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로스F VF-25S”, 3년 만의 프라모델 만들기 (2/2)



하도 가뭄에 콩나듯 최신킷 (그래도 이것도 벌써 3년된 물건이지만)들을 만들어보니 기술이 대단하네요. 본격 비행기모형의 정밀함에는 못미치지만 일반 건프라보다는 훨씬 디테일이 뛰어나고 오밀조밀한 이 키트가 역시 접착제 없이 스냅타이트 방식으로 나온것, 게다가 무지무지 복잡한 변형구조까지 있으면서도 이정도까지 들어맞는다는게 놀랍습니다. (자꾸 변형하다보면 틈새가 점점 벌어져 마음이 아프긴 하네요) 



1. 개조포인트 찾아보기 


에어브러쉬도 없고 모델링 도구도 좀 부실하게 갖추다보니, 또 시간도 내기가 힘들다보니 원하는대로 마음껏 만들긴 힘들지만 (결코 실력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음) 그래도 VF-25s가 아닌 가상의 미공군 실험기로서 만들어야하니 이런저런 부분에 손을 대고 싶어집니다.

발키리들이 SF 메카들중에서는 그래도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칭찬받지만 구석구석 SF적인 요소들도 있고 마크로스의 시그니쳐 같은 디테일들도 있죠. 






우선 기수부분에 있는 투명부분. 무슨 센서인지 모르겠지만 VF-1 오리지널 발키리 때부터 항상 있어왔고 그래서 VF 시리즈 기체들의 특징이 된 디테일입니다. 친절하게 부품분할도 잘 해줬는데 갈아서 없애야하는 애석함.



또하나 VF-25에서 제가 맘에 안든게 저 뾰족한 부분입니다. 굳이 왜 튀어나와있는지 모르겠는데 제 생각엔 저것 때분에 전체 인상이 실제전투기 보다는 SF틱한 느낌이 은근히 더해졌다고 보여져서 없애고 싶은데, 뒷처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톱질/사포질 시작하고 생각해보기로… -_-;  (아시겠지만 사진들은 달롱넷에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빼놓을수 없는게 저 십자나사 모양. 발키리를 넘어서 마크로스의 아이콘같은, 정말 디자인 시그니쳐이죠. 마크로스의 일본공식 홈페이지에도 아이콘 처럼 쓰이더군요. 역할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현용전투기 스럽게 만들려면 없애야죠.
 


그외 에어 인테이크 위에 있는 저 슬릿입니다. 저것 역시 역대 발키리들이 다 있더군요. 보조 인테이크인지 역시나 역할은 모르겠는데 발키리의 특징같아서 없애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은근히 골치아픈게 두부의 레이져 포트입니다. 초음속 전투기 노릇을 하려면 저런 돌출물은 없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데 문제는 저걸 떼고 나면 휑한 구멍이 생긴다는것, 그것도 제 실력엔 메꿔넣기가 매우 힘든 묘한 곡면이라 제일 고민입니다. 저 레이져포트 삭제는 다음 문제와도 이어지는데 …
 





역시나 가장 대놓고 SF스러운 디자인을 보여주는 머리이죠. 오즈마기도 건담같은 영웅상은 아니라더라도 은근히 멋을 부린 발키리계의 미남이란 말이예요. 극중에서도 눈을 번뜩이는 눈빛연기(?)를 몇번 했구요.

머리모양은 오리지널 VF-1의 심플한 디자인이 차라리 더 좋은데 (마크로스에 대해 알기전 본 스페이스 간담V의 디자인 쇼크가 기억나는…) 욕심에는 머리통은 비행기의 곡면을 이루는 부분을 빼고는 센서복합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창작적인 면에서 가장 도전이 되는 부분이죠. 아파치 헬기 1/48를 구입해서 센서만 갖다 붙일까 싶기도 한데 아파치의 센서는 또 너무 유명해서 금방 티가 날것 같구요, 게다가 저 센서들이란게 그리 클 필요가 없는지 전차든 헬기든 붙어있는것들은 발키리 머리에 비해 너무 작아서 무슨 핑계(?)로 머리통을 제대로 된 크기로 유지해야하 고민중입니다. 이건 차차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기타 후미에 쉴드 대신에 보조제트엔진을 하나 더 달아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정말 자작해야할 수준이라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외계인의 오버테크놀로지가 없는 상황이니 다리겸 제트엔진을 만들자면 출력이 상당히 손해를 볼것 같고, 그래서 2발이 아닌 3발 엔진으로 달아서 베트로이드때는 등에 제트팩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좋을듯 한데 이건 정말 아직 답이 안보입니다. 그냥 포기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2. 희생양 키트


1/72 스케일의 에어로 킷들은 많으니 적당히 좋은 디테일의 제품을 하나 구입해서 랜딩기어등 VF-25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연료탱크나 미사일도 달아주자고 생각해서 동네 하비샵에 오랫만에 갔습니다만 아뿔사 … 미국 하비샵들이 주로 기차모형이 주류인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쪽을 꽉 채워주고 있던 프라모델이 이렇게 씨가 말랐을 줄이야 …
 







에어로 킷들은 저게 전부 … 그나마도 주로 2차대전기 중심이고 현용기제품은 아주 귀한 수준입니다.

VF-25와 가장 비슷한 분위기인 수호이27은 아예 아무 제품도 없고, 하세가와나 아카데미의 1/72 호넷정도를 생각했지만 1/72 호넷 역시 아무 메이커도 없었습니다.  쓸만한 1/72 현용기는 레벨의 F-16B 복좌형 하나,그나마 상자도 열어볼수 없어서 품질은 확인도 못하고 다행히 작례사진에 파일럿은 있길래 일단 구입했습니다.






데칼쪽으로 도움 안되게 영국공군인데다 무장은 사이드와인더만 들었네요 T_T
게다가 별로 안좋아하는 복좌형 F16




3. 조립 시작



반다이 VF-25의 스케일 오류가 가장 두드러지는 기수 부분. 파일럿은 1/100 수준으로 작으면서 랜딩기어는 지나치게 거대하고 튼실하죠.

저렇게 보면 랜딩기어가 사람키보다 큰 수준이 되어버리는 … T_T (게다가 랜딩기어는 어디로 수납이 되는거냐? 콕핏공간과 기수내부도 다 폴드파로 공간을 압축한다 뭐 이런 설정일까?)




F-16 키트의 콕핏과 파일럿 인형을 각각 비교했습니다. 진짜 욕심같아서는 콕핏 통째로 정상크기의 다른 현용기의 것을 옮겨 심고 싶지만 그것은 역시나 오버테크놀러지가 필요한 일이라 일찍 포기하고 인형이나마 심어보자로 결정했습니다.
 




반다이의 소인 파일럿 처럼 하체를 자르고 콕핏의 의자 부분을 좀 파내고
 앉혀봤습니다. 생각보다 나쁘진 않네요.





캐노피까지 덮고 멀찍이서 보면 그냥저냥 봐줄만 합니다. 차라리 저렇게라도 해주지 왜 인형을 그렇게 작게 만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처음에 말했던 마크로스식 디자인요소를 덮는답시고 퍼티를 바르고 갈았지만 라카도료를 뿌리고 보니 엉망입니다. 역시나 멀찍이서 보는걸로 넘어가기로 … -_-) 









프레임에 해당되는 부분만 먼저 조립했습니다. 늘씬하긴 한데 저렇게 얇게 제트엔진을 (그것도 조인트로 구부러지게) 넣는게 가능할까 싶네요. -_-; 




뾰족튀어나온 부분 일단 갈아서 줄여버리기. 




다리는 그대로지만 고관절부분조인트를 좀 긁어내어 그나마 쬐금 가동범위 연장.

이녀석도 변형킷이라서 그런지 답답한 고관절/짧은허벅지/긴종아리 등 제타플러스가 보여줬던 어정쩡한 다리포즈의 저주를 계승했더군요. 그래도 이녀석이 좀더 낫긴 하지만 …
 











마크로스 대표 문양들 메꾸기. 저 상태에선 괜찮아보이는데 색을 칠하고 나니 아주 엉성하더군요. (서페이서라는걸 그래서 하는거죠?) 그래도 그냥 갑니다. T_T 





4. 뽀샵 눈속임


아래부터는 가조 사진들입니다. 외장장갑을 모두 한가지 색으로 통일해서 칠하고 장갑들을 붙였습니다. 변형도 한번 해봤는데 정말 복잡하네요. 특히 어깨는 무슨 부러진 뼈조각 맞추기 하는 기분입니다. YF-19의 심플하면서도 뽀대나는 변형기믹이 다시한번 아쉽습니다.



먹선도 데칼도 추가 도색도 암것도 없는 휑한 상태라 흑백사진과 포샵으로 분위기 눈속임하기 …














저게 진짜 현용기처럼 보이려면 이런저런 디자인요소가 문제가 아니라
왕창왕창 벌어진 장갑틈새가 정말 문제입니다.
아무리 패널라인이라고 생각하고 레드썬해려도 안되는. T_T

그리고 엔진부분이 약간 동체안으로 푹꺼진듯한 저 모양새도 거슬립니다.
전투기로 고정한 작례도 저 엔진은 별다른 손을 안쓴 경우가 많더군요.





 



처음 해본 배트로이드 변형.
머리에서 마스크는 안넣고 모자(?)에 해당되는 부분만 끼우니 전체 인상이
발키리에서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깡마른 외형도 어느정도 가려지는 사진 앵글. 몸짱각도?

 



저 썰렁한 등에 그럴싸한 제트엔진 하나 붙여주고 싶은데
현실에 참고할만한 디자인이 있으려나? 있다한들 만들수 있으려나 …

 



날개랑 다리의 해치를 다 펴본 상태.
왠지 무슨 곤충이나 새인간 분위기가 나네요. 단바인?





마크로스 플러스에 YF-19을 처음 타본 이사무가 이리저리 곡예를 하다가
자유낙하 하는 장면이 생각나서 찍어봤습니다. (물론 포샵처리 했습니다)

 





아, 머리(새대가리)는 정말 어쩐다.

 





부실한 체격이 드러나는 앵글.
뭐 늘씬한 모델체형이라고 생각하자고 있습니다. 다리는 길잖아요? ^^



머리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의 레이져부분이 빠져서 생긴 구멍은 어떻게 때울지 데칼링과 컬러링은 어떻게 할지 등 갈길이 좀 남았습니다. 부실하게 넘어간 부분이 많지만 무조건 레드썬 하고 다음단계.

아무래도 계속 사진앵글과 포샵질로 부실한 부분은 가려주는 정책을 펼칠듯 하니 말이죠 ^^  긴스크롤 내려주셔셔 감사합니다. 



5. 설정


지난 번에 썼듯 지상전과 공중전을 동시에 수행할수 있는 일종의 advanced VTOL 기의 개발이며 일본 아니메메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무리한 설정인데, 막상 조립해보고는 고민입니다.

이건 실제로 만들수도 없고 만든다고 한들 너무 무거워져서 전투기로서의 기동성도 없을것 같고, 일반 전투기에 비해 너무나 복잡한 구조라 양산성이나 정비성이 엄청나게 떨어질테고, 한마디로 가능성이나 실용성이 있으려나 싶네요.

그래서 스토리의 방향은



1. 막상 설계해서 시험기를 한대 제작했으나 위와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프로젝트는 중단된다. 


2. 사실은 L 박사가 트랜스포머와 마크로스F를 보고 꿈을 꿨던 것이다 – 잠에서 깨며 아쉬운 표정으로 끝 (-_-;)


3. 역시 외계인의 오버 테크놀러지가 필요한데, 마침 묘하게도 Area-51에서 본 기체의 개발이 이뤄지고 있었던 … (어이, 그만하지?) 




PS – 3년전 마크로스 F 방영할때 3D로 처리된 메카들을 보고 썼던 글이 있습니다.
[잡상] 아니메 메카의 3D화에 대해서 

거기에서 3D 메카의 장점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변형로봇을 3D로 만들경우에 디자인은 단순히 실루엣이나 외양을 캐릭터 디자인하는데에서 더 나아가 공업디자인적인 마인드로 각부위의 아귀가 들어맞게 모두 이뤄져야합니다. …완벽히 모든것이 들어맞는 수준까지는 아니겠지만 변신과정중 팔길이를 몰래 바꿔치기한다거나 손크기를 키우는식의 속임수는 되도록 쓰지 않기 위해서 애초의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각부의 정합성을 고려해야합니다. 약간은 반다이의 건프라 CAD 디자인과 비슷한 맥락이 되는것이죠. 그래서 ‘디자인된 캐릭터’ 만큼이나 ‘설계된 기계’의 정체성이 강해집니다. “ 

 

특히나 모형이나 장난감화를 염두에 둔다면 정교하게 계산된 변형기믹을 잘 설계해야겠죠. 손크기를 바꿔치기하는 꼼수를 쓰지 않구요 …..  흠 .. 근데 …



왼쪽은 배트로이드/거워크용 손, 오른쪽은 파이터 모드에서 꼬리부분에 숨어들어가는 손부품. 손크기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버렸습니다! -_-;

손크기를 키우는식의 속임수”는 되도록 안쓰고 싶었겠지만 역시나 어쩔수 없었군요? 저것도 폴드파로 공간을 압축한 … (퍽)

영진공 노타입

“마크로스F VF-25S”, 3년 만의 프라모델 만들기 (1/2)




 아마도 향후 10년간은 못할 프라모델 만들기의 마지막이 될듯한 싶은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다키워서 보내고 나면 침침해진 눈과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해야지요.(정말?) 



1. 박스열기

 

반다이의 마크로스F 1/72 오즈마기 VF-25S입니다. 2008년에 나온 것이니 3년이 지나 만들어보는, 대세와는 전혀 무관한 갑작스런 만들기입니다. 건담쪽이 시들한데다, 전에 부터 만들어보고 싶었던 조립식이라 시작했습니다.








1년 반 전쯤 HLJ에서 반값세일하길래 언젠간 만들겠지 하며 질러두곤,
 묵혀왔던 오즈마기, 드디어 박스가 열렸습니다.
 




화려한 액션씬이 많았던 마크로스F. 

마크로스하면 꼭 나오는 상징적인 전탄발사!
(저렇게 하면 미사일들끼리 막 부딛혀 터지지 않을까?)





마크로스F는 액션중심으로 재밌게 봤습니다만은 시리즈에 대한 관심은 사실 크지 않습니다. (아, 노래들, 특히 요코 카노가 맡은 음악들은 정말 좋아합니다.)  우선은 SF물들중 외계인이 등장하는 스토리에 이상하게 흥미가 떨어지는 취향인지라 젠트라디라는 거인족이 나오는 마크로스 사가는 관심을 별로 못느꼈죠. 다만 80년대기준으로 봐도 튀는 뛰어난 액션연출이 기억에 남고, 또 외계종족이 나오고 뭔가 환타스틱한 스토리이어야할 시리즈가 유난히 많은 등장메카 VF시리즈는 건담을 부끄럽게할 만큼 리얼한 매력을 풍겨서 지나칠수가 없습니다.


2. 설정


이제 프라모델 만들기. 만들기야 그냥 그것으로 즐기면 되는것이지만 건플라 만들땐 이런저런 배경설정이 있어야 재밌어하는 제 성격상 처음 만들어보는 마크로스 기체에도 스토리를 넣고 싶은데  어떻게든 젠트라디니 거대우주전함이니가 없는 상황에서 존재하는 VF-25를 만들고 싶어서 궁리한끝에 생각한것이 미국방성의 실험기 개발사업입니다.

그것도 마크로스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에 착수된 가변형전투기라는것이죠. 찾아보니 실험기는 X-29 처럼 X로 시작하길래 이름을 X-74으로 잡아버렸습니다. (VF-25이니 X-25를 하고 싶었지만 이미 쓰였더군요. )





어릴때 보면서 미래형 최신 전투기 처럼 각인된 X-29. 전진익 시험용. 

전진익 디자인인 마크로스 플러스의 YF-19 가변 프라모델이 제대로 나왔다면
 그걸 만들고 싶었을겁니다. 반다이, 쫌.







VF-1의 디자인 리파인이라 할수 있는 VF-0.
이것도 변형키트로 반다이가 신경써서 만들어주면 좋겠는데. 쫌.
 




원래 이름을 붙이고 싶었던 X-25의 실제기.
추락한 파일럿의 탈출용 초경량 자이로콥터로 1955년에 연구된 실험기라는군요.
 


3. 스토리


전투기로서의 기능과 함께 동체의 일부나 전체를 변형시켜 지상전 임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전천후 가변형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한 실험기의 야심찬 개발 계획. 그 발단은 영화관. 트랜스포머에서 스타스크림의 전천후 전투장면에서 시작되었다.

군기밀상 신상이 공개되지 않은 신무기개발연구원인 L박사는 트랜스포머를 즐겁게 감상한후 변형전투기에 대한 구상(이라기보다 상상)을 시작하게 된다. 





오토봇과 지상에서 총격전을 벌이다가 비상하여 공중전을 수행하는 스타스크림.
야비한 캐릭터만 아니면 참 멋진데.
 





하지만 비현실적인 영화속 캐릭터의 디자인을 보고 다른 사례를 찾던 L박사는 어릴적에 보던 Robotech(일본원제 마크로스)에 등장했던 Veritech (발키리)를 떠올리게 된다.





거대전투로봇이라는 다분히 아동적인 발상과는 달리 발키리가 보여줬던 비행기와 그 중간단계처럼 보이는 gerwalk 모드는 현재 사용되는 추력편향노즐 (thrust vectoring nozzle)의 확장된 개념으로서 충분한 의미와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L은 전투기에서 제트엔진전체를 가동하여 엄청난 자유도의 추력편향은 물론 착지시 다리 역할도 하도록 하는 연구에 대한 개발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주변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기적적으로 예산을 따내게 된다. (어차피 지어내는 이야기이니 대충 그런줄…^^)  



L박사의 개발팀에는아니메메카 오타쿠성향의 연구원들이 대거 지원하는 바람에 인원 선정에 애를 먹을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고, 그 덕분인지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인, 마크로스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비밀리에 접촉하고 메카디자인을 담당했던 디자이너를 초청하는 일까지 쉽게 성사되었다.  복잡한 판권문제로 80년대 마크로스 (로보텍) 이후의 속편 시리즈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제작팀은 오리지널 이후 지속적으로 진화한 후속 VF기들의 변형메커니즘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화면상에서만 그럴듯해 보이는데서 만족하지 않고 마치 가상의 병기를 설계라도 하듯 집착적으로 디테일에 신경을 쓴 메카디자인의 퀄리티 때문이었다.

당시 기획단계이던 마크로스 신작에 등장하는 최신판 발키리 VF-25의 디자인과 CAD 자료까지 얻게된 개발팀은 vf-25의 비행체 형태가 실제 비행에 적합하다는 의외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아예 VF-25을 실제 개발의 베이스로 선택하여 연구를 시작하여 아니메의 메카를 두고 한쪽에서는 장난감/프라모델 설계를, 동시에 다른쪽에서는 실제 기체의 설계가 진행되는 상당히 만화적인 상황이 일어나게 된것이다.

 













VF-25의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CAD로 모델링되어 극중에 CG로 등장할 VF-25기








미그29기의 추력편향노즐.
이것이 발가락을 까딱까딱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다리 전체를 쓰는 시대가 온다!
 




VF-25의 완구 이미지.
완구시제품 역시 개발진에 보내어져 참고자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연구원들의 책상마다 액션피겨들이 다양하게 진열되어있는
보기드문 광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전투기와 거워크 형태의 비교적 단순한(?) 변형을 목표로 삼았던 개발작업은 고층건물이 밀집된 지상에서의 본격적인 시가전에서의 대응성에 대한 추가연구를 지시받고 비행체를 수직으로 세울 경우 얻어지는 전술적인 우위에 주목 인간형 모드(배트로이드)로의 변형까지 연구를 확대하고 애초의 개발예산의 400%를 초과한 추가예산을 배당받는다. (일본방위성이 건담을 실제 병기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흥분했던 오타쿠들이 미국방성에도 꽤 많지 않았나 추측이 된다.)






세부는 다르겠으나 전체적인 실루엣은 완성기와 흡사한
VF-25의 인간형 배트로이드 모드 (완구 이미지)
 


4. 놀고 있네.


재밌게 놀아봤습니다 ^^. SF영화에 등장했던 상상의 물건에서 영감을 얻어 실제로 개발되는 무기나 도구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마크로스라고 못할쏘냐 싶은겁니다. 손목시계에 들어간 스파이 카메라 뭐 이런거보다 덩치나 규모가 좀 크다 뿐이지 결국 비슷한 케이스 아니겠습니까? 흠흠


어차피 프라모델은 만들 시간도 여건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급하게 후다닥 하나 만들면서 정작 더 즐기는건 이런 (말도 안되는) 뒷얘기 만들어내기입니다. 뭐 이게 제가 프라모델을 즐기는 나름의 방식이라고 해야겠죠.  잘은 못만들고 시간도 많이 못들이지만 오랫만에 조립식 하려니 즐겁습니다. ^^




영진공 노타입

최고의 화장실용 워크스테이션, Macbook Air 11.6







2003년말 파워북 G4를 구입한 이후 7년만에 나의 맥 노트북을 새로 샀다. 그 사이 맥미니와 아내의 맥북을 사긴했지만 내가 쓰진 않고, 난 파워북이 2008년 사망한 후 회사에서 준 맥북프로와 맥프로를 주로 써왔으니 정말 오랫만에 맥포터블을 사게 된것이다. 그것도 사게 될거라 생각 못했던 맥북 에어 시리즈다.

지난달말 애플이 발표한 새 맥북에어중 11.6인치형. 메모리4GB, SSD 128GB, CPU 1.6GHz로 사양을 최대한 올려서 주문했다. 그래봐야 코어2듀오 1.6GHz이니 장난스럽긴 하지만, 많은 리뷰에서 말하듯 SSD의 속도 덕분에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 CPU가 혼자 힘써야하는 작업 (3D 렌더링, 비디오 인코딩등)만 아니면 맥북프로가 부럽지 않은 쾌적함을 보여주어 아주 만족스럽고, 마치 쇠판때기 하나를 접어놓은것 같은 얇고 가벼움덕에 휴대성이 최고다. 항상 찾아왔던 화장실용 컴퓨터를 드디어 만났다. (농담. 화장실용을 찾진 않았음…T_T) 


















화장실용으로는 사실 아이패드가 최고이겠지만 컨텐츠소비뿐 아니라 생산도 하고 싶은 욕심에는 비슷한 사이즈이면서도 완전한 컴퓨터인 맥북에어가 적격인것 같다. 그래서 기왕 얼마나 힘을 쓸수 있나해서 Maxon사의 Cinebench 11.5로 테스트해 봤다. 




씨네벤치는 3D 애니메이션 용도로서의 기기의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특화돼있고 GPU의 OpenGL의 성능과 CPU의 소프트웨어렌더링 성능을 측정한다. 맥북에는 OpenGL테스트에서 초당 11.8프레임을 재생할수 있었다. 생각보다 상당한 수준인것이, 아래에 있는 맥프로 (Xeon 3GHz 8코어, Nvidia QuadroFX 5600)의 OpenGL이 24fps 정도가 나왔다. (사실은 맥프로의 성능에 실망했다는게 더 맞는 말이지만 아무튼..흠흠) 



CPU는 역시 생각한대로 뭐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맥북에어를 렌더링 머신으로 쓸일은 없을테니 별 상관없다. 



오른쪽의 윈도XP상의 성능이란건 오라클사의 무료가상화툴인 VirtualBox상에 윈도XP를 깔고 씨네벤치를 돌린것. OpenGL은 하드웨어가 받쳐주질 않아 아예 테스트 못하고 대신 CPU는 나쁘지 않다. 코어를 하나밖에 인식 못한 정직한 수치인듯. 


 










이번엔 맥북에어와 짝을 이뤄 힘든 일은 도맡아 하는 맥프로(2008년형. 그래도 아직 듬직하다)에서 돌린 결과. 앞서 말한대로 OpenGL 성능은 생각외로 실망스럽다. FX5600이 나온지 좀 되긴했어도 45fps를 내는 FX5800보다 원래 이렇게나 느린건가, 아니면 Mac OS가 그 성능을 다 발휘 못시키는건가 좀 의문스러움. 




가상화시킨 XP에서는 보다시피 맥북에어와 필적한 점수가 나왔다. 역시 클럭스피드의 정직한 힘이다. 



맥북에어의 0.91과 맥프로의 7.04는 거의 정확히 클럭스피드x코어갯수의 차이만큼이다. 이렇듯 CPU의 파워가 그대로 반영되는 측정분야도 그리 많지 않을듯. 역시 3D 랜더링을 위해서는 힘쎈 머신이 많이 필요하다. 









에어가 나의 워크스테이션이 되진 않는다고 해도 아이패드와는 달리 급할땐 그 역할을 할수도 있다.(그리고 그점이 중요했다)

실제로 예전에 일했던 마야 작업파일을 맥북에어에 설치한 마야2010에서 열어보았다. 6년전에 했던것이니 그때 하드웨어의 인플레이션을 생각해야겠지만 당시 AMD 옵테론 4코어 머신에서 작업하기에도 만만치 않았던 200MB짜리 파일인데 실제 작업에 쓸만한 쾌적함을 보여준다. (물론 작업내용에 따라 금새 버거워질수는 있지만 그건 맥프로에서도 마찬가지)

역시 ‘계산력’중심이 아닌 작업은 오히려 저장공간의 입출력효율이 더 중요해서인지 SSD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듯 하다. 




유일하게 답답한 면은 1366×768의 좁은 스크린이지만 1920×1200 스크린도 붙일수 있고 듀얼링크dvi 어댑터를 쓰면 2560×1600 사이즈의 세컨드 모니터도 운용이 가능하니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철판때기처럼 생긴게 참 알찬 성능을 보여주어 아주 만족스럽고, 앞으로 계속 맥북 에어 시리즈의 진화가 더 기대된다.

영진공 플라팬

 

DSLR 영상촬영시대가 열리다 (2)





D90은 제대로된 영상을 찍기위해 필수적인 수동조절기능이 전무한데다 스틸이미지용 CMOS 센서의 느린 속도로 심각한 울렁거임 (jello effect)을 보여줬습니다. 그후에 나온 캐논 5DmkII 역시 수동기능전무에, 영화같은 24p가 아닌 30p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역시 갖고 있었습니다. 니콘이나 캐논으로서 DSLR의 비디오 기능은 순전히 보너스 개념이었습니다.

라이브뷰모드로 거울을 젖히고 바로 센서로 모니터링하는게 가능하다면 그걸 기록하게 하는것쯤이야 쉬운 일이니까요. 세심한 컨트롤이 핵심인 고가의 전문 DSLR이면서 영상은 자동으로만 제어되고 기록포맷또한 RAW가 아닌 고압축의 h264 라는 점에서 캐논이나 니콘 모두 비디오 기능을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 보너스장난감 같은 기능으로 만들어진 빼어난 영상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조금만 보완되면 꿈의 영상카메라가 될수 있을 DSLR에 대한 아쉬움은 동시에 더 커져갔습니다.



Reverie from Vincent Laforet on Vimeo.  This was the first 1080p video widely released that was shot with the Canon 5D MKII.


스틸사진가인 Vincent Laforet가 5DmkII의 비디오 기능을 테스트해보고자 만든 단편 Reverie. 비디오 기능이 제한적인데도 불구하고 큰 센서와 고급렌즈, 전문모델과 전문사진가의 손길이 더해져 엄청나게 인상적인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24fps의 부재로 인해 영화적이기보단 비디오 같아 보이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5DmkII의 부족한 기능 (수동조절, 24fps)를 지원하는 펌웨어 업데이트를 내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캐논을 조르는 목소리가 높아질무렵 EOS 7D가 발매됩니다. 7D는 스틸카메라 관점에서는 5D의 풀센서보다 작은 APS-C센서 카메라이지만 위의 챠트에서 보듯 영화촬영용 수퍼35mm 의 크기에 오히려 더 가깝고 5D와 달리 부족했던 기능 (동영상촬영시 셔터스피드, 조리개 등의 수동조절, 다양한 프레임속도 24, 25, 30, 50, 60 지원 등)을 전격적으로 탑재하여 DSLR 영화촬영을 꿈꾸는 사람들의 꿈의 카메라에 가장 근접한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이후 경악할만한 저조도 촬영기능을 보여주는 1Dmk4가 나오고, 그리고 청원운동끝에 올해 2월 5DmkII 역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부족했던 대부분의 기능이 추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캐논 펌웨어업그레이드가 버그소탕이 아닌 기능추가가 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 합니다.) 그리고 같은 달에 7D와 같은 비디오 기능을 가지되 가격이 절반 이하인 550D가 나온것이죠. 




센서사이즈 챠트를 다시 보시면, 단순히 비교했을때 수퍼35미리 센서 카메라의 가격대는 25만달러(파나비젼 제네시스) ->만8천달러(레드원)->$1900(7D)->$800(550D)로 떨어진 셈입니다.  물론 이것은 부가기능의 큰 차이점을 무시한 심하게 단순화된 도식이지만 센서사이즈라는, 전자회로기능으로는 어쩔수 없는 물리적 한계의 극복은 그만큼이나 유의미한 것입니다. 2만달러 카메라도 힘겨워하는 저예산업계뿐 아니라 25만달러 카메라를 기본으로 쓸수있는 대규모 프로덕션에서도 DSLR촬영을 심각하게 여기며 수용하고 있다는것이 그 증거입니다.
 







빼어난 영상미의 드라마 추노에 사용되어 화제가 된 Red One카메라. 25만달러 카메라를 대체하는 만8천달러의 카메라가 혁명적이었음을 부인할수 없습니다만 이후 혁명은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향으로도 막 튀고 있습니다. 


프로들의 호들갑

인기 드라마인 [H]ouse의 시즌6 마지막회가 필름카메라가 아닌 5DmkII로 촬영되었음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우스는 원래 레드원이나 제네시스도 아닌 35mm 필름으로 촬영되는 순수 필름쇼(?)입니다. 그리고 씬시티, 스파이키드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 7D로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DSLR 영상촬영의 전문가로 알려진 Philip Bloom이 루카스필름의 영화 Red Tails 촬영에 DSLR 도입을 테스트 하기위해 고용되었고, 캐논DSLR로 찍은 영상이 소니의 F35카메라가 촬영한 영상과 함께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미방송협회의 트레이드쇼인 NAB는 비디오카메라와 방송장비중심이었지만 올해에는 DSLR과 그 관련 부가장비업체들의 참여가 대단히 늘었고 화제성에서는 주인공인 비디오카메라분야를 단연 압도했으며  ARRI, Panasonic, Sony 모두 가격대가 훨씬 떨어지고 컴팩트한 시네마용 카메라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였습니다. 5DmkII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해달라던 염원이 거꾸로 올라가 초고가 시네마 카메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듯 보입니다. 진짜 혁명은 레드사가 아닌 소뒷걸음치다 쥐잡은 캐논이 이어나가고 있는것이죠. 캐논은 아직 정확히 다음단계에서 뭘 해야할지 잘 모르는듯 보입니다만.
  






 

일반 시청자야 드라마가 폰카로 촬영된들 관심이 없겠지만 메이져 드라마가 DSLR로 촬영된다는것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대단한 화제거리입니다. 







 

스파이키드의 감독 로버트 로드리게즈가 캐논7D로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모습.
하나는 그냥 카메라만으로, 또 하나는 온갖 부가장비를 덧붙힌 7D릭을 쓰는 모습. 레드원을 쓸수도 있을텐데 굳이 7D를 쓰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주목할만한 광경입니다. 바닥에 누워 맨 카메라로 찍는 모습이 그 힌트중 하나가 되겠지요. 저만한 센서의 카메라가 저토록 작은 사이즈의 바디에 담긴적이 없기때문에, 촬영시 융통성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The Last 3 Minutes” From Shane Hurlbut, ASC from Shane Hurlbut, ASC on Vimeo.


터미네이터 샐베이션의 촬영감독인 섀인 허버트는 헐리우드의 1급 촬영감독이면서 DSLR 영상제작 전도사 역할을 크게 하고 있습니다. (아, 참고로 전에 터미네이터 촬영장에서 크리스쳔 베일 욕설 음성파일의 피해자가 바로 이 사람입니다. 불쌍..) 그가 특별히 DSLR 영상제작의 장점을 홍보하기위해 만든 단편영화 ‘마지막 3분’ 


 


비디오DSLR과 다시 배우는 홈비디오

편당 몇백만달러 제작비가 오가는 프로페셔널 영상제작계에서 다시 제 캠코더 얘기로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영화적 영상 제작을 위한 24fps와 큰 센서를 지닌 카메라의 가격대가 25만불에서 2천불대로 떨어지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지만 $1800는 여전히 개인에겐 부담스런 액수이고 제 캠코더구입비용으로는 예산초과입니다.

그런면에서 550D는 다시한번 혁명적인 카메라입니다. 스틸연사촬영속도, 각종버튼의 위치와 편리함, 방수처리등 정도를 제외하고는 영상과 스틸 모두 7D와 거의 똑같은 퀄리티이면서 가격은 절반인 550D는 분명히 저와같이 DSLR영상촬영에 관심있으나 선뜻 지를 생각을 안하던 관심군의 최하단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임이 틀림없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출시된지 1달동안 아마존이나 BH포토 등 주요 판매처에는 계속 주문이 밀려있었습니다.


 





DLSR구입도 처음이고 제대로 써보는게 거의 처음인 상황에서 숙지해야할것이 상당히 많더군요. 게다가 DSLR로의 영상촬영은 캠코더에 익숙해진 사람에겐 상당히 불편한 일입니다. LCD는 캠코더처럼 편리한 각도로 회전하지 않고 캠코더에서는 당연한 연속자동포커스도 없습니다. 줌도 버튼이 아니라 렌즈를 잡고 돌려야하는 수동이다보니 캠코더처럼 한손만으로 여유있게 쓰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위의 로드리게즈 감독이 쓰는 거대한 릭의 역할이 이런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전문적 노력의 또 한가지 예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돌 지난 아기와 유치원생 초등학교생 아이들을 둔 제 상황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순발력있게 찍는역할은 애초에 HV20도 아닌 아이폰이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HV20의 자리를 차지한 550D는 쓰기는 더 불편함에도 HV20보다 더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똑딱이로 사진을 찍다가 DSLR로 업그레이드 했을때 얻어지는  퀄리티의 차이와 새로 눈뜨게 되는 사진미학의 세계에 재미를 느끼는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돌발영상을 순발력있게 잡는것 보다는 한번찍을때 더 신경써서 좀더 멋진 장면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것이지요.

카메라를  움직이며  줌을 뺐다 당겼다가 하는 영상이 아니라 되도록 움직임이 적은 정적인 영상을 더 찍게 되는것은 DSLR로 찍는 것이 정적인 동영상인지 혹은 동적인 정지영상인지 모호한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영상이 바로 그러한 모호함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초당 24프레임의 분절적인 동세, 카메라의 부피와 무게때문에 육중한 카메라워크가 기본적이며 빠르고 거친 장면은 무언가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수단으로 절제되어 사용되는등 영화 영상은 바로 스틸이미지적인 동영상이자 동적인 스틸이미지이기에 그 독특한 매력이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영진공 플라팬

DSLR 영상촬영시대가 열리다 (1)




 






 

니콘 S90 D90, 캐논 5DmkII와 7D, 1DmkIV를 거쳐 캐논의 보급형 저가 DSLR인 550D (미국출시이름 T2i) 역시 HD 영상촬영기능을 가지고 출시되었습니다.

위의 영상은 2월말 구입한 550D로 그동안 틈틈히 촬영한 영상들중 맘에 드는것들을 iMovie에서 별뜻없이 이어붙인 일종의 테스트모음입니다. 







동영상 촬영이 어느때보다 흔해진 요즘입니다.  고가의 고급전자기기였던 캠코더도 이제는 집안에 고장난 구형이 하나쯤은 굴러다니는 흔한 가정용품이 되었고 그나마도 스틸카메라나 휴대폰에 흡수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8mm 무비카메라로 홈무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오던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비교적 최근 (90년대?)에야 본격적인 홈비디오의 보급이 시작된 우리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빠른 변화이죠.  


쉽게 영상을 찍을수 있게 되었지만, 반드시 미적으로도 뛰어나고 아름다운 영상을 많이 찍게 되는건 아닙니다. 음악감상이 CD음질을 희생하고라도 간편함과 휴대성을 따라 mp3로 옮겨갔듯이, 부피가 크고 사용이 복잡한 캠코더 보다 그냥 자동기능의 간편한 포켓캠코더나 영상기능의 휴대폰은 항상 가지고 다니며 의외의 순간을 더 잘 잡아주기때문에 실제로 더 유용하기도 하고 뭔가 작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일상의 스냅샷처럼 기록하는 목적성이 더 강하니까요. 캠코더로 재밌는 순간을 찍으며 영상미학을 생각하는건 언뜻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비디오카메라가 다른 기기의 부가기능으로 흡수되어가는 상황에서 스틸카메라 미학의 정점인 DSLR에도 이 보너스 기능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폰카나 똑딱이 디카때와 다르게 전문적인 영상제작업 전반에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무엇이 달라서인지에 대해 두서없이 조금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 합니다.






* 초당 24 프레임 *




 







DV와 HDV 캠코더의 기록매체인 miniDV 테입과 수퍼8mm 필름롤. 홈무비의 구세대들. 





저는 영화계에서 일하지만 실제촬영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영상을 디자인하는 일이 주 업무입니다. (Previsualziatio, 사전시각화 라고 불리는 일을 합니다. 언젠가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특별히 단편영화같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해본다든지 할 생각(혹은 여유)이 없고, 캠코더라는것은 제게도 일상을 기록하는 가정용 기기이지 영화제작과 맏닿은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장난감에 가깝죠.
 

결혼하면서 장만했던 첫 홈캠코더는 소니PC120 미니DV캠코더였습니다. 작은 카메라로 저의 결혼식과 첫아이 둘째아이 출생등을 기록하며 잘 쓰다가 5년후쯤 서서히 작동이 멈추는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즈음에 등장했던 카메라가 캐논의 HV20입니다.




HV20는 여러모로 특이한 카메라였는데, 바로 가정용 캠코더로는 최초로 – 아니, 쌩뚱맞게도 – 영화와 같이초당 24프레임으로 촬영하는것이 가능했다는겁니다.
 


24fps는  영상이 ‘영화적’인 느낌을 갖게하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 특징입니다. 비디오카메라로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영화적 영상을 만들기 불가능한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 24fps 이고, 제가 캠코더를 영화제작과 무관한 장난감같이 여겼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비디오는 NTSC의 경우 간략하게 설명하면 일초 당 60번의 샘플링으로 움직임을 기록하는것이 기본이기때문에 영화보다 물흐르듯 부드러운 동세를 보여주고, 영화는 일초당 24번에 불과하기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거친 동세- 동작이 분절적으로 끊어져서 보이는 – 을 보여줍니다. 얼핏 들으면 자연스런 60Hz가 훨씬 좋을것 같으나 여러가지 복합적인 심리적,관습적인 요인들로 인해 ’60fps 비디오->뭔가 저렴해 보이는 영상’과 ’24fps 영화->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영상’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적어도 현재 우리의 눈과 뇌는 그쪽으로 익숙해져있구요. 그래서 일단 저장장치의 기록방식이 초당24프레임를 지원하지 않을때는 영화적 느낌을 주기가 상당히 어려워져버립니다. 그리고 비디오카메라 제작사들은 왜 초당 60번의 풍부한 모션샘플링 대신 고작 24번의 부족한 모션샘플링을 사람들이 원할지 전혀 생각조차 않았을것이 당연합니다. HV20 이전까지는요.

…… 분명 저 카메라 개발팀내에 괴짜 필름덕후가 있었으리라 상상해봅니다. HV20이후 사실상 모든 캐논 캠코더(프로 & 가정용)들이 24fps를 지원합니다 …… 




그래서 HV20가 등장했을때 많은 저예산 / 무예산 독립영화인들부터 그저 막연하게 영화적 영상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던 취미가들(저를 포함)까지 상당히 흥분을 했습니다. 그전까지 24fps영상을 기록할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도 $5,000가 넘어가는 준 프로페셔널 캠코더 이상뿐인 상황에서 $1,000도 안되는 이 깡통사이즈의 작은 카메라의 존재는 특별했습니다.




HV20로 만든 단편영화 White Red Panic.
아이디어가 있어도 장비가 열악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던 시대는 거의 지나가버린듯 합니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영화적느낌의 영상에 관심있는 필름덕후들이 꽤 많아서인지, HV20는 상당한 히트상품이었고 특히 적은 예산으로 그럴싸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노력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활발하게 타올랐습니다. 각종 팁들과 DIY(자작) 정보들과 상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저는 그저 관심을두고 보는정도였고 그냥 HV20만 구입해서 썼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도 조금은 영화적인 느낌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항상 24p와 씨네모드로 놓고 사용하는 정도였지요. 




제 HV20는 생각보다 일찍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좀 많이 쓰다보니 그랬는지 LCD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고치는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새 기종을 사는 것 절반정도의 돈이 들겠고, 어찌해야하나 하던차에 또 마침 나와 준 카메라가 Canon EOS 550D입니다.






* 피사계심도 *






550D를 이야기하기전에 잠시 피사계심도에 대해 업급하려 합니다. 영화적 영상를 위한 카메라의 중요특징이 24fps라고 했는데 그 만큼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영화는 35mm 필름으로 촬영되기때문에 1/3, 1/4인치의 손톱만한 캠코더의 센서가 아닌 1.5크롭정도의 DSLR센서의 크기에 가깝고 그에 맞는 광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가장 큰 시각적인 차이는 역시 얕은 피사계심도입니다. 


작은 센서의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쓰다가 DSLR 카메라를 사용했을때 배경이 확 날아가서 피사체가 돋보이는 사진의 아름다움에 깊은 인상을 받은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 차이점을 이해하실겁니다. 영화 화면이 항상 배경이 뿌옇게 포커스아웃되는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집중하고자하는 사물에 촛점이 맞춰지고 배경과 전경은 약간은 흐릿한 상태가 기본적이며 영화적 문법과 느낌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감독이 ‘지금 이 사람(혹은 사물)이 이 장면의 주요요소이니 집중해주세요’라고 말하는것과 같지요. 그리고 그 문법은 35mm 필름사이즈의 광학적 특성이라는 기술적 기반위에서 자라난 것이므로 센서사이즈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각종 센서 사이즈의 비교.
Super35mm가 영화필름기준의 풀프레임입니다. 일반적인 비디오카메라의 경우 가장 큰 센서가 고가의 프로용 카메라에 쓰이는 2/3인치이고 가정용캠코더는 대개 1/3이나 1/4인치 이하의 사이즈이므로 상당히 작은 사이즈임을 알수 있죠.
 


그래서 위에서 말한 HV20(1/2.7 인치센서)를 필두로한 24fps 캠코더들에게는 없는 얕은 피사계심도를 부여하기위한 꼼수가 35mm 어댑터, 혹은 DOF어댑터라 불리는 물건들입니다. 






35mm 어댑터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35mm 스틸카메라의 렌즈를 원통에 붙이고 원통내에 반투명한 막을  설치해서 렌즈의 상이 그 막에 맺히게 한 다음 캠코더가 그 상을 접사로 촬영하는것이죠. 위의 이미지에 보이는 대로입니다.

Ground glass라 불리는 막을 상이 잘 맺히되 투광량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만드는것이 관건이고 작은 ground glass의 거친입자가 눈에 띄기 쉬우므로 진동시키거나 회전시키는 등 최대한 깔끔한 영상을 얻어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적인 요소들이 더해지지만 기본 원리는 아주 원시적이고 간단합니다.

위쪽의 사진은,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컴팩트한 형태의 35mm어댑터입니다만 벌써 카메라자체 크기만큼의 부피가 더해지고, 캠코더의 자동포커싱이나 줌 같은 편의기능을 완전히 포기해야합니다. 더구나 상맺힘은 상하가 반전이 되기때문에 LCD 모니터로 보이는 영상도 반전이되어 촬영이 아주 힘들어집니다.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어댑터 내에 다시 반전 프리즘을 넣은 고급형 어댑터 제품도 있고, 또는 카메라에 외부 모니터를 거꾸로 달아 쓰기도 합니다) 안그래도 어두운곳에서의 촬영에 태생적으로 불리한 캠코더인데 35mm어댑터는 투광량의 절반정도(1스탑)를 손해보기때문에 저조도 촬영은 훨씬 더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장애를 감수하고서라도 얕은 심도를 얻는것이 영화적 영상을 만드는데는 중요한 것이기에 이렇게 온갖 오바를 통해 영화느낌의 영상을 얻으려는 필름덕후들의 풀뿌리적 노력이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HV20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한 노력의한 예.
얕은 심도를 위한 35mm 어댑터, 렌즈의 수동포커싱을 위한 follow focus와 필터장착및 빛오염을 줄이기 위한 매트박스, 어댑터사용때문에 화면이 상하로 반전되는 문제를 보정하기위해 거꾸로 매달린 HD모니터와 이 모든것을 지탱하기위한 레일시스템 등,
갈때까지 간 HV20릭. 사실 저것보다 더한것도 많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 (구글이미지로 
HV20 rig 검색)










* DSLR의 혁명 *





큰 센서사이즈의 효과를 얻기위한 수고를 생각하면 큰센서가 기본인 DSLR카메라에 영상기능이 추가되는것 만큼 허탈할정도로 간단하면서 필름덕후들의 염원이 되는 일이 없었고, 제가 구입한 550D훨씬 이전에 HD 영상 기록을 지원하는 최초의 HD – DSLR인 니콘의 D90가 처음 발표되었을때 다시 HV20때 만큼의 흥분이 있었을것이라는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흥분은 곧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







 






영진공 플라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