 PPk/s 2차 대전 전에 월터 사에서 개발한 현대권총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총입니다. 제임스본드 영화에서는 62년작 <닥터 노> 에서부터 007의 무장으로 채용되어왔죠.


 


사용탄은 .380 ACP (9밀리 쇼트, 혹은 9mm kurz라고도 하는) 탄창에는 9발이 장전됩니다. 제임스 본드는 <어나더 데이>에서부터 월터 P99로 무장을 바꾸었으나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부터 다시 PPk 로 회귀했습니다. 전에는 마크 포스터 감독이 그렇게 선택한 거라 생각했는데, 스카이폴을 보니 아마도 이온 프로덕션에서 애초에 이렇게 나갈 계획이었던 듯 …


 


 


 



Walther PPk/s


 


 



21세기에 요런 쪼만한 권총으로 적에게 맞서라니.. 너무한 거 아님?


 


 


 


그래도 그냥 PPk/s 를 주는 건 뭐 좀 심했다 싶었는지 제임스 본드의 손금을 읽어서 안전장치 해제를 하는 첨단(?) PPk/s 를 줍니다.


 


 



애계 … 이게 다여?


 


 



덕분에 본드는 추운 겨울에도 맨손으로 총을 쏴야 하는…ㅋㅋ


물론 영화에서는 이 안전장치가 딱 한번은 제 구실을 하죠.


 


 


 


그리고 이에 맞서는 상대 킬러 패트리스는 완전자동 버젼의 글록을 씁니다. 본드가 쪼마난 PPk 로 따콩 따콩 하는 동안 글록에 드럼탄창을 장전하고 시원하게 쏴 갈기죠.


 


 



이건 한참 도망가다 기차 지붕 위에서. 이때는 30발 짜리 다연발탄창 …


 


 



요것이 완전자동 버젼 글록에 C-mag 드럼탄창을 장착한 모습.


요것은 아마 80연발쯤 될 듯.


 


 


 


근데 영화에서는 드럼이 하나짜리였는지 둘이였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는.. 드럼 하나짜리 다연발 탄창도 있습니다. 아래는 콜트 45 용이지만 9mm 글록 용도 있을 듯.


 


 



드럼탄창을 다 갈긴 다음에는 30연발짜리 다연발 탄창을 쓰고


 


 



 


그 다음에는 일반 탄창을 쓰더군요.


 


 


 


당연하죠. 드럼탄창은 장탄수는 많아도 하나 이상 들고 다니긴 거추장스럽고 기민하게 움직이려면 30연발 탄창을 쓰는게 적절. 그러니까 차로 다닐 때는 드럼탄창을 휴대하고 오토바이 타거나 맨 몸으로 뛰어 다녀야 하는 시점에는 다연발 탄창을 휴대하는 거죠.


 


그 외에도 글록은 여기저기서 사용됩니다.


 


 


 



 


Glock 17, 9mm Para, 17발 장전


 


 



실바(하비에르 바르뎀)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할 때도


 


 



말로리(랄프 파인즈)가 반격하는 총도 글록.


 


 


이유는 뭐, 요즘 가장 많이 보급된 가장 무난한 총이니까요.


 


그리고 이브(나오미 해리스)는 부무장은 역시 본드와 같은 PPk/s를 소총은 올림픽 암스 사에서 M-16을 아주 짧게 변형한 모델인 K23B를 씁니다.


 


 


 


 



 


아마 이 총의 총신 길이가 10인치가 안될텐데. 그럼 이건 뭐 그냥 난사용 무기…


 


 


 



근데 거기에 광학조준기를 장착해서


 


 



이 거리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향해 저격을…


애초에 누구 하나라도 맞춘게 대단한 거임


 


 


그리고 마지막 악당들과의 대 결전을 벌일 때 본드가 손에 쥔 것은 ‘앤더슨 휠러’ 라는 영국 수제 사냥총 회사에서 만든 수평쌍대 라이플로 사용탄은 자그마치 .500 니트로 익스프레스.


 


이런 수제 사냥총은 가격이 어마어마 합니다. 기본이 수백만원, 비싼 거는 수천만원이 넘죠. 이런 총을 보유한 집은 보통 집이 아닙니다. 지방 토호, 유지 쯤은 되어야 한다는 … 그리고 사용탄도 흑색화약 시절에 기원을 둔 전통있는 탄으로(어쨌든 이 영화는 전통 빼면 시체) 탄 위력 자체는 2차 대전 중 M1 소총에 사용된 30-06 탄과 비슷하다는군요.


 


하지만 탄두가 12.7 밀리로 굵기 때문에(참고로 M-2 중기관총에 쓰는 50구경탄이 12.7mm) 근거리에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듯 … (처음에는 니트로 익스프레스라고 해서 .600 이나 .700 을 떠올리고 엄청난 위력이라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님)


 


 


 



 


 


 


어쨌든 이 총을 등장시킴으로써 영화는 제임스본드가 <카지노 로열>에서 베스퍼가 추정했던 것 처럼 노동자 계층 출신 고아가 아니라 더 귀한 집 자식임을 확실히 보여줍니다. 뭐 관객들은 이 총 아니더라도 충분히 제임스본드의 집안 내력을 추정할 수 있을테지만요.


 


 


 



Anderson Wheeler Double Rifle chambered in .500 Nitro Express.


 


 


 



시원하게 두방!!


 


 


 


그리고 나중에는 악당들이 들고 온 HK 416을 들고 싸웁니다. 독일의 총기회사 Heckler & Koch 사에서 M-16을 가스피스톤 작동식으로 변형한 모델이죠. 요즘 주목을 받고는 있으나 생각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는…


 


 


 


 



 


HK 416, 5.56 NATO, 30발 장전


 


 



 


 


 


그 외에 상하이 장면에서 등장한 저격소총은 실총 족보에는 없는 물건이라고 합니다. 뭐 자칼의 날에 등장하는 총처럼 휴대성과 총이라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수제작한 모델이라고 보면 될 듯 …


 


 



 


 



모양은 AI 사의 저격총 변형 같은데,


탄창으로 보이는 부품이 두개라는 게 이상함.


하나는 소총탄창, 다른 하나는 SMG 탄창처럼 보임 …


이 영화에서 거의 유일하게 실물과 무관한 물건


 


 


 


아, 영화에서는 본드에게 월터 P99 를 쥐어줄 생각도 했던 모양입니다.


본드가 P99 를 쓰는 장면도 있긴 하다더군요. 아마 실바의 아지트에서 였던 것 같은데. 실제로 영화에는 이런 장면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니 중간에 싹 편집한 듯.


 


 




 


끝.


 


 


스카이폴 등장 총에 관한 사진은 모두 IMFDB 에서 참고했습니다. http://www.imfdb.org/wiki/Skyfall

 


 


영진공 짱가


 


 


 


 


 


 


 


 


 


 


 


 


 


 


 


 


 


 


 


 


 


 


 


 


 


 


 


 


 

“007 스카이폴”, 비정규직은 뭘해도 고달프다

 

 


 


 


 



 


 


007, 더블오세븐, 이름은 제임스 본드. 다 아시겠지만 이 친구 비정규직이다.


 


영국 해군 소속으로 국방성에 파견나갔다가 MI-6 비밀정보원(실은 살인청부업자)으로 근무 중인 일종의 별정직(실은 계약직) 공무원이다. 사실 이 친구 본업인 살인청부업으로써 보다는, MI6 공식 홍보대사로 더 혁혁한 공을 세우고있다.



이 친구의 근무기관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MI6는 경량 공냉식 반자동/자동 소총으로 1960년대에 처음 도입되어 여전히 미군의 주력 소총으로 사용되고 있는 … 아 참, 이건 M16이구나.


 


MI-6는 Military Intelligence, section 6의 줄임말로 원래 명칭은 SIS(Secret Intelligence Service), 즉 비밀정보국으로서 미국의 CIA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이 기관의 역사는 만 102년이 될 정도로 길고도 긴데, 더 이상 군조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MI-6라 불리는 건 2차대전때의 활약(?)에 대한 상징성이 워낙 커서이다. 그리고 MI-5라는 기관이 있는데, 이는 내국관련정보 업무를 하며 그냥 미국의 FBI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아무튼 MI-5와 MI-6가 저지른, 그리고 저지르고 있는 온갖 악행과 정치공작들은 영국 드라마 “Spooks”(10시즌 드라마, 2002~2011)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 속살을 엿볼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닥터 하우스는 실은 MI-6 공작요원으로서 조직의 명령에 따라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액센트마저 바꿔 미국으로 잠입해 8년여동안 의사라는 신분으로 스파이 생활을 해오다가 최근에 다시 종적을 감춰 분쟁지역 어디 쯤에 잠입했음을 알 수 있다.


 


여하튼 제임스 본드는 이런 정치공작, 테러, 살인을 주업무로 하는 조직을 마치 세계정복을 꾀하는 악당들로부터 “자유세계”를 구해내는 정의로운 집단으로 묘사하는 선무공작에 동원되어 약 50년의 세월동안 참으로 효과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런데 이렇게 그 공적이 돈이나 지위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도 여전히 현장근무자이다. 엔간하면 이제 MI-6 위원장 자리나 하다못해 차장이라도 시켜줄만 한데, 그는 여전히 계급마저도 중령, 아니 대령인가?



게다가 지난 50년의 세월동안 007이 조직내에서 자리를 좀 잡을라치면 여지없이 기존 인력은 해고되고 지체없이 대체인력이 투입되어왔다. 그러니까 이번이 벌써 일곱번째 대체인력 투입인 셈이다.


 


 


차기 007??? 차기 M???




 


역시나 스파이 세계에서도 비정규직은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고 고달프기 그지 없다는 걸 007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할터인데,


 


이번의 스카이폴(Skyfall) 작전은 제임스 본드가 비정규직을 벗어 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인 셈이었지만, 그마저도 허무하게 끝이 나고 조직은 계약직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채 그를 다시 현장으로 내보내고야 만다.


 


한 가지 이번 작전이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악당의 정체인데, 이전의 악당들은 “세계정복”을 모토로 막대한 자금력과 어마무시한 신무기를 동원하여 들이댔던 것에 반해, 이번의 악당은 …… 실은 前 MI-6 요원이었던 것이다. (이 정도는 스포로 안쳐도 되겠죠?!)


 


이 악당은 이전에 MI-6의 열악한 재정과 예산부족을 타개하고자 미국내에서 마약자금을 탈취하는 공작에 투입되었지만 어설픈 일처리로 인해 텍사스에서 연쇄살인사건을 일으키게 되었고, 조직의 외면으로 숨을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처리되었던 인물이다.


 


 


미국 공작시의 자료 사진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전의 악당들에 대해서는 그 많은 돈과 무기를 가지고 그냥 세계를 정복하면 될 걸 왜 그리도 007을 잡기 위해 그나마 잘 잡지도 못하면서 온갖 쓸데없는 짓을 벌이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이번의 악당은 그 좋은 머리와 충성스런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왜 그리도 쓰잘데기 없는 개고생을 하는 건지 이해가 잘 되었다. 그런데 함정은 그 개고생이 구경거리로는 영 별로라는 거 ……


 


여하튼 비정규직 007이 당하는 설움은 이번 공작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전의 악당들에 맞설 때는 세계경제가 호황이었던 시절인지라, 오징어먹물 자동차라든가 라이터총이라든가 압정발사기라든가 등의 “최신”무기들을 지급받아서 싸울 수 있었지만, 이번 미션에서는 달랑 송신기(라디오) 하나 제공받는데 그친다.


 


물론 이렇게 된데에는 007의 책임도 크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여 하다못해 스마트폰도 잘 활용 못하는 능력미달자로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인한 IT 교육미비, 체력단련활동 미지원으로 인한 저질체력 유발 등 조직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하겠다.


 


하긴 경제불황이라는 핑계로 변변한 무기도 확보하지 못하고, 현장 지원 인력도 부족하여 사무실 근무자가 필드에 나가고, 전체 보안시스템을 달랑 해커 한 명이 책임지고 있는 실정이니 뭐라 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조직을 이런 지경에까지 몰아넣은 무능부실 CEO, M


 


 


그런데 이번 미션에서 여실히 볼 수 있듯이, 이제는 “비밀무기”라든가 비밀공작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너무 보잘것 없어졌다. 워낙 세상의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매우 다양하게 얽혀져 버린데다가 정보화시대가 고강도로 진행되어 누가 친구인지, 누가 적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시스템이 온통 IT화 되어있어서 그 잘난 비밀무기라고 해봤자 해킹 한 번이면 무력화되는 판이니.


 


그러다보니 결국 이번 나쁜 놈과 우리 편의 대결은 쌩 아날로그로 벌어지게 된 것인데, 이게 그나마 우리의 늙다리 제임스 본드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지라 다행히(?)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어언 50년 묵은 비정규직 스파이 007.


 


이 친구가 이전의 선무공작에서처럼 혁혁한 공을 다시 세우려면 이제는 우주로 나가서 프로메테우스를 처치하든지, 아니면 그 “수 많았던 추억 속에서 흠뻑 젖은” 본드 걸과의 지고지순한 러브 스토리를 만들어 내든지,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는 좀체로 그는 비정규직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뒤의 악당 꼬봉은 웃고 있는 걸 보니 정규직임이 분명하다!


 


 


 


영진공 이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