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도시, 그리고 나는 혼자 ……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는 내 귀에는 음악이 걸려있다. 이 도시는 누군가와의 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다. 난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그들 역시 내게 관심이 없다. 나 역시 그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며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가끔 내 얼굴과 옷차림을 쳐다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역시 내게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다. 단지 방어의 눈빛.

군중은 물처럼 촘촘히 거리를 메우며 흘러가지만 그들 중 해프닝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그들의 어깨를 치는 정도의 사소한 해프닝조차도.

그들은 단지 갈 길을 갈 뿐이며 어떤 중요한 일로 가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그 계획에 예상치 못한 일이 끼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난 그들 사이를 조심히, 천천히 걷는다. 사람들은 바삐 걸어간다. 나도 걸음을 빨리 한다. 무엇에 지지 않기 위해서인지는 알지 못한다. 아마 걸음을 빨리 하는 그들도 모르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간다. 에스컬레이터. 계단. 개찰구. 플랫폼. 지하철. 회색과 직선의 갤러리.
이따금씩 보여지는 컬러는 어디까지나 표식. 마크. 편의. 광고.


풍경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창문. 앞 사람의 신발이나 맞은편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뚫어지게, 혹은 멍하게 보는 힘없는 사람들.

자는 사람. 구걸하는 사람. 잡상인은 그 정적을 깨지만 그것을 반가워하는 이는 없다. 잡상인이 옆 칸으로 이동하는 순간, 그가 떠난 기차안에는 그가 들어오기 전보다 더한 정적이 흐른다.

지하철에서 내린 난 어느 커피숍으로 들어간다. 녹차, 재떨이. 단 두 마디만 하면 이 넓고 큰 커피숍에 내 자리 하나를 가질 수 있다. 트레이를 들고 맨 꼭대기층인 4층으로 올라간다. 낯선이의 출현에 기다릴 사람 없는 사람들까지 내게로 시선을 보낸다. 난 누구와도 시선을 맞추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며 빈 자리를 찾는다.

창가 자리에 가방과 트레이를 내려놓고 앉는다. 시끄럽던 커피숍은 내 자리를 찾는 것만으로도 조용해져 나 혼자있는 공간처럼 되어버린다.

내가 앉은 자리 밑으로는 횡단보도가 보인다. 담배 한 대에 불을 붙힌 나는 그들을 내려다본다.

사람들이 건너편에서 건너편으로 이동한다.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도 누구 하나 부딪히는 일 없이, 우연히 친구를 만나는 일 조차도 없이 빨간 불이 되기 전에 건너간다.
그 중 몇몇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누군가는 기다리던 사람을 만나며, 누군가는 내 시야에서 사라져 어디론가 또 걸음을 바삐 옮기고 있을 것이다.

이 회색빛 도시는 넓고 크지만, 난 혼자다.

거리에 널린 숱한 사람들 역시, 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집단일 뿐이다.

영진공 담패설

 

“커다란 도시, 그리고 나는 혼자 ……”의 한가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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