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글록과 USP 그리고 VP70









 


 



 


 



이야기 전체는 마약과 장기매매, 아동매매로 구성 된데다, 장면들은 잔인무도한 칼부림과 피튀기는 총질로 점철된, 악랄함의 끝을 향해 달리는 영화라 해도 …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여성관객들이 뿅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영화, <아저씨>.




이 영화는 총기 액션만으로 따져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영화다. (그 총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느냐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영화에서 총을 소품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잘 다듬어져있다. 이 영화 전체가 과장하지 않고 관객보다 먼저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연출을 지향하는데, 총기 액션 역시 그렇다. 필요한 순간에 아주 짧게 총이 등장하며 등장할 때마다 총은 새로운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 각각의 연출 효과는 매우 좋다.




이 영화에서 총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보자.


주인공과 맞선 킬러가 느닷없이 뽑아든 권총은 주인공이 아닌 의외의 인물을 향해 발사된다. 그것을 통해 적이 노리는 것은 겉보기보다 더 복잡할 것임을 암시한다. 게다가 그 총에는 소음기까지 장착되어 있다. 이들은 생각없이 총질하는 놈들이 아닌 거다. 즉,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주인공이 속을 알 수 없는 강력한 놈들과 대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장면이 없어서 나중에 나이트 화장실 장면을 … 




 


두 번째는 주인공의 목표 추구를 1차로 좌절시키는 소도구로 등장한다. 역시 앞서와 마찬가지로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이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사용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언제나 주인공에게 단번에 목표달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드시 한번은 실패해야 한다. 그 실패를 통해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주인공이 극복할 장애물을 제공한다.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주인공은 주인공의 자격을 인정받는다.






 



권총을 들고 싸우다니 반칙이야! … 넌 얼굴이 반칙이야!






 



또 보자. 쉐리야 … 인사를 건네는 람로완. 






세 번째는 주인공이 손에 넣은 권총이다. 총은 야구글러브에 무심하게 꽂혀있고, 여러 개의 예비탄창까지 곁에 놓여있다. 주인공은 이 총을 들어서 의외의 방식으로 점검을 한다. 소품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주인공의 개성과, 그 개성이 형성될 만큼의 과거사를 암시하는 거다. 역시 이 친구도 총을 다루는데 일가견이 있는 친구고, 이제 본격적인 2차 시기를 시작할 것이라는 암시다. (그 방식이 얼마나 쓸만한 지는 논외다. 일반 관객이 그걸 어찌 알겠나. 그냥 너무 말 안되지 않는 선에서 뭔가 남들과는 다르다 싶으면 되는거다)




 





낯선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조합.


글러브와 권총. 그리고 탄창 … 자그마치 5개.

좋은 친구를 두었어 …







낯선데 이상하게 어울리는 행동. 난 총을 간 볼 때도 남들과는 다르게! 








네 번째는 드디어 주인공이 총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총은 3단계를 거쳐 등장한다. 1단계, 총성이 울린다. 어? 여기서 왜 총소리가 들리지? 싶은 표정으로 기어나온 악당들을 향해, 폐건물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다시 섬광이 번쩍인다. 2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에서는 허겁지겁 도망치는 악당을 향해 총과 사수가 전체 모습을 드러내며 거침없이 접근한다. 단 한발의 총알도 낭비되지 않는다.




 



틀렸으어 … 너는 이 아이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으어 …






다섯번째는 지금까지 긴장을 쌓아온 두 총의 대결이다. 자기들이 주인공을 처단할 사냥꾼이라고 착각하며 여유를 부리던 악당들, 자기들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들에게 주인공이 차분하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거의 정확히 표적들을 쓰러트리는 동안, 킬러의 총이 응사를 하고, 둘의 교전이 벌어진다. 그리고 총격전은 곧 단도를 사용하는 백병전으로 바뀐다. 그리고 킬러와 주인공의 결전이 이어진다.




 



내 총은 졸라 자비심 없음






그리고 마지막은 악당 최종보스 사냥이다. 방탄유리 설정이 만든 상황전환과 다시 그 방탄유리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에서 총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든 복수를 끝내고 텅빈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는 주인공의 관자놀이에 권총이 접촉한 이후, 총은 퇴장하고 이야기는 멜로로 돌아간다. 간단히 말해, 이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총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전범이다.


 






이 장면을 보며 총덕들은 글록19는 장탄수 15발인데,


차태식이는 17발을 쐈다고 딴지를 검,


사실 진짜 딴지 걸 거는 저렇게 가까이 들이대고 쏘면 잼 나기 딱 좋다는 거.


그리고 아무리 방탄차라도 저 정도 방탄이라면,


같은 곳에 한 3발 정도만 쏘면 충분히 뚫린다는 거.













 

 


 








 




글록은 구경만 같으면 풀사이즈 권총이나 컴팩트 모델이나 다 탄창이 호환됨.


물론 긴 총에 짧은 탄창은 안됨.


고로 글록19에 (17발 장전되는) 글록17 탄창을 넣고 쐇다고 할 수도 있음. 


하지만 그보다는 그냥 감독이 그렇게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고 봐도 됨. 




 


이 영화에서 등장한 권총은 두 종류다. 하나는 킬러 람로완이 사용하는 USP SD(소음기 장착형), 다른 하나는 차태식(원빈)이 사용하는 글록19. 영화에서 둘의 인연만큼이나 이 두 권총의 인연도 복잡하다.




 


 



요놈이 USP. 영화에 나온 거는 소음기가 장착되어 있었으니,


이렇게 총구 부분이 삐죽 튀어나와있는 SD 형이어야 하나






 



정작 영화에서는 소음기 없을 때 저렇게 밋밋하다는 …


뭐 소음기 있을때와 없을 때에 따라 총열도 바꾸나부지…


근데 총구가 뭐 저리 찌그러졌어?








 



그리고 이것이 차태식(원빈)이 주문한, 10핀(발) 넘게 들어가는 반자동, 글록 19.


탄창에 15발 장전됨. 






다른 포스트 에서도 썼듯, 글록은 권총업계에 플라스틱 바람을 불러온 주인공이다. 총과는 전혀 무관한 플라스틱 소재 공구를 만들던 회사에서 어느날 갑자기 뚝딱 만들어낸 권총. 등장하자마자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오스트리아 제식권총 자리를 꿰어찬 강자. 그 이후 미국에 상륙해서는 사법기관용 권총시장의 60% 이상을 잠식해버린 괴물. 




초소형 컴팩트 모델에서부터 글록19가 포함된 서브컴팩트 모델, 그리고 풀사이즈와 롱사이즈, 심지어는 완전자동 모델까지. 권총으로 가능한 모든 모델을 오로지 단일한 구조만으로 커버한 완벽한 녀석. 당시에는 보기드문 작동방식과 구조로 최고의 생산성과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권총업계의 가격파괴까지 앞장선 무서운 놈. 고장안나고, 가볍고, 튼튼하고, 안전하며, 조작과 분해도 엄청 쉽고 단순한, 권총의 상식을 깬 완전체.




HK의 USP는 어떤 면에서 글록의 플라스틱 바람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물건이다. 글록처럼 플라스틱 프레임을 썼지만, 작동방식은 전통적인 더블/싱글액션 해머 방식을 사용했다. USP는 프레임에 악세사리 장착을 위한 홈을 파 놓은 최초의 권총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홈이 좀 애매하다는 게 문제. 글록이 또 이 부분에 영향을 받아 2세대 제품 부터는 아예 프레임에 피카티니 레일 규격의 홈을 파게 된다. 실제 총의 세계에서도 영화 <아저씨>에서 처럼 둘의 인연이 깊은 셈이다.


 


그런데 사실 글록과 USP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록의 혁명적 컨셉인 플라스틱 프레임이 사실은 HK 집안의 잊혀진 존재, VP70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요놈이 VP70






이 총은 원래 소련연합군(바르샤바조약군)이 유럽을 침공할 경우를 대비해, 레지스탕스들이 쓸 수 있도록 전 유럽 비밀창고들에 저장해둘 목적으로 주문받은 물건이다. 2차 대전때 제작했으나 (너무 후져서) 쓰지는 못했던 권총, 리버레이터(Liberator) 나 단순한 구조로 싸게 만들어 유용하게 사용했던 스텐(Sten)에 상응하는 프로젝트였다. 












 




 





 





리버레이터. 공장에서 만드는데 한 정당 6.6초가 걸렸다는 초간단 권총.

강선도, 탄창도, 해머도 없는 총.









 



한발 쏘고 재장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총 한자루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더 긴 유일한 권총




 



 


 



요놈은 스텐. 2차 대전 중 무기부족에 시달리던 영국을 구한 SMG






그 목적에 걸맞게 요구사항은 이런 것들이었다. 전투용 9밀리를 쓸 수 있되 아주 단순해서 절대 고장날 일이 없을 것. 장탄수는 최대한도로, 완전자동도 가능해서 SMG 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 것. 그리고 대량생산이 아니면서도 값싸게 제작해 보급할 수 있을 것. 이 목적에 맞는 구조의 권총을 만들기 위해서 HK는 단순블로우백 구조를 사용하고, 개머리판을 장착하면 3점사가 가능할 수 있게 만들어 SMG 대용으로서의 기능도 확보했다.




그 결과 등장한 것이 VP70.




 




 



엄청 단순한 구조. 딱총이나 다를 바 없음.






 



총 본체보다 개머리판이 더 복잡한 총.


개머리판을 붙이면 3점사 되는 기관단총으로 변신.


저 개머리판은 홀스터(총집) 역할도 함






문제는 너무 단순하다보니 조작하기가 열라 불편했다는 점. 슬라이드를 뒤로 당겨 장전하기도 빡세고, 방아쇠 압력이 너무 높아서 정밀한 조준사격에도 안어울리고, 오로지 당시 권총 중에서 가장 장탄수가 많다는 점(18발)과 무지막지하게 튼튼하다는 점만 인정할 수 있는 총.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VP가 플라스틱 프레임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HK 입장에선 제조비 절감, 무게 절감 때문이었다. 최초의 플라스틱 권총은 그러니까 글록이 아니라 이 VP70이며, 글록도 같은 이유로 플라스틱 프레임을 채용한 것이다. 실제로 글록은 플라스틱 프레임을 설계할 때 VP70의 구조를 많이 참고했다. 당연하다. 그 이전까지 플라스틱 프레임 권총은 오로지 VP70 뿐이었으니.


 


결국 HK는 VP70을 만들었고, 이걸 참고해서 글록이 만들어졌으며, 그걸 참고해서 다시 HK가 USP를 만들었다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이어진 것이다. 









VP70은 영화 <에일리언2>에 등장했음. 








HK USP (9mm 버전)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748 g (빈총)


③ 길이: 19.4 cm


④ 총열: 10.8 cm


⑤ 장탄수: 15발 + 1


⑥ 방식: 반자동


⑦ 출현영화: 미션임파시블 시리즈, 콜레트럴(45구경 버젼), 그외 웬만한 영화


 


Glock 19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595 g (빈총)


③ 길이: 17.4 cm


④ 총열: 10.2 cm


⑤ 장탄수: 15발 + 1


⑥ 방식: 반자동


⑦ 출현영화: 아메리칸사이코, 하드타겟, 미스터미세스스미스, 신시티, 본아이덴티티 등 웬만한 영화


 


HK VP70


① 구경: 9밀리 파라블럼 (9x19mm Parabellum)


② 무게: 820 g (빈총)


③ 길이: 20.4 cm


④ 총열: 11.6 cm


⑤ 장탄수: 18발 + 1


⑥ 방식: 반자동/3점사(개머리판 부착시 선택가능)


⑦ 출현영화: 에일리언2, 레니게이드, 페이백 등




영진공 짱가






































































반동 제로에 도전한다, 크리스 수퍼 V 시스템

군에서 사격을 해본 분이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총은 발사할 때 위로 튀어오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발일때는 물론이고 연발로 쏘면 총구가 아예 하늘로 향하는 일도 생깁니다.


왜 총은 사격할 때 위로 튀려고 할까요
? 이유는 간단합니다. 총알이 발사될 때 생기는 반작용의 힘의 축과 그 총을 지지하는 힘의 축이 어긋나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글록 사진을 가지고 재현해본 두 힘이 작동하는 모습입니다.

초록색 화살표의 길이가 길수록, 빨간색 화살표의 힘들이 셀수록,
회전력(파란원)은 커지죠

보통 총구는 총의 맨 윗부분에 있고 그 총을 쥔 손의 손목은 그보다는 아래에 있습니다. 어떤 물체에 서로 반대가 되는 두 힘이 어긋나게 가해지면 중간에 낀 그 물체에는 회전력이 생기게 되죠. 그 회전력이 바로 총을 위로 튀게 만드는 힘의 주원인입니다.

이 회전력을 최소화 시킬수록 첫 번째 탄을 쏜 다음에 2번째 탄을 표적에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걸 줄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걸 줄일수 있을까요?


첫째, 두 힘이 작을 수록 회전력은 약해집니다
.
위력이 약한 탄을 쏘는 총은 당연히 위로 튀는 힘도 약해집니다. 반대로 위력이 강한 탄을 쓸수록 위로 튀는 경향은 커지죠. 그래서 무조건 강한 총탄을 쏘는 총이 장땡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거죠.


근데
<아이리스>에서 킬러로 나오는 탑 군은 자그마치 .50구경 매그넘 데저트이글을 쓰더군요…-_-;;;

이 탄약은 지금까지 나온 양산형 자동권총탄 중에서 가장 강력한 탄 중의 하나인데 … 총알도 비싸고 총도 비싸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렇게 강력한 탄을 쓰는 권총은 반동도 그만큼 커서 전투용으로는 젬병입니다.

사실 하는 짓 전부 킬러라기 보다는 양아치에 가까운 듯

어차피 일반적인 군용 권총탄인 9밀리 파라블럼탄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얻을 수 있는데 뭐하러 50구경을 쓰냐고요 실제로 저 데저트 이글은 사격장에서 반동 자체를 즐기려는 사격애호가나 큰 총으로 폼 재고 싶어하는 찌질이들이나 쓰는 물건입니다. 결코 프로의 선택은 될 수가 없죠. 진짜 잘 훈련된 프로라면 .22구경 권총으로도 할 거 다 합니다.

둘째, 두 축의 거리가 짧을수록 회전력은 약해집니다.

그래서 권총을 잡을 때 위로 올려잡으라고 하는 겁니다. 똑같은 글록권총이라도 아래로 엉거주춤하게 잡고 쏘면 더 많이 튀겠죠. 아이리스 포스터의 소연씨가 그렇게 잡고 있었습니다. 보통 불량한 그립(bad grip)이라고 하죠.

헐리웃 영화에도 이런 불량한 그립은 종종 나옵니다
.
예를 들어, <맨 온 파이어>의 덴젤 워싱턴도 이렇게 불량하게 글록을 쥐었던 적이 있군요.

알콜중독에서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라는 설정에 맞춰서인지,
불량 그립을 보여주는 크리시
(덴젤 워싱턴)




아래로 잡아서 두 축간의 거리(연두색 화살표)가 더 길어진 상태

<페이스오프>의 존트라볼타도 마찬가지. 손과 총의 뒷부분 사이에 틈이 저렇게 보이면 안됩니다. 물론 급하게 총을 쥐거나 하면 저렇게 되기 쉽고, 초보자일수록 저런 실수를 하기 쉽죠.


총 잘못 쥐었네. 트라볼타 군!


이렇게 빈틈이 있으면 안된다규!


실제로 사격경기용 권총들은 총구와 손목의 축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 아래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안 그래도 사격경기용 총은 탄약의 위력도 약한데, 저렇게 잘 설계되어 있으면 당연히 위로 튀려는 반동은 더 약해지고 그러면 사격의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손목의 축과 총열의 축이 거의 근접한 사격경기용 총과 자세


그러면 경기용 총만 아니라 전투용 권총도 저렇게 설계하면 좋지 않겠냐고요?


물론 그러면 좋겠지만
, 전투용 권총은 탄 자체가 크고 세기 때문에 저 간격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일단 슬라이드(노리쇠)가 후퇴할 통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손잡이는 그보다 아래에 있을 수 밖에 없죠.

물론 같은 자동권총이라도 설계에 따라서 간격이 넓은 경우도 있고 좁은 경우도 있습니다
. 글록이나 콜트45 같은 권총은 두 축간 간격이 좁은 권총의 대표격입니다. 당연히 반동을 통제하기도 더 쉽죠. 반면에 스미스웨슨의 전통적인 자동권총이나 지그(SIG)의 권총들은 좀 간격이 넓습니다. 그래서 반동이 더 크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 베레타나 CZ 같은 총은 그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도 어떤 설계자들은 총을 좀 ‘잘’ 설계해서 이 간격을 최대로 줄여보려 했습니다.


핀랜드의 발명가 얄리 티마리
(Jali Timari) 라는 사람이 만든 야티매틱 이라는 기관단총이 그 중 하나죠.


이 총은 노리쇠가 총구와 일직선으로 후퇴하는게 아니라 비스듬하게 위로 후퇴합니다.
그래서 총 전체가 총구와는 삐딱하게 어긋나 있습니다. 뭔가 잘못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죠. 어쨌든 이렇게 하니 총구의 축이 거의 손목의 축과 비슷한 높이까지 내려갈 수 있었죠.그래서 2킬로그램을 좀 넘는, 가벼운 총임에도 불구하고 반동은 상당히 낮은 총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총은 핀랜드의 무기수출법의 규제도 있고 구조가 특이해서 고장날 가능성도 높지 않겠냐는 우려도 벗어나지 못해서 결국 어영부영하다 사라지고 맙니다
. 그리고 동영상을 보시면 반동도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야티 매틱(Jati-matic),

동영상은 여기로  http://www.youtube.com/watch?v=w_fOJ9rYx-8


그래도 이 야티매틱은 그냥 사라지지는 않고 몇몇 영화와 만화에 등장했습니다
.
무엇보다 실베스터스탤론이 주연한 엣날 영화 <코브라>에 등장했죠. 위에는 거대한 레이저 포인터를 장착하고선 마치 첨단 무기인 것처럼 등장하는데 사실 그냥 가볍고 (크기에 비해서는) 위로 튀려는 반동이 약한 SMG일 뿐.





스탤론이 들고 있는 야티매틱.

영화 자체는 정말 짜증날 정도로 단순무식한 세계관
(그래도 스탤론이 이 영화로 브리짓 닐슨과 만났다능 …)

그 외에 <크라잉프리맨> 이라는 19금 일본 만화에도 등장했고 (사실 이 총을 처음 본게 이 만화였음. 음란폭력만화의 새 기준을 세운…)  허영만 님의 <망치>에도 등장하는 활약을 보여주었죠.



, 크라잉프리맨… <대남>이라는 해적판으로 접했던



이후에도 몇몇 발명가들은 이 두 축선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최근에 마침내 이 두 축간의 거리를 완전히 없애버리는데 성공한 설계가 나왔거든요. 바로 이 글의 주인공 크리스 수퍼 V 시스템입니다.


이 방식은 손목의 축과 총알이 나가는 총구의 축이 일직선입니다
.



총 같지 않은 총. 크리스 수퍼 V 시스템의 첫번째 시제품


그럼 슬라이드는 어디로 후퇴하냐고요
?
이 총의 슬라이드는 뒤가 아니라 아래로 후퇴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총의 반동은 위가 아니라 오히려 아래쪽을 향하게 되죠
.
조금이라도 남았을 위로 튀는 힘을 아예 상쇄시켜버리려는 설계입니다. 이러면 연발로 쏴도 총구가 위로 튀려는 반동은 거의 0가 되겠죠.

그 덕분에 총의 모양은 도저히 총이라고 할 수 없는 모양이 되었지만
모양이 이러면 아무리 반동이 0라고 해도 실전에서 써먹기가 힘들어집니다. 원래 총의 모양이 그냥 나온게 아니라 그런 모양이 가장 쓰기 좋기 때문이죠. 저런 모양의 총은 조준하기부터 아주 애매하잖아요.




이렇게 쏘는 수 밖에



그래서 크리스 수퍼
V 는 껍데기를 좀더 총 모양 스럽게 고쳐봅니다.바로 아래 사진처럼.

이름하여
TDI 벡터(Vector)가 나온 것이죠. 명칭을 정리하자면, 크리스 수퍼 V는 이 작동시스템의 이름이고 이 시스템을 사용한 총의 이름이 TDI 벡터입니다. 앞의 TDI는 이 총을 만드는 회사 이름.




TDI 벡터



내부 작동 구조를 설명한 그림



묘한 구조치고는비교적 단순한 분해조립

동영상은 여기    http://www.youtube.com/watch?v=pnKd6iXHTQg


사진을 보시면 총구의 축과 총을 잡을 손목의 축이 일치함을 알 수 있죠.
이러면 앞서와 마찬가지로 총이 위로 튀려는 반동은 거의 0가 되면서도 총을 조작하거나 조준하기도 쉽습니다.

이 총은
.45구경 탄을 쓰는 기관단총(SMG)입니다. 45구경은 권총탄 중에서는 센 축에 드는데, 이런 설계는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 사격을 해본 사람들의 말로는 .45구경탄을 쓰는 이 정도 크기의 SMG 중에서는 가장 안정된 사격이 가능하다고들 하더군요.
(여기서 반동 제로라는 말은 과장입니다. 아무래도 총알이 발사될때의 반작용에 따른 반동은 없을 수가 없죠. 단지 총의 반동 중에서 위로 튀려는 반동 만을 0에 가깝게 줄인다는 뜻입니다)




한손으로도 잘 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저렇게 들고 있는게 더 힘들 듯


그러나 문제는 과연
.45구경탄 정도의 위력을 위해서 이렇게 엄청난 설계변경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겠죠.

지금도 .45구경탄을 쓰는 수많은 SMG 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UMP 같은 총이라면 굳이 저런 모양을 하지 않아도 훈련만 잘 받으면 적절히 반동을 통제하면서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고요(사실 동영상을 보시면 이 벡터도 반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럼 뭐 …)
 


UMP가 더 단순하고, 조작하기 편하고,

그렇다고 크게 반동이 센 것도 아니고



결국 개발자의 거창한 의도와는 달리 이 크리스 수퍼
V는 실전에서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작사에서는 어떻게든 총좀 팔아보려고 홍보에 열심입니다.

총덕들을 위한 다큐 <퓨쳐웨폰>에도 등장하고(위의 동영상이 그거임), 잡지 표지로도 나오고, 게임이나 영화에도 등장시키려 노력중이죠. 최근에 장안의 화제가 된 <콜 오브 듀티: 모던워페어2>에도 이 총이 나옵니다.

뜬금없이 미국을 침공한 러시아군 중에 이 총을 가진 애들이 있다는아니 어쩌다가. 이건 데저트이글을 든 북한 킬러만큼이나 황당하지만, 뭐 게임회사에 로비를 많이 했던가, 아니면 게임 개발자들이 이 총을 좋아해서겠죠.


buzz kill!!


어쨌든 반동
0에 도전한 정신은 높이 살만 합니다만, 뭐든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죠.



그래서
, 실전보다는 앞으로도 영화나 게임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을 총. 크리스 수퍼 V (혹은 TDI 벡터) 였습니다.

영진공 짱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