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촬영의 새 역사 2편, Then Why?

* 1편에서 계속 * 


Then Why?
그런데 대체 왜, 전문촬영장비로는 수많은 단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하우스 제작진은 5DmkII를 사용했을까요.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1. 큰 사이즈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듯 5DmkII는 영화필름기준으로는 오버사이즈의 거대한 센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두가지 특징을 가져다 주는데 훨씬 얕은 피사계심도와 빛에 대한 뛰어난 감응성입니다. 저조도 촬영능력은 사실 1DmkIV가 더 뛰어나지만 더 큰 센서의 5DmkII가 제공하는 심도의 잇점이 하우스의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어두운밤, 무너진 건물 잔해 속 좁은공간은 자연스런 조명이 거의 불가능한 조건입니다. 하우스가 처음 생존자를 찾으러 플래시라이트 하나만 가지고 잔해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DSLR의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장면은 실제로 플래시라이트의 간접조명이외에 약간의 전체조명만을 더해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촬영에서도 DSLR의 향상된 감광력은 같은 화면을 위해 동원되어야할 조명의 양을 훨씬 줄일수 있습니다. 


5DmkII의 대형센서가 제공하는 얕은 심도가 도드라지는 장면이 많은 에피소드였습니다.
하우스 에피소드를 몇개 못봤지만 대부분 캐릭터들과 객관적이고 쿨한 거리를 두는듯한 접근이 많았던데 반해 이번화는 인물의 감정에 깊게 들어가는 장면이 많았던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도 평소보다 더 인물에 밀착된 심도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번 화의 주요공간은 아니었지만 하우스의 배경이 되는 병원씬들도,
 전혀 이질감없이 잘 묘사되었습니다.
 

2. 작은 사이즈

영화필름 사이즈의 이미지 센서를 가진 카메라들이 DSLR뿐만은 아니지만 그들중 DSLR이 가장 작은 사이즈입니다. 사이즈가 작다는것은 휴대가 간편하다는 의미뿐 아니라 촬영에 동원되는 모든 부가장비와 인원도 줄일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사이즈가 작아진 촬영 및 조명팀의 기동력과 적응력이 대단히 증가하게 되지요.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배경으로 한 하우스의 이번 에피소드에는 작은 카메라와 장비의 기동력이 대단히 유효했습니다.
 


어차피 제작비용은 별 문제가 안되는 프라임타임 유명드라마인데 충분히 어떤 카메라로도 촬영가능한 상황을 만들수 있지 않을까? – 물론 그럴수도 있습니다만 제임스 카메론이라 하더라도 제작비용을 무한대로 쓸수는 없는 법이고 누구든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작아진 촬영장비로 얻어질수 있는 유연성과 비용절감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히 크고, 이번 경우에 특히 유효했습니다. 영화제작 스토리중 이와 비슷한 유명한 경우가 바로 인디아나 존스 죽음의 사원(Temple of Doom) 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던 제 손에 땀을 쥐게하고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들었던 ,
탄광차 추격장면.  대놓고 롤러코스터 액션을 선보인 명시퀀스이죠.
 

오스카 시각효과상 8개(9 개인가?)를 받은 시각효과계의 전설 데니스 뮤런옹 입니다.
 (오리지널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거쳐 어비스의 CG 물 생명체, T2의 액체금속 터미네이터, 쥬라기공원의 CG공룡까지 영화역사상 시각효과의 이정표가 되는 영화는 거의 모조리 담당했던 사람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2편 죽음의 사원의 메이킹영상을 보다 보면 데니스 뮤런이 탄광차 추격신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첫 말이 ‘우리는 예산이 빡빡했어요’ 입니다. -_-;

’80년대 최고 블럭버스터 프랜차이즈중 하나인 인디아나 존스도 빠듯한 예산내에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는것이죠. 가장 비싼 시퀀스가 될 탄광차추격신은 배우들이 탄 실물 탄광차와 미니어쳐 시각효과가 함께 쓰여져야했는데 (CG 시대 한참 전이라서) 시각효과의 방법론을 정해야하는 뮤런은 결국 카메라의 크기가 전체 비용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의 크기에 따라 미니어쳐 터널의 크기가 맞춰져야하고, 미니어쳐 제작비용이 그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변할수 있다는걸 간파한 것이죠. 

 
그래서 그는 거대한 기존 영화필름 카메라 대신 니콘 필름카메라를 개조해서 사용하기로 합니다. 카메라의 뒷면을 뜯어내서 영화필름의 셔터와 필름메커니즘을 장착한 미니 영화카메라를 만들어낸 것이죠.

스틸 카메라 사이즈로 작아진 덕분에 미니어쳐 터널의 크기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수 있었고, 같은 비용으로 훨씬 길고 다양한 터널과 열차 트랙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필름 사이즈는 그대로인데 미니어쳐는 실물크기에서 많이 줄었기때문에 같이 얕아진 피사계심도를 보상하기 위해 조리개를 최대한 닫고, 다시 그것을 보상하기 위해 셔터스티드를 아주 늘려야 했기 때문에 실제 탄광차는 아주 천천히 와이어로 움직이며 촬영되었습니다.

완성장면의 속도감은 완전히 구라인것이죠.

이 제작기의 압권은 터널의 제작 방법입니다. 크기가 줄었기 때문에 스치로폼같은 재료로 암석터널을 조각해서 만드는 대신 알루미눔 포일을 구긴뒤 적당히 색칠해서 터널을 만들수 있었답니다.

뮤런은 $1.98 어치 호일을 구입해서 썼다고 농담처럼 말하는데 작아진 카메라 – 작아진 미니어쳐 의 사이즈가 제작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최소비용으로 낸 최대효과라 할수 있죠. 

 

미니어쳐 쇼트, 윌리, 인디아나 인형.
탄광차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좀비가 되어버렸네요.
스톱모션으로 조금씩 움직임을 줬습니다.


완성된 장면의 하나.
용암강 위로 지나가는 탄광차 궤도는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지만 ,
정말 스릴 넘치는 액션이었습니다.
ILM과 데니스 뮤런은 이 영화로 오스카 시각효과상을 탔습니다. 

삼천포로 빠진 감이 있는데 인디아나존스의 예는 카메라 사이즈 이야기 뿐 아니라 제한된 리소스만을 가지고 원하는 영상을 얻어내기 위해 시각효과디자이너들이 가져야하는 창의성의 좋은 예이며, 이러한 창의성과 기존의 방식을 과감히 벗어난 참신한 시도는 비단 시각효과뿐 아니라 제한된 리소스로 가장 그럴싸한 영상을 얻어내야하는 영상제작자들 모두에게 요구되는 자질이기도 합니다.

5DmkII의 사용은 바로 그러한 참신한 시도의 좋은 예입니다.  스토리와 장소가 요구하는 최적의 솔루션에 마침 캐논의 프로 스틸카메라가 조건을 만족해 준것입니다. 


촬영에 사용된 5DmkII A카메라.
B와 C까지 모두 세대가 사용되었으며,
A와 B는 포커싱을 위한 부가장비와 모니터등이 갖춰진 형태,
그리고 ‘닌자캠’이라고 불렸다는 C카메라는 뷰파인더외의 부가장비 거의 없이,
 손으로 들고 찍는 카메라였다고 합니다.
 

 
임팩트 있는 시즌 마지막화를 위해 거대한 세트와 대단한 물량이 동원된 에피소드 촬영에 ,
저예산 프로덕션에나 어울릴법한 DSLR만 사용되었다는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촬영감독 Gale Tattersall의 인터뷰에 따르면 5D의 선택은 이번 화의 스토리와 배경에 가장 적합했기때문이며 지금으로는 또 다른 에피소드를 5D로만 촬영할 계획은 없다고 합니다. 다만 작은 사이즈의 카메라가 유용한 촬영에는 계속 사용할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구요. 

한 레드카메라 유저의 불평

[ http://reduser.net/forum/showthread.php?t=43987 ]


RED카메라의 유저포럼에 위와같은 글타래가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하우스가 5D로 촬영된다는 소식에 짜증난다며 올린 글이죠.

그의 요지는 ‘DSLR 영상촬영은 뭘 모르는 사람들이 흥분해서 생긴 인터넷의 유행일뿐이고 하우스의 촬영감독은 유행에 편승하기 위해 무식한 짓을 한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처음 열거한 DSLR의 단점을 생각하면 프로페셔널한 상황에서 사용한다는건 아주 용감무식한 일일뿐이라는 것이죠. 게다가 하우스가 방영되어 캐논카메라 사용이 화제가 되면 DSLR로 그 어떤것도 촬영가능하다는 미신이 더 퍼질 것이라는 걱정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2만불을 주고 구입한 레드카메라로 영상촬영일을 하는 그 유저는 자신의 클라이언트가 ‘$2500짜리 캐논 DSLR로도 충분히 훌륭한 영상을 찍을수 있다는데 그걸로 쓰지그래?’하며 사정 모르는 소리를 하는 통에 이미 신경질이 나있는 참이었습니다. 예상가능하듯 그후 글타래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목소리와 반대의견이 치고 박다가 모더레이터에 의해 잠겨져버렸습니다.

5D의 사용을 불평하는 의견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제가 열거한 단점들은 상황에 따라서는 결정적인 하자가 될수 있는 심각한 제약들이고, 그런 디테일을 잘 모른체 제작비용절감만 관심있는 투자자나 프로듀서들이 Red 대신 5D로 촬영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버리는것도 창작자들에겐 아주 골치아픈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우스를 보고난 후 ‘하우스도 5D를 쓰는데 고작 우리 회사 홍보영상에 왠 RED카메라냐’며 회사벽돌건물배경으로 인터뷰영상 찍자고 우기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가능성이 커질테니까요.

그러나 이번 하우스 에피소드의 사용이 유행에 편승한다는 유치한 이유로 무리수를 둔것이라는 비난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특히 시청한 후의 감상은 촬영감독의 말대로 아주 적절하고 뛰어난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작은 바디에 큰 센서라는 새로운 영상카메라의 패러다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지금 DSLR이 독보적인 존재이지만 시장의 반응을 본 이상 좀더 비디오제작에 최적화된 새로운 카메라들이 속속 등장할테고 DSLR의 사용은 금방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세에 뒤질세라 아직 한창 개발중인 컨셉을 급공개한 소니. APS-C센서와 소니 E마운트렌즈를 사용하는 캠코더입니다. 아마도 DSLR의 단점을 대부분 커버할테구요.

캐논과 니콘 등 각 렌즈 마운트에 맞춘 캠코더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영상촬영에는 DSLR을 금방 대체할테고 특히 5D의 대형센서를 가진 캠코더가 나오면 정말 대히트 할겁니다.

그러나 그 잠깐의 틈새기간에는 DSLR로 제작된 프로페셔널 영상들이 계속 화제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봅니다. 

 
5DmkII로 촬영되어 칸느에서 공개된 장편영화 ‘Road to Nowhere’.
그 레드카메라 사용자 더 신경질 나게 생겼습니다. 

심심한데 하우스나 한 편 찍어볼까나 …

당연한 소리지만 아쉽게도 5DmkII가 있다고 하우스 시즌피날레를 만들수는 없습니다.

훌륭한 각본과 연출, 연기와 세트디자인, 조명 등 모든 요소들이 일단 훌륭하게 갖춰진다면 정말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도 어느 이상의 퀄리티는 나올만큼 이들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 기반위에 능숙한 촬영팀의 손으로 다뤄진 5DmkII는 DSLR의 동영상 기능이 가진  단점을 부드럽게 우회하여 평소 사용하는 몇십배, 몇백배 가격대의 촬영장비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하우스 시즌피날레는 DSLR 영상촬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만큼 좋은 스토리를 비롯한 영상제작의 기본요소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영진공 노타입

 

DSLR 영상촬영의 새 역사, 하우스 시즌6 피날레 ‘Help Me’




미국시간으로 지난 5월 17일,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습니다.
새로운 역사야 과장이고, 그날은 인기드라마 하우스의 시즌6 마지막회 22화 ‘help me’가 방영된 날이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22화는 캐논의 EOS 5D마크2로 촬영되었습니다. 그것도 일부가 아닌 드라마 전체를 세 대의 5DmkII로 찍었다는것이죠.  5D가 전문가를 위한 장비라 할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스틸카메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고예산 프로덕션을 위한 제작비를 쏟아 부은 뒤 막상 촬영은 캐논 똑딱이의 동영상기능으로 했다는것 만큼이나 좀 황당하게 들립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보게되면 황당하게 훌륭합니다. 첫 2분 프로모션 영상을 보시죠.




아쉽게도 720p HD 유튜브 영상은 아니지만 얼핏보아도 평소 정통 수퍼35mm 필름으로 촬영되왔던 여타 에피소드와의 이질감은 없습니다. 오히려 아주 얕은 피사계심도를 이용한 샷디자인들은 눈에 띄지요. 수퍼35mm보다 더 큰 센서를 지닌 5DmkII의 강점이 발휘된 지점입니다.


저는 하우스를 그전에 보지 않아왔던지라 마지막회가 방영되기전 하우스의 팬인 친구에게서 주요 캐릭터들과 배경에 대한 설명도 듣고 fox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6편을 챙겨봤습니다. 드라마라고는 Lost만 보아왔던지라 하우스의 재미도 색다르더군요. 하우스가 워낙 유능한 의사이다보니 맥가이버나 콜롬보 느낌도 좀 나고 말이죠. 5D 사용 전에도 이미 얕은 심도를 즐겨쓰는 촬영스타일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22화를 아이튠스에서 HD 버젼으로 구입해서 봤습니다. (당일 방송은 놓쳤습니다)



일단 재미있었습니다. 시즌 마지막 회이다 보니 물량도 많이 투입되고 스토리도 훨씬 밀도있는것이 전반적인 퀄리티가 평소보다 좋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스틸카메라의 동영상기능으로 촬영된 유명 인기드라마는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보자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시청은 금방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그냥 스토리의 재미에 빠져들었습니다. 일단 다 보고 난후에야 다시 관찰을 위해 몇번을 봤네요. 그래서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그러면 하우스의 케이스로 DSLR 영상촬영의 단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에도 불구하고 필름이나 다른 하이엔드 비디오장비 대신 사용할 만큼의 메리트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Why Not? 






1. 어쨌든 스틸카메라


당연한 태생적한계인데 DSLR은 스틸용 전문카메라라는것은 모든 기능이 스틸촬영에 최적화되었고 동영상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는 단순히 오토포커스와 자동노출등에 의존해 한손으로 여유있게 찍는 캠코더에 비해 불편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프로들에게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제약이 있는데 프로용 캠코더에 포함된 수많은 고급기능들 (노출과다나 부족을 시각적으로 알려주는 기능,  빛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카메라내에 장착된 ND필터, 커스텀세팅 저장, 사운드 장비를 위한 XLR 오디오 입력, LANC 리모콘 입력단자 등등)이 전무하므로 이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아주 쓰기 힘든 물건이 되고 맙니다. 




또 한가지 DSLR에 사용되는 렌즈가 모두 스틸용이라는 것도 큰 단점인데 많은 스틸렌즈의 경우 조리개가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는 대신 분절적으로 동작합니다. 스틸을 찍을때야 어차피 적절한 조리개값을 정하고 한순간만 포착하면 되기에 문제가 안되지만 연속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동영상촬영도중 조리개값을 조절할땐 갑자기 화면 밝기가 분절적으로 변화되는것이 보이겠죠.

이는 조리개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저가의 줌렌즈에는 특히 치명적입니다. 망원에서 광각으로 줌아웃하면 탁탁 소리와 함께 화면밝기가 뛰는것이 보이죠. 뭐 프로페셔널이면 저렴한 렌즈를 쓰지는 않겠습니다만.



하지만 고급 렌즈도 피할수 없는 단점이 있으니 소위 ‘숨쉬기 breathing’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비디오를 찍을때는 초점거리를 바꿔도 화각이 변하지 않는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합니다만, 스틸렌즈의 경우 디자인상의 한계인지 포커스를 바꿀때 화각도 미세하게 바뀝니다. 그냥 포커스 상대만 바꾸려 했는데 줌인이나 줌아웃이 같이 되어버리는거죠.



 










줌렌즈도 아닌 단렌즈 50mm 프라임의 숨쉬기 현상.

오로지 동영상에 쓰려니 불거지는 문제점.

그래서 스틸렌즈의 한계를 넘기 위해 zeiss등에서는 시네마 스타일의 렌즈를 캐논의 EF마운트에 맞춘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도 하고, 또는 캐논 DSLR의 EF 마운트를 시네마렌즈용인 PL마운트로 개조해주는 서비스도 나왔습니다.




 



자이쯔의 컴팩트 프라임cp2.

일반 스틸이 아닌 시네마용 디자인으로 EF 마운트를 위해 나왔습니다.

개당 $3900, 혹은 한꺼번에 단돈 $27400만 내면 살수 있는 절호의 찬스 … (응?)








시네마 렌즈 사용을 위해 미러구조도 드러내버리고 PL마운트로 개조된 7D에
Cooke 렌즈를 달고 사용하는 모습.
Cooke렌즈는 개당 $20000대이니 배보다 큰 배꼽의 가장 확실한 예가 아닌가 싶네요.






스틸렌즈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저렴한(?) 솔루션이 있음에도 이번 하우스의 촬영에는 캐논의 스틸렌즈만으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 http://www.videography.com/articlefeatures/95134 ]

촬영감독인 Gale Tattersall은 별 다른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순수하게 캐논렌즈만 사용했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하는데, 포커싱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하면서도 그렇게 한 이유로는 캐논의 스폰서쉽이 크지 않았나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무튼 결과는 여전히 훌륭하니 윈윈 전략이었구요. 



2. CMOS센서 


CMOS센서는 CCD를 대신해서 비디오와 스틸 촬영 모든쪽에 점점 사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RED사의 Red One이나 이후 나올 Epic등에 사용된 센서도 모두 CMOS타입입니다.

그런데 CMOS에 치명적인 한계 (아… 치명 참 많이 나오는 중) 가 있으니 바로 rolling shutter이라 불리는 현상입니다. 원래 필름카메라의 회전하는 반원형 셔터에서 유래한 이 rolling shutter라는 말은 CMOS카메라에서는 화면의 기록이 전체적으로 일시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차적으로 이뤄진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필름카메라 역시 화면의 기록이 회전형 셔터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순차적으로 이뤄지는데 물리적으로 이뤄지는 필름카메라와 달리 CMOS센서의 경우엔 이 현상에 빛의 회절현상같은 간섭이 없기때문에 오히려 그 특징이 더 도드라집니다.

즉, 한 화면에 딱 하나의 순간이 기록이 아니라 1/2000 초든 얼마든 시간의 흐름이 있게 되고, 화면 상의 움직임이 충분히 빠르면 왜곡이 일어나고 맙니다. 









롤링셔터 현상의 가장 흔한 예인 빠른 팬(pan)시 나타나는 대각선 현상.

지금 갖고 계신 카메라가 CMOS센서라면 스틸이든 캠코더든 상관없이

 이 현상을 볼수 있습니다.

흔들어 보세요. 




CMOS센서의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Red One을 비롯한 비디오 카메라에 점점 많이 쓰이는 이유는 롤링셔터의 속도가 빨라서 비디오에 좀더 최적화 되었고, 애초에 롤링셔터의 단점이 부각되게 만드는 촬영습관이나 상황이 주로 아마추어적이며 또 저렇게 대놓고 보여줄 목적이 아닌 이상 생각보다 롤링셔터 현상이 눈에 거슬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때문입니다.

DSLR의 CMOS센서가 좀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비디오용 센서보다 느려서 저런 흐물거림이 나타나기가 더 쉽다는것이구요. 센서자체의 한계이기때문에 조심해서 찍는것과 적절한 용도에 맞는 장면에만 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3. Aliasing (계단현상)과 모아레 패턴 


가장 심각한 단점이라 할수 있는 것인데, 역시 DSLR센서가 동영상용이 아닌 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벽돌건물을 찍은 영상인데 벽돌부분에 요상한 패턴이 물결치듯 나타나는것이 모아레현상입니다. 벽돌처럼 반복적이고 작은 패턴대신 가느다란 선을 찍을 경우엔 계단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지요. 이런 문제가 나오는 이유는 DSLR센서로 동영상을 촬영할때 센서의 모든 픽셀을 사용하지 않아서입니다.

제 550D만 해도 18메가픽셀 스틸이미지를 촬영합니다. 센서는 가로 5000픽셀이상인것이죠. 그러나 동영상은 1920픽셀만 필요합니다. 카메라의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충분히 빠르다면 센서의 전체 픽셀을 다 사용하여 이미지를 캡쳐한뒤 1920폭으로 보간법을 사용해 줄이겠지만 스틸카메라는 그만한 데이터를 가공할 하드웨어가 갖춰지질 않았기때문에 픽셀을 건너뛰어 기록하는 꼼수를 사용합니다.

결과적으로 픽셀을 건너뛴 폭보다 더 작은 패턴을 촬영할때 충분한 샘플링이 이뤄지지 않아서 저런 노이즈가 발생합니다. 그로인해 벽돌건물, 지붕타일, 특정 옷감등 미세한 패턴을 보이는 피사체의 촬영이 아주 어려워집니다. 역시나 하드웨어의 한계이기때문에 조심해서 적절한 피사체만 찍는 수 밖에 없습니다. 



4. h264 저장포맷


Aliasing과 함께 가장 심각한 단점 또 하나입니다. 캐논 DSLR은 8비트 색공간의 h264 코덱으로 동영상을 저장합니다. h264은 블루레이디스크, AVCHD 캠코더 등 많은 영상기기에서 사용되는 고효율의 훌륭한 코덱입니다만 최종전달매체로 적합하지 최초기록매체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마치 프로 사진작가가 RAW대신 JPEG으로만 촬영해야하는 상황과 비슷하지요.

JPEG이 나쁜건 아니지만 많은 보정과정을 거쳐 다듬고자하는 경우 최초기록은 최대한 많은 정보가 보전된 포맷이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 8비트의 고압축 동영상 포맷의 사용은 필름이나 10비트이상 무압축 포맷으로 촬영하던 프로들에겐 상상할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MPEG2를 사용하는 HDV등도 비슷한 한계를 가집니다만 이들은 애초에 압축된 포맷을 사용하는 비디오프로덕션용이고 프로 캠코더들은 대부분 HDSDI나 HDMI를 통해 신호를 전송할수 있어서 압축이전의 데이터를 외부장비에 기록하는 우회가 가능합니다. (심지어 HV20도 HDMI를 통해 가능합니다. )

그러나 캐논 DSLR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는데 바로 다음 단점 때문입니다. 



5. HDMI 아웃과 포커스 맞추기


캐논 DSLR들은 HDMI 아웃풋 단자가 있습니다만 역시 스틸 사진을 HDTV에서 열람하기위한 것이 첫째 목적이었을 뿐입니다. HDMI는 촛점 맞추기와 무압축 신호 기록이라는 두가지 영역에서 아주 유용할뻔 했습니다. 



무압축 고화질 영상의 기록은 위에서 언급했고 촛점맞추기에 대해 생각해보죠. DSLR은 아이피스를 통해 육안으로 포커스를 확인하며 촬영하는것이 기본입니다. 무한 해상도이고 가장 정확하지요. LCD를 통해 포커스를 가능케 해주는 라이브뷰 모드는 순전히 악세사리 기능입니다.

가로 5000픽셀 이상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찍는데 고작 720×480정도의 LCD창은 촛점을 정확히 잡는데는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건 이해가 쉽습니다. (확대해서 촛점을 확인하는 기능은 있습니다) 1920×1080의 HD영상의 경우엔 그래도 좀 더 유용해집니다만 역시 HD해상도의 모니터로 촛점을 확인하는것이 훨씬 좋겠지요. 미러를 내릴 수 없기때문에 어차피 아이피스를 사용하는것은 불가능하구요.  




이런 상황에서 HDMI포트가 1080p 신호를 내보낼수 있다면 두가지 문제가 해결가능합니다. 신호분리기로 HDMI신호를 하나는 촛점확인용모니터에, 하나는 기록장치에 물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우선 이미지 프로세서가 하나만 달린 5DmkII와 550D는 촬영이 시작되면 HDMI가 480p의 해상도로 떨어져 버립니다. 프로세서가 압축과 HDMI 신호보내기를 동시에 감당 못하는것이죠.

듀얼프로세서가 달린 7D와 1Dmk4는 촬영이 시작되어도 저해상도로 떨어지진 않습니다만 HDMI신호가 완전한 1080p 가 아닌 1600×900쯤 되는 어중간한 해상도이고 LCD상의 모든 디스플레이 글자들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디스플레이를 다 꺼도 촬영중이라는 빨간원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더구나 HDMI를 물리면 촬영시작과 동시에 카메라 본체의 LCD는 꺼집니다. 지금은 그나마 480p라도 좀더 큰 LCD화면으로 촛점을 맞추기 위한 용도 정도로만 사용중입니다. 캐논이 일부러 사용자를 골탕먹이려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촛점확인을 위한 여러가지 장비들.

LCD를 2배 3배율로 보게 해주는 캠코더 스타일의 뷰파인더, 혹은 HDMI에 연결된 모니터. 그것을 보며 촬영자 자신이 혹은 전문촬영팀의 경우 대부분 포커스를 담당하는 스태프(focus puller)가  촛점을 조정합니다. 




6. 오디오 녹음


어차피 전문장비로 현장음이 녹음되고 대사는 후시녹음도 많은 프로덕션에겐 별 문제는 안됩니다만 DSLR의 오디오 기능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카메라에 오디오 인풋 단자가 있어서 내장 모노마이크 대신 고음질의 마이크장착이 가능한것은 좋지만 문제는 카메라에 항상 AGC – automatic gain control이 작동한다는것입니다. 주변의 소리에 따라 자동으로 녹음 레벨을 변화시키는 기능은 간편한 동영상촬영엔 좋지만 프로페셔널 오디오 녹음엔 아주 안좋습니다.

주변이 조용해지면 감도가 상승해서 주변의 미세한 잡다한 노이즈를 다 녹음해버리는 문제가 생기죠. 다행히 5DmkII는 청원운동의 결실로 나온 24fps 지원 펌웨어 업데이트시 AGC를 끌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되었습니다. 기타 캐논 DSLR도 나와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Then Why?



그런데 대체 왜, 전문촬영장비로는 수많은 단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하우스 제작진은 5DmkII를 사용했을까요.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영진공 노타입



 

아이폰4 감상, “애플과 앵프라맹스 (Inframince)”






마르셀 뒤샹의 작품 변기 ‘샘물’




l’Inframince


진중권씨가 씨네21에 기고한 글중 앵프라맹스(Inframince)의 개념을 소개한 글을 언젠가 보게 되었습니다. 씨네21사이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이었는데 앵프라맹스는 ‘지각하기 힘든 미세한 차이’를 가리키는 말로 프랑스의 위의 작품 샘물(이라지만 자꾸 변기로 읽히는)을 만든 전위 화가 마르셀 뒤샹이 만든 말이라는군요.

예술이나 문학에서 앵프라맹스에 대한 진교수의 글 내용 전체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지만 앵프라맹스 개념자체는 아주 흥미롭게 기억에 남게되었습니다. 종이의 두께, 총의 발사와 피격사이의 찰나등 사람이 지각하기 힘든 작은 변화폭이나 차이를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는것이 신기했고, 많은 영역에서 제가 선호하는것이 바로 엥프라맹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애플의 수석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원래 변기 같은걸 디자인하던 사람아니었나요? 뒤샹에 영감을 얻어 아이브를 고용했으려나요..) 



예를 들어 전에 올린 건프라사진강좌에서 모형을 실감나는 거대물체로 보이기 위해서는 거대한 물체에 달린 디테일들도 같이 줄어들어 보일듯 말듯 할것이므로 작은 디테일은 도드라지지 않고 있는듯 없는듯하게 존재하며 전체적인 인상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것이 좋다고 했는데 그런 작은 디테일이 일종의 앵프라맹스라고 할수 있겠죠.

그 자체로는 눈에 띄거나 존재를 알긴 어렵지만 집합적으로 전체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것. 애플 제품 전반에 대해 생각할때도 이 앵프라맹스라는 개념이 어떤 단서가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써보면 너무 좋아서 다른건 쓰기 싫다’ 와
‘별것 아니더구만 왜 GR이야’ 를 가르는 차이



애플제품은 대체적으로 호불호가 극단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플팬(혹은 애플빠)들 찬양, 애플까들은 질색을 하지요. 그러한 케이스에는 물론 애플제품을 많이 써보지 않고도 애플 브랜드와 스티브 잡스의 팬이 되어 무조건적 찬양을 하는 팬도 있을수도 있고 애플제품을 써봤다가 아주 진저리나는 경험을 하고 – 제품불량, 사후서비스의 악몽, 여러가지 악재 등- 이후 애플에 질려버린 사람도 있을겁니다만 가장 흔한 경우는 역시 애플 제품을 쓰며 좋아게 된 팬들과 그 애플팬들의 호들갑(이나 보기에 따라 꼴깞)에 질려서 안티애플이 된 사람들의 두극단이 가장 많습니다.

특히 애플빠에 대한 반감이 막상 조금 만저본 애플제품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자기경험과 융합되면 아주 강한 반애플감정을 만들어낼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애플은 높은 가격과 윈도플랫폼과의 비호환성때문에 소수의 사용자들만 선호하는 제품이었고 애플은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며 검증되기보다는 소수의 사용자들의 문화나 성향에 관련하여 어떤 의견이 형성된 점이 더 큽니다.  꾸준히 써온 사람들 보다 안써보거나 잠간 써본 사람들이 더 많고 역시 의견형성에 참여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거칠게 분류했을때 사용자 vs 비사용자가 양극단의 의견그룹을 형성한다는것, 그리고 그 사이에는 (선입견없이) 충분히 써본 경우와 아닌경우의 차이가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사용량이 누적되며 스며드는 앵프라맹스처럼 감지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Do you care if icon is round edged or not? Should you care? Steve thinks so.


제가 처음 썼던 아이폰사용기에서 80년대초 스티브잡스가 사각형 아이콘에 둥근 모서리를 넣기를 고집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둥근모서리는 눈에 띌수 있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용감의 차이는 앵프라맹스에 속할만큼 인지하기 어려운것일텐데도 전체 OS가 128k 메모리에서 돌아가야했던 시대에 그것을 고집했던것입니다. 지금도 아이폰의 아이콘은 강제적으로 둥근모서리가 됩니다. (SDK에서 아이콘 이미지로 지정한 사각형 이미지는 알아서 둥근모서리 형태로 설치됩니다.)

 




또 한 파드캐스팅에서 한때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일했던 사람이 첫 아이파드가 나왔을때를 회상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엔지니어들은 아이파드에 오직 클릭휠의 딸깍소리를 위해 만든 작은 스피커가 달렸다는것을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절대 떠올리지 못할 발상이라면서요.

클릭휠을 돌릴때의 딸깍소리는 역시나 있으나 없으나한 작은 요소이지만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용감의 향상을 위해 전용 스피커를 넣었던 것이죠. 아마도 일반적인 경우라면 비용절감을 위해서 채택되지 않았을법한 디테일입니다. 애플의 제품, 특히 스티브잡스 휘하의 애플제품들에는 이런식으로 ‘뭘 굳이 그런걸 다’ 싶게 넣은 요소들이 구석구석 많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산되어 배치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한차원 높은 사용감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다 보니 애플제품을 선호하고 좋아하는 경우 딱히 왜 그런지 설명하기 어려울때가 많습니다. 그냥 쓰기 편하다, 예쁘다, 잘 만들었다 는 등의 두루뭉술한 표현을 사용해야할때가 많고, 그런 작은 차이를 감지할수 있을만큼 꾸준히 써보지 않으면 모양이 좀 예쁠뿐 별로 뛰어나지도 않고 오히려 기존에 쓰던것과 달라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시스템이 왜 좋은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하는 이유를 잘 모릅니다. 거참. 





한 블로그에서 가져온 픽셀 확대이미지

 

 

 




Over-built iPhone4



드디어 아이폰4로 돌아와서, 아이폰4를 처음 봤을때의 큰 물건을 압축해서 줄여놓은 듯한 정교함의 느낌은 좀 ‘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좋긴한데 ‘굳이 이렇게 까지야’ 싶습니다. 실질적으로 이전 저해상도(?) 아이폰에서도 정보를 읽고 보는데는 지장 없었습니다. 깨알같은 글씨를 읽을수는 없지만 글씨를 그렇게 읽을 일도 없고 핀치줌으로 확대하면 어느 웹페이지든 읽지 못할일이 없었죠.

이전 아이폰 디스플레이의 픽셀을 1/4 크기로 쪼개서 해상도를 높이는것은 픽셀레벨에서는 알아채지 못할 작은 변화이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전체적인 선명도의 향상도 처음 볼 때 인상적인 와우팩터 이상은 아닌듯 했습니다. 멋지지만 꼭 필요하진 않은것이죠.









아이폰3GS와 아이폰4의 뉴욕타임스사이트 화면 캡쳐.
같은 사이즈로 디스플레이되지만 위의 두 이미지의 크기 차이가 

사실상 뿌려지는 시각정보량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글씨’의 선명함은 예상보다 사용감에 큰 변화를 준다는 것을 알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의 첫화면 전체를 펼쳐놨을때 원하는 영역이나 기사를 찾는것이 훨씬 빠릅니다. 글씨를 보려고 핀치 줌하여 이리저리 옮기는 횟수도 적어지고 의식적으로 읽지 않더라도 읽힐수 있는 글씨 덕분에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를 찾기가 더 상쾌한데 마치 무의식레벨에서 작은 글씨가 주는 정보를 흡수하고 있다는 느낌같은것이 있습니다.

역시나 직접 조금 시간을 두고 사용해보면서 점점 분명해지는, 앵프라맹스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사용감의 향상의 한 예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던 크던 텍스트를 읽는 행위자체가 훨씬 덜 피곤합니다. 여전히 아이패드같은 큰화면에서 책을 읽는것이 더 편하겠지만 이전 아이폰에 비해 전화기에서 아이북스나 킨들의 책을 읽는 다는것이 좀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카메라롤의 썸네일뷰 스크린 캡쳐.
iOS4의 빨라진 카메라덕분에 거의 연사가 가능해서,
비슷한 사진들이 여러장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지가 선명해서 특히 좋은건 thumbnail류의 작은 이미지를 식별하기 편하다는 겁니다. 카메라롤의 thumbnail뷰 상태에서만도 비슷비슷한 사진중 원하는 표정의 사진을 찾아내기가 이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iOS4의 신기능인 폴더만들기 – 비슷한 성격의 앱들을 폴더로 묶어 각페이지를 정리하기 훨씬 편해졌지만 가끔 앱을 찾기가 애매할때가 있습니다. 폴더아이콘 안에는 실제로 묶인 앱들의 아이콘이 축소되어 보입니다만 너무 작아 별의미가 없을거라는 예상과 달리 은근히 앱찾기에 도움이 되는데 아이폰4에서는 그 유용성이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가장 위대한 아이폰? 아니 가장 위대한 폰?

 




하루가 다르게 하드웨어 사양과 소프트웨어가 개선되는 스마트폰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기종을 뽑으라면? 저는 두말 없이 2007년의 첫 번 아이폰이라고 답하겠습니다.

아무리 안드로이드나 다른 스마트폰 시스템의 팬이라 하더라도 2007년 아이폰 이전과 이후 스마트폰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기준이 확립되었다는 사실은 부인할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분명 있어왔던 이메일/인터넷하는 똑똑한 전화기가 왜 첫 번 아이폰으로 그렇게 점프를 하게 되었는가를 따져보면 작은 스크린이라는 창문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를 조작하고 접근해야하는 방법에서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Maciej Dakowicz라는 사진작가의 작품 ‘작은 창문’.
저 창 사이로 손을 뻗어 뜨개질을 해야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까?
 


그것은 아이폰이 터치폰이라는 점만도 아닙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터치폰은 있었습니다. 프라다폰이라고 했던가요. 아이폰의 진정한 인터페이스 혁명은 제가 생각하기엔 관성 스크롤링핀치 줌입니다.

두가지 모두 3.5인치의 작은 화면을 통해 갖가지 정보를 열람하고 밀고 당기며 다루는 것을 가능케 하는 가장 핵심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는 순간 감탄사와 함께 두번 생각할 필요없이 너무나 이해가 쉬운, 자연스러운 훌륭한 구현방법이지요. (안드로이드가 아무리 기능상 아이폰과 대등해지고 언젠가 넘어선다 하더라도 태생적으로 이 두가지 빚을 아이폰에 지고 있다는것은 간과할수 없는 중요한 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있었던 월스트리트 저널 주최의 All Thing Digital 컨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도 이 사실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아이폰 이전에 먼저 태블릿기기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다 한 UI 디자이너가 관성스크롤을 완성해서 시연했을때 ‘오, 이것으로 (태블릿보다 작은) 전화기를 만들수 있겠다’고 판단해서 태블릿 프로젝트를 접어두고 아이폰개발을 시작했다”고 고백한 잡스. 

 




아이파드에서 무한회전 가능한 스크롤휠이 수천곡의 리스트를 스크롤하며 사용가능하게 한 핵심요소였다면 휠없이 긴 리스트를 스크롤할수 있는 기능은 손가락의 가속도에 반응하는 관성스크롤이 가능케 해준것입니다. 그것만으로 전화기를 만들수 있겠다 (We can make a phone out of this 라고 말했죠)고 간파하는 그의 능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즉, 작은 화면을 정보열람에 훨씬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이 개발되었으므로 ‘작은 화면의 기기=전화기’를 만들자가 된것이겠죠. 



사용자와 무한정보를 이어주는 화면의 창문이 최소한의 방해가 되도록 해주는 스크롤/줌 방법, 그리고 화면을 건드리면 정체현상 없이 손가락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신속성(맥오에스에도 포함된 코어애니메이션기술)등이 어우려 제공하는 아이폰 터치경험의 핵심은 손가락으로 직접 정보를 건드리고 움직인다는 센세이션입니다. 그리고 아이폰4에서는 그 화면에서 방충망을 걷어내어 더욱 직접 보며 터치하는 느낌을 한단계 올려놓았습니다. 





아이폰4의 평가를 마치며 – 응 벌써?



아이폰4의 새로와진 점은 물론 아주 많습니다. 이미 밝혔지만 3GS를 4로 바꾼 이유는 향상된 카메라였습니다. 망막디스플레이화면은 좋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도 않았지요. 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외장형 안테나와 새로운 카메라, 전면부 카메라,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 얘기거리는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간단하게 훑어보자면 …




안테나 – 이보전진 일보후퇴, 혹은 일보전진 이보후퇴? : 와이파이, GPS, 3G 등 전체적인 감도가 3GS에 비해 확실히 향상되었습니다만 잘못 손대면(?) 안테나 바가 떨어지는 현상은 분명 보입니다. 아직 통화가 끊어지거나 한적은 없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을거라니 좀 기다려 볼 문제입니다.

범퍼케이스를 쓰면서는 아무런 문제를 경험하지 못했는데 그에 비해 향상된 감도의 잇점은 훌륭합니다. 저는 이보전진 일보후퇴라 평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 픽스가 안테나 바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그냥 이보전진이 되겠죠. 




카메라 – 아이폰4의 카메라가 실망스런이유는(응?) 폰카메라로서가 아니라 똑딱이 디지탈 카메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는것입니다. 애초에 비교기준 자체가 달라져 버렸습니다. 똑딱이에 비해 한계는 좀 있지만 모든 폰카메라를 통털어 최고이며 왠만한 경우 독립적인 포켓카메라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은 없다는 것이 지인의 증언입니다. 



전면부 카메라 – 셀프샷 찍기 편하지만 메가픽셀이 낮아서 … 아직 페이스타임은 써보지 않았는데 아직은 별 관심도 없습니다. 제가 업그레이드 하게 되면 둘이서 할수 있게 되겠죠. 



자이로스코프 – 아직 이것을 활용한 소프트웨어가 없습니다만 layar 같은 증강현실 앱들이 자이로스코프를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 기존보다 훨씬 정확한 결과를 보일듯 합니다. 그리고 물론 게임도 큰 혜택을 얻겠지만 게임은 잘 모르므로 패스. 



A4프로세서, 메모리 – 3GS 보다 빠르긴 한데 큰 차이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CPU향상은 앵프라맹스적이면 안되는데 …) 그래도 차이가 크겠지 싶어 두 모델에서 동시에 구글어쓰를 런칭 해봤는데 확실히 아이폰4가 몇초 더 빠르게 로딩하고 화면 스크롤링도 자연스럽습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만요. 또 메모리가 많아서인지 멀티태스킹으로 여러앱을 쓰고난후 묵직해지는 느낌이 없습니다.



애초에 주관심사였던 카메라보다 망막디스플레이에 집중한 생각거리만 풀어내고 맺습니다만 애플이 제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방식, 사용자들이 요구하던 않던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을 강요하다시피 제공하여 결국 따라오게 만드는 능력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모여서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앵프라맹스를 알아보고 찾아내어 만들어내는 애플과 잡스의 능력이 결국 지금껏 제가 애플 제품을 좋아해왔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결론 지으며 (마무리 안되는) 아이폰4 첫인상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진공 노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