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1차전 완승, 요인과 향후 전망


 


 

 


 


 


 



 


 


 


삼성이 한국 법정에서 애플에 ‘완승’을 거뒀다며 신문에서 요란하게 떠든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애플이 미국 법정에서 삼성에 ‘완승’을 거뒀다는 뉴스가 터졌다. 미국 법정에서는 애플의 삼성 특허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삼성의 애플 특허 침해만 인정해서 무려 10억 달러를 물어내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걸 두고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느니, 예상대로의 결과였다느니, 자칭 전문가들마다 입방아를 찧느라 바쁘다. 보통 사람들의 의견도 제각각이다. 애플 편을 드는 사람들은 따라쟁이가 받아야 할 벌을 받게 됐다고 떠들고, 삼성 편을 드는 사람들은 편파적인 판결이라고 떠들고, 안드로이드 팬들은 혁신의 길이 구닥다리 특허법에 막혔다고 아우성을 쳐대고, 표준 특허가 파멸의 위기에 처했노라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있다.


 


처음에 애플이 디자인 특허나 UI/GUI 특허로 삼성을 공격한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삼성에게 “우리 디자인 베끼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때 삼성이 취할 수 있는 길은,


1) 차기 제품부터 독자디자인을 채택하고 이전 제품은 애플과 적당히 타협하거나,


2) 가지고 있는 특허를 총동원해서 애플에 맞서 싸우거나,


둘 중 하나였다.


 


 


잡스 못지 않은 자존심과 패션 감각을 자랑하시는 삼성 제국의 황제 건희제께서는 2)번을 선택하신 거 같다. 그리고 황제 폐하의 명을 받잡아 실무자들이 꺼내든 반격 카드는 표준 특허였다.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휴대폰을 만들던 회사답게 3G 기술 표준에 이미 자사 기술을 포함시켰다. 해당 기술에 걸린 특허는 표준 특허로 인정받아 삼성전자에 짭짤한 특허 수익을 안겨다 주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아이폰(3G 이후 모델)은 3G 휴대폰답게 당연히 3G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고…… 삼성은 애플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으니 손해를 배상하고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소송을 낸 것이다.


 


문제는 이게 자충수였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비표준 특허는 업체별로 로열티를 차별 부과하든, 리베이트를 받든 마음대로다. 하지만 강제성을 가진 표준이 아니기 때문에 확산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SRS WOW HD 음장효과가 그렇다. 쓰면 좋지만, 안 써도 별 문제가 되진 않는다. (물론 MP3 처럼 비표준 특허 기술이 사실상의 표준(Standard de facto)이 되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기는 하다)


 


 









 


 


하지만 표준 특허는 다르다.


 


3G, LTE, CDMA, MPEG-1/2/4 등등 기술 표준은 한두 개 회사가 뚝딱 만드는 게 아니다.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컨소시움을 맺고 서로 협력해서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 때 굉장히 많은 기술이 사용되는데, 여기 걸린 특허는 표준 특허로 선정된다.


 


표준 특허가 되면 이젠 다들 잘 알고 있을 FRAND(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조건이 적용된다. 지극히 간단히 말하자면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모든 회사에게서 공평하게 같은 로열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표준이 널리 확산되면 확산될수록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막대한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FRAND 조건을 위배하는 경우엔 어느 나라에서나 엄정한 철퇴를 가한다. 예를 들어 2009년, 우리나라 공정위는 퀄컴이 CDMA 로열티를 징수할 때 업체별로 로열티를 차별 부과하고 리베이트까지 지급한 데 대해 2600억원의 과징금을 선고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 ->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 ··· 403.html ).


* 공정위 퀄컴 특집 : http://blog.daum.net/ftc_news/13391649


 


 



 


 


그런데 삼성은 하필이면 표준 특허로 애플을 공격한 것이다. 이 때 애플 법무팀의 심정은 “이게 웬 떡이냐!”라는 것이었으리라.


 


 



표준 특허 침해에 대한 애플의 대항 논리는 두 가지였다.


1) 모뎀 칩 제조사에서 이미 로열티를 지불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특허권 권리는 이미 소진되었다는 특허 소진론


2) 삼성이 FRAND 조건에 위배되는 높은 로열티를 요구했다는 주장이었다.


 


 


애플 아이폰에선 3G 통신 모뎀 칩으로 인피니언 칩을 사용하고 있었다. 도중에 인피니언은 인텔에 인수되었고, 최신 아이폰에서는 모뎀 칩이 퀄컴 제품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칩셋 회사들이 그렇듯이 인피니언과 퀄컴은 삼성에 이미 3G 표준 특허의 로열티를 지불해 왔다. 애플은 자신들이 이미 칩 회사에서 로열티를 지급해 특허권이 소진된 칩셋을 구매했기 때문에 또 다시 로열티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유럽은 물론 한국 법원에서도 퀄컴 칩에 대해선 특허가 소진되었다고 인정해 특허 침해 대상은 인텔(구 인피니언) 칩을 사용한 구형 아이폰으로 정리되었다. 인피니언은 삼성과의 계약이 종료되어 로열티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정황이 인정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여기서 자세한 사항이 공표되진 않았지만, 아마 애플은 삼성에서 요구한 로열티가 다른 회사들이 삼성에 지불하는 로열티와 ‘다르다’는 것을 법원에서 입증하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다르다’는 거다. 이를테면 삼성이 표준 특허의 로열티로 퀄컴에서 1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다고 할 때, 애플에게 2달러를 요구해도 안 되지만 0.5달러를 요구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회사에 낮은 로열티를 부과해서 특혜를 주는 것 또한 FRAND 위반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삼성전자의 FRAND 위반이 문제시되어 반독점 위반 예비조사까지 들어가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한국 회사에 대한 차별이라느니 어쩌구 하면서 목소리 높일 일이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도리어 이번 한국 법원의 판결이 훨씬 더 문제가 많아 보인다. 삼성이 FRAND 조건을 위반했는데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의 판매금지를 시행할 수 있다는 판결은 FRAND 조건의 존재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이번 미국 법원의 판결에서는 FRAND 위반을 따지기도 전에 특허 소진론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져 애플의 삼성 특허권 침해가 전혀 인정되지 않기에 이르렀다. 역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인피니언/인텔이 해당 모뎀 칩을 판매하면서 삼성에 정당한 로열티를 지급했다는 증거가 제출됐다면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어쨌든 삼성전자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이미 유럽 등지에서 진행된 재판 결과 때문에 삼성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제품 디자인과 UI를 지속적으로 바꿔야만 했다. 그 결과, 가장 최신 제품인 갤럭시 S3 같은 건 아이폰과는 확연히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애플이 디자인 특허를 라이센스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만큼, 특허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쭉 지속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무기라 믿었던 표준 특허가 발등을 찍은 게 뼈아프다. 이건 순전히 법무팀의 실수다. 공격을 하려면 표준 특허가 아닌 독점적인 비표준 특허를 무기로 삼았어야 했다. 중간 부품 업체가 이미 로열티를 지불했을 가능성이 있는 특허도 피했어야 했다. 실수에 실수가 겹치면서 삼성전자는 별 실익을 챙기지도 못한 채 엄청난 법정 비용만 쏟아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삼성에게 너무 불리하다고 난리법석 떨 건 하나도 없다.


 


어차피 재판은 항소에 재항소를 거듭하면서 앞으로 1, 2년은 더 끌 것이다. 판결이 뒤집어질 수도 있고, 배상금액이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 어쩌면 애플과 극적인 합의를 이룰 수도 있다. 게다가 IT 업계에서 1, 2년은 다른 업계의 수십년에 해당된다. 그때쯤 되면 갤럭시 S1, S2, 갤럭시 탭 구형 모델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내려지든 뉴스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좀 김 새는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특허 소송은 그렇게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업체들이 표준 기술이나 표준 특허에 등을 돌리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역시 필요 없다.


 


세계 각지의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참여한 협의체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차세대 동영상 표준이나 통신 표준 등 각양각색의 표준 기술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각 기업들은 서로 자기네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시키고자 안간힘을 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도 절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표준 기술로 선정되어 전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면 가만히 앉아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렇게 남는 장사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전혀 없을 것이다.


 


특허 분쟁 때문에 혁신이 가로막혀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고 떠드는 건 …… 역시 터무니 없는 소리다.


 


 


 



 


 


 


나라고 해서 모서리가 둥근 네모난 판때기가 딱히 대단한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스크롤 바운스나 밀어서 잠금해제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그게 가장 좋아 보이고, 그 외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보다 더 멋진 디자인이 나올 것이고, 훨씬 독창적이면서도 편리한 UI와 GUI가 나올 것이다. 그런 걸 만드는 게 진짜 혁신이다.


 


삼성전자는 기술적인 면에선 많은 진보를 이뤘지만 디자인과 UI/GUI에선 애플 제품을 안이하게 모방하는 데 안주했다. 좋게 에둘러 말하면 벤치마킹이었겠지만, 툭 까놓고 말하면 대 놓고 베낀 거다. 그게 혁신일 리는 없지 않은가?


 


물론 이번 재판 결과로 가장 크게 웃는 건 애플이다.


 


배상금이나 판매 금지 조치는 별로 중요치 않다. 앞서 말했듯이 그런 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세계 경쟁업체들에게 “우리 디자인 베꼈다간 JOT 될 걸?”이란 메시지를 보내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기업끼리의 특허 소송은 길게는 몇 년씩 끌기도 한다. 그동안 쏟아부어야 하는 비용은 장난이 아니다. 완패하기라도 했을 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야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이를테면 HTC(나 그보다 작은 회사) 같은 데 말이다. 이런 회사들은 일찌감치 꼬리를 내리고 적정선에서 타협하거나, 재판까지 가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심하거나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제조업체에서 제품을 만들 때에는 경쟁업체의 기술 특허뿐만 아니라 디자인 특허, UI 특허까지도 철저하게 검토하는 관행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또한 디자인/UI 특허에 의한 공격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으니만큼, 다들 독창적인 디자인과 UI를 개발해 특허를 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이게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더 지독한 특허 전쟁 시대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뭐가 어찌됐든간에 삼성전자 법무팀 사람들은 지금쯤 좌불안석일 것이다. 애플과의 분쟁으로 덩치도 엄청나게 커지고 입김도 세진 데다가 예산도 빵빵했을 터에 …… 말 그대로 날벼락을 맞았으니까.


 


과연 삼성 제국의 황제 건희제께서는 이들에게 설욕할 기회를 주는 자비를 베풀 것인가, 아니면 패배자를 과감하게 쳐 내는 피의 숙청을 단행할 것인가? 그거야말로 진짜 흥미진진한 볼거리렸다!


 


 


 


영진공 DJ Han


 


 


 


 


 


 


 


 


 


 


 


 


 


 


 


 


 


 


 


 


 


 


 


 


 


 


 


 

스마트 TV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CES 2012에서는 다양한 신제품이 발표되었다. TV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OLED TV 였고 그 다음은 스마트 TV였다. 특히 전세계 TV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플랫폼은 관심의 촛점이었다.


당장 인터넷상에서 볼 수 있는 국내외 평가를 종합해 보면 호의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예상과는 달리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하지는 않았지만 반응속도나 사용자 UI는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siri 만큼 똑똑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음성인식 기능에 동작인식까지 덤으로 갖췄고, 스마트폰과의 콘텐츠 공유 기능인 Allshare는 애플의 airplay보다 훨씬 더 쓸만해 보였다. 그리고 앵그리버드가 아무 문제 없이 휭휭 돌아가는 모습을 선보이는 장면에선 다들 감탄사를 내뱉었다, WoW!

하지만 궁금한 건 이거다. 내가 이걸 왜 사야 하는 거지? 50인치 대화면 TV에서 앵그리버드를 하려고?

아무래도 대부분의 스마트TV 기획자나 개발자들은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아이폰)의 성공 공식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즉,

1) 뛰어난 사용자 UX,
2) 오만가지 앱이 득시글거리는 앱스토어,
3) 인터넷과의 연동

이 스마트 TV를 성공시킬 열쇠라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스마트”란 단어를 공유한다 할지라도 폰은 폰, TV는 TV다. 둘의 성공 공식이 동일할 리 없다.

핸드폰은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걸 주목적으로 하는, 그 태생부터 굉장히 능동적인 기기다. 데이터 통신망을 이용해 웹브라우징을 하고, 짧은 문자 메시지를 긴 이메일로 확장시킨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게임은 이미 피쳐폰 시대부터 쏟아져 나왔다. 이런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편리한 UI를 갖춰야 하는 건 당연지사.

그러나 거실 TV는 굉장히 수동적인 기기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무식한 게으름뱅이를 위한 바보상자이다. 쇼파에 반쯤 드러누운 자세로 귤을 까먹으며 아무 생각없이 드라마를 보다 말고 갑자기 TV 화면에 이메일을 띄우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거라면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보는 편이 훨씬 빠를 텐데.

하지만 TV에서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기능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VOD(Video on Demand)다.

여기서 잠시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도록 하자. 미국은 TV소유 세대수의 약 8할이 케이블TV나 위성방송, IPTV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2011년부터 이들 대형 케이블 TV업체들은 iPAD를 비롯한 타블렛 대상의 방송 서비스에 일제히 힘을 쏟기 시작했다.

타임워너 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6년 당시 정시방송의 주당 시청 시간은 31.7시간이었지만 VOD(video on demand) 시청 시간은 주당 0.4시간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데 2011년에는 VOD의 시청 시간이 주당 2.5시간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2.5시간이라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건 고연령층까지 포함한 평균치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만을 계산에 넣는다면 이 수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요즘은 내 주변에서도 셋탑 박스나 IPTV에서 필요할 때마다 영화를 사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꿋꿋하게 토렌트나 웹하드를 뒤지는 인간들의 숫자가 훨씬 많긴 하지만.

MP3 플레이어의 킬러 콘텐츠가 음악이고, 스마트폰의 킬러 콘텐츠가 앱이라면, 거실 TV의 킬러 콘텐츠는 영상일 수밖에 없다. 아이팟은 음악을 유통하는 뮤직 스토어를 통해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하고, 아이폰은 앱을 유통하는 앱스토어를 선보이며 핸드폰 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렇다면 거실 TV가 스마트 TV로 진화하기 위한 열쇠는 자명하다. 그것은 영상물 유통의 혁신에 있다.

어느 나라든  TV 콘텐츠 시장에서 절대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주파수를 독점하고 있는 공중파 방송국이다. 그 다음은 지역별로 난립한 케이블 TV 회사들이다. 이들 방송에 비하면 DVD, 블루레이, VOD 등 홈비디오 시장의 비중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방송 시장의 총 매출 규모는 10조를 넘어가는 반면, 홈비디오 시장 규모는 기껏해야 3, 4백억 정도에 그칠 뿐이다.

지난 수십년간 TV는 브라운관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고, HD 해상도로 바뀌고, 아예 브라운관이 사라지고 PDP와 LCD로 바뀌는 등, 재탄생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바뀐 건 물리적인 부분일 따름이었다. 실질적으로 콘텐츠를 틀어쥔 게 방송국이란 사실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 가전회사는 주연이 아닌 조연에 불과했고, TV는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드라마나 뉴스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 위한 깡통에 불과했다!




그런데 … 지금 가전회사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이다. 방송국 눈치를 보지 않고, 직접 방송국에 맞먹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말이다. 그것도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를 상대로 장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전세계 TV 시장에서 탑을 달리는 삼성전자의 작년 한 해 평판 TV 판매량은 대략 4300만대, 올해 목표는 5천만대라고 한다. 만일 삼성이 자사 TV 물량을 고스란히 스마트 TV로 전환한다면, 그리고 공중파 방송국에 준하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개발해 탑재시킨다면, 매년 대한민국 전체 인구에 필적하는 5천만명의 시청자를 기본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만한 숫자라면 VOD는 뒤로 미뤄놓고 광고만 팔아도 돈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 가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저작권자들과 지리한 협상을 통해 컨텐츠를 확보하고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선 어떤 식으로 컨텐츠를 공급할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숙제는, 공중파나 케이블보다 더 쉽고 간단하고 편리하게 컨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공중파 방송은 안테나만 세우면 볼 수 있다. 케이블 TV에 전화 한 통만 넣으면 채널이 순식간에 백여 개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스마트 TV는 전원선만 꽂으면 즉각 수백 개의 채널을 저렴하게(또는 공짜로), 그리고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워야 한다. 대체 어떤 식으로?

글쎄, 그걸 잘 모르겠다. 그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궁리해야 하는 건 삼성이나 LG같은 제조사들의 몫이다. 하지만 어느 쪽에서도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스마트 TV에 스마트폰의 기능을 우겨넣는데 급급한 것 같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TV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국가의 방송국을 능가할 수도 있는 절대적인 방송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그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니 말이다. 그리고 기껏 내놓은 스마트 TV라는 건 스마트폰의 화면을 가로세로로 뻥튀기한 물건에 불과하다.

하긴 뭐, 아이패드도 처음엔 아이폰의 뻥튀기판에 불과하단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패드는 들고 다닐 수도 있고, 침대에 누워서 만지작거릴 수도 있고, 후장을 자극하는 치질의 고통과 맞서 싸우기 위해 화장실에 가져갈 수도 있다.
 

반면에 거실 TV는 …… 흠, 더 이상 구구절절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쨌든 당신은 그 리모컨조차도 맘대로 쓸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그건 당신 게 아니라 사모님 거니까!


영진공 DJ Han



 

“마크로스F VF-25S”, 3년 만의 프라모델 만들기 (1/2)




 아마도 향후 10년간은 못할 프라모델 만들기의 마지막이 될듯한 싶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다키워서 보내고 나면 침침해진 눈과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해야지요.(정말?) 



1. 박스열기

 

반다이의 마크로스F 1/72 오즈마기 VF-25S입니다. 2008년에 나온 것이니 3년이 지나 만들어보는, 대세와는 전혀 무관한 갑작스런 만들기입니다. 건담쪽이 시들한데다, 전에 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조립식이라 시작했습니다.








1년 반 전쯤 HLJ에서 반값세일하길래 언젠간 만들겠지 하며 질러두곤,
 묵혀왔던 오즈마기, 드디어 박스가 열렸습니다.
 




화려한 액션씬이 많았던 마크로스F. 

마크로스하면 꼭 나오는 상징적인 전탄발사!
(저렇게 하면 미사일들끼리 막 부딛혀 터지지 않을까?)





마크로스F는 액션중심으로 재밌게 봤습니다만은 시리즈에 대한 관심은 사실 크지 않습니다. (아, 노래들, 특히 요코 카노가 맡은 음악들은 정말 좋아합니다.)  우선은 SF물들중 외계인이 등장하는 스토리에 이상하게 흥미가 떨어지는 취향인지라 젠트라디라는 거인족이 나오는 마크로스 사가는 관심을 별로 못느꼈죠. 다만 80년대기준으로 봐도 튀는 뛰어난 액션연출이 기억에 남고, 또 외계종족이 나오고 뭔가 환타스틱한 스토리이어야할 시리즈가 유난히 많은 등장메카 VF시리즈는 건담을 부끄럽게할 만큼 리얼한 매력을 풍겨서 지나칠수가 없습니다.


2. 설정


이제 프라모델 만들기. 만들기야 그냥 그것으로 즐기면 되는것이지만 건플라 만들땐 이런저런 배경설정이 있어야 재밌어하는 제 성격상 처음 만들어보는 마크로스 기체에도 스토리를 넣고 싶은데  어떻게든 젠트라디니 거대우주전함이니가 없는 상황에서 존재하는 VF-25를 만들고 싶어서 궁리한끝에 생각한것이 미국방성의 실험기 개발사업입니다.

그것도 마크로스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에 착수된 가변형전투기라는것이죠. 찾아보니 실험기는 X-29 처럼 X로 시작하길래 이름을 X-74으로 잡아버렸습니다. (VF-25이니 X-25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쓰였더군요. )





어릴때 보면서 미래형 최신 전투기 처럼 각인된 X-29. 전진익 시험용. 

전진익 디자인인 마크로스 플러스의 YF-19 가변 프라모델이 제대로 나왔다면
 그걸 만들고 싶었을겁니다. 반다이, 쫌.







VF-1의 디자인 리파인이라 할수 있는 VF-0.
이것도 변형키트로 반다이가 신경써서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쫌.
 




원래 이름을 붙이고 싶었던 X-25의 실제기.
추락한 파일럿의 탈출용 초경량 자이로콥터로 1955년에 연구된 실험기라는군요.
 


3. 스토리


전투기로서의 기능과 함께 동체의 일부나 전체를 변형시켜 지상전 임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전천후 가변형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한 실험기의 야심찬 개발 계획. 그 발단은 영화관. 트랜스포머에서 스타스크림의 전천후 전투장면에서 시작되었다.

군기밀상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신무기개발연구원인 L박사는 트랜스포머를 즐겁게 감상한후 변형전투기에 대한 구상(이라기보다 상상)을 시작하게 된다. 





오토봇과 지상에서 총격전을 벌이다가 비상하여 공중전을 수행하는 스타스크림.
야비한 캐릭터만 아니면 참 멋진데.
 





하지만 비현실적인 영화속 캐릭터의 디자인을 보고 다른 사례를 찾던 L박사는 어릴적에 보던 Robotech(일본원제 마크로스)에 등장했던 Veritech (발키리)를 떠올리게 된다.





거대전투로봇이라는 다분히 아동적인 발상과는 달리 발키리가 보여줬던 비행기와 그 중간단계처럼 보이는 gerwalk 모드는 현재 사용되는 추력편향노즐 (thrust vectoring nozzle)의 확장된 개념으로서 충분한 의미와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L은 전투기에서 제트엔진전체를 가동하여 엄청난 자유도의 추력편향은 물론 착지시 다리 역할도 하도록 하는 연구에 대한 개발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주변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기적적으로 예산을 따내게 된다. (어차피 지어내는 이야기이니 대충 그런줄…^^)  



L박사의 개발팀에는아니메메카 오타쿠성향의 연구원들이 대거 지원하는 바람에 인원 선정에 애를 먹을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고, 그 덕분인지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인, 마크로스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비밀리에 접촉하고 메카디자인을 담당했던 디자이너를 초청하는 일까지 쉽게 성사되었다.  복잡한 판권문제로 80년대 마크로스 (로보텍) 이후의 속편 시리즈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제작팀은 오리지널 이후 지속적으로 진화한 후속 VF기들의 변형메커니즘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화면상에서만 그럴듯해 보이는데서 만족하지 않고 마치 가상의 병기를 설계라도 하듯 집착적으로 디테일에 신경을 쓴 메카디자인의 퀄리티 때문이었다.

당시 기획단계이던 마크로스 신작에 등장하는 최신판 발키리 VF-25의 디자인과 CAD 자료까지 얻게된 개발팀은 vf-25의 비행체 형태가 실제 비행에 적합하다는 의외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아예 VF-25을 실제 개발의 베이스로 선택하여 연구를 시작하여 아니메의 메카를 두고 한쪽에서는 장난감/프라모델 설계를, 동시에 다른쪽에서는 실제 기체의 설계가 진행되는 상당히 만화적인 상황이 일어나게 된것이다.

 













VF-25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CAD로 모델링되어 극중에 CG로 등장할 VF-25기








미그29기의 추력편향노즐.
이것이 발가락을 까딱까딱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다리 전체를 쓰는 시대가 온다!
 




VF-25의 완구 이미지.
완구시제품 역시 개발진에 보내어져 참고자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연구원들의 책상마다 액션피겨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있는
보기드문 광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전투기와 거워크 형태의 비교적 단순한(?) 변형을 목표로 삼았던 개발작업은 고층건물이 밀집된 지상에서의 본격적인 시가전에서의 대응성에 대한 추가연구를 지시받고 비행체를 수직으로 세울 경우 얻어지는 전술적인 우위에 주목 인간형 모드(배트로이드)로의 변형까지 연구를 확대하고 애초의 개발예산의 400%를 초과한 추가예산을 배당받는다. (일본방위성이 건담을 실제 병기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흥분했던 오타쿠들이 미국방성에도 꽤 많지 않았나 추측이 된다.)






세부는 다르겠으나 전체적인 실루엣은 완성기와 흡사한
VF-25의 인간형 배트로이드 모드 (완구 이미지)
 


4. 놀고 있네.


재밌게 놀아봤습니다 ^^. SF영화에 등장했던 상상의 물건에서 영감을 얻어 실제로 개발되는 무기나 도구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크로스라고 못할쏘냐 싶은겁니다. 손목시계에 들어간 스파이 카메라 뭐 이런거보다 덩치나 규모가 좀 크다 뿐이지 결국 비슷한 케이스 아니겠습니까? 흠흠


어차피 프라모델은 만들 시간도 여건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급하게 후다닥 하나 만들면서 정작 더 즐기는건 이런 (말도 안되는) 뒷얘기 만들어내기입니다. 뭐 이게 제가 프라모델을 즐기는 나름의 방식이라고 해야겠죠.  잘은 못만들고 시간도 많이 못들이지만 오랫만에 조립식 하려니 즐겁습니다. ^^




영진공 노타입

안드로이드는 백일몽을 꾸는가? (1/2)


2011년 새해 벽두부터 열린 CES는 대성황이었던 모양이다. 삼성, LG, 소니, MS 등등 어지간한 IT 기업은 다 참가했으니까. 아, 애플 빼고.

직접 CES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기자는 물론, 멀리서 기사를 보며 입맛만 다시는 독자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은 기업들이 내놓는 신제품에 집중되어 있다. 매끈하고, 상큼하고, 유려하고, 섹시한 S라인을 가진 타블렛이나 스마트폰의 사진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침을 질질 흘린다. 이야, 저거 죽여주는데? 매장에 나오기만 하면 당장 질러 주마!

그런데 CES에 전시된 쭉쭉빵빵 하드웨어에 넋이 나간 사이, 전혀 엉뚱한 곳에서 뜻밖의 뉴스가 터져나왔다. 그것은 아마존에서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시장에 뛰어든다는 발표였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아마존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는 구글 앱스토어보다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구글 앱스토어와는 달리 심사 과정이 있으며, 구글 앱스토어와는 달리 PC에서도 앱을 구매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초기 등록비는 99달러라지만 첫 해에는 면제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개발자에겐 애플리케이션 판매가의 70% 또는 정가의 20% 중 큰 금액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애플 앱스토어와 거의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형태야 어쨌건간에 통신사는 물론 제조사들도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운영에 뛰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SKT, KT가 경쟁적으로 앱스토어를 열었고, 삼성전자도 영국에서 앱스토어를 런칭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아마존이 발 담근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뭐야?

음, 글쎄, 하지만 달라질 게 있을 것이다. 분명히.

현재 구글 앱스토어의 초기 등록비는 25달러로 애플의 연간 등록비 99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앱을 등록할 때도 번거로운 심사 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자유 방임주의,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한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카오스가 도래했다. 쓰레기 같은 앱들이 한데 뒤섞여 소용돌이치는 혼돈의 장이 열린 것이다. 못 믿겠다고? 그렇다면 구글 앱스토어를 열고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Hello World]와 [Test] 앱이 얼마나 많은지를!

이건 뭐, 아타리 쇼크 ( http://mirror.enha.kr/wiki/아타리%20쇼크 ) 직전의 게임 시장과 비견해도 좋을 정도로 개판이다. 작년 말에 구글 앱스토어의 앱 숫자가 비공식적으로 10만 개를 넘었다며 요란을 떨었지만 실속 없는 숫자 놀음에 불과했을 따름이다.

아, 물론 애플 앱스토어에도 쓰레기는 많다. 하지만 최소한 거기엔 [Hello World]나 [Test]는 없다. 애플에서 앱을 등록하기 전에 최소한의 품질 검토 과정을 거쳐서, 자격이 안 되는 앱은 등록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있지만, 거기 대해선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너무 복잡해지니까).

문제는 또 있다. 아이폰은 번거로운 탈옥 과정을 거쳐야만 크랙 앱을 설치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는 그런 거 필요 없다. 크랙 앱을 다운받아 집어넣기만 하면 끝이다. 이 때문에 크랙 앱만 유통시키는 블랙 마켓 앱스토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물론 개발자들 역시 잘 알고 있다. 당연히 구글 측에 공식 앱스토어를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앱 정보를 충실하게 꾸밀 수 있게 해야 한다, 크랙 앱 설치를 어렵게 해야 한다, 쓰레기같은 앱들을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어쩌구저쩌구……

그러나 우리들의 구글은 그 모든 목소리를 상콤하게 무시하고 있다. 왜? 어째서? 뭣 때문에?

여기서 잠깐 구글의 정체성을 알아 보자. 음, 구글이 뭐 하는 회사지? 세계 제일의 인터넷 검색 엔진을 가진 인터넷 회사?
아니, 천만의 말씀. 구글은 광고 플랫폼 회사다.

구글의 주요 수익원은 검색 엔진에 기반한 검색 광고를 대형 포탈 사이트에 납품하는 것이다. 이뿐이라면 오버츄어와 별 다를 것도 없겠지만, 구글에게 애드센스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애드센스의 등장은 전세계 블로거와 소규모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붙이기만 하면 딸라가 쏟아진다고? 이거야말로 빛이요, 소금이요, 진리일지어니 소리 높여 외쳐라, 할렐루야! 반야바라밀! 아리가또, 땡스!

일확천금에 눈이 뒤집힌 사람들 덕분에 애드센스는 폭발적으로 보급되었다. 애드센스가 안 붙어 있는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리고 TV나 신문, 잡지가 가지고 있던 광고 시장의 주도권은 순식간에 구글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현재 구글이 올리고 있는 천문학적인 수익 대부분은 광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애플이 하드웨어를, MS가 소프트웨어를 팔아서 먹고 사는 것과는 대조된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모바일 광고 시장 개척을 위한 첨병이다.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쓸 수 있게 공개한 건, 구글 경영진이 12월 말에 빨간 옷을 입고 남의 집 굴뚝이나 넘나드는 변태 영감탱이처럼 자비롭고 선량해서가 아니다.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하면,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앱 개발에 달려들 테고 – 그리하여 자신들이 인수한 애드몹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광고로 도배된 앱이 쏟아져 나오게 하는 것이 구글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 구도에서 구글이 원하는 앱은 유료 앱이 아니다. 광고를 붙인 – 그것도 구글의 광고를 붙인 무료 앱이다. 그래서 구글은 앱스토어의 품질 관리를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개발자들에게 공짜 전략을 채택할 것을 은연중에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뭐라고요? 애플은 앱 판매비의 30%를 뜯어간다고요? 뭐 그런 도둑놈들이 다 있어! 걱정 마세요. 우리 구글 앱스토어는 개발자 분들에게 수익을 100% 그대로 되돌려 드린답니다. 에…… 근데 버는 게 없어서 품질 검토 같은 건 해 드릴 수 없네요. 개발자 지원도 기대하진 마세요. 예? 그래선 제대로 된 앱을 만들 수 없다고요? 에이, 왜 그러세요, 아마추어 같이 …… 대충 만들어서 공짜로 뿌리면 되죠. 공짜면 다들 미친듯이 달라붙는 거 아시잖아요? 뭐라고요? 그럼 돈은 어떻게 버냐고요? 그야 물론 우리 구글 광고를 붙이면 되죠! (오, 예!)

공짜 앞에 장사 없다. 인터넷 업계를 오랫동안 지배해 온 금언, 구글은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이 믿음에 무게를 실어 주는 사례가 최근에 있었다. 아이폰에서 대히트를 친 게임, 앵그리 버드가 안드로이드에선 광고를 탑재한 무료판으로 배포된 것이다. 앵그리버드는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 등장하기 무섭게 5백만 번 이상 다운로드되었고, 제작사인 로비오에게 월 100만 달러씩 수익을 안겨다 줄 거란 전망이 나왔다. 1년이면 1,200만 달러로 아이폰에서의 판매수익 800만 달러를 능가한다는 계산이다. 이거 죽이는데?

그런데 …… 잘 나갈락말락할까 하는 이 판국에 갑자기 아마존이 끼어든 것이다.

아마존의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는 수익 배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품질의 유료 앱이 등장해서 팔리지 않으면 아마존은 땡전 한 푼 벌지 못한다. 즉, 아마존은 유료 앱을 활성화시키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이 전략은, 모바일 광고로 돈을 벌려는 구글의 공짜 전략과는 정면으로 대치된다.

SKT나 KT, 삼성전자 등 여러 통신사나 제조사들이 운영하던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도 구글 앱스토어와 충돌하는 면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굉장히 미미하기 짝이 없었다.

구글은 당연히 이것들을 한데 묶어 깔끔하게 무시해 버렸다. 경쟁이나 위협이 되기엔 너무 보잘 것 없는 상대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마존은 다르다. 컨텐츠 유통 쪽에선 감히 바라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삭한 노하우를 쌓아올린 데다가,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에선 구글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만찮은 기업이다.

더군다나 구글의 공짜 전략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먹혀들고 있지 않다. 광고로 돈을 버는 건 앵그리버드 제작사 정도밖에 없다. 나머지 절대 다수의 개발자들은 구글 앱스토어 운영 정책에 크든 적든 불만을 품은 게 현실이다. 만일 아마존 앱스토어가 성공리에 자리잡는다면, 그리고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이 들리면, 이들은 즉시 구글 앱스토어를 떠나 아마존에 합류할 것이다.

이럴 경우 구글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되지 않는다.
1) 앱스토어 운영 정책을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바꾸던가,
2)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포기하고 다른 앱스토어를 모두 쫓아내 버리던가,
3) 아니면 팔짱 끼고 방관하며 도도하게 자신의 길을 고집하다가 쪼그라드는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애초에 구상했던 그림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구글 애드몹 광고를 덕지덕지 붙인 공짜 앱의 쓰나미가 세상을 덮치고, 아마존 앱스토어는 비실대다가 죽어버리고, 애플 아이폰은 일체형 배터리를 추앙하고 유료 앱을 돈 주고 사서 쓰는 한 줌 변태들이나 좋아하는 스마트폰으로 전락해버리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아마존이 실패하더라도 안드로이드의 불안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끝판왕’이라 부르는 존재, MS가 칼을 갈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통 칼이 아니라 다마스쿠스 강으로 정련된 반월도처럼 날카로운 칼을 말이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


영진공 DJ Han

 

아이폰4 감상, “애플과 앵프라맹스 (Inframince)”






마르셀 뒤샹의 작품 변기 ‘샘물’




l’Inframince


진중권씨가 씨네21에 기고한 글중 앵프라맹스(Inframince)의 개념을 소개한 글을 언젠가 보게 되었습니다. 씨네21사이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이었는데 앵프라맹스는 ‘지각하기 힘든 미세한 차이’를 가리키는 말로 프랑스의 위의 작품 샘물(이라지만 자꾸 변기로 읽히는)을 만든 전위 화가 마르셀 뒤샹이 만든 말이라는군요.

예술이나 문학에서 앵프라맹스에 대한 진교수의 글 내용 전체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앵프라맹스 개념자체는 아주 흥미롭게 기억에 남게되었습니다. 종이의 두께, 총의 발사와 피격사이의 찰나등 사람이 지각하기 힘든 작은 변화폭이나 차이를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는것이 신기했고, 많은 영역에서 제가 선호하는것이 바로 엥프라맹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애플의 수석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원래 변기 같은걸 디자인하던 사람아니었나요? 뒤샹에 영감을 얻어 아이브를 고용했으려나요..) 



예를 들어 전에 올린 건프라사진강좌에서 모형을 실감나는 거대물체로 보이기 위해서는 거대한 물체에 달린 디테일들도 같이 줄어들어 보일듯 말듯 할것이므로 작은 디테일은 도드라지지 않고 있는듯 없는듯하게 존재하며 전체적인 인상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런 작은 디테일이 일종의 앵프라맹스라고 할수 있겠죠.

그 자체로는 눈에 띄거나 존재를 알긴 어렵지만 집합적으로 전체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 애플 제품 전반에 대해 생각할때도 이 앵프라맹스라는 개념이 어떤 단서가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써보면 너무 좋아서 다른건 쓰기 싫다’ 와
‘별것 아니더구만 왜 GR이야’ 를 가르는 차이



애플제품은 대체적으로 호불호가 극단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플팬(혹은 애플빠)들 찬양, 애플까들은 질색을 하지요. 그러한 케이스에는 물론 애플제품을 많이 써보지 않고도 애플 브랜드와 스티브 잡스의 팬이 되어 무조건적 찬양을 하는 팬도 있을수도 있고 애플제품을 써봤다가 아주 진저리나는 경험을 하고 – 제품불량, 사후서비스의 악몽, 여러가지 악재 등- 이후 애플에 질려버린 사람도 있을겁니다만 가장 흔한 경우는 역시 애플 제품을 쓰며 좋아게 된 팬들과 그 애플팬들의 호들갑(이나 보기에 따라 꼴깞)에 질려서 안티애플이 된 사람들의 두극단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애플빠에 대한 반감이 막상 조금 만저본 애플제품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자기경험과 융합되면 아주 강한 반애플감정을 만들어낼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애플은 높은 가격과 윈도플랫폼과의 비호환성때문에 소수의 사용자들만 선호하는 제품이었고 애플은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며 검증되기보다는 소수의 사용자들의 문화나 성향에 관련하여 어떤 의견이 형성된 점이 더 큽니다.  꾸준히 써온 사람들 보다 안써보거나 잠간 써본 사람들이 더 많고 역시 의견형성에 참여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거칠게 분류했을때 사용자 vs 비사용자가 양극단의 의견그룹을 형성한다는것, 그리고 그 사이에는 (선입견없이) 충분히 써본 경우와 아닌경우의 차이가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사용량이 누적되며 스며드는 앵프라맹스처럼 감지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Do you care if icon is round edged or not? Should you care? Steve thinks so.


제가 처음 썼던 아이폰사용기에서 80년대초 스티브잡스가 사각형 아이콘에 둥근 모서리를 넣기를 고집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둥근모서리는 눈에 띌수 있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용감의 차이는 앵프라맹스에 속할만큼 인지하기 어려운것일텐데도 전체 OS가 128k 메모리에서 돌아가야했던 시대에 그것을 고집했던것입니다. 지금도 아이폰의 아이콘은 강제적으로 둥근모서리가 됩니다. (SDK에서 아이콘 이미지로 지정한 사각형 이미지는 알아서 둥근모서리 형태로 설치됩니다.)

 




또 한 파드캐스팅에서 한때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일했던 사람이 첫 아이파드가 나왔을때를 회상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들은 아이파드에 오직 클릭휠의 딸깍소리를 위해 만든 작은 스피커가 달렸다는것을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절대 떠올리지 못할 발상이라면서요.

클릭휠을 돌릴때의 딸깍소리는 역시나 있으나 없으나한 작은 요소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용감의 향상을 위해 전용 스피커를 넣었던 것이죠. 아마도 일반적인 경우라면 비용절감을 위해서 채택되지 않았을법한 디테일입니다. 애플의 제품, 특히 스티브잡스 휘하의 애플제품들에는 이런식으로 ‘뭘 굳이 그런걸 다’ 싶게 넣은 요소들이 구석구석 많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되어 배치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한차원 높은 사용감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다 보니 애플제품을 선호하고 좋아하는 경우 딱히 왜 그런지 설명하기 어려울때가 많습니다. 그냥 쓰기 편하다, 예쁘다, 잘 만들었다 는 등의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해야할때가 많고, 그런 작은 차이를 감지할수 있을만큼 꾸준히 써보지 않으면 모양이 좀 예쁠뿐 별로 뛰어나지도 않고 오히려 기존에 쓰던것과 달라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시스템이 왜 좋은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이유를 잘 모릅니다. 거참. 





한 블로그에서 가져온 픽셀 확대이미지

 

 

 




Over-built iPhone4



드디어 아이폰4로 돌아와서, 아이폰4를 처음 봤을때의 큰 물건을 압축해서 줄여놓은 듯한 정교함의 느낌은 좀 ‘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좋긴한데 ‘굳이 이렇게 까지야’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이전 저해상도(?) 아이폰에서도 정보를 읽고 보는데는 지장 없었습니다. 깨알같은 글씨를 읽을수는 없지만 글씨를 그렇게 읽을 일도 없고 핀치줌으로 확대하면 어느 웹페이지든 읽지 못할일이 없었죠.

이전 아이폰 디스플레이의 픽셀을 1/4 크기로 쪼개서 해상도를 높이는것은 픽셀레벨에서는 알아채지 못할 작은 변화이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전체적인 선명도의 향상도 처음 볼 때 인상적인 와우팩터 이상은 아닌듯 했습니다. 멋지지만 꼭 필요하진 않은것이죠.









아이폰3GS와 아이폰4의 뉴욕타임스사이트 화면 캡쳐.
같은 사이즈로 디스플레이되지만 위의 두 이미지의 크기 차이가 

사실상 뿌려지는 시각정보량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글씨’의 선명함은 예상보다 사용감에 큰 변화를 준다는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의 첫화면 전체를 펼쳐놨을때 원하는 영역이나 기사를 찾는것이 훨씬 빠릅니다. 글씨를 보려고 핀치 줌하여 이리저리 옮기는 횟수도 적어지고 의식적으로 읽지 않더라도 읽힐수 있는 글씨 덕분에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찾기가 더 상쾌한데 마치 무의식레벨에서 작은 글씨가 주는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는 느낌같은것이 있습니다.

역시나 직접 조금 시간을 두고 사용해보면서 점점 분명해지는, 앵프라맹스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사용감의 향상의 한 예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던 크던 텍스트를 읽는 행위자체가 훨씬 덜 피곤합니다. 여전히 아이패드같은 큰화면에서 책을 읽는것이 더 편하겠지만 이전 아이폰에 비해 전화기에서 아이북스나 킨들의 책을 읽는 다는것이 좀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카메라롤의 썸네일뷰 스크린 캡쳐.
iOS4의 빨라진 카메라덕분에 거의 연사가 가능해서,
비슷한 사진들이 여러장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지가 선명해서 특히 좋은건 thumbnail류의 작은 이미지를 식별하기 편하다는 겁니다. 카메라롤의 thumbnail뷰 상태에서만도 비슷비슷한 사진중 원하는 표정의 사진을 찾아내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iOS4의 신기능인 폴더만들기 – 비슷한 성격의 앱들을 폴더로 묶어 각페이지를 정리하기 훨씬 편해졌지만 가끔 앱을 찾기가 애매할때가 있습니다. 폴더아이콘 안에는 실제로 묶인 앱들의 아이콘이 축소되어 보입니다만 너무 작아 별의미가 없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은근히 앱찾기에 도움이 되는데 아이폰4에서는 그 유용성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가장 위대한 아이폰? 아니 가장 위대한 폰?

 




하루가 다르게 하드웨어 사양과 소프트웨어가 개선되는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종을 뽑으라면? 저는 두말 없이 2007년의 첫 번 아이폰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아무리 안드로이드나 다른 스마트폰 시스템의 팬이라 하더라도 2007년 아이폰 이전과 이후 스마트폰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기준이 확립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분명 있어왔던 이메일/인터넷하는 똑똑한 전화기가 왜 첫 번 아이폰으로 그렇게 점프를 하게 되었는가를 따져보면 작은 스크린이라는 창문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조작하고 접근해야하는 방법에서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Maciej Dakowicz라는 사진작가의 작품 ‘작은 창문’.
저 창 사이로 손을 뻗어 뜨개질을 해야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그것은 아이폰이 터치폰이라는 점만도 아닙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터치폰은 있었습니다. 프라다폰이라고 했던가요. 아이폰의 진정한 인터페이스 혁명은 제가 생각하기엔 관성 스크롤링핀치 줌입니다.

두가지 모두 3.5인치의 작은 화면을 통해 갖가지 정보를 열람하고 밀고 당기며 다루는 것을 가능케 하는 가장 핵심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는 순간 감탄사와 함께 두번 생각할 필요없이 너무나 이해가 쉬운, 자연스러운 훌륭한 구현방법이지요.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기능상 아이폰과 대등해지고 언젠가 넘어선다 하더라도 태생적으로 이 두가지 빚을 아이폰에 지고 있다는것은 간과할수 없는 중요한 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있었던 월스트리트 저널 주최의 All Thing Digital 컨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도 이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아이폰 이전에 먼저 태블릿기기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다 한 UI 디자이너가 관성스크롤을 완성해서 시연했을때 ‘오, 이것으로 (태블릿보다 작은) 전화기를 만들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태블릿 프로젝트를 접어두고 아이폰개발을 시작했다”고 고백한 잡스. 

 




아이파드에서 무한회전 가능한 스크롤휠이 수천곡의 리스트를 스크롤하며 사용가능하게 한 핵심요소였다면 휠없이 긴 리스트를 스크롤할수 있는 기능은 손가락의 가속도에 반응하는 관성스크롤이 가능케 해준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전화기를 만들수 있겠다 (We can make a phone out of this 라고 말했죠)고 간파하는 그의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즉, 작은 화면을 정보열람에 훨씬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 개발되었으므로 ‘작은 화면의 기기=전화기’를 만들자가 된것이겠죠. 



사용자와 무한정보를 이어주는 화면의 창문이 최소한의 방해가 되도록 해주는 스크롤/줌 방법, 그리고 화면을 건드리면 정체현상 없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신속성(맥오에스에도 포함된 코어애니메이션기술)등이 어우려 제공하는 아이폰 터치경험의 핵심은 손가락으로 직접 정보를 건드리고 움직인다는 센세이션입니다. 그리고 아이폰4에서는 그 화면에서 방충망을 걷어내어 더욱 직접 보며 터치하는 느낌을 한단계 올려놓았습니다. 





아이폰4의 평가를 마치며 – 응 벌써?



아이폰4의 새로와진 점은 물론 아주 많습니다. 이미 밝혔지만 3GS를 4로 바꾼 이유는 향상된 카메라였습니다. 망막디스플레이화면은 좋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지요.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외장형 안테나와 새로운 카메라, 전면부 카메라,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 얘기거리는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간단하게 훑어보자면 …




안테나 – 이보전진 일보후퇴, 혹은 일보전진 이보후퇴? : 와이파이, GPS, 3G 등 전체적인 감도가 3GS에 비해 확실히 향상되었습니다만 잘못 손대면(?) 안테나 바가 떨어지는 현상은 분명 보입니다. 아직 통화가 끊어지거나 한적은 없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을거라니 좀 기다려 볼 문제입니다.

범퍼케이스를 쓰면서는 아무런 문제를 경험하지 못했는데 그에 비해 향상된 감도의 잇점은 훌륭합니다. 저는 이보전진 일보후퇴라 평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 픽스가 안테나 바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그냥 이보전진이 되겠죠. 




카메라 – 아이폰4의 카메라가 실망스런이유는(응?) 폰카메라로서가 아니라 똑딱이 디지탈 카메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는것입니다. 애초에 비교기준 자체가 달라져 버렸습니다. 똑딱이에 비해 한계는 좀 있지만 모든 폰카메라를 통털어 최고이며 왠만한 경우 독립적인 포켓카메라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은 없다는 것이 지인의 증언입니다. 



전면부 카메라 – 셀프샷 찍기 편하지만 메가픽셀이 낮아서 … 아직 페이스타임은 써보지 않았는데 아직은 별 관심도 없습니다. 제가 업그레이드 하게 되면 둘이서 할수 있게 되겠죠. 



자이로스코프 – 아직 이것을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없습니다만 layar 같은 증강현실 앱들이 자이로스코프를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 기존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를 보일듯 합니다. 그리고 물론 게임도 큰 혜택을 얻겠지만 게임은 잘 모르므로 패스. 



A4프로세서, 메모리 – 3GS 보다 빠르긴 한데 큰 차이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CPU향상은 앵프라맹스적이면 안되는데 …) 그래도 차이가 크겠지 싶어 두 모델에서 동시에 구글어쓰를 런칭 해봤는데 확실히 아이폰4가 몇초 더 빠르게 로딩하고 화면 스크롤링도 자연스럽습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만요. 또 메모리가 많아서인지 멀티태스킹으로 여러앱을 쓰고난후 묵직해지는 느낌이 없습니다.



애초에 주관심사였던 카메라보다 망막디스플레이에 집중한 생각거리만 풀어내고 맺습니다만 애플이 제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방식, 사용자들이 요구하던 않던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강요하다시피 제공하여 결국 따라오게 만드는 능력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모여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앵프라맹스를 알아보고 찾아내어 만들어내는 애플과 잡스의 능력이 결국 지금껏 제가 애플 제품을 좋아해왔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결론 지으며 (마무리 안되는) 아이폰4 첫인상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진공 노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