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영상촬영시대가 열리다 (1)




 






 

니콘 S90 D90, 캐논 5DmkII와 7D, 1DmkIV를 거쳐 캐논의 보급형 저가 DSLR인 550D (미국출시이름 T2i) 역시 HD 영상촬영기능을 가지고 출시되었습니다.

위의 영상은 2월말 구입한 550D로 그동안 틈틈히 촬영한 영상들중 맘에 드는것들을 iMovie에서 별뜻없이 이어붙인 일종의 테스트모음입니다. 







동영상 촬영이 어느때보다 흔해진 요즘입니다.  고가의 고급전자기기였던 캠코더도 이제는 집안에 고장난 구형이 하나쯤은 굴러다니는 흔한 가정용품이 되었고 그나마도 스틸카메라나 휴대폰에 흡수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8mm 무비카메라로 홈무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오던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비교적 최근 (90년대?)에야 본격적인 홈비디오의 보급이 시작된 우리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빠른 변화이죠.  


쉽게 영상을 찍을수 있게 되었지만, 반드시 미적으로도 뛰어나고 아름다운 영상을 많이 찍게 되는건 아닙니다. 음악감상이 CD음질을 희생하고라도 간편함과 휴대성을 따라 mp3로 옮겨갔듯이, 부피가 크고 사용이 복잡한 캠코더 보다 그냥 자동기능의 간편한 포켓캠코더나 영상기능의 휴대폰은 항상 가지고 다니며 의외의 순간을 더 잘 잡아주기때문에 실제로 더 유용하기도 하고 뭔가 작품을 만드는게 아니라 일상의 스냅샷처럼 기록하는 목적성이 더 강하니까요. 캠코더로 재밌는 순간을 찍으며 영상미학을 생각하는건 언뜻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비디오카메라가 다른 기기의 부가기능으로 흡수되어가는 상황에서 스틸카메라 미학의 정점인 DSLR에도 이 보너스 기능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폰카나 똑딱이 디카때와 다르게 전문적인 영상제작업 전반에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키는 중입니다. 무엇이 달라서인지에 대해 두서없이 조금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 합니다.






* 초당 24 프레임 *




 







DV와 HDV 캠코더의 기록매체인 miniDV 테입과 수퍼8mm 필름롤. 홈무비의 구세대들. 





저는 영화계에서 일하지만 실제촬영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영상을 디자인하는 일이 주 업무입니다. (Previsualziatio, 사전시각화 라고 불리는 일을 합니다. 언젠가 소개하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직 특별히 단편영화같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해본다든지 할 생각(혹은 여유)이 없고, 캠코더라는것은 제게도 일상을 기록하는 가정용 기기이지 영화제작과 맏닿은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장난감에 가깝죠.
 

결혼하면서 장만했던 첫 홈캠코더는 소니PC120 미니DV캠코더였습니다. 작은 카메라로 저의 결혼식과 첫아이 둘째아이 출생등을 기록하며 잘 쓰다가 5년후쯤 서서히 작동이 멈추는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즈음에 등장했던 카메라가 캐논의 HV20입니다.




HV20는 여러모로 특이한 카메라였는데, 바로 가정용 캠코더로는 최초로 – 아니, 쌩뚱맞게도 – 영화와 같이초당 24프레임으로 촬영하는것이 가능했다는겁니다.
 


24fps는  영상이 ‘영화적’인 느낌을 갖게하는데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적 특징입니다. 비디오카메라로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영화적 영상을 만들기 불가능한 큰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 24fps 이고, 제가 캠코더를 영화제작과 무관한 장난감같이 여겼던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비디오는 NTSC의 경우 간략하게 설명하면 일초 당 60번의 샘플링으로 움직임을 기록하는것이 기본이기때문에 영화보다 물흐르듯 부드러운 동세를 보여주고, 영화는 일초당 24번에 불과하기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거친 동세- 동작이 분절적으로 끊어져서 보이는 – 을 보여줍니다. 얼핏 들으면 자연스런 60Hz가 훨씬 좋을것 같으나 여러가지 복합적인 심리적,관습적인 요인들로 인해 ’60fps 비디오->뭔가 저렴해 보이는 영상’과 ’24fps 영화->뭔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영상’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적어도 현재 우리의 눈과 뇌는 그쪽으로 익숙해져있구요. 그래서 일단 저장장치의 기록방식이 초당24프레임를 지원하지 않을때는 영화적 느낌을 주기가 상당히 어려워져버립니다. 그리고 비디오카메라 제작사들은 왜 초당 60번의 풍부한 모션샘플링 대신 고작 24번의 부족한 모션샘플링을 사람들이 원할지 전혀 생각조차 않았을것이 당연합니다. HV20 이전까지는요.

…… 분명 저 카메라 개발팀내에 괴짜 필름덕후가 있었으리라 상상해봅니다. HV20이후 사실상 모든 캐논 캠코더(프로 & 가정용)들이 24fps를 지원합니다 …… 




그래서 HV20가 등장했을때 많은 저예산 / 무예산 독립영화인들부터 그저 막연하게 영화적 영상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던 취미가들(저를 포함)까지 상당히 흥분을 했습니다. 그전까지 24fps영상을 기록할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도 $5,000가 넘어가는 준 프로페셔널 캠코더 이상뿐인 상황에서 $1,000도 안되는 이 깡통사이즈의 작은 카메라의 존재는 특별했습니다.




HV20로 만든 단편영화 White Red Panic.
아이디어가 있어도 장비가 열악해서 퀄리티가 떨어지던 시대는 거의 지나가버린듯 합니다.
 









단편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영화적느낌의 영상에 관심있는 필름덕후들이 꽤 많아서인지, HV20는 상당한 히트상품이었고 특히 적은 예산으로 그럴싸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어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노력은 이 시점을 기준으로 활발하게 타올랐습니다. 각종 팁들과 DIY(자작) 정보들과 상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지요.

저는 그저 관심을두고 보는정도였고 그냥 HV20만 구입해서 썼습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아이들이 노는 모습들도 조금은 영화적인 느낌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항상 24p와 씨네모드로 놓고 사용하는 정도였지요. 




제 HV20는 생각보다 일찍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좀 많이 쓰다보니 그랬는지 LCD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고치는 가격을 알아보니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새 기종을 사는 것 절반정도의 돈이 들겠고, 어찌해야하나 하던차에 또 마침 나와 준 카메라가 Canon EOS 550D입니다.






* 피사계심도 *






550D를 이야기하기전에 잠시 피사계심도에 대해 업급하려 합니다. 영화적 영상를 위한 카메라의 중요특징이 24fps라고 했는데 그 만큼 중요한 요소가 또 하나 있습니다. 




영화는 35mm 필름으로 촬영되기때문에 1/3, 1/4인치의 손톱만한 캠코더의 센서가 아닌 1.5크롭정도의 DSLR센서의 크기에 가깝고 그에 맞는 광학적 특성을 보여주고 그에 따른 가장 큰 시각적인 차이는 역시 얕은 피사계심도입니다. 


작은 센서의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쓰다가 DSLR 카메라를 사용했을때 배경이 확 날아가서 피사체가 돋보이는 사진의 아름다움에 깊은 인상을 받은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 차이점을 이해하실겁니다. 영화 화면이 항상 배경이 뿌옇게 포커스아웃되는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집중하고자하는 사물에 촛점이 맞춰지고 배경과 전경은 약간은 흐릿한 상태가 기본적이며 영화적 문법과 느낌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감독이 ‘지금 이 사람(혹은 사물)이 이 장면의 주요요소이니 집중해주세요’라고 말하는것과 같지요. 그리고 그 문법은 35mm 필름사이즈의 광학적 특성이라는 기술적 기반위에서 자라난 것이므로 센서사이즈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각종 센서 사이즈의 비교.
Super35mm가 영화필름기준의 풀프레임입니다. 일반적인 비디오카메라의 경우 가장 큰 센서가 고가의 프로용 카메라에 쓰이는 2/3인치이고 가정용캠코더는 대개 1/3이나 1/4인치 이하의 사이즈이므로 상당히 작은 사이즈임을 알수 있죠.
 


그래서 위에서 말한 HV20(1/2.7 인치센서)를 필두로한 24fps 캠코더들에게는 없는 얕은 피사계심도를 부여하기위한 꼼수가 35mm 어댑터, 혹은 DOF어댑터라 불리는 물건들입니다. 






35mm 어댑터의 원리는 아주 간단합니다. 35mm 스틸카메라의 렌즈를 원통에 붙이고 원통내에 반투명한 막을  설치해서 렌즈의 상이 그 막에 맺히게 한 다음 캠코더가 그 상을 접사로 촬영하는것이죠. 위의 이미지에 보이는 대로입니다.

Ground glass라 불리는 막을 상이 잘 맺히되 투광량이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잘 만드는것이 관건이고 작은 ground glass의 거친입자가 눈에 띄기 쉬우므로 진동시키거나 회전시키는 등 최대한 깔끔한 영상을 얻어내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적인 요소들이 더해지지만 기본 원리는 아주 원시적이고 간단합니다.

위쪽의 사진은,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컴팩트한 형태의 35mm어댑터입니다만 벌써 카메라자체 크기만큼의 부피가 더해지고, 캠코더의 자동포커싱이나 줌 같은 편의기능을 완전히 포기해야합니다. 더구나 상맺힘은 상하가 반전이 되기때문에 LCD 모니터로 보이는 영상도 반전이되어 촬영이 아주 힘들어집니다. (그것을 극복하기위해 어댑터 내에 다시 반전 프리즘을 넣은 고급형 어댑터 제품도 있고, 또는 카메라에 외부 모니터를 거꾸로 달아 쓰기도 합니다) 안그래도 어두운곳에서의 촬영에 태생적으로 불리한 캠코더인데 35mm어댑터는 투광량의 절반정도(1스탑)를 손해보기때문에 저조도 촬영은 훨씬 더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장애를 감수하고서라도 얕은 심도를 얻는것이 영화적 영상을 만드는데는 중요한 것이기에 이렇게 온갖 오바를 통해 영화느낌의 영상을 얻으려는 필름덕후들의 풀뿌리적 노력이 극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HV20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한 노력의한 예.
얕은 심도를 위한 35mm 어댑터, 렌즈의 수동포커싱을 위한 follow focus와 필터장착및 빛오염을 줄이기 위한 매트박스, 어댑터사용때문에 화면이 상하로 반전되는 문제를 보정하기위해 거꾸로 매달린 HD모니터와 이 모든것을 지탱하기위한 레일시스템 등,
갈때까지 간 HV20릭. 사실 저것보다 더한것도 많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 (구글이미지로 
HV20 rig 검색)










* DSLR의 혁명 *





큰 센서사이즈의 효과를 얻기위한 수고를 생각하면 큰센서가 기본인 DSLR카메라에 영상기능이 추가되는것 만큼 허탈할정도로 간단하면서 필름덕후들의 염원이 되는 일이 없었고, 제가 구입한 550D훨씬 이전에 HD 영상 기록을 지원하는 최초의 HD – DSLR인 니콘의 D90가 처음 발표되었을때 다시 HV20때 만큼의 흥분이 있었을것이라는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흥분은 곧 실망으로 이어졌습니다 ……







 






영진공 플라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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